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투자 에세이] 카오스의 세계와 주식시장       

 

시골의사 씽크풀 리서치센터 이사 :  Think Money   2002년 08월 16일

저명한 문화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어느날 대학원생들을 앞에 두고 ‘암소를 도살하지 못하게 하는 금기를 가지고 있는 힌두교도들의 관습’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강의를 마친 후 스스로 자신의 강의에 만족한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만만하게 이해가 안 되는 점이나 혹은 다른 질문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때 한 학생이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유태인의 금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그뒤 그는 몇달 동안 유태인과 회교도들이 왜 돼지고기를 싫어하는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연구를 했다. 그리고는 그가 이들의 역사, 종교, 풍속과 심지어는 이들 민족의 생화학적 효소, 특이성에 대한 연구까지 마친 다음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얻게 된다. 그러고도 그가 동료들에게 정리된 생각을 발표하는 데까지는 그로부터 거의 1년이란 세월이 더 흘렀다.

그러나 그가 유태인과 회교도의 돼지고기에 대한 금기에 관한 연구성과를 발표하던 날, 그의 발표가 끝나자 남미 인디언문화의 전문가인 다른 학자 한 사람이 질문을 했다. “그렇다면 사슴고기를 먹지 않는 타피라페족의 금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결국 그는 자신의 학문에서 제기되는 이런 끝을 알 수 없는 의문과 새로운 문제들과 무수히 부딪치면서, 한번도 그 이전의 성과물이 다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절망하게 된다.

인류의 행동양식은 어떤 경우에도 완전한 규칙성이나 반복성을 찾아낼 수 없으며,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시기와 지역에 살았던 종족간에서도 일치된 양식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 즉 종족마다 약간씩 다른 미세한 환경의 차이가 요인이 되어 결과적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카오스적인 행동양식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주식시장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그럴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서 필살기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수백년간의 시장을 조사분석하면서 공통점을 찾아내고 국면을 분석하여, 이른바 ‘기법’을 찾아내기 위한 고단한 노력들을 경주하였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찾아낸 그 어떤 기법도 지나간 시장의 어느 한 국면을 설명해주는 것일 뿐,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수단을 찾아낸다는 것은 여전히 연금술에 대한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때문에 우리는 서점가에서 무수히 널린 부질없는 기술적 분석이론들과, 수백만원으로 몇억을 벌었다는 행운아들의 이야기를 집어들지만, 그때마다 매번 기대하던 마이더스를 만나기는 고사하고 한권의 책값만큼 비어버린 주머니를 들여다보면서 쓴웃음을 짓기 일쑤다.

이런 점은 시장분석가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전통적 기업가치를 중시한다는 리서치 전문가들에게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주가수익비율 혹은 자기자본이익률 등을 들지만, 주가수익비율이 어느 정도면 적정가치로 볼 수 있을까. 결국 시장평균 혹은 업종평균 대비 주가수익비율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렇다면 그 업종이 고평가인지 저평가인지는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면 그들은 다시 외국기업의 평균치 대비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치를 비교하려 들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기업의 적정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다시 과거 역사상 평균치를 이야기하고, 과거와 현재의 경제적 가치평가 기준이 같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결국 말문이 막히고 말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시장상황을 평가하고 주가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시황전망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되어 주가가 내리면 부정적인 자료가, 주가가 상승하면 긍정적인 자료가 나오면서 목표주가를 늘리고 줄이기 마련이다.

예로부터 현명한 투자자였던, 워렌 버핏이나 피터 린치, 앙드레 코스톨라니 등은 시장의 평가나 분석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시장의 판단과는 반대로 행동하는 상반사고 이론을 주창하면서 실제 높은 수익률을 내 그들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해보이곤 했다.

지금 우리 시장에 망령처럼 떠도는 미국 경기둔화에 따른 동반침체나 국제정세의 불안,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 등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뒤집어보면 ‘미국 경기침체에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은 사상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점,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과거 역사상 한번도 전쟁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한 적이 없다는 사실, 원화강세로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역시, 그것이 그 나라 경제의 현재 실력을 말해준다는 점 등으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은 수급으로 바라보고 수급이 개선되는지의 여부에만 관심을 가지면 된다. 백가쟁명식의 리포트들에는 적당히 둔감해지는 것도 한 방법일 수가 있다. 이래저래 요즘 시장은 ‘부정적인 리포트가 산을 이루면 바닥이고, 너나 없이 목표주가를 올릴 때가 천장’이라는 격언이 생각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