약속의 땅
인공생명 : Steven Levy 지음, 김동광/과학세대 옮김, 사민서각, 1995 (원서 : Artificial Life : A Report from the Frontier Where Computers Meet Biology, Vintage, 1992), Page 17~32 , Page 33~80
살아 있는 유기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들이 자신과 동일한 유기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것은 그들의 정상적인 기능이며, 만약 그들이 그러한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 그들이 그토록 많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는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즉, 살아 있는 유기체들은 기본 요소의 매우 복잡한 집합체이다. 그리고 어떠한 확률의 법칙이나 열역학 법칙에 의해서도 그 존재 가능성은 매우 높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이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는 필연성은 그 무엇에도 비견할 수 없는 기적이다. ......존 폰 노이만
그의 죽음은 너무 일렀다. 그는 약속의 땅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았지만 그 땅에 발을 들여 놓지는 못했다. .............스태니슬라브 M. 울람
폰 노이만은 죽어 가고 있었다. 1954 년의 어느 날, 그의 어깨는 극심한 고통으로 흔들렸고 거의 서 있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전립선 암이 보낸 사자가 그를 사로잡고 있었다. 그 죽음의 사자는 모든 희망을 산산조각으로 깨뜨리고 온 몸으로 퍼져 나갔다. 그의 수명은 불과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다. 놀라울 만큼 쾌활한 성격, 화수분처럼 샘솟는 정열, 무소불위로 어디든 닿지 않는 곳이 없는 박학다식함, 타고난 낙천성 …… 이 모든 것이 죽어 가고 있었다.
그의 번뜩이는 기지, 금세기의 동시대인들 중에서는 필적할 만한 사람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수학적 재능은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의 친구들은 범상치 않은 그의 우울증을 눈치챘다. 폰 노이만이 로스앨러모스를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수년간 그와 함께 연구했던 한 동료는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서 슬픔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야 떠오른 생각이지만, 당시 노이만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알기라도 하는 듯, 그에게 너무도 익숙한 풍경들, 그에게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을 주었던 모든 장소들을 자주 둘러보곤 했습니다."
그의 나이 53 세가 되었을 때, 존 폰 노이만은 자신의 비범한 두뇌를 - 한 노벨상 수상자가 "그 속에 들어 있는 톱니바퀴의 맞물림이 1 천분의 1 인치까지 정확하게 돌아가는 두뇌" 라고 경탄해 마지 않았던 - 남김없이 활용했다. 그는 부다페스트에서 이름을 떨친 수학 신동이었고, 유복한 유태인 은행가 집안이었던 그의 가정은 노이만이 자신의 재능을 키울 수 있도록 온갖 지원을 베풀 수 있었다. 그는 스물 두 살에 박사 학위를 획득했고, 이듬해에 스물 세 살이 되면서 베를린 대학의 최연소 교수로 임명되었으며, 서른 살에는 앨버트 아인슈타인과 함께 뉴저지에 있는 프린스턴 고등 학술 연구소의 최초의 교수 대열에 설 수 있었다. 그의 남다른 기억력과 계산 능력은 가히 전설적인 것이었지만 - 그는 전화번호부를 한 번 보고 한 페이지를 통째로 기억할 수 있었고, 역사책에서 본 비잔틴 문화의 비사를 줄줄 암송하기도 했다 - 호기심은 그를 창조적 도약으로 이끌면서 결국 그를 당대의 최첨단 연구 분야로 밀어 내는 추동력이 되었다.
그는 괴팅겐의 카페에서 양자역학에 얽힌 난해한 문제점들을 해결했고, 베를린에서는 실질적으로 게임 이론을 창안했으며, 프린스턴에서는 에르고드적인 (주석 : 하나의 체계가 충분히 긴 시간이 지나면 가능성이 있는 어떤 상태로도 될 수 있다는 것) 수학 문제들을 풀었고, 로스앨러모스에서는 원자 폭탄 제조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가담했으며 전자식 디지털 컴퓨터의 개발에 막대한 공헌을 하기도 했다. 오늘날 전자식 디지털 컴퓨터가 폰 노이만 프로세서라 불리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물리학자 한스 베테가, "나는 때로 폰 노이만과 같은 뛰어난 두뇌라면 일반적인 인간과는 다른 종으로 구분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라고 말했을 때,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실제로 폰 노이만이 사람이 아니라 반신반인이라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노이만은 호모 사피엔스 종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인간처럼 행세했다는 것이다).
폰 노이만이, 자신은 결코 죽지 않는 불사조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음은 그가 자동차 바퀴의 물리학을 완전히 무시한 데서 잘 드러난다. 그는 거의 1 년에 한 대 꼴로 자동차를 부숴 먹었지만 늘 불사조처럼 손끝 하나 다치지 않고 늠름한 모습으로 나타나곤 했다. 그런데 이제 암이 그의 생명을 요구하며 나타난 것이다. 그는 의사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제 정말 올 것이 왔습니까?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지요?" 의사의 답은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하라' 였다.
그 기간 동안 두 가지 일이 그에게 걸려 있었다. 하나는 죽음의 공학인 무기 개발에 관련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비교적 추상적인 성격의 것으로 생명 공학에 대한 것이었다.
첫 번째 일은 그가 정부를 위해 해야 할 임무였다. 암 진단을 받기 불과 석 달 전에 폰 노이만은 엄숙한 선서를 하고 원자력 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었다. 위원의 주된 임무는 미국의 원자 폭탄 개발에 대해 과학적 견해를 대표하는 일이었다. 그가 이 위원회에서 어느 정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인물이었는지는, 미국 탄도 미사일 위원회가 폰 노이만 그룹이라고 불린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수학자는 그 가공할 무기의 이용에 대한 옹호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그의 가족들이 공산 치하의 헝가리에서 도망쳐 나왔다는 사실이 작용했을 것이며, 실제로 그는 방어적 측면에서의 핵전이라는 발상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암에 걸린 사실을 안 후에도 일을 계속했고, 마지막으로 입원했을 때도 그는 냉전을 주도한 두뇌 집단들과의 1 급 비밀 회의에서 컨설팅 역을 맡았다.
그의 과학적 추구는 그가 원자 폭탄 개발 과정에서 맡았던 역할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그는 자연의 운행 원리와 컴퓨터의 -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미래의 컴퓨터의 모습과의 - 유사성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다. 그의 목표는 자연의 생물학과 인공의 생물학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하나의 이론을 창안하는 것이었다.
살아 있는 유기체의 행동을 기계류의 움직임과 등가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은 폰 노이만과 같은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세계는 논리적 원리라는 토대 위에 세워져 있다. 만약 당신이 어떤 현산의 군더기를 모두 없애고 그 정수만 남긴다면, 그 본질은 그 현상을 일으키는 공리 (자명한 이치) 일 것이다.
폰 노이만이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가 된 초 - 계산기를 만들기 위한 시도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즉시 그 장치의 논리적 작동에 대해 캐물었다. 컴퓨터가 숫자 처리 능력밖에 갖지 못한 멍청한 기계가 아니라, 최초의 그리고 가장 뛰어난 논리 기계 (logic machine) 라는 개념을 창안한 사람은 폰 노이만이었을 것이다. 폰 노이만이 생명 자체를 여러 가지 사건과 상호 작용의 연쇄 (재구성이 가능한) 로 간주했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생명이라는 방정식에 신비주의가 끼여들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우연성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는 이렇게 썼다. "나는 단백질처럼 그 어떤 인공적 구조보다도 복잡하고 특정한 목적을 가진 유기적 요소가 임의적인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탄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에 몸서리를 쳤다."
폰 노이만은 즉시 이러한 생물학적 유기체가 지금까지 상상할 수 있었던 그 어떤 인공적 구조보다도 훨씬 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자신은 생명이 논리에 근거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는 우리가 유기체에게 스스로의 비밀을 밝히도록 강요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가능할 뿐 아니라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는 식이었다. 폰 노이만은 그 일을 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1940 년대 말엽, 그는 그 주제에 대해 일련의 강의를 해 달라는 초청을 받았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캘리포니아의 패서디너에서 있은 강연이었다. 강연은 힉슨 심포지엄이라 불리는 회의의 일부로 이루어졌다. 그의 청중들은 특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과학자들이었다. 그 주엥는 물리학자, 생물학자, 의학 연구자 등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망라되었다. 회의의 주최자는 후일 노벨상을 수상한 리너스 폴링이었다. 그런데 청중들 중에 컴퓨터 과학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당시만 해도 그런 학문 분야는 노이만의 머리 속을 제외한다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뛰어난 청중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강연은 그다지 전문적이지 않았다. 한 청중은 그 강연을 들은 소감을, "연 끝에 매달려 가는, 굉장하지만 힘들기 짝이 없는 경험" 에 비유했다.
그의 강연 제목은 '오토마톤 (automaton) 에 대한 일반적, 논리적 이론' 이었다. 폰 노이만은 '오토마톤' 이라는 용어를, 기계적인 측면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 동작을 규정할 수 있는 자동 기계라고 풀이했다. 자동 기계란, 정보를 논리적으로 처리해서 그 결과를 미리 프로그램되어 있는 명령에 따라 외부로부터 들어온 데이터에 적용해, 다음 단계의 행동을 따라 외부로부터 들어온 데이터에 적용해, 다음 단계의 행동을 스스로 해 나가는 기계를 말한다. 폰 노이만은 박테리아에서 인간에 이르는 모든 유기체를 기계로 볼 수 없는 - 또한 그 역도 성립한다 - 어떤 이유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노이만이 사용한 이 용어는 실제적인 사용법보다 훨씬 융통성 있는 무언가를 의미했다. 만약 당신이 오토마톤을 이해한다면, 그 말이 함축하는 의미는 기계류라기 보다는 생명에 가까울 것이다
힉슨 강연에서 가장 흥미롭고 과거의 관념에서 일탈한 혁신적인 부분은 자기 재생간이라는 개념을 다룬 내용이었다. 그는 이런 의문을 품었다. 인공적인 기계가 스스로 복제를 할 수 있고, 그 복제물이 다시 더 많은 복제물을 만들 수 있을까? (마치 양치류 식물이나 앵무새, 인간과 같은 자연의 기계처럼 말이다).
이 물음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내린다면, 인공 오토마톤과 자연의 오토마톤 사이를 잇는 연결의 정도는 강해질 것이다. 생물과 무생물을 가르는 일반적이고 가장 중요한 잣대는 자손을 만들 수 있는가의 여부이다. 르네 데카르트가 프랑스의 왕비에게 동물이란 일종의 자동 기계에 불과하다고 선언했을 때, 왕비는 시계를 가리키며 이렇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 시계가 자식을 낳을 수 있단 말이오?" 당시 데카르트는 난처한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고 쩔쩔맸지만, 폰 노이만은 자신이라면 그러한 곤궁에서 능히 헤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분명 기계가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그는 그 사실을 입증할 계획이었다.
폰 노이만은 오토마톤 이론을 자신의 가장 큰 성과로 간주했다. 그리고 그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을 발간할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원고는 완성되지 못했다 - 그리고 생물과 기계가 중첩되는 새로운, 그 이전까지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못했던 영역에 대한 그 밖의 탐험들도 끝을 맺지 못했다.
1956 년 4 월, 폰 노이만은 월터리드 군 병원에 입원했다. 그가 병원에 갖고 온 논문들은 예일 대학에서 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컴퓨터와 뇌' 라는 제목의 강연 원고들이었다. 강연의 핵심 주제는 컴퓨터와 인간이 오토마톤의 서로 다른 종류라는 점이었다. 노이만은 그 강연을 통해 컴퓨터와 인간 서로 다른 종류라는 점이었다. 노이만은 그 강연을 통해 컴퓨터와 인간 양자를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해 서로를 비교할 계획이었다. 원래 그는 5 일간 강연을 하기로 약속했다. 입원한 후에도 그는 휠체어를 타고 축약된 형태로라도 강연을 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런 소망은 자신의 병세에 대한 지나친 낙관이었다. 그는 다시는 병원을 떠나지 못했다.
1957 년 2 월 8 일, 클라라 폰 노이만은 이렇게 말했다. "조니의 탁월한 정신력으로도 육체의 쇠약을 극복할 수는 없었어요." 숨을 거두기 직전의 며칠 동안, 그의 주위에는 1 급 비밀 취급 인가를 가진 군 간호병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임종 순간 정신이 혼미해져 헛소리로라도 군 기밀에 속하는 정보를 흘릴지 몰라 취해진 조치였다. 그러나 폰 노이만은 죽어 가면서 입 밖으로 단 한 마디의 비밀도 발설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토마톤 이론에 남긴 폰 노이만의 유산은, 앞으로 다가올 인공 생명 분야의 창시자인 이 헝가리 수학자의 탁월성을 뚜렷이 보여주었다. 또한 그는 자기 복제하는 오토마톤이라고 알려진 정신적 구조물 (construct) 의 구축에도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피조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는 죽기 전까지 단 두 종류만을 완전히 개발할 수 있었다.
폰 노이만은 이러한 연구가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엄청난 함축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노버트 위너에게 보내는 한 편지에서 그는, "미래에 탄생할 기계가 스스로를 재생산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갖고 있다" 라는 말이 신문에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스스로 "나 자신은 지금까지 비밀을 지켜 왔고, 신문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도 한 마디도 흘리지 않았다." 고 자부했다.
폰 노이만은, 그 동안 인공적인 수단을 이용해 생명과 유사한 과정 (process) 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해 온 사람들에게 덧씌워진 오명을 의식하고 있었다. 자칫하면 메리 셸리의 괴물 프랑켄슈타인이나 최근의 SF 소설에 등장하는 섬뜩한 괴물들이 인공 생명 연구라는 중요한 계획에 지저분한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용히 연구를 진척시키고, 그 엄청난 양의 내용을 자신의 머리 속에서 또는 종이와 연필로 처리해 나가고 - 곧 포기하기는 했지만 얼마 동안은 장난감들 (Tinkertoy, 컴퓨터) 을 집적거리기도 했지만 - 그 연구를 동료 과학자인 오스카 모겐스턴의 손자에게 넘겨주는 편이 훨씬 나았다. 이런 유형의 연구가 갖고 있는 놀라운 함축성에 대한 어떠한 암시도 없었다. 그러나 폰 노이만은 과거에는 과학의 힘이 미치지 못했던 후미진 웅덩이, 의사 과학의 영역에 불과했던 전혀 새로운 영역에 대한 탐사를 출발시켰다. 그것은 이전까지 아무 것도 아니었던 영역으로 생명을 확장시키려는 시도였다.
대부분의 역사 기간 동안, 이러한 시도는 이성적이라기 보다는 신비적인 요구로 이루어졌다. 과학자들은 생명을 생물체의 여러 부분에 부여된 고유한 특성에 종속되는 무엇으로 간주했다. 그들에게는 어떤 생명이든 그 물리적 특성과 원료를 복제해서 만들 수 있다는 사고 방식은 터무늬없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은 대신 그들이 생명의 본질이라고 믿고 있던 것으로 되돌아 오게 만들었다. 그 믿음이란 초자연적인, 성스러운 무엇이었다. 성서의 창조론에 따르면 결국 만물을 창조한 것은 신이었다. 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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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먼지 속에서 인간을 빚었고, 그의 콧구멍으로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었으며, 사람이 살아 있는 영혼이 되게 했다. |
무생물에게 생명의 숨결을 주입하는 일이 인간의 몫은 아니라해도, 고대의 신화와 전설들은 그러한 일을 설명하려 시도했다. 피그말리온 (자신이 만든 상아 상을 연모한 키프로스 섬의 왕) 은 자신이 만든 조각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2 세기의 로마 역사학자 디온카시우스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다른 상들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그 상들은 피나 땀을 흘리고, 마음이 사악한 자가 바라보면 사라지고, 정복자 장군에게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유대의 한 우화에는, 학식이 고매한 랍비 (율법학자) 가 한 덩어리의 진흙에 생명을 불어넣어 골렘 (역주 : 성스러운 이름의 마력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아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는 가공의 생물, 또는 자동 인형) 이라는 짐승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짐승은 시종이 되어 자신을 지은 랍비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고 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사실이 아닌 지어 낸 이야기이다. 살아 있는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깊은 심연이 가로놓여 있다. 생명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여했던 몇 안되는 철학자 중 한 명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물체가 죽어 있는 주변 환경과 가장 크게 대비되는 특성은 영혼을 가졌다는 사실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인간만이 가장 고등한 영혼의 소유자이고 동물이나 식물은 그보다 열등한 영혼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는 모든 생물체의 "육체는 영혼을 위해 존재할 뿐"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설사 그가 생명의 숨결과 영혼의 소재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생명을 창조할 수 있겠는가?
이후 수세기 동안 이러한 생명의 개념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았던 것 같다. 17 세기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의학 연구자인 윌리엄 하비의 발견도 그러한 개념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배설물에서 파리들이 발생한다는 사실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명관의 잘못을 증명하지는 못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이 진흙 속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했다), 하비는 여전히 생명이 성스러운 요소를 갖고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생명체가 알 속에 들어 있다는 생각을 고취시켰다. 하비는 'Omne vivum ex ovo', 즉 '생명 없이는 생명이 태어날 수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 혁명이 일어나고 뉴턴 물리학과 열역학 법칙이 발견되면서 점차 과학의 영역이 확장되자, 생물학의 영역은 접근할 수 없는 신비의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뉴턴의 세계관은 '특정한 시간에 모든 천체들의 위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그와 마찬가지로 생명의 작동 또한 예측 가능하지 않겠는가?' 라는 물음을 제기했다. 새로운 사상의 조류가 형성되었고, 그 조류는 생명을 기계적 과정으로 간주했다.
기계론적 관점에 따르면, 생명이란 말 그대로 시계와 같은 오토마톤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생명은 복제가 가능한가?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와 같은 기계론자들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들은 생물체와 유사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특수한 오토마톤과 기계 장치들을 제작했던 초기 인물들의 사상을 좇아 자신들의 주장을 개진해 나갔다. 이러한 오토마톤을 스위스 시계의 정교함으로 장식되고, 루브 골드버그의 탁월한 솜씨로 조립되었다. 그 장치들은 톱니 장치 뿐만 아니라 중력이나 수력, 도르래, 그리고 태양 빛의 힘까지 동원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장치는 정말 굉장한 것이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베르네의 탁월한 시계이다. 1530 년에 만들어진 이 거대한 시계는 눈부시게 화려한 자태로 장식된 자동 인형들을 한 시간마다 토해 냈다. 맨 처음에 수탉이 나타나 울음소리를 뽑아 대고, 그 뒤를 끄덕여 신호를 보내면, 새끼 곰과 사나운 사자가 창을 휘두르며 행진을 시작했다.
무척 흥미롭기는 하지만, 이 발명품을 생명체와 흡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후에 등장한 오토마톤들은 생물과 무생물을 가르는 어두운 경계를 향해 시험적인 접근을 시작했다. 가장 유명한 보기로는 자끄 드 바캉손의 창조물을 들 수 있다. 이 프랑스인이 20 대였던 1778 년에 만든 장치는, '도금된 구리로 제작된 인공오리로, 먹고, 마시고, 꽥꽥거리며 울고, 물을 튀기고, 마치 살아 있는 오리처럼 먹이를 소화시켜' 파리인들을 경악시켰다. 전 유럽에 전시된 이 오리는 보는 이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 복잡성은 경이적인 것이어서, 날개 하나에 무려 400 개의 부품이 들어갈 정도였다.
그 오리가 1800 년대에 수리 불능의 상태에 빠지자, 괴테는 그 운명을 슬퍼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바캉손의 자동 기계가 완전히 마비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 게 되었다. 오리는 깃털을 잃고 뼈만 앙상해졌다. 아직도 먹이를 먹지만 더 이상 소화시킬 수 없게 되었다."
레쉬스타이너라는 스위스의 한 발명가는 그 오리를 소생시켜 1844 년에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 다시 선보였다. 그런 다음 레쉬스타이너는 3 년 만에 자신의 독자적인 인조 오리를 만들어 뮌헨의 로얄 극장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는 고위 인사들과 함께 바이에른의 루이 1 세가 참석했다. 당시 「프라이에 보르트」지는 새로 탄생한 오리의 거동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오리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워서, 관찰자들은 그 행동이 지능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먹이를 주면 오리는 게걸스럽게 오트밀을 넣은 죽을 먹었다. 그리고는 가끔씩 머리를 들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관중들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그 전시회의 절정이 이어졌다. "……오리는 급하게 만든 먹이에 대한 불만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그 오리가 소화에 곤란을 느끼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그 용감한 오리는 꾹 참아 냈고, 몇 분 후에 이윽고 배 속에서 일어난 어려움을 모두 극복했음을 확인시켜 주는 몸 동작으로 회복되었다. 왜냐하면 극장 전체에 거의 참기 어려울 정도로 고약한 냄새가 퍼져 나갔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의 묘사가 없기 때문에 우리의 상상력도 그 이상 뻗어 나가기는 힘들다. 바캉손과 그의 뒤를 이은 레쉬스타이너는 그 장치들을 만드는 데 들어간 오랜 연구에 값할 만큼 생명에 대해 깊은 이해를 얻은 것일까? 19 세기의 생물학자들이 인간이 만든 오리들을 연구해서, 실제 오리와 비교해 소화와 헛배부름과 같은 신진 대사 현상을 알아 낼 수 있는 통찰력을 획득했다는 사실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많은 사실을 깨우쳐 주기도 한다. 1847 년에 발간된 한 신문은 레쉬스타이너의 재주 많은 오리가 과학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갖는 생물학적 모델이라는 식의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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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동 기계의 동작과 태도는 실제 오리를 충실히 복제한 것이다. 가장 미세한 동작까지도 살아 있는 오리를 빼 닮았다. 워낙 흡사하기 때문에 잠시 진짜 오리가 눈 앞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그러나 실제로 오리의 모든 움직임은 아주 복잡한 기계 장치들의 운동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발명자의 탁월한 솜씨는 특히 세 가지 점에서 돋보인다. 첫째는 오리가 숨을 쉴 때, 두 번째는 소화를 시킬 때, 그리고 세 번째는 배설을 할 때이다. 분명 여기에는 기계적 솜씨 이상의 무엇이 있다. 그 예술가는 소화와 영양분 섭취의 화학적 과정 속에 내재한 가장 심오한 비밀을 꿰뚫고 있는 듯하다. 생명은 전기 화학적 운동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 발명가 역시 그 운동을 자신의 자동 기계에 도입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발명을 자연 과학, 특히 생리학의 세계를 향한 크나 큰 접근으로 간주하고, 이 거장의 발견이 그의 이름을 역사에 영원히 남기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이유는, 그들이 자연적 과정의 비밀을 풀어 그 지식을 실제적으로 응용했기 때문이다. |
그러나 기계적인 모형과 실제 사이의 분명한 차이, 즉 기관과 뼈 대신 나사못과 용수철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생명 창조의 어려움, 그리고 비판자들에게 기술자들이 살아 있는 생물체를 만들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없는 이유의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기계론자들에게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은 곧 그러한 노력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하비, 파스퇴르, 그리고 다윈과 데카르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관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러한 비판자들 중에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생기론자 (vitalist) 라고 불렀다. 이 용어는 오직 생명체 속에만 존재한다고 생각된 소위 활력 또는 '생명의 악동 (베르그송이 사용한 용어)' 이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다. 생기론자들은 그 힘의 본질에 대한 정의의 차이 때문에 다시 갈라졌다. 어떤 사람들은 그 힘을 화학적인 것이라고 믿었다. 다른 사람들은 비물질적인 작인이라고 주장했다. 19 세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은 그 작인이 전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증거로 죽은 동물의 사지가 경련을 일으키는 현상을 들었다. 생기론적 입장을 취한 저작은 『프랑켄슈타인 (그는 전기에서 생명의 불꽃을 얻었다)』에서 베르그송의 철학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에서 걸쳐 있었다.
생기론자들은, 생명에는 '당연히' 신성한 요소가 들어 있으며 어떤 특수한 물질이 생명과 무생명을 갈라 놓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대다수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실질적으로 중요성을 갖는 생기론의 마지막 깃발을 든 사람은 독일의 생물학자 한스 드리쉬였다. 1891 년에 그는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테에 있는 동물학의 중심지를 방문했다. 그 곳에서 그는 당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생물학 이론과 상치되는, 섬게의 배를 이용한 실험을 관찰할 기회를 얻었다. 초기에 하나의 배가 두 개로 분열한 다음에, 각각의 세포 집단에서 완전한 섬게가 탄생했다. 그는 그 현상을 잘못 해석해 그 자신이 '엔텔레키' 라고 이름 붙인 생명력이 작동하고 있다고 가정했다. 엔텔레키란 '자체적인 목적을 가진 비기계적인 작인' 이라는 뜻이다. 섬게를 통해 직관을 얻은 이후 드리쉬는 남은 생애를 과학과 생기론을 화해시키기 위한 노력에 쏟아 부었다.
그는 자신이 경험적인 진실이라고 여기는 사실들을 인용하고, 자신의 견해를 엔텔레키와 연관된 여러 가지 억측들로 치장하면서 - 그러한 개념들은 개략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관과 비슷했다 - 20 세기에 접어들 때까지 외로운 싸움을 계속했다. 그는 이렇게 썼다. "참된 교의라는 촛불은 결코 꺼지지 않는 법이다. 한때 그 반대자들의 왁왁거리는 고함 소리에 묻힐 수는 있지만, 어느 시대든 지각 없는 군중들이 떠들어 대는 비명 소리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그들은 많은 고초를 겪게 되지만 말이다."
현대의 과학자들 중에서 그 참된 교의에 찬동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기는 힘든 일이지만, 생기론의 일부 명맥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들 속에는 아직도 소위 지구 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유기체 이외의 존재에게 생물학적 대권을 양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생명의 창조라는 영예를 합성적으로 창조된 무엇에게 양도하기 꺼려하는 경향성이 있다. 생명이 실험실이나 컴퓨터에서, 유기 분자나 그 밖의 우리에게 친숙한 화학 물질이 아니라 그와는 전혀 이질적인 '정보' 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그러한 저항감은 때로 깊은 회의론이나 조롱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정보! 생명의 토대를 이루는 것이 정보라는 전제는, 재생산이 가능하고 부모보다 복잡한 후손을 낳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복잡한 동적인 계 속에 깊이 배어들어 갔다. 그것은 바로 폰 노이만의 전제였다.
정보는 폰 노이만의 창조물, 그보다 앞선 선구자들의 오토마톤과는 전혀 다른 자기 복제 기게를 만들었다. 그 핵심에는 청사진이 들어 있었고, 그 청사진에는 그 기계의 움직임을 지시하는 명령 뿐만 아니라 재생산 활동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것은 대답한 도약이었다. 살아 숨쉬는 생물체의 힘을 순전히 논리적으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불길한 틈새, 지금까지 아무도 넘지 못했던 심연을 건너뛰어야만 했다.
그 일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논리학자 앨런 튜링의 업적이었다. 튜링은 폰 노이만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발전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1936 년에 튜링은 그의 독특한 상상 속의 오토마톤을 만들어 냈다. 오늘날 '튜링 머신 (Turing machine)'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그 가상 기계는 생물들의 사회와 연관을 맺으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기계는 매우 복잡한 테이프 재생 장치에 가까웠다. 그 재생 장치에 들어가는 테이프는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한 테이프였다 (이 장치는 상상 속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100 만 마일이나 되는 테이프와 몇 세기 동안 계속되는 처리 과정이 가능할 수 있다).
테이프는 여러 개의 칸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의 칸에는 오로지 한 개의 정보 (비트) 만이 들어 있다. 테이프의 헤드, 즉 테이프 위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헤드는 비트를 쓰거나, 필요하면 삭제할 수 있다. 테이프의 헤드에는 제어 메커니즘도 들어 있다. 그 메커니즘은 각각의 정보 단편을 읽으면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지시해 준다. 그 특성과 그에 따른 행동 양식은 유한 상태 기계 (FSM) 이다. 따라서 유한한 오토마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순한 이 장치는 모든 정보를 두 가지 요소로 분리시킨다. 그러니까 대상의 내부 상태에서 온 것과 외부 상태에서 온 것이 그것이다. 또한 그 속에는 우리 우주가 마치 낟알처럼 불연속적인 시간 단계를 거쳐 움직인다는 - 물론 불연속성이라는 간격이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가령 수십억 분의 1 초 정도로 극미하더라도 말이다 - 가정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이러한 실례에서 FSM 은 기술 가능한 특정한 상태이다. 이 기술은 복잡할 수도 있고 간단할 수도 있다. 유일한 제약은 가능한 상태의 유한한 집합들 중에서 단 하나를 가져야 한다는 것뿐이다 (그 집합에 포함되는 상태의 숫자는 클 수는 있지만 무한하지는 않다).
현재의 순간과 다음 번 분리된 시간 단계 사이에서, FSM 은 특수한 기계가 사용할 수 있는 감각적인 입력을 모두 동원해 외부 세계를 기록할 수 있다. 그런 다음, 행동을 제어하는 '규칙표 (rule table)' 를 참조해, FSM 은 감각적인 입력과 자신의 현재 상태를 고려해 기계가 해당하는 시간 단계에서 어떤 내적 상태를 갖는지 결정할 뿐 아니라, 그 기계가 어떤 행동을 나타낼 것인지를 결정한다.
유한 상태 기계 (FSM) 의 간단한 보기로는 어린아이들이 즐기는 의자 빼앗기 놀이를 들 수 있다. 여기에서 세계는 음악 속에 개입되는 휴지 기간을 통해 분명한 시간 단계로 나뉘어진다. 놀이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4 가지 상태 중 하나일 것이다. 의자에 앉거나, 서있거나, 움직이거나, 놀이를 그만두거나의 4 가지이다. 의자 빼앗기 놀이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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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앉아 있고, 음악이 나오지 않으면 그 상태가 유지된다. 한 사람이 앉아 있고, 음악이 나오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 사람이 움직이고 있고 음악이 나오지 않으면, 의자가 있을 경우에는 의자에 앉고, 의자가 없으면 서 있는다. 의자에 앉지 못하고 서 있는 사람은 게임에서 탈락한다. 한 사람이 게임을 떠나면 그 상태를 유지한다. |
의자 빼앗기 놀이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제각기 두 가지 상태에 유의하면서 마치 유한한 상태의 기계처럼 움직인다. 하나는 자신의 상태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 세계의 상태, 즉 음악이다. 게임의 매순간마다 경기자들은 이 정보를 규칙표에 적용해 자신들의 다음 상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결정한다.
튜링 머신에서 FSM 의 헤드는 이런 식으로 움직일 것이다. 테이프 헤드가 상태 A 일 경우, 헤드는 숫자 1 을 가진 테이프 부분에 놓이게 된다.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하기 전에 헤드는 그 정보를 읽고 두 가지 상황의 합류점을 찾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1' 을 '0' 으로 바꾸라. 테이프 헤드를 한 칸 왼쪽으로 이동하고 상태 B 로 바꾸라.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테이프 헤드는 다시 이동한 칸에 적혀 있는 정보를 판독하게 된다.
튜링 머신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주는 것은 확장 가능한 테이프의 저장 능력이다. 그 테이프에 적절한 정보가 들어 있기만 하면, 튜링 머신은 다른 기계의 운동을 에뮬레이트 (모방)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자 빼앗기 놀이를 하는 사람이 튜링 머신의 테이프에 적절한 규칙을 준다면, 그 사람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튜링 머신의 출력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튜링 머신은 테이프를 통해 모든 규칙들을 읽어 들일 수 있다. 튜링은 자신의 범용 튜링 머신이 범용 컴퓨터 (주석 : 여러 가지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 에니악 (ENIAC) 은 원래 대포 알의 탄도를 계산하기 위한 특수 목적 컴퓨터로 설계되었다. 반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퍼스컴은 여러 가지 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워드프로세서, 게임, 그래픽 등 여러 가지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컴퓨터이다.) 로 사용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튜링 머신이 그런 능력을 가졌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증명이 필요하다). 이 말은 충분한 시간만 주어지고 철저하게 규칙이 기술되기만 하면, 어떤 기계든 그 움직임을 에뮬레이트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튜링과 그의 공동 연구자인 철학자 알론조 처치는, 이러한 기계가 수학적 기계의 기능을 토대로 복제할 뿐만 아니라 자연의 기능까지도 모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튜링의 의식을 통해 세계를 관찰하면 그의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거의 모든 사물은 상태 기계 (state machine) 로 분해 (석)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기계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 기계의 내부에 들어 있는 것 (상태) 은 무엇이고, 또한 그 기계는 자신의 환경으로부터 무엇을 이끌어 내는가 (테이프로부터 정보를)?
처치-튜링의 가설은 인간의 정신에도 적용될 수 있다. 만약 가능한 정신의 상태가 유한하다고 (어떤 사람들은 부정하지만) 인정한다면, 있을 법하지만 매우 혼란스러운 결과가 뒤다르게 된다. 매순간 사람의 마음은 가능한 여러 가지 상태 중 하나에 속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음 순간이 오기 전에 감각에 의한 입력이 들어온다. 내부 상태와 결합된 환경적 정보는 그 사람의 행동과 정신의 다음 상태를 결정짓는다. 튜링의 주장은 유한 상태 기계에 불과한 정신이 다음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단지 논리적인 프로토콜 (주석 : 여러 대의 컴퓨터 사이에서, 또는 하나의 컴퓨터의 여러 부분 사이에서 데이터를 원활히 송신하기 위해 서로 정해 놓은 통신 규약을 뜻함. 여기에는 데이터 표현법, 오류 검증법 등이 포함된다.) 에 - 본질적으로 정신은 생물학적 물리적 힘에 의해 결정되는 규칙표에 따른다 -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후 50 년이 지난 다음, 튜링의 창조물은 과연 기계가 지능을 가질 수 있는가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의 초점이 되었다. 많은 인지 과학자들은 컴퓨터가 지능을 획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논리학의 영역에서, 모든 전자식 디지털 컴퓨터는 튜링 머신과 같은 것임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튜링 머신이 범용 컴퓨터임이 증명된 것이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그런 논지에 찬성하지 않았다. 그들은 결코 인간의 정신을 유한 상태 기계로 간주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시 말해서, 마음이란 그 상태를 명쾌하게 기술할 수 없으며 더군다나 인간의 사고를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에뮬레이트하기 위한 규칙표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폰 노이만은, 나중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인공 지능 (AI) 의 영역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인공 생명 (a-life) 이라고 알려진 영역에 흥미를 갖고 있었다. 자기 재생산이라는 주제에 집중하면서 그의 주된 관심사는 정신보다는 생명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실제로 폰 노이만이 1940 년대에 수행한 컴퓨터에 대한 연구의 중심 주제는 인공적인 구조물의 자연적인 행동이었다. 1939 년에서 1940 년까지, 그는 같은 헝가리 출신의 물리학자인 루돌프 오트베이와 서신을 교환했다. 오토베이는 최초로 뇌와 전자 계산기의 상호 연관성을 주장한 사람이었다. 1943 년에 폰 노이만은 와렌 맥콜로치와 월터 피츠가 보내 온 논문을 읽었다. 그 논문의 제목은 「신경의 움직임에 내재하는 개념의 논리적 계산법」이었다. 그 글은 신경계의 기능을 에뮬레이트하기 위해 수학적 모델을 이용하여 방법을 제안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공적인 신경망이었다.
폰 노이만은 이 방법을, 범용 기계는 모든 계산 시스템을 에뮬레이트할 수 있다는 튜링의 주장과 결부시켰다. 이렇게 해서 살아 있는 유기체가 내장된 컴퓨터 시스템을 갖고 있고, 그 컴퓨터에서 나오는 출력이 행동을 결정하는 계가 탄생한 것이다! "완벽하게 기술될 수 있고, 모호하지 않고 확실하게 동작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그 사실만으로 적절하고 유한한 신경망에 의해 실현 가능하다." 노이만은 힉슨 심포지엄에서 이렇게 말했다.
튜링과 처치가 직관적으로 이해했듯이, 범용 컴퓨터는 모든 생물의 정신적 기능에 상응할 수 있다. 실제로 생물체는 튜링 머신이 에뮬레이트할 수 있는 기계들 중 일부였다. 물론 인간의 행동을 그대로 복제하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긴 테이프가 필요할 것이다. 사람은 물론이려니와 딱정벌레, 참나무, 박테리아처럼 훨씬 단순한 생명 형태의 경우에도, 그 행동을 그대로 본뜨려면 굉장히 긴 테이프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논리적 기반에는 아무런 결점도 없다. 그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일부러 실제 기계를 제작할 필요는 없다. 생명이란 일종의 오토마톤이기 때문이다.
폰 노이만은 생물학이 가장 강력한 정보 처리 시스템을 제공하며, 그 에뮬레이션이 강력한 인공적인 계를 위한 핵심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컴퓨터 설계에 대한 연구를 통해, 폰 노이만은 컴퓨터의 여러 구성 부분들을 생물체의 기관으로 생각했다. 그가 초기의 컴퓨터를 위한 스위칭 장치로 이용했던 AND-게이트, OR-게이트 (주석 : AND-게이트는 논리곱 게이트를 뜻한다. 즉 모든 입력이 '1' 일 때 출력이 '1' 로 나오는 경우이다. 반면 OR-게이트는 논리합 게이트로 여러 입력 중 하나가 '1' 이면 출력이 '1' 로 나온다. 이 게이트들은 논리 회로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이다.), 그리고 지연 회로 등의 장치들은 뉴런을 그 모델로 삼은 것이었다.
마찬가지 관점에서 그는 인공 생물을 설계했다. 그것은 생물체의 가장 복잡한 기능, 즉 자기 재생산이라는 기능을 상정한 것이었다.
노이만이 상상한 최초의 자기 재생산 오토마톤은 스위치, 지연회로, 그리고 그 밖의 정보 전달 부품들로 이루어진 일종의 컴퓨터였다. 그러나 그것은 정보의 구조물이라기 보다는 실세계에 존재하는 고체 덩어리였다. 그 오토마톤은 계산을 위한 요소 이외에 5 가지 구성 요소를 갖고 있었다.
1. 조작 요소 (마치 손과 같은) : 기계의 계산 (제어) 부분에서 명령을 받는다.
2. 절단 요소 : 컴퓨터의 명렁이 출력되었을 때, 두 가지 요소를 분리시킬 수 있는 장치.
3. 결합 요소 : 두 부분을 연결시킬 수 있는 장치.
4. 감각 요소 : 오토마톤의 모든 부분을 인식하고 거기에서 나온 정보를 컴퓨터에 전달한다.
5. '거더 (girder)' : 단단한 구조적 요소로 그 창조물의 몸체를 저수지, 그 생물을 구성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원료들이 가득 들어 차 있는 끝없이 넓은 호수와도 같은 곳이다.
이 생물체의 몸체 부분은 세 가지 주요 하위 조직과 매우 중요한 부속 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폰 노이만의 자기 재생산 오토마톤은 3 개의 구조가 공생하는 3 인조로 볼 수도 있다. 첫째, 구성 요소 A 는 일종의 공장으로 그 호수에서 물질들을 수집해 명령에 따라 조립하고 그 결과물을 또 다른 구성 요소로 공급한다.
이 삼총사의 두 번째 부분인 구성 요소 B 는 복사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 임무는 정보로 이루어진 명령을 읽고 그 명령을 복제하는 것이다.
구성 요소 C 는 제어 장치, 즉 컴퓨터 자체이다.
그리고 명령 자체는 구성 요소 D 에 해당한다. 이 명령은 길다란 열을 지어 배열되어 있고, 티커에서 자동적으로 나오는 티커 테이프 (역주 : 티커라는 기계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주식 시세나 뉴스와 같은 정보가 적혀 나오는 테이프) 처럼 판독된다. 물리적으로 이 명령은 톱니 장치 구조처럼 배열되어 있는 일련의 길다란 거더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접점에서 교차하는 거더의 존재 여부가 1 또는 0 으로 표시된다. 따라서 한 교차점에 거더를 놓으면, 테이프 상에 표시를 하는 것과 - 또는 컴퓨터 메모리 속에 하나의 비트를 기억시키는 것과 - 마찬가지인 셈이다. 거더로 이루어진 이 길다란 테이프를 판독하면 정보를 갖고 있는 이진 (binary) 숫자들을 번역할 수 있다. 거더의 열이 상당한 길이에 - 어쩌면 수 킬로미터 정도 - 달할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에, 그 정보의 성격은 극도로 복잡해서 한 권의 책 속에 들어 있는 정보 이상으로 복잡할 수도 있다.
자기 재생산이 시작되면, 오토마톤은 명령이 들어 있는 거더 테이프를 읽어 생명을 갖기 시작한다. 구성 요소 C 는 명령을 읽고, 그 명령을 복제자 (구성 요소 B) 에 공급한다. 원래의 명령은 그 곳에서 복사된다.
명령 테이프를 판독한 공장은 거대한 호수를 헤엄쳐 나가, 호수에 떠다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평가한다. 그것의 임무는 후손을 재생산할 수 있는 특정한 재료를 찾는 일이다. 적당한 재료를 만나면 손을 이용해 그 물질을 잡아, 다음 재료를 찾을 때까지 갖고 있는다. 두 번째 부분을 발견하면 첫 번째 부분과 결합시킨다. 조립이 끝나면 오토마톤은 두 번재 공장 즉 복제자와 컴퓨터를 만든다. 조립이 끝나면 오토마톤은 두 번째 공장 즉 복제자와 컴퓨터를 만든다. 그러나 아직 중요한 단계가 남아 있다. 폰 노이만의 사고 실험이 시대를 앞지른 통찰력과 탁월성을 입증해 준 것이 바로 이 단계이다. 모 복제자에 의해 간직된 길다란 거더 테이프, 즉 구성 요소 D 가 새로 탄생한 자식에게 삽입되었을 때 이 단계가 시작된다. 새로운 생물에게 재생산 (복제) 명령을 전달함으로써, 새로운 생물은 다시 이 과정을 반복할 수 있는 '번식력' 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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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연결된 거더들을 통해 폰 노이만의 운동학적 자기-재생산 오토마톤 속에 저장된다. 오토마톤은 무한한 호수에서 폐품처럼 떠돌아다니는 원료들 속에서 이 거더를 수집한다. 이 그림에서는 거더를 수직 방향으로 교차하는 거더가 하나도 없다. 따라서 이 거더들은 000000 으로 읽을 수 있다. 이그림에서는 톱니 모양을 한 첫 번째, 두 번째, 네 번째 꼭지점이 수직 방향 거더에 의해 교차되어 있다. 이 교차점을 '1' 로, 교차하지 않은 꼭지점을 '0' 으로 읽으면, 110100 으로 판독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무한한 숫자의 거더를 이용해서 무한히 큰 정보를 이진 부호로 바꾸어 저장할 수 있다. |
이러한 사건의 연속은 생물학적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친숙하게 들릴 것이다. 폰 노이만의 오토마톤은 DNA 분자의 발견이 있기 수년 전에 착안된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실제 생물체의 재생산 과정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폰 노이만은 몇 가지 반어적인 표현을 통해서 힉슨 강연회에 참석한 그의 청중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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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토마톤에 대한 기술은 몇 가지 매력적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일례로 그 명령 (테이프) 이 유전자의 기능에 대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복제 기구인 B 가 재생산, 즉 유전 물질의 복제에 근본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기능이 살아 있는 세포의 복제에서 근본적인 작용을 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계에서 일어나는 자의적인 변화가 돌연변이와 연관되어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성들을 (일반적으로는 치명적이지만, 그러한 특성을 부분적으로 변경시키면서 재생산을 계속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드러낸다는 사실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
다시 말하자면, 이러한 오토마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재생산을 할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 원래 상태보다 훨씬 복잡한 무엇으로 진화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 역시 우리와 동일하다.
폰 노이만의 가상적인 창조물을 하나의 가설로 받아들인다면, 왓슨과 크릭 그리고 그의 뒤를 이은 연구자들의 발견은 그 가설의 경험적인 확인에 해당하는 셈이다. 물리학자 프리만 다이슨의 말을 인용하자면, "우리가 아는 한, 바이러스보다 큰 모든 미생물의 기본적인 설계는 폰 노이만이 예상했던 구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 최초의 자기 재생산 오토마톤은 운동학적인 모델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것은 결정적인 결함을 갖고 있었다. 자손을 생산하는 과정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운동학적 모델은 보다 일반적인 구성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문제는 그 구성 요소들이 아직 내용을 알 수 없는 블랙박스 속에 싸여 있다는 점이다. 그 블랙박스는 매우 원시적인 것이고, 특정한 방식으로 움직이도록 미리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관찰자에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게 되는지에 대해 아무런 단서조차 주지 않는다. '팔' 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이 '감각 기관' 들은?
이러한 물음에 답변을 할 수 없다고 해서 폰 노이만이 뚫어 놓은 돌파구가 헛수고라는 뜻은 아니다. 영국의 유전학자 L. S 펜로즈가 간파했듯이, "폰 노이만의 연구 목적은 문제의 논리적 조건을 해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기계적 측면에서의 고도의 복잡성 여부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제로 폰 노이만은 그 장치의 구성 요소들의 작동 모델을 제작할 수 없었다 - 그러한 장치들은 보다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며, 그 후 수십 년이 지난 다음에도 그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수학자이자 생물학자인 월터 R. 스탈은 1965 년에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이론 상으로만 설계가 가능하다 …… 그러한 장치를 구성하는 부품들은 최소한 수억 개에서 수십억 개에 달할 것이다. 운동학적인 모델 역시 수학적 분석에는 적합치 못하다."
일부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은 훨씬 모호한 자기 재생산 구조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블랙박스에 담겨 있는 문제들을 한 쪽으로 비켜 놓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훨씬 단순화된 구조는 정신적인 고찰 이상의 존재라는 점에서 이점이 있었다. 그것을 만든 사람들은 극적인 단순화에도 불구하고 재생산된 무엇을 만든다는 사실을 매우 중요시했다. 그들은 생물체와 무생물체를 갈라 놓는 오해의 벽에 결정적인 구멍을 파 놓았다. 다시 펜로즈의 말을 인용해 보자. "어떤 물체가 스스로를 자기 재생산한다는 개념은…… 생물의 궁극적인 과정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마술을 부리는 듯한 느낌이다."
폰 노이만의 초기 추종자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인공 생명 연구자들은 그들의 연구를 훨씬 쉽게 만들어 줄 매우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직관과 반대되는 생각을 갖는다 하더라도, 특정한 자연적 경향성은 - 가령 우주의 법칙들 - 실질적으로 자기 재생산과 같은 현상을 부추기는 것처럼 생각된다. 이러한 실험자들의 노력은 여러 과학 이론과 실험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 주었다. 특히 인공 생명 연구에 매우 중요한 복잡성 (complexity) 이론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점에서 폰 노이만은 다시 한번 놀라운 통찰력을 입증했다. 자연계에 대한 그의 연구가 그에게 탁월한 예견 능력을 주었음이 분명하다. 그 통찰력이란 생명이 정보 분만 아니라 복잡성에도 그 토대를 두고 있다는 직관적인 파악이다. 카오스 (혼돈) 이론 (주석 : 카오스란 어떤 계가 확실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하고 불규칙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계의 움직임을 다루는 이론을 포괄적으로 카오스 이론이라 부른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비선형적인 특성을 가지며, 극히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것은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한 의존성이라 부른다. 카오스 이론은 복잡성 이론, 자기 조직 이론 등과 밀접히 연관된다. 따라서 이 이론들은 별개의 이론이 아니라 하나의 큰 틀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과 비선형 동역학적 계의 이론이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폰 노이만은 오늘날에서야 생물의 이해에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그 이론들의 상호 연관성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생명이 복잡성의 특정한 양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복잡성이 특정한 임계량에 도달하면, 대상들은 무제한적인 방식으로 재생산을 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자신과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어 낼 뿐 아니라 더 복잡한 대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좋은 예는 진화의 경로이다. 진화에서 상대적으로 단순한 단세포 생물은 포유류와 같은 더 복잡한 유기체로 발전해 나간다. 복잡성의 임계량에 못 미치면, 유기체는 재생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쇠퇴의 운명을 안게 된다. 이러한 개념은 로켓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탈출 속도를 연상하게 한다. 탈출 속도에 못미치면 우주선은 지구의 인력 때문에 추진력을 잃고 지상으로 떨어져 내린다.
이러한 생각이 생물학자들에게 주는 암시는 곧 매우 분명해졌고, 생기론자들이 불러 대는 지루한 노래에 적절한 반격을 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었다.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할 수 있는 신비스러운 생의 약동은 존재하지 않지만, 일종의 생명력으로 간주할 수 있는 (생물학적 계에 없어서는 안될) 무엇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복잡성이다.
그 외에도 생명의 탄생에는 복잡성의 이론과 연관된 다른 요소가 관여한다. 그것은 자기 조직 (self-organization) 이라는 개념이다. 인공 생명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연구자들은 자기 조직이 자연 속에서 아직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힘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힘은 계들이 복잡성을 더해 가게 만드는 진화적인 체제를 강화시키는 힘이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언뜻 보기에는 가망성이 없는 확률처럼 보이지만, 생명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고자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생명의 출현은 마술이 아니며, 자기 재생산이 가능한 대상이 등장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자연의 재료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전혀 예상치 않았던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은 많았다. 1950 년대 말엽에 브룩클린 대학의 물리학자 호모 야콥슨은, "과학자들이 명백한 비생물적 모델을 이용해서 살아 있는 생물의 특성을 대부분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빠져 있는 중요한 예외는 재생산이었다. 그래서 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그 중에서도 특히 H.O 정밀 철도 모형을 이용해서 이 실수를 바로잡으려 했다.
그는 몇 개의 대피선 (역주 : 단선 철도에서 한 열차가 지나는 동안 충돌을 막기 위해 다른 열차가 피해 있을 수 있도록 마련된 선로) 을 갖춘 원형 철도에 자기 추진력을 갖는 두 가지 유형의 유개화차를 달리게 했다. 그는 각각의 화차를 머리 (head) 와 꼬리 (tail) 라고 불렀다. 완전한 유기체는 이러한 유형의 특정한 배열로 구성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모형 철도에 연결 (커플링), 연결 해제, 전철 등의 몇 가지 간단한 규칙을 부여했다. 그러자 일관된 결과가 나타났다. 그가 출발점으로 삼았던 완전한 유기체는 계 속에 들어있는 임의의 화차들을 다른 완전한 유기체 - 즉 후손에게 - 속으로 들어가게 조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엉성한 장난감을 이용한 야콥슨의 실험은 폰 노이만의 자기 재생산 오토마톤의 핵심적인 행동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이와 유사하게, 앞에서 언급했던 유전학자 펜로즈와 그의 아들 로저 펜로즈는 자기 재생산하는 구조의 독창적인 계를 만들었다. 그들이 재료로 삼은 것은 이상한 모양으로 자른 베니어판 조각들이었다. 이 나무 조각들에 나 있는 여러 가지 홈이 맞으면 서로 결합되도록 되어 있었다. 이것은 특정한 분자들끼리 합쳐지거나, 면역 체계의 세포들이 침입자 바이러스들에게 달라붙는 현상과 마찬가지였다.
여러 차례의 반복을 거치자, '씨앗' 이 - 특정 상태에서의 여러 개 나무 조각들의 결합 - 다른 조각들과 임의적으로 부딪친 결과 (가령 나무 조각들을 상자 안에 가득 넣고 힘껏 흔드는 방법 등으로) 이 계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나무 조각 집합들이 나타나는 정도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아버지 펜로즈는 이론 상으로 실제의 진화적 행동이 나타날 수 있는 유사한 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실제로는 그처럼 정교한 구성을 획득할 수 없다. 우리는 기생충을 만드는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그러나 바이러스만큼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다."
이 간단한 실험은 폰 노이만의 운동학적 오토마톤의 원리를 이용해서 생명의 힘을 타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실험으로 몇몇 과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끌어낼 수 있는 엄청난 이점들에 대해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들의 계획은 무척이나 대담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실행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폰 노이만이 이 분야에 불어넣은 자신감을 무기로 삼아, 그들은 힘차게 밀고 나갔다.
이러한 제안 중 첫 번째 것은 에드워드 F. 무어의 '살아 있는 인공 공장' 이었다. 무어의 가상 창조물은 떠다니는 공장, 즉 제트 추진으로 동력을 얻는 오징어 비슷하게 생긴 사지를 가진 거대한 거룻배였다. 그 공장의 논리적인 작동은 폰 노이만의 개략적인 구상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다.
일단 해안에 나오면, 이 살아 있는 공장은 바다와 해안, 그리고 공기 중에서 필요한 원료를 빨아들인다. 마치 살아 있는 식물이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을 흡수하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이다. 에너지는 자신의 부품들을 만들기 위해 원료를 정화시키는 데 보내진다. 무어는 이렇게 쓰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기계는 배선, 솔레노이드, 기어, 나사, 릴레이, 파이프, 탱크 등의 부품들을 만들고, 그 부품들을 조립해 자신과 동일한 기계를 만든다. 그런 다음에는, 그 기계들이 더 많은 복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공장의 명령 테이프에는 2 차적인 임무를 프로그램할 수도 있었다. 그것은 재생산 과정의 부산물과 같은 것이었다. 그로 인한 결과물은 그 공장의 제작자와 발명자에게 천문학적인 보상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공장이 자신의 복제물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양 이상의 광물을 채취하는 식이다 (예를 들자면 마그네슘을 채굴하는 무인 광산이 되는 셈이다). 또는 자기 재생산에 필요하지 않은 담수와 같은 생산물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공장이 일반적인 공장과 다른 차이점은, 인공적인 살아 있는 공장은 스스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다른 공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 아마도 수천 개는 복제할 수 있을 것이다 - 하나의 공장만으로도 거의 무한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무어는 자신이 고안한 공장이 "폰 노이만의 고안물보다 훨씬 복잡하고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 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자신의 인공적인 살아 있는 공장에 대해 이렇게 썼다. "지하실에서 혼자 연구하는 발명가의 노력으로 그 공장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이 괄목할 만한 설계를 10 년 이내에 해결하는 데 7,500 만 달러 이상의 자금은 - 1955 년이라는 시점에서도 대규모 과학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비용으로는 그리 많지 않은 금액이다 -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리고 그는 설령 그 해결책이 혁신적인 화학적 과정들을 필요로 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과정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일은 인간을 다른 행성에 보내는 것보다는 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후 인간은 달에 착륙했다. 그러나 아무도 인공 생명 공장에 투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 아이디어는 계속 살아남아, 프린스턴 대학 부설 고등 학문 연구소의 프리만 다이슨은 일련의 사고 실험을 통해 자기 재생산하는 오토마톤이라는 개념과 씨름을 벌였다. 그 중 한가지는 무어의 공장 계획에서 직접적으로 유래한 것이었다. 다이슨은 한편으로 그 공장에서 생산된 담수를 사막에 공급해서 옥토로 바꾸는 광경을 상상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망가진 수천 개의 공장들이 해안에 즐비하게 누워 있는 끔찍한 생태학적 비극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이슨은 그의 상상의 무대를 우주 공간으로 돌려, 자기 재생산하는 오토마톤을 눈 덮인 토성의 제 2 위성 엔켈라도스로 보내는 계획을 꿈꿨다.
그의 계획에 따르면, 이 특수한 기계는 멀리 떨어진 태양의 에너지를 이용해, 태양 에너지로 추진되는 범선들을 무수하게 제작하는 공장들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범선들은 저마다 얼음 덩어리를 싣고 온다. 얼음을 가득 실은 범선 군단은 화성으로 기수를 돌린다. 화성의 대기권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얼음 덩어리는 녹을 것이다. 다이슨은 얼음에서 나온 수증기들이 태양에서 네 번째에 위치한 이 행성의 대기를 데워 줄 것이고, 그 결과 생물이 탄생할 수 있고 농경이 가능한 안락한 온실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적절한 가격으로 단 한 차례만 한정된 숫자의 하드웨어를 제작하면 무한한 수익, 또는 최소한 인간의 기준으로 볼 때 어마어마한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다이슨은 그러한 이익이 자연적인 과정으로서가 아니라 그 동안 축적되어 온 지식에 대한 일종의 반역이나 침해의 결과로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려했다. 어떤 것들은 과거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에서 창조되었다 (역시 자기 재생산 계를 연구했던 프린스턴의 물리학자 테드 테일러가 그 기계들을 '산타 클로스 기계' 라고 부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한 발전들은 땀과 힘든 노동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들이었다.
그렇지만 누가 산타 클로스를 믿겠는가? 우리의 직관, 그리고 우리의 경험적 회의주의는 그런 행운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폰 노이만식 사고 실험은, 생명이라는 현상이 궁극적으로는 공짜 점심과 같은 것이라는 식의 주장을 통해 보다 큰 유연성을 획득한다. 즉, 그런 주장은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엔트로피의 법칙 (주석 : 엔트로피란 물질계의 열량과 온도와 같은 열역학적 양의 하나이다. 사용 가능한 에너지가 많고 질서도가 가장 높은 상태는 엔트로피가 가장 낮은 상태이며, 에너지가 가장 적고 질서도가 가장 낮은 상태는 엔트로피가 가장 높은 상태이다. 우주에 있는 에너지의 총량은 일정하며 (열역학 제 1 법칙)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만 변화한다 (열역학 제 2 법칙). 즉,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변화한다. 따라서 질서 역시 질서에서 무질서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집은 시간이 흐르면 낡아 결국 허물어진다 (질서에서 무질서로).) 과 같은 불변의 법칙들을 조롱하는 것이다.
열역학 제 2 법칙에 따르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에너지는 방산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무질서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생명은 열역학 제 2 법칙과는 무관한 듯한 행동 양식을 보인다. 생명은 시간이 흐를수록 질서도를 높여 간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생명의 역사는 가장 단순한 초기의 생물 형태에서 시작되어 질서도와 복잡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궤적을 보여 주었다. 폰 노이만이 주장하듯이, 생명의 진화적 특성은 명백히 열역학 제 2 법칙을 - 최소한 국부적인 기반에서는 - 무시하고 있다 (물리학자들은 전체 우주라는 관점에서 볼 때, 실제로는 에너지와 질서가 방산되고 있다는 주장으로 이 모순을 설명하고 있다. 이 특수한 온실 안에서 유리창에 코를 박은 채 전체 우주를 관찰할 수는 없다. 보다 큰 렌즈를 통해서 볼 때에만, 생명의 자기 조직이라는 특성이 열역학 제 2 법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법칙의 실행을 돕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폰 노이만의 자기 재생산하는 기계가 갖는 가공할 만한 매력은 그 장치가 이러한 힘에 마구를 채울 수 있다는 데서 연유한다. 그 힘은 열역학 제 2 법칙에 뚫려 있는 가상의 허점이다. 생명력을 이루는 절대적인 요소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구한 시간을 통해 생물들이 복잡성을 증대시키고, 우주 속의 특정한 영역의 질서도를 높일 수 있었던 고유한 능력은 분명 존재한다. 따라서 만약 우리가 생물을 창조한다면, 우리는 우리들의 힘을 지수 함수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만드는 창조물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능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슨은 그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 문제는 20 세기의 가장 중심적인 관심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 전망은 너무도 가공할 것이어서 자칫 그 가능성을 간과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거나, SF 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는 식으로 무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에는 SF 작가들의 머리 속에서나 가능했던 발명들이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폰 노이만의 운동학적 모델에 활기를 불어넣은 가장 정교한 제안들의 운명도 그와 흡사했다. 달에 자기 재생산하는 공장을 세우자는 제안을 담은 1980 년의 NASA 의 연구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1980 년, NASA 는 미래의 우주 탐사 계획에 이용될 고등 오토마톤과 로봇 장치들의 역할을 결정하기 위한 10 주 연구 프로그램에 자금을 제공했다. NASA 는 18 명의 대학 교수들을 초빙해 15 명의 프로그램 엔지니어들과 공동 작업을 하게 했다. 그들은 네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각각의 그룹에 대해 먼 미래에 이루어질 수 있을 탐사 계획의 실행 가능성을 설명해 주었다. 미션-IV 그룹은 폰 노이만의 자기 재생산 기계가 달,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주 전체를 식민지로 만드는 대사업에 이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개괄해 주었다.
'자기 재생산 계 개념 팀 (SRS)' 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연구 그룹의 리더는 리처드 레잉이었다. 그는 1956 년에 18 세기 영국 문학 연구를 그만둔 뒤, 미시건 대학에서 '컴퓨터 논리 그룹' 을 구성하게 되는 컴퓨터 과학자들을 위한 기술적 저작물을 쓰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생물학적 계와 자연계 사이의 중첩이라는 주제를 둘러싼 토론이 이루어졌고, 레잉은 그 개념에 깊이 매료되어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그룹의 정규 멤버가 되었다.
그는 폰 노이만의 오토마톤이 내포하고 있는 함축성을 연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오토마톤이, 자신의 구조에 대한 정보를 유전적 테이프 상에 저장하지 않고 자기 검토 (self-examination) 라는 과정을 통해 데이터 그 자체를 공급할 수 있는 회로를 이론적으로 제안했다. 이것은 그 기계의 진화가 엄격한 다윈적 진화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라마르크가 생각했던 진화에 접근한다는 것을 뜻했다.
라마르크는 생물이 자신의 획득형질을 후손에게 유전시킨다고 믿었다. 라마르크의 학설은, 약 1 세기 전에 쥐의 꼬리를 수 세대에 걸쳐 계속 절단하는 실험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계속 꼬리를 잘랐지만, 새로 태어나는 세대는 항상 건강한 꼬리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그 후에 이루어진 분자 생물학적 발견을 통해 라마르크의 진화관은 사실이 아님이 입증되었다. 그러나 레잉은 인공적으로 탄생한 생물은 실제 생물과 전혀 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1980 년에 레잉은 미시건을 떠나 그의 아내가 일자리를 얻은 오리건 주로 이주했다. 그때 시기 적절하게도 NASA 의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여름 학기를 위해 산타 클라라 대학에 도착했을 때, 그는 그가 속한 연구팀의 다른 세 명의 연구원들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 2 차 대전 이후에 새로 발족한 미항공우주국에 의해 수입된 독일의 젊은 로켓 과학자인 게오르그 폰티센하우젠, 법학 박사 학위를 소지한 과학자인 로버트 A. 프라이타스 2 세, 그리고 NASA 의 엔지니어인 로저 클리프가 그들이었다. 그들의 첫 번째 연구 과정은 아이디어로 충만했다. 따라서 레잉은 그들에게 빨리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와 그들이 토론했던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자고 종용했다.
레잉의 말에 따르면, SRS 연구팀의 전혀 새로운 계획들은 여름연구에 참여하는 지도적인 과학자들을 얼마간 불안스럽게 만들었다고 한다. 단단한 과학적 토대를 기초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분명 SF 적인 요소를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황금 양털을 찾겠다는 식의 무모한 계획으로 길을 잘못 든 외계 지성 탐사 계획 (SETI) 에, 수년 동안 쏟아 부어지던 자금 지원을 동결시킨 장본인인 윌리엄 프록스마이어의 그림자가 이 계획에도 위태롭게 드리워졌고, 그 방법론이 어리석은 망상에 빠져 있다고 생각되는 모든 연구 프로젝트를 위협하고 있었다.
따라서 연구팀은 끊임없이 서류를 제출해 그런 식의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야 했고, 전화통을 붙잡고 워싱턴에 자신들이 이룬 진전을 5 분짜리 낭송시로 읊어 대야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를 나긋나긋하게 만드는 재주를 부려야 했다. 따라서 인격화라는 불쾌감을 줄 우려가 있는 자기 재생산 공장이라는 표현 대신 자기 복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SRS 연구팀은 '기계의 자기 복제와 성장이 실행 가능한 궁극적인 목적' 임을 선전하기 위해 안간 힘을 썼다. 한 가지 어려운 문제는 '완전 자급' 에 대한 묘책이었다. 다시 말해서 이 의사 생물체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성장과 물질 대사, 그리고 재생산을 위한 물질을 모두 얻을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었다. 다른 유기체와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공장은 적당한 물리적인 요소 뿐 아니라 충분한 에너지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스템이 - 역시 독립적인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 자손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생성시키고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않는 한 완전한 자급이란 목표는 달성될 수 없다.
완전 자급은 극히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였다. 정교한 마이크로 전자 부품이나 고도의 정밀도로 제작된 볼 베어링과 같은 부품들은 엄청나게 복잡한 생산 공정을 필요로 할 것이다. 따라서 연구 그룹이 자체적으로 계산한 추정치에 의하면, 필요한 물질의 90~96 % 정도가 원료 상태에서 공장내의 처리 과정을 통해 획득될 수 있었다. 나머지 4~10 % 는 지상에서 공급해 주어야 했다. 연구팀은 자체 생산이 불가능한 이 요소들을 '비타민 요소' 라고 불렀다. 마찬가지로 가령 정보의 폐쇄성이 불완전하다면, 폰 노이만의 유전적 테이프에 상응하는 어떤 것에 의해 프로그램된 행동이 환경의 변화를 고려에 넣지 못한다면, 역시 정보라는 비타민이 지상의 감시자들에 의해 공급될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더라도, 불완전한 자급성은 자기 복제 공장이라는 체제가 가질 수 있는 개념적인 힘을 상당한 폭으로 제약하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완벽한 자급성을 획득할 때만 가상의 살아 있는 공장은 완전히 독자적인 유기체가 될 수 있다.
레잉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이 자기 복제 공장을 만들 수 있는 돈을 가질 수만 있다면, 다시는 돈이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은 우주를 차지할 테니까요."
미션 IV 그룹은 자기 복제 시스템이 5 가지 형태의 기계적 행동을 나타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생산, 재생산, 성장, 진화, 그리고 자기 수리가 그것이다. 연구팀은 두 가지 상세한 설계를 제공했다. 이 설계도는 마치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신기하다. 그러나 이 설계도는 과학적 인용으로 보강되어 있고, 갖가지 삽화와 도표로 무장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보고서라는 점에서 소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최초의 설계는 '행성이나 그 위성의 표면에 배치될 범용 자기 복제 공장이라는 완전한 오토마톤' 에 대한 것이었다. 이 설계는 거의 모든 내용을 폰 노이만에게 빚지고 있다. 그 오토마톤은 부품들로 가득 차 있는 무한한 호수라는 정신의 영역 대신, 아무도 살지 않는 행성이나 위성이라는 신 개척지에서 필요한 원료를 얻는다. 그 공장은 채광을 통해 원료를 공급받는다. 지휘 본부로부터 무선으로 제어되는 굴삭기, 적하기, 운송 차량 등은 실제로 이 생물체의 수족인 셈이다. 채굴된 원료들은 분석과 분류 과정을 거쳐 원료 창고로 보내진다. 거기에서 원료는 각 부분을 제조하는 공장으로 보내진다. 그 공장에서는 최종 생산물 (우리가 공장에서 생산하고자 하는 모든 산물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백금괴에서 컴팩트 디스크 플레이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생산물을 상상할 수 있다) 분 아니라, 재생산할 공장들의 부품도 제작된다. 이렇게 생산된 부품들은 부품 창고와 생산 설비 양쪽으로 보내진다.
총괄 지휘 본부에서 - 폰 노이만의 모델에서는 컴퓨터에 해당한다 - 복제 지시가 떨어지면, SRS 는 엄격히 폰 노이만의 규칙에 따라 3 개의 공장을 재생산한다. 이것이 유전적 청사진이 전달되는 최종 단계이다. 그런 다음 부모로서의 임무를 다한 원래의 공장은 재생산 능력을 잃게 되고, 그 후에는 단지 생산 설비로서의 역할만 맡게 된다. 새로 탄생한 세 개의 공장들이 다시 자기 재생산을 통해 모두 13 개의 공장으로 이루어진 복합체가 탄생한다. 나중에 탄생한 "SRS 공장들은 선적할 생산품들을 만드느라 바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설계는 '달에 설치될 성장하는 생산 설비 (LMF)' 이다. 이 경우는 닭이 아니라 달걀에서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100 톤이나 되는 구형의 씨앗에서 시작한다. 그 씨앗의 내부에는 특수 목적 로봇들이 무수히 들어 있다. 달의 적절한 둥지 (조건이 맞는 지형) 에 도착하면, 이 씨앗의 껍질이 열리면서 그 속에 들어있던 로봇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중에는 채광 로봇, 채집 로봇, 중간 처리 로봇 등이 포함되어 있다.

화가가 그린 '자기-복제 달 공장'
이들 분주한 일꾼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조업 개시를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소형 태양 발전 설비를 건설하는 일이다. 그런 다음에는 척후 로봇들이 공장을 건설할 최적 후보지를 찾는다. 다른 로봇들은 자동 무선 레이더의 네트워크를 설치하고 제어 시스템을 수립한다. 그리고 채광 로봇들이 지면을 다지고, 포장 로봇들이 공장 건설을 위한 기초를 닦는다. 가장 먼저 씨앗의 결실을 맺는 데 필요한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태양 광선을 받을 수 있는 거대한 덮개를 제작한다. 약 1 년이 지나면 배가 성장해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하고 제어 프로그램은 지시에 따라 무엇이든 생산할 수 있게 된다.
SRS 연구팀은 이 대목에서부터 여러 가지 선택을 제공했다. 공장은 원래의 부지를 넘어 확장될 수 있다 (그들은 대략 30 억 개의 공장으로 달 표면을 가득 덮을 수 있으며, 그렇게 될 경우 달 전체가 공장으로 빽빽이 들어찬 단일 산업 기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에너지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일종의 우주 산업 기지인 셈이다). 또는 다른 공장들을 위해 로봇으로 가득 찬 씨앗들을 만들 수 있으며, 태양계내에 다른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씨앗을 운반할 로켓을 제작할 수도 있다.
이것은 투자에 비해 엄청난 수익을 되돌려 줄 수 있는 사업이다. 목성이나 토성에서의 희귀한 동위 원소, 토성의 제 6 위성의 탄화수소, 소행성대에 널려 있는 중금속을 얻을 수 있고 게다가 공장들이 여러 개의 감시용 탐사선들을 발사하도록 프로그램할 수도 있다. 태양풍으로 추진력을 얻는 이 탐사선들은 "사람들이 사는 거주지, 생산 설비, 그리고 지구에 접근하는 천체를 추적하고 필요시 경보를 발할 수 있도록" 설계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폰 노이만식 기계들이 태양계내에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씨앗들은 불사라는 장점을 가지기 때문에, 항성간 여행이라는 상상할 수 없이 긴 기간을 견뎌 낼 수 있다. 미션 IV 그룹은 태연한 어투로 이렇게 말한다. "재생산 능력을 갖는 탐사선들은 약 1 만년 동안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수백만 개의 항성들을 직접 탐사할 수 있으며, 은하계 전체를 조사하는 데는 106 년 이하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 방대한 사업을 위해 사람에게 요구되는 초기 투자는 자기 재생산 능력을 가진 단 하나의 탐사선에 불과하다." 자기 재생산 계 개념 팀 (SRS) 은 무표정한 얼굴로 지금까지 기록으로 남은 인류 역사보다 10 배나 긴 시간 규모로도 끝나지 않을 계획을 제안했다. 물론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한 시간 지연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러한 시간 규모에서 생각할 때, 사람들은 흔히 생명이 없는 기계가 텅 빈 우주 공간을 여행하기 위해 수세기를 보내는 광경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주장이 갖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SRS 연구팀은 그러한 기계들을 단순히 특정 종류의 공장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물체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레잉과 그의 동료 연구자들을 괴롭히는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생물이란 자기 스스로의 목적을 추구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우리가 만들어 낸 피조물들이 우리 자신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인류와 경쟁을 벌이는 종으로까지 진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제 고도로 발달된 기계들이 나타낼 수 있는 여러 가지 행동, 그리고 '기계의 사회학' 에 대해 진지한 검토를 시작해야 할 시기이다…… 우리 후손이 될 인류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첫째로, 무어가 자신의 살아 있는 인공적 공장에 대한 논문에서 제안했듯이, 숫자의 제어라는 문제가 있다. 지나친 재생산을 막기 위해서는 태어날 때부터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제어 장치를 내장시켜야 한다. 그 장치는 재생산 주기가 일정한 회수만큼 진행된 이후에 작동을 시작한다. 그렇지만 여러 지역으로 분산된 공장들의 재생산이 계속될 수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가능한 해결책은 포식자이다. 내셔널 파크 서비스 (역주 : 미국 내무부 산하의 기구로 국립 공원, 자연 박물관 등을 관리한다) 처럼 우리도 특정한 종을 대상으로 한 포식 기계를 사육할 수 있다. 또는 과잉으로 증식된 공장이나 기계들을 처치하는 '범용 해체 기계' 를 제작할 수도 있다.
그리고 소위 '제거 불능 (unpluggability)' 이라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컴퓨터나 기계 장치들과는 달리 자기 재생산 시스템들은 일정한 독자성을 갖고 있어서, 기계가 고장을 일으켰을 때 마지막 처치 수단에 대한 - 가령 기계를 끈다거나 전원 플러그를 뽑는 등의 - 고려를 애매하게 만들 여지가 있다 (가장 좋은 예로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HAL 컴퓨터 (주석 : 클라크의 SF 『2001 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최고의 지능을 갖춘 컴퓨터. 소설 속에 등장하는 우주선은 HAL 컴퓨터를 두뇌로 갖는 하나의 로봇이라 할 수 있다. HAL 은 항로, 통신, 비행사들의 생명 유지 장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제어하고, 심지어는 비행사들의 심리 상태까지 분석할 수 있다. HAL 은 자신의 기능에 의구심을 품는 비행사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임무 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려서 오직 임무를 완성시키기 위해, 그리고 그를 위한 자신의 방어를 위해 우주 비행사들을 차례로 살해한다.) 가 고장을 일으켜 컴퓨터의 동력을 차단하려는 우주 비행사 데이브에게 했던 대응을 들 수 있다). 그들의 음울한 결론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일단 어느 정도 이상으로 발전한 다음에는, 자율성을 획득한 인공 지능 종들의 플러그를 뽑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문제는 - 물론 기계가 아닌 우리 입장에서만 문제일 뿐이며, 자기 복제 기계의 입장에서는 이익이다 - 진화가 기계들에게 (그 창조자인 인간들이 아니라) 유리한 행동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불가피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자기 재생산 시스템의 창조자가 지구에서 발신되는 신호에 따라 동력을 차단시키는 프로그램을 기계에 입력시킨다고 가정하자. 그렇게 될 경우, 진화 과정에서 스위치 차단 명령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기계들은 그렇지 않은 기계들에 비해 엄청난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위치 차단 명령을 무시하는 유전적 경향은 기계들의 유전적 풀 속에서 빠른 속도로 증식하게 될 것이다.
반면 우리는 스스로가 만든 재생산 시스템이 진화적 적응성을 갖기를 원할 것이다. NASA 의 보고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그 시스템이 어떤 혼란에 빠지게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시스템에 항상성 유지 능력 뿐만 아니라 특정한 목적까지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독자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가질 수 있으며, 문제가 발생해도 인간의 조력을 전혀 또는 거의 받지 않고 스스로 작업 순서를 복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두 가지 방법으로 실현될 수 있다. 하나는 기계가 학습 능력을 갖거나, 오랜 시간에 걸쳐 적응성을 고도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다. NASA 의 과학자들은 후자를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은 자기 재생산 기계가 궁극적으로는 사회 생물학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분명한 사례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사회 생물학자들은 사회적 행동의 발전에서 진화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러한 논의는 미래의 우주 탐사에서 오토마톤이 맡게 될 역할에 대한 연구 범위를 훨씬 넘어선 것이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아직 아무도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는 주제에까지 연구를 확장시켰다. 그것은 자기 재생산 기계의 제작에 수반되는 철학적, 윤리적, 종교적 고려 사항에 대한 문제였다. 그들이 제기한 문제의 범주는 놀랄만큼 방대한 것이었고, 그 중 일부는 터무니없다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우리는 그런 문제들을 제기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으로 되돌아가, 그들은 기계가 영혼을 가질 수 있는지 또는 기계가 영혼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렇게 묻는다. "자기 재생산을 하는 진화하는 기계가 (인간에 대해) 신이라는 개념을 가질까? 아니면 단지 진화의 측면에서 자신들보다 앞선 선조정도로 생각할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일은 SRS 연구팀의 과제 중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주제일 것이다. 우리가 만든 인공 생명 기계들은 우리 인간들과 공생 관계로 얽혀 있으며, 영겁을 통해 함께 진화해 나갈 동반자인 것이다. 그들은 거대한 사물의 계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류의 위치가 '생물학적인 중간역' 이나 '진화의 막다른 골목' 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인류가 진화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리는 불행한 사태를 피하려면 - 그들의 표현을 빌자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흠잡을 데 없는 우리들의 후손인" - 자기 복제 시스템에 의존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실리콘과 쇠로 만들어진 우리의 후손이 인류를 -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물론이고 - 시대에 뒤떨어진 폐품으로 전락시킬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은 낙관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들은 인류가 이미 그러한 기계들을 만들기 시작한 사실을 옹호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들의 낙관적인 태도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인류가 (보다 큰 시스템 속으로의 통합이라는 희생을 치른 대가로) 불사의 꿈을 달성할 수 있는" 거의 영원에 가까운 공존을 상상했다.
인류의 멸종이라는 가능성을 인정한다면, 최소한 "수십억 년 전 지구 상에서 일어났던 식물계와 동물계의 분리에 필적할 만한" 중요한 사건을 놓고 NASA 의 SRS 연구팀은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할 수 있는 자금 지원을 인내심 깊게 기다렸다. 연구 보조금 지급을 위한 첫 단계는 MIT, 카네기 멜론, 포드 항공 우주 연구소와 같은 연구 센터에서 이루어지는 타당성 평가와 기술 평가 작업이다. 그들은 연관된 연구 제안서를 위한 견본 청원서를 작성하기까지 했다. 제안서 작성이 끝나자, 연구팀은 NASA 측에게 즉시 간단한 자기 재생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실험용 로봇 개발에 착수해 달라고 제안했다.
레잉의 말에 따르면, NASA 관계자들은 그 계획에 마음이 끌렸고, 실제로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1983 년에 레잉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우주 개발 계획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의 구상이 달에서의 자기 재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집중적 투자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레이건의 담화는 엉뚱하게도 스타워즈 계획 (지구 대기권에서의 미국의 전략 방위 구상) 에 대한 것이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폰 노이만은 해결되지 않는 블랙박스 문제 때문에 자신의 운동학적 모델에 만족하지 않았다. 가까운 장래에는 밝혀지지 않을 블랙박스 문제가 그의 창조물을 정신의 영역에 한정시켰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폰 노이만에게도 큰 딜레마였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노이만의 오랜 친구이자 탁월한 수학자인 스태니슬라브 울람의 제안에 의해 해결되었다.
두 사람의 우정은 폰 노이만이 울람의 고향인 폴란드를 방문했던 1937 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의 관계는 전쟁 기간 동안 로스앨러모스에서 단단하게 다져졌다. 그 곳에서 두 망명자는 맨해튼 프로젝트 (원자 폭탄 개발 계획의 암호명) 의 핵심 인물로 활동햇다. 울람 역시 노이만과 마찬가지로 오토마톤 이론에 큰 관심을 가졌고, 실제로 자기 재생산하는 인공 오토마톤의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기도 했다.
폰 노이만이 블랙박스 문제에 직면하자 울람은 호수에서 헤엄치는 생물의 은유를 폐기하라고 제안했다. 울람은 그 대신 결정이 다른 환경 하에서, 즉 장기판과 같은 배열을 가진 무한한 격자상에서 성장하는 현상을 끌어냈다. 격자 상의 각각의 사각형은 본질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유한 상태 기계에 해당해서 일련의 동일한 법칙들에 따라 움직인다. 격자의 배열은 똑딱거리는 불연속적인 시간 단계에 다라 변화해 나간다. 모든 셀은 상태라고 알려져 있는 정보를 가질 것이고, 매 시간 단계마다 주위의 다른 셀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규칙표 (rule table) 에 따라 다음 시간 단계의 상태를 결정짓는다. 이 격자 상에 위치한 셀들의 집합을 유기체 (생물체) 라고 볼 수도 있다.
울람의 이 발상은 폰 노이만의 관심을 끌었다. 이 격자 상의 공간에 위치한 생물체는 순수한 논리적 산물일 것이다. 그와 연관된 모든 사실은 수학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 그 생물체는 논쟁의 여지없이 실현될 수 있고 증명이 가능하다. 그것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 울람의 제안을 뼈대로 삼아 폰 노이만은 자신의 운동학적 자기 복제 오토마톤을 '세포 자동자 (CA, cellular automation)' 라 불리는 것으로 다시 구체화시켰다 (이 명칭은 그 현상에 대한 폰 노이만의 논문을 편집했던 아서 버크스가 만들었다. 원래 울람은 모자이크 구조라는 명칭을 사용했었다. 모자이크 구조란 목욕탕에 깔린 타일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배열을 뜻한다).
폰 노이만이 자기 재생산 오토마톤을 구체화시킨 셀 모형은 끝없이 이어지는 장기판에서 출발한다. 그 장기판 위에는 무수한 사각형 칸, 또는 셀들이 있다. 그리고 그 셀들의 상태는 정지 상태, 비활성 상태, 본질적으로 텅 빈 화폭과도 같은 상태이다. 폰 노이만은 그 화폭 위에 상징적으로 괴물을 하나 그렸다. 그 그림은 격자 상에서 20 만 셀을 차지하는 크기였다. 숫자에 의해 그려진 그림 풍경이라는 점에서, 그 생물의 미세한 세부는 여러 셀에 서로 다른 '색깔' 로 표현되엇다.
그것은 셀들의 특정한 상태를 교묘하게 배합한 것이었다. 셀들의 상태는 표현된 생물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실제로 생물 그 자체를 규정짓는다고 할 수 있다. 그 생물의 모습은 꼬리를 가진 상자와 같았다. 폭 400 개, 길이 80 개의 셀로 구성된 상자 속에는 자신의 운동학적 모형의 구성 요소 A, B, C (즉 공장, 복제자, 그리고 컴퓨터) 의 기능을 복제하는 하위 생물체 (suborganism) 가 들어 있다. 이 상자는 전체 생물체 크기의 4 분의 1 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각형 칸 (셀) 들은 꼬리, 즉 청사진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꼬리는 마치 뱀처럼 일렬로 늘어선 15 만 개의 셀로 구성되었다.
헤엄을 치면서 필요한 구성 요소를 흡수하는 대신, 이 기계의 재생산 과정의 상징은 자신의 세력권을 찾고 그 세력권을 변형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아이들이 즐기는 땅따먹기 놀이를 연상시킨다.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이것은 자연적인 재생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물리적 해석인 셈이다. 새로운 실재를 구성하는 원자와 분자들, 즉 그 자손들은 주변 환경에서 획득될 수밖에 없다. 실제 생물체와 매우 흡사한 이 개념은 생물체에 속하지 않는 (조직되지 않은) 물질을 흡수해서 생물의 고도로 복잡한 조직 속으로 통합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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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노이만의 자기-재생산 세포 자동 조작의 개념도. 테이프 (그림 상에서는 생략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 테이프는 격자 상에서 15 만 셀 이상의 길이로 뻗어 있다) 상에 있는 셀들에 의해 규칙이 실행되면, 이 유기체의 몸체에 해당하는 셀들의 상태 변화는 이전에 안정적이었던 셀들의 상태를 변화시킨다. 먼저 작업용 팔이 뻗어 나온다. 그리고 새로운 유기체의 몸체가 형성된다. 그리고 마침내 두 개의 동일한 패턴이 탄생한다. 두 패턴은 똑같은 모습이고, 모두 폰 노이만의 설계에 의한 자기-재생산 오토마톤이다. 여기에서 재생산은 자연계의 재생산과 똑같은 방식으로 완성되었다. |
거대한 세포 자동자 장기판 위에 표현되었던 폰 노이만의 자기 재생산 오토마톤은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각각의 개별적인 셀들은 유한 상태 기계 (FSM) 처럼 자신에게 부여된 규칙에 따른다. 셀들의 행동이 누적되어 전체적인 행동이 이루어진다. 자기 재생산 구조는 이웃하는 셀들과 상호 작용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부분적으로 변화시킨다. 그러한 상태 변화는 유기체를 구성하는 물질을 변화시킨다 - 셀들의 상태라는 측면에서.
각 셀에는 모두 29 가지의 가능한 상태가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이런 방식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는 본질적으로 그 운동학적 모델과 흡사하다. 꼬리에 있는 셀들은 유기체의 몸체를 구성하기 위한 명령을 보관하고 있다. 유기체를 구성하는 셀들의 집합은 그 상태에 따라 각기 컴퓨터, 공장, 복제자로 기능한다. 유기체는 궁극적으로 폰 노이만이 작성한 변화 법칙에 따라 자신의 몸뚱이를 복제한다. 이 과정에서 정보는 일종의 탯줄을 통해 어머니로부터 자식에게 전달된다. 이 과정의 마지막 단계는 꼬리의 복제와 탯줄의 절단이다. 이제 장기판 위에는 모두 자기 재생산 능력을 가진 똑같은 모양의 두 유기체가 놓여 있다.
그러나 폰 노이만은 자신의 셀 모델에 대한 증명을 완성시키지 못했다. 1 년 이상이나 그는 매일 아침 새벽도 되기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1953 년 3 월, 그가 프린스턴 대학에서 일련의 강연을 하게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의 셀 모델을 상세히 묘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주제의 복잡성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셀 모델에 대한 논문은 처음 생각보다 두 배 길이가 되었다. 노이만은 미 원자력 에너지 위원회의 위원으로 임명되자, 논문 작성을 중단하고 위원회의 일이 끝난 다음에 마무리지으려고 생각했다.
건강이 악화되고 있음을 깨달은 그는 존 G. 케머니 (후일 컴퓨터 언어 베이식 (BASIC) 을 고안해 낸 인물이다) 에게 자기 재생산 세포 자동자에 관한 논문을 쓰도록 했다. 케머니가 작성한 논문은 1955 년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지에 게재되었는데, 그 잡지는 케머니의 글을 "인간과 기계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을 입증하기 위한 시도" 라고 소개했다. 케머니의 관심을 끈 것은 폰 노이만 유형의 오토마톤이 갖고 있는 진화할 수 있는 힘이었다. 그는 그 기계의 염색체에 해당하는 꼬리가 전체 크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데 비해, 인간의 육체에서 유전 물질을 생산하는 역할을 맡는 부분은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과연 이런 기계가 진화할 수 있을까?" 케머니는 이런 의문을 품었다. 그는 폰 노이만과 마찬가지로 확실히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복제 과정에서 극히 미세한 임의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변이 법칙을 프로그램할 수 있다면, 그 중 일부가 다른 모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돌연변이와 흡사할 것이다. 아니 실제 돌연변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연계의 생물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와 마찬가지로, 오토마톤에 일어난 돌연변이 역시 다음 세대에 전달될 수 있다. 그 돌연변이가 오토마톤의 증식에 도움이 된다면, 자연 선택을 통해 오토마톤의 유전자 풀 전체로 확산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진화를 통한 결실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다이슨과 레잉의 자기 재생산 연구팀에게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인공 구조물을 그대로 놔두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진화를 통해 무엇이 등장할까? 거대한 공장에서 그런 실험을 하는 것보다는 컴퓨터 칩 속에서 전하의 간단한 조합을 통해 그 결과를 관찰하는 편이 훨씬 안전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다른 문제는 없을까? 거기에도 문제는 있엇다. 그것은 컴퓨터라는 제한된 (가상의) 환경 하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의 중요성을 어떻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풀기 어려운 난제였다. 어떻게 상징적인 정보 조작을 통해 자연을 정확하게 모의 실험 (시뮬레이트) 할 수 있는가? 과연 인공 유기체가 생명이라는 과정에 대한 탐구를 도와줄 수 있을까? 자연의 복잡한 힘에 대한 우리들의 어설픈 이해 수준을 향상시켜 줄 수 있을까? 언젠가는 우리에게 친숙한 생물과 같은 유기체를 만들 수 있을까? 우리가 실제로 그런 유기체를 만들었을 때, 그것을 '살아 있다" 고 말할 수 있을까?
인공 생명이라는 연구 분야는 이러한 문제들을 막연한 의문에서 구체적인 문제로 바꾸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