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 James Gleick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서 태양이 빛나고, 바람은 유리 위를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불었다. 밤은 오지 않았고 가을 날씨가 계속되었다. 비도 전혀 내리지 않았다. 에드워드 로렌츠가 새 컴퓨터에서 재현한 기후는 마치 세상이 지상 낙원으로 변한 듯 한 온화한 계절의 한낮을 지나면서,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변해 가고 있었다.

로렌츠는 창밖으로 실제의 날씨를 볼 수 있었는데,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캠퍼스를 따라 새벽안개가 피어오르고 지붕 위로는 대서양의 낮은 구름이 미끄러지듯 흘러갔다. 컴퓨터에서 재현되고 있는 모델에는 안개와 구름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전기회로와 진공관이 뒤엉킨 로열맥비라는 이름의 이 컴퓨터는 로렌츠의 연구실 한 구석에 볼품없이 놓여 있었는데, 감자기 듣기 싫은 소리를 내곤 했으며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고장이 났다. 처리 속도나 기억 용량으로 보아 지구의 대기와 해양을 실제에 가깝게 시뮬레이션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1960년에 로렌츠는 기후 모델을 개발해서 그의 동료들을 매료시켰다. 컴퓨터는 1분마다 한 줄씩 숫자를 인쇄함으로써 하루의 경과를 표시했다. 만일 그 인쇄된 출력을 읽는 방법을 안다면, 편서풍이 한때는 북쪽으로 또 어느 때는 남쪽으로, 그리고 다시 북쪽으로 불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숫자로 표시된 폭풍우는 이상화(理想化)된 지구 주위를 천천히 회전했다. 학과에 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기상학자와 대학원생들이 몰려와서 다음에는 어떤 기후가 나타날 것인가에 대해 내기를 걸곤 했다. 어쨌든 같은 기후가 두 번 반복해서 나타나지는 않았다.

로렌츠는 날씨를 연구하기 좋아했다. 기상학자라고 해서 반드시 날씨 연구를 좋아해야 한다는 법은 결코 없다. 그러나 로렌츠는 기상이 변화무쌍한 것을 즐겼다. 그는 회오리바람이나 열대성 저기압과 같이 대기에서 발생하는 운동형태가 언제나 수학적 법칙을 따르면서도 결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 것에 대해 큰 흥미를 느꼈다. 구름을 바라보았을 때 그는 구름 속에서 어떤 구조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한때는 기상학을 공부하는 것이 그저 드라이버로 도깨비 상자를 여는 것과 같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과학이 그 신비를 과연 풀 수 있을까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기상은 평균치에 대해 말하는 것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묘미를 가지고 있었다.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시에서 6월의 평균 하루 최고 기온은 섭씨 24도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 연중 강우일수는 평균 10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통계수치일 뿐이다. 문제는 대기 중에서 일어나는 제반 운동형태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 가이며, 로렌츠는 바로 이것을 로열 막비에서 찾아냈던 것이다.

로렌츠는 컴퓨터라는 소우주의 신이었으며,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자연의 법칙들을 선택했다. 그는 얼마 동안 시행착오를 한 후에 12개의 법칙을 선택했다. 그 법칙들은 기온과 기압, 그리고 기압과 풍속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방정식이었다. 로렌츠는 우주를 창조하여 영구히 작동하게한 신성한 시계공에게 적절한 도구인 뉴턴의 법칙들을 자신이 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리법칙의 결정론적 특성 때문에 더 이상 개입할 필요는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러한 모델을 만들어 낸 사람들은 운동법칙이 수학적 확실성을 보장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라, 그러면 우주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컴퓨터로 기상을 모델링하는 것 뒤에 숨어 있는 철학이다.

사실 18세기 철학자들이 창조주를 쓸데없이 참견하지 않고 무대 뒤에서 물끄러미 세상을 바라보는 자비로운 존재라고 상상했다면, 그들은 로렌츠와 같은 인물을 상상한 것이다. 로렌츠는 기상학자치고는 좀 별난 측에 속해서 양키 농부의 수척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놀랄 만큼 반짝이는 눈 때문에 실제로야 어떻든 웃는 듯이 보였다. 또한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일에 관해서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경청했다. 하지만 그는 자주 복잡한 계산이나 공상에 빠져들곤 해서 친구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가까운 친구들은 로렌츠가 많은 시간을 먼 외계에서 보낸다고 느꼈다.

소년시절에 그는 코네티컷 주 웨스트하트포드의 고향집 바깥에 온도계를 설치하고 매일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을 기록할 정도로 기상광이었다. 그러나 온도계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집안에서 수학 퍼즐 책을 가지고 노는 시간이 더 많았는데, 어떤 때는 아버지와 함께 퍼즐을 풀었다. 한번은 아주 어려운 문제에 부딪혀 한참 후에야 해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그의 아버지는, 해답이 없는 것에 조금도 개의치 말고 해답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만 하면 그 문제는 해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의 순수성을 좋아했던 그는 아버지의 말이 항상 마음에 들었다. 1938년에 다트머스대학을 졸업했을 때 그는 수학을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 2차세계대전이 일어남으로써 그는 육군 항공대 기상예보관으로 일하게 되었다. 전쟁이 끝난 뒤 로렌츠는 기상학 분야에 남아 기상학 이론을 연구하고 또 기상학에 쓰이는 수학을 좀더 발전시키기로 작정했다. 그는 대기의 일반적인 순환양상과 같은 정통적인 문제들에 관한 연구논문을 발표함으로써 명성을 얻었다. 그러는 중에도 기상예측에 대한 생각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진지한 기상학자들은 기상예측이 진정한 의미의 과학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기술자들이 계측기와 구름 분포를 보고 약간의 직관력을 동원하여 다음날의 일기를 예상하는, 경험과 육감에 의존하는 업무였다. 즉, 어림짐작일 뿐이었다. MIT와 같은 연구기관에서 취급하는 기상학 문제들은 해답이 분명했다. 로렌츠는 직접 군 조종사들을 위해 일기예보를 해봤기 때문에 일기예보의 불확실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 문제에 대해 흥미, 바로 수학적인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기상학자들이 기상예측을 우습게 여겼을 뿐만 아니라 1960년대에는 거의 모든 진지한 과학자들이 컴퓨터를 신용하지 않았다. 이 성능이 좋아진 계산기가 이론과학의 도구라고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숫자를 이용한 기상 모델링은 일종의 서자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적절한 시기가 도래했다. 기상예보는 무지막지한 힘으로 수천 번의 계산을 반복해서 할 수 있는 기계를 2세기 동안 기다려 온 것이다. 이 세상이 행성처럼 법칙에 따르고, 일 ? 월식과 조수처럼 예측가능한 결정론적인 길을 따라 펼쳐지고 있다는 뉴턴의 예측은 오직 컴퓨터만이 증명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기상학자들은 천문학자들이 연필과 계산자를 가지고 할 수 있었던 일들, 즉 초기조건과 진화에 관한 물리법칙으로부터 우주의 미래를 계산하는 것과 같은 일을 컴퓨터를 이용해서 수행할 수 있다. 대기와 물의 운동을 나타내는 방정식들은 행정의 운동을 나타내는 방정식만큼이나 잘 알려져 있다. 하긴 천문학자들도 완벽한 상태에는 이르지 못했고 앞으로도 결코 그러지 못할 것이다. 아홉 개의 행성과 수십 개의 위성 그리고 수천 개의 소행성이 서로 끌어당기고 있는 태양계에서 그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하지만 행성운동에 대한 계산은 너무 정확해서 사람들은 그것이 예측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었다. 천문학자들이 "핼리혜성은 76년 후에 이 경로로 되돌아올 것이다"라고 말할 때 그것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사실처럼 보인다. 결정론적인 수치예측은 우주선과 미사일의 정확한 궤도를 계산해 냈다. 그런데 왜 바람과 구름에 대해서는 그럴 수가 없는가?

기후는 훨씬 더 복잡한 현상이지만 역시 동일한 법칙들에 의해 지배된다. 다른 누구보다도 뉴턴 열병에 걸려 있던 18세기의 철학자이며 수학자인 라플라스가 상상한 최고 지성은 어쩌면 충분한 용량과 계산 속도를 가진 컴퓨터인지도 모른다. 라플라스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최고 지성은 우주에서 가장 큰 물체와 가장 가벼운 원자의 운동을 한 공식 안에 동시에 나타낼 것이다. 불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으며, 최고 지성의 눈에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래도 현재처럼 보일 것이다.??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가 지배하는 이 시대의 라플라스는 낙관적인 어릿광대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대과학의 대부분이 그의 꿈을 추구해 왔다. 20세기의 많은 과학자들은, 즉 생물학자, 신경학자, 경제학자들은 은연중에 자신들의 사명이 그들의 연구 대상을 과학법칙에 복종하는 가장 단순한 요소들로 분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뉴턴적인 결정론이 모든 과학분야를 지배해 왔다. 현대 계산학의 선구자들은 언제나 라플라스를 염두에 두었으며, 폰 노이만이 1950년대에 뉴저지주 프린스턴의 고등연구소(Institute for Advanced Study)에서 그의 첫 컴퓨터를 고안한 이래 계산학의 역사와 예측학의 역사는 서로 뒤섞여 왔다. 폰 노이만은 기상 모델링이 이상적인 컴퓨터 업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거기에는 지불되지 않은 계산서처럼 과학자들의 철학 한 구석에 숨어있는 하나의 작은 타협이 항상 존재했다. 그것은 너무 작아서 과학자들은 그것이 있다는 사실을 흔히 잊어버렸다. 관측은 결코 완전할 수 없다. 뉴턴의 기치 아래 행진하는 과학자들은 실제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깃발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즉 어떤 계의 '거의 정확한' 초기조건과 자연법칙을 안다면 그 계의 '거의 정확한' 형태를 계산할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은 과학철학의 중심에 놓여 있다. 한 이론과학자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기를 좋아했다. "서구과학의 기초를 이룬 생각은, 여러분이 지구상의 당구대에 놓여 있는 당구공의 운동을 계산하려 할 때, 다른 은하계의 어떤 혹성에서 나뭇잎이 하나 떨어지는 것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극히 미세한 영향은 무시될 수 있다. 사물이 행동하는 양식에는 수렴현상이 존재하며, 작은 힘이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고전과학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근사와 수렴에 대한 믿음을 충분히 정당화할 수 있었다. 그것은 잘 통용됐다. 1910년에 핼리혜성의 위치를 판별할 때 작은 오차가 있었기 때문에 1986년에 혜성의 진로를 예측하는 데 약간의 오차가 생겼지만, 그 오차는 앞으로 수백만 년 동안 여전히 작을 것이다. 컴퓨터가 우주선을 통제할 때에도 같은 가정에 의존한다. 거의 정확한 입력은 거의 정확한 출력을 가져온다. 과학만큼 타당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 예측가들도 이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 기상예측 분야의 선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로렌츠는 원시적인 컴퓨터로 기상 현상을 골격만 남을 때까지 단순화 시켰다. 그러나 한줄한줄 인쇄되어 나오는 바람과 기온은 상당히 현실적인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로렌츠가 날씨에 대해 품고 있던 직관과 일치했다. 그는 날씨가 반복되리라고, 즉 기압의 상승과 하강, 기단의 북쪽 또는 남쪽으로의 이동이 반복되어 시간이 갈수록 익숙한 형태를 나타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줄이 높은 숫자에서 낮은 숫자로 아무런 튀어오름 없이 인쇄되었을 때 다음 줄에는 두 번의 튀어오름이 생긴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는, "이것은 예보가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법칙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주 정확하게 반복되지는 않았다. 일정한 형태를 이루고 있기는 하되 교란이 있었다. 즉 질서 속의 무질서였다.

형태를 분명하게 보기 위해 로렌츠는 초보적인 그래픽을 만들었다. 통상적인 숫자열을 인쇄하는 대신에 몇 개의 여백 다음에 a를 인쇄하는 것이었다. 그는 기류의 방향과 같은 변수를 하나 뽑곤 했다. 점차로 a 자는 전진 또는 후진하면서 인쇄용지의 아래로 찍혀 내려감에 따라 일련의 산과 계곡 모양의 파동선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서풍이 대륙을 가로질러서 북쪽과 남쪽으로 불어간 경로를 나타냈다. 인지할 수 있는 주기가 반복되면서도 결코 똑같은 형태가 나타나지는 않는 파동선의 규칙성은 최면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계가 드디어 예보가의 눈에 서서히 비밀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다.

1961년 어느 겨울날, 로렌츠는 하나의 결과를 더 면밀하게 검토하기위해 지름길을 택했다.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계산하지 않고 중간부터 시작했다. 초기조건을 부여하기 위해 이전의 인쇄출력을 보고 그대로 타이핑했다. 그리고 소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홀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한 시간 후에 돌아왔을 때 그는 예기치 못한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과학의 씨를 뿌린 것이다.

이 새로운 계산은 이전의 결과와 일치해야 할 것이다. 로렌츠는 숫자들을 컴퓨터에 그대로 타이핑했고, 프로그램이 바뀌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출력 결과를 검토하던 중에 새로 계산된 기후가 매우 빠르게 이전의 계산 결과와 어긋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단지 수개월 만에 모든 유사성이 사라져 버렸다. 그는 먼젓번에 나온 숫자들을 검토하고 다시 뒤에 나온 숫자들을 검토해 보았다. 두 결과는 전혀 달랐다. 처음에는 또 어떤 진공관이 고장난 것으로 생각했다.

갑자기 그는 진실을 깨달았다. 고장난 데는 하나도 없었다. 문제는 그가 타이핑한 숫자들에 있었다. 컴퓨터의 기억장치에는 소수점 이하 6자리, 즉 .506127까지 기억되어 있었다. 그러나 인쇄출력할 때는 분량을 줄이기 위해 3자리, 즉 .506만 나타나게 했다. 1000분의 1 정도의 차이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반올림한 3자리 숫자를 입력했던 것이다.

그것은 합리적인 가정이었다. 만일 기상위성이 해수의 표면 온도를 1000분의 1 오차 범위 내에서 읽어낼 수 있다면, 위성의 운용자들은 운이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로렌츠의 로열 맥비 컴퓨터는 고전적인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은 순전히 결정론적인 방정식들을 사용한 것이었다. 특정한 초기조건이 주어지면 기후는 완전히 동일하게 재현되었다. 초기조건이 약간 달라지면 기후도 약간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수치상의 작은 오차는 한 줄기 미풍과 같았다. 그것은 기후에 중요하고 규모가 큰 변화를 일으키기 전에 분명히 사그라질 미풍이었다. 그러나 로렌츠의 특정한 방정식 계에서는 작은 오차가 대단한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는 처음에 거의 같았던 기후가 어떻게 서로 달라지는가를 조금 더 상세하게 검토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인쇄출력에 그려진 파동선을 투명지에 복사하여 다른 인쇄출력 위에 겹쳐 놓고서 서로 달라지는 양상을 살펴보았다. 처음 두 개의 언덕 모양은 잘 일치했다. 다음 언덕 모양은 한쪽 선이 미세하게 뒤로 처지기 시작했다. 그 다음 언덕 모양에 이를 때에는 두 선은 분명히 위상이 달라졌다. 세번째 혹은 네번째 언덕 모양에서는 유사한 형태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것은 단지 조잡한 컴퓨터가 착오를 일으킨 데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로렌츠는 컴퓨터나 모델 자체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했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것이 나트륨과 염소를 섞어 금을 만들어 낸 것과 같은 대사건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로렌츠는 동료들이 나중에야 이해할 수학적 직관에 의해 급격한 동요를 느꼈다. 무엇인가 철학적으로 크게 잘못되었다. 사고방식의 근간이 흔들렸다. 비록 그의 방정식이 지구의 기후를 전반적으로 서투르게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그는 방정식 안에 실제 대기운동의 중요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믿고 있었다. 바로 그날, 그는 장기 기상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분명히 장기 기상예측에 성공하지 못했고, 이제 그 이유를 찾아냈다. 사람들이 먼 앞날을 예측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물리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태양과 달 그리고 지구의 역학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일식과 월식이라든지 조수와 같은 것이다. 나는 조수예보가 예측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것은 사실에 대한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물론 그것은 예측에 속한다. 조수는 실상 대기와 마찬가지로 매우 복잡하다. 양자는 모두 다 주기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여러분은 다음해 여름이 올해 겨울보다 따뜻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날씨에 대해서 우리는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는 태도를 취한다. 조수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며, 사실 폭풍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조수에 관해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은 작을 것이다."

"우리가 몇 개월 후의 조수를 매우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보통사람들은, 왜 대기에 대해서는 같은 예측을 할 수 없는가, 그 둘의 차이점은 단지 서로 다른 유체 계라는 것뿐이고, 법칙의 복잡함도 거의 비슷하지 않은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비주기적인 형태를 보이는 어떤 물리 계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1950년대와 60년대에는 사람들이 기상예측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신문과 잡지들은 기상학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찼는데, 단순한 예측만이 아니라 조정과 통제까지 기대했다. 당시 두 가지 기술이 함께 발전하고 있었는데, 하나는 디지털 컴퓨터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위성이었다. 그 두 가지를 이용하는 국제적인 계획이 준비되었다. 그것은 세계 대기연구계획(Global Atmosphere Research Program)이었다. 인간사회가 기상의 변동으로부터 해방되고, 기상의 희생자가 아니라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옥수수밭에는 기상관측을 위한 돔이 세워질 것이다. 비행기가 구름의 씨를 뿌릴 것이다. 과학자들은 비를 내리고 멈추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러한 대중적인 인식의 지적 선구자는 폰 노이만이었는데, 그가 컴퓨터를 만든 목적 중에 하나도 바로 기상 통제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주위에 기상학자들을 불러 모았으며, 일반물리학계 자신의 놀라운 계획을 설명했다. 그의 낙관론에는 분명한 수학적 이유가 있었다. 그는 복잡한 동력학 계는 불안정한 지점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불안정한 지점에서는 작은 충격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데, 이것은 마치 언덕 꼭대기에 균형을 잡고 있는 공과도 같은 것이다.

폰 노이만은 과학자들이 컴퓨터를 이용하면 수일 내에 유치 운동방정식을 계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기상학자의 중앙위원회가 기상을 원하는 형태로 바꾸기 위해 비행기를 이용하여 연기막이나 구름의 씨앗을 뿌리면 될 것이다. (과포화 상태의 수증기에 응결할 수 있는 입자를 뿌리면 금방 물방울이 형성됨 : 옮긴이) 그러나 폰 노이만은 모든 지점에서 불안정성을 갖는 카오스의 가능성을 간과했다.

1980년대까지 미국 정부는 폰 노이만의 계획, 아니 그 중에서 최소한 예측 부분이라도 실현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했다. 미국의 일류 예측전문가들이 워싱턴 순환도로와 가까운 메릴랜드 주 교외에 있는, 지붕에 레이더와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고 아무런 장식도 없는 네모진 건물에서 일했다. 그들은 슈퍼컴퓨터로 모델을 분석했는데, 그 모델은 기본적인 취지만 로렌츠의 모델과 비슷했다. 로열 맥비가 초당 60번의 계산을 할 수 있는 것에 비하여 컨트롤 데이터 사이버 205의 연산속도는 메가플롭(megaflop)으로 표시하는데, 초당 수백만 번의 부동소수점(浮動小數點)연산을 수행했다. 로렌츠가 12개의 방정식으로 만족했던 것에 비해, 현대의 모델은 50만 개의 방정식으로 표시되는 계를 계산한다. 이 모델에는 습기가 응결되고 증발될 때 공기 중에서 열을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방식이 들어 있다. 숫자로 표시된 바람은 숫자로 표시된 산맥에 의해 형성되었다. 전 세계 각국의 비행기, 인공위성 그리고 배로부터 매시간 자료가 쏟아져 들어왔다. 국립기상센터(National Meteorological Center)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뛰어난 예보를 내보냈다.

가장 뛰어난 예보는 영국의 런던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리딩이라는 작은 대학도시에서 나왔다.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European Centre for Medium Range Weather Forecasts)는 품위 있고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건물에 자리잡고 있는데, 그 건물은 전체적으로 UN본부와 유사하고, 벽돌과 유리로 만들어진 현대식 건물로서 각국에서 보내온 선물로 장식되어 있다. 이 센터는 유럽공동시장(EEC) 정신이 한창일 때 세워졌는데, 당시 대부분의 서유럽국가들은 기상예보를 위해 그들의 인재와 자원을 모으기로 결정했다. 유럽인들은 그들의 성공이 순환제로 근무하는 젊은 민간 연구진과 크레이 슈퍼컴퓨터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크레이 슈퍼컴퓨터는 미국의 연구소에서 갖고 있는 기종보다 항상 한 발 앞서는 것이었다.

복잡한 계를 모델링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상예보이지만, 컴퓨터 모델링이 거기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 프로펠러 설계자의 관심거리인 소규모의 유체흐름에서부터 경제학자들의 관심거리인 거대한 금융흐름에 이르기까지 모든 현상을 예측하고 싶어하는 많은 자연과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은 이러한 기법을 이용했다. 사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컴퓨터에 의한 경제예측이 세계 기후의 예측과 실제적인 유사성을 가졌다. 그 모델들은 복잡하고 어느 정도 임의적인 방정식들을 이용하여, 관측된 초기조건 ― 기압 또는 통화공급 ― 을 가지고 미래의 경향을 시뮬레이트하도록 되어 있었다. 프로그래머들은 불가피하게 단순화된 많은 가정에 의해 결과가 너무 왜곡되지 않기를 바랐다. 만일 사하라 사막에 홍수가 난다든지 이자율이 3배가 된다든지 하는 결과가 생겨 이치에 명백하게 어긋난다면, 프로그래머들은 결과가 예상과 일치하도록 방정식을 수정할 것이다. 실제로 계량경제학의 모델로는 미래의 모습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나,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을 사람들까지 그 결과를 믿는 것처럼 행동했다. 경제성장이나 실업에 대한 예측은 마치 소수점 둘째 또는 셋째 자리까지 정확한 것처럼 발표되었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필요하기도 했겠지만 또 마땅히 더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러한 예측에 비용을 들이고 그 결과에 따라 행동했다. '소비자 낙관주의' 와 같은 변수들은 '습도' 와 달리 잘 측정될 수 없다는 것과, 정치와 패션의 흐름을 완벽하게 나타내는 미분방정식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상예측에서처럼 자료가 상당히 믿을 만하고 법칙이 순수하게 물리적인 경우에도, 바로 컴퓨터 모델링 과정 자체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실 기상 업무가 기술로부터 과학으로 변화될 수 있었던 것은 컴퓨터 모델링 덕분이었다. 유럽센터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없는 것보다는 나은 예보에 의해 해마다 전세계적으로 수십억 달러가 절약되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예보도 2,3일 뒤의 것은 불확실했고 6, 7일 뒤의 것은 무용지물이었다.

나비 효과가 그 이유였다. 국지적인 기상에 대한 ― 세계 기상을 예측하는 사람에게 국지적이라는 것은 폭풍우일 수도 있고 심한 눈보라일 수도 있다 ― 어떠한 예측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확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오차와 불확실성은 일련의 격동 현상을 통해 증폭되어 회오리 바람이나 스콜을 위성만이 포착할 수 있는 대륙만한 크기의 와류로 발달시킬 수도 있다.

현대의 기상 모델은 간격이 60마일쯤 되는 격자망으로 운용된다. 그러나 초기에 입력되는 자료의 일부는 추정치일 뿐인데, 그것은 지상 관측소와 위성이 모든 지역을 관측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에 30센티 간격으로, 또 지상에서 대기 끝까지 30센티 간격으로 계측기를 설치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모든 계측기가 기온, 기압, 습도와 그 외 기상학자들이 원하는 다른 자료를 매우 정확하게 제공한다고 가정해 보자. 정확히 정오에 극히 우수한 컴퓨터가 모든 자료를 취합해서 각 지점에서 12시 1분에 그리고 12시 2분, 12시 3분…… 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를 계산한다.

그 컴퓨터는 뉴저지 주 프린스턴에서 한 달 후 어느 날에 햇볕이 내리쬘지 혹은 비가 올지를 여전히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정오에 계측기 사이의 공간에는 평균값으로부터 미세한 편차가 생기지만 컴퓨터는 이 사실을 알 수 없다. 12시 1분이 되면 이 편차에 의해 30센티 떨어진 거리에서도 작은 오차가 생기게 될 것이다. 그 오차는 곧 3미터 규모로 확대되고 점차 범지구적인 규모가 될 것이다.

경험이 풍부한 기상학자들조차도 이러한 모든 현상이 직관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로렌츠의 오랜 친구 가운데 로버트 화이트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MIT의 동료 기상학자였으며 나중에 국립해양대기국의 책임자가 되었다. 로렌츠는 그에게 나비 효과에 대해, 그리고 장기 예측에서 나비 효과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설명했다. 화이트는 폰 노이만과 같은 대답을 했다. "예측 같은 건 식은죽 먹기야. 지금은 기상 통제의 시대야." 그는 인간의 능력 범위 내에 있는 작은 변형으로 대규모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로렌츠는 그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보았다. 물론 사람들은 기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냥 내버려두었을 때와는 다른 변화를 나비 효과를 이용해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면, 그냥 내버려두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이미 잘 섞인 카드를 또 섞으려 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함으로ㅆ 운수를 바꿀 수는 있지만,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모른다.

로렌츠의 발견은 우연한 일이었는데, 아르키메데스의 목욕탕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발견의 역사에 한 가지 예를 더 보태게 되었다. 그러나 로렌츠는 '유레카' (그리스 어로 '알았다' 는 뜻 : 옮긴이)라고 소리칠 인물은 결코 아니었다. 이런 우연한 발견은 그가 쭉 탐구해 왔던 것을 재확인하는 게기가 되었을 뿐이다. 그는 모든 유체의 흐름에서 나비 효과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밝힘으로써 자신이 발견한 것의 결과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만일 로렌츠가 예측가능성을 순수한 임의성으로 전환시키는 나비 효과를 발견하는 것으로 그쳤다면, 그의 발견은 매우 나쁜 소식을 전했다는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로렌츠는 기상 모델에 잠재되어 있는 임의성 이상의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정교한 기하학적 구조, 즉 임의성으로 '가장한' 질서였다. 기상학자의 옷을 입고 있는 수학자였던 그는 이제 일인이역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는 순수 기상학에 관한 논문을 썼다. 그러나 순수 수학에 관한 논문도 썼는데, 그 서론에서 기상에 대해 다소 엉뚱한 언급을 했다. 그러나 마침내 그러한 서론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일정한 상태를 이루지 못하는 것, 즉 거의 비슷하게 반복되기는 하지만 결코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는 계들에 대한 수학적 해석에 점점 더 관심을 기울였다. 기상이 바로 그러한 비주기성의 계라는 사실은 누구든지 알고 있다. 자연에 이러한 계는 무수히 많다. 거의 규칙적으로 증감하는 동물군집과, 거의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전염병이 그 예이다. 만일 기상이 과거의 상태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면, 그래서 모든 돌풍과 구름까지도 똑같다면, 그 기상은 그 후에도 영원히 반복하여 나타날 것이며 예측 문제는 아주 쉬워질 것이다.

기상이 반복되지 않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즉 비주기성과 예측불가능성의 관계를 로렌츠는 알았다. 그가 탐구하고 있는 비주기성을 나타내는 간단한 방정식을 찾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처음에 그의 컴퓨터는 일련의 주기를 반복해서 계산할 뿐이었다. 그러나 로렌츠는 조건을 조금 복잡하게 한 방정식을 여러 가지 시도해 보았으며, 그는 결국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면서 공기를 가열하는 정도가 다른 방정식을 추가 함으로써 성공했다. 예를 들면 태양이 북미의 동해안을 따뜻하게 하는 방식과 대서양을 따뜻하게 하는 방식의 실제적인 차이에 상응하는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동일한 반복은 사라졌다.

나비 효과는 우연한 게 아니고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만일 작은 동요가 계의 전체로 퍼져나가지 못하고 작은 상태로 남아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때 기상이 전에 거쳤던 상태에 우연히 가까워지면 그때의 패턴을 거의 그대로 반복하게 될 것이다. 실용적인 수준에서는 주기를 예측할 수 있게 되며, 결국은 흥미를 잃게 될 것이다. 실제로 지구 기상의 그 풍부한 레퍼토리, 감탄할 만한 다양성은 나비 효과가 아니고서는 생길 수 없다.

나비 효과는 '초기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 이라는 전문용어를 얻었다. 초기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이란 개념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전래민요에도 나타나 있다.

못이 없어 편자를 잃었다네.

편자가 없어 말을 잃었다네.

말이 없어 기수를 잃었다네.

기수가 없어 전투에 졌다네.

전투에 져서 왕국을 잃었다네!

인생에서와 마찬가지고 과학에서도 일련의 사건들 중에 작은 변화를 확대시키는 결정적 지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카오스는 그러한 지점이 곳곳에 있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한 지점들은 넓게 퍼지기 쉽다. 기상과 같은 계에서 초기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은 소규모의 것이 대규모의 것과 서로 뒤엉켜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가피한 결과였다.

로렌츠의 동료들은 끊임없이 기계적으로 계산을 반복하는 12개의 방정식으로 이루어진 그의 기후 모델이, 비주기성과 초기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 모두를 나타내고 있는 것에 놀랐다. 어떻게 그러한 풍부함, 그러한 예측불가능성, 즉 그러한 카오스가 단순한 결정론적 계에서 생겨날 수 있을까?

로렌츠는 기후를 옆으로 제쳐놓고, 이 복잡한 행태를 자아내는 좀더 단순한 방식을 모색했다. 그는 단지 세 개의 방정식으로 이루어진 계에서 그것을 발견했다. 그것들은 비선형적이며 따라서 정확하게 비례하지 않는 관계이다. 선형 관계는 그래프에서 직선으로 나타낼 수 있다. 선형 관계는 생각하기가 쉽다. 그것은 많이 있으면 많이 있을수록 즐겁다. 선형방정식은 풀 수가 있으며 따라서 교과서에 싣는 데 적합하다. 선형 계는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것들은 서로 분리할 수도 있고 다시 합칠 수도 있다.

비선형 계는 일반적으로 풀 수가 없고 서로 합칠 수도 없다. 유체 계와 동력학 계에서, 사람들은 명쾌하고 단순한 이해를 구하려 할 때 비선형 항을 제거하고 싶어한다. 예를 들면, 마찰 항 같은 것이다. 마찰 항이 없다면, 단순한 선형방정식에 의해 하키의 퍽을 가속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알 수 있다. 마찰을 고려하면 관계가 복잡해지는데, 퍽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에 따라 필요한 에너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선형이란 우리가 어떤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그 게임의 룰을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마찰에 똑같은 중요성을 부여할 수 없다. 그 중요성은 속도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속도는 마찰에 좌우된다. 이렇게 서로 얽힌 변화 가능성 때문에 비선형성을 계산하기가 어렵지만, 이것은 또한 선형 계에서는 결코 나타나지 않는 풍부한 행태를 유발한다. 유체역학에서 모든 현상은 하나의 표준적인 방정식, 즉 나비어-스토크스 방정식으로 요약된다. 그 속에는 유체의 속도, 압력, 밀도 및 점성이 포함되어 있으며,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지만 비선형적이다. 따라서 이 변수들의 관계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것은 종종 불가능해 진다. 나비어-스토크스 방정식 같은 비선형방정식의 행태를 분석하는 것은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벽이 재배열되는 미로 속을 걷는 것과 같다. 폰 노이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방정식의 특징은…… 관련된 모든 측면에서 동시에 변화한다. 차수(order)와 도수(degree)가 다 변한다. 따라서 수학적으로 매우 풀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만일 나비어-스토크스 방정식에 비선형이라는 귀신만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이 세상은 과학의 카오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색다른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로렌츠의 세 방정식에 기초가 된 것은 특정한 유체운동이었는데, 그것은 뜨거운 기체나 액체의 상승, 즉 대류였다. 대기 중에서, 지구가 태양열로 뜨거워지면 가열된 공기는 대류현상에 의해 뒤섞이고, 뜨거운 포장도로와 라디에이터 위에서는 대류하는 공기가 유령처럼 아른거린다. 로렌츠는 뜨거운 커피가 담긴 잔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류현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매우 행복해 했다. 그의 말대로 이것은 우리가 그 행태를 예측하고 싶어하는 수많은 수력학적 운동 중의 하나였다. 커피가 얼마나 빨리 식을지를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 커피가 약간 따뜻한 정도라면 어떠한 수력학적인 운동도 일어나지 않고 그 열은 분산될 것이다. 커피는 그냥 정지된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만일 커피가 충분히 뜨겁다면 대류 회전에 의해 컵 바닥의 뜨거운 커피가 더 차가운 표면까지 상승할 것이다. 컵 속에 크림을 약간 떨어뜨리면 커피의 대류를 분명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회전 형태가 복잡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의 계의 운명은 명확하다. 열이 분산되고 또 마찰로 인해 유체의 운동이 느려져서 운동은 불가피하게 멈추어야만 한다. 한 과학자 모임에서 로렌츠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1분 후의 커피 온도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1시간 후의 온도를 예측하는 것은 조금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커피가 식는 과정을 지배하는 운동 방정식은 계의 운명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방정식에는 열손실 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온도는 실내 온도에 가까워져야 하고, 속도는 영에 가까워져야 한다.

로렌츠는 대류에 관한 방정식을 철저히 분해해서 핵심과 관계 없는 모든 항을 제거하여 매우 단순한 형태로 만들었다. 원래의 형태에서 거의 모든 항을 제거했지만 비선형 항만은 남겨두었다. 물리학자들이 볼 때 이 방정식은 쉬웠다. 앞으로 언젠가 사람들이 그 방정식을 보게 되면 많은 과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그것을 풀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로렌츠는 조용히 말했다. "사람들은 이 방정식을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방정식은 몇 개의 비선형 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항들을 피해 가는 방법이 틀림없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습니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교과서적인 대류현상은, 유체가 밑면은 가열되고 윗면은 냉각되는 매끄러운 상자에 들었을 경우에 일어난다. 뜨거운 밑바닥과 차가운 윗면간의 온도차가 흐름을 조절한다. 이 온도 차이가 작으면 계는 정지해 있을 것이다. 유체가 정지해 있더라도 열은 금속막대에서처럼 전도에 의해 윗면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이 계는 안정되어 있다. 어떤 임의의 운동이 발생하더라도, 예를 들면 한 대학원생이 실험기구를 톡톡 두드린다고 하더라도 그 계는 원상회복되어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열을 조금 더 가하면 새로운 행태가 생겨난다. 밑바닥의 유체는 뜨거워지기 때문에 팽창한다. 팽창하면 밀도가 작아진다. 밀도가 작아지면 가벼워지고, 마찰을 극복할 정도로 가벼워지면 표층으로 상승하게 된다. 잘 만들어진 상자에서는 원통형으로 회전하게 되는데, 뜨거운 유체는 한쪽으로 상승하고 차가운 유체는 다른 쪽으로 돌아서 하강한다. 측면에서 보면 원운동을 하는 것이다. 대류 상자는 실험실 바깥의 자연에도 있다. 예를 들어 태양의 사막에 열을 가하면 위로는 구름, 아래로는 모래 사이에는 대류하는 공기의 어렴풋한 형태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열을 더 가하면 행태가 더욱 복잡해진다. 회전에 흔들림이 생긴다. 로렌츠가 뼈대만 남겨 버린 방정식은 너무나 단순해서 이와 같이 복잡한 양상을 재현할 수가 없다. 그 방정식은 실제로 일어나는 대류현상 중 한 가지만을 압축한 것이다. 즉 유원지의 회전관람차처럼 뜨거운 유체가 상승해서 돌아내려오는 원운동이다. 로렌츠는 방정식을 만들 때 이 운동의 속도와 열 전도를 고려했다. 두 물리적 과정은 상호작용한다. 뜨거운 유체가 상승해서 차가운 유체와 접촉하면 열을 잃기 시작한다. 만일 원이 충분히 빠르게 움직인다면, 유체가 상층에 도달해서 다시 밑면으로 내려가기 시작할 때까지 여분의 열을 다 잃지 않으며, 실제로 다른 뜨거운 유체의 상승 운동을 방해할 것이다.

이런 단순한 동력학 계에 대한 물리학자의 직관, 즉 물리학자가 카오스를 인식하기 이전의 직관에 의하면, 장기간에 걸쳐 물의 흐름이 변화하지 않을 경우 일정한 상태(steady state)가 생겨날 것이다. 수차는 일정한 속도로 회전하거나 아니면 일정 기간은 한쪽 방향으로, 다음 또 일정 기간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할 것이다. 그러나 로렌츠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