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짓기

인지 심리학 : Stephen K. Reed 저서, 박권생 옮김, 시그마프레스, 2000  (원서 : Cognition : Theory and Applications  5th ed ), Page 49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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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충 모형

     비보충 모형

     전략 선별

확률 추정

     가용성

     대표성

확률과 가치의 조합

     기대 가치

     기대 효용

     주관적 기대 효용

모험 차원

     모험 차원의 중요성

     지각된 모험

적용

     의학적 결정짓기

     결정 보조구와 훈련

     행위에 기초한 결정짓기

요약

복습 문제

핵심 용어

추천도서

충분한 전제가 없이는 결정을 내리는 일에 충고를 할 수가 없다. 그래도 간청을 한다면 방법을 말해보고 싶다 ... 나의 방법은 반 장의 종이 중앙에 줄을 하나 그어 두 칸으로 나누고 그 한쪽 위에는 '찬' 그리고 다른 쪽 위에는 '반' 이라고 쓴다. 그리고 나서는 3 ~ 4 일간을 고려하면서, 상이 한 때에 떠오르는 찬 · 반 동기에 대한 힌트를 간략하게 각각의 머리글 아래에 나열한다. 이리하여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모은 후, 형평을 정확하게 찾기 위해 각각의 무게를 추정하려고 노력한다 ... 그러면, 추리의 무게가 산술적 양처럼 정밀하게 고려되었다고는 할 수 없을지라도 각각을 별도로 비교하여 고려하게 되고, 모든 문제가 눈앞에 놓여 있으므로 판단을 더 잘할 수 있고, 경솔한 처지를 할 확률이 낮아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 사실 나는 도덕적 혹은 신중성 대수학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러한 종류의 방정식이 갖는 큰 장점을 발견하였다.

- BENJAMIN FRANKLIN (1772 / 1887)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처럼, 우리는 매일 많은 결정을 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의 결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른 것들 - 자동차, 집, 혹은 직업 선택 같은 것들 - 은 훨씬 중요하다. 각 대안은 보통 여러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고, 최선의 대안이라고 하더라고 모든 측면에서 빼어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결정짓기에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장의 첫 절에서는 사람들이 여러 대안 중 한 가지를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대한 모형이 기술된다. 이러한 예로써 메뉴 판에서 저녁을 선택하는 것, 집이나 자동차를 선택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들 모형은 확률을 고려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모형들에서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입할 경우에 자동차의 가격, 연료 소모량 그리고 사양 장치와 같은 적절한 측면의 값을 알고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후속 절들에서는 모험적 결정짓기 - 결정자가 확률을 고려해야만 하는 것들 - 가 취급된다. 먼저 사람들이 어떻게 확률을 추정하는지를 검토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을 때 사람들은 자기들의 추정을 교정하는 방식도 함께 검토될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이 추정이 결정짓기에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고려하게 될 것이다.

결정짓기에 관한 연구는 규범적인 모형과 기술적인 모형의 영향을 받아 왔다. 규범적 모형 (normative models) 은 어떤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명시한다. 이 모형들은 실제로 행해진 결정짓기와 규범적인 결정짓기가 얼마나 근사한지를 비교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기술적 모형 (descriptive models) 은 사람들이 결정을 짓는 실제 방식을 기술하려고 한다. 규범적 모형과 기술적 모형간의 관계는 결정짓기에 관한 모든 논의에서 발견되는 논지 (theme) 이다. 마지막 절에서는, 복잡한 기능의 예로 의학적 결정짓기 및 행위에 기초한 결정짓기가 논의될 것이다. 이 논의는 심리학적 모형이 이들 기능을 기술하는 데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상황에 따라 상이한 모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예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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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 모형

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는 한 가지 이유는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고 또 각 대안은 여러 가지 속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 대안 중 한 가지가 별로 매력적인 것이 못되면, 그 대안을 제거해 버릴 것인지 아니면, 그 대안의 다른 속성은 매력적일 수도 있으니까, 계속 그 대안을 고려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만 한다. 예를 들면, 연료 소모량은 높지만 승차감과 넓은 공간 때문에 큰 차를 구입할지도 모른다. 매력적인 속성으로 비매력적인 속성을 보충하도록 하는 결정 짓기 모형을  보충 모형 (compensatory model) 이라 한다. 이 장을 시작할 때 인용한 Benjamin Franklin 의 충고는 보충 모형과 일치한다. 왜냐하면, Franklin 은 한 가지 대안을 두고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조합했기 때문이다.

가산 모형 (additive model) 은 일종의 보충 모형이다. 가산 모형은 매력적인 속성과 비매력적인 속성을 조합하여 각 대안에 대한 총점을 산출한다. 다음과 같은 경우를 고려해 보자. 세원이는 대한 기숙사에서 3 년을 살았다. 졸업반이 되자 보다 자유로운 아파트 생활을 향유할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그는 상당히 매력적인 아파트를 두 개 발견하였기 때문에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세원이는 Ben Franklin 의 충고를 따르기로 작정하고 각 아파트가 갖는 단점과 장점을 체계적으로 나열하였다. 그는 결정짓기에 중요한 속성들을 먼저 열거하고 나서, -3 (매우 부정적인 인상) 에서부터 +3 (매우 긍정적인 인상) 까지의 범위를 가진 척도를 이용하여 각각의 속성을 평정하였다. 다음은 그의 평정 결과를 보여준다.

	아파트A	아파트B
월세	+1	+2
소음 수준	-2	+3
캠퍼스까지의 거리	+3	-1
청결 정도	+2	+2
	+4	+6

두 아파트의 여러 가지 속성에 대한 평정 점수를 합한 결과, 세원이로 봐서는 높은 평점 점수를 받은 아파트 B 가 최상의 선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덧셈 법칙을 수정하면 이 결과가 바뀔 수도 있다. 두 가지 방법만을 고려해 보자. 첫째, 이 예에서는 네 가지 속성이 모두 동일한 무게를 가졌다. 세원이가 볼 때 만약 어떤 속성이 다른 속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결정을 지을 때 이 속성을 다른 속성보다 더 중요시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 예컨대, 세원이가 사는 곳이 추운 지방이고 걸어서 학교를 가야 된다면, 그는 학교까지의 거리를 더 중요시할 수도 있다. 만약 이 변인이 다른 변인보다 두 배로 중요하다면, 거리에 대한 평정 점수를 2 로 곱하여, 이 측면을 크게 강조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평정 점수의 합계는 아파트 A 가 + 7 그리고 아파트가 B 가 + 5 가 된다. 둘째, 네 가지의 속성에 대한 평정 점수를 더하기만 하면, 이 속성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가 고려되지 않는다. 아파트 A 가 매우 시끄러울지라도, 학교에 가깝기 때문에 도서관을 공부 장소로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아파트가 유일한 공부 장소일 경우와는 달리 소음 수준은 그렇게 큰 방해 요인이 되지 않는다. 소음 수준과 학교와의 거리간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고려하면 소음 수준에 대한 낮은 평점 점수가 바뀌어져야 할지도 모른다.

가산 모형과 매우 비슷한 것으로  가산 차이 모형 (additive - difference model) 이라는 것이 있다. 이 모형에서는 두 가지 대안이 갖는 각 속성과의 차이를 합함으로써 대안을 비교한다. 각 속성에 대한 값이 아래에 주어져 있다. 세 번째 항은 첫 번째 항에서부터 두 번째 항을 빼기하여 얻은 값들이다.

	아파트A	아파트B	차이
월세	+1	+2	-1
소음 수준	-2	+3	-5
캠퍼스까지의 거리	+3	-1	+4
청결 정도	+2	+2	0
	+4	-6	-2

차이는 합계는 - 2 이다. 이 값의 의미는 아파트 A 가 B 보다 두 단위 덜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가산 모형으로도 같은 결론에 도달된다 : 아파트 A 에 대한 평정 점수 합계가 아파트 B 에 대한 평정 점수 합계보다 2 가 적다. 가산 모형과 가산 차이모형은 동일한 결론을 야기하지만, 정보의 탐색이 서로 다르다. 가산 모형은 다른 대안을 고려하기 전에 한 가지 대안에 대한 모든 속성을 평가한다. 가산 차이 모형은 두 가지 대안을 속성별로 비교한다. 두 개 이상의 대안이 있는 경우에는, 두 번째 이후의 대안부터는 선행 대안들 중 최선의 대안과 비교된다.

가산 모형과 가산 차이 모형은 둘 다 대안을 평가하는 훌륭한 방법을 기술하고 있다. 둘 다 모든 속성에 따라 대안을 평가하고, 매력적인 값과 비매력적인 값이 서로를 보충하도록 한다. Box 14.1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모형은 실질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 Box 14.1 은 가산 모형을 서술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여섯 가지의 속성 각각이 제공하는 정보의 양에 따라 각 속성에 맞는 점수가 주어진다. 계속적인 수사를 벌일 것인지 아니면 수사를 중단할 것인지에 관한 결정이 이들 점수의 합에 따라 달라진다.

Benjamin Franklin 의 충고는 훌륭한 것이었지만, 우리가 이 충고를 얼마나 자주 받아들이는지에 관해서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위의 예를 보면, 가산 모형은 결정짓기를 위한 매우 체계적인 절차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는데, 과연 우리의 결정짓기가 이처럼 체계적이라 할 수 있을까? 이 모형들이 요구하는 그 한 답이 부정적이라면, 이들 모형이 우리의 결정 짓는 행동을 제대로 기술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우리의 선택 행동을 보다 정확하게 기술하는 모형이 있을지도 모른다. 보충 모형과 대립되는 모형으로 비보충 모형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모형은 비매력적인 속성 때문에 대안이 제거되는 결과를 야기한다.

비보충 모형

계산을 하지 않는다면 결정짓기를 어떻게 할까? 우리는 덜 매력적인 대안을 차례로 제거해 나감으로써 선택을 한다고 Tversky (1972) 는 제의하였다. 그의 이론은 이 제거가 대안들의 속성이나 측면을 하나하나 평가하여 이루어진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이론을 측면에 따른 제외 (elimination by aspects) 라 한다. 어떤 대안의 속성이 어떤 최소한의 준거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이 대안은 선택의 여지로부터 제외된다.

새 자동차를 하나 구입하려고 하는 서씨 부인의 경우를 고려해 보자. 만약 서씨 부인이 쓸 수 있는 돈이 9 백만원밖에 없다면, 이 부인은 제일 먼저 9 백만원 이상 가는 차는 선택의 여지로부터 제외시킬지도 모른다. 또한 이 부인은 연료 소모량에도 관심이 있어, 1 리터 당 적어도 25 km 를 주행할 수 없는 차는 제외시킬지도 모른다. 속성을 계속하여 선택하고, 어떤 최소한의 준거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차들을 제외시킴으로써, 이 부인은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준거를 모두 만족시키는 자동차 하나만 남을 때까지 계속하여 대안을 제외시킬 것이다.

이 절차에 기초한 최종 선택은 순서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서씨 부인이 차의 가격을 맨 마지막에 평가한다면, 이 부인은 9 백만원 이하의 차를 결정 과정의 초기에 모두 제외시켜 버렸을 수도 있다. 이는 만약 이 부인이 9 백만원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면 바람직하지 못한 결정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모형에서는 각 속성은 그 중요성에서 서로 다르며, 특정 속성이 평가 대상에 선정될 확률은 그 중요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만약 가격이 중요한 것이라면, 결정 진행 과정의 초기에 가격이 선정될 확률이 높게 된다.

측면에 따른 제외 모형은 아무런 계산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진다. 결정자는 확률에 따라서만 속성을 선정한다. 이 확률은 그 속성의 중요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고 나서는 어떤 대안이 이 속성에 대한 최소 준거를 충족시키는지를 따져보고, 이 준거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대안들은 제외시켜 버린다.

측면에 따른 제외 모형의 한 가지 변형인, 공접 모형 (conjunctive model) 은 어떤 대안이 선택되기 위해서는 이 대안이 갖는 모든 속성이 최소한의 준거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본다. 이 모형은 다른 대안을 고려하기 전에 한 가지 대안에 대한 평가를 마친다고 제의한다는 점에서 측면에 따른 제외 모형과 다르다. 최소한의 모든 준거를 제일 먼저 충족시키는 대안이 선택된다. 공접 모형은 Simon (1957) 이 말하는 충족 탐색 (satisficing search) 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제한된 역량 때문에 사람들은 많은 대안을 모두 평가할 수가 없고, 따라서 최선의 대안을 선택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고 Simon 은 주장했다. 사람들은 그냥 훌륭한 대안, 즉 최소한의 준거만을 모두 충족시키는 대안에 안주하려고 한다. 가용성이나 시간 제약 같은 다른 제한점들도, 최선의 대안을 찾기 위해 기다리는 것보다, 그냥 훌륭한 대안만을 선택하려는 경향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아파트를 찾아다니는 데 지쳤거나, 혹은 마음에 드는 아파트가 있더라도 나중에 가면 이미 세 놓인 상태일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나은 아파트를 계속해서 찾기보다는 그냥 가용한 대안을 선택해버린다고 보는 것이다.

전략 선별

우리가 살펴본 네 가지 모형은 사람들이 정보를 어떻게 탐색하는가 하는 점에서 서로 다른다. John Payne (1976) 은 이러한 차이점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어떤 전략을 이용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설계하였다. 그는 임대료, 청결정도, 소음 수준 그리고 학교로부터의 거리와 같은 아파트의 속성에 관한 정보를 제시하였다. 각 아파트의 속성에 관한 정보는 카드의 뒷면에 기재해 두었기 때문에, 그 값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카드를 뒤집어야만 했다 (그림 1). 피험자들은 결정짓기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만큼의 얼마든지 많은 카드를 뒤집어 볼 수 있었다. 이 때 카드를 뒤집는 순서를 보면 피험자들이 정보를 어떻게 탐색하는가를 알 수 있게 해두었다. Payne 은 피험자들이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관한 추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피험자들이 카드에 적혀 있는 정보를 평가할 때 생각하는 것을 소리내어 말해보라고 지시하였다.

그림 1 Payne 이 이용한 정보 탐색 과제.

Payne 은 모든 사람이 똑같은 전략을 이용하여 정보를 탐색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사람들은 과제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전략을 바꾼다는 것을 보여준 문제 해결에 관한 연구 결과 때문이었다. 문제 해결 전략의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문제 해결자들이 과제가 요구하는 바를 자신들의 제한된 능력 범위 한에 한정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결정자들이 사용하는 어림법도 과제가 요구하는 정보 처리 능력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Payne 은 주장했다. 이 주장의 한 가지 함의는 과제가 바뀜에 따라 결정자의 전략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Payne 의 실험 결과는 그의 예측을 지지하였다. 그는 대안의 개수 (2, 4, 8, 혹은 12 개) 및 차원의 개수 (4, 8, 혹은 12개) 가 상이한 과제를 학생들에게 제시하였다. 주요 발견은 대안이 두 개였을 때는 탐색 차원의 개수가 일정했는데, 대안의 개수가 그 이상으로 증가함에 따라 탐색 차원의 개수가 변했다는 것이다. 탐색 전략과 어문적 프로토콜을 살펴본 결과, 많은 대안들을 평가해 보라는 지시가 주어졌을 때도 피험자들은 공접 모형이나 측면에 따른 제외 모형을 이용하여 몇 가지의 대안을 재빨리 제거해 버림으로써, 과제의 복잡성을 줄인다는 것이 밝혀졌다. 단지 두세 개의 대안이 선택의 여지로 남았을 때는, 가산 모형 혹은 가산 차이 모형과 같은 인지적 부하가 높은 절차에 따라 최종 평가 및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한 프로토콜에서 발췌한 다음 글을 보면, 대안의 개수를 줄이기 위해 측면에 따른 제외모형이 이용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나는 아파트 주인의 태도를 살펴볼 것이다. H 아파트의 경우 주인의 태도는 공평하고, D 아파트의 경우는 좋지 못하고, B 아파트도 공평하고, A 아파트는 좋다. L 아파트의 경우도 좋지 못하고, K 도 좋지 못하고, J 의 경우도 좋고, I 의 경우도 좋지 않다 .... 그러니까 나에게는 이 차원이 중요하다 .... 그래서 주인의 태도가 좋지 않는 곳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 (Payne, 1976, p. 379)

이 피험자는 대안 D, I, K 그리고 L 을 다시는 검토하지 않았다.

위의 프로토콜을 두 개의 대안을 비교하기 위해 가산 차이 모형이 이용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음 발췌문과 대조해 보라.

그래, A 와 B 두 개가 있다. 먼저 이 둘 다에 대한 임대료를 살펴본다. A 의 임대료는 170 달러이고 B 의 임대료는 140 달러이다. 170 달러는 약간 비싸지만 소음 소준이 낮을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A 의 소음 수준을 검토해 본다. A 의 소음 수준이 낮다. B 의 소음 수준을 살펴 본다. B 의 소음 수준은 높다. 이것 참, 나는 소음 수준이 높으면 공부를 잘 못하는 데, 그러니까 나는 나 자신에게, 내 아파트에서 공부를    할 수 있기 위해 매달 30 달러씩을 더 지불할 가치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해 본다 (Payne, 1976, p. 389)

이 두 개의 프로토콜은 측면에 따른 제외모형에서 어떻게 한 가지 차원에서의 낮은 값 때문에 그 대안이 제거되는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가산 차이 모형을 따르면, 한 차원의 값이 낮을지라도 다른 차원에서의 점수가 높으면 그 대안이 선택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의 예에서 저렴한 임대료가 높은 소음 수준을 보상할 수 있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라.

가산 전략 및 가산 차이 전략은 각 대안의 매력 정도를 계산하기 때문에, 인지적 노력이 비교적 많이 요구되는 전략들이다. 따라서 이 두 전략은 각 대안에 대해 조심스런 평가를 하도록 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 복잡성 때문에 이 절차에 따른 결정의 결과는 측면에 따른 제외 전략 같은 보다 단순한 절차를 따르는 결과만 못할 수도 있다.

상이한 절차의 효과성을 측정하는 한 가지 방법은 여러 집단의 피험자들을 훈련시켜 각각 상이한 전략에 따라 결정을 내리도록 한 후, 그들이 내린 결정의 질을 평가하는 것이다. Paquette & Kida (1988) 이 절차를 이용하여 가산 전략, 가산 차이 전략, 측면에 따른 제외 전략, 그리고 혼합 전략의 상대적 효과성을 비교하였다. 사람들은 전략을 바꾼다는 Payne 의 연구 결과를 기초로 만들어진 혼합 전략은 처음에는 측면에 따른 제외전략을 따르다가, 대안의 개수가 3 개로 줄어들면 가산 전략을 따르도록 한 절차였다.

피험자들은 회사의  재무 특징을 평가하는 일에 경험이 많은 48 명의 전문가들이었다. 피험자들에게 여러 회사의 재무 자료를 제시하고, 그들이 훈련받은 전략에 따라 사채 등급이 가장 높은 회사를 하나 고르도록 하였다. 실험자는 각 회사의 사채 등급을 알고 있기 때문에, 피험자들이 내린 결정의 정확성을 평가할 수가 있었다. 정확성에 있어서는 네 가지 전략간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측면에 따른 제외전략은 가산 전략 및 가산 차이 전략보다 훨씬 짧은 시간을 요구하였다. 따라서 이 특정 과제의 경우, 측면에 따른 제외 전략이 매우 훌륭한 전략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확률 추정

이제 불확실한 조건하에서의 결정짓기라고 하는 약간 복합적인 문제를 살펴 보기로 하자. 앞의 예들에서도 약간의 불확실성은 있었다. 아파트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안 바뀔지 모르지만, 만약 조용한 이웃 사람들이 이사를 가버리고 록밴드의 구성원들이 이사를 온다면 소음수준은 엄청나게 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장의 나머지 부분에서 논의될 예들에 있어서는 불확실성 (uncertainty) 이 주된 요인이며, 사람들에게 특정 사상 (건) 이 벌어질 확률을 추정할 것을 요구한다.

Kahneman & Tversky (1972, 1973 ; A. Tversky & D. Kahmeman, 1973) 는 사람들의 확률추정이, 가끔은 합리적이지만 대개는 그렇지 못한, 어림법을 기초로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이같은 어립법 중의 두 가지가 가용성과 대표성이다. 더 읽어 나가기 전에, 이러한 어림법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Box 14.2 에 있는 질문들에 답을 해보기 바란다.

가용성

가용성 어림법 (availability) 은 어떤 사건 (상) 에 관련된 보기를 머리 속에 떠올리기 쉬운 정도에 따라 그 사건 (상) 이 일어날 확률을 평가한다고 말한다 (A. Tversky & D. Kahniman, 1973). 예를 들면, 어떤 동네의 이혼율을 추정하려고 할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몇 쌍이나 이혼했는지를 재생해 봄으로써 그 동네의 이혼율을 결정한다는 주장이다. 가용성이 실제 빈도와 높은 상관 관계가 있을 때는 이러한 추정도 정확해진다. 그러나 실제 빈도 이외에도 다른 여러 요인들이 가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편파가 생길 수도 있다.

A. Tversky & D. Kahniman, (1973) 이 실시한 첫 번째 실험에서는, 피험자들에게 9 개의 낱자 (문자) 를 제시하고 이것들을 이용하여 단어를 만들어 보라고 하였다. 이 과제를 실제로 수행하기 전에, 피험자들에게 7 초의 시간을 주고 앞으로 주어질 2 분 동안에 자기들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단어의 개수를 추정해 보라고 하였다. 실제로 피험자들이 단어를 만들어 낸 개수는 1.3 개 (문자가 X U Z O N C L J M 인 경우) 에서부터 22.4 개 (문자가 T A P C E R H O B 인 경우) 까지 다양하였다. 16 문제에 대해 추정한 개수와 실제 단어를 만든 개수간의 상관계수는 .96 이었다.

다른 실험에서는 피험자들에게 주어진 범주에 속하는 단어를 2 분 동안에 재생해 낼 수 있는 개수를 추정해 보도록 하였다. 재생된 단어의 평균 개수는 4.1 개 (F 로 시작하는 도시의 이름) 에서부터 23.7 개 (네 발 달린 동물) 까지 다양하였다. 16 개 범주에 대한 추정한 개수와 실제로 재생한 개수간의 상관계수는 .93 으로 나타났다. 추정한 개수와 실제 재생한 개수간에 나타난 이같이 높은 상관은, 피험자들이 상이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보기에 대한 상대적 가용성 추정이 매우 정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어떤 보기는 빈번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기억으로부터 인출해내기가 이려울 수도 있다. 가용성 가설이 옳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그 빈도가 과소 추정되어야만 한다. 영어로 씌어진 책에서 단어를 무작위로 표집한다고 하면, K 로 시작되는 단어와 세 번째 문자가 K 인 단어 중 어느 것이 더 많이 표집될 것 같은가? 가용성 가설에 의하면, 각 범주에 속하는 보기를 생각해 내기가 용이한 정도에 따라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답한다고 한다. 어떤 문자이든 그 문자로 시작되는 단어를 생각해 내기가 더 쉽기 때문에, 사람들은 K 가 세 번째 문자인 단어보다 K 로 시작되는 단어가 더 많다고 반응해야만 한다. 다섯 개의 문자 각각에 대한 추정 비율의 중앙치를 보면, 각 문자로 시작되는 단어의 개수가 각 문자가 세 번째 문자인 단어의 개수보다 두 배나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 다섯 개의 문자 모두가 단어의 세 번째 문자로 나타나는 빈도가 더 높은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추정치가 획득된 것이다.

Slovic, Fischhoff, & Lichtenstein (1976) 은 가용성 가설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사망 원인 41 가지에 대한 상대적 확률을 어떻게 추정하였는지를 설명하였다. 이 원인에는 질병, 사고, 살인, 자살 그리고 자연 재난이 포함되어 있고, 이들을 조합하여 106 개 쌍을 구성하였다. 많은 수의 대학생을 상대로 이들 쌍 중 어느 쪽이 보다 큰 사망 원인인지를 판단하도록 하였다. 표 1 은 학생들의 판단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두 사건의 상대적 빈도와 관련시켜 보여주고 있다. 오판이 매우 심한 사건들을 조사해 보면, 특히 대중 매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가용성 때문에 확률 추정이 편파된다는 가설을 지지하게 된다. 사고, 암, 소시지 중독 그리고 토네이도의 빈도는 크게 과대 추정되었는데, 이들은 모두 대중 매체에서 많이 취급되는 것들이다. 이에 비해 대중 매체에서 자주 취급되지 않는 천식이나 당뇨는 과소 추정되었다. 이와 비슷하게, 구경거리가 많아 대중매체의 각광을 많이 받고 또 희생자도 많이 내는 화재 사건의 빈도는 구경거리가 별로 없는 익사 사건의 빈도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지각되었다. 그러나 이 둘은 죽음을 초래하는 빈도 면에서는 거의 같다.

표 1 치명적인 사건의 쌍에 대한 상대적 빈도 판단.

가용성이 확률 추정에 미치는 보다 선별적 효과는 기분이 추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서는 사람들이 LTM 으로부터 인출하는 정보의 종류에 막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는 보다 긍정적인 사건이 재생될 확률이 높고, 슬픈 상태에서는 보다 부정적인 사건을 재생할 확률이 높다 (Blaney, 1986). 가용성 가설에 의하면, 우리 기억 속의 긍정적인 사건에 대한 가용성이 더 크기 때문에, 우리는 미래에도 더 많은 긍정적인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추정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기억 속의 부정적 사건에 대한 가용성이 더 크게 되면, 우리는 미래에도 부정적인 사건이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추정하게 된다.

Wright & Bower (1992) 는 최면을 통해 피험자들을 슬픈 기분 또는 즐거운 기분에 빠져들게 하여 이 가설을 검증하였다. 그리고는 24 개의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추정하게 하였다. 이들 사건 중 일부는 긍정적인 것 ("나는 내년 중에 중요한 상을 받게 될 것이다") 이었고 일부는 부정적인 사건 ("나는 앞으로 5 년 안에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이었다. 결과는 가용성 가설의 예측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긍정적인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는 데 대한 추정의 평균은 행복한 기분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52 였는데, 슬픈 기분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38 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는데 대한 추정의 평균은 즐거운 기분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37 이었는데, 슬픈 기분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52 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치료사들에게는 문제 거리로 작용한다는 점을 주목하라. 즉, 누군가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확신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람의 기분부터 바꾸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대표성

대표성이란 우리가 확률을 추정할 때 이용하는 또 다른 어림법이다. Box 14.2 의 4 번 질문을 답할 때, 여러분도 아마 이 어림법을 이용했을 것이다. "만약 한 가정에 아들이 셋이고 딸이 셋이라면, 이들의 출생 서열로 다음 두 가지 - 남남남여여여 또는 남녀여남여남 - 중 어느 서열일 가능성이 더 높을까?" 라는 것이 질문이었다. Kahneman & Tversky (1972) 의 연구에 참여한 피험자들은 아들-딸의 순서가 남여여남여남일 가능성이 남남남여여여여일 가능성보다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추정하였다. 하지만 아들-딸이 이 두 서열로 태어날 가능성은 동일하다. 그러나 피험자들에게는 세 명의 아들에 이어 세 명의 딸이 태어난다는 것은 무작위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순서가 정연했던 것이다.

불규칙적인 서열을 보다 그럴 듯한 것으로 선택하는 이러한 편파는 대표성이라는 어림법으로 설명된다 (Kahneman 7 Tversky, 1972). 확률에 관한 전형적인 문제는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형태를 갖는다: (1) 물체 B 가 범주 A 에 속할 확률은 얼마인가? 또는 (2) 절차 또는 과정 B 가 A 라는 사건 (상) 을 생성할 확률은 얼마인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A 가 B를 대표하는 (representative) 정도, 즉 A 와 B 가 유사한 정도를 평가함으로써 이런 질문에 답을 한다. A 가 B 와 매우 닮았으면 A 가 B에서 유래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다. 반대로, A 와 B 가 판이하면 B 로부터 A 가 유래되었을 확률이 낮다고 판단한다.

우리는 남녀의 출생 순서가 무선적이어야 한다고 기대한다. 무작위 또는 무선이 주요 외견상 특징은 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대표성 어림법은 만약 사람들이 특정 사건이 무선적 절차에 따라 생성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으면, 그 사건이 규칙적으로 일어날 확률은 낮게 판단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6 명의 아들딸이 태어날 비규칙적 서열은 매우 많다. 따라서 그 중 하나인 '남여여남여남' 이라는 서열을 얻기는 매우 규칙적인 '남남남여여여' 라는 서열을 얻기 만큼이나 어렵다.

대표성만을 기초로 결정을 지을 때 야기되는 한 가지 문제는 표본 크기 (sample size) 와 같은 적절한 정보가 무시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1,000 명의 어린이라고 하는 표본에서 600 명의 소년을 발견할 확률이 100 명의 어린이라는 표본에서 60 명의 소년을 발견할 확률과 같다고 판단되었다. 그러나 후자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 획득된 비율 (.6) 과 기대 비율 (.5) 이 유사한 정도는 이 두 경우 똑같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두 경우에서 아무런 차이를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통계 학자들은 기대 비율과 획득 비율간의 차이는 나타나기 쉬운 것은 표본의 크기가 작을 때라고 말한다.

대표성 어림법이 잘못된 추정을 자초할 수 있는 또 다른 상황은 확률은 완전히 무시한 채 개념과 보기간의 유사성만을 기초로 결정을 내릴 때 벌어진다 (Kahneman & Tversky, 1973). 한 팀의 심리학자들이 30 명의 기술자와 70 명의 변호사에게 성격 검사를 실시했다고 상상하라. 이들 100 명의 성격을 묘사한 것 중에서 무작위로 하나를 뽑은 것이 다음 내용이라고 하자.

Jack 은 45 세의 남성이다. 그는 결혼하여 4 명의 자녀를 두었다. 그는 보수적인 편이고, 세심하며, 야심에 참 인물이다. 그는 정치 사회적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집고치기, 범선 타기, 수학적 수수께끼 같은 여러 가지 취미 생활로 여가를 보낸다. Jack 이 이들 100 명이 표본 중 30 명의 기술자에 속할 확률은                                    % 이다.

이제 여러분에게 이와 동일한 묘사가 주어지고, 100 개의 묘사 중 70 개가 기술자를 묘사한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상상하라. 그러며, "Jack 이 100 명의 표본 중 70 명의 기술자에 속할 확률은 얼마인가?" 이들 두 질문에 대한 평균 추정치는 동일하였다. 사람들은 Jack 이 기술자일 확률이 .9 라고 추정하였다. 이는 이 성격 묘사가 자기들이 알고 있는 변호사의 성격보다는 기술자의 성격에 더 잘 부합된다는 것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 두 경우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첫 번째 경우에는 100 명 중 30 명이 기술자였고, 두 번째 경우는 100 명 중 70 명이 기술자였다. Jack 이 기술자일 확률은 성격 묘사뿐만 아니라 표본 속의 기술자 비율 (선험적 확률 〔prior probability〕) 에 의해서도 달라진다. 우리는 이 선험적 확률을 무시해서는 안되며, 성격 묘사를 이용하여 이 선험적 확률을 수정해야 한다.

확률과 가치의 조합

확률을 정확하게 추정하는 것은 결정짓기의 중요한 기술이지만, 훌륭한 결정을 짓는 데는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중동에서 미국의 원유 이익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이 상황에 대한 반응은 부분적으로 이 위협이 얼마나 현실적인 것인가 라는 확률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행위의 결과를 어떻게 지각하느냐에 따라서도 반응은 달라진다. 예컨대, 중동에 미국 군사력을 증강시켜야 한다는 반응을 할 수도 있다. 다른 대안적인 행위와 마찬가지로 이 행위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결정을 지을 때는 사건의 확률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위의 결과까지 평정할 필요가 있다.

이 장의 첫 절에서 상이한 선택 모형에 대해 고려할 때,  각각의 선택의 여지가 갖는 상이한 속성에다 어떤 값들을 배정하였었다. 모험적인 결정짓기에서도 값을 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험적 결정짓기에서는 이 밖에도 상이한 결과에 배정된 값과 이러한 결과들이 발생할 확률을 조합해야만 한다. 확률과 이러한 값을 조합하는 규범적인 절차를 우리는 기대 가치 (expected value) 라 한다. 이 절에서는 먼저 기대 가치 모형을 기술하고, 사람들이 모험적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보다 정확하게 기술하기 위해 심리학자들은 이 모형을 어떻게 수정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기대 가치

다른 규범적 모형처럼, 기대 가치 역시 하나의 준거이기 때문에 심리학자들은 이 준거와 사람들이 결정을 짓는 실제 과정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에게 (이기고 질) 확률에 관한 정보 및 가치 (따거나 잃을 양) 를 알려줄 수 있는 매우 간단한 도박 장면을 고안하여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이 준거와 비교하곤 하였다. 기대 가치란 도박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 사람들이 따거나 잃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금액을 말한다. 먼저, 그 계산 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기대 가치는 가능한 결과 각각의 가치에다 각 결과가 일어날 확률을 곱하고 이 값을 합함으로써 계산된다. 간단한 게임으로 기대 가치가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고려해 보자. 여러분에게 게임을 할 기회를 줄테니, 이 게임을 하는 것이 여러분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결정하기 바란다. 공평한 주사위를 하나 던져서 6 이 나오면 여러분은 5 달러를 벌 게 된다. 그러나 6 이외의 다른 다섯 가지 숫자가 나오면 여러분이 받은 돈은 하나도 없다. 이 게임을 한 번 할 때마다 여러분은 참가 비로 1 달러를 내야 한다. 여러분은 이 게임에 참여하겠는가?

기대 가치란 매번 주사위를 던질 때마다 여러분이 잃거나 또는 딸 것이라고 기대되는 돈의 평균 금액을 추정할 수 있게 해준다. 만약 여러분이 이길 확률 P (W), 이기면 받는 돈의 액수 V (W), 질 확률 P (L), 그리고 지면 잃게 되는 돈의 액수 V (L) 를 알면, 이 값들을 다음 공식에 대입함으로써 기대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

기대 가치 =  P (W)  × V (W) + P (L) × V (L)

               =  1/6 × 4 달러 + 5/6 × (-1) 달러

               =  -1/6 달러

이길 확률은 1/6 이고 이기면 버는 돈의 액수는 4 달러 (5 달러 빼기 4 달러의 게임 값) 이다. 질 확률은 5/6 이며 한 번 지면 잃게 되는 돈은 1 달러이다. 이 게임의 기대 가치는 -1/6 달러로, 이는 매번 이 게임을 할 때마다 여러분이 잃게 되는 돈의 평균 금액이 약 17 센트라는 말이다. 규범적 모형에 기초한 결정을 따른다면, 기대 가치가 음수일 때는 게임을 하지 않고 기대 가치가 양수일 때만 게임을 해야 한다.

기대 가치를 기술적 모형으로 이용할 때 야기되는 문제는 이것이 행동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할 때는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카지노의 도박장에는 대개 그 기대 가치가 음수인 게임을 하기 위한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또한 그 기대 가치가 음수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보험을 산다. 보험 회사는 보험료로 받아들이는 돈보다 적은 양의 돈을 보험 청구 때 지불하기 때문에, 보험을 사는 사람들은 돈을 잃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보험은 커다란 경제적 재난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것 때문에 보험을 사는 것이 정당화된다.

기대 효용

실제 행동을 보다 정확하게 묘사하도록 하기 위해, 기대 가치의 개념에서 두 가지를 바꾸어 보았다 (Payne, 1973). 첫째, 결과의 가치를 효용으로 대치하였다. 효용 (utility) 이란 결과에 대한 주관적 가치, 또는 그 결과가 그 사람에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를 일컫는다. 만약 사람들이 도박을 즐긴다면, 잃거나 따는 돈 외에 도박을 하는 그 자체가 효용을 갖는다. 만약 여러분이 돈을 잃은 것은 개의치 않고 따는 것만을 즐겁게 생각한다면, 앞에서 이야기했던 게임에서도 정적인 기대 효용을 계산해 낼 수 있다. 즉, 이기는 것의 효용 U (W) 이 4 달러가 6 달러이고, 지는 것의 효용 U (L) 이 1 달러 그대로라면, 기대 효용은 음수가 아니라 양수가 된다.

기대 효용 =  P (W)  ×  U (W) + P (L) × V (L)

               =  1/6 × 6 달러 + 5/6 × (-1) 달러

               =  -1/6 달러

이 기대 효용 모형은, 사람들은 매년 소액의 보험료를 지불하는 것보다 한 번에 거액의 돈을 잃게 될 것에 대한 걱정을 더 많이 한다고 가정함으로써, 사람들의 보험 구입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

효용 또는 주관적 가치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어떤 대상을 획득하는 방법에 따라 그 대상에 대한 우리의 주관적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예컨대, 선물을 받았을 때, 선물 그 자체의 가치보다는 선물에 담긴 정성이 더 값지다는 것을 여러분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또 우리는 우리가 그것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느낄 때 그 대상을 더 소중히 여긴다. 한 실험에서 고급 간부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소매가 6 달러 짜리 커피 잔을 하나씩 주었다.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무작위로 선정하여 잔을 돌렸다고 말해주고, 다른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성적이 좋아서 잔을 돌렸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는 모든 학생들에게 잔을 되돌려 주면 돈으로 지급하겠다고 말하고, 자기들이 원하는 금액을 제시하라고 하였다. 자기들이 그 잔을 벌었다고 알고 있는 학생들의 평균 요구 금액은 6.35 달러였는데, 자기들이 우연히 얻었다고 알고 있는 학생들의 평균 요구 금액은 4.71 달러였다 (Lowenstein & Issacharoff, 1994).

어떤 사상에 객관적인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때에도 주관적 가치가 필요하다. 인간 생명에 금전적 가치라는 어려운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Box 14.3 에 이 점이 잘 예시되어 있다. 생명 구조 장치의 이득이 그 비용보다 클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 장치로 몇 명의 생명을 구조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생명의 가치가 얼마인지를 추정할 수 있어야만 한다.

주관적 기대 효용

인간의 행동을 보다 잘 묘사하기 위해 취해진 기대 가치 모형의 두 번째 수정으로 확률을 주관적 확률 (subjective probability) 로 대치하였다. 결정자들이 실제 확률을 모르면 주관적 확률, 즉 그들이 실제 확률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확률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앞 절에서 배운 바와 같이, 주관적 확률과 실제 확률은 다른 경우가 더 많다. 가용성 및 대표성 어림법에 의한 편파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외에 결정 과제의 진술 방식 역시 주관적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 A. Tversky & D. Kahneman (1981) 은 행위, 결과, 그리고 특정 선택과 결합된 우발 사건에 관한 결정자의 관념을 지칭하기 위해 결정 구조 (decision frame) 라는 용어를 이용하고 있다.

다음 예를 보면, 문제를 공식화하는 방식에 따라 결정 구조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Dunegan, 1993). 이 실험의 피험자는 고급 기술 체제를 개발하는 다국적 회사원 128 명이었다. 피험자들은 어느 연구개발 팀이 특정 연구를 시작하기 수개월 전에 추가의 10 만 달러를 지급해달라고 하는 시나리오를 읽었다. 모든 피험자는 마지막 문장만 빼고는 동일한 시나리오를 읽었다. 절반의 피험자들이 읽은 시나리오의 마지막 문장은 "이 팀이 수행한 최근 50 개의 연구 중 30 개가 성공작이었다" (긍정적 구조) 였다. 나머지 절반은 "이 팀이 수행한 최근 50 개의 연구 중 20 개가 실패작이었다" (부정적 구조) 라는 문장을 읽었다. 이 두 경우 모두 연구가 성공한 확률은 .6 이었다. 그러나 긍정적 구조의 문장은 60 % 의 성공률을, 그리고 부정적 구조의 문장은 40 % 의 실패율이 언급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하라. 긍정적 구조를 읽은 피험자들은 부정적 구조를 읽은 피험자들보다 유의하게 많은 돈을 배당하였다. 이러한 발견은 실제 확률보다는 피험자들보다 유의하게 많은 돈을 배당하였다. 이러한 발견은 실제 확률보다는 주관적 확률을 이용하면 사람들의 결정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관적 기대 효용 (subjective expected utility) 은 기대 가치와 같은 방식으로 계산되는데, 확률은 주관적 확률 (SP) 로 대치하고, 가치는 효용으로 대치하면 된다. 각 결과에 대한 주간적 확률에다 각 결과의 효용을 곱한 다음, 이들의 값을 합하면 된다.

주관적 기대 효용 = SP (W) × U (W) + SP (L) × U (L)

확률을 주관적 확률로 대치하고 가치를 효용으로 대치함으로써, 주관적 기대 효용 모형은 그 예측의 기초를 주관적인 정보에 두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결정을 예측하는 데 있어 이 모형이 기대 가치 모형보다 더 정확해야만 한다. 그러나 기대 가치 모형처럼, 이 모형도 네 가지 요소 - U (W), SP (W), U (L), 그리고 SP (L) - 를 똑같이 강조한다. 또한 사람들은 계산을 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왜냐하면, 주관적 효용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사건 (상) 들을 효용에 주관적 확률을 곱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험 차원

측면에 따른 제외 또는 공접 법칙 같은 결정 규칙은 결정자로 하여금 계산하지 않고 대안을 제거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결정짓기를 단순화한다는 것을 앞에서 배웠다. 도박의 매력 정도를 평가할 때 사람들은 이길 확률, 이기면 벌 게 되는 돈의 액수, 질 확률, 그리고 지면 잃게 될 돈의 액수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대 가치 모형이 요구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기대 가치를 정신적으로 계산한다거나 심지어는 네 가지의 모험 차원 (risk dimension) 을 똑같이 강조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특정 모험 차원을 다른 모험 차원보다 더 중요하게 지각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

모험 차원의 중요성

Slovic & Lichtenstein (1968) 은 모험 차원에 따라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다를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였다. 그들은 그림 2 에 제시된 특별한 도박을 이용하여, 피험자들에게 도박의 매력 정도를 평가하도록 하였다. 이 이중 도박 (duplex gamble) 에서는 피험자가 두 개의 '뺑뺑이' 를 돌리게 되어 있다.  첫 번째 뺑뺑이에서는 피험자가 돈을 딸 것인지가 결정되고, 두 번째 뺑뺑이에서는 피험자가 돈을 잃을 것인지가 결정된다. 그림 2 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도박에서는 네 가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 1 달러 따고 4 달러 잃고 (결국 3 달러 잃는다), 1 달러 따고 잃는 것은 없고, 잃는 것도 없고 따는 것도 없고, 그리고 따는 것은 없고 잃은 것은 4 달러이고. Slovic & Lichten stein 이 이중 도박을 이용한 까닭은 이길 확률과 질 확률을 독립적으로 변화시켜 보기 위한 것이었다. 표준 도박 (예컨대, 하나의 뺑뺑이만 돌리는 것) 에서는 이러한 조작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1 에서 질 확률을 빼고 남는 것이 바로 이길 확률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의 확률을 독립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으면, 이길 확률과 질 확률 중 어느 것에 사람들은 더 많은 영향을 받는지를 결정할 수가 없다.

Slovic & Lichtenstein 은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하여 도박의 매력 정도를 평가하였다. 한 가지 방법에서는 - 5 (매우 하기 싫은 정도) 에서 + 5 (매우 하고 싶은 정도) 까지의 범위를 갖는 간단한 평정 척도가 이용되었다. 두 번째 방법에서는 피험자들이 도박을 하기 위해 (매력적인 도박) 또는 도박을 않기 위해 (비매력적인 도박) 실험자에게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돈의 최고 금액을 지적해 보도록 하였다. Slovic & Lichten stein 은 도박에 대한 판단된 매력 정도와 네 가지의 모험 차원과의 상관을 살펴보았다. 만약 사람들이 네 가지 차원을 강조하는 정도가 모두 똑같다면, 상관은 이 두 경우에서 거의 비슷해야만 한다. 그러나 결과는 상관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으로 따져 피험자의 가장 높은 상관은 가장 낮은 상관보다 2 배가 높았다. 많은 피험자들의 반응이 하나 혹은 두 개의 모험 차원에 의해 결정되었으며, 덜 중요한 차원이 갖는 값의 변화에 따른 반응 변화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림 2 이중 도박의 보기. 여기서 P (W) = .4, V (W) = $1 , P (L) = .2, 그리고 V (L) = $4 이다.

피험자에 따라 강조하는  차원이 달랐고, 또 피험자들이 수치적 평정으로 반응하느냐 아니면 금전적으로 반응하느냐에 따라 가장 중요한 차원이 변한다는 것도 이 실험 결과로 밝혀졌다. 표 2 를 보면, 평정 척도를 이용했을 때는 피험자의 50 % 가 이길 확률을 가장 중요한 차원으로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험자에게 지불하겠다는 금액으로 반응하게 했을 때 (입찰) 는 피험자의 53 % 가 잃게 되는 액수를 가장 중요한 차원으로 보았다. 다시 말해, 반응 척도에 따라 도박을 평가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피험자들은 수치적 평정으로 반응할 때마다 금액으로 반응할 때 금전 차원 V (L) 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규범적 모형으로는 사람들이 모험 차원에 두는 강조가 다르다는 결과뿐 아니라 반응 척도에 따라 강조하는 차원이 달라진다는 결과도 설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규범적인 모형을 따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박에 대한 상대적 매력 정도에 대한 평정과 기대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도박의 상대적 매력 정도는 서로 다른 것일까? 피험자의 평정과 기대 가치간의 평균 상관 계수는 수치적 평정의 경우 .79 였고 금전적 평정의 경우는 .80 이었다. 상관 계수가 이처럼 높다는 것은 피험자들이 특정 차원보다 다른 차원에 더 많은 주의를 쏟기는 하지만, 기대 가치 모형도 피험자들의 평정을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기대 가치에 기초한 모형들도 반응을 예측하는 데는 상당히 유용하다 하겠다. 하지만 Slovic & Lichtenstein 의 결과로 사람들이 과제를 어떻게 단순화시키는지 그리고 사람들의 결정과 기대 가치가 어떻게 다른지가 밝혀졌다.

표 2 어떤 주어진 모형 차원을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피험자의 백분율. 

지각된 모험

모험 차원이 결정짓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사람들이 모험을 어떻게 지각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지각된 모험은 잃게 될 돈의 액수를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실, 도박을 하기 위해 걸어야 할 돈의 액수를 결정해야 할 때 사람들은 이 차원 (잃게 될 돈의 액수) 을 강조하더라는 Sloic & Lichtenstein (1968) 의 발견은 이 가설을 지지한다.

기대 가치는 도박에서 기대되는 돈의 평균 액수는 말해주지만, 지각된 모험의 정도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필자가 수업시간에 던진 질문에서도 이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두 개의 가상적 도박 중 하나를 골라보라고 한다. 첫 번째 도박에서는 동전을 하나 던져 앞면이 나오면 학생들이 1 달러를 갖고 뒷면이 나오는 학생들이 1 달러를 잃는다. 두 번째 도박에서는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학생들이 100 달러를 갖고 뒷면이 나오면 학생들이 100 달러를 잃는다. 이기고 질 확률이 동일하고, 따고 잃을 돈의 액수도 동일하기 때문에, 기대 가치를 따지면 이 두 가지 모두 0 이 된다. 다시 말해, 이 도박을 여러 번 반복하면, 학생들이 집에 가져 갈 돈은 처음 시작할 때 가진 돈과 꼭 같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100 달러짜리 도박을 선택한 학생은 몇 명 없고, 대다수가 1 달러짜리 도박을 선택했다. 기대 가치 모형은 이런 결과를 설명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기대 가치로 따지면 이들 두 도박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100 달러짜리 도박에서는 변산 즉, 이긴 값과 진 값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 도박이 훨씬 모험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이 수업 시간의 실험 결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E. U. Weber (1998) 의 발견과 일치한다.

그러나 많지는 않지만 100 달러짜리 도박을 선호한 학생들도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이는 모험하기가 성격 특성일지도 모른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어떤 사람은 모험을 좋아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매우 보수적이라는 것은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E. U. Weber (1998) 의 고찰에 의하면, 성별 및 문화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는 모험을 택하려 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들은 모험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것을 선택할 때도 있는데, 그때는 대개 그 선택이 모험적이라는 것을 지각하지 (깨닫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중국, 독일, 폴랜드, 그리고 미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간 (cross-cultural) 연구에서, 다른 학생들보다 중국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위험한 선택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 U. Weber & C. Hsee, 1998). 그러나 모험 선호도에서 발견된 이같은 차이는 문화에 따라 모험에 대한 태도가 다르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학생들도 모험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들이 선호한 모험적인 선택이 그렇게 모험적이라는 것을 지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Weber & Hsee 는 이러한 발견의 실용적 적용 가능성을 검토함으로써 자기들의 글을 마감하였다. 이런 발견이 갖는 재미있는 함의는 한 국가 내의 여러 집단간 흥정보다는 여러 나라 사람들간의 흥정이 더 쉬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무역이나 국가간 협상을 하는 사람들이 상대국 사람들이 모험 지각 양상을 알고 있다면, 이러한 차이를 이용하기 위해 제안을 재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 절인 다음 절에서는 결정짓기에 관한 연구 결과가 적용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를 살펴볼 것이다.

적용

지금까지는 간단하면서도 통제가 잘된 실험에서의 결정짓기를 주로 검토하였다. 물론 인지심리학자들은 자기의 이론이 현실 세계에서도 적절하기를 희망하며, 결정짓기 또한 예외는 아니다. 이 책을 마감하는 이 절에서는 결정짓기에 관한 아이디어들이 보다 복합적인 상황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검토하기로 한다. 첫 번째 적용은 의사들이 어떻게 진단을 내리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두 번째 적용은 소방 작업 또는 전투에서와 같은 일련의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여기서 논의된 이론들만 가지고도 심리학자들은 의학적 결정 과정을 비교적 잘 모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소방 작업이나 전투에서의 결정짓기를 모형화하는 일은 새로운 어려움으로 등장하고 있다.

의학적 결정짓기

의학적 진단은 복잡한 기술의 대표적인 예로써, 이 장에서 제기된 많은 문제와 관련지을 수 있는 기능이다. Medical Problem Solving (Els tein, Shulman, & Sprafka, 1978) 라는 책은 의사들의 진단 과정에 대한 집중적 연구 결과를 요약하고 있다. 이 책의 중요성은 의학적 결정짓기가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 또 연구의 결과가 인간 정보 처리 모형 및 결정짓기의 규범적 모형이라는 맥락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Elstein 과 동료들은 다양한 방법론을 이용한 일련의 실험을 보고하고 있다. 어떤 실험에서는 배우를 이용하여 환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했고, 또 어떤 실험에서는 글로 기록한 증후만을 이용하였다. 어떤 실험에선 의사들에게 원하는 정보는 어떤 것이든 요구할 수 있게 하였고, 다른 실험에서는 정보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제시되었다. 어떤 연구에서는 의사들이 하는 일을 검토하였고, 또 어떤 실험에서는 의대생들을 보다 나은 결정자로 만드는 훈련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여기서는 고도로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의사들의 실제 세계와 매우 유사한 장면을 창출하려고 노력한 실험의 결과를 요약하고자 한다. Michigan 주립 대학교의 연극 영화관에서 선출된 배우들을 훈련시켜, 환자 흉내를 내도록 하였다. 이 사례는 실제의 임상 기록에 근거를 둔 것이었으며, 지역 병원에서 일반 내과 수련의가 볼 수 있을 법한 문제로 제시되었다. 의사들은 (모의) 시험 결과를 포함해 수집해야 할 정보의 양을 스스로 정할 수 있었다. 의사들은 이 사례들이 모의로 실시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실험에 참석한 의사 24 명 거의 모두 이 모의가 매우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다.

의사와 환자와의 상호 작용은 비디오 테이프에 기록되었다. 의사들에게는 상호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 소리내어 생각하도록 하였으며, 그들이 밝혀낸 것과 그들이 무엇을 하려하며, 왜 하려고 하는지를 말해 보도록 하였다. 면접이 끝난 후 실험자와 의사 둘이서 비디오 테이프를 다시 보면서 실험자가 의사에게 질문을 함으로써 추가 정보를 확보하였다.

이 모의 실험에서는 세 가지의 사례가 제시되었는데, 세 가지 경우 모두 대학생들이 환자의 역을 수행하였다. 첫 번째 사례의 환자는 여학생으로 지나친 피로, 지나친 수면, 식욕부진, 그리고 심한 두통을 겪고 있었다. 병원 기록부를 조사한 결과 약 5 일간 지속된 일반적인 통증과 함께 약간의 한기 및 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검사를 통해 수집할 수 있었던 정보는 편도선이 부어 있었고 약간의 황달이 있다는 것이었다.

표 3 은 이 사례에 대해 가장 빈번히 제시된 가설, 그리고 검사의 각 단계에서 이 가설을 고려했던 의사의 수를 보여준다. 최초의 가설은 일반적인 것으로 예컨대, 감염 같은 것이었다. 모든 모의 실험에 걸쳐 발견된 한 가지 주요 사실은 의사들이 검사의 초기 단계에, 즉 많은 정보를 갖기도 전에 가설을 생성해낸 의사의 숫자는 사례 1 의 경우 24 명 중 20 명이었고, 사례 2 의 경우는 18 명, 그리고 사례 3 의 경우는 23 명이었다.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은 방대한 탐색 공간을 탐색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의사들이 어떤 해결책이 부상될 때까지 일정한 체계도 없이 자료만 수집한다면, 탐색 공간이 너무 넓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 내에 어떤 진단에 도달하기란 불가능하다. 일찍이 성정된 가설은 추가 자료를 수집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며, 이미 설정된 가설을 입증 내지 수정하게 함으로써 탐색 공간을 줄여 준다. 표 3 은 추가 자료가 수집됨에 따라, 전염성 단핵증을 가설로 고려하는 의사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한 순간에 고려되었던 가설의 수는 문제에 관계없이 평균 두 개부터 네 개까지로 거의 일정하였다. 즉, 세 가지 사례 모두 어떤 한 순간에 고려되었던 가설의 개수는 다양한 검사 단계에 걸쳐 비교적 변화가 없었다. 이는 어떤 가설이 기각되면 다른 가설이 이 기각된 가설이 다시 설정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2 개에서 4 개는 복잡한 재료가 결집되어 한꺼번에 기억 속에 파지될 수 있는 개수이기 때문에 (Simon, 1974), 가설들이 STM 에서 자료 조직을 위한 매체로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

표 3 여러 가지 진단 단계에서 고려된 가설들.

이 연구의 핵심 과제는 의사들이 가설을 설정할 때 정보를 어떻게 조합하는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Elstein 과 그의 동료들은 의사들이 "해야 할 일" 보다는 의사들이 '하는 일' 을 묘사하는 모형을 만들고자 하였다. 그들의 이러한 노력은 모든 프로토콜에서 의사들이 한결같이 가설의 순위는 매길 수 있었지만 보다 정확한 확률은 추정하지 못한다는 관찰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의사들은 각 단서가 특정 가설에 긍정적 증거인지 부정적 증거인지 아니면 관계없는 것인지는 즉각적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긍정적 증거로 간주되는 단서를 + 1 로, 부정된 증거로 해석되는 단서를 - 1 로, 그리고 무관한 단서를 0 으로 평정하는 단순한 가산 모형도 어느 가설이 선정될 것인지를 상당히 성공적으로 예측하였다. 이 절차는 Ben Franklin 이 시사한 절차와 동일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하기 바란다. 의학적 진단에 확률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의사들이 이용하는 가설 평가의 절차는 훨씬 간단한 것이었다. 단순한 이 절차를 따르면, 질병에 대한 애당초의 (선험적) 확률을 추정한 후, 증거에 따라 그 확률을 수정해야 하는 인지적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결정 보조구와 훈련

Bayes 의 공리라고 하는 규범적 모형을 이용하면, 선험적 확률과 새로운 증거를 조합하여 수정된 확률을 계산할 수가 없다. 공식을 알고 계산기만 있으면 이 방법을 이용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추정한 확률이 Bayes 의 공리를 따라 계산한 규범적 추정치와 흡사하다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의사와 같은 결정 전문가들조차 보다 간단하고 관리하기 쉬운 방법을 애용한다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

그러나 이는 '만약 의사나 다른 결정자들을 도울 수 있는 도구가 주어진다면, 이들은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될까?' 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복합적인 결정들은 결정 보조구 (decision aids) 를 이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만약 의사들이 컴퓨터를 기초로 한 진단 보조구를 가지고 있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Box 14.4 는 이러한 예를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의 연구는 우리가 중요한 결정을 지을 때 어떻게 하면 사람과 컴퓨터가 가장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결정 보조구의 효과성에 관한 요약을 알고 싶으면 Kleinmuntz, 1990 를 보라).

또 다른 이슈는 '만약 사람들에게 보다 관리하기 쉬운 형태로 정보를 제공한다면 사람들의 결정이 보다 나아질까?' 라는 문제이다. 의사들이 결정을 지을 때 확률을 이용하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확률을 다루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Gigerenzer & Hoffrage (1995) 가 연구한 다음 문제를 고려해보자.

정규적으로 검사를 받는 40 세의 여인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1 % 이다. 만약 어떤 여인이 유방암에 걸렸다면, 유방암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단될 확률이 80 % 이다. 그러나 유방암에 걸리지 않고서도 유방암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단될 확률은 9.6 % 이다. 이 나이의 한 여인이 정규 유방암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명되었다. 이 여인이 실제로 유방암에 걸렸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림 3 의 오른쪽을 보면, Bayes 의 공식을 이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가 제시되어 있다. 이 공식은 이 여인이 유방암에 걸렸다는 가설 (H) 을 평가하기 위해, 유방암 검사의 양성 반응에 관한 자료 (D) 을 이용하고 있다. 유방암에 걸렸을 선험적 확률 p (D / H) 는 .01 이다. 유방암에 걸린 여인의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타날 확률 p (D / H) 는 .80 이다. 그리고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타날 확률 p (D / - H) 는 .096 이다. 맨 아래에 있는 등식은 선험적 확률과 새로운 자료를 조합하여 이 환자가 정말로 유방암에 걸렸을 확률을 계산하는 절차를 보여준다. 슬픈 표정의 얼굴은 이 계산이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림 3 Bayes 의 추론을 위한 빈도 공식과 확률 공식.

그림 3 의 왼쪽은 동일한 문제를 확률 대신 빈도로 표현한 것이다. 빈도를 보면, 40 세 여인 1000 명 중 10 명이 유방암에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10 명 중 8 명의 검사 결과만 양성으로 나타난다. 유방암에 걸리지 않은 990 명 중 95 명도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타난다. 미소짓는 얼굴은 이 환자가 유방암에 걸렸을 확률을 계산하기 훨씬 쉬워졌다는 것을 나타낸다. 유방암에 걸린 환자 중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타날 빈도 (8) 를 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타날 사람의 수 (8 + 95) 로 나누기만 하면 된다. 이 결과도 오른쪽의 복잡한 공식을 이용한 결과와 동일하다.

Gigerenzer & Hoffrage (1995) 는 이 문제를 확률이 아닌 빈도로 제시하면 사람들의 추정치가 보다 정확해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공식을 주어지지 않았다). 문제가 빈도로 표현되었을 때는 학생들도 빈도로 답하였다. Comides & Tooby (1996) 또한 확률보다는 빈도를 이용하면 사람들의 수행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하고,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빈도의 부호화 및 이용이 훨씬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Gigerenzer & Hoffrage 는 이러한 결과의 실용적 중요성을 고려하면서 자기들의 논문을 끝맺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Bayes 의 공리와 같은 복잡한 공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확률을 빈도로 바꾸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예컨대, 유방암 검사에 관한 문제는 그림 3 에 제시된 것처럼, 확률이 .01 이라는 것은 1000 명의 여인중 10 명이라고 표현할 수 있고 확률이 .80 이라는 것은 10 명 중 8 명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애당초 명시된 확률로 추리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빈도로 추리하게 된다.

행위에 기초한 결정짓기

앞에서 보기로 든 의학적 결정짓기는 시간이 충분한 상황에서 벌어진다. 의사들은 환자를 조심해서 검사할 수 있고 또 진단을 내리기 전에 실험실 검사 결과를 기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생명의 끈을 가까스로 이어가는 환자를 만나는 의사들이 경우는 어떠할까? 이 경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생명의 끈이 떨어지기 전에 재빨리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일련의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또 다른 시나리오를 고려해 보자 (Orasanu & Connolly, 1993). 소방대원들이 화재 신고를 받고 4 층 아파트 건물에 도착한다. 지휘관은 1 층과 2 층으로 대원들을 급파한다. 그러나 그들은 불이 이미 3 층까지 번졌다고 보고한다. 처마 밑으로 뿜어 나오는 연기를 본 지휘관은 추가 대원들을 급파하라고 요청한다. 또한 그는 소화 작업을 중단하고 건물을 뒤져 사람들이 갇혀 있는지를 알아보라고 명령한다.

이 시나리오는 Decision Making in Action : Models and Methods (Klein, Orasanu, Calderwood, & Zsambok, 1993) 라는 책의 제 1 장에서 따온 것이다. 이 책의 중심 요지는 결정짓기에 관한 전통적 모형과 방법은 이같은 긴급 상황에서 사람들이 하는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유인 즉, 전통적 접근법에서는 결정 사상 (decision event) 이라고 하는 특정한 유형의 결정짓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결정 사상은 결정자가 안정된 준거에 따라 정해진 개수의 대안들을 평가하며, 최선의 대안을 선별하기 위해 이들 준거의 무게를 달리하여 그 결과를 조합하는 장면으로 구성된다. 우리가 앞으로 다룬 예컨대, 가장 좋은 아파트를 선별하는 것과 같은 대부분의 과제는 결정 사상의 훌륭한 보기가 된다.

이에 비해, 긴급 상황은 우리가 앞에서 다룬 전통적 과제와는 판이한 특징을 많이 갖추고 있다. 예컨대,

   1. 긴급 상황은 대개 현재 벌어지고 있은 일에 관한 가설을 설정하기 위해 결정자가 중요 한 일을 해야만 하는, 그래서 구조가 분명하지 않은 문제로 이루어진다. 소방대 지휘관은 자기가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때 화재의 정도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상기하라.

   2. 불확실하고 역동적인 환경 속에서 결정을 지어야 한다. 벌어지고 있는 일에 관한 정보가 대개는 불완전하고, 애매하며, 그 질도 보잘 것 없다. 작은 불이 갑자기 큰 불이 되는 것처럼, 환경이 갑자기 바뀌기도 한다.

   3. 목표가 변동적이거나 경합적일 수도 있다. 앞의 시나리오에서는 건물 구하기, 주민 구하기, 대원의 생명 보전이 그 목표였다. 화재가 커짐에 따라 이들 목표가 건물 살리기에서 주민 구하기로, 또 주민 구하기에서 대원 살리기로 변동될 수도 있다.

   4. 긴급 상황에서는 단일 사건이 아니라 일련의 사건에 반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결정자가 다음 행위를 결정하기 전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행위의 결말에 반응해야 하는 소위, 행위 -  피드백 루프가 창출된다.

   5. 시간적 압박이 상당히 큰 경우가 많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덜 복잡한 추리 전략이 만들어지게 되고, 개인적인 스트레스도 높아진다.

   6. 극히 모험적이다. 생명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실수를 원하지 않는다.

   7. 역할자가 두 사람 이상일 때도 있다. 대개는 한 사람이 책임을 맡고 있지만, 이 책임자는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8. 조직의 목표가 결정짓기에 작용한다. 우리 모두가 마주치는 개인 생활의 결정과는 달리, 의료 팀과 소방대원들은 그들이 속한 조직 속의 다른 사람들이 세워놓은 규칙에 따라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결정짓기에 관한 모형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Klein (1993) 이 제안한 인식- 촉발 결정 (recognition - primed decision : RPD) 모형이다. 이 모형의 출발 전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은 대개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실험실에서 검사받는,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을 다룬 앞의 두 장에서 보았던 전문가 - 초보자의 차이가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Klein 은 지상에서 명령을 내리는 소방 지휘관들이 어떻게 선택을 하는지에 관해 그들과 면담을 한 후 RPD 모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 지휘관들은 여러 대안들을 평가한다기보다는 자신들의 사전 경험을 이용하여 변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는 계획을 즉각적으로 수립하고 수정한다고 말했다. 이 모형을 인식-촉발 모형이라고 한 이유도 이 모형이 상황 평정 및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인식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일단 문제를 인식하고 나면, 경험이 풍부한 결정자들은 여러 가지의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도 대개는 무엇부터 먼저 해야 할지를 알아차린다.

여러 가지 이유로 보아 이것이 그럴 듯한 전략임에는 틀림이 없다. 첫째, 전문가들은 그 전문성 덕분에 성공할 확률이 낮은 여러 대안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둘째, 여러 대안을 일일이 고려해볼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 셋째, Simon 이 수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Klein 도 결정자들은 대개 최선의 대안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만족할 만한 대안을 찾는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그들은 보다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들이 최선의 선택을 원했다면 이렇게 신속한 반응은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 장의 앞 부분에서 우리는 Payne (1976) 의 초기 연구를 고찰한 바 있다. 그의 연구를 통해, 우리는 결정자들은 결정 전략의 과제의 요구에 맞춘다는 것, 즉 과제의 복잡성이 증가하면 보다 단순한 전략을 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 연구의 후속편이 The Adaptive Maker (Payne, Bettman, & Johnson, 1993) 라는 책에 요약되어 있는데, 이 책의 저자들에 의하면, 결정자들은 정확성 최대화 그리고 노력 최소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정확성과 노력간의 균형을 잘 잡는 사람이 적응력이 높은 결정자가 된다. 이장을 통해 알 게 된 것처럼, 우리는 많은 상이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이러한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 그리고 다른 인지 과제는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계속 탐구할 것이다. 이러한 탐구를 여러분과 나누어 가지게 된 것을 매우 즐겁게 생각한다.

요약

결정을 지을 때는 대개 속성이 서로 다른 대안을 적어도 두 개는 평가해야 한다. 하나의 대안을 선택할 때에는 각 대안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이러한 정보를 조합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정보를 어떻게 탐색하는가에 대한 연구는 결정 전략에 관한 증거를 제공해준다.

사람들이 여러 가지 대안을 비교할 때 속성별로 비교하는가 또는 대안별로 비교하는가에 따라, 그리고 결정이 보충적이냐 비보충적이냐에 따라 우리는 네 가지의 결정 모형을 구분해 볼 수 있다. 측면에 따른 제외 모형에서는 대안들이 속성별로 비교되고, 결정은 비보충적으로 이루어진다. 공접 모형도 이와 비슷하지만, 한 번에 한 가지의 대안만을 고려한다. 각 속성에 대한 최소 준거를 만족시키는 첫 번째 대안이 선택된다. 가산 모형과 가산 차이 모형은 각 대안마다 동일한 개수의 속성을 평가하도록 한다. 가산 모형에서는 각 측면에 점수가 부여되고, 이 점수들을 합하여 각 대안에 대한 상대적 매력 정도를 경정한다. 가산 차이 모형은 측면별로 대안을 비교하고 각 측면에 부여된 점수의 차이를 결정하여, 이 차이들의 합을 구하여 어느 대안이 보다 매력적인지를 결정한다.

사람들이 결정 전략을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관한 연구는 과제의 특성에 따라 전략 선택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대안이 많을 때는 측면에 따른 제외와 같은 비보충 전략을 선택하기 쉽고, 대안의 개수가 적을 때는 가산 모형과 같은 보충모형을 선택하는 경우가 잦다. 보충 전략이 비보충 전략보다 철저한 편이지만, 이용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을 가진다. 전문가들의 회사 부채율 순위 평가 방법을 연구한 결과, 측면에 따른 제외가 가장 효과적인 전략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략은 가산 모형 및 가산 차이 모형과 정확성에서는 동등하였지만, 결정짓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짧았다.

모험적 결정짓기란, 핵반응의 잠재적 위험을 평가하거나, 보험을 산다든지, 그리고 의학적 문제를 진단하는 것과 같이, 불확실성과 관련된 결정짓기를 말한다. 훌륭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확률을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어야 한다. 확률 추정은 어림법에 기초를 두고 이루어지곤 한다. 하지만 어림법은 합리적인 결과를 산출할 때도 있지만, 항상 그러한 결과를 내놓지는 못한다. 이러한 어림법중 두 가지가 가용성과 대표성이다. 가용성 어림법은 우리가 어떤 사건의 보기를 쉽게 재생해낼 수 있는 정도를 판단함으로써 그 사건의 모집단이 갖는 본질적인 특성과 유사한 정도를 평가함으로써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추정한다고 본다.

기대 가치란 결정짓기를 위한 규범적 절차이다. 기대 가치는 사건이 갖는 가치에다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곱한 후, 그 결과를 합산함으로써 계산된다. 주관적 기대 효용이란 이 절차를 수정한 것으로, 여기서는 가치가 주관적 가치 (효용) 로 대치되고 확률은 주관적 확률로 대치된다. 이 기대 가치 모형은 사람들이 이 모형의 특정 구성요소를 다른 요소보다 더 강조할 가능성을 허용함으로써 더욱 수정될 수 있다.

의사들은 의학적 진단이라는 과제를 단순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의 어림법을 이용한다. 의사들은 진단 초기에 가설을 정립하고, 이 가설을 자료 수집을 위한 길잡이로 이용한다. 의사들의 자료 조합은 단순한 가산 모형에 따라, 긍정적인 단서의 개수는 합하고 부정적인 단서의 개수를 빼는 것 같다. 이처럼 느리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접근법은 긴급 상황에는 적용될 수 없다. 행위를 기초로 하는 결정짓기에서는 단일 결정 사건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행위를 신속하게 수행해야 한다. 인식-촉발 결정 (RPD) 모형에 의하면, 결정자는 상황을 재빨리 평정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이용하여 수행되어야 할 행위 계열 하나만 평가하며, 자기가 선정한 행위가 성공적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