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가장자리에 선 생명

(Life at the edge of Chaos)

 

카오스에서 인공생명으로 : M. Mitchell Waldrop 저, 김기식.박형규 역, 범양사, 1995.(원서 : Complexity : The Emerging Science at the Edge of Order and Chaos, SIMON & SCHUSTER, 1992), Page 277~337

 

매사추세츠 종합 병원의 공현축일

뇌의 자체조립

인공생명

가자, 가자, 가자, 그래, 그래!

 

 

산타페 연구소의 새 경제학 프로그램의 공동 연구 책임자가 된 브라이언 아서는 1987 년 9 월 22 일 화요일 이른 아침, 존 홀랜드와 함께 졸음을 참으면서 차에 올라 탔다. 그들은 인공생명 artificial life 워크숍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다. 하루 전에 열린 이 워크숍은 닷새 동안 지속될 예정이었다.

아서는 '인공생명' 이란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잘 몰랐다. 그는 사실 지난 주에 열린 경제학 모임 후 완전히 녹초가 되어 정신이 몽롱했다. 홀랜드는 인공생명이 인공지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해 주었다. 차이점이라면 인공지능 분야에선 사고 과정을 모형화하기 위해 컴퓨터를 이용하는 반면, 인공생명 분야에선 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생물학적 원리들이나 생명 그 자체를 모형화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마치 그가 유전자 알고리듬과 분류자 시스템을 가지고 하려 했던 것과 유사하지만, 이보다는 훨씬 광범위하며 또한 야심적인 분야라고 홀랜드는 말했다.

이 모든 일은 미시간 대학교에서 홀랜드와 아트 벅스의 학생이었으며 지금은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 랭턴 Chris Langton 의 아이디어였다. 랭턴은 대기 만성형의 학생이었다고 홀랜드는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박사후 연구원들보다 열 살 정도 위인 서른아홉 살의 나이에 아직도 박사학위 논문을 완결 짓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특이한 학생이었다. "그는 아주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한 가지각색의 경험들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매우 뛰어났었다" 라고 홀랜드는 말했다. 그는 이 워크숍에 모든 정열을 다 쏟아 부었다. 인공생명이란 용어도 랭턴이 만든 말이었다. 그는 이 개념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지난 10 년간 노력해 왔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워크숍에 참석하게 될지도 모르면서 인공생명이란 개념을 과학의 한 분야로 인정받기 위해 워크숍 개최 준비를 해왔다. 그의 워크숍 개최를 향한 강력한 의지는 로스앨러모스 비선형 연구 센터로부터 1 만 5000 달러의 개최 비용을 얻어 낼 수 있게 하였고, 또한 산타페 연구소는 5000 달러를 투자하여 워크숍 보고서를 복잡성 과학에 대한 새로운 책 시리즈의 일부분으로 출간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홀랜드는 워크숍의 출발이 아주 순조로웠으며 랭턴이 그 일을 훌륭히 해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서는 본인의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홀랜드와 함께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강당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두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그가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을 엄청나게 과소 평가했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간디와 같이 걸어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나는 그저 유쾌하고 작달막한 컴퓨터 천재와 같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마치 그를 이 분야의 교부처럼 대접하고 있었다. '존 홀랜드!' 사람들은 복도에 서있는 그에게 달려와서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건 어떤가요? 내가 당신에게 보낸 논문은 받으셨나요? 라고 물어 댔다."

아서와 같은 집에 사는 이는 모든 것에 대한 대답을 해주려고 했고 또한 적당히 얼버무리는 것도 아니었다. 존 홀랜드는 자기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로 이미 유명해져 가고 있었다. 사실 이를 멈출 수도 없었다. 그는 지난 25 년 동안 매년 한두 명의 박사를 배출하였기 때문에 이제는 그의 말을 전하는 수많은 신봉자들이 생겨나 있었다. 한편으로는 전 세계가 그를 따라잡으려 하고 있었다.  신경그물망은 이미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또한 학습이 인공지능 분야 본류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로 떠오른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1985 년 유전자 알고리듬에 대한 첫 번째 국제 회의가 있었으며 머지 않은 장래에 더 많은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었다. "누구나 강연을 비슷비슷한 말로 시작했다" 라고 아서는 전한다 ㅡ "존 홀랜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이 강연에서는 그걸 나의 관점에서 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아서가 받은 두 번째 인상은 인공생명 분야란 참으로 희한한다는 것이었다. 그 날 처음 만난 랭턴이란 인물은 갈색 머리를 길게 기르고 주름살이 깊은 얼굴의,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사람이었다. 마치 젊고 상냥한 월터 매타우 Walter Matthau 를 보는 느낌이었다. 랭턴은 어떻게든 모든 일들이 잘되어 나가게 하기 위해 미친 듯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서는 강당 복도를 따라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 전시물들 사이를 이리저리 다니면서 거의 온 종일을 보냈다. 화살처럼 날아가는 생동감 있는 전자새들, 바로 눈앞 컴퓨터 화면 위에서 발아하여 성장하는 진짜와 너무나 흡사한 식물들, 괴상하게 생긴 쪽거리 fractal 류의 창조물들, 물결 치며 번쩍이는 패턴들 ㅡ 이것들은 아서가 본 것들 중 가장 희한한 것들이었다. 참으로 매력적이었지만 이런 것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 강연들! 아서가 들은 강연들은 극단적인 억측과 고집 센 비과학적인 경험주의가 불협화음으로 섞여 있는 것들이었다. 연사가 등단하여 실제로 말하기 전에는 아무도 그가 무슨 내용을 이야기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말꼬리처럼 뒤로 묶고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한 여자는 맨발로 강연하기도 했다). '발현' 이란 단어가 자주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좌중에 퍼져 있는 엄청난 열기와 동료 의식이었다. 장벽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 새로운 개념들이 쏟아져 나오는 듯한 느낌, 자발적이고 예측할 수 없으며 개방적인 자유에 대한 느낌이었다. 지적인 눈으로 약간 삐딱하게 보면 이 인공생명 워크숍은 마치 월남 전쟁 시대의 반체제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같은 일종의 과거로의 전환이었다.

물론 그런 삐딱한 자세로 보면 사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매사추세츠 종합 병원의 공현축일

크리스 랭턴은 인공생명이 태어난 시기를 정확히 ㅡ 날짜까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ㅡ 기억하고 있다. 그건 1971 년 말인가 72 년 초든가, 하여간 겨울이었다. 랭턴은 전형적인 컴퓨터광 스타일로 새벽 세 시에 보스턴에 있는 매사추세츠 종합 병원 건물 6 층에 자리잡고 있는 심리학과 PDP-9 컴퓨터의 커다란 책상 모양의 콘솔 앞에 홀로 앉아 컴퓨터 코드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스타일로 일하기를 좋아했다. "우리는 어떤 특정한 시간에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프랭크 어빈 Frank Ervin 이란 사람은 아주 창조적이고 또한 매우 멋진 사람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는 컴퓨터 코딩을 할 젊고 똑똑한 사람들을 뽑은 다음 그들에게 많은 자유를 주었다. 그래서 정말 재미없는 일을 하는 보통 사람들은 낮 시간에 컴퓨터를 돌리고 우리들은 오후 네다섯 시경에 출근해서 새벽 서너 시경까지 컴퓨터를 가지고 놀았다."

랭턴에게는 프로그래밍이야말로 정말 최고의 게임이었다. 하지만 그가 신중하게 생각해서 선택한 길은 아니었다. 그가 어빈 그룹으로 흘러 들어오게 된 때는 약 2 년 전이었는데, 그 당시 그는 월남 전쟁에 반대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로서 입대 대신 사회 봉사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매사추세츠 종합 병원에 온 대학 중퇴자였다. 사실 그가 갖고 있던 프로그래밍에 관한 지식이란 고등학교 때 계절 학기 동안 배운 것 이외에는 완전히 독학으로 얻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컴퓨터와 실제로 씨름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그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의무 기한이 지난 후에도 계속 그 곳에 남아 있었다.

"굉장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나는 실제로는 기계공이었다.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보고 싶었다." 그는 PDP-9 컴퓨터를 가지고 하는 일을 이렇게 말한다. "컴퓨터 하드웨어를 직접 다루어야만 했다. 프로그램들은 기계가 실제로 하는 일들, 예를 들어 '기억 장치의 어떤 특정한 주소에 자리잡고 있는 적산기 accumulator 를 적재 load 했다가 다시 그 주소로 돌려보내는 일' 을 고려하여 짜져야 했다. 그것은 논리적이지만 또한 매우 기계적인 일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마주치게 된 기묘한 종류의 추상적인 개념들도 좋아했다. 실험 심리학자들이 PDP-9 컴퓨터 위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을 그가 도와 주고 있을 때 맡은 첫 번째 프로젝트가 좋은 예였다. 지난 수년 동안 그들은 구식 PDP-8S 컴퓨터에 데이터를 기록해 오고 있었으며, 이제는 그 낡고 느린 컴퓨터에 넌더리가 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PDP-9 컴퓨터 위에서는 돌지 않는다는 것이었으며, 또한 아무도 그 소프트웨어들을 새 컴퓨터에 맞게 고쳐 쓰려고 하지 않았다. 랭턴의 임무는 그 소프트웨어들이 마치 옛날 컴퓨터 속에서 돌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었다. 사실상 그는 새 컴퓨터 속에 PDP-8S 를 '가상 기계 virtual machine' 로 재창조해야 했다.

"나는 그 때까지 전산 이론을 배우기 위한 어떤 정규 과정도 밟아 본적이 없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그래서 나는 가상 기계를 실제로 만들어 봄으로써 가상 기계에 대한 개념을 처음으로 내부 깊숙이까지 접하게 되었다. 나는 곧 그 개념에 푹 빠지게 되었다. 실제 기계의 작동 법칙을 구체화하여 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내면 그 프로그램은 기계의 모든 중요한 면들을 지배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하드웨어 자체는 잊어 버려도 된다."

어쨌든 바로 그 밤에도 그는 코드를 손질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잠시동안 실행해야 되는 프로그램이 없었으므로 그는 커다란 모니터 앞 상자 속에 있는 컴퓨터 종이 테이프 하나를 끄집어냈다. 그리고는 생명 게임 Game of Life 을 하기 위해 그걸 테이프 판독기에 걸어 놓았다.

이 게임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였다. "우리는 생명 게임과 씨름하고 있는 MIT 대학의 빌 고스퍼 Bill Gosper 그룹에게서 코드를 얻었으며 우리도 그걸 갖고 이리저리 해보고 있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그 게임은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했다. 생명 게임은 영국 수학자인 존 콘웨이 John Conway 가 그 전해에 개발한 것으로 실제로 놀이를 하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축소된 모형 우주의 진화를 관찰하는 게임이었다. '살아 있는' 검은 사각형들과 '죽어 있는' 하얀 사각형들로 이루어진 2 차원 사각 격자를 이 모형 우주의 스냅 사진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해 보자. 초기 패턴은 어떤 것을 골라도 좋지만 일단 게임이 시작되면 사각형들은 주어진 몇 개의 간단한 법칙에 따라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같은 세대의 사각형들은 먼저 가장 가까운 곳에 이웃 사각형들을 둘러본다. 너무 많은 이웃들이 살아 있으면 그 사각형은 다음 세대에 과밀로 죽게된다. 너무 적은 이웃들이 살아 있어도 그 사각형은 외로움으로 죽게 된다. 그러나 적당한 수의 이웃들이 살아 있으면 (예를 들어 두 개나 세 개의 사각형이 살아 있으면) 그 중심 사각형은 다음 세대에 살게 된다. 이미 살아 있는 상태였다면 생존에 의해서, 죽어 있는 상태였다면 '태어남' 에 의해서 다음 세대에 살게 된다.

그것뿐이었다. 그 법칙들은 마치 만화에나 나오는 생물 법칙 같았다. 그렇지만 이 생명 게임이 그렇게도 멋진 이유는 이 간단한 법칙들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화면 위에 나타나는 것들이 실제로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최신 컴퓨터에 비하면 마치 비디오 테이프를 느린 동작으로 재생하고 있는 것처럼 움직임이 다소 느리고 딱딱했다. 그러나 마음의 눈으로 보면 마치 연못의 물 한 방울 속에 들어 있는 세균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컴퓨터 화면을 활기로 넘치고 있었다. 살아 있는 사각형들을 무작위로 흩뜨려 놓고 시작해 볼 수도 있다. 그러면 아주 빠른 시간에 그 사각형들이 갖가지 종류의 응집 구조로 조직화해 나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또 그런 구조들이 뒹굴어 다니거나 마치 숨을 쉬는 야수처럼 수축, 팽창의 진동을 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일정한 속도로 화면 위에서 이동해 가는 살아 있는 세포 (사각형) 들의 덩어리인 '글라이더 glider' 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정적인 흐름 속으로 새 글라이더를 만들어 발사하는 '글라이더 총' 과 조용히 글라이더를 잡아 먹는 다른 구조들도 볼 수 있다. 운이 좋다면 마지막엔 미소와 발자국만 남기고 천천히 사라져 가는 '체셔 Cheshire 고양이' 도 볼 수 있다. 프로그램을 시행할 때마다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 주었고 또한 무한히 많은 가능성이 있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하지만 외부로부터 글라이더를 하나 도입해 오면 곧 그 글라이더는 결정 구조의 완전미를 깨뜨리기 시작하고 그 구조는 마치 글라이더가 외부에서 들어온 전염병인 듯이 서서히 무너져 사라져 버린다. 그건 마치 안드로메다 스트레인 Andromeda strain (통제 불가능한 위험한 세균 = 역주) 같았다."

그날 밤 컴퓨터는 계속 웅웅 소리를 내며 돌고 있었고 컴퓨터 화면이 이 작은 괴물들로 들끓고 있는 동안 그는 코드를 손질하고 있었다고 랭턴은 말한다. "한번 눈을 들어 화면을 얼핏 봤을 때, 생명 게임이 화면에서 사라지며 다시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컴퓨터 코드로 눈을 다시 돌렸을 때 나는 갑자기 머리털이 곤두서며 등골이 오싹해졌다. 누군가가 방안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랭턴은 동료 프로그래머 중 한 명이 몰래 그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방은 PDP-9 컴퓨터의 커다랗고 푸른 캐비닛과 각종 전자 장비를 올려 놓은 선반들, 낡은 뇌파 전위 기록 장치, 오실로스코프, 구석에 처박혀 튜브와 전선이 삐죽 튀어나온 상자들, 더 이상 사용되지 않을 많은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방은 전형적인 컴퓨터광에게는 낙원이었다. 하지만 그의 등 뒤에는 아무도, 정말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숨어 있지 않았다. 그는 확실히 혼자였던 것이다.

랭턴은 컴퓨터 화면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나는 그것이 틀림없이 생명 게임이었다고 생각했다. 화면 위에는 무언가가 정말로 살아 있었다. 바로 그 순간에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하드웨어와 프로세스를 구별할 수 없었다. 나는 컴퓨터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과 내 자신의 하드웨어인 몸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에 근본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화면 위에서 지속되고 있는 프로세스와 정말로 같은 프로세스였다."

"나는 컴퓨터들이 내는 웅웅 소리를 들으며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던 그 날 밤을 지금도 기억할 수 있다. 그날 밤은 별들이 영롱히 빛나던 맑고 싸늘한 밤이었다. 찰스 강 건너 케임브리지에 있는 과학관도 볼 수 있었고 지나가는 차도 모두를 볼 수 있었다. 나는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의 활동 패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 도시는 '살아서' 그 자리에 있었다. 그건 생명 게임과 아주 유사해 보였다. 물론 훨씬 더 복잡했지만 종류가 다른 것은 아니었다."

뇌의 자체조립

지난 20 년간의 세월을 돌아보건대 바로 그 공현주일 밤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고 랭턴은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직감이상은 아니었다. "그건 번개처럼 스쳐 왔다 가 버리는 직관 같은 것이었다. 마치 폭풍우나 회오리 바람 또는 밀물이 갑작스레 다가와서 경치를 바꾸어 놓고는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실제 정신적인 표상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지만, 그건 내가 어떤 일을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계속 알려 주었다. 그 활동 패턴을 생각 나게 하는 직감적으로 제대로 된 냄새가 나는 일들이 계속 찾아왔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계속 그 냄새를 쫓아 다녔다. 물론" 하고 그는 덧붙인다. "그 냄새는 나를 종종 어떤 곳으로 인도하고는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 주지 않은 채 그 곳에 버려 두기도 했다."

이 말은 사실 아주 억제된 표현이었다. 1971 년 크리스 랭턴은 이 느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거의 모르고 있었으며 또한 그가 체계적인 학자가 되기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아 있었다. 그가 냄새를 쫓아다녔다는 이야기는 사실 도서관이나 책방을 배회하면서 가상 기계나 발현하는 집단 패턴들, 전체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국소적인 규칙들과 관계되는 글들을 이곳 저곳에서 읽어 보았다는 뜻이다. 그는 자주 하버드 대학교나 보스턴 대학교 등 여러 곳을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녔다. 기본적으로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다른 일들이 그의 생활 속에 함께 하고 있었다. 그가 진정으로 열정을 가지고 있던 것은 기타였다. 비록 실패했지만 그는 친구와 함께 직업적인 블루그래스 밴드 bluegrass band (미국 남부 컨트리 음악을 하는 악단 = 역주) 를 만들려고 했다. 또 그는 그 때까지도 월남 전쟁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와 징집 거부 운동에 많은 열정을 쏟아 붓고 있었다. 대학교들 주변에 펼쳐져 있는 반체제 문화의 풍경 때문에 케임브리지와 보스턴이 적어도 그에게는 살기에 훌륭한 장소로 생각되었다. 중요한 것은 크리스 랭턴이 참으로 오랜만에 보다 더 행복했다는 사실이었다.

"나의 중ㆍ고등학교 시절은 엉망이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1962 년, 열네 살의 랭턴은 고향인 매사추세츠 주 링컨 시의 아주 작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서드베리 근처의 큰 지방 학교인 링컨-서드베리 중ㆍ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마치 매일 감옥에 가는 기분이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 학교는 학생이 어떻게든 능력을 인정받아 특수반으로 가지 못하면 마치 비행 소년처럼 취급되는 실업계 학교였다. 나는 그런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는 정신 자세를 갖고 있지 못했다. 나는 장발이었고 기타를 쳤으며 포크 뮤직에 빠져들고 있었다. 나는 히피족이었는데 주위에는 히피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무척 고독했다."

그의 어머니 제인 랭턴은 추리 소설 작가였고 아버지 윌리엄 랭턴은 물리학자였는데, 두 분 다 민권 운동과 월남 전쟁 반대 운동 초기에 이미 '급진파' 였다는 사실도 아마 그에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 학교를 다닐 때 부모님은 가끔씩 나를 데리고 외출을 하시곤 했다. 그 때 우리는 도심으로 가서 인종 차별 항의 연좌 데모나 평등을 위한 성토 대회장에 참석하곤 했다. 우리는 도심의 수많은 학교들을 방문했고, 버스를 타고 워싱턴에 가서 여러 가지 시위를 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지만 시위자들을 체포하는 바람에 나도 체포된 적이 있다."

마침내 1966 년 랭턴은 그 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8 년제 국민학교를 졸업하면 중ㆍ고등학교 과정을 4 년 만에 마치게 된다 = 역주). "그 때가 히피 시대의 시작이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 해 여름 나와 친구는 캘리포니아로 가는 버스에 올라 탔다. 캘리포니아는 그 쪽 방면에서는 훨씬 더 진보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헤이트-애슈베리로 직행해서 재니스 조플린과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음악을 들었다. 그 여름은 기막히게 좋았다."

가을이 되자 그는 불행히도 일리노이 주에 있는 록퍼드 대학교에 출두하여야 했다. 개인적으로는 대학에 갈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 느낌은 상호적인 것 같다. 하버드나 MIT 같은 일류 학교들은 중ㆍ고등학교 학점 평균이 C 근처에서 맴도는 랭턴의 원서를 한마디로 퇴짜 놓았다. 그렇지만 그의 부모는 그가 어떤 대학이라도 가야 한다고 강요했다. 마침 숙녀 교육 학교였던 록퍼드 대학교가 일반 교양 대학으로 전환하여 학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옥수수밭 옆에 펼쳐진 록퍼드 대학교의 새 캠퍼스는 랭턴에게는 보안 상태가 아주 느슨한 농장 교도소 같았다. "날카로운 철사줄이나 가시 철조망이 있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학교 당국이 너무나도 열심히 학생들을 모집했기 때문에 그 해에 전체 학생 500 명 중 동부 지역 스타일의 히피들이 약 10 명 정도 입학하게 되었다. "우리가 거기 도착해서 살펴보니 그 곳은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극우파 백인 노동자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득실대는 곳이었다. 그 동네는 독립 전쟁 시절 민병의 고향이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적어도 동부에서는 이제 변화가 막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일리노이 옥수수 재배 지역에서는 아직도 매카시 시절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했다. 1966 년 일리노이 중심부에서는 히피라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한 대학 직원은 나를 보고 나서 여학생 체육 시간으로 배정했다. 한번은 우리 남자애들 여럿이 도넛 가게에 들렀는데 주경찰관 두 명이 우리 뒤를 따라 들어와서 이렇게 말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너희 놈들 중 하나는 너무 못생긴 여자 친구를 데리고 다니는 것 같다.' 우리는 가는 음식점마다 쫓겨났고 아무도 주문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우리 머리가 너무 길다는 이유였다. 대학 당국에선 즉각적으로 우리가 마약이나 그런 종류의 다른 일에 연루되어 있지 않을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북쪽으로 가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랭턴을 포함한 '탐탁지 않은' 학생들은 히치하이킹을 하여 매디슨 시에 있는 위스콘신 대학교로 가서 몇 주일씩 머무르곤 했다. "1960 년대에 일어났던 모든 사회 문화적인 격변이 매디슨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록퍼드는 점점 폐쇄적으로 되었다. 매디슨에서는 많은 반전 활동이 있었으며 히피들은 마약을 손대기 시작했다. 나도 물론 그랬다. 나는 전기 기타를 가지고 있었고 내 친구는 애팔래치언 Appalachian 블루그래스를 알고 있어서 우리는 기막힌 즉흥 연주도 했다.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사실 대학에서 해야 하는 일과 관계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랭턴이 록퍼드 대학 2 학년으로 올라가자마자 학사 경고를 받은 것은 당연했다. 그 가을 학기가 끝날 무렵 학교 당국은 그에게 자퇴를 권고했고 그는 그러겠다고 말했다.

"나는 매디슨에 가 있고 싶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렇지만 나는 직장도 없었고 또 다른 실질적인 돈벌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보스턴으로 돌아가게 됐고 거기서 매우 정치적이 되었으며 또한 반전 활동에도 많은 참여를 하게 되었다." 더 이상 학생 신분이 아니어서 징집 연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 신청을 했다. 오랜 싸움 끝에 그는 징병 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1968 년부터 매사추세츠 종합 병원에서 사회; 봉사 의무를 하게 되었다."

물론 랭턴은 그 곳이 바로 자기가 있어야 할 적소라는 사실을 마침내 깨닫게 되었다. 그는 기꺼이 이 프로그래밍 일을 계속하고 싶었다. "그건 정말 좋은 일자리였다. 나는 많은 것을 배웠고 그 곳 사람들과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만 둘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1972 년이 되자 그에겐 어떤 선택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룹의 지도자였던 프랭크 어빈은 UCLA 대학교로 옮겨갔고 실제로 그의 연구실도 같이 옮겨졌다. 그 곳에 남겨진 랭턴은 동남 아시아에 서식하는 짧은꼬리원숭이 사회의 상호 영향력을 연구하는 또 다른 심리학자 그룹과 같이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해 추수 감사절에는 푸에르토리코의 산후안 시에서 약 40 마일쯤 떨어져 있는 정글 속의 카리비언 영장류 연구 센터로 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이 곳은 그렇게 좋은 일자리가 되지 못했다. 랭턴은 원숭이를 좋아했다. 그는 하루에 거의 8 내지 10 시간 정도를 실험중에 있는 원숭이들을 관찰하며 보냈다. 그는 그들의 문화에 매료되었고 또 그 문화를 어떻게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지를 보며 감탄했다. 문제는 불행하게도 그 연구 센터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 연구하고 있는 대상과 너무나도 닮았다는 사실이었다. "거기서 행한 시험 중의 하나는 스트레스가 주어졌을 때 그 사회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 실험이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계급 서열에서 적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한 원숭이에게 약을 조금 투입하여 그 원숭이가 평상시에 해야 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때 그 계급 조직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를 관찰했다. 예를 들어 최고 지도자인 수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들을 위협하고 모든 암원숭이들과 교미를 하며 분쟁을 해결하고 어떤 원숭이들은 쫓아내 버리는 일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 원숭이가 약간 이상 증세를 보이면 그 집단은 내분을 일으켜 파벌을 형성하게 된다. 그 파벌의 지도자 원숭이들은 최고 지도자 원숭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때로는 가끔 공격도 하다가 재빨리 물러서곤 했다. 그들은 최고 지도자 원숭이를 그들의 지도자로서 유지시키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위치를 지키고 있었고 그로 인해 기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그 당시 연구 센터 소장은 완전히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는 아침이면 블러디 메리를 1 갤런씩이나 마셔 댔으며 그 이후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던 일들마저 해내야만 했다. 이로 인해 '당신은 먼저 나와 의논했어야 돼요!' 라는 식의 싸움이 계속되었다. 내가 만약 원숭이들을 관찰할 때 사용했던 자료 기록부를 들고서 연구 센터의 지붕을 열고 들여다보았다면 정확히 똑같은 기록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연구 센터는 파벌들로 갈라졌고 일종의 혁명 같은 일이 있었으며, 나는 패배한 파벌에 속해 있었다. 나에겐 그만두라는 종용이 있었고 나 역시 떠날 준비를 했다."

푸에르토리코에서 한 해를 보낸 후 랭턴은 다시 자유로워졌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라고 생각했다. "먼 장래에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생각해 보지 않고 하루하루를 위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살 수는 없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렇지만 어떤 장래란 말인가? 그는 그 신비스런 냄새가 무언가를 가르쳐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푸에르토리코에 있을 때도 줄곧 그 냄새를 쫓아다녔었다. 그는 이제 그 흔적을 찾아내기 시작했다고 아마도 우주학과 천체 물리학이었을 것이다.

"푸에르토리코에 있을 때는 컴퓨터를 만질 수 없었다. 그래서 컴퓨터 일은 이야기할 만한게 없다. 그렇지만 많은 책을 읽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우주의 기원, 우주의 구조, 시간의 본성 ㅡ 이들은 모두 그에게 맞는 냄새를 풍겼다. "그래서 상황이 악화되자 나는 보스턴으로 돌아가 보스턴 대학교에서 수학과 천문학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물론 그는 전에 많은 수학 과목을 들었다. 그렇지만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에는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 내가 원해서 학교에 있었던 것이 아니니까. 그저 남들이 다 학교에 가니까 나도 갔다. 고등학교라는 치약 튜브에서 짜여져 나와 대학이라는 칫솔 위에 올려지게 된 거였다." 청강생의 자격으로는 한 번에 몇 과목밖에 수강할 수 없었다. 그는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진심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그는 아주 뛰어난 성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좋은 친구가 된 한 교수가 그에게 말했다. "이것 봐, 자네가 진정으로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아리조나 대학교로 가보게." 보스턴 대학교도 여러 가지 면에서 훌륭하지만 아리조나 대학교가 천문학의 전 세계적 중심지의 하나라고 그는 말했다. 투손 Tucson 시에 있는 대학 캠퍼스는 건조하며 굉장히 맑고 어두운 하늘을 볼 수 있는 소노라 사막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 그 지방 산꼭대기에는 망원경의 둥근 지붕들이 버섯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키트 피크 국립 천문대는 약 40 마일 정도 떨어져 있었고 그 본부는 캠퍼스 안에 있엇다. 아리조나는 괜찮은 곳이었다.

특히 랭턴에게 맞는 곡이었다. 그는 아리조나 대학교에 입학 원서를 냈고 1975 년 가을 학기의 입학 허가 통지서를 받았다.

랭턴은 카리비언에 있을 때 스쿠버 다이빙을 배웠다고 말한다. 거기서 산호와 고기들 사이를 헤치면서 3 차원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그건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보스턴에 돌아와서 뉴잉글랜드 지방의 차고 누런 바다에서 하는 스쿠버 다이빙은 예전과 다르다는 사실을 곧 알았다. 그래서 그 대신 행글라이딩을 배웠다. 첫날에 그는 푹 빠져 버렸다. 세계의 창공을 날아가거나 상승 기류를 타고 위로위로 솟아오르면서, 이것이야말로 3 차원의 극치였다. 그는 행글라이딩광이 되어 자신의 행글라이더를 구입했으며 남는 시간을 전부 창공을 날며 보냈다.

1975 년 초여름, 랭턴은 트럭을 몰고 샌디에이고로 이주하는 두 명의 행글라이딩 동료들과 같이 투손으로 떠났다. 그들은 제일 느린 속도로 수개월에 걸쳐 대륙을 횡단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쓸 만한 언덕이 보일 때마다 행글라이딩을 하기로 작정했다. 처음에는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다. 애팔래치아 산맥을 따라서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그랜드파더 산까지 내려왔다.

블루리지 산맥의 최고봉인 그랜드파더 산은 눈부신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사실 그 산은 개인이 소유한 관광 명소였으며 창공을 날기에도 아주 훌륭한 곳이었다. "바람만 좋으면 몇 시간이고 날 수 있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관광객들이 중력을 이겨 내는 이 미치광이들을 보려고 서 있는 동안 수많은 핫도그와 햄버거, 기념물이 팔렸으며 그 산의 주인은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 그들이 여름 내내 이곳에 머무른다면 하루에 25 달러씩 주겠다고 제의해 왔다.

"우리는 더 좋은 장소를 발견하기는 힘들거라고 생각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그래서 그들은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들은 관광 요인으로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더구나 그 산의 주인은 행글라이딩에 푹 빠져서 여름이 끝날 무렵 그랜드파더 산에서 전국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랭턴은 자기도 경쟁에 뛰어들면 본 고장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여름 내내 연습을 했다.

사고는 8 월 5 일에 일어났다고 그는 말한다. 트럭을 몰고 온 그의 친구들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그는 다음날 아침 투손으로 가서 등록을 하고, 개학 전에 그랜드파더 산으로 돌아와 전국 대회에 참가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그는 지면에 있는 과녁의 중심을 정확히 맞추어야 하는 특정 장소 착륙 종목의 연습을 몇 번 더 해보고 싶었다.

랭턴은 그 날의 마지막 연습을 하려고 했었다고 말한다. 이 특정 장소 착륙을 위해서는 아주 교묘한 움직임이 필요했다. 과녁은 수풀 속에 있는 조그마한 벌목지 안에 있었는데,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곳에서 접근하여 회전하면서 거의 속도 없이 내려가야 했다. 그러나 그 날 따라 바람이 고약하고 비협조적이어서 도저히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랭턴은 벌써 네 번씩이나 착륙을 포기해야 했으며 심한 좌절감에 빠져 있었다. 이번이 대회 전에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기억한다. '젠장, 위치는 너무 가깝고 고도는 너무 높잖아. 에이 모르겠다. 그냥 해보자.' 나무들의 높이인 약 50 피트 상공에 도달했을 때 나는 그대로 수직 낙하하고 말았다. 속도가 너무 느렸고 알맞은 고도에서 속도를 떨어뜨리지 못했다. '빌어먹을!' 이라고 속으로 외쳤다고 기억한다. 내가 추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아주 심한 충돌을 할 것이라고. '젠장, 내 다리가 부서져 버릴거야.'" 속도를 높이고 균형을 잡으려고 필사적으로 글라이더를 급강하시켰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배운 대로 다리를 곧게 폈다. "다리가 부러질 것을 알더라도 다리를 웅크려서는 안 된다" 라고 그는 말한다. "왜냐하면 엉덩이로 부딪치면 등뼈가 부러지기 때문이다."

"부딪친 순간은 기억 나지 않는다. 그 후는 드문드문 기억이 난다. 기억 나는 것은 내가 거기에 누워 있고, 심하게 다쳤으며 계속 누워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뛰어왔고 산 위에 있던 사람들이 소식을 듣고 내려왔다. 그 산의 주인은 사진을 찍고 있었다. 거기 있던 누군가가 무전기로 응급차를 불렀다. 그로부터 한참 후에 의사들이 나타나서 '어디가 아파요?' 라고 묻고 내가 '온 군데가' 라고 대답한 기억이 난다. 그들이 무언가 서로 중얼거리고는 들 것에 내 몸을 실은 것이 생각난다."

랭턴은 응급차에 실려 산에서 내려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배너 엘크라는 조그만 동네에 있는 캐년 메모리얼 병원의 응급실로 보내졌다. 그로부터 한참 후 그가 의식이 오락가락한 채 중환자실에 누워 있을 때, 간호원들이 다가와 이렇게 말한 것을 그는 기억한다. "당신 다리가 부러졌어요. 한 이 주일 정도 지나면 퇴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당신은 곧 달리기도 할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진통제를 맞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믿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사실 랭턴의 몸은 엉망진창이었다. 안전 헬멧을 썼기 때문에 두개골은 다치지 않았고, 다리가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하여 등뼈와 골반은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35 개의 뼈가 손상을 입었다. 충격으로 양쪽 팔과 다리가 부러졌고 오른팔은 거의 탈골 상태였다. 갈비뼈 대부분에 금이 갔으며 한쪽 폐가 찌부러졌다. 또 무릎이 얼굴을 강타하여 한쪽 무릎과 턱 등 거의 대부분이 문드러졌다. "한마디로 내 얼굴은 밀가루 반죽이 되어 있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눈이 잘 움직이지 않았으며 광대뼈와 안구벽도 허물어졌다. 눈 근육의 움직임을 지탱해 줄 만한 어떤 견고한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뇌도 정상이 아니었다. 얼굴에 심한 충격을 받으면서 내부 깊숙이 상처를 입었다. "응급실에서 많은 뼈들을 도로 맞추고 찌부러진 폐를 다시 부풀렸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그러나 나는 예상보다 하루가 더 지났는데도 무감각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은 내가 혼수 상태에 빠져들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그는 마침내 깨어났다. 그러나 그가 올바른 정신을 갖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정신이 되돌아오는 것을 관찰하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나는 마치 내가 수동적인 관찰자로서 뒤쪽 어디엔가에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의식으로부터 단절되어 있는 것들이 마음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건 정말로 가상 기계를 연상시켰고 또 마치 생명 게임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 단절된 패턴들이 자체조직화를 하고 함께 모여들어 어떻게든 해서 나와 합체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이것을 객관적이고 검증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른다. 아마도 내게 투여된 이상한 약들이 만들어 낸 허구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마치 개미집을 부셔 버린 뒤에 그 개미들이 함께 돌아와서 재조직하고 집을 다시 짓는 것을 바라보는 것과 같았다."

"나의 정신은 이런 기막힌 방법으로 재건되고 있었다. 하지만 회복을 하면서도 정신적으로 내가 옛날의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때가 수없이 많았다. 무엇이 빠져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가 있어야 할 곳에 없었다. 마치 막 스위치를 넣은 컴퓨터와 비슷했다. 나는 여러 가지 다른 수준의 운영 체제가 수립되고 있는 것을 감지했으며 나중의 운영 체계가 먼저 것보다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서 전기 쇼크를 받은 사람처럼 머리를 흔들고 나면 갑자기 한 단계 높은 수준에 있었다. 나는 '야, 이제 내가 돌아왔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곧 완전하게 돌아오지는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미래에 언젠가 이런 경험을 한 번 더하게 된다면, 그 때는 내가 진짜 돌아온 건가 아닌가? 나는 지금도 모르겠다. 2 년 전에 나는 이런 경우를 또 한 번 경험했는데 그 때는 꽤 큰 것이었다. 그러니 누가 알겠는가? 어떤 한 수준에 있을 때는 더 높은 수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랭턴의 사고는 배너 엘크 시에 사는 사람들이 본 가장 지독한 사고 중 하나였으며, 그 병원은 총상 환자나 스키 사고 환자들을 잘 보는 병원이었다. 더구나 그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견인되어 있었고 절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랭턴은 아주 운이 좋았다. 캐년 메모리얼 병원의 원장이며 설립자의 아들인 로슨 테이트 Lawson Tate 박사는 배너엘크로 돌아오기 전에 많은 주요 대학 병원에서 시술을 했던 국내 최고 수준의 정형외과 의사였다. 그는 몇 달 동안에 걸쳐 랭턴의 부서진 광대뼈를 짜맞추고, 안구벽을 복원하기 위해 여러 장의 보강 플라스틱을 집어넣었다. 그는 코 속의 공동을 다시 열어 주었고 얼굴뼈를 복원했다. 문드러진 무릎도 엉덩이 살로 복원시켰다. 또 탈골된 오른쪽 어깨를 바로잡아 주어 마비된 팔 속으로 신경이 다시 자라날 수 있게 하였다. 1975 년 크리스마스 때까지 테이트 박사는 14 번의 수술을 하였고 랭턴은 마침내 링컨 시에 있는 부모 집에서 가까운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 시의 에머슨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 병원의 의사들은 한 사람이 그 모든 독립적인 수술들을 했다는데 감탄해 마지 않았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콩코드에서 랭턴은 마침내 길고 느린 재활 과정을 시작하기에 충분할 만큼 건강이 회복되었다. "나는 6 개월 동안 누워만 있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의 턱은 철사로 견인되어 닫혀 있었다. 몸무게는 180 파운드에서 110 파운드로 줄었다. 그 동안 내내 물리 치료는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근육은 다 잃어 버리게 된다. 그저 사라져 버린다. 인대와 힘줄은 팽팽하게 된다. 또 몸 전체가 뻣뻣해지는데, 그 이유는 관절들을 어느 정도 움직여 주지 않으면 연골 조직의 닳은 부분이 알 수 없는 물질로 가득 채워져 관절이 움직일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피골이 상접한 무식욕증 환자가 되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물론 내 턱은 철사로 묶여 닫혀 있었기 때문에 턱을 제어하는 근육을 거의 다 잃어 버렸다. 입을 1 인치 이상 열 수 있게 되기까지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먹는 것도 어려웠고 씹는 것도 어려웠다. 말은 이빨을 거의 꽉 다문 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굴은 우스꽝스런 모습인 채 움직이지 않았고 광대뼈는 튀어나온 게 아니라 움푹 들어가 있었다. 나는 귀신 같은 모습이었다. 나의 눈구멍들은 서로 너무나 다른 모양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에머슨 병원의 물리 치료사들은 랭턴이 일어나서 걷도록 도와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랭턴이 오른팔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애를 썼다. "완전히 등을 대고 누워서 기타를 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나는 억지로 이 일을 해나갔다. 나는 다른 것은 상관하지 않았지만 기타를 더 이상 못치게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 랭턴은 그가 이해할 만한 과학책이란 과학책은 모두 읽었다. 그는 배너 앨크에서 안구벽이 제자리에 돌아오고 물체가 더 이상 이중으로 보이지 않게 되자마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에게 책을 우편으로 보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거의 한 트럭분의 책이 왔고 나는 거기에 파묻혔다. 그 중에는 우주론에 대한 책들도 있었다. 나는 수학책을 읽고 문제를 풀었다. 그러나 관념들의 역사와 일반 생물학을 공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는 루이스 토머스 Lewis Thomas 의 《세포라는 대우주 The Lives of a Cell》을 읽었고, 과학 철학과 진화 철학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었다." 그는 완벽하게 정신을 집중할 수는 없었다고 말한다. 배너 엘크에 있는 병원은 그에게 항울제를 투여하고 진통제인 데메롤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그는 완전히 약에 중독되어 있었다. 더구나 그의 정신은 이 재조직화의 기묘한 과정 중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스폰지 같았다. 나는 생물학, 물리학 또한 우주에 관한 개념에 대하여 특정하지 않으며 유도되지 않은 포괄적인 생각을 수없이 했다. 그러자 내가 이야기하는 그 냄새가 거기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나는 그 냄새를 계속 쫓아다녔지만 어떤 특정한 방향을 설정하지는 못했다. 우주론과 천문학의 냄새가 좋았지만 나는 아직도 그 냄새를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다. 나는 아직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고, 그 이유는 내가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인공생명

1976 년 가을 랭턴은 마침내 투손 시의 아리조나 대학교 캠퍼스에 도착했다. 아직도 무릎과 오른쪽 어깨 수술을 더 받아야 했지만 지팡이를 짚고 절름거리며 돌아다닐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28 살이나 먹은 2 학년생이었고 시체처럼 보이는 불구자였다. 그는 서커스의 여흥 프로에 나오는 사람 같은 기괴한 느낌이 들었다.

"아리조나 대학교는 남ㆍ여학생 친목 클럽들과 수많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전형적인 미국의 미남, 미녀들이 다니는 곳이었기 때문에 내 모습이 더욱 괴이하게 비쳤다. 또 나의 정신 상태가 내 자신을 되찾기 위해 헤메는 그런 상태였기 때문에 나 자신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기형아라는 느낌이 들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한편 아리조나에 와서 정말로 좋았던 일 중의 하나는 대학 병원이 물리 치료와 운동 의학 분야에서 일류였다는 사실이다. "나는 병원으로부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그들은 내가 꾸준히 계속하면 회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나는 어떤 문턱을 넘어서야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내 마음 속의 변화를 통하여 먼저 나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부터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나 자신의 현 상태에 대해 싫다는 감정을 갖기보다는 회복하고 있다는 것에 좋은 감정을 가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사회로부터 추방되어 있다는 느낌과 함께 자신이 괴상하다는 느낌과 더불어 살기로 결심했다. 또한 수업 시간에 질문을 받으면 대답이 초점을 벗어나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라도 계속 말하기로 했다. 나는 계속 꾸준히 노력해야만 했다."

몸과 마음은 조금씩 회복되어 갔지만 불행하게도 아리조나가 천문학을 공부하기에 좋은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랭턴을 알았다. 그는 전 세계 천문학의 중심지가 천문학을 학부 전공으로 인정하지 않으리라고는 결코 의심해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주 훌륭한 천문학 박사과정은 있었지만 거기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부 때 물리학을 전공하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아리조나 대학교 물리학과가 랭턴이 보기에는 아주 나쁜 상황 속에 있다는 점이었다. "물리학과는 완전히 뒤죽박죽이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조교들 중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며 실험 교재들은 낡아빠졌고 실험 장비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아무도 우리가 무얼 배우도록 되어 있는지 몰랐다."

이건 랭턴이 배우려고 한 과학이 아니었다. 한 학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물리학과 천문학 둘다 포기하게 되었다. 결국은 교묘하게 피해달아나는 그 냄새 때문에 그는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랭턴 혼자만이 그 곳 물리학과에 대해 그렇게 느꼈던 것은 아니다. 1986 년 대학 당국은 물리학과를 재건하기 위해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서 새로운 학과장을 모셔 왔다. 그가 바로 피트 커러서스였다).

좋은 소식은 그가 후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리조나에는 최상급의 철학과가 있었으며, 랭턴은 관념의 역사에 매료되었기 때문에 철학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또 인류학과도 최상급이었는데, 그는 푸에르토리코 원숭이에게 느꼈던 애정 때문에 인류학에도 흥미를 가지고 되었다. 첫 학기에 그는 교양 필수를 채우기 위해 양쪽 과의 과목들을 수강했다. 결국 물리학을 그만 두고 나서 철학과 인류학을 복수 전공하게 되었다.

좀 이상한 조합이었지만 랭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조합이었다. 웨슬리 새먼 Wesley Salmon 의 과학 철학 강의실에 들어가던 날 그는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새먼 교수가 바로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그는 재빨리 새먼에게 철학과에서 자신의 지도 교수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비엔나 학파의 과학 철학자인 한스 라이헨바흐 Hans Reichenbach 의 제자였다. 비엔나 학자들은 시공간의 철학, 양자역학, 중력으로 인한 시공간의 휘어짐 따위의 매우 전문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었다. 나는 우주에 대한 현재의 명확한 이해에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세계관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가에 훨씬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게 진정으로 관심이 있던 것은 관념들의 역사였다. 우주론은 그것을 공부하기 위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분야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 동안에 랭턴은 인류학과에서 수많은 종류의 인간의 관습, 신앙, 풍습에 대해 들었고 문명의 흥망 성쇠와 300 만 년에 걸쳐 진화해 온 인류의 기원 등에 대해 들었다. 그 쪽 지도 교수였던 물리 인류학자 스티븐 제구라 Stephen Zegura 는 정말 뛰어난 선생이었으며 또한 진화 이론을 확실히 터득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양쪽 모두에서 정보의 진화라는 관념에 푹 빠져들었다. 그건 곧 나의 가장 흥미로운 대상이 되었다. 제대로 된 냄새가 났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정말로 그 냄새는 강력했다. 어쩐지 굉장히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랭턴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 중 하나는 장비를 잘 갖춘 등반가가 땅 속의 깊은 구멍으로 막 내려가려고 하는, 게리 라슨 Gary Larson 의 《아득한 쪽 The Far Side》의 한 컷이다. 그 사람 옆에서 한 기자가 마이크를 들고 "거기에는 그게 없기 때문이래요!" 라고 외치고 있다.

"바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라고 랭턴은 웃으며 말한다. 인류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이 학문 속에 크게 벌려진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근본적으로 양분되어 있었다. 한쪽에서는 생물학적 진화의 기록을 담고 있는 분명하고 좋은 화석을 다윈의 멋진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이 이론은 정보를 어떻게 담는가와 그 정보가 어떻게 세대를 걸쳐 전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문화적 진화의 기록을 담고 있는 분명하고 좋은 화석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직 어떤 문화 인류학자들도 그 기록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에 대해 생각해 보거나 이야기해 보지도 않았으며 다른 사람의 이론에 귀를 기울여 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그저 그러한 이론을 회피하려는 것 같았다."

랭턴은 문화 진화 이론들이 19 세기 사회적 다위니즘 social Darwinism 시대에 입은 상처를 아직도 지니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당시 사람들은 '적자생존' 에 근거를 둔 전쟁과 심한 사회적 불평등을 막아 내야 했다. 그도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ㅡ 사실 그는 전쟁과 사회적 불평등에 반대하는 항의를 일생 동안 해 오고 있었다 ㅡ 그 크게 벌려진 구멍을 용납할 수는 없었다. 만약 현재 상태를 비과학적으로 정당화하는 사람들에 대항해서 진짜 문화 진화 이론을 만들어 낸다면, 문화가 어떻게 이 사회에서 작용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또 전쟁이나 불평등에 대해서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추구할 목표가 섰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냄새가 났다. 랭턴은 이것이 단순히 문화 진화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생물학적 진화, 지적인 진화, 문화적 진화였으며, 수많은 세대에 걸쳐서 전 세계적으로 마음과 마음을 뛰어넘어 결합되고 또 재결합된 개념들 모두를 통틀어서 말하는 것이었다. 아주 근본적인 수준에서 보면 그것들은 똑같은 것의 서로 다른 단면들이었다. 더군다나 그것들은 생명 게임과 아주 유사했다. 이는 추락할 때 산산이 부서진 조각들이 아직도 재조립되고 있는 랭턴 자신의 정신 문제와도 비슷했다. 여기에는 통일된 그 무엇이 있었으며, 조각들이 다시 모이는 것이나 구조들이 진화하는 것 또 복잡한 물체들이 성장하고 생존할 능력을 획득하는 것과 같은 공통된 이야기가 있었다. 만약 그가 통일된 그 무엇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또 그것의 작용 법칙들을 올바른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진화에 대한 모든 '중요한'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야 모든 것들이 하나가 되어 내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다른 이들에게 이것을 하나의 관념으로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아직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것 말고는 아무 것도 나의 마음을 끌지 못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줄곧 생각해 오던 것이었다."

1978 년 봄, 랭턴은 그의 생각을 '신념의 진화 The Evolution of Belief' 라는 제목의 26 쪽짜리 글로 펴 냈다. 그의 기본적인 논지는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는 단순히 같은 현상의 두 가지 다른 면이며, 문화의 '유전 인자' 는 신념들이라는 것이었다. 또 이 신념들은 문화의 기본적인 'DNA' 인 언어에 의해 기록된다는 내용이었다. 되돌아보면 그건 꽤 순진한 발상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의 선언이었으며 또한 이 일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자신이 고안한 학제간 박사학위 과정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더구나 그의 인류학 지도 교수 제구라도 그 글을 읽고 동의했다. "그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고 동시에 좋은 선생이며 나를 믿어 주는 사람이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내 이야기에 정말로 귀를 기울인 사람은 그뿐이었다. 그의 자세는 '부딪쳐 보라!' 다른 학과의 지도 교수도 필요하다고 충고해 주었다. 물리 인류학자인 그는 랭턴이 필요로 하는 물리학이나 생물학 또 전산학의 지식들을 채워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랭턴은 여러 학과를 순회하면서 4 학년 시절을 보냈다. "바로 그 때부터 나는 인공지능이란 용어에서 유추한 '인공생명' 이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사람들이 적어도 내 말에 일단 귀를 기울이도록 하기 위해 멋있고 짤막한 이름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조금씩은 알고 있었다. 인공지능이 신경 심리학을 이해하려는 학문인 것처럼 인공생명은 진화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었다. 파충류의 진화를 정확하게 흉내 내려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진화의 이론적인 모형을 컴퓨터에 집어넣어 실험해 보려는 것이었다. 인공생명이란 문구를 사용하여 적어도 문은 열 수 있었다."

불행하게도 그가 입을 열자마자 그 문은 다시 소리 나게 닫혀 버렸다. "나는 전산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보았지만 그들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들은 컴파일러나 데이터 구조론 또 전산 언어에 대한 연구는 하고 있었지만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전혀 연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나선, '그건 컴퓨터와 전혀 상관이 없는데요' 라고 말했다."

생물학자와 물리학자들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나는 계속해서 미친놈 취급을 당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나는 정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사고를 당하고 난 후 내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을 때여서 더욱 실망스러웠다." 그 당시 랭턴은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나게 회복되어 있었고 정신을 집중할 수도 있었으며 신체도 강해져서 한번에 5 마일도 뛸 수 있었다. 그렇지만 본인은 아직 괴상하고 이상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으며, 아직 정신적인 손상이 남아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말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 신경학적인 뒤섞임 때문에 나는 나의 어떤 생각도 확신할 수 없지만, 그 신경학적인 뒤섞임 때문에 나는 나의 어떤 생각도 확신할 수 없었으며 당연히 이 인공생명도 확신할 수 없었다. 더구나 내가 말하려는 것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그는 꾸준히 일을 해 나갔다. "나는 이거야말로 한번 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나는 이것이 사고 전에 내가 이성적이고 올바른 정신을 가지고 있을 때 생각했던 것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꺼이 이 일을 계속 해 나갔다. 그리고 그것과 관계 있는 것들을 여기저기서 많이 보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비선형 동역학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지만 발현하는 성질들과 수많은 조각들의 상호 작용 또 각 개체는 하지 못하는, 그룹의 집단 행동들에 대한 많은 직관적인 지식들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직관적인 지식들만 가지고서는 뭔가 결말을 낼 수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4 학년 말이 되자 랭턴은 자신이 벽에 부딪쳤다는 사실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구라가 뒤를 받쳐 주었지만 그도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이제 일단 물러서서 다시 자세를 추스를 때가 된 것이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던 와중에도, 1979 년 12 월 22 일 랭턴은 성 마르고 무뚝뚝한 어투의 엘비라 세구라 Elvira Segura 와 결혼했다. 그녀는 도서관학 석사학위 소지자였다. 그는 스티브 제구라의 인류학 수업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우리는 처음에는 좋은 친구로서 만나다가 결혼까지 하게 됐다" 라고 그는 말한다. 1980 년 5 월 대학 당국에서 그가 졸업하기에 충분한 학점을 이미 취득했다며 졸업을 종용했기 때문에 그는 복수 전공으로 졸업하게 되었으며, 그와 엘비라 세구라-랭턴은 대학 캠퍼스 북쪽에 조그마한 방 두 칸짜리 셋집으로 이사를 갔다.

그들은 당분간 안정된 삶을 누렸다. 그의 아내는 대학 도서관에 괜찮은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랭턴 자신은 주택 개조 회사의 목수로 ㅡ 그는 이런 운동이 자신에게 좋은 치료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ㅡ 또 스테인드 글라스 상점의 조수로 시간당 일을 했다. 그는 마음 한 구석에서 정말 영원히 이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유리는 유리 자신의 생명을 드러낸다" 라고 그는 말한다. "많은 작은 조각들이 한데 모여서 멋진 전체적인 배합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랭턴은 머지 않아 곧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제루라도 격려하여 주었지만 그는 이미 인류학과 대학원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아 놓고 있었다. 그러나 인공생명에 관한 학제간 박사과정을 할 수 있다는 동의를 얻어 내지 못한다면 대학원 입락은 그가 원하거나 필요로 하지도 않는 많은 과목을 들으며 시간만 낭비한다는 사실을 뜻했다. 그러니 인공생명이라는 것을 그가 완전히 집어치워야만 하겠는가?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 때까지 나는 이미 공현축일을 경험했고 또 이젠 종교적으로 개종자였다" 라고 그는 말한다. "이건 분명히 지금부터의 나의 삶이었다. 나는 이 일반적인 영역에서 공부를 계속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싶다는 나 자신의 생각을 잘 알고 있었다. 단지 어떤 길을 택하여야 하는지 그것이 불분명했다."

그는 먼저 해야 할 일은 컴퓨터를 사서 몇 가지 생각들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보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그런 방법을 통해 인공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며, 적어도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보여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는 스테인드 글라스 상점 주인에게 빌린 돈으로 애플 II 가정용 컴퓨터를 사서 건넌방에 설치했다. 또 컴퓨터 모니터로 쓰기 위해 작은 컬러 텔레비전도 샀다.

"나는 낮에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밤에 컴퓨터를 돌렸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나는 거의 매일 밤 두세 시간씩은 늘 깨어 있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내 정신은 그 때가 되어야 가장 활동적이고 가장 또렷하며 또 창조적인 생각을 하기에 최적의 상태가 되었다. 나는 마음 속에 무언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 일어나서 그것을 추구하곤 했다."

그의 아내는 이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당신 이제 침실로 들어와서 잠 좀 자지 않을래요!" 그는 이렇게 안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곤했다. "당신 내일 완전히 녹초가 될거야." 지금은 엘비라 세구라-랭턴도 크리스 랭턴이 밤마다 씨름한 것이 노력할 가치가 있었다며 20/20 (우리 나라의 '추적 60 분' 과 비슷한 성격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목 = 역주) 식으로 뒤늦게 깨닫고 그 때를 돌아본다. 그렇지만 그 때 당시는 남편이 집을 마치 사무실처럼 사용하는 데 매우 화가 나 있었다. 그녀에게 집은 '가정' 이었고 가족을 위한 장소이며 외부 세계로부터의 탈출구였다. 그렇지만 그녀도 이것이 크리스 랭턴이 정말 원하는 일이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랭턴이 인공생명을 알기 위해 처음 시도한 것은 극도로 간단한 일이었다. 즉 몇몇 유전자들로 구성된 '유기체' 였다. " 라고 그는 말한다. "이런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이 유기체가 얼마나 오래 살도록 되어 있는가? 자손을 낳으려면 얼마만한 세월이 지나야 하는가? 그리고 몇 가지 환경 요소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배경에서 너무 크게 튀어나온 것을 날아다니면서 뜯어 먹는 새와 같은 것들이다. 이 창조물들이 자식을 낳을 때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진화하게 된다."

랭턴은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처음 실행시켰을 때 꽤 만족스러웠다. 이 유기체들은 정말로 진화했으며, 이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나 곧 그는 환상에서 깨어났다. "모두가 다 완전히 선형적이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유기체들은 뻔한 짓을 하고 있었다. 그가 이미 이해하고 있는 것 이상의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진짜 유기체가 아니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내가 한 일은 한 목록의 유전자들을 어떤 외부의 신 ㅡ 프로그램 ㅡ 에 의해 조정되도록 한 것뿐이었다. 복제는 그저 신기하게 일어난 것이다. 내가 원했던 것은 좀 더 고립된 시스템이었으며 복제과정이 자발적으로 일어나서 스스로 유전자형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었다."

랭턴은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아리조나 대학교 도서관에 가서 전산화된 문헌을 조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주요 단어로 '자기복제' 를 입력시켰다.

"무수히 많은 문헌들의 목록이 튀어나왔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 중에서도 한 문헌이 금방 그의 눈길을 끌었다. 존 폰 노이만이 쓴 <자기복제 오토마타 이론 The Theory of Self-Reproducing Automata> (A. W. 벅스 편집) 이라는 논문이었다. 또 역시 벅스가 편집한 <셀룰라 오토마타 소론 Essays on Cellular Automata> 이란 글과 상관적 데이터 베이스를 창안한 테드 코드 Ted Codd 가 쓴 <셀룰라 오토마타 Cellular Automata> 란 글이 있었으며 무수히 많은 문헌들이 계속되었다.

"이야! 맞았어. 이 모든 것들을 찾아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미쳤다면 이 사람들도 적어도 나만큼은 미친게 틀림없어!'" 그는 내 노이만, 벅스, 코드의 책들을 대출했으며 또 목록에 올라 있는 것 중 그 대학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문헌들을 대출했다. 그리고 그 문헌들 속으로 열심히 파고들었다. 맞아! 여기 모든 것들이 있었다. 진화, 생명 게임, 자체조립, 발현하는 복제 그리고 모든 것들이.

1940 년대 후반 폰 노이만은 벅스, 골드스타인 Goldstine 과 함께 프로그램될 수 있는 디지털 컴퓨터 설계를 마친 후, 자기복제라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당시는 프로그램될 수 있는 컴퓨터란 개념이 아직 새롭고 낯설었으며 수학자와 논리학자들이 프로그램될 수 있는 컴퓨터가 어떤 일은 할 수 있고 어떤 일은 할 수 없는지 알아내려고 열심이던 시대였고, 한 기계가 자기복제를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거의 필연적으로 생겨났다.

폰 노이만은 적어도 원칙적으로 그 가능성에 대하여 추호의 의심도 없었다. 아무튼 동식물들은 수십억 년 동안 자기복제를 해왔으며 생화학적 수준에서 동식물들은 별이나 행성들처럼 동일한 자연 법칙을 따르는 단순한 '기계' 였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생물학적 자기복제는 유전학, 성별, 정충과 알의 결합, 세포 분열, 배의 발생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한 과정이다. 1940 년대에는 DNA 와 단백질의 자세한 분자 화학적 성질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물론 기계들은 그런 것들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폰 노이만은 기계의 자기복제 가능성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본질적인 것만 포함하는 어떤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형태로 문제를 축소시켜야만 했다. 사실상 그는 후세에 프로그래머들이 가상 기계를 만들려고 할 때 가지게 될 정신과 같은 정신으로 일해야 했다. 그는 자세한 생화학적 기구들과는 관계없이 자기복제에 대하여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내야만 했다.

폰 노이만은 문제에 대한 감을 잡기 위해서 사고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기계가 수많은 부속품들과 함께 연못 수면 위에서 떠돌아 다닌다고 상상해 보자. 게다가 이 기계가 소위 '만능의 건설자' 라고 생각해 보자. 다시 말해 이 만능 기계는 어떤 기계에 대한 설명서만 주어지면 연못 위를 떠돌면서 적합한 부품들을 찾아 그 기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자. 특히 그 기계 자체의 설명서가 주어지면 자기 자신도 복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꼭 자기복제처럼 들릴 것이라고 폰 노이만은 말했다. 그러나 사실 꼭 그렇지는 않다. 처음 만들어진 복제 기계는 제대로 된 부품들을 가지고 있겠지만 자신에 대한 설명서는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자기복제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폰 노이만은 최초의 기계가 '설명서 복사기' 도 가지고 있어야만 다음 세대 기계에 이 복제된 설명서를 붙이는 일을 하는 장치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 세대는 무한정한 재생산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게 되며 그것이 바로 자기복제일 것이다.

노이만의 사고 실험을 통한 자기복제에 대한 분석은 매우 간명했다. 조금 형식을 갖춰 말해 보면 어떤 자기복제 시스템의 유전 물질도 자연적인 것이든 인공적인 것이든 간에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 역할을 해야만 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한 가지는 다음 세대를 만들어 내는 동안 수행되어야 하는 일종의 알고리듬으로, 프로그램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다른 한 가지는 복제되어 다음에 넘겨질 수 있는 설명서로, 수동적 데이터의 역학을 해야 한다.

이 분석은 과학적인 예언으로서 기가 막히게 훌륭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몇 년 후인 1953 년 웟슨과 크릭은 마침내 DNA 의 분자 구조를 알아 냈을 때 이것이 폰 노이만의 두 가지 조건을 정확하게 만족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DNA 는 유전자 프로그램으로서 세포가 기능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효소와 구조적 단백질들을 만드는 지침들을 기호화한다. 또 DNA 이중 나선은 유전자 데이터의 저장소로서 세포가 둘로 분열할 때마다 풀려 나와 자신의 복사본을 만들게 된다. 진화는 유전 물질의 이중적 성질을 DNA 분자의 구조 속에 감탄하리만큼 경제적으로 건설해 놓았다.

그러나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한편 폰 노이만은 사고 실험 자체만 가지고는 만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연못 속의 자기복제 기계는 진행 과정이 너무 물질적으로 지엽적인 것들에 매여 있었고, 또 너무 구체적이었다. 그는 수학자로서 완전하게 형식을 갖춘 추상적인 것을 원했다. 그의 동료인 스타니스라오스 울람이 이 문제의 해답으로서 나중에 '셀룰라 오토마톤' 으로 알려진 한 형식 체계를 제안했다. 그는 폴란드 수학자로서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서 일하며, 본인 스스로도 이런 문제들을 깊이 생각해 왔다.

울람이 제안한 것은 약 20 년 후에 존 콘웨이가 생명 게임을 고안할 때 사용한 체계와 같은 것이었다. 사실 콘웨이도 잘 알고 있지만 생명 게임은 셀룰라 오토마톤의 한 특별한 경우에 불과했다. 울람이 폰 노이만에게 제안한 것은 근본적으로 프로그램될 수 있는 우주를 상상하라는 것이었다. 이 우주에서 '시간' 은 우주 시계의 똑딱거림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공간' 은 세포들의 격자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또 각 세포들은 매우 간단하고 추상적으로 정의된 컴퓨터, 즉 '유한한 오토마톤 finite automaton' 으로 차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순간에 한 세포 속의 오토마톤은 단지 유한 개의 상태들 중의 한 상태에 있을 수 있으며 그 상태들은 적, 백, 청, 녹, 황이라든가, 1, 2, 3, 4 라든가, 생명과 죽음 등으로도 생각될 수 있다. 더구나 시계가 한 번 똑딱거릴 때마다 오토마톤은 자신의 현재 상태와 이웃들의 현재 상태에 의해 결정되는 새로운 상태로 전이를 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우주의 '물리 법칙' 들은 각 오토마톤이 무엇이든간에 일단 자신과 이웃들의 상태가 주어지면 어떤 상태로 전이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법칙으로 '상태 전이 목록' 에 기호화된다.

폰 노이만은 셀룰라 오토마톤이라는 아이디어를 아주 좋아했다. 수학적으로 분석하기에 충분히 간단하고 추상적인 시스템이면서도 그가 이해하려고 하는 진행 과정들을 다 포용할 만큼 복잡하기 때문이었다. 그건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실제 컴퓨터에서 시늉내기를 할 수 있는 종류의 시스템이었다. 폰 노이만은 셀룰라 오토마타 이론에 대한 연구를 다 끝마치지 못하고 1954 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이 주제에 대한 폰 노이만의 논문들을 편집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아트 벅스가 노이만이 한 일들을 정리하고 또 아직 완성되지 못한 세부 사항들을 메꾸어 넣어, 1966 년 '자기복제 오토마타 이론' 이란 제목으로 논문 모음집을 출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자기복제를 할 수 있는 셀룰라 오토마톤 패턴이 적어도 한 개 이상 존재하여야 한다는 폰 노이만의 증명이었다. 그가 발견한 패턴은 너무나 복잡하여, 엄청나게 큰 격자와 각 세포당 29 개의 서로 다른 상태가 있어야만 했다. 현존의 어떤 컴퓨터를 써도 그것을 시늉내는 데는 용량이 엄청나게 부족했다. 그러나 그것이 존재한다는 엄연한 사실 때문에, 한때는 생명체의 고유 성질로 인식되었던 자기복제가 기계에 의해서도 얻어질 수 있다는 원칙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읽고 나서 갑자기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그는 애플 II 컴퓨터에 다용도의 셀룰라 오토마톤 프로그램을 작성하여 입력시켰다. 이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면 화면에서 천연색 사각형들의 격자인 셀룰라 세계를 볼 수 있었다. 애플 컴퓨터는 기억 용량이 64 킬로바이트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각 세포당 9 개 이상의 상태를 허용할 수 없었다. 29 개의 상태를 갖는 폰 노이만의 자기복제 기계는 실험해 볼 수 없었다. 랭턴은 상태수가 몇 개이든 또 어떤 전이 목록을 가졌든 간에, 자기가 원하면 상상 실행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각 세포당 여덟 개의 상태수를 가지면 1030000 개의 서로 다른 전이 목록들이 가능했다. 그는 이들을 모두 조사해 보기로 했다.

랭턴은 이러한 조사가 겉보기처럼 아주 희망이 없지는 않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테드 코드가 이미 10 여 년 전 미시간 대학교에서 존 홀랜드라는 교수 밑에서 연구하던 대학원생 시절에 여덟 개의 상태들을 가지는 자기복제 패턴을 이미 발견해 냈다는 사실을 문헌 속에서 찾아냈다. 코드의 패턴도 아직 애플 II 컴퓨터에 그대로 사용하기는 너무 복잡했지만 랭턴은 여러 가지 구성 요소들을 잘 요리하면 아마 이런 제약된 환경에 적합한 좀 더 간단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코드의 모든 구성 요소들은 데이터가 지나가는 길과 같았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즉, 코드의 시스템에서 여덟 개의 오토마톤 상태들 중 네 개는 데이터의 비트 bit (2 진법의 0 과 1 처럼 정보를 전달하는 최소 단위 = 역주) 역할을 하고, 나머지 네 개는 여러 가지 보조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전도체 같은 기능을 하는 상태와 부도체 같은 기능을 하는 상태가 있었으며, 그들은 함께 모여 데이터가 세포와 세포 사이를 흘러가는데 필요한 경로를 마치 구리 도선처럼 구축하고 있었다. 그래서 랭턴은 코드의 '주기적인 방사기' 구조를 보완하기 시작했다. 이 주기적인 방사기 구조란 본질적으로 되풀이되며 실행되는 루프 loop 인데, 데이터의 한 비트가 루프를 따라 마치 시계의 큰바늘처럼 빙빙 돌며 동시에 이 루프의 팔 같은 것이 자라나와 순환하는 비트의 복제본을 주기적으로 방사하는 구조이다. 랭턴은 방사기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먼저 신호들이 빠져 나가지 못하게 팔에 덮개를 씌우고, 부차적인 순환 신호를 덧붙여서 덮개를 만들고, 또 전이 법칙 목록을 비틀어 바꾸는 식으로 무한히 계속해 나가는 것이었다. 그는 단지 팔이 자라난 다음 다시 움츠러들면서 그전 루프와 똑같은 루프를 새로 하나 만들 수 있다면 자신의 목표가 설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일은 느릿느릿 진행되었다. 랭턴은 매일 한밤중에 일을 계속했으며 그의 아내 엘비라는 최선을 다해 참아 내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이 일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과 또한 무언가 일어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을 존중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그러나 그녀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것은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 모든 일들이 우리 미래에 어떤 길을 열어 줄 것인가, 집안 살림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 2 년 후에는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하는 것들이었다. 이런 것을 설명하기란 아주 어려웠다. 그래, 이 일을 해냈다고 치자. 그렇다고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막연하게나마 그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았다."

랭턴은 그저 열심히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런저런 조각들을 계속 모았다" 라고 그는 말한다. "나는 한 법칙을 가지고 시작해서 그 법칙을 고치고 또 고치면서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나는 모아둔 전이 법칙 목록들을 15 개의 플로피 디스크에 저장시키고는 그것을 일단 뒤로 밀어 놓고 또 다른 방향으로 출발했다. 나는 어떤 법칙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무엇이 바뀌었는지, 무엇을 뒤로 밀어 놓았는지 또 어느 디스크에 저장하였는지 아주 조심스럽게 기록해야만 했다."

폰 노이만의 글을 처음 읽고 나서 마침내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낼 때까지 두 달 정도 걸렸다고 랭턴은 말한다. 어느 날 저녁, 마침내 모든 조각들이 맞춰졌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팔을 내뻗었다가 움츠러들며 똑같은 루프를 새로 만들어 내는, 그리고 이 과정을 영구히 계속하는 루프들을 뜷어지게 응시하며 앉아 있었다. 그건 마치 산호초가 자라나는 것과 흡사했다. 그는 세계 최초로 가장 간단한 자기복제 셀룰라 오토마톤을 창조해 냈다. "나는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굉장한 감정에 휩싸였다" 라고 그는 말한다. "이게 정말 가능할 줄이야. 정말로 작동하잖아. 이건 순하게 조작하는 외부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이것은 자체적으로 독립되어 있으며, 유기체가 바로 프로그램이었다. 완전했다. 내가 이걸 할 수 있다면 내가 생각해 오던 모든 다른 것들도 이제는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적어도 모두 가능하다고 느꼈다. 이건 마치 가능성들로 산사태가 일어나는 것 같았다. 도미노는 무너졌고 계속해서 무너지고 무너지고 무너져 나갔다."

혼돈의 가장자리

"나는 어떻게 보면 기계공이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나는 무언가에 손을 대면 그것을 구성하여 실제로 작동하는지 보아야만 한다. 한번 실제로 구성해 놓고 나면 마음에 있던 의심이 사라져 버린다. 나는 인공생명이 이제 어디로 가야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마음 속은 맑고 투명했다. 그는 이미 셀룰라 오토마톤 세계에서 자기복제를 성공시켰기 때문에, 이 패턴들이 자기복제를 하기 전에 충분한 에너지나 충분한 분량의 구성 요소들을 모으는 일들을 수행하기 위한 필요 조건들을 추가 시켜 나가야만 할 것이다. 그는 이런 자원들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서로 경쟁하는 수많은 패턴들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그는 이 패턴들에게 서로서로 움직이며 상대를 인식하는 능력을 만들어 주어야만 할 것이다. 또 자기복제 과정 중 돌연변이나 오차가 일어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만 할 것이다. "이 모든 문제들이 내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는 이 폰 노이만의 세계에 진화를 집어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이 만든 자기복제 셀룰라 오토마톤을 가지고 랭턴은 캠퍼스로 돌아와 다시금 그의 학제간 박사과정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며 여러 과를 순회하기 시작했다. 그는 화면 위에서 전개되는 구조들을 가리키며 이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겁니다" 라고 사람들에게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얻은 것이 있다면 전보다 더 차가운 반응뿐이었다. 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사실 많다" 라고 그는 말한다. "인류학과 사람들은 컴퓨터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들은 셀룰라 오토마타를 무시하고 있었다. '이게 비디오 게임과 무엇이 다르지요?' 전산학과의 사람들도 셀룰라 오토마타에 대해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들은 생물학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자기복제가 전산학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요?' 그들에게 모든 것을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애쓰는 나 자신이 완전히 수다만 떠는 바보처럼 느껴졌다."

"나는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 때 나는 내 정신이 완전히 올바르게 박혀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남보다 정신이 더 맑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걱정도 되었다. 왜냐하면 실제 미친 사람들도 자신들을 바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쳤거나 안 미쳤거나 간에 그는 아리조나에는 갈 곳이 없었다. 이제 다른 곳을 찾아볼 시간이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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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턴은 피츠버그 대학교로 자리를 옮긴 그의 전 철학과 지도 교수 웨슬리 새먼에게 편지를 썼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새먼은 자기 부인의 제안이라면서 "아트 벅스와 함께 일해 보시오" 라고 답장을 썼다.

벅스? "나는 그가 이미 죽은 줄 알았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이미 거의 다 고인이 되었었다." 그러나 벅스는 미시간 대학교에서 활기 넘치게 일하고 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벅스가 랭턴과의 서신 왕래를 통해 그를 대단히 격려하여 주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랭턴이 교육 조교와 연구 조교로서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 주기조차 했다. 그는 랭턴에게 원서만 내면 된다고 말했다.

랭턴도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았다. 그는 미시간 대학교의 컴퓨터 및 통신 과학 과정이 바로 그가 추구하고 있는 종류의 시각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정보처리가 모든 분야에 걸쳐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이해하는 것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 철학을 가지고 나는 지원했다."

머지 않아 학과장인 기디온 프리더 Gideon Frieder 교수에게서 답신을 받았다. 그 답신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미안합니다. 당신은 적절한 예비 지식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입학은 거부되었다.

랭턴은 격분했다. 그는 일곱 쪽 분량의 답장을 써 보냈다. 요지는 젠장할!?, "당신이 인간의 존재, 생활, 호흡의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그 모든 철학이 여기 있습니다. 그게 바로 내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어떻게 내게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몇 주 후에 프리더는 다시 편지를 보내 왔다. 한마디로 "승선을 환영합니다" 였다. 한참 후에 그는 랭턴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학과장에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옆에 두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네."

랭턴이 후에 알게 된 바로는 실제로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벅스나 홀랜드는 랭턴의 최초 지원서를 보지도 못했다. 여러 가지 행정적인 이유와 재정적인 문제로, 지난 30 년에 걸쳐 이룩된 이 폭넓은 학과가 연구 과제 선택에 있어 보다 실용적인 관점을 가진 고집 센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전기공학과와 합병되려는 순간에 있었다. 프리더와 다른 사람들은 이미 합병을 염두에 두고 '적응된 계산' 의 중요성을 깎아 내리려 하고 있었다. 벅스와 홀랜드는 등 뒤에서 들어오는 공격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

그 당시 랭턴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입학이 허용된 것이 그저 즐거웠다. "나는 이 기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특히 내가 옳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라고 그는 말한다. 엘비라 세구라-랭턴도 이 기회가 한번 도전해 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녀는 갖고 있던 대학 일자리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의 가족이 살던 아리조나를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첫아기를 임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리스의 학생 건강 보험 혜택을 받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들은 남서부를 매우 사랑했기 때문에 가끔 한 번씩 구름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했다. 그래서 1982 년 가을, 그들은 북쪽으로 향했다.

랭턴은 적어도 지적으로는 미시간에서 아주 근사한 시간을 보냈다.

그는 벅스의 전산 역사 과목 조교로서 옛날에 벅스가 직접 눈으로 본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으며, 벅스를 도와 얼마간의 옛날 하드웨어 원전을 사용하는 ENIAC 컴퓨터상에서 볼 만한 것을 만들어 냈다. 그는 홀랜드도 만났다. 랭턴은 그의 집적회로 설계 과목을 들으며 홀랜드의 분류자 시스템의 한 부분을 엄청나게 빨리 시행할 수 있는 칩을 설계하고 만들어 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랭턴이 미친 듯이 공부했다는 사실이다. 정식 언어 이론, 전산적 복잡성 이론, 데이터 구조론, 컴파일러 구축론 등 그가 전에 조각조각으로만 배워 왔던 지식들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것을 정말 좋아했다. 벅스와 홀랜드 그리고 그들이 동료들은 학생들의 끝없는 노력을 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랭턴이 미시간에 있을 당시, 그들은 박사학위 과정으로 들어가기 위한 구두 '자격' 시험에서 거의 한 번은 모든 학생들을 떨어뜨렸다 (떨어진 학생들에겐 한 번 더 기회가 있다). "그들은 교과 과정 속에 포함되지 않은 문제들을 물어 보기도 하며, 학생은 이에 어떻게든 지적인 대답을 하여야 한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배움의 과정을 진실로 즐겼다. 과목을 잘 이수하는 것과 실제로는 그걸 안다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학교 내 정치 싸움에서는 별로 좋은 일이 없었다. 1984 년 말 랭턴은 교과 과정을 다 끝내고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자격 시험을 통과하여 박사학위 논문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자기가 원하는 폰 노이만 우주 속에서의 인공생명의 진화에 대한 논문을 쓰도록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고통스럽지만 점점 자명해졌다. 벅스와 홀랜드가 뒤에서 지원해 주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날의 컴퓨터 및 통신 과학과는 1984 년 공과 대학으로 흡수되었다. 공학적인 분위기가 주도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벅스-홀랜드 스타일의 '자연적인 시스템' 의 교과 과정은 사실상 단계적으로 제거되었다 (홀랜드는 드러내 놓고 화를 내는 일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는데, 이 때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는 자연적인 시스템을 통한 접근 방식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처음에는 합병을 강하게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자신이 완전히 당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사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홀랜드는 산타페 연구소 일에 이때부터 더 적극적으로 관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벅스와 홀랜드는 용기를 잃지 않고 랭턴에게 조금만 덜 생물학적이고 조금만 더 전산학적인 논문을 쓰라고 강력하게 권했다. 랭턴은 그들의 말이 현실적인 대응책으로서 일리가 있다고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쯤 나는 이 폰 노이만 우주란 것이 실제로 만들어서 움직이게 하기는 매우 어려운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몇 십 년이 아니라 한 1, 2 년 안에 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는 완전한 폰 노이만 우주를 만들어 내는 일을 일단 뒤로 미루고, 그 우주의 '물리학' 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는 것이 출발점으로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셀룰라 오토마톤 법칙들은 흥미있는 구조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어떤 법칙들은 왜 못 만들어 내는지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건 적어도 올바른 길로 가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그건 아마도 공학적인 마음을 가진 이들을 만족시킬 만큼 충분한 양의 핵심적인 전산학을 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약간 운이 따른다면 실제 물리로 가는 재미있는 연결 고리를 제공하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최근에는 이 셀룰라 오토마타와 물리학의 관계가 인기 있는 연구 과제가 되었다. 물리학의 신동이었던 스티븐 울프럼이 1984 년 칼텍 대학교에 있을 당시 지적한 바와 같이, 셀룰라 오토마타는 복잡한 수학적 구조들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선형 동역학 시스템들과 많은 유사점들을 보이고 있었다.

랭턴에게 특히 매혹적이었던 것은 어떤 셀룰라 오토마타 법칙들도 네 개의 보편군들 universality classes 중 하나에 속한다는 울프럼의 주장이었다. 울프럼의 보편군 I 은 최후의 심판의 날 법칙이라 불리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살아 있는 세포들과 죽어 있는 세포들로 어떤 패턴을 만들어 시작하더라도 모든 세포들은 한두 번의 시간 단계가 지나면 모두 죽어 버리게 된다. 컴퓨터 화면 위의 격자는 단색으로 변하게 된다. 동역학 시스템의 전문 용어로 말하자면, 그러한 법칙들은 한 개의 '점 끌개 point attractor' 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즉, 그 시스템은 커다란 시리얼 사발의 밑바닥을 향해 굴러 내려오는 구슬 같았다. 구슬이 사발 옆면의 어디에서 출발하든 간에 늘 중심부의 한 점 ㅡ 죽은 상태 ㅡ 으로 매우 빨리 굴러 내려오게 된다.

울프럼의 보편군 II 에 속하는 법칙들은 조금 더 생명력을 보여 주기는 하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살아 있는 세포들과 죽어 있는 세포들을 무작위로 화면 위에 흩뜨려 놓고 이 법칙들을 시행해 보면, 이 초기 패턴은 몇 개의 정적인 작은 덩어리들로 재빠르게 합쳐지며, 또 다른 몇몇 덩어리들은 서로 주기적으로 진동하며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그러한 오토마타도 여전히 부동의 정체와 죽음이라는 일반적인 인상을 주었다. 동역학 시스템의 전문 용어로 말하자면, 이러한 법칙들은 일단의 주기적인 끌개들 periodic attractors 속으로 빠져 들어간 것 같았다. 다시 말해서 울퉁불퉁한 시리얼 사발의 바닥에 일련의 움푹 파인 곳들이 있어서 구슬이 무한히 데굴데굴 구를 수 있는 것과 같다.

울프램의 보편군 III 에 속하는 법칙들은 완전히 정반대의 극한이었다. 너무 활발했다. 너무나 활동적이어서 마치 화면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안정적인 것은 전혀 없었으며 예측 가능한 것도 없었다. 구조들은 거의 형성되자마자 다시 갈라지곤 했다. 동역학 시스템의 전문 용어로 말하자면, 이 법칙들은 '이상한 끌개들 strange attractors' 에 해당했다. 이 이상한 끌개들은 일반적으로 '혼돈 chaos' 이라는 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건 마치 구슬이 시리얼 사발 속에서 너무나 빨리 또 너무나 격렬하게 굴러다녀서 결코 안정을 찾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마지막으로, 울프럼의 보편군 IV 에 속하는 법칙들이 있었다. 여기에 속하는 법칙들은 움직이지 않는 작은 덩어리들도 만들어 내지 않으며 또 완전한 혼돈 상태도 보여 주지 않는 아주 드문 법칙들로, 잘 분류하여 정리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들이 만들어 낸 것은 아주 멋지고 복잡한 방법을 통하여 퍼져 나가고 성장하며, 쪼개지기도 하고 재결합하기도 하는 결 맞는 구조들이었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결코 안정된 상태에 도달할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그들은 보편군 IV 에 속하는 가장 유명한 법칙인 생명 게임과 아주 흡사했다. 그리고 동역학 시스템의 전문 용어로 말하자면, 그들은….

글쎄, 그게 문제였다. 동역학 시스템의 기존 이론에는 보편군 IV 의 법칙과 비슷하게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울프럼은 이 법칙들이 셀룰라 오토마타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운동을 대표한다고 추론했다. 그러나 사실 아무도 그 법칙들이 대표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또 어떤 법칙은 왜 보편군 IV 의 행동을 보이고, 어떤 법칙은 왜 그렇지 못한가에 대한 문제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법칙의 보편군을 알아내려면 실제로 그 법칙을 시행해 보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보기 전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랭턴에게 이런 상황은 흥미를 유발시키기도 했지만 그가 전에 인류학에 대해 가지고 있던 "거기에는 그게 없기 때문이래요" 하는 옛 기분을 되살아나게 했다. 여기 있는 법칙들은 폰 노이만 우주에 대한 그의 관점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것 같았고, 또한 생명과 자기복제의 자발적인 발현에 대한 중대한 요소들을 많이 포착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들은 아직도 동역학의 완전한 미개발 지대 위에 놓여 있는 듯했다. 그래서 그는 그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치기로 결심했다. 울프럼의 보편군들은 서로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무엇이 한 법칙의 보편군을 결정하는가?

거의 즉각적으로 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당시 그는 마침 동역학 시스템과 혼돈에 관한 많은 책들을 섭렵하고 있었다. 그는 많은 실제 비선형 시스템들의 경우, 그 시스템의 혼돈 정도를 조절하는 조정 손잡이의 역할을 하는 매개 변수가 그 시스템의 운동 방정식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예를 들어, 물 새는 수도꼭지가 시스템이라면 매개 변수는 물의 유속일 것이다. 또 토끼의 개체수가 시스템이라면 매개 변수에는 토끼의 출산율과 과밀로 인한 사망률 간의 비율이 포함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개 변수가 작은 값을 가지면 안정된 행동을 보인다. 즉, 같은 크기의 물방울이 떨어진다든가 개체수가 일정하든가 등이다. 그것들은 울프럼의 보편군 I 과 II 에서 나타났던 정적인 움직임을 그대로 연상시켰다. 그러나 매개 변수의 값을 점점 크게 변화시키면 시스템의 행동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ㅡ 서로 다른 크기의 물방울들이 떨어지고 개체수가 요동치는 등 ㅡ 마침내는 완전히 혼돈스럽게 된다. 바로 그 때는 울프럼의 보편군 III 을 닮게 된다.

랭턴은 보편군 IV 가 이런 시나리오의 어디에 속하게 될지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유추를 사장시키기는 너무 아까웠다. 그가 이와 비슷한 매개 변수를 셀룰라 오토마톤 법칙에 도입할 수만 있다면 울프럼의 보편군들은 아마 뜻이 통하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아무 숫자나 마구 집어넣을 수는 없으며, 이 매개 변수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법칙 자체로부터 유도되어야 할 것이다. 그는 각 법칙의 반응도를 측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한가운데 있는 세포가 얼마나 자주 상태 전이를 일으키는가 하는 따위이다. 그러나 시험해 볼 수 있는 것들은 무수히 많았다.

랭턴은 어지간히 합리적으로 보이는 모든 매개 변수에 대하여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 (그가 미시간에 와서 맨 처음 한 일 중 하나는 애플 II 컴퓨터에서 사용했던 셀룰라 오토마톤 프로그램을 고성능의 엄청난 속도를 가진 아폴로 워크 스테이션에 맞도록 더욱 정교한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그의 일은 처음에는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어느날 그는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매개 변수들 중 하나를 시험해 보았다. 거기에 그리스 문자인 람다 λ 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그건 한 세포가 다음 세대에서 '살아있을' 확률이었다. 예를 들어 λ 의 값이 정확히 0.0 인 법칙을 사용하면 첫 번째 시간 단계가 지난 후에 아무 것도 살아 있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 법칙은 틀림없이 보편군 I 에 속하게 된다. λ 의 값이 0.50 인 법칙을 사용하면 격자는 움직임으로 들끓게 된다. 평균적으로 세포들 중 반 정도는 살고 반 정도는 죽을 것이다. 아마도 이 법칙은 혼돈스러운 보편군 III 에 속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 매개 변수 λ 가 중간에 어떤 흥미로운 것을 드러내 줄 수 있는가였다 (λ 의 값이 0.50 을 넘으면 '삶' 과 '죽음' 이 서로 역할을 바꾸게 되며, 1.0 에 접근함에 따라 패턴은 아마 점점 단순하게 되어 결국 보편군 I 에 다시 속하게 될 것이다. 그건 마치 사진 음화로 같은 모습을 보는 것과 같다).

랭턴은 이 매개 변수를 시험해 보기 위해, λ 의 값이 주어지면 그의 아폴로 컴퓨터가 자동으로 법칙들을 만들어 셀룰라 오토마톤을 실행하고 화면 위에 그 법칙이 무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조그마한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었다. "맨 처음에는 완전한 무작위적 상태를 기대하며 λ 의 값을 0.50 으로 정했다. 그런데 갑자기 보편군 IV 법칙들이 차례차례 계속 나타나는 것이었다! 나는 '하느님, 이것이 진실이라고는 믿기지 않아요!' 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실제로 입력한 값이 아닌 다른 값으로 λ 를 정해준 프로그램상의 오류를 발견했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그 잘못된 값이 보편군 IV 법칙을 만들어 주는 임계값이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랭턴은 프로그램상의 오류를 고친 뒤 여러 가지 값을 λ 에 대입해 보며 체계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0.0 근처의 아주 작은 값에서는 죽어 있는 부동의 보편군 I 법칙들밖에 발견할 수 없었다. 약간 λ 의 값을 증가시키자 주기적인 보편군 II 법칙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조금씩 그 값을 증가시킴에 따라 그 보편군 II 법칙이 안정된 모양을 보이기까지 시간이 점점 더 걸렸다. 그리고 그가 0.50 으로 값을 건너뛰어 가자 예상한 대로 보편군 III 인 완전한 혼돈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보편군 II 와 III 사이, λ 의 신비로운 '임계값' (약 0.273) 바로 주위에서 복잡한 보편군 IV 법칙들을 수 없이 발견했다. 생명 게임도 물론 그 중에 있었다. 그는 어리둥절했다. 어쨌든 이 단순하게 보이는 매개 변수 λ 가 울프럼의 보편군들을 그가 원하는 순서대로 나열했고 보편군 IV 법칙들이 나타나는 장소도 찾아냈다. 바로 전이점에서 :

I & II → 'IV' → III

더구나 그 순서는 동역학 시스템에서도 비슷한 전이가 있을지 모른다는 유혹에 빠지게 만들었다 :

질서 Order → '복잡성 Complexity' → 혼돈 Chaos

여기서 '복잡성' 이란 말은 보편군 IV 에 속하는 오토마타가 보여 주는, 영원히 놀라움을 주는 동역학적 운동 같은 것을 의미했다.

"이건 일종의 상전이 현상이라는 생각이 금방 들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매개변수 λ 를 온도 같은 걸로 생각해 보자. 그러면 λ 의 값이 낮을 때 발견할 수 있는 보편군 I 법칙들과 II 법칙들은 물 분자가 결정 격자상에 단단히 묶여 있는 얼음 같은 고체에 해당된다. λ 의 값이 높을 때 발견할 수 있는 보편군 III 법칙들은 분자들이 완전한 혼돈 상태에서 서로 서로 충돌하며 날아다니는 증기 같은 기체에 해당된다. 그러면 그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편군 IV 법칙들은 무엇에 해당하는가? 액체?

"그 당시 나는 상전이 현상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액체의 분자 구조에 대해 무엇이 알려져 있는지 열심히 찾아보았다." 처음에는 매우 전도가 양양해 보였다. 그는 액체 속의 분자들이 쉬지 않고 서로서로를 넘어 뒹굴어 다니고 1 초에 수십억 번이나 분자 결합을 하여 덩어리가 되었다가 다시 깨지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생명 게임의 구조들과 아주 유사했다. "물 한잔 속의 분자들간에 생명 게임 비슷한 것이 진행될 수 있다는 생각이 나에겐 아주 그럴 듯해 보였다" 라고 그는 말한다.

랭턴은 이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조금씩 더 생각할수록 뭔가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편군 IV 법칙들은 전형적으로 생명게임의 글라이더처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생존하고 전파되는 구조물인 '꽤 오래 머무르다 사라지는 일시적인 것들 extended transients' 을 만들어 냈다. 보통 액체 상태에서는 분자들 안에 그와 유사한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액체는 거의 기체만큼 혼돈스러운 것이었다. 사실 랭턴은 온도와 압력을 충분히 높이면 상전이를 일으키지 않고 증기에서 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운 적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기체와 액체는 물질의 '유체' 라는 한 가지 상의 두 가지 다른 면이다. 그러므로 그들 사이를 구분하는 것은 근본적인 것이 아니었고, 액체와 생명 게임 간의 닮은 점도 단지 피상적인 것이었다.

랭턴은 물리학 교과서들을 다시 들고 읽기 시작했다. "마침내 나는 일차 상전이와 이차 상전이의 기본적인 다른 점을 알게 되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가 주로 잘 알고 있는 것들은 뚜렷하고 정확한 일차 상전이 현상이다. 예를 들어 얼음의 온도를 화씨 32 도 이상으로 올려 보자. 그러면 얼음이 물로 한꺼번에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무엇이 일어나는가 하면, 분자들이 질서 order 와 혼돈 chaos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되고 있는 것이다. 전이 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분자들이 결정 구조의 질서 (얼음) 를 선택하기에 충분한 느린 속도로 진동하고 있다. 반대로 전이 온도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분자들이 너무 심하게 진동하기 때문에 분자 결합이 끊어지는 속도가 재결합하는 속도보다 빨라져서 혼돈 (물) 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랭턴은 이차 상전이 현상이 자연계에 그리 많지는 않다는 사실을 배웠다 (적어도 인간들에게 익숙한 온도와 압력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그런 시스템에서는 분자들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상전이 현상은 훨씬 덜 갑작스럽다. 이 현상은 혼돈과 질서를 겸비한다. 예를 들어, 전이 온도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대부분의 분자들이 완전히 혼돈스러운 유체 상 속에서 서로서로를 넘어 뒹굴어 다닌다. 그러나 뒹굴어 다니는 것들 중에는 무수히 많은 아주 작은 섬들이 있는데, 이 섬들은 질서 있는 격자 상태의 고체이며 그 가장자리에 있는 분자들은 끊임없이 용해되었다가 재결정화했다가 한다. 이 섬들은 분자 크기에서 보아도 그렇게 아주 크지는 않으며 아주 오래 살아 남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그 시스템은 아직 거의 혼돈 상태이다. 그러나 온도를 낮추어 가면 가장 큰 섬들이 실제로 아주 커지기 시작하고 상응하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살아 있기 시작한다. 혼돈과 질서 간의 균형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온도를 전이 온도보다 더 내리게 되면, 역할이 뒤바뀐다. 고체의 섬들이 점점이 박힌 유체의 바다에서 유체의 호수들이 점점이 박힌 고체의 대륙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바로 전이점에서는 균형이 완전하게 이루어지며, 질서 있는 구조들이 혼돈스런 유체의 양과 똑같은 양만큼 물질을 채우게 된다. 아주 작은 팔들과 가느다란 쪽걸이 실들이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춤을 추는 속에서, 질서와 혼돈은 서로 뒤엉킨다. 가장 큰 질서 있는 구조들은 물질을 가로질러 무한히 먼 곳까지 손가락들을 내밀고, 또 무한히 오랫동안 지속된다. 그리고 아무 것도 실제로 안정되지 않는다.

랭턴은 이것을 알아냈을 때 마치 감전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주 중요한 연결고리가 '거기에' 있었다! 울프럼의 보편군 IV 와의 유사함도 '거기에' 있었다!" 거기에 모두 있었다. 전파되어 나가는 글라이더 같은 '꽤 오래 머무르다 사라지는 일시적인 것들', 영원히 안정되지 않는 동역학, 영원히 놀라움을 주는 복잡성을 가지고 성장하고 갈라지며 재결합하는 구조들의 뒤얽힌 춤. 이들이 이차 상전이 현상을 실제적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그래서 랭턴은 이제 세 번째 비유를 가지게 되었다.

문제는 단지 비유 이상의 그 무엇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랭턴은 곧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물리학자들의 세계에서 사용되는 모든 방식의 통계 검사들을 동원해서 폰 노이만의 세계에 적용해 보았다. 그가 λ 의 함수로 그 결과를 그래프로 그려 보았을 때, 그건 마치 교과서에 있는 그림과 똑같아 보였다. 만약 물리학자가 그 그림을 보았다면 '이건 이차 상전이 현상이야' 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랭턴은 그의 매개 변수가 어째서 이렇게 성공적인지, 또 왜 이렇게 온도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사실 아직 아무도 이 이유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상전이는 그냥 비유만은 아니었다. 그건 실제였다.

랭턴은 이 상전이 현상에 어떤 이름을 붙여 주어야 할지 시간 나는 대로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혼돈으로의 전이', '혼돈의 경제', '혼돈의 시작'. 그러나 그에게 진실로 직감적으로 다가왔던 이름은 '혼돈의 가장자리' 였다.

"그 이름은 내가 푸에르토리코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면서 경험한 느낌들을 생각나게 했다" 라고 그는 설명한다. "평소에 우리는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다이빙을 했다. 물은 수정처럼 맑았고 약 60 피트 깊이의 바닥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다이빙 강사가 대륙붕의 가장자리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60 피트 깊이의 바닥이 거기서부터는 갑자기 80 도나 되는 급경사를 이루며 보이지 않는 심연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그 전이가 약 2000 피트 정도에서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나는 분명히 모험적이고 대담한 것으로 보이는 이 다이빙이 사실은 해변 근처에서 장난하고 있는 사실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륙붕은 '대양' 에 비해서는 작은 웅덩이에 불과했다."

"생명은 대양에서 생겨났다. 그래서 사람은 그 가장자리에서 살고 활동하며 그 거대한 유체 육아실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바로 그 생각이 나로 하여금 '혼돈의 가장자리' 라는 말에 비슷한 느낌을 갖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생명이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생겨났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자리에서 살고 활동하며 물리 법칙이 그러한 육아원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라고 그는 덧붙인다.

그건 확실히 시적인 표현이었지만 랭턴에게는 그 믿음이 단순히 시적이라기보다 훨씬 심오한 것이었다. 사실 생각하면 할수록 그는 상전이 현상과 컴퓨터 계산 사이에 깊은 관련이 있으며 또한 컴퓨터 계산과 생명 자체 사이에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물론 그 관련성은 생명 게임으로 되돌아가 보면 자명하다. 1970 년 그 게임이 발견된 후, 사람들이 가장 먼저 주목했던 것은 글라이더와 같이 전파되어 나가는 구조들이 폰 노이만 우주의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신호를 전달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사실상 한 무리의 글라이더들이 하나의 파일로서 비트의 흐름처럼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비트란 글라이더가 있으면 1 이고, 없으면 0 인 2 진법의 수이다. 이 게임을 좀 더 들여다보고 나서 사람들은 그런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구조들과 또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는 새로운 신호들을 내보낼 수 있는 여러 가지 구조들을 발견했다. 생명 게임 구조들을 가지고 데이터 저장소와 정보처리 능력 또 다른 모든 것들을 가진 완전한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금방 명백해졌다. 물론 이 생명 게임 컴퓨터는 그 게임이 어떤 기계에서 진행되든 간에 ㅡ PDP-9 이건, 애플 II 또 아폴로 워크스테이션이건 간에 ㅡ 그 기계와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기계는 셀룰라 오토마톤 프로그램이 돌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는 역할만 할 것이다. 아니, 생명 게임 컴퓨터는 랭턴이 만든 자기복제 패턴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폰 노이만 우주 안에서 존재할 것이다. 그건 틀림없이 거칠고 비능률적인 컴퓨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세이무어 크레이 Seymour Cray 가 만든 최고의 컴퓨터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그건 계산할 수 있는 것이면 어떤 것이라도 계산해 내는 능력을 가진 '보편적인' 컴퓨터가 될 것이다.

그건 정말 놀랄 만한 결과라고 랭턴은 말한다. 특히 셀룰라 오토마톤 법칙들 중 아무 법칙이나 이런 일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소수의 법칙들만이 성공할 수 있다. 셀룰라 오토마톤 보편군 I 이나 II 에 속하는 법칙들을 가지고 보편적인 컴퓨터를 만들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만들어 내는 구조들은 너무 정적이어서, 그러한 우주 속에 데이터를 저장할 수는 있어도 정보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전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혼돈스러운 셀룰라 오토마톤 보편군 III 에 속하는 컴퓨터도 만들 수 없다. 신호들이 잡음 때문에 길을 잃을지도 모르며 데이터 저장 구조가 급속하게 조각조각으로 부서져 버릴 것이다. 사실 보편적인 컴퓨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법칙들은 생명 게임처럼 보편군 IV 에 속하는 법칙들뿐이라고 랭턴은 말한다. 이 법칙들은 반드시 컴퓨터 계산에 필수적인 것으로 보이는 두 가지 성질, 즉 정보를 저장하는 데 필요한 안정성과 원거리 신호 전달에 필요한 유동성을 갖고 있다. 물론 이 법칙들은 이 상전이 현상에서 바로 혼돈의 가장자리에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해서 상전이 현상들, 복잡성 그리고 컴퓨터 계산들이 모두 한 묶음이 되었다는 사실을 랭턴은 깨달았다. 아니 적어도 그것들은 모두 폰 노이만 우주 속에 있었다. 그러나 랭턴은 이러한 관계가 현실 세계에서도 ㅡ 사회 시스템에서부터 경제계, 또 살아 있는 세포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서 ㅡ 성립된다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한번 컴퓨터 계산을 직접 해보면 생명의 본질에 엄청나게 가까워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아주 깊이 정보처리 능력에 기본을 두고 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생명은 정보를 저장하고 감각정보 지도를 만들어 내며, 신체의 움직임을 일으키도록 그 정보에 복잡한 변환을 일으킨다."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 가 이야기한 아주 좋은 예가 하나 있다. 돌을 한 개 들어 공중에 던져 보면 그 돌의 궤적은 포물선을 그린다. 그건 물리 법칙에 따른 결과이다. 그것은 단순히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힘에 대응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지만 새를 한 마리 들어 공중에 던져 보면 그 새의 움직임은 전과는 전혀 딴판이다. 그 새는 나무 사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물론 같은 힘이 새에게도 작용한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을 만들어 내기 위해 내부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처리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간단한 세포의 예를 들어도 마찬가지이다. 세포들은 무생물들이 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며, 간단한 외부의 힘에 반응만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생명체에 대해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물리적인 힘에만 반응하던 시스템들이 정보처리 과정이 동역학을 지배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가? 언제, 어디서 정보처리와 정보 저장이 중요해지기 시작하는가?

이런 질문들의 답을 얻기 위해 랭턴은 "나는 상전이 현상의 관점을 가지고 컴퓨터 계산의 현상학적인 면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무수히 많은 유사점들이 있었다" 라고 말한다. 전산 이론 강의에서 맨 먼저 배우는 것 중 하나는 '멈추는 halting' 프로그램 ㅡ 즉, 일련의 데이터를 받아 유한한 시간에 답을 산출하는 프로그램 ㅡ 과 영원히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구별해 내는 일이다. 이러한 구별은 마치 상전이 현상에서 높은 온도와 낮은 온도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행동들을 구별하는 것과 매우 닮았다고 랭턴은 말한다. 물질은 분자들을 어떻게 배열하는 것이 좋은지 '계산' 해 내려고 쉬지 않고 애를 쓴다. 차가우면 매우 빨리 결론을 내리지만 ㅡ 완전하게 결정체가 된다 ㅡ 뜨거우면 영원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유체로 남아 있게 된다.

셀룰라 오토마타에도 이와 유사한 구별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결국에는 한 안정된 상태로 얼어붙어 멈추는 셀룰라 오토마타 보편군 I, II 와 쉬지 않고 끓어오르는 혼돈스런 보편군 III 사이의 구별이다. 예를 들어 "안녕하세요!" 라는 한 줄의 메시지를 화면 위에 써 놓고는 끝나 버리는 프로그램을 생각해 보자. 그런 프로그램은 거의 순간적으로 멈춰 버리는 λ = 0.0 근처의 셀룰라 오토마타 보련군 I 에 대응된다. 그 반대로 아주 심각한 오류가 있어서 반복되지 않는 횡설수설을 계속 화면 위에 쏟아 내는 프로그램을 생각해 보자. 그런 프로그램은 혼돈이 극치에 달한 λ = 0.5 근처의 셀룰라 오토마타 보편군 III 에 대응된다.

이제 양 극단으로부터 상전이점으로 다가가 보라고 랭턴은 말한다. 물질 세계에서는 일시적인 것들이 점점 더 오래 머무르게 된다. 즉, 상전이 온도에 접근할수록 분자들은 선택을 하는 데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마찬가지로 폰 노이만 우주에서 λ 를 0 에서부터 증가시켜 나가면, 셀룰라 오토마타들이 정적에 이르기 전에 조금씩 휘젓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휘젓고 다니는 시간은 초기상태에 따라 다르다. 이것들은 전산학에서 '다항식-시간 polynomial-time' 알고리듬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응한다. 이 알고리듬은 상당히 많은 양의 계산을 해야 하는 문제를 다소 빠르고 능률적으로 처리해 준다 (다항식-시간 알고리듬은 목록의 분류같이 간단하지만 지루한 문제를 다룰 때 자주 쓰인다). 그러나 조금 더 나아가서 λ 의 값이 상전이가 일어나는 근처로 가까이 접근하면 정말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휘젓고 돌아다니는 셀룰라 오토마타들을 볼 수 있다. 이것들은 '비다항식-시간 nonpolynomial-time' 알고리듬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응한다. 이 알고리듬은 우주의 일생보다 더 오랫동안 멈추지 않는다. 그런 알고리듬은 사실상 쓸모가 없다 (장기를 두면서 모든 가능한 변화를 다 생각해 보려고 하는 프로그램이 한 극단적인 예이다).

정확하게 상전이가 일어나는 점에서는? 물질 세계에서, 어떤 한 분자는 질서 있는 상태에 속할 수도 있고 유체 상태에 속할 수도 있다. 질서와 혼돈이 분자들의 수준에서 아주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어떤 예측도 할 수 없다. 폰 노이만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보편군 IV 에 속하는 법칙들은 결국에 가서는 변하지 않는 상태를 만들어 낼지도 모르고 또 그러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간에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일어나는 상전이는 전산학자들이 '결정 불가능한 undecidable' 알고리듬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응한다. 이 알고리듬들은 어떤 입력에 대해서는 매우 빠르게 멈출 수도 있다. 이는 이미 알려져 있는 안정된 구조를 가지고 생명 게임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어떤 다른 입력에 대해서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늘 예측을 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실 이 결과를 끌어내는 정리도 있다고 랭턴은 말한다. 소위 '결정 불가능 정리 undecidability theorem' 라는 것을 이미 1930 년대에 영국 논리학자 앨런 튜링 Alan Turing 이 증명했다. 이 정리를 쉽게 풀어 말하면, 아무리 당신이 똑똑하더라도 당신이 예측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알고리듬이 항상 있으며 그 알고리듬이 무슨 일을 할지 알아내는 유일한 방법은 실행해 보는 방법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바로 그러한 알고리듬들이 생명과 지능을 모형화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니 생명 게임과 보편군 IV 에 속하는 다른 셀룰라 오토마타들이 왜 그렇게 살아 있는 것같이 보였는지 알 수 있다. 그것들은 복잡성과 컴퓨터 계산 그리고 생명이 가능한 동역적인 곳에서만 존재한다. 바로 혼돈의 가장자리이다.

랭턴은 이제 네 가지의 상세한 비유들을 가지게 되었다 ㅡ

ㅡ 이와 더불어 다섯 번째로 아주 가상적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들이 전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고체' 와 '유체' 는 물과 얼음처럼 물질의 두 가지 근본적인 상일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동역학적 운동들의 두 가지 근본적인 군이라고 랭턴은 굳게 믿었다. 물론 셀룰라 오토마톤 법칙들이나 추상적인 알고리듬들의 공간처럼 완전히 빗물질 세계에서의 동역학적 운동들도 포함된다. 더군다나 동역학적 운동들의 이런 두 가지 근본적인 군들의 존재는 세 번째 근본적인 군의 존재를 암시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바로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일어나는 '상전이' 현상이다. 그 곳에서 복잡한 계산을 만나거나 아마 생명 자체를 만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이 말은 어느 날엔가는 상전이에 대한 일반적인 물리법칙들, 즉 물의 얼음과 녹음은 물론 생명의 기원까지 포함하는 법칙들을 써내려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뜻했다. 아마도. 어쩌면 생명은 40 억 년 전에 원시 유기체 용액 속에서 실제 상전이로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랭턴은 확실히 알 수는 없었지만 생명이란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한쪽으로는 너무 질서 있는 곳으로 다른 쪽으로는 너무 혼돈스러운 곳으로 빠져 버릴지도 모르는 위험을 겪으며 영원히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이라는 매혹적인 관점에 사로잡혔다. 아마도 그게 바로 진화일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즉, 진화는 가장자리에서 좀 더 나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좀더 많은 변수들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생명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알겠는가? 이 모든 것을 알아내는 일은 인생을 전부 다 바쳐도 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는 동안에, 1986 년 마침내 공과 대학이 컴퓨터 계산과 동역학 시스템 그리고 셀룰라 오토마타의 상전이 현상에 대한 그의 생각을 논문 주제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결정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논문의 기본적인 골격을 논문 심사위원회가 만족할 만큼 충실하게 세우기 위한 수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가자, 가자, 그래, 그래!

2 년 전인 1984 년 6 월, 랭턴은 MIT 에서 열린 셀룰라 오토마타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어느날 점심 시간에 머리를 말꼬리처럼 뒤로 묶고 손발이 가늘고 긴 키 큰 사람과 우연히 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다.

"무슨 일을 하십니까?" 라고 도인 파머는 물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정말로 잘 모르겠는데요" 라고 랭턴은 대답했다. "나는 그걸 인공생명이라고 불러 왔습니다."

"인공생명이라구요!" 파머는 소리를 질렀다. "이야, 우리 얘기 좀 합시다!"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척 많이. 컨퍼런스가 끝난 후에도 이런저런 기회에 랭턴을 로스앨러모스로 초청하여 세미나와 강연을 하게 했다 (랭턴은 그의 λ 매개 변수와 상전이에 관한 일을 1985 년 5 월에 열린 '전화, 게임 그리고 학습' 이란 컨퍼런스에서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이야기했다. 이는 파머와 울프럼 또 노면 패카드와 그들의 동료들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바로 그 당시 파머는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한 자동촉매 autocatalytic 반응계의 시늉내기를 위해 패카드, 스튜어트 코프먼과 더불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산타페 연구소의 설립과 가동을 도우려 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는 본인 스스로 복잡성이란 문제에 깊이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그는 크리스 랭턴이야말로 옆에 두고 싶어했던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자기 자신이 생각처럼 그렇게 으스스한 것은 아니라고 랭턴은 설득할 수 있었다. 파머와 그의 그룹이 하는 연구는 완전히 공개적이고 비군사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더러운' 돈을 좋은 목적으로 되돌려 쓴다는 자위를 할 수도 있었다.

그 결과 1986 년 8 월 랭턴은 로스앨러모스 비선형 연구 센터의 박사후 연구원직을 수락하고 그의 아내와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뉴멕시코를 향해 남쪽으로 떠났다. 엘비라 세구라-랭턴은 매우 기뻐했다. 4 년 동안이나 미시간의 눈과 비를 겼은 후 그녀는 태양이 내리쬐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랭턴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비선형 연구 센터는 그가 머물고 싶어했던 바로 그런 장소였다. 사실 학위 논문을 끝내기 위해서는 아직 컴퓨터를 몇 번 더 돌려야 했지만 첫 번째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는 불과 서너 달 안에 모든 것을 통합하고 정리해서 틀림없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랭턴이 로스앨러모스에서 컴퓨터를 돌리기 위해서는 워크스테이션이 필요했다. 원칙적으로는 문제가 하나도 없었다. 그가 도착할 당시 비선형 연구 센터는 선 마이크로시스템 회사로부터 워크스테이션들을 이미 인수했다. 또 지역 통신망 LAN 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전선들과 하드웨어들도 인수했다. 하지만 그건 실제로는 악몽이었다. 기계들은 여러 건물과 트레일러 위에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고 연구 센터에는 이런 시스템을 다루는 방법에 전혀 문외한인 물리학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전산학자였기 때문에 그들은 내가 그 방법을 알고 있을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당연하게도 내 구역에 있는 기계들의 시스템 관리자가 되어 버렸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벅스와 같이 랭턴의 논문 심사위원회 공동 위원장이었던 홀랜드는 방문학자로 일하기 위해서 랭턴이 온 지 얼마 안 되어 로스앨러모스에 와서 보고는 깜짝 놀랐다. "크리스는 사람이 너무 좋았다" 라고 그는 말한다. "누구든지 지역망이나 선 워크스테이션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라도 그를 찾았다. 크리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흔쾌히 그 일을 해주었다. 내가 거기 머물고 있던 첫 몇 달 동안 그는 다른 어떤 일보다도 그 일에 시간을 더 보냈다. 그는 여기서 뒤에서 남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그의 학위논문은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아트 벅스와 나는 계속 크리스에게 말했다. 또 도인도 마찬가지였다" 라고 홀랜드는 덧붙인다. "그 내용은 늘 이런 것이었다. '이봐요, 먼저 조합원증 (박사학위 = 역주) 을 받아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거요.'"

랭턴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백분 이해하고 있었다. 그도 그들만큼이나 절실하게 학위논문을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지역망이 잘 가동되고 있을 때조차도 그는 먼저 미시간에서 아폴로 워크스테이션에 맞게 쓴 모든 컴퓨터 코드를 가지고 와서 로스앨러모스에 있는 선 워크스테이션에 맞게 고쳐 써야 했다. 그건 고역이었다. 그리고 나선, 1987 년 9 월에 열릴 인공생명 워크숍을 준비해야 했다 (그가 로스앨러모스에 올 때 합의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워크숍을 조직할 수 있게 해준다는 사항이었다). "글쎄, 그냥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라고 그는 인정한다. "나는 그 첫해에 셀룰라 오토마타에 대한 일을 전혀 할 수 없었다."

랭턴이 해낸 일이 바로 워크숍이었다. 그는 실제로 그의 모든 것을 그 워크숍에 던져 넣었다. "나는 인공생명 연구로 돌아가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나는 미시간에서 엄청난 양의 전산화된 문헌 조사를 했다. 하지만 절망이었다. 주요 단어로 '자기복제' 란 말을 입력하면 무수히 많은 문헌들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컴퓨터와 자기 복제' 를 입력하면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상하고 사람 눈에 잘 안 띄는 구석에서 논문들을 우연히 발견해 내곤 했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저 바깥 어딘가에 이 이상한 논문들을 쓴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은 마치 자기처럼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또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누가 더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그들 자신만의 힘으로 이 이상야릇한 냄새를 쫓아다니려고 애쓰는 외로운 영혼들이었다. 랭턴은 이 사람들을 만나 보고 싶었고 또 함께 모여 보고 싶었다. 그러면 혹시 과학의 한 분야를 정말로 벼려낼 수 있을지 몰랐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였다.

결국 단지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고 랭턴은 말한다. "인공생명에 관한 컨퍼런스가 있을거라고 발표하고 나서 누가 나타나는지 보는 것이었다." 인공생명이란 용어는 아직도 괜찮아 보였다. "나는 아리조나 대학교에 있을 때부터 그 용어를 사용했는데 사람들은 내가 무얼 뜻하는지 금방 알아차렸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이 용어를 아주아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희한한 비디오 게임을 보여 주기 원하는 이 나라의 모든 괴짜들이 다 모여들기 시작할지 모른다. "나는 초청장에 써 넣을 글을 한달 동안이나 생각했다" 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 컨퍼런스가 너무 극단적이거나 너무 공상과학 소설 같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DNA 데이터 베이스로 제한된 컨퍼런스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초청장을 먼저 로스앨러모스에 있는 사람들에게 돌렸다. 그러고 나서 글을 고치고 또 보내고 다시 고치고 하는 일을 반복했다."

제대로 써진 초청장을 만들고 나서는 이걸 어떻게 널리 알리는가가 문제였다. 전국적인 규모의 전자 우편을 통하면 괜찮을까? 유닉스 UNIX 운영 체제에는 센드메일 SENDMAIL 이란 실용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에는 잘 알려진 오류가 있어서 이것을 잘 이용하면 전자 메시지가 전달되면서 다수의 사본들을 만들어 내게 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오류를 이용하여 자기복제를 하는 컨퍼런스 공고 메시지를 네트워크를 통해 발송해 볼까 생각했지만 곧 그만 두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지만 그런 것에 관련되고 싶지 않았다."

되돌아 생각해 보면 그건 올바른 선택이었다. 약 2 년 뒤인 1989 년 11 월, 로버트 모리스 Robert Morris 라는 코넬 대학교 대학원생이 바로 그 오류를 이용해서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들어 내려고 했다. 그는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범한 실수로 그 바이러스의 무제한적인 전파를 통제할 수 없게 되었고 그로 인해 전국의 연구 네트워크가 거의 쑥밭이 되어 버렸었다. 그러나 이미 1987 년에도 컨퍼런스에서 다룰 주제들에서 별로 내키지 않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컴퓨터 바이러스는 성장하고 복제를 하며, 환경에 따라 반응을 보이고, 탄소에 기초한 생명체들과 거의 똑같은 행동을 일반적으로 할 수 있었다. 이 바이러스가 진정으로 '살아있는지' 아닌지는 정말 흥미로운 철학적 질문이었다 (그건 아직도 그렇다). 하지만 컴퓨터 바이러스는 또한 위험스러운 것이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가지고 장난해 보라고 고무하고 싶지 않았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또 그 당시는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워크숍에서 바이러스에 대해 말만 뻥긋해도 연구소가 실제로 개입하여 '당신, 이건 할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할 것이 거의 뻔했다. 우리는 컴퓨터광들이 로스앨러모스로 몰려와서 엄정한 보안 속에 있는 컴퓨터에 기를 쓰고 들어가도록 내 버려 둘 수는 없었다."

어떻든 간에 결국 랭턴은 자기 생각에 흥미 있어할 만한 사람들 모두에게 정규 우편으로 초청장을 발송했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이 소식을 퍼뜨려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몇 명이나 모일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다섯 명이 될지 500 명이 될지 알 수 없었다."

실제로 모인 인원은 약 150 명이었다. 그 중에는 《뉴욕 타임스》《네이처》같은 곳에서 온 조금 당혹스런 표정의 기자들도 소수 있었다. "결국은 적절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게 됐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열광적인 극단론자들과 완고한 회의주의자들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 중간에 서 있는 확실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로스앨러모스 연구소나 산타페 연구소의 홀랜드, 코프먼, 패카드, 파머처럼 늘상 보는 주요 인물들도 있었다. 또《이기적인 유전자 The Selfish Gene》의 저자인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모의 진화 실험을 위한 '생물 형태 Biomorph'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옥스퍼드에서 왔다. 아리스티드 린덴마이어 Aristid Lindenmeyer 는 배의 발생과 식물의 성장에 관한 컴퓨터 시늉내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왔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Scientific American》잡지에 컨퍼런스를 선전하는 <컴퓨터 레크리에이션> 이란 컬럼을 썼던 듀드니 A. K. Dewdney 도 와서 컴퓨터 전시물을 조직했다. 그는 또 가장 훌륭한 컴퓨터 창조물을 뽑는 '인공 4-H' 대회도 주관했다. 그레이엄 케언스-스미스 Graham Cairns-Smith 는 미세한 진흙 수정 위에서 발생하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그의 이론을 이야기하기 위해 글래스고에서 왔다. 한스 모라베치 Hans Moravec 는 로봇에 대한 것과, 언젠가는 로봇들이 인류의 계승자가 될 것이라는 그의 신념을 이야기하기 위해 카네기 멜론에서 왔다.

이런 목록은 계속되었다. 랭턴은 막상 대부분의 강연자들이 강연대에 올라 이야기하기 직전까지 그들이 무슨 말을 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그 모임은 나에게 정말로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 같은 감정은 결코 다시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또 부업 삼아, 대개는 그냥 집에서 인공생명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 모든 사람들은 '무언가 여기 중요한 것이 있을거야' 라는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에게 물어 보아야 할지 몰랐다. 같은 불확실성과 같은 의구심을 가진, 또 자기들이 미치지 않았을까 의심하던 모든 이들이 모인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모임에서 서로를 부둥켜안을 수 있었다. '아마 나는 미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 여기 있는 이 모든 사람들도 미쳤을 것이다' 라는 느낌의 진정한 동료 의식이 있었다."

누구의 강연에서도 진정한 돌파구는 제시되지 못했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강연에서 그 가능성은 찾아볼 수 있었다. 컴퓨터로 시늉낸 개미 집단의 집단적 행동에서부터 어셈블리 언어로 쓴 컴퓨터 코드로 만든 디지털 생태계의 진화까지, 또 자신들을 조립해 바이러스로 만들어가는 잘 들어붙는 성질을 가진 단백질 분자들의 위력에 이르기까지 강연은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만의 힘으로 어떻게 이렇게 멀리 달려왔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것은 아주 재미있었다" 라고 랭턴은 말한다. 그보다도 같은 주제가 어떻게 계속해서 튀어나오는지 알아보는 것은 더욱 더 매력적이었다. 실질적으로 모든 경우에, 유체적이고 자연적이며 '생명 같은' 행동의 본질이 중앙 제어 장치의 부재, 상명하달이 아닌 하명상달의 규칙 또한 발현하는 현상들과 같은 원리 안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았다. 이미 새로운 과학이 어떤 모양을 갖추게 될지 어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컨퍼런스가 끝난 후 논문을 제출해 달라고 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다른 모든 이들의 생각을 들어 본 후에야 자신들이 무엇을 생각해 왔는지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워크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는 점이다" 라고 그는 말한다. "컨퍼런스가 다 끝나자 우리는 이제 우리를 막고 있던 장벽을 넘어 우뚝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전에는 항상 '잠깐', '안돼' 였다. 마치 내가 미시간 대학교에서 인공생명에 대한 논문을 끝낼 수 없었던 것처럼. 그러나 지금은 모든게 '가자, 가자, 가자, 그래, 그래!' 였다."

"나는 너무나 흥분해서 의식의 또 다른 단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라고 그는 말한다. "나는 아이디어들이 헤엄쳐 다니고 재결합하며 이 정신 상태에서 저 정신 상태로 뛰어다니는 회백질의 바다 모습이 떠올랐다."

바로 그 닷새 동안 "나는 정말로 믿을 수 없을 만큼 '살아 있다' 는 느낌을 갖게 됐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 모임이 끝난 얼마 후 랭턴은 그 모임에 참석했던 동경 대학교의 에이치 와다에게서 전자 우편 메시지를 받았다. "워크숍이 너무 열광적이어서 내가 첫 번째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떨어질 때 그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당신에게 말할 시간이 없었다" 라고 그는 썼다.

그는 생명 기술을 토의하며 보낸 로스앨러모스에서의 한 주일이 너무 멋있었다고 랭턴에게 다시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