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집중
인지 심리학 - 신경회로망적 접근 : Colin Martindale 저, 신현정 역, 교육과학사, 1994 (원서 : Cognitive Psychology : A Neural-Network Approach, Cole Publishing Co, 1991), Page 141~175
Titchener (1910) 에 따르면, 의식은 "焦點 과 周邊, 前景 과 背景, 中樞 와 末樞 로 배열될 수 있다" (226쪽). 주의집중은 초점이며, 전경이며, 중추이다. 의식의 다른 나머지 내용이 배경이다. 주의가 집중되는 심성표상은 보다 많이 의식된다. Titchener 는 <그림 1> (A) 에서와 같이 주의집중을 파도에 비교하였다. 의식은 여러분에게 다가오는 흐름으로 나타낸다. 주의집중의 초점은 중앙 그림에서 파도의 상향부분이며, 의식의 주변은 하향부분이다. Titchener 는 어떤 것에는 주의를 가하고 다른 것에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그림 1> (A) 와 그림이 주의집중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믿었다. 그는 이러한 분할을 "두 수준 법칙" 이라고 불렀다. 심리학의 많은 법칙들과 마찬가지로 이 법칙도 그렇게 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내성주의자들은 <그림 1> (B)에서 보는 것처럼 초점에는 여러 수준이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또 다른 사람들은 <그림 1> (C) 에서 보는 것처럼 연속적인 기울기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림 1> 주의집중의 파도. Titchener 는 주의집중의 초점이 단지 하나 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A). 다른 내성주의자들은 주의집중의 초점이 두개라고 주장하였으며 (B), 또 다른 사람들은 초점의 정도가 연속적인 변인이라고 주장하였다 (C)
內省 은 주의집중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에 대해 궁극적인 대답을 제공할 수가 없다. 도식화하는 것이 효율적인 이유는 (시시콜콜한 세부사항들에서 지나치게 모호하지만 않다면) 심리학자들이 끊임없이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주의집중에 관해 물음을 던질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물음은 주의집중 파도의 "폭"에 관한 것이다: 동시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대상의 수는 얼마나 되는가? William James (1892) 는 오늘날에도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답을 제시하였다 ; "처리과정이 매우 익숙해져 있지 않은 한, 하나를 넘어서기 어렵다 ; 그렇지만 익숙해지면 두개, 아니면 세개까지도 가능하다" (220쪽). 또 다른 물음은 주의집중 파도의 파고에 관한 것이다. "파고" 란 주의집중의 강도를 말한다. 높은 파도는 보다 강력한 주의집중을 의미하며, 낮은 파도는 약한 주의집중을 의미한다. 파도는 몇개의 파고를 가질 수 있는가? "파고" 는 실제로 측정될 수 있는가? 우리는 파고와 폭을 곱하여 주의집중의 "볼륨" 이나 용량을 잴 수 있다. 이 용량은 항상 일정한가? 예컨대, 폭을 넓히려면 파고를 줄여야 하는가?
의식은 분석기에서 일련의 인지단위들이 역치를 넘어서서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떤 분석기는 의식밖에서 작동한다. 주의집중은 가장 강력하게 활성화된 단위들의 부분집합이다. Titchener 의 주의집중 파도는 <그림 2> 에 나와 있는 것처럼 표현될 수 있다. 여기서 의식의 초점과 주변은 분석기의 전체 표면에 걸쳐 분산되어 있다. 만일 주의집중을 이러한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내성주의자들의 물음은 인지단위의 활성화에 대한 물음으로 재표현될 수 있다. 인지단위는 어느 정도의 활성화 정도를 가질 수 있는가? 즉, 인지단위는 단지 소수의 활성화 수준만을 취할 수 있는가, 아니면 활성화는 연속적인 방식으로 변하는 것인가? 한번에 최대한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주의가 집중될 수 있는) 인지단위의 수는 몇 개나 되는가? 우리는 또한 용량의 문제를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다 : 한 분석기의 마디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활성화의 총량은 일정한가? 여러 분석기에 분배되어야 할 전체 활성화의 양은 일정한가?
<그림 2> 인지단위들의 활성화 패턴과 외측억제로 묘사된 주의집중
어느 한 순간에 여러분이 의식하고 있는 모든 대상에 주의를 집중할 수는 없다. 주의집중을 동시에 활성화된 마디들의 부분집합으로 정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이론가들은 우리가 한번에 단지 한두개의 사건에만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일 그렇다면, 주의집중은 인지에 심각한 병목현상을 일으킨다. 주의집중에는 두 가지 유형의 선택성이 있다. 선택성은 갑작스럽고 예상치 않았던 소음이 우리의 주의를 끄는 경우에서처럼 자동적이며 비자발적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흥미없는 과제에 주의를 기울이려고 애쓰는 경우에서처럼 노력이 들고 자발적일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에 있어서 첫번째 물음은 선택이 이루어지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어떻게 하나의 심리적 사건이 주의의 초점을 차지하도록 선택되고 다른 것들은 의식의 주변으로 쫒겨나게 되는가? 이 물음에 대해서 두 가지 상반된 답이 제안되어 왔다 : 濾過器理論 (filter theory) 은 선택된 사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들이 걸러지거나 약화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增幅理論 (amplification theory) 은 가장 활성화된 마디가 자동적으로 주의의 초점을 장악한다고 주장한다. 여과기이론가들은 주의집중을 원인으로 간주하는 반면, 증폭이론가들은 결과로 간주한다. 두 이론의 추종자들은 여과기에 의한 걸러내기나 증폭이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나는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하여 상당히 많은 노력을 경주하여왔다. 비록 이들이 일반적으로는 서로 다른 용어들을 사용해왔다고 하더라도, 물음은 궁극적으로 이러한 처리과정이 감각분석기, 지각분석기, 또는 개념분석기에서 작동하는지의 여부에 관한 것으로 귀착한다.
우리는 시끄러운 파티석상에서도 다른 모든 소리들을 무시하고 하나의 대화에만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다. 한 집단은 상치의 가격변화에 대해서 토의하고 있으며, 다른 집단은 한 친구의 험담을 늘어놓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크게 애쓰지 않고도 상치 대화는 꺼버리고 친구험담에 끼어들 수가 있다. 원한다면 그 반대의 경우도 -험담을 무시하고 상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쉽게 해낼 수가 있다. 여러분이 왜 그렇게 하기를 원하는 것인가 하는 이유는 개론 교과서의 수준을 벗어나는 주제이다. 이러한 선택적 주의능력을 칵테일파티 현상이라고 불러왔으며 (Broadbent, 1958), Cherry (1953) 에 의해서 처음으로 연구되었다. Cherry 는 파티석상에서 연구를 수행한 것이 아니다. 피험자에게는 파티처럼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지만 Cherry 로서는 보다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또 다른 절차를 개발하였다. 그는 단지 두가지 상이한 메시지를 녹음한 후에 헤드폰을 통하여 두 메시지를 동시에 들려주되, 한 메시지는 한쪽 귀로만 전달되도록 하였다. 피험자의 과제는 한 메시지만을 따라말하는 (shadow) 것이었다.
이 과제는 비교적 용이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Cherry의 피험자들은 그렇게 많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한 메시지를 따라 말할 수가 있었다. 한쪽 귀에서 다른쪽 귀로 주의를 전환하는 것도 용이하였다. 주의집중의 근거는 매우 초보적인 수준에서의 선택과 관련된 것으로 보였다. 즉, 사람들은 어느 한쪽 귀로 들어오는 것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람들은 같은 귀에 제시한 두 메시지를 분리할 수 없어야만 한다. Cherry 는 한 사람의 목소리로 녹음한 두 메시지를 동일한 귀에 동시에 들려주었을 때, 피험자들이 두개를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찾아내었다.
Spieth, Curtis, 그리고 Webster (1954) 도 동일한 실험을 하였지만, 이들은 우선 메시지 하나를 帶域濾過器 를 통과시켜 그 메시지에 들어있는 몇몇 주파수를 제거함으로써 두 메시지가 음성자질에서 차이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하였더니 사람들은 둘 중의 한 메시지를 용이하게 따라 말할 수 있었다. Spieth 등은 또한 사람들이 메시지의 공간위치에 근거하여서도 따라 말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였다. 이 실험에서는 동일한 음성으로 읽혀진 각기 다른 메시지가 두개의 분리된 스피커를 통해서 제시되었다. Egan, Carterette, 그리고 Thwing (1954) 은 사람들이 말소리의 강도에 근거하여서도 따라 말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실험자의 요구에 따라서 큰 소리의 메시지나 부드러운 소리의 메시지를 반복할 수 있었다. 요컨대, 사람들은 선택적 주의집중의 근거로 말소리가 들리는 귀를 사용할 수도 있으며, 아니면 두 메시지가 동일한 귀로 들어올 때는 다른 단서를 사용할 수도 있다. 따라말하기에 사용되는 모든 단서들은 의미적인 것이 아니라 감각적인 것들이다. 사람들은 단지 감각단서에 근거하여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Cherry 의 피험자들은 그들이 따라 말했던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흥미진진한 결과는 배제해버린 메시지 (따라 말하지 않은 메시지)에 대한 기억에 관한 것이다. 배제된 메시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였다. 동일한 단어가 35회나 반복되었어도 회상하지 못하였다 (Moray, 1959). 사람들은 배제된 메시지의 장기기억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도대체 배제된 메시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다는 말인가? 이것을 검증하기 위하여 Cherry (1953) 는 배제된 메시지의 내용을 변화시켰다. 그는 배제된 메시지를 반대방향으로 틀어주었다. 배제된 메시지의 시작과 끝은 정상적인 영어로 되어 있었지만, 중간부분은 완전히 역방향으로 주어진 것이다. 나중에 물었을 때, 몇명의 피험자가 배제된 메시지에 무엇인가 웃기는 것이 있었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할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혀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다음에 Cherry 는 녹음테이프가 돌아가고 있는 중간에 배제된 메시지의 말소리를 남자에서 여자로 바꾸었다. 사람들은 이것을 알아차리고 기억해내었다. 또한 말소리를 주파수가 400Hz 의 소리로 대치하였을 때도 그것을 알아차렸다. 이러한 결과들은 피험자들이 순전히 감각적 단서에 근거하여 배제된 메시지를 걸러낼 것이라는 가설과 일치하는 것이다.
Broadbent (1958)는 이러한 결과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그림 3>에 도식적으로 제시된 것과 같은 주의집중의 여과기모형을 제안하였다. Broadbent 에 따르면, 사람은 제한된 정보처리능력을 가지고 있다. 정보는 감각채널 (예컨대, 시각, 청각, 촉각 등)을 통하여 들어오며, 오늘날 감각기억이라고 부르는 저장소에 짧은 시간동안 파지된다. 정보는 후속 처리를 위해 선택되지 않으면 소멸되어 영원히 사라져버린다. 선택적 여과기는 한 유형의 정보를 선택하여 통과시킨다. 이 여과기는 강도, 빈도, 감각양상, 또는 위치 등과 같은 감각속성에 근거하여 정보를 선택한다. 예컨대, 여과기는 고음조의 신호, 저음조의 신호, 왼쪽귀의 신호 등등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림 3> Broadbent 의 주의집중에 대한 초기선택 또는 여과기 모형. (Broadbent [1958]. Perception and Communication, p.299.)
Broadbent 모형에 따르면, 제한용량 채널 (단기기억에 해당한다)에 도달한 정보만이 기억될 수 있다. Broadbnet 는 단기기억을 마디들의 잠정적인 활성화라기 보다는 특정한 장소로 -그것도 그저 장소가 아니라 아주 작은 장소로- 생각하였다. 그는 이것이 앞에서 언급한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주의집중의 초점을 차지한 항목들만이 장기기억에 저장된다. 이 모형은 만일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기억될 수 없다는 William James (1890)의 관찰을 받아들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말하기 실험에서 따라말한 메시지의 일부는 장기기억으로 들어가는 반면, 배제된 메시지는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배제된 메시지는 어느것도 여과기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Broadbent 모형에서 메시지가 이해되려면 장기기억에 들어간 메시지를 들여다보아야만 한다. 말한 것을 이해하려면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각 단어가 의미하는 것을 "회상"해내어야 한다. Martindale 모형에서 조망한다면, Broadbent 는 주의집중의 선택이 감각분석기에서 일어나는 것이라 말하는 것이된다. 주어지는 자료가 언어적인 것이라면, 그의 이론은 주의집중할 특정한 입력이 청각분석기에서 선택된다고 주장한다 : 선택이 말분석기나 의미분석기에서 일어날 수는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Broadbent 의 이론을 주의집중의 "초기선택" 모형이라고 불러왔다. Broadbent 는 우리의 모형, 즉 신경회로망 모형을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 그는 정보처리적 모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과 구분되는 장소로 간주하였으며, 장기기억에서 일어나는 과정과는 별개의 것으로 간주하였다.
가정컨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입력은 감각분석기 수준에서 걸러진다. 따라서 배제된 메시지의 지각분석은 수행되지도 않는다. 이 생각은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다. 배제된 메시지도 실제로 단기기억에 도달한다. Cherry 는 피험자에게 실험이 모두 끝난 후에 배제된 채널로부터 무엇이든지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를 물었을 뿐이었다. Norman (1969)은 다른 접근을 시도하였다. 그는 실험 중간에 녹음테이프를 중지시키고 방금 들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피험자에게 물었다. 모든 피험자들은 배제된 메시지와 따라말한 메시지 모두에서 방금 전에 지나갔던 단어 몇개씩을 보고할 수 있었다. 따라서 배제된 채널로부터의 정보도 단기기억에 존재한 것이다. 만일 단기기억을 지각분석기의 잠정적인 활동으로 간주한다면, 이 결과는 Broadbent 모형과는 상반된다. 그의 모형에서는 배제된 메시지가 감각분석기에서 완전히 차단되는 것으로 가정되었다. Moray (1959) 는 만일 배제된 메시지 속에 피험자의 이름이 언급되면, 피험자는 일반적으로 그 사실을 실험이 끝난 후에 회상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따라서 적어도 이러한 항목은 장기기억으로 들어간 것이다. 비록 이러한 발견이 사소한것일지라도 한 사람의 이름을 재인한다는 것은 메시지의 순수한 감각분석이라기보다는 지각분석 또는 의미분석과 관련된 것이다. 여과기가 음조, 강도, …, 그리고 개인의 이름에 근거하여 정보를 선택한다고 모델을 개정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일로 보이지가 않는다.
최근에 수행된 실험은 배제된 채널의 정보가 실제로는 의미분석기에까지 도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McKay (1973) 는 피험자로 하여금 "He is throwing stones at the bank" 와 같이 多意的 메시지를 따라말하게 하였다. 'bank' 라는 단어가 따라말하는 채널에 제시될 때 'saving' 이나 'river' 라는 단어가 배제된 채널에 제시되었다. 나중에 피험자는 따라말한 메시지를 배제된 채널에서 들었던 단어의 의미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해석하였다. ('bank' 라는 단어는 은행 또는 강둑의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배제된 채널에 제시된 단어의 의미가 'bank' 의 의미에 영향을 미친다면 'savings' 는 은행의 의미로 그리고 'river' 는 강둑의 의미로 편파시키게 된다. 실제 실험결과도 이와 동일한 패턴을 보였다.)
많은 이론가들은 Broadbent 의 여과기모형과는 완전히 다른 모형들을 제안하였다. 여기에는 네가지 차이를 들 수 있다 ; (1) 이들은 감각단서에 근거하는 주의집중 여과기의 존재를 부정한다 ; (2) 이들은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되기 전에 자극이 머무르는 장소라는 점을 부정한다 (단기기억은 장기기억 속의 인지단위들이 잠정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 (3) 이들은 모든 입력자극이 장기기억의 인지단위들과 연결되지만 가장 강력하게 활성화된 마디들만이 주의의 초점이 된다고 주장한다 ; 그리고 (4) 이들은 제한된 용량의 주의집중 채널은 장기기억 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기억 후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모형의 초기 예로는 Blum (1961), 그리고 Deutsch 와 Deutsch (1963) 의 모형들이 있다. 우리는 Norman (1968)이 제안한 모형을 고찰하고자 한다. <그림 4>는 이 모형의 주요 특정들을 도식화하고 있다. 보는 바와 같이 주의집중은 장기기억에 앞서는 것이 아니라 후에 일어난다. Norman 에 따르면 초기의 자극분석은 자동적이다. 그는 제 2 장과 3 장에서 기술한 유형의 초기 세부특징분석을 상정한다. 자극은 세부특징탐지기를 활성화시키고, 이 탐지기는 장기기억 속에서 자극의 "주소"를 결정한다. Norman 의 장기기억은 우리가 의미기억이라고 부르는 것에 해당한다. 무엇인가를 지각한다는 것은 그것을 부호화하는 인지단위가 장기기억에서 활성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장기기억이 잠정적으로 활성화된 것이 단기기억이다.
<그림 4> Norman 의 주의집중에 관한 후기선택모형. (Norman [1968]. Toward a theory of memory and attention. Psychological Review, 75, p.526.)
만일 다른 사건들이 아무 것도 발생하지 않는다면, 의미기억의 잠정적 활성화는 몇초도 지나지 않아서 소멸된다. 그렇게 되면 의미기억 마디들이 활성화되었다는 일화기억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무엇인가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면 그것에 대한 일화기억을 가지게 된다. 주의를 기울이게 될 마디가 어떻게 선택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Norman 은 가장 강력하게 활성화된 단위가 선택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감각입력은 장기기억의 단위들을 활성화시키는데, 장기기억의 단위는 "적합성 (pertinence)" 기제에 의해서도 활성화될 수 있다. Norman 의 적합성 기제는 두 가지 각기 다른 형상에 대응된다 : (1) 어떤 인지단위들은 다른 단위보다 낮은 역치를 갖으며, (2) 기대 (expectation) 는 인지단위를 點火 (prime 부분적으로 활성화) 시킬 수 있다. 즉, 점화는 단위가 쉽게 활성화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사람들은 따라 말하기 실험에서 따라 말하지 않은 채널에 제시된 자신의 이름을 듣고 이해한다. 자신의 이름을 부호화하는 단위는 낮은 역치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예컨대, Howarth 와 Ellis (1961) 가 피험자들에게 소음으로 차폐하여서 듣기가 어려운 상태에서 이름들을 제시하였을 때, 다른 이름들보다 자신의 이름을 보다 정확하게 재인하였다. 때때로 적합성 기제에 의한 활성화가 감각입력에 의한 활성화를 압도하기도 한다. 우리는 기대로 인해서 실제로 제시된 단어가 아니라, 볼 것이라고 예상하는 단어를 읽게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았다. Norman 은 적합성 기제가 따라 말하기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하였다. 즉, 적합성 기제가 따라 말한 메시지에서 제시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마디를 점화시킨다.
Treisman 과 Riley (1969) 는 주의집중의 후기선택 모형을 반박한다. 한 가지 문제점은 후기선택 모형이 감각단서에 근거하는 것 못지 않게 의미에 근거하여서도 사람들이 따라말하기를 잘 할 수 있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는 데 있다. 감각단서 없는 따라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Johnston & Dark, 1986). Cherry 의 한 실험은 동일한 음성으로 읽혀지고 동일한 귀에 제시된 두 메시지 중에서 하나를 따라말하기란 비록 두 메시지의 내용이 아주 다른 것이라 할지라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내용이나 의미의 효과가 아주 적다는 데 있다. 따라 말하지 않은 메시지에 제시된 단어의 의미는 따라 말하기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그 효과는 아주 미약하다.
Broadbent 의 초기선택 모형은 따라 말하기 성과에 의미가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수 없으며, 후기선택 모형은 의미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 또한 이 모형들은 감각단서에 근거하여서는 따라 말하기가 쉽지만 의미단서에 근거하여서는 어렵게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Treisman (1969) 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절충적 모형을 제안하였다. 첫째, 그녀는 선택적 여과기가 실무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신호를 약화 (attenuation) 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가정은 배제된 채널에서 자신의 이름과 같은 항목들이 여과기를 통과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해준다. 둘째, 그녀는 일련의 여과기가 존재한다고 제안하였다 : (1) 감각 여과기, (2) 특정한 음성과 단어를 위한 여과기, 그리고 (3) 문법구조와 의미를 위한 여과기. 이 여과기들은 감각분석기, 지각분석기, 통사분석기, 그리고 의미분석기에서 작동한다. 여과기에 의해 걸러지는 작업은 따라말하는 메시지가 배제되는 메시지와 변별될 수 있는 초기수준에서 일어난다. 만일 두 메시지가 감각수준에서 또는 지각수준에서 변별될 수 없으면, 여과기에 의한 거르기가 의미분석기에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이 모형은 모든 결과들을 잘 설명한다. 그러나 "여과기"가 매우 복잡해지고 말았다. 만일 여과기가 이렇게 복잡한 분석을 수행한다면, 장기기억의 활성화와 구분될 수가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주의집중을 위한 여과기와 같은 것은 없어지게 된다. 주의집중이 감각분석기, 지각분석기, 그리고 의미분석기에서의 약화라면 결국 이러한 약화가 진행된 후에 주의집중의 초점을 차지하도록 남는 인지단위의 집합만이 남게된다.
Treisman 의 주의집중 모형은 마음에 대한 우리의 견해와 잘 들어맞는다. Broadbent 는 선택적 주의집중의 근거가 감각분석기에서만 일어나는 여과기에 의한 거르기라고 주장하는 반면, 후기선택이론가들은 그러한 거르기가 의미분석기에서만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Treisman 은 모든 분석기에서 -감각분석기, 지각분석기, 그리고 의미분석기- 약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모든 분석기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며, 주의집중의 선택이 단지 하나의 분석기에서만 일어나야 한다고 기대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분석기의 외측억제 구조도 주의집중을 선택하는 과제에 사용될 수 있다.
Titchener 가 언급한 주의집중의 "파도"를 회상하라 ; 주의집중은 의식의 흐름 속에서의 파도에 비유될 수 있다. 주의집중에 대한 초기 접근은 의식의 흐름에서의 "댐" 또는 병목을 찾아보는 데 주력하였었다. 동시에 많은 것에 주의를 기울일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병목이 어디에서 일어나는지를 물음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으로 보였다. Broadbent 의 초기선택 모형은 병목이 감각분석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Norman 의 후기선택 모형은 의미분석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가장 만족스러운 이론에서는 병목이 곳곳에 있다고 주장한다. Treisman 에 따르면 모든 분석기에 병목이 있다. 그러나 만일 모든 분석기에 병목이 있다면 병목 은유는 와해된다. 누군가가 의식의 흐름을 차단하는 댐이 있다고 말한다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것은 당연하다. 흐름을 따라 어디에든지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만족스러운 답이 아니다. 흐름의 연속선 상에 여러 개의 댐이 있을 수 있지만, 무한한 수의 댐이 있지는 않다. 따라서 우리가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표현이 필요하며, 실제로 주의집중 연구에서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론가들은 여과기에 대해서 논쟁하는 것을 멈추고 資源 또는 容量 에 대해서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주의집중은 여과기에 의해서 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자원에 의해 야기되는 것이다.
Kahneman (1973) 은 심리적 작업을 위한 전체 용량이 제한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어느 한 순간에는 많은 각기 다른 마디들이 활성화될 수 있다. 어떤 마디들은 지각이나 관념과 대응되고 다른 마디들은 심적 조작 (예컨대, 의사결정과정) 과 대응된다. 인지단위를 활성화시키려면 제한된 용량의 일부분을 사용해야 한다. 어떤 인지단위들은 예컨대, 지각에 대응되는 인지단위들은 매우 적은 용량을 요구하는 반면, 심적 조작에 대응되는 다른 인지단위들은 상당한 용량을 필요로 하다고 가정할 수 있다. 심적 조작은 얼마나 많은 용량을 사용하느냐에서 차이를 보인다. 어려운 조작일수록 보다 많은 용량을 필요로 한다.
Kahneman 은 용량을 대뇌피질의 각성과 동일시하였다. 심적 행위를 수행하려면 인지단위에 두 가지 유형의 입력이 필요하다 : (1) 다른 인지단위로부터의 정보적 입력 (예컨대, 수직적 흥분석입력), 그리고 (2) 각성시스템으로부터의 입력. 두 가지 유형의 입력이 수렴함으로써 주의집중이 된다. 인지단위는 두 가지 유형의 입력을 모두 받아들일 때 주의의 초점이 된다. 각성입력의 양은 주의집중의 강도에 해당한다. 주관적으로 자발적 주의집중의 경우에는 각성이 노력감에 대응되며, 비자발적 주의집중의 경우에는 놀람이나 관심과 같은 감정에 대응된다. Kahneman 은 용량의 중앙집합소가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후기 이론가들은 각 분석기가 나름대로의 용량 집합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Kinchla, 1980 ; Sperling, 1984)
가정컨대, 단순한 감각이나 지각은 노력이나 용량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단순히 보고 듣는 데는 각성시스템으로부터의 입력이 필요하지 않다. 다른 인지단위로부터의 입력에 의한 활성화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러한 수동적 지각을 의식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활성화는 신속하게 사라져서 그것의 출현에 대한 장기기억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입력의 경우에는 각성시스템으로부터의 입력이 주어지지 않으면 처리과정이 중지되기도 한다. 그러한 입력이 주어질 때 보다 깊은 처리과정이 뒤따른다. 그러한 입력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단위는 단기기억 속에 있으며, 가장 활성화된 단위는 바로 주의집중의 초점이 된다.
우리는 이미 노력이 들지 않는 지각의 자질에 대한 증거들을 고찰하였다. Reicher (1969) 는 피험자에게 한 문자 또는 네 문자 단어를 짧은 시간동안 제시하고, 다시 두 문자를 보여주고는 두 문자중에서 어느 것이 방금 제시되었던 것인지를 물었다. 성과는 단일 문자가 제시되었을 때보다 네문자 단어가 제시되었을 때 확실하게 우수하였다. 만일 각 문자의 재인이 주의집중의 용량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없다. 하나의 문자를 재인하는 것에 비해서 네 문자를 재인하는 데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분할된 주의집중 과제에서 피험자는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여야 한다. 만일 두 과제가 동일한 용량을 공유하는 것이라면 상호간에 간섭을 일으키게 되겠지만, 각기 다른 용량을 사용한다면 간섭이 없어야 한다. Posner 와 Boies (1971) 는 이러한 기법을 사용하였다. 일차과제는 문자대응과제이었다 : 한 문자가 제시되고 나서 다른 문자가 제시되며, 과제는 두 문자가 동일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를 말하는 것이었다. 이 과제는 매우 단순하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조작이 수반된다. : 첫번째 문자를 지각하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기억해야 하며, 두번째 문자를 지각하여 두 문자를 비교하고 의사결정한 다음 그 결정에 대해 보고 해야한다. 이차과제는 소음이 들릴 때마다 단추를 누르는 것이었다. 소음의 출현시기는 예상할 수가 없었다. 소음을 탐지하는 반응시간이 기록되었다. 이 실험의 논리는 만일 두 과제가 상호간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소음탐지 반응시간은 항상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Posner 와 Boies 의 결과가 <그림 5>에 나와 있다.
<그림 5> Posner 와 Boies (1971) 실험에서 탐사자극 탐지의 반응시간 (Posner & Boies [1971]/ Components of attention. Psychological Review, 78, p.403.)
소음을 탐지하는 반응시간은 피험자가 첫번째 문자를 지각하고 있는 중이거나 일차과제의 시행 사이에 주어지는 휴지기간에서나 거의 동일하였다. 이 결과는 지각이 주의집중 또는 용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첫번째 문자를 지각하고난 후에는 소음탐지 반응시간이 증가하였는데, 그 이유는 피험자가 그 문자를 되뇌기하거나 기억해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두번째 문자가 제시된 후에는 반응시간이 더욱 증가하였는데, 이 시간에 피험자들은 문자들을 비교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었다. 문자들은 시각적으로 제시되는 반면, 소음은 말할 것도 없이 청각적 신호이다. 얼핏 보기에 이 결과는 청각분석기와 시각분석기가 동일한 용량을 공유하는 것을 시사한다. 만일 그렇지가 않다면 시각과제는 청각과제와 서로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언어적 정보를 짧은 시간동안 유지하여야 할 때 정보를 말분석기로 전이하여 가능하다면 되뇌기를 한다. 새로운 전화번호를 찾을 때 여러분이 하는 일을 생각해보라 : 전화번호부에서 번호를 찾은 뒤 기억하고는 소리를 내든지 아니든지간에 자신에게 반복하여 되풀이 한다. 다시 말해서 인쇄된 단어분석기로부터 말하는 단어분석기로 전이한다. 만일 Posner 과 Boies 의 피험자가 이렇게 하고 있었다면, 소음과 문자는 모두 청각분석기의 마디들을 활성화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결과는 청각분석기와 시각분석기가 동일한 용량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확립한 것이 아니다.
최근의 연구는 각기 다른 분석기들이 각자의 용량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 결과는 각 분석기가 두뇌에서 각기 다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가정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Robinson & Peterson, 1984). 만일 시각자극이 청각분석기로 전이되지 않는다면, 시각과제와 청각과제는 상호간에 별다른 간섭이 없다 (Svenko, Jerneic, & Kulenovic, 1983 ; Wickens, 1984 b). 청각메시지와 시각메시지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쉽다. 만일 그렇지가 않다면 사람들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TV 프로그램을 보려면 시각적 행위와 말하고 있는 것에 동시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면, 텔레비전을 편안한 상태에서 시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일을 어설프게 할 때, 그의 친구가 "저 녀석은 껌을 씹으면서 동시에 걸어가는 것도 못하는 친구" 라고 놀려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걸으면서 동시에 껌을 씹을 수가 있는 것인가? 두 행위는 행위시스템의 마디들이 활성화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마디들이 매우 다른 행위를 부호화하기 때문에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며, 또한 그렇기 때문에 상호간에 외측억제를 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간섭이 일어나지 않는다. 여러분은 말하면서 동시에 무엇인가를 삼킬 수가 있는가? 숨이 막힐지도 모르니까 시도해 볼 생각일랑 말기바란다. 말하는 것과 삼키는 것은 유사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부호화하는 마디들이 가까이 존재하며, 따라서 상호간에 억제를 가한다 (Shallice, 1978). 유사한 행위는 상호간에 억제하지만, 유사하지 않은 행위는 그렇지가 않다 (Wickens, 1984 b).
동일한 원리가 다른 분석기에도 적용된다. Hirst (1986) 의 실험을 보자. 피험자에게 동물과 식물의 이름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제시되었다. 피험자는 야생동물의 이름을 보게되면 한 단추를 누르고, 채소의 이름을 보면 다른 단추를 눌러야 하였다. 동물과 식물을 부호화하는 마디들은 의미분석기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이 과제는 상당히 쉽다. 따라서 많은 억제를 기대하지 않으며, 무억제는 곧 무간섭을 의미한다. 다른 실험에서 Hirst 의 피험자들은 한 유형의 식물 이름을 보면 한 단추를 누르고, 다른 유형의 식물 이름을 보면 다른 단추를 눌러야 하였다. 식물들은 상호간에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에 예상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 과제는 비교적 어려운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들을 부호화하는 마디들은 가까이 위치하기 때문에 상당한 외측억제가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외측억제가 발현하는 양상으로는 혼동, 망설임, 그리고 간섭 등을 들 수 있다.
관례적으로 통제처리와 자동처리를 구분한다 (Hasher & Zacks, 1979). 지각과 같은 심적 과정은 자동적이며 주의집중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한편 통계처리는 -예컨대, 지필이나 계산기의 도움없이 큰 수의 나눗셈을 하는 것- 상당한 노력과 주의집중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연습을 많이 할수록 그 과정은 더욱 자동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Shiffrin 과 Schneider (1977) 는 피험자에게 특정 문자 (예컨대, "B" 또는 "M") 가 순간적으로 제시된 문자배열속에 나타났었는지를 판단하는 과제를 주었다. 배열을 극히 짧은 시간동안 제시하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상당히 많은 노력이 요구되었다. 피험자는 상당한 시간에 걸쳐서 수천회의 시행을 경험하였다. 문자를 탐지하는 피험자의 능력은 표적문자가 배열로부터 말 그대로 튀어나오기 때문에 아무런 노력도 필요하지 않다고 피험자들이 보고할만큼 증진되었다. 불행한 사실은 피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책을 읽을 때에도 동일한 문자가 튀어나와서 불쾌한 혼란을 야기하기도 하였다는 점이다.
우리의 많은 행동들은 잘 훈련된 행위의 연속을 수반한다. 따라서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행동을 수행할 때는 우리 자신을 "자동화 조종사"의 위치로 내려보내고 그 행동을 수행하는 동안 덜 익숙한 문제에 주의를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유형의 자동화가 절대 실수가 없는 안전한 것은 결코 아니다. 무엇인가를 꺼내오려고 아무 생각없이 방에 들어가서는 그것을 찾는 과정에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망각해서 당황하기도 한다. 자동화에 의해서 초래되는 이러한 유형의 실수는 건망증이 심한 사람들에게서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Isaac Newton 은 우주의 작동방식과 같은 물질의 문제에 지나치게 주의를 집중하였기 때문에, 자동화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예컨대, 손님이 찾아왔을 때 그는 포도주병을 가지러 가서는 함흥차사가 되곤 하였다. 불행히도 그의 연구는 술병을 앞에 놓고도 진행되었던 것이다. 그가 돌아오지를 않자 손님이 찾으러 갔을 때,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완전히 망각한 채 그곳에서 數式 과 씨름하고 있었다. 또 다른 경우에는 잠옷차림으로 거리를 걷고 있다는 사실에 주의를 돌려야 했다. 그는 옷을 갈아입는 것만을 제외하고는 아침에 하는 일상적인 일들을 자동적으로 처리하였던 것이다.
자발적 주의집중에 관한 연구는 어떤 사건이 정상적으로 주의를 끄는 것인지에 대해서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 거의 없다. 따라서 말하기 실험의 피험자들에게는 무엇에 주의를 집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며 이들은 충실하게 그렇게 한다. 따라 말하기와 분할된 주의집중 실험이 모사하는 일상생활의 상황이 무엇인지는 -칵테일파티에서의 엿듣기 또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공부하기 등을 제외한다면- 명확하지가 않다. 우리는 항상 환경사건과 내적사건 모두에 주의를 기울인다.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서 우리가 대상을 선택하는가? 아니면 어떤 사건이 우리의 주의를 끌어가는가? 이 물음은 비자발적 선택적 주의집중에 관한 물음이다. 많은 답이 고양이와 다른 동물의 연구에서 찾아졌지만, 인간의 주의집중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겠다.
Broadbent 가 1958년에 주의집중에 관한 그의 이론을 제안할 당시, 거의 10년에 걸쳐서 비자발적 주의집중, 정향반사, 그리고 망상활성화시스템 (reticular activating system) 에 관하여 노선이 아주 다른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망상활성화시스템은 중뇌에서 시작하여 피질의 전 영역으로 투사된다. 이것은 우리가 말하는 각성시스템과 대응된다. 이 시스템의 해부학적 존재는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으나, 1949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기능을 알게 되었다. 즉, 이 시스템이 주의집중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동물은 무엇인가에 주의를 집중할 때 특정한 반응패턴을 보인다. Pavlov (1927)는 이러한 패턴을 정향반사 (orienting reflex) 라고 불렀다. 그의 실험동물인 개는 새로운 사건에 직면하면, 그 자극을 향해서 방향을 잡았다. 진행중이던 행동을 중지하고 일종의 양면적인 행동을 취하였다. 개는 정향반사를 나타낼 때 흔히 귀를 쫑긋거리고 냄새를 맡는다. 자극원에 대한 전반적인 운동지향과 아울러 감각민감도의 증가가 나타난다 : 동공이 확대되고, 빛과 소리에 대한 탐지 역치가 급격하게 낮아진다. 심리 생리학적 측정치는 독특한 패턴을 보여준다 : EEG 는 각성반응을 나타내어, 고빈도의 낮은 전압의 뇌파활동을 보인다. 호흡과 심장박동의 감소가 나타난다 (Lynn, 1966). 혈관의 변화는 흥미있는 패턴을 보인다 : 사지로 향하는 혈관은 수축되고 대뇌로 향하는 혈관은 확장된다. 아마도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자극에 관한 피질의 처리과정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Sokolov, 1963). 주의가 비자발적으로 자극에 집중될 때는 언제나 정향반사가 일어난다.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주의를 집중할 때 정향반사의 전반적인 행동적 징표를 항상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에 대해 적어도 눈을 돌리는 반응 정도는 보이게 된다 (Posner, 1980). 여러분 시야의 주변영역에 있는 어떤 사물에 주의를 집중시키도록 시도해보라. 여러분은 그 사물을 잘 보기 위해서 눈을 그쪽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여러분 시야의 주변영역에 멋진 이성의 모습이 나타났을 때 이미 이러한 사실을 깨달았을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또한 정향반사와 연합된 상당히 미묘한 심리생리적 변화들을 나타낸다.
만일 동일한 자극이 반복해서 주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새로움이 정향반사를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한 자극의 신선함이 감소함에 따라서 정향반응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습관화 (habituation) 라고 부르는 일련의 사건이 출현한다 (Sokolov, 1963). 정향반사는 한 자극이 처음 10 내지 15회 반복될 때까지 일어난다. 계속적인 반복에 의해서 정향반사는 강도가 줄어든다. 10 내지 15회의 반복 후에는 사라져버린다. 이제는 단지 "局在化된" 정향반응만이 -그 자극과 연계된 피질영역에만 국한된 EEG 각성반응만이- 일어난다. 한편 일반화된 정향반응에는 피질의 전체영역에 걸친 EEG 각성이 수반된다. 25 내지 30 회에 걸쳐 자극을 추가적으로 제시하면 국재화된 반응까지도 사라진다. 이 시점에서 유기체는 흔히 나른해지고 EEG 는 각성이 낮은 상태라는 증거를 보여준다.
Moruzzi 와 Magoun (1949) 은 고양이의 망상체에 전기적 자극을 주었을 때 나타나는 몇 가지 놀랄만한 효과를 보고하였다. 고양이가 졸고 있을 때의 자극은 각성을 유발하며, 깨어있을 때의 자극은 정향반사를 유발하였다. 망상활성화시스템에의 자극은 피질의 전체 영역에 걸친 각성반응을 유발하였다. 뇌파는 고양이가 어슬렁거릴 때 볼 수 있는 일반적으로 느린 알파리듬이 차단되고 한 자극에 주의를 기울일 때 볼 수 있는 뇌파와 유사하였다. 이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 腦幹 (brain stem) 의 매우 조그만 영역을 자극함으로써 피질의 전체 영역이 각성된 것이다. 망상활성화시스템이 주의집중의 통제소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 결론은 망상시스템을 외과적으로 파괴시켰을 때 혼수상태와 EEG 의 수면패턴이 유발된다는 사실에의해서 더욱 강화되었다 (Lindsley, Bowden & Magoun, 1949).
각 감각은 피질의 특정한 감각투사영역과 연계되어 있으며, 또한 망상활성화시스템에도 부수적으로 신경섬유의 다발이 연결되어있다. 만일 이러한 신경섬유의 다발이 절단된다고 해도 자극은 직접적인 통로를 통해서 피질 투사영역의 활성화를 계속해서 유발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동물은 자극에 전혀 주의를 집중하지 않는다 (Lindsley, 1957). 자극이 주의를 끌기 위해서는 망상시스템도 활성화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Sokolov (1963) 는 고양이에게 규칙적인 간격으로 발생하는 일련의 600Hz 소리를 들려주었다. 고양이는 그 소리에 습관화되었다. 습관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진 후 소리의 집합 중에서 특정한 소리 하나를 생략하였다. 고양이는 그 소리의 생략에 대해 정향반응을 나타내었다! 생략이 탐지되려면 기대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상정할 수 밖에 없다. 즉, 고양이는 규칙적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소리에 습관화되었으며 이러한 기대를 위반하는 모든 자극(여기서는 자극의 생략)에 대해 정향반응을 보인 것이다.
Sokolov (1963) 는 얻어진 모든 결과들을 설명하기 위하여 <그림 6> 에 도식적으로 제시된 모형을 제안하였다. Sokolov 의 이론에 따르면 피질은 모든 유입자극들을 "모형" 또는 기대와 비교한다. 만일 유입자극이 기존의 피질모형과 일치하면 피질은 망상시스템을 차단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망상시스템은 피질을 활성화시키지 않으며, 유기체는 자극에 정향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한편 자극이 새로운 것이면 -어떤 피질 모형과도 일치하지 않으면-피질은 망상시스템을 차단하지 않는다. 자극입력은 망상시스템을 활성화시키게 되고, 망상시스템은 피질을 활성화시키며, 피질의 활성화는 정향반응과 주의집중으로 이끌어간다.
<그림 6> Sokolov 의 주의집중 모형에서는 감각입력이 피질의 모듈 (모형구성 시스템)과 각성시스템 모두에 전달된다. 만일 감각입력이 기존의 모형과 대응되면 각성시스템으로의 입력은 통로 1에 의해서 억제된다. 만일 대응되지 않으면, 각성시스템은 억제되지 않으며 통로 2를 통해서 피질을 활성화시킨다.
Sokolov 의 견해에서는 습관화가 -주의집중의 상실- 상황을 예언하는 피질 모형의 점진적인 구성에 의해 야기된다. 그의 실험에 사용되었던 고양이를 생각해보자. 고양이가 처음으로 600Hz 소리를 들을 때는 이것이 새로운 자극이다. 고양이는 놀라고 새로운 자극에 대해 정향반응을 보인다. 몇 차례의 반복 후에 피질모형 즉, "600Hz 소리는 매 2초마다 들린다"는 기대가 발달한다. 고양이는 이 모형이 대응되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점점 덜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모형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어느 것이나 주의집중을 유발한다. 900Hz소리일 수도 있고, 쥐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소리를 기대하고 있을 때라면 조용함일 수도 있다.
Sokolov 는 어떻게 피질이 자극과 모형을 대응시키는 것인지에 대한 세부사항까지는 다루지 않았다. 이 문제는 우리가 기술하였던 유형의 세부특징 분석시스템을 수반하는 것으로 보면 간단해진다. Sokolov 가 첨가한 원리는 대응/비대응 법칙이다. 지각체가 인지단위의 집합과 정확하게 대응되면 수동적 지각 이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에 지각체가 최적의 인지단위 집합과 대응되지 않으면 각성시스템이 피질을 활성화시킨다. 이러한 각성반응에는 정향반사, 주의집중, 그리고 새로운 피질모형의 구성(지각페와 대응되는 인지단위의 집합) 등이 수반된다.
망상시스템에 대한 Sokolov 이론은 Norman 등의 후기선택모형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는 하지만 Sokolov 모형은 모든 자극이 충분하고도 완벽하게 분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환경의 불변적인 측면은 감각수준과 지각수준에서 피질모형과 완전하게 대응되어서, 의미분석은 결코 수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Sokolov 모형은 Treisman 의 약화모형과도 일치하는 점이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입력과 기대가 대응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는 자발적인 선택적 주의집중을 Sokolov 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Sokolov 는 자극이 의미 충만한 신호일 때 -한 예가 "불이야!" 라는 고함일 수가 있겠다-어떤 자극과 피질모형 사이의 완벽한 대응이 주의집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여기에 관여하는 기제는 관련된 인지단위로부터 각성시스템으로의 직접적인 연계이다. 모든 인지단위는 잠재적으로는 의미충만한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인지단위가 적어도 각성시스템과 잠재적인 연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상정할 필요가 있다. 이 기제는 따라말해야 할 메시지가 잠정적인 적합성 또는 의미충만성을 가지고 있으며, 관련된 인지단위들이 각성시스템과 장정적으로 연계되는 경우의 따라 말하기를 설명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우리가 논의한 모형 중에서 어느 것도 어떻게 가장 활성화된 인지단위가 주의집중을 위하여 선택되는 것인지를 깨끗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Treisman 의 모형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입력이 약화된다고 제안하지만, 어떻게 약화과정이 진행되는지를 상세화하지 못한다. 후기선택 모형들은 가장 활성화된 인지단위가 주의집중을 위해 선택된다고 제안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단위의 위치를 확인하는가? 선택을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활성화된 단위를 찾기 위해서 인지단위들을 들여다보는 "마음의 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Deutsch 와 Deutsch (1963) 는 한 방에서 누가 가장 키가 큰지를 결정하려는 시도에 유추한다. 한 가지 방법은 각 사람의 키를 재서 종이 위에 적어놓고는 가장 큰 숫자를 찾는 방법이다. 보다 효율적인 방법은 모든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 놓고 어떤 사람의 머리에 닿을 때까지 긴 막대를 천장에서부터 서서히 내리는 것이다. 막대가 가장 먼저 닿는 사람이 제일 큰 사람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두번째 방법을 마음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인지단위가 막대의 역할을 담당하는가?
Walley 와 Weiden (1973) 은 어떻게 가장 활성화된 단위가 주의집중을 위해 선택되는 것인지를 설명하기 위한 주의집중이론을 제안하였다. 이들의 제안에 대한 적절한 유추는 Deutsch 와 Deutsch 의 막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모두 물리칠 수 있는 가장 힘이 센 사람을 찾는 것이다. Walley 와 Weiden 은 주장하기를, 주의집중은 외측억제를 통하여 이웃하는 마디들을 차례대로 억제하는 특정한 마디의 활성화에 의해 이루어진다. 보다 활성화될수록 주변의 마디들을 보다 많이 억제한다. 가장 강력하게 활성화된 단위는 자동적으로 다른 단위들을 억제하기 때문에 가장 강력하게 활성화된 단위를 탐색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Walley 와 Weiden 의 주장이다. 주의집중은 결코 선택의 작동이 아니다. 철저하게 자동적인 과정이다. 주의집중은 무엇의 원인이 아니라 인지단위 사이의 경쟁적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한 마디가 이웃마디보다 많이 활성화되면 즉각적으로 이웃마디들을 억제한다. 여러 마디들이 똑같은 정도로 활성화된다면, 그중의 하나가 다른 것들을 억제하는 데 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분석기의 한 수준에 있는 어떤 인지단위가 다른 것들보다 확실하게 더 많이 활성화된다면, 이웃단위들의 활동을 철저하게 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강력하거나 의미충만한 자극은 항상 주의집중을 포착한다. 그 자극을 부호화하는 인지단위는 자극이 존재할 때 강력하게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자발적인 선택적 주의집중의 경우에, 특정한 지시는 -예컨대, 왼쪽 귀의 메시지를 따라 말하고 오른쪽 귀의 메시지를 무시하라는 지시- 왼쪽 귀의 입력을 처리하는 감각분석기의 단위들을 점화, 즉 부분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양쪽 귀로부터 입력이 들어오면, 왼쪽 귀의 입력을 부호화하는 단위가 오른쪽 귀의 입력을 부호화하는 단위보다 더 활성화되어 있다. 따라서 왼쪽 귀 단위가 오른쪽 귀 단위를 외측으로 억제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여러 인지단위들이 동일하게 활성화된 경우의 주의집중을 어떻게 설명 할 수 있는가? 이론적으로는 모든 단위가 외측억제를 가하기 때문에 어느 것에도 주의를 집중할 수가 없다. 그러나 기대 (점화된 인지단위)와 지각 (외부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인지단위) 사이의 비대응은 여러 인지단위의 활성화를 유발한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비대응은 실제로 주의집중의 강력한 유발자이다.
모든 인지단위들은 각성시스템으로부터 불특정한 입력을 받아들인다. 가정컨대, 이 입력은 주의집중에 중요하다. 경험적으로 보면 주의집중에는 그것이 비대응에 의해서 초래되든 아니든지간에 각성의 증가를 수반한다. Kahneman (1973) 은 자발적 주의집중에는 항상 노력감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는 이러한 노력감이 생리적인 각성의 증가에 대한 주관적 측면임을 보여주는 많은 연구를 수행하였다. 주의집중이 일어나려면 인지단위는 다른 인지 단위로부터의 정보적 입력과 각성시스템으로부터의 불특정 입력 모두를 받아들여야 한다 (Kahneman, 1973 ; Shallice, 1978).
각성시스템으로부터의 불특정 입력에 의해 분석기의 모든 인지단위에 활성화를 일률적으로 첨가하는 것은 아무런 이용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만일 각성시스템으로부터의 입력이 인지단위의 활성화를 더하기의 방식이 아니라 곱하기의 방식으로 증가시킨다면 유용할 수 있다. 곱하기 방식의 증가는 가장 활성화된 인지단위와 덜 활성화된 인지단위 사이의 차이를 더 크게 만든다. 다시 가장 활성화된 단위는 이웃단위들에게 더욱 강력한 외측억제를 행사하게 되어 활성화의 차이를 증폭시키게 된다. Hull (1943) 은 비록 다른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각성이 마디의 활성화에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곱해지는 것이라는 "행동법칙"을 그의 행동이론의 초석으로 사용하였다 (우리는 제 6장에서 행동법칙의 근거를 고찰하게 될 것이다). 요점은 각성시스템으로부터의 입력이 한 인지단위가 다른 이웃하는 단위들을 압도하도록 만들어준다는 데 있다.
만일 이런 추론이 타당한 것이라면, 각성반응은 여러 인지단위들이 거의 동등하게 활성화되었을 때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경우에 활성화의 차이를 증폭시키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각과 기대가 비대응될 때, 한 마디는 지각입력에 의해서 활성화되고 다른 마디는 기대에 의해서 활성화된다. 자발적 주의집중의 경우에는 주의를 기울일 자극과 다른 자극들을 변별하기가 어려울수록 보다 많은 노력 (즉, 보다 많은 각성)이 필요하게 된다. 예기치 않은 자극과 기대의 와해가 각성과 주의집중을 유발하는 이유는 보다 깊은 처리가 일어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깊은 처리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마음이 알 수 있게 해주며, 보다 적절한 피질모형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새로운 모형이 만들어지게 되면, 입력은 인지단위와 정확하게 대응되고 주의집중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
제 3 장에서 나왔던 미스테리의 異性 을 회상하라. 우리는 두 사람을 숲으로 산책하도록 내버려두고는 일화기억의 흔적만을 바쁘게 형성하였었다. 그날은 기분좋은 여름밤이었다고 가정하자. 여러분은 숲속의 빈터에서 서로의 눈을 응시하고 있는 자신을 상상할 수 있겠다. 이성과의 상호작용에 관한 어떤 스크립트는 상대의 눈을 별에 비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러분은 하늘 저편에 낮게 떠있는 밝은 별을 보고 상대방의 응시와 샛별의 반짝임 사이의 유사성에 관한 명제를 구성하기 시작한다. 별의 세부특징은 여러분의 기대와 들어맞지 않는다. 너무 크고 빠르게 움직인다. 이것은 비대응의 경우이다. 우리는 비대응이 주의집중과 각성, 그리고 새로운 심성모형의 형성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보았다.
여러분의 상황이 <그림 7> (A) 에 나와 있다. 상위수준의 활성화된 마디는 샛별을 나타낸다. 이 마디는 하위수준에 있는 세부특징 마디의 집합을 활성화시킨다. 반면에 실제자극은 전혀 다른 집합의 세부특징 마디들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Sokolov 이론에 따라서 우리는 자극이 각성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관계를 그림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각성시스템은 두 층 (L1 과 L2)의 활성화된 마디에 의해서 억제된다. 그렇기는 하지만 곧이어서 하위수준에는 활성화가 사라지게 된다. 갈등적 세부특징을 부호화하는 마디들이 상호간에 외측억제를 가하기 때문이며, 그렇게 되면 각성시스템을 더이상 억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각성시스템은 탈억제가 된다 (Grossberg, 1980 ; Sokolov, 1963). 이제 각성시스템은 <그림 7> (B) 에서 보는 것처럼 두 층에 있는 마디들을 강력하게 활성화시키게 된다. 가장 활성화된 마디는 잇점을 갖는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 있다. 유일하게 활성화된 마디는 샛별을 부호화하는 마디이며, 이 마디는 전보다 더욱 활성화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보다 많은 활성화를 하위수준에 연계되어 있는 마디로 전파한다. 이 과정이 반복됨에 따라서 상위수준으로부터 활성화를 전파받은 세부특징 마디들은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세부특징 마디들을 더욱 억제하게 된다. 곧바로 공명적 피드백 고리가 형성되어서 경찰이 여러분의 눈에 플래쉬라이트를 바로 비추는 경우에도 여러분은 계속해서 별을 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소망이 현실을 왜곡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여러분은 현실이 그렇게 쉽게 사라져버리지 않으며 따라서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여러분은 앞 章 에서 기술하였던 '영희' 와 '영숙이' 중에서 누구를 보고 있는지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과 유사한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이제 이러한 실수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우리는 각성의 촉발이 가장 활성화된 마디의 활성화를 증가시키기보다는 중지시키기를 원한다. 각성시스템을 촉발시킴으로써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 것인가? 만일 인지단위들이 게이트가 있는 이중극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가능하다 (Grossberg, 1980). 이중극 쌍에 있는 점-세포(샛별을 부호화하는 세포)와 멸-세포(샛벽의 부재를 부호화하는 세포)가 각성시스템으로부터 동일한 입력을 받아들이는 경우에도 Grossberg 는 이중극이 각성의 갑작스러운 촉발에 의해서 반등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점-세포는 차단되고 멸-세포는 순간적으로 활성화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상태이다. 이렇게 놀랄만한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점-세포가 샛별을 "기대"하는 과정에서 신경전도물질을 탕진하였기 때문이다. 멸-세포의 채널은 그동안 억제되었기 때문에 상당한 신경전도물질을 비축하여 각성의 급작스러운 촉발에 활발하게 반응할 수가 있다. 그렇게 됨으로써 멸-세포의 잇점이 극대화되어 점-세포를 억제한다.
<그림 7> 비대응이 교정되는 방식. (A) 에서 샛별을 볼 것이라는 기대는 "움직이지 않는다"와 "작다"는 세부특징의 위에서-아래로의 활성화를 야기하였지만, 자극은 "움직인다"와 "크다"라는 대응되지 않은 세부특징을 활성화시켰다. 이렇게 비대응되는 세부특징들은 (B)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준 1에서 상호간에 외측억제를 가한다. 이제 피질은 각성시스템을 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피질로 각성이 전달된다. 그 결과, (C)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샛별마디가 억제되는데, 그렇게되면 수준 1에 있는 세부특징마디들이 수준 2에 있는 다른 마디를 -반딧불을 부호화하는 마디- 활성화시키게 된다.
비대응이 탐지될 때 각성시스템은 동일한 양의 활성화를 점-세포와 멸-세포 모두에 전달한다. 멸-세포는 보다 많은 신경전도물질을 비축하였기 때문에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게임에서 이기게 된다. 멸-세포는 점-세포를 억제한다. 이제 점-세포의 출력은 없다. 멸-세포의 출력은 매우 높다. 이 사실은 자극이 샛별이 아니라는 직관과 일치한다. 이제 하위수준에 있는 세부특징마디가 상위수준에 있는 또 다른 점-세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점-세포가 샛별을 부호화하는 세포는 결코 아니다. 샛별마디는 억제되고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샛별의 이중극에서의 경쟁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는다. 멸-세포는 신속하게 신경전도물질을 상실한다. 또한 각성시스템은 순간적으로 촉발된 활성화를 내보낸다. 곧 이중극의 두 마디는 정상적인 활성화 수준으로 되돌아오고 상호간에 억제를 가한다.
앞에서 논의한 결과가 <그림 7> (C)에 나와 있다. 샛별마디는 억제된다.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세부특징은 이제 상위수준에 있는 새로운 마디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 마디는 여러분이 반딧불을 보고 있는 것이라는 가설에 해당한다. 이 마디는 다시 하위수준에 연계되어 있는 세부특징 마디로 활성화를 되돌린다. 만일 세부특징 마디들이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마디와 동일한 것이라면 반향의 상태가 형성된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은 반딧불을 보고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만일 또 다른 비대응이 있게 되면 전체 과정이 다시 시작된다. <그림 7> (C)를 보면 여러분이 반딧불을 마주 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서-아래로의 활성화와 아래에서-위로의 활성화가 잘 대응되어 있다.
우리는 의식의 흐름과 주의집중의 파도라는 내성주의자들의 은유로부터 이 章 을 시작하였다. 이 은유는 우리가 개발하여온 모형에서 볼 때 이상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의식을 현재 활성화되어 있는 인지단위들의 집합으로, 그리고 주의집중을 가장 강력하게 활성화된 인지단위로 구성된 부분집합으로 정의하였다. 지각분석기와 개념분석기에서 의식은 일반적으로 소수의 단위만을 포함한다. 주의집중은 하나 아니면 두개의 단위에 국한된다. 따라서 주의집중은 지극히 선택적이다. 이러한 선택성은 자발적일 수도 비자발적일 수도 있다.
자발적 주의집중은 따라 말하기 과제로 연구되어 왔다. 따라 말하기 과제에서 피험자는 한 메시지를 반복하고 다른 메시지를 무시하도록 요구받는다. 만일 메시지가 감각자질에서 다르다면 이 과제는 매우 쉽다는 사실이 Broadbent 로 하여금 주의집중의 선택이 감각분석기에서 일어난다는 여과기모형을 제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메시지가 의미기억의 단위들을 활성화시킨다는 발견은 Norman 등으로 하여금 주의집중적 선택이 의미분석기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제안하도록 만들었다. 두 입장은 지나치게 극단으로 흐른 감이 있다. 우리는 따라 말하기 연구의 결과들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Treisman 의 약화모형 (주의집중적 선택은 어느 분석기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을 절충안으로 제시하였다.
주의집중의 용량모형은 고정된 각성의 양이 심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 투자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각과 같은 행위는 각성을 거의 요구하지 않는다. 의사결정과 같은 다른 행위는 상당한 각성을 요구한다. 사용가능한 각성의 전체량이 고갈되지 않은 한에 있어서 주의집중은 여러 과제에 분할 될 수 있다. 과제들이 각기 다른 분석기에 의해서 수행될 때 특히 그렇다. 각 분석기는 자기 자신의 용량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비자발적 주의집중에 관한 Sokolov 의 이론도 우리가 개발한 인지모형과 잘 들어맞는다. 그는 유입되는 자극이 기존의 피질모형과 비교된다고 주장한다. 만일 자극이 모형과 대응되면 정상적인 지각 이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비대응이 발생하면 각성시스템이 탈억제되어서 피질을 각성시킨다. 그 결과로 정향반응과 주의집중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피질모형이 구성된다. Walley 와 Weiden 은 인지단위들이 이웃단위들을 외측으로 억제함으로써 자신을 주의의 초점이 되도록 선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지단위는 이 과정에서 각성시스템으로부터의 불특정 입력에 의해서 도움을 받는다. Grossberg 는 주의집중이 기대와 현실 사이의 비대응에 의해서 야기될 때 각성시스템으로부터의 입력이 조정자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활성화되어 있는 이중극을 반등시키거나 억제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가 않다면 소망이 현실을 왜곡시키게 되며, 우리는 항상 지각하고자 기대하는 것만을 지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