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심장 기술 

◆ 민병구 서울대 의대 교수

인공심장은 인공적으로 개발한 ‘혈액 펌프’ 라고 설명할 수 있다. 심장의 기능 중 일부 또는 전체를 완전히 대체시키는 장치로서 지난 50년대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현재 인공심장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국가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독일 등 4개 국가가 손꼽히고 있으며 이들 국가간의 인공심장 기술개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공심장 연구에 늦게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좌심실보조장치 (LVAD) 를 상품화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선진국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차세대 ‘완전이식형 인공심장’ 에 대해 동물시험을 하는 등 상용화 개발이 활발히 진행중에 있지만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애비오메드 (Abiomed) 는 지난달에야 비로소 임상시험 계획을 처음 발표, 선진국들은 우리 기술력을 녹녹하게 보지않고 있다.

따라서 인공심장 가운데 한 종류인 심실보조장치가 이미 세계적으로 5000명의 환자에게 사용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완전이식형 인공심장의 상용화 기술개발에 더욱 노력한다면 우리 기술력으로 개발한 제품이 머지 않아 실용화됨으로써 전세계 인공심장 분야에서 확고한 위치를 지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인공심장에 대한 개발에 선진국들이 앞다퉈 나서는 것은 문명이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심장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고 심장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

특히 심장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은 세계적으로 큰 사회적인 관심사다. 미국의 경우 60대 노인 인구의 약 5%가 심부전 환자로서 이들은 암보다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으며 마치 전염병처럼 환자가 늘어 나는 추세지만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이러한 심장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약물치료와 수술적 치료, 심장이식 등의 치료법이 거론되고 있지만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최근 돼지 심장을 이용한 치료법이나 조직공학적 치료법이 개발되기 시작했으나 조직거부 반응 때문에 환자에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연구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또 중증 또는 말기 심장 질환자에게는 심장이식이 가장 좋은 치료법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공여심장의 부족으로 극히 일부 환자에게만 시술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 연간 심장이식이 필요한 심부전증 환자가 매년 1만5000∼2만명이 발생하고 있으나 정작 심장을 기증받아 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는 약 200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선진국에서조차도 다른 합병증을 갖고 있는 환자들이나 65세 이상의 고령환자들은 아예 심장이식 대기자명단에도 오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환자가 이처럼 증가하는 상황에 있다 보니 인공심장의 개발은 국가차원에서 국민의 복지서비스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인공심장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정상적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자연심장을 대체하기 위한 완전 인공심장 (TAH) 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부분적으로 손상된 자연 심장의 기능을 보조해 주기 위한 심실 보조장치 (VAD) 다.

이들 중 현재의 세계적 추세는 VAD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데, 그 이유는 TAH 의 경우 자연 심장을 제거한 후 그 장소에 인공 심장을 연결하기 때문에 인공심장의 결함이나 오류에 의해 그 기능이 정지할 경우 환자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VAD 의 경우 자연 심장을 체내에 그대로 두고 보조하는 역할만을 수행하기 때문에 장치결함이 생기더라도 자연심장에 의해 부분적인 혈액 박출이 이뤄져 안전하다. 또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VAD 를 사용해도 TAH 와 거의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VAD 를 더 선호하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다.

그래서 우리나라 연구진은 보건복지부의 지원하에 완전이식형 양심실 보조장치 (BVAD) 를 개발중에 있다. 이 제품은 그 기능면에서 완전이식형 인공심장과 동일한 반면, 자연 심장을 체내에 그대로 두고 시술한다는 면에서 심실 보조장치의 특징도 갖고 있다.

현재 수십차례의 동물 실험 결과를 토대로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받는 단계에 있는 등 인공심장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술력이 세계에서 최고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전자신문 2001년 05월 22일에 게재되었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