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과 chaos
뇌에는 커다란 주름이 파여 있으며, 이 주름을 경계로 하여 그 영역이 구분되기도 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시 더 작은 주름이 계속되어 간다. 이 주름들을 평평하게 펴보면 신문지 한 장만한 넓이가 된다. 즉, 뇌에 주름이 져있는 것은 좁은 공간 안에 되도록 넓은 표면을 확보해서 거기에 많은 뇌세포를 배치하기 위해서이다. 짐작하겠지만, 이 뇌의 주름의 패턴은 프랙탈 구조를 하고 있다. 그 차원은 2.73에서 2.79 정도의 값을 갖는다. 인간의 뇌는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값이 나올 수도 있다. 아무튼 이 값은 거의 3차원에 가깝다. 따라서 그 넓이는 신문지의 넓이보다 더욱 넓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인간의 지능이 한없이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므로 머리를 많이 쓰는 것은 뇌의 프랙탈 차원을 높히는 일이기도 하다. 피부의 표면에 생기는 주름은 노화현상이지만, 뇌의 주름은 지적인 향상을 뜻한다. 치매에 걸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정보로 계속 뇌에 자극을 주는 것이라고 하니 더욱 그렇다.
폐의 기능은 가슴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되도록 산소를 많이 흡수할 수 있어야 하므로 폐의 표면이 되도록 많이 공기와 접하도록 하기 위해 기관지가 사방으로 뻗는다. 그 결과 프랙탈 구조를 만든다. 같은 이유로 폐 안에 분포되어 있는 모세혈관과 동맥, 정맥도 역시 프랙탈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인간의 폐는 원래 물고기가 물 속에서 몸의 비중을 조절하기 위해 공기를 넣어두는 밋밋한 부레라는 자루가 진화한 것이라고 한다. 폐가 점차 복잡한 모습으로 진화의 궁극은 바로 프랙탈이다. 프랙탈 구조는 가장 효율이 높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프랙탈 구조는 어느 한 부분이 상처를 받아 파괴되어도 전체적인 기능을 바로 상실하지 않는다. 만약, 인간의 폐가 프랙탈 구조가 아니라 양서류와 같이 밋밋한 구조를 지닌다면, 어느 한 군데에 결핵균이 침입해 구멍을 낸다면 당장 호흡 곤란이 일어나 질식하고 말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신체구조는 개방계 (에너지나 물질을 외부로 부터 받아들이고, 또 외부로 내보내는 조직) 이기 때문에 외부와 끊임없이 물질이나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이 물질대사가 이루어지는 곳은 대부분 프랙탈 구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프랙탈 구조가 가장 효율이 좋은 조직이기 때문이다. 계가 하등이냐 고등이냐를 구별하는 데도 프랙탈 구조의 복잡성 여부로 판단할 수 있다. 더구나 염색체까지도 프랙탈 구조를 이용하고 있다. 이제 생물학자나 의사들까지도 프랙탈 기하학 등, 수학을 접촉해야 할 시대가 된 것이다.
생체에는 일정한 리듬이 있다. 이 리듬이 깨지면 생체는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 그 한 예로,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 가면, 큰 시차 때문에 생체의 리듬이 깨져서 다시 그 환경에 맞는 리듬을 회복하기까지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처럼 생체는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는 상태가 가장 건강에 좋다고 말해 왔다. 거북의 장수도 생체의 안정상태를 오래도록 유지하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아무튼 건강상태란 생체의 항상성이 잘 유지되는 상태라고 생각하여 왔다. 그러나 최근, 생체에 어느 정도의 카오스가 있는 상태가 오히려 더 건강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정맥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아주 불규칙한 부정맥이 있는가 하면, 매우 규칙적인 것도 있다. 그러나 규칙적이라 해서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체온이 항상 일정한 것도 좋은 상태는 아니다. 즉,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불규칙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 건강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심장의 맥박은 일정한 간격으로 굽이치는 것같지만, 자세히 조사해 보면 어느 범위 내에서 불규칙하게 요동한다. 즉, 카오스적인 것이다. 맥박은 빨라졌다가 느려지기도 하고, 높아졌다가 낮아지기도 한다. 이 패턴이 프랙탈 구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유동성이 사람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으며, 반면에 병든 사람의 맥박은 보다 단순하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그들의 맥박은 거의 변화가 없이 일정하다. 이것은 매우 좋지 않은 징후이다. 기계는 일정한 환경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움직임이 바람직하지만, 생명체는 수시로 변동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맥박과 혈압의 변동폭이 일정하다면 갑자기 운동을 해야 한다거나 놀라운 사건을 당할 때, 즉 몸이 순간적으로 많은 혈액을 요구할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심장은 갑자기 심하게 펌프질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심장에 무리를 주어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수가 있다. 또한 일정한 혈압이 계속되면 혈관도 탄력을 잃는다. 탄력을 잃은 혈관은 경화되어 갑자기 생긴 강한 혈압에 견디지 못하고 터지게 된다. 이것이 뇌출혈이다.
신경계에도 카오스가 있음이 알려지고 있다. 오징어에는 거대한 신경세포가 있어서 신경세포의 움직임을 연구하는데 흔히 사용된다. 이 신경세포에 주기적으로 전압을 가하면, 흥분하여 순간적인 펄스(pulse)파를 낸다. 자극은 주기적인데도 펄스파는 불규칙하게 발생한다. 요컨대, 건강한 육체는 카오스적인 흔들림을 늘 유지하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높은 적응력을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