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어계측입문 : 21 세기의 기술발전은 피드백 제어기술이 좌우한다
전자공학@정보사회 : 이문기 외 지음, 한승, 2002, Page 377~380
남문현 : 건국대 전기공학과
1997 년, 탐사 로봇 소저너 (Sojourner Truth) 는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에 실려 화성에 첫발을 디뎠다. 자동차처럼 생긴 이 탐사 로봇은 화성의 표면을 이리저리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바위에 몸체를 대고 성분을 시험하는등 눈부신 활약을 하여 세계인의 이목을 집주시켰다. 특히 이를 이용한 장난감 자동차의 제작 판매로 수많은 장난감 회사들이 짭짤한 수입을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혁신적인 탐사 로봇은 창의성이 가미된 비교적 평범한 기술의 산물로서 예상과는 달리 최대한 간단한 원리로 작동하도록 제작된 것이었다. 소저너의 무게는 10.5 kg, 크기는 전자레인지 하나 정도로 30 일동안 약 300 m2 가 되는 면적을 샅샅이 훓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이 탐사 로봇은 방향제어에 대한 정확성이 강조되었는데 이는 0.3 m2 크기의 태양전지판에서 소저너의 1차 전지로 제공되는 전력이 매시간 150 W 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패스파인더의 성공으로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 (NASA) 은 또 하나의 야심적인 화성탐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NASA 에서는 우주선을 운항하는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운영체계가 개선되면 소저너와 같은 자율 탐사 운반체의 역할이 더욱 증대되리라 내다보고 있는데, 앞으로 이러한 행성 탐사 계획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사람들이 바로 제어 기술자들이다.
제어 (control) 이란 비교적 광범위한 개념으로 '목적에 알맞은 동작을 하도록 필요한 조작을 가하는 것' 을 뜻한다. 오늘날 제어라고 하면 피드백 (되먹임, feedback) 의 개념이 포함된 피드백 제어를 뜻하느데, 이는 피드백에 의해 제어량 (출력) 을 목표치 (입력) 와 비교하여 그 둘이 일치하도록 수정동작을 행하는 제어를 말한다. 이 용어는 공학에서 다루는 특정한 물리적 미디어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경제, 생물, 정치 등과 같은 분야에서도 널리 적용된다. 이 밖에도 인간이나 동물이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행위와 환경적응, 예를들면 자동차를 운전할 때와 같은 인간-기계 상호작용, 냉난방장치의 온도조절, 사람의 신체 내부의 혈압, 혈당, 이산화탄소, 동공의 크기 조절, 안구운동과 사지운동 등엣 볼 수 있듯이 이 제어의 발생은 시로 광범위하다 하겠다. 제어를 행하려면 구성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지시한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데, 희망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제어 대상과 제어 장치 등의 부품을 상호 연결하여 조합한 것을 제어 시스템이라 하고, 피드백을 이용하도록 구성된 제어 시스템을 피드백 제어 시스템 (feedback control system) 이라고 한다. 우리가 말하는 자동제어 (automatic control) 나 제어계측 (control and instrumentation) 은 대부분 피드백 제어 시스템이다.
옛날에는 선비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 가운데 예.악.사.어.서.수 라는 과목이 있었다. 이는 곧, 예절, 음악, 활쏘기, 말타기, 글쓰기, 수학을 일컬었는데, 이 가운데 말타기 '어' 는 우리가 지금까지 말한 '제어' 의 '어' 자와 일맥상통한다. 말은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서 이것에 제어기구인 재갈을 물려 사람이 희망하는대로 말을 부릴 수 있었으니 여기에서 제어의 원리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자동' 을 뜻하는 영어의 automatic 과 '자동화' 를 뜻하는 automation 은 '자동인형장치' 를 뜻하는 automaton에서 나왔다. 기원전 3 세기경 알렉산드리아의 크테시비우스라는 사람이 만든 자동 물시계를 비롯하여, 헬레니즘 시대에 헤론이라는 사람이 만든 성수 자동판매기나 무진장 술통은 고대의 대표적인 자동장치이다. 이것들은 밸브를 활용한 장치로서 오늘날 음료 자동판매기, 수세식 변기 들을 제작하는 기술의 원조가 되었다. 또한 자동인형이 시간을 알려주는 자동 물시계는 고대 중국에서도 발명되어 우리나라에 알려졌는데, 조선 세종대에 장영실이 만든 보루각 물시계 (일명 자격루) 와 흠경각 물시계 (일명 옥루) 는 동아시아의 전통시간 측정 기술에 고대 아라비아의 자동장치 기술을 가미하여 발전시킨 것으로서 로보턱스와 자동화 역사에 길이 남을 세계적인 발명품들 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근대 제어공학은 1769년 왓트 (James Watt) 가 발명한 원심 속도조절기가 달인 증기기관에서 비롯되었다. 왓트의 증기기관 발명으로 촉발된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치하는 기술이 발전하였고, 이와 더불어 자동화의 역사도 발전을 거듭하였다. 19 세기에 들어서면서 부품을 조립하여 만드는 휘트니 소총생산을 계기로 대량생산 기술이 여러 분야에서 등장하였다. 한편 당시 사람의 손재주만으로 자동장치를 만드는데 한계가 발생하면서 제어장치 설계에 수학적 기법이 도입되기 시작하였으며, 영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이 증기기관의 원심 속도조절기를 수학 모델로 구성하기도 하였다. 20 세기에 들어서는 헨리 포드의 조립식 자동차 생산 라인 개발에 이은, 1930 연대 벨 전화연구소 기술자들의 네거티브 피드백 증폭기의 발명으로 전화 기술의 일대 혁신이 이루어 졌으며 제어기술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후 제어공학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사격통제 기술과 레이더의 제어를 위해 서보메커니즘 (servomechanism) 이론이 등장함으로써 본격적인 발전단계에 돌입하게 되었다. 수학자 위너는 제어와 통신을 바탕으로 사이버네틱스 (cybernetics) 라는 새로운 학문을 제창하였는데 오늘날 우리가 흔히 쓰는 사이버스페이스 (cyberspace) 의 '사이버' 라는 말은 여기서 비롯되었다.
1960 년데 들어 촉발된 우주탐사와 군비경쟁은 제어공학에 응용수학의 도입을 촉진시켜 종래의 주파수를 기본으로 하는 주파수 영역법 대신에 시간 영역에서 물리적 부품의 상태를 기본으로 한 상태공간법을 발전시킴으로써 시스템 이론, 최적 제어, 적응 제어, 견실 제어 등 현대 제어이론을 탄생시켰다. 그 외에 1980 연대 이후 등장한 퍼지이론, 신경망 이론의 제어 응용은 제어공학이 단순히 공학이나 기술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앞서 언급한 생물, 정치, 경제, 사회문제 등에 광범하게 응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자동조립 시스템과 로봇은 현대 제어시스템의 한 예이다. 로봇은 자동화 기술과 관련하여 공장 자동화, 홈 오토메이션 (주택자동화) 에 널리 쓰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의사를 대신하여 미세수술도 척척 해내는 등 그야말로 현대 사회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응용분야 또한 무궁무진하여 기계에 지능을 부여하려는 연구는 제어계측 분야 이외에도 심리학, 생체공학, 신경생리학 분야에서도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다. 지능 로봇이 개발되면 제어는 보다 광범위한 유연성과 고도의 자율성으로 우리 생활과 더욱 밀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어계측 기술과 자동화 기술은 정보통신 기술과 결합하여 홈오토메이션과 같은 새로운 분야의 발전을 추구하여 인간의 안락함과 보다 풍요로운 사회의 건설에 이바지 할 것이다. 즉 제어계측공학은 한마디로 21 세기의 기술발전을 선도할 핵심 분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