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과 창의성

인지 심리학 : Stephen K. Reed 저서, 박권생 옮김, 시그마프레스, 2000  (원서 : Cognition : Theory and Applications  5th ed ), Page 459~490.

전문성과 추리

     논리적 추리

     유추적 추리

     과학적 추리

전문성 습득

     탐색 대 구현

     해결 학습

     이론과 교수법의 조합

창의성

     보기의 제약 효과

     심상을 통한 발명

요약

복습문제

핵심용어

추천도서

창의성의 비밀은 정보원을 어떻게 숨겨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 ALBERT EINSTEIN

 

선교사와 식인종 같은 수수께끼 문제와 혼합물의 농도를 발견하는 화학 문제의 차이점은 수수께끼와는 달리 화학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상당한 분야-구체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분야-구체적 지식 (domain-specific knowledge) 이란 특정 주제에 관한 지식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전 경험 없이는 표준형 선교사와 식인종 문제 (3 명의 선교사와 3 명의 식인종) 를 풀 수 있다. 그러나 화학 공부를 하지 않고는 화학 문제를 풀 수 없다. 분야-구체적 지식을 학습함으로써 특정 학문 분야에서 특출하게 되는 과정을 전문성 습득 과정이라고 한다 (Glaser, 1984; Polson & Jeffries, 1985). 이 장에서는 이러한 전문성 습득에 관해 살펴보기로 한다.

전문가의 수행에 관한 논문에서, Erricson & Charmess (1994) 는 전문성 연구에 관한 두 가지 접근법을 대조하였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정보처리 접근법은 전문가의 특출한 수행을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식과 기능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능력 접근법은 특정 분야의 탁월한 수행을 타고난 능력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Howard Gardner (1983) 의 저서 Frames of Mind; The Theory of Multiple Intelligences 에는 접근법을 따르는 예가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서 Gardner 는 전문가의 탁월한 수행은 그 사람의 지적 프로파일 (예컨대, 음악적, 언어적, 혹은 공간적 능력) 과 그 과제의 요구특성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능에 관한 우리의 지식을 확장시키는 데 크게 공헌한 최근의 인물로는 Robert Sternberg 을 꼽을 수 있는데, Sternberg (1998) 는 인간의 능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가변적이라고 주장하였다. 사실 그의 논문의 요점은 능력이 전문성의 발달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이 갖는 중요한 교육적 함의는 능력도 전문성과 마찬가지로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어느 분야에서든 유전적 재능과 경험의 조합을 통해 전문가가 될 수 있듯이 능력 검사의 성공에 필요한 기능에서도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Sternberg 는 전문성의 특징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고 본다;

• 특정 분야에 방대한 선언적 지식을 포함하는 크고 풍부한 스키마를 갖는다.
• 해결책을 탐색하기 전에 문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다.
• 문제들간의 구조적 유사성을 기초로 정교한 표상을 개발한다.
•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전략에 관한 절차적 지식을 포함하는 스키마를 갖는다.
•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절차를 주어진 정보로부터 전진적으로 구현시켜 간다.
• 해결과정에서 전개되는 많은 일련의 단계를 자동화시킨다.
• 문제-해결 전략을 세심히 감시한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지식 구조와 전략에 관한 많은 예가 소개될 것이다. 1 절에서는 논리적 진술 평가, 수학적 구조에 따른 문제 분류, 그리고 가설 검증을 위한 실험설계 같은 여러 가지 추리 과제에서 경험이 수행에 미치는 영향부터 살펴볼 것이다. 경험은 일련의 단계를 거치는 복합적인 변형 문제 해결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전문성을 습득해감에 따라 일반적 탐색 절차의 이용을 줄이고 구체적인 분야-관련 절차를 더욱 애용하게 되는데, 2 절에서는 이러한 전이에 관해 논의할 것이다. 그리고 3 절에서는 상투적인 문제 해결에 전문가가 되는 것과 창의적 해결책 생성간의 관계를 검토할 것이다. 인지과학 분야에서의 최근 연구는 전문성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게 되면 창의성에 대해서도 더 많은 것을 알 게 될 것이라고 암시한다.

전문성과 추리

논리적 추리

글 이해를 다룬 11 장에서는 독자의 선행 지식이 글 이해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여러 개의 예가 제시되었었다. 특히 놀라운 예는 Bransford & Johnson (1973) 의 연구였는데, 그들은 제시된 추상적인 아이디어와 옷 세탁 같은 친숙한 경험을 연관시키지 못하고서는 그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이 논증은 추리와 문제 해결에도 적용된다. 같은 과제일지라도 친숙한 내용으로 제시될 때보다 추상적이거나 친숙하지 않은 내용으로 제시되면 훨씬 어려워진다. 이 사실은 네-카드 선별 문제 (four-card selection problem) 라고 하는 논리적 추리 과제의 내용을 변화시켜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림 1 네-카드 선별 과제.

여러분 앞에 넉 장의 카드가 놓여 있고, 각 카드의 앞면에는 D, K, 3, 그리고 7 이 적혀있다고 상상하라 (그림 1). 각 카드의 한 면에는 다른 한 면에는 숫자가 하나씩 적혀있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한 면에 D 가 적혀 있는 카드는 모두 그 이면에 3 이 적혀 있다" 라는 주장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꼭 뒤집어 봐야만 하는 카드 (들) 를 지적하는 것이다. 더 읽어 나가기 전에 이 문제를 한번 풀어 보기 바란다.

네-카드 선별 문제로 알려진 이 실험은 Wason & Hohnson-Laird (1972) 에 의해 분석되었다. 이 과제는 조건 추리 (conditional reasoning) 과제의 한 예이다. 이 문제의 정답은 D 가 적힌 카드와 7 이 적힌 카드이다. D가 적힌 카드를 뒤집어야 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만약 이 카드 이면에 적힌 숫자가 3 이 아니면 이 문장은 거짓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7 이 적힌 카드 이면에 D 가 적혀 있으면 이 주장은 역시 거짓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3 이 적힌 카드를 뒤집어 봐야 오류를 범하지만, 이 카드는 뒤집어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이 문장은 3 이 적힌 카드 이면에 무엇이 적혀 있어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D 가 적힌 카드 이면에 적힌 것이 무엇이어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3 이 적힌 카드 이면에 K 가 적혀 있더라고 이 문장은 거짓이 되지 않는다.

 이 과제를 이용한 실험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조건 규칙의 정확한 함의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 개의 실험 결과를 조합해보면, 128 명의 피험자 중 꼭 뒤집어야 하는 두 개의 카드만을 정확하게 지적한 피험자는 5 명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Wason & Shapiro, 1971). 규칙 (문장) 에 언급된 카드 두 개 (D 가 적힌 카드와 3 이 적힌 카드) 가 가장 많이 선택되었다.

Wason & Johnson-Laird (1972) 는 이런 오류를 범하는 이유를 사람들이 규칙 (문장) 이 거짓임을 입증하는 정보보다는 참임을 입증하는 정보를 찾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필요한 것은 규칙이 거짓임을 입증하는 증거뿐이다. 3 이 적힌 카드를 뒤집었을 때 그 이면에 D 가 적혀 있으면, 이 규칙은 옳은 것으로 밝혀진다. 그러나 이 규칙은 3 이 적힌 카드 이면에 무엇이 적혀 있어야만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봤을 때 이 카드를 뒤집어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7 이 적힌 카드를 뒤집어 봐야 하는데도 사람들은 이 카드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사람들은 이 규칙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Wason & Shapiro (1971) 는 이 과제에서 사람들의 수행이 낮은 또 다른 이유로 과제의 재료가 추상적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일상 생활의 지식과 관련된 보다 현실적인 재료를 이용하면 과제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보다 현실적인 규칙의 일반적인 예로 "Every time I go to Manchester I travel by car" 를 들 수 있다. 네 장의 카드 중 두 장에는 목적지 (Manchester 와 Leeds) 가 하나씩 적혀있고, 나머지 두 장에는 교통편 (train 과 car) 이 하나씩 적혀 있었다. 카드의 한 면에는 목적지가 그리고 그 이면에는 교통편이 명시되어 있었다. 이 과제에서는 16 명의 영국인 피험자 중 10 명이 바르게 답하였다. 이 결과는 추상적인 재료를 이용하였을 때는 16 명 중 2 명만이 골랐다는 결과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현실적 과제로서 보다 호소력이 강한 문제로서 Johnson-Laird, Legrenzi, & Legernzi 91972) 가 이용한 편지 분류 과제를 들 수 있다. 피험자들은 영국인이었다. 그 당시 영국에서는 봉합된 봉투에는 봉합되지 않은 봉투보다 더 비싼 우표를 붙여야 했다. 이러한 현실적인 조건에서 피험자들에게 자기들이 우체국 직원으로서 각 편지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규칙에 맞는지를 검토하는 작업을 한다고 상상하려고 하였다.  (1) "만약 봉투가 봉합되어 있으면, 그 봉투에는 50 - lira 짜리 우표가 붙어있어야 한다." (2) "50 - lira 짜리 우표가 붙은 봉투만 봉합된다." 두 개의 봉투는 앞면이 보이도록 하였기 때문에 거기에 붙은 우표가 각각 40 lira 짜리와 50 - lira 짜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다른 두 개의 봉투는 뒷면이 보이도록 하였기 때문에, 그 봉투가 봉합된 것인지, 봉합되지 않은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림 1을 보라). 기호 조건하의 피험자들은 문자 A 와 D 그리고 숫자 3 과 5 가 적힌 카드를 이용하여 두 개의 추상적인 규칙을 검증해야 했다. 기호 조건에서는 24 명의 피험자가 모두 틀린 반면, 현실적 조건하의 피험자들은 24 명 중 17 명이 이들 두 가지 규칙 모두에서 바른 답을 하였다.

이러한 발견이 초래하는 자연스런 질문은 '현실적 정보가 주어지면 왜 수행 수준이 향상되는 것일까?' 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추리력이 향상되는 것일까 아니면 기억으로부터 구체적인 경험을 재생해내기 때문에 추리를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일까? Griggs & Cox (1982) 의 연구는 기억 때문이라는 설명이 보다 적절하다고 암시하였다. 위의 편지 과제를 다소 변화시켜 Florida 대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해 본 결과, 이 피험자들의 수행은 현실적 과제에서도 추상적 과제에서도 모두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Griggs & Cox 는 Johnson-Laird 와 그의 동료들의 실험에서 피험자들의 수행이 훌륭했던 것은 영국인 피험자들이 우편 규칙에 대한 개인적 지식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미국에서는 봉투의 봉합 여부에 관계없이 같은 값의 우표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미국인 학생들은 이런 규칙과 관련된 사적인 경험이 없고, 따라서 이들의 수행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그들은 생각했던 것이다.

현실적 재료를 이용한 과제에서 피험자들의 수행이 향상되는 이유가 경험 때문이라는 기억-인출 설명 (memory-retrieval explanation) 을 검증하기 위해 Griggs & Cox (1982) 는 피험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친숙한 규칙을 제시하였다. "만약 어떤 사람이 맥주를 마신다면, 그 사람의 나이는 19 세 이상임이 확실하다." 이 규칙은 이 연구가 진행되었을 당시 Florida 주의 음주관련 법이었다. 더욱이, 피험자들 중 76 % 가 적어도 한 번 이상 이 법을 어긴 경험이 있다고 보고하였고, 이들 중 98 % 는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이 이 법을 위반하는 구체적인 경우를 본 적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네 장의 카드에는 각각 맥주 마심, 콜라 마심, 나이 16 세, 나이 22 세 라고 적혀 있었다. 40 명의 피험자 중 29 명이 바른 카드 (맥주 마심, 나이 16 세) 를 골랐다. 그러나 이 규칙이 추상적으로 제시되었을 때 ("카드의 한 면에 A 가 적혀 있으면, 그 카드의 이면에는 3 이 적혀 있다") 는 이들 40 명 중 단 한명도 바른 카드를 고르지 못했다.

그러나 인간의 추리력은  Griggs & Cox 의 기억-인출 설명이 보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최근의 견해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우리는 일반적 지식 구조인 실용적 추리 스키마 (pragmatic reasoning schemata) 를 가지고 있고, 이 실용적 추리 스키마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 관한 추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Cheng, Holyoak, Nisbett, & Oliver, 1986). 이같은 실용적 추리 스키마의 두 가지 예로 허락 스키마 (permission schema) 와 책무 스키마 (obligation schema) 를 들 수 있다. 학생들이 음주-연령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음주와의 사적 친숙성 때문만이 아니라, 허락에 관한 일반적 이해가 더 깊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허락은 어떤 행위 (맥주 마시기) 를 하기 전에 특정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18 세 이상)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가설이 옳다면, 사람들은 친숙하지는 않더라고 허락과 관련된 진술문이라면 평가를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분에게 다음과 같은 규칙을 집행하라는 명령이 주어졌다고 가정하라; "만약 어떤 여행자가 이 나라에 입국하고자 한다면, 그 여행자는 반드시 콜레라 예방 접종을 맞아야 한다." 여러분 앞에 놓여있는 네 장의 카드에는 반드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입국을 원하는 여행자 A, 입국을 원하지 않는 여행자 B, 예방 접종을 맞은 여행자 C, 예방 접종을 맞지 않은 여행자 D, 명령받은 규칙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더 수집하려면, 여러분은 어느 카드를 뒤집겠는가?

사람들은 책무 관련 장면에 관한 추리 - 예컨대, "만약 urithium 광부가 폐암에 걸리면, 회사는 그 광부에게 재해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 도 잘 해야만 한다. 책무란, 만약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폐암에 걸리면) 특정 행위 (연금 지급) 가 반드시 시행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말한다. 연구 결과는 사람들은 임의적 관계에 관한 조건 진술문을 평가하는 것보다 허락이나 책무와 관련된 조건 진술문 평가를 훨씬 잘한다는 이 가설을 지지하고 있다. (Cheng, et al., 1986). 그건 그렇고, 위의 제시한 입국 관련 문제의 정답은 여행자 A 와 D 에 관한 정보가 적힌 카드를 뒤집는 것이다.

유추적 추리

학생들이 친숙한 과제와 낯선 과제간의 관계를 지각할 수만 있다면 더 발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 능력만 있으면, 학생들은 선행 지식을 적용하여 낯선 문제도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앞 장에서 논의한 것처럼, 두 문제간의 유사성을 자발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을 드문 것 같다 (Reed, Ernst, & Barnerji, 1974; Gick & Holyoak, 1980).

매우 친숙한 문제에서도 학생들은 유사성을 잘 발견하지 못한다. 우편 규칙에 관한 추리를 연구한 실험 중 하나는 다음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 설계되었었다 (Johnson-Laird, et al. 1972) : 우편 규칙 과제에서의 탁월한 수행이 추상적 규칙 과제로 전이될 수 있을까? 각 피험자에게는 친숙한 규칙 과제 두 개와 추상적 규칙 과제 두 개가 주어졌다. 선형 연구에서와 같이, 영국인 피험자 24 명 중 22 명은 친숙한 과제 두 개 중 한 개에서는 정답을 골랐다. 이들 피험자는 친숙한 과제를 수행한 직후에 추상적 과제를 제시받았다. 하지만 친숙한 재료에서 낯선 재료로의 전이는 유의하지 않았다. 추상적 과제 두 개 중 하나라도 맞춘 피험자는 24 명 중 7 명밖에 되지 않았다.

Johnson-Laird (1989) 는 친숙한 과제로부터 추상적 과제로의 전이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로 두 가지를 제안하였다. 첫째, 앞 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문제의 내용이 판이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유사성을 발견하지 못한다. "만약 봉투가 봉합된 것이면, 그 봉투에는 50 - lira 짜리 우표가 붙어있어야 한다" 라는 규칙과 "만약 카드의 한 면에 A 가 적혀 있으면, 그 이면에는 2 가 적혀 있었다 한다" 라는 두 규칙간의 유사성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A 가 적혀있다' 와 '봉합되었다' 간의 상응성 그리고 '2 가 적혀 있다' 와 '50 - lira 짜리 우표가 붙어있다' 간의 상응성을 볼 수 있어야만 한다. 둘째, 추상적 규칙 과제로 쉽게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유사성을 찾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유용성 유사성을 자발적으로 찾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은, 교육적 관점에서 볼 때 실망스런 일이다. 그러나 문제를 더 잘 해결하게 되고 또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감에 따라, 사람들은 문제들간의 관계를 더 잘 지각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지각 능력은 물론 문제가 상이한 내용으로 구성된 경우에도 적용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해결책을 기초로 한 문제의 분류까지도 잘 할 수 있게 되며, 구체적인 이야기 내용에는 별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이 사실을 처음 입증한 연구 중 하나는 Silver (1981) 의 연구였다.

Silver 는 7 학년 학생들에게 "수학적으로 관련된" 문제들을 제시하고 분류하도록 하고는 그들이 분류한 기초가 무엇인지를 설명해보라고 하였다. 그는 4 × 4 행렬표로 나타낼 수 있는 16 개의 문제를 이용하였다. 각 가로줄에 속하는 4 개의 문제는 수학적으로 관련된 것들이었기 때문에, 동일한 절차로 풀 수 있는 것들이었다. 각 세로줄에 속하는 4 개의 문제는 이야기 내용으로는 비슷한 것들이었지만, 상이한 절차를 이용해야 풀리는 문제들이었다 (표 1 의 첫 두 문제는 동일한 절차로 해결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관련된 문제들이다. 세 번째 문제는 첫 번째 문제와 이야기 내용은 비슷하지만, 첫 번째 문제와는 상이한 절차에 따라 해결되는 문제이다).

표 1 말로 서술된 수학적 문제 (관련된 것과 관련되지 않은 것).

비록 Silver 는 수학적 연관성에 따라 문제를 분류하라고 하였지만, 수학적 구조를 지각하지 못한 학생들은 이야기 내용에 따라 문제를 분류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분류과제를 수행하고 난 다음, 학생들에게 이들 문제 중 12 개를 풀어보라고 하였다. 이는 문제 분류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Silver 는 학생들이 해결한 문제 수에 따라 학생들을 우수, 보통, 열등으로 분류하였다.

그 결과, 우수한 학생들은 문제를 수학적 구조에 따라 분류하였고, 열등한 학생들은 이야기 내용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수한 학생들은 수학적 구조를 기준으로 평균 3.1 개의 범주를 설정한데 비해, 보통 학생들은 1.8 개, 그리고 열등한 학생들은 0.4 개의 범주밖에 설정하지 못하였다. 이야기 내용을 기준으로 한 분류는 이와는 반대 양상을 보였다. 이야기 내용을 기준으로 설정한 범주의 개수는 열등한 학생들의 경우 평균 2.3 개였다. 이에 비해, 보통 학생들의 경우는 0.6 개, 그리고 우수한 학생들의 경우는 0.1 로 드러났다.

학생들에게 이야기 문제에 관한 정보를 재생해보라고 했을 때도 결과는 비슷하였다. 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은 수학적 구조에 관한 정보를 재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를 잘 풀지 못하는 학생들은, 재생검사를 받기 전에 해결책에 관해 논의를 했었는데도, 수학적 구조에 관한 정보를 거의 재생해내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 학생들은 이야기 내용에 관한 상세한 것을 기억하기도 하였고, 또 이런 세밀한 사항을 재생하라고 했을 때는 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보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해내기도 하였다. 이러한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즉, 수학 문제 해결에서 나는 개인차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수학적 절차에 따라 문제를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수학적 구조를 기준으로 문제를 분류하는 능력 차는 보다 고급 과정에서의 전문가와 초보자간에도 발견된다. Chi, Glaser, & Rees (1982) 는 8 명의 초보자와 8 명의 전문가에게 24 개의 물리학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책의 유사성에 따라 분류해보라고 하였다. 초보자는 최근에 물리학 강좌를 하나 이수한 학부 학생들이었고, 전문가는 물리학과 박사과정 학생들이었다. 각 집단에 의해 설정된 범주의 수는 비슷하지만, 각 범주에 속한 문제는 집단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초보자들은 스프링 문제 혹은 경사면 문제와 같이 공통되는 대상을 기초로 문제를 분류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비해,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에 적용되는 물리학 법칙 (예컨대,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나 Newton 의 제 2 법칙 (F = MA) 을 기준으로 문제를 분류하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7 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Silver 의 실험에서처럼, 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은 문제의 형식적 구조에 민감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적 추리

여러분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과학적 추리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실험의 설계와 해석이다. 심리학 연구에 생애를 바치겠다고 한다면, 이런 과학적 추리를 잘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 여러분은 두 가지의 유용한 전문성을 습득하게 될 것이다. 하나는 실험 설계에 관한 뛰어난 지식인데, 이 지식은 아주 다양한 심리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한는 데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검증되고 있는 구체적인 가설에 관한 지식이다. 따라서 예컨대, 기억을 연구하는 심리 학자는 인간 관계를 연구하는 심리학자보다 기억에 관한 실험 설계에서 뛰어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전문성의 유형을 평가하기 위해, Schuman & Anderson (1999) 은 세 집단의 피험자들에게 기억에 관한 실험을 설계하도록 하여, 이들 세 집단의 능력을 비교하였다. 한 집단은 기억에 관한 실험을 많이 해본 인지심리학 교수들로 구성되었고, 두 번째 집단은 기억에 관한 실험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는 사회심리학 및 발달심리학 교수들로 구성되었으며, 세 번째 집단은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부 학생들로 구성되었다.

과제는 시간성 효과 - 학습 시행간에 간격을 두는 것이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 에 관한 두 가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하는 것이었다. 한 가설은 학습 시행간에 간격을 두면 보다 다양한 맥락이 생성될 것이고, 이들 맥락 중 적어도 하나는 학습 맥락과 유사할 것이기 때문에 이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기억 부호에 관한 6 장에서 본 것처럼, 학습 맥락과 검사 맥락간의 유사성은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른 가설에 의하면, 학습 시행간에 간격을 두지 않으면 정보를 오래 기억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훌륭한 기억 부호가 생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기억 부호는 다른 기억 부호보다 오래 지속된다는 것도 우리는 6 장에서 배웠다.

피험자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실험을 설계하였다. 피험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세 개의 독립변인 (반복 시행 횟수, 반복 시행간 시간 간격, 반복 시행간 맥락 변화) 을 조작할 수 있었고, 또 세 개의 검사 변인 (검사 유형, 검사 지연 시간, 검사 맥락) 을 조작할 수 있었다. 교수들과 학생들을 비교한 차원은 심리학 실험 설계에 유용한 분야-일반적 (domain-general) 기능과 기억 실험 설계에만 유용한 분야-구체적 (domain-specific) 기능이었다. 일반적 기능으로 간주된 것은 두 가설을 구분할 수 있는 실험의 설계 능력, 그리고 가설 검증에 적절하지 않은 변인을 조작하지 않음으로써 실험을 간단하게 설계하는 능력이었다. 구체적 기능으로 간주된 것은 변인의 수준을 적절하게 설정하는 능력과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변인을 포함시킨 능력이었다.

그림 2 실험 설계 및 해석에서 발견되는 분야-구체적 기능과 분야-일반적 기능의 효과.

그림 2 는 이 실험 결과를 분야 전문가 (기억 연구자), 과제 전문가 (사회/발달 연구자) 학부 학생 (고급/중급) 별로 보여주고 있다. 분야-구체적 기능의 경우, 기억 연구자 집단이 나머지 세 집단보다 유의하게 우월하였다. 나머지 세 집단간에는 차이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 분야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실험 설계의 경우 학부 학생들의 수행도 사회/발달 심리학 분야 교수들의 수행에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분야-일반적 기능의 경우에는 사회/발달 분야 교수들이 학부 학생들보다 우월하였으며, 기억 분야 연구자들과 동등하였다. 실험을 설계하거나 해석할 때 학부 학생들은 대개 이론을 참고하지 않았다. 이는 실험 실습 시간에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교훈이라 할 것이다.

전문성 습득

앞서 소개된 연구들은 선행 지식이 여러 가지 추리 과제 수행 예컨대 논리적 진술문 평가, 수학적 구조에 따른 문제의 분류, 그리고 실험 설계에 관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었다. 지식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련의 단계를 구축해야 하는, 보다 복합적인 변형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초기의 문제 해결 모형들 (Newell & Simon, 1972) 은 어림법 (예, 수단-목적 분석) 이 사용되는 일반적 탐색 절차를 강조하였다. 그러나 보다 최근의 모형에서는 학생들은 덜 효율적인 일반적 어림법을 대체하는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연습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Gick, 1986). 그림 3 은 학습된 해결책을 적용하는 것과 해결책을 탐색하는 것과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탐색 대 구현

그림 3 에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거치게 되는 세 가지 주요 단계가 그려져 있다 (Gick, 1986). 문제 해결자는 먼저 문제의 표상을 구축하는데, 이 때 선행 지식이 활용된다. 선행 지식과 당면 문제를 연계시킬 수만 있다면, 당면 문제의 특징에 따라 그 문제 해결에 필요한 스키마가 활성화될 수 있다. 9 장에서 배운 것처럼, 스키마 (schema) 란 구조화된 지식 덩이이다. 따라서 여기서의 스키마는 특정 문제 유형에 관한 지식 덩이가 된다. 이 스키마에는 전형적인 문제의 목표에 관한 정보, 제약 조건에 관한 정보, 그리고 이런 유형의 문제 해결에 유용한 절차에 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문제 표상 단계에서 이러한 스키마가 활성화되면, 해결자는 곧바로 세 번째 단계로 건너가 해결책 (해결 방안) 을 구현할 수 있다. 이 경우 해결책을 탐색할 필요가 없어진다. 왜냐하면, 당면 문제가 특정 유형에 속한다는 것을 알아차림에 따라 적절한 해결 절차가 곧바로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나는 말로 서술된 수학 문제를 내 연구에서 다루기 때문에, 많은 수학 문제의 유형을 아주 쉽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말로 서술된 수학 문제를 보면 나는 그것을 친숙한 유형으로 금방 분류할 수 있고, 그 문제 해결에 필요한 등식을 즉각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가끔씩은 생소한 문제를 만나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기도 한다. 이는 해결책을 탐색해야 하는 경우인데, 그림 2 의 두 번째 단계가 여기에 속한다.

해결책 탐색에는 앞장에서 논의한 바 있는 일반적 전략 (general strategies) 이 이용된다. 이런 전략 중의 하나가 수단-목적 분석법인데, 이는 문제의 목표 상태와 현재 상태간의 차이를 제거하는 전략이다. 또 다른 일반적 전략은 유용한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는 유사한 문제를 탐색하는 것이다. 일반적 전략의 세 번째 예는 계획 수립으로 문제를 하위 목표로 쪼개어보는 것이다.

그림 3 문제 해결 과정을 나타내는 도식.

Gick (1986) 은 일반적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정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앞을 내다본다는 뜻이지, 한 번에 한 단계씩 나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만약 어떤 문제를 처음 접해본다면, 처음부터 그 앞을 내다볼 수는 없는 일이다. 대개 사람들은 수수께끼 푸는 과정에 대한 자세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수수께끼에 관한 연구에서는 계획 수립이 그렇게 강조되지 않는다. 따라서 성공적인 수수께끼 해결 모형은 수단-목적 분석 같은 일반적 전략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Atwood & Polson, 1976; Simon & Reed, 1976).

계획수립을 통해야 보다 효율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 과제의 좋은 예가 바로 컴퓨터 프로그램 작성이다 (Atwood Polson, Jeffries, & Ramsey, 1978). 이 실험의 피험자는 컴퓨터 프로그램 작성자 3 명이었다. 이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경험이 많았지만, 주어진 과제에 관한 지식은 서로 달랐다.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책의 내용을 입력하면, 지정된 용어에 대해 그 용어와 그 용어가 나타난 페이지가 명시된 색인 (index) 을 출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피험자에 따라 계획수립 절차를 따르는 정도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피험자들의 프로토콜을 분석한 결과, 그들이 가진 지식의 전반적인 질, 완전성, 그리고 조직에서 분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한 피험자의 지식은 색인 출력에 필요한 계획수립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발달되어 있었다. 두 번째 피험자의 지식은 덜 발달되어 있었고, 따라서 설계의 결점을 바로잡기 위한 후진 작업을 해야만 했다. 세 번째 피험자는 거의 모든 설계를 기억으로부터 바로 인출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발달된 지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다른 두 피험자에 비해 계획수립의 필요성이 적었다. 이러한 결과를 볼 때, 과제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지식을 가졌지만, 해결책을 기억에서 직접 인출할 수는 없는 사람들이 계획 수립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세 명의 프로그래머들이 탐색 전략에 의존한 정도를 비교함으로써 우리는 위의 결과를 그림 3 과 관련시켜 볼 수 있다. 계획수립을 활용한 첫째 피험자의 과제에 관한 지식은 부분적이었다. 따라서 과제가 색인 설계에 관한 스키마를 활성화 시켰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스키마가 해결책을 생성할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약간의 탐구와 탐색이 필요했었다. 물론 이 탐색을 안내하는 것은 과제에 대한 그의 부분적 지식이었다. 두 번 째 피험자는 계획도 없이 탐색을 주로 이용하여 과제를 해결하였다. 세 번째 프로그래머는 이 특정 과제 해결에 필요한 상세한 스키마를 이용해 곧바로 해결책을 구현시킬 수 있었다.

해결 학습

사람들이 물리학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를 연구해보면, 일반적 전략 적용에서 구체적인 해결책 구현으로의 전이가 분형하게 드러난다. 이들 문제는 여러 가지 등식을 이용하여 미지의 변인이 갖는 값을 계산하라는 것이다. 표 2 에는 이런 문제의 보기가 주어져 있다. 더 읽어나가기 전에 표 2 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아래에 제시된 등식들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라.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관한 연구 결과, 초보자들은 수단-목적 분석과 같은 일반적 전략을 활용하는 경향이 강한데 반해,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에 실제로 적용되는 순서에 따라 등식을 참조하는 소위, 전진 작업 (work forward) 을 따르는 경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Larkin, McDermott, Simon, & Simon, 1980). 미지의 변인이 갖는 값을 찾는 문제이기 때문에, 수단-목적 전략은 이 미지의 변인이 들어있는 등식부터 탐색한다. 표 2 의 예제에서는 거리 (distance) 가 미지의 변인이다. 따라서 초보자는 등식 1 을 이용하여 시간에다 속도를 곱함으로써 거리부터 계산하려 할 것이다. 시간 (3.7초) 은 문제에 주어져 있지만, 속도는 주어지지 않았다 (30.4 m/sec 는 최종 속도이다). 이제 초보자는 속도 계산에 필요한 등식을 탐색하게 될 것이다. 속도는 등식 2 를 이용하여 계산되며, 이 값을 등식 1 에 대입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표 2 운동 문제.

초보자들이 등식을 참조한 순서는 문제 해결에 그 등식들이 실제로 이용되는 순서와 반대라는 것을 주목하라. 초보자들은 등식 1 에 미지의 변인이 들어있기 때문에 먼저 등식 1 부터 참조한다. 그러나 등식 1 을 이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등식 2 를 이용해야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문가는 문제 해결에 이용되는 순서대로 등식을 참조한다. 즉, 전문가는 등식 2 를 이용하여 속도부터 계산하고, 여기서 얻는 값을 등식 1 에 대입한다. 전문가는 밟아야 할 단계의 순서를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해결책을 탐색할 필요가 없다. 이용되어야 할 등식이 많아지면 해결책 탐색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어질 것이다. 예컨대, 표 2 의 예제에서 최종 속도가 아닌 가속도가 주어졌다면, 등식 3 개를 모두 이용했어야 할 것이다.

문제 해결의 경험이 풍부해짐에 따라, 학생들도 문제 전략을 수단-목적 전략에서 전진 작업 전략으로 바꾼다는 것이 연구결과 밝혀졌다. Sweller, Mawer, & Ward (1983) 는 표 2 의 것과 같은 운동에 관한 일련의 문제 25 개를 학생들에게 제시하였다. 처음 다섯 문제 중에서 수단-목적 전략에 따라 해결된 문제는 평균 3.9 개였는데 비해, 마지막 다섯 문제 중에서는 평균 2.2 였다.

비록 수단-목적 전략이 목표 달성에는 효율적이지만, 문제 해결에서 따라야 하는 일련의 단계를 학습하는 데는 비효율적이라고 Sweller 는 주장하였다. 목표 상태와 현재 상태간의 차이를 제거하면 목표가 쉽게 달성될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목표 달성을 위해 거친 단계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 단계를 기억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문제 해결자의 주의가 단계 학습에 집중되지 않고 차이 제거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차이 제거에 필요한 인지 용량이 비교적 크기 때문에 (앞 장에서 봤던 것처럼), 해결책 학습에 이용될 인지 용량이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다 (Sweller, 1988).

학생들에게 문제 해결의 바른 절차를 학습하도록 하는 한 가지 방법은, 특정 변인의 값을 구하라고 하지 말고 가능한 한 많은 변인의 값을 구해보라고 함으로써 목표를 제거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표 2 의 등식을 이용하여 가능한 모든 변인의 값을 구해보기로 하면, 학생들은 먼저 등식 2 를 이용하여 속도를 구하고, 그 값을 등식 1 에 대입함으로써 거리를 계산한 것이다. 이 방법은 학생들로 하여금 전진-작업 전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인지 용량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큰 문제거리가 되지 않는다. 수단-목적 전략 이용은 상당한 인지 용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의 바른 절차를 학습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을 상기하라.

고등학생 20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이 방법이 성공적인 방법임을 입증하였다 (Sweller, et al., 1983). 이들 중 10 명은 목표 조건 ("거리를 구하라") 에, 나머지 10 명은 무목표 조건 ("구할 수 있는 모든 변인의 값을 구해 보라") 에 배치하였다. 각 조건에서의 연습 문제들을 풀어본 후, 두 개의 검사 문제가 제시되었다. 이 두 문제에서는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되었다. 그 결과 무목표 조건의 피험자 중에서는 9 명이 전진-작업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데 비해, 목표 조건에 피험자들은 단 1 명만 전진-작업 방식으로 문제를 푼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무목표 조건의 학생들이 따른 전진-작업 전략은 문제 해결에서 거쳐야 했던 단계까지도 줄여주었다.

이론과 교수법의 조합

수단-목적 전략이 상당한 인지 용량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심리학적 이론이다. Sweller 의 연구도 문제 해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수법을 수정할 때 이러한 심리학적 이론이 유용하게 쓰인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교수법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에 인지 이론을 가장 체계적으로 이용한 사람들은 Carnegie-Mellon 대학의 John Anderson 과 그의 동료들이다 (Adedrson, Boyle, & Reiser, 1985). 이들은 고등학교 기하학과 LISP 이라는 프로그램 언어를 가르치기 위한 교수법 설계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었다. 이들의 교수법 체계는 ACT* (A C T star 라고 읽는다) 의 학습 원리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ACT* 는 9 장에서 기술한 ACT 이론의 보다 최근 버전이다)

ACT* 는 서술적 지식과 절차적 지식에 관한 한 세트의 전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서술적 지식 (declarative knowledge) 에 관한 전제는 사실 관련 정보의 표상과 조직을 강조한다. ACT 의 이러한 측면은 9 장에서 의미 연결망 (semantic networks) 을 논의할 때 이미 소개했었다. 절차적 지식 (procedural knowledge) 에 관한 전제는 이러한 지식이 과제 수행에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강조한다. 인지적 기능을 가르치는 데 이 이론에서 특히 적절한 것은 이 절차적 전제들이다.

이 이론의 절차적 요소는 생성 규칙 (procedural rules) 이라고들 하는 한 세트의 규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규칙은 특정 조건하에서 수행되어야 할 행위를 명시한다. 그러므로 생성 규칙은 두 부분 - 조건 부분과 행위 부분 - 으로 구성된 다. 이 규칙에 명시된 행위는 조건이 충족되기만 하면 수행된다. 다음은 생성 규칙의 한 예이다.

   IF the goal is generate the plural of a noun,

   THEN add an s to the noun.

목적을 명시한 것이 조건이고, 그 목적 달성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을 명시한 것이 행위라는 것을 주목하라.

학생들에게 LISP 을 이용한 프로그램 작성법을 가르치는 컴퓨터 교사를 구축하였다. 이 컴퓨터 교사를 구축하는 데 기초가 된 것이 생성 규칙이었다. LISP 을 가르치는 컴퓨터 교사를  구축하는 일의 배후에 깔린 이론적 전제는 다음과 같다 (J R. Anderson, 1990).

1. 생성규칙. 프로그램 작성과 같은 기능은 생성 규칙들로 분해될 수 있다.

2. 기능 복합성. 복합적인 기능을 학습하는 데는 수백 개의 규칙이 필요하다. 이 전제는 지식에 대한 분야-구체적 견해와 일치한다.

3. 목표의 위계적 조직. 모든 생성은 위계적 목표에 따라 조직되어 있다. 그러므로 위의 예 (복수 명사 만들기) 에서 보았듯이, 생성 규칙의 조건부는 목표를 명시한다.

4. 서술적인 지식의 근원. 모든 지식은 서술적 표상으로 시작된다. 이 지식은 주로 지시가 보기를 통해 습득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연습을 하기 전에 사람들은 먼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인지에 관한 지시를 듣는다.

5. 절차적 지식의 편집. 문제 해결책에 대한 지시를 듣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잘 해결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이 서술적 지식 (지시) 을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필요한 효율적인 절차로 바꾸어야 한다.

이 LISP 교사 (tutor) 를 구성하는 1200 개의 생성 규칙은 프로그램 작성 과제에 대한 학생들의 수행을 모형화한 것이다. 이 교사 프로그램에는 Carnegie-Mellon 대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학생들 스스로의 능력에 맞추어 진행되는 LISP 강좌에서 소개되는 모든 개념이 들어있다. 이 교사 프로그램은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LISP 교사의 도움을 받은 학생들은 이 교사의 도움 없이 공부한 학생들보다 대개 시험 성적에서 한 단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론도 그리고 컴퓨터 교사도 계속해서 진화되고 있다 (J.  R.  Anderson, Corberr, Koedinger, & Pelletier, 1995). 예컨대, 이 이론이 성공적으로 적용된 또 다른 예는 기하 문제에서 증명하는 과정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는 교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교사들에 대한 평가 결과로 이론 자체가 조금씩 바뀌기도 하였다. 초기의 이론은 즉각적인 피드백이 학습을 더욱 향상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실수를 범하자마자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보다 최근의 연구 결과는 즉각적인 피드백이 항상 최적의 방법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그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자기들이 범하고 있는 잘못에 대해 알고 싶을 때에만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최근에는 피드백을 늦추어 볼 수 있도록 하여, 학생들이 스스로의 발전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 장을 시작할 때 언급한 바 있는 전문성의 한 측면이기도 하다.

창의성

전문성이란 자기 전문 분야의 문제 해결을 잘 한다는 의미는 갖지만, 반드시 그 사람이 창의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문제를 그냥 잘 해결하는 사람보다는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사람을 더 낮다고 생각한다. 창의성 (creativity) 이란 문제의 해결책이 옳다는 것뿐 아니라 그 해결책이 유용하며 고상하다는 의미도 갖는다. 우리는 창의적인 해결책이란 어떤 천재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신비한 과정에 의해 생성된 것이라고 믿고, 그러한 해결책을 경의롭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의 인지 과학 연구 결과는 창의성을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덜 신비로운 것이라고 암시한다. 사실, 최근의 두 저서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전문성으로도 창의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Weisberg (1993) 는 그의 저서 Creativity : Beyond the Myth of Genius 에서 창의적 아이디어의 효과는 비상하지만, 그러한 아이디어가 생성되는 과정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

많은 창의적 산물이 비상한 것은 사실이다 .그것들은 희소하며, 전 생애에 걸친 힘든 노력의 결과물일 때도 있으며, 수세기에 걸쳐 사람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던 질문에 대한 답 일 수도 있고, 때로는 만들어 낸 사람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가지기도 한다. 창의적 산물의 효과가 이토록 지대할진대, 그런 산물이 생성되는 과정 역시 비상할 것이라는 생각이 당연시되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가 반드시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창의적 성취가 비상한 것은 그것이 생성된 과정이 비상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산물의 효과가 비상하기 때문일 수 있다.

"천재의 신비" 에 관한 Weisberg 의 관점은 창의적 인물에 관한 그의 분석에 부분적인 기초를 두고 있다. 그는 창의적 인물들의 발전도 보통의 사고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보통의 사고는 과거의 성취를 능가한다. 그러나 이런 성취는 새로운 정보를 축적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거기에는 갑작스런 도약도 무의식적인 깨달음도 없다. Weisberg 는 사례 연구를 통해 DNA 구조에 관한 Watson & Crick  의 발견, Wright 형제의 비행기 발명, 그리고  Picasso 의 새로운 그림 양식 개발 등이 모두 종래의 작업을 바탕으로 전개된 추가 과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장을 시작할 때 소개된 인용문 - "창의성의 비밀은 정보원을 어떻게 숨겨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 에서 볼 수 있듯이, Einstein 조차도 자기 성공의 일부는 다른 사람들의 덕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매우 창의적인 인물들에 대한 나의 존경심 때문에, 나는 Weisberg 의 견해에 대해 다소 혼란스런 느낌을 갖고 있다. 확실한 것은 Einstein 이 자기가 가진 "정보원" (sources) 을 훨씬 가능하여 우주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켰다는 사실이다. Frank Lloyd Wright 나 Seuss 박사 같은 매우 창의적인 인물들은 특별한 천재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창의적인 작품에 대한 숭상과 그러한 작품이 생성된 과정을 설명하고 싶어하는 욕구 사이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The Creative Mind : Myths and Mechanism (Boden, 1990) 의 서문이다. Boden 의 창의성이란 신비한 것이 아니며, 인공 지능의 계산적 개념들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창의성에 대한 설명은 창의적 사고의 풍부성을 예전보다 더 잘 음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비록 창의성이 신비한 것이라는 생각은 퇴치하더라도 창의성에 대한 우리의 경이감은 유지될 수 있는 방향으로 창의성이 설명되어야 한다고 Boden 은 말한다.

보기의 제약 효과

Weisberg (1993) 는 창의적인 발견도 보통의 사고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믿지만, 그래도 매우 창의적인 인물의 경우 예외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창의적인 인물은 자기 분야의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동기 또한 매우 강하다. 창의적인 인물은 다른 사람들이 무시하는 연구에 몰두하기도 하며, 지적 모험을 마다하지 않으며, 장애물이 있어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R . J. Stemberg & T. L. Lubart, 1996). 창의성에 관한 자서전적 연구와는 대조적으로, 실험실 연구에서는 전문성이 별로 요구되지 않은 과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대학생들의 수행을 연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이 결과를 전문가들의 창의적 사고에까지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 결과가 매우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이들 실험 연구는 종래의 인지심리학에서 이용되고 있는 연구 절차를 수정 보완하여 설계된 것으로 창조의 새로움 (novelty) 을 강조한다. 보기 (examples) 를 이용한 경우를 살펴보자. 보기는 문제 해결에 중요한 것으로, 유추 문제의 경우 유추의 근원을 제공하며, ACT 의 경우 생성 규칙 학습에 필요한 정보원이 되기도 한다. 보기는 창의적 아이디어 생성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통상적인 문제 해결에 보기를 활용하는 것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보기를 이용하는 것 간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통상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사한 문제를 탐색할 때는 보기 문제와 검사 문제간의 유사성을 최대화하여 두 해결책간의 차이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보기를 이용할 때는 보기를 변화시켜 어떤 새로운 작품이나 해결책을 내 놓고자 한다.

조심하지 않으면, 보기는 창의성에 제약을 가하는 나쁜 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보기의 이같은 나쁜 효과는 다음과 같은 지시문이 주어진 과제에서 잘 나타난다.

이 우주 공간 어디엔가에 지구와 꼭 닮은 위성이 하나 존재한다고 상상하라. 현재 이 위성에는 아무 것도 살고 있지 않다. 여러분의 과제는 이 위성에 거주할 새로운 피조물을 설계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설계 능력을 다하여 20 분 이내에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피조물을 그리되 각 피조물은 새로우면서도 서로 달라야 한다. 또한 지구상에 형재 존재하거나 존재했다가 사라진 것에 대한 복사물은 허용되지 않는다. 각 피조물의 정면과 측면을 그려보기 바란다. (S. M. Smith, Ward, & Schumcher, 1993, P. 839)

그리고는 한 집단의 학생들에게는 과제를 수행하기 전에 그림 4 에 그려진 세 개의 보기를 보여주었고, 통제 집단의 학생들에게는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이들 두 집단의 과제 수행 결과를 비교하였다. 다른 많은 연구에서 발견된 것처럼, 보기가 도움이 될까? 아니면 보기가 창의성을 짓밟아 버려, 보기와 매우 흡사한 "새로운" 동물을 그리도록 하지는 않을까? 불행하게도 보기는 생산성에 제약을 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림 4 에 있는 동물들처럼, 다리가 4 개이고, 안테나를 가지며, 꼬리가 달린 동물을 그리는 경우가 보기 집단에서 훨씬 많이 발견되었다. 피험자들에게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관찰되었다. 보기와는 다른 것을 만들어보라는 지시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즉, 피험자들은 보기의 제약 효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피험자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 "우리가 이들 보기를 보여주는 목적은 여러분의 사고를 도와 여러분 스스로의 독창적인 작품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며 또한 여러분의 창의성이 작동하도록 하기 위함 일뿐이다. 그러니깐 여러분의 작품에는 이들 보기의 어떤 측면도 끌어들이지 않기 바란다." (Marsh, Landau, & Hicks, 1996, p. 671). 학생들이 이 지시문을 읽은 다음 곧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는 이 지시문의 효과가 비교적 명백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지시문을 읽은 하루 후에 그리기 시작한 집단에서는 보기의 측면을 자기의 그림에 끌어들이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이러한 현상은 Marsh & Bower (1993) 가 제의한 우연한 표절 (inadvertent plagiarism) 이란 개념으로 설명될 수도 있다. 즉, 보기에 관한 기억이 복사를 하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활성화되었지만, 복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정도까지는 활성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도 최근에 이 우연한 표절로 간주될 수 있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 이 책의 1 - 3 판에서는 이 장의 제목이 "교실 내 문제 해결" 이었다. 4 판에서 창의성에 관한 연구를 추가하였을 때, 새로운 장의 제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결국은 현재의 "전문성과 창의성" 이란 이름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새 제목이 갖는 한가지 장점은 내가 알기로는 어떤 인지심리학 교과서도 이 주제를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Medin & Ross 의 1992 년판 저서의 한 장의 제목이 "전문성과 창의성" 이란 것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림 4 보기 그림들. 각 부위의 명칭과 전반적 특징이 함께 기술되어 있다.

심상을 통한 발명

창의성에 관한 새로운 연구 프로그램으로 종래의 인지심리학 연구 패러다임에 기초를 둔 또 다른 것은 Finke (1990) 의 연구를 들 수 있다. Finke 는 시각 심상이론에 주된 공헌을 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시각 심상 패러다임을 창의성 연구에 확장하였다. Shepard (1988) 를 비롯한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많은 유명한 과학적 발견이 시각 심상을 통해 이루어 졌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Einstein 도 자기의 관념적 실험 (thought experiments) 이 심상을 기초로 이루어졌다고 보고하였다. 광속으로 여행한 결말에 대한 상상 덕분에 Einstein 은 그의 상대성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다. Farady 도 전기와 자기장 (electric and magnetic fields) 으로부터의 힘을 선분으로 시각화함으로써 전자장 (electromagnetic fields) 의 현대식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Kekule  뱀이 스스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을 상상한 후에 벤젠의 분자 구조를 발견했다고 보고하였다.

Finke (1990) 는 인위적 형태의 시각적 통합에 관한 선행 연구 (예, Palmer, 1977) 를 확장하여, 사람들이 여러 부분을 시각적으로 조합하여 유용하고 새로운 것 (작품) 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고자 하였다. 물체의 부품으로는 구, 반구, 정육면체, 원추, 원기둥, 정육면체, 철사, 관, 팔대 ('ㄱ' 자 모양의 받침대), 평평한 정사각형, 갈고리, 바퀴, 고리 그리고 핸들 (2 장에서 논의된 형태 인식에 관한 Biederman) (1985) 의 이론에서 본 지온과 유사한 것들) 같은 기본적인 모양을 가진 것들이 이용되었다. 피험자나 실험자가 세 개의 부품을 선택한 후, 피험자에게 눈을 감고 이들 부품을 조합하여 실용적인 물건이나 장치를 만드는 상상을 해보라고 지시하였다. 피험자들은 세 개의 부품을 모두 이용해야 했지만, 크기와 위치 그리고 방위 (orientation) 는 마음대로 바꿀 수가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품을 다음 여덟 가지 범주 중 하나에 귀속시켰다 - 가구, 개인 용품, 운송도구, 과학용 장치, 가정용 용구, 연장 또는 부엌 세간, 무기, 그리고 장남감 혹은 게임기.

그리고는 각 창작물의 실용성과 독창성을 5 점 척도로 판단하였다. 특정 창작물이 실용적인 것으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실용성 평균 평점이 적어도 4.5 는 되어야 했고, 독창적인 것으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독창적 평균 평점이 적어도 4.0 은 되어야 했다. 한 조건에서는 피험자들 스스로 부품을 선택할 수 있었으나 그들이 만들어야 할 물품의 범주를, 예컨대 가정 용구여야 한다고 미리 정해주었다. 다른 조건에서는 여덟 범주 중 어느 범주에 속하는 물건을 만들어도 좋으나 피험자가 이용할 수 있는 부품 세 개 (예, 반구, 바퀴, 갈고리) 는 미리 정해 주었다. 가장 제약이 심한 조건에서는 피험자들에게 특정 부품을 이용하여 특정 범주에 속하는 물품을 만들어보라고 하였다. 예컨대, 반구, 바퀴, 그리고 갈고리를 이용하여 가정 용구를 만들어보라고 지시하였다. 실용적이라고 판단된 창작 물의 개수는 이들 세 조건에서 비슷하였으나, 실용적이면서 독창적이라고 판단된 창의적 물품의 개수는 제약이 가장 심한 조건에서 제일 많이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과제에 부과된 제약이 많을수록, 모든 준거를 충족시키면서도 이미 존재하는 물체와 비슷한 것을 생각해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림 5 하나의 발명-전 모양 (반구, 팔대, 그리고 갈고리로 조립된 것) 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 이 물품은 lawn lounger (가구), earings (개인용품), water weigher (과학용 장치), portable agitator (가정용구), water sled (운송도구), rotating masher (부엌 세간), ring spinner (장난감), 그리고 slasher basher (무기) 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부품과 범주를 정해준 것보다 제약이 더 심한 조건도 있었다. 다른 연구에서는 피험자들에게 정해진 부품을 이용하도록 하였으나, 피험자들은 이들을 조합하여 물품을 만든 후에야 그 물품을 귀속시킬 범주를 알 게 되었다. 물품이 만들어진 후에야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Finke (1990) 는 이런 물품을 발명-전 모양 (preinventive forms) 라고 하였다. 그림 5 는 반구와 팔대, 그리고 갈고리를 부품으로 만들어진 발명-전 형태가 각 범주에서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실험 결과, 창의적인 작품 생성에는 이처럼 제약이 아주 심한 조건이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제약이 다소 완화된 조건에서도, 많은 피험자들이 처음에는 부품의 조합을 상상해보는 생성 전략 (generation strategy)을  이용하고 그런 다음 창출된 물건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알아보는 탐구 전략 (exploration strategy) 을 이용하는 것을 선호하였다. Finke, Ward, & Smith (1992) 는 그림 6 에 그려져 있는 그들의 Geneplore (generation-exploration) 모형에서 이 두 단계를 설명하고 있다.

첫 단계에서 발명-전 구조물이 형성된 다음, 두 번째 단계에서 탐구 및 해석이 전개된다. 이 발명-전 구조는 최종적인 창의적 산물의 선구자로, 발명이 전개되는 전 주기 동안 생성되고, 재생성되며, 또 수정되기도 한다. Finke, et al. (1992) 은 발명-전 구조물 생성에 더 힘을 기울인 다음, 나중에 이것이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를 생각하라고 권한다. 이런 생각은 우리의 보통 사고방식과는 정 반대라는 것을 주목하라. 대개 우리는 예컨대, 셔츠 주머니에 알맞은 지갑 또는 해변에서도 갈아입을 수 있는 옷과 같은 물품을 마음에 둔 다음 어떻게 하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것인지를 궁리한다. Sweller 와 동료들 (1983) 의 연구에서 설정된 무목적 조건에서는 맹목적인 탐구 단계가 초기에 주어졌고, 이 단계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Sweller, et al. (1983) 의 무목적 단계와 Finke, et al. (1992) 이 권장하는 전략간에 흥미로운 유사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접근법이 창의적 작품 설계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림 6 Geneplore (생성-탐구) 모형의 기본 구조.

이 장을 마감하기 전에, 창의성에 관한 자서전 연구와 실험실 연구간의 차이를 다시 한 번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간략한 심리학 실험에서 학생들이 특정 작품을 설계하는 방식과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작품을 설계하는 방식간에는 비슷한 점이 있는가? 다소 비슷한 점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San Diego 의 Emerald-Shapery Center 를 예로 들어 이 유사성을 기술하기로 한다. 이 작품의 아름다움과 기능을 나는 높이 평가한다. 이 건물은 각각 6 면을 가진 고층 건물 8 개를 다발로 조합하여 거대한 고층 건물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그림 7).

그림 7 Emerald-Shaper Center, San Diego.

육각 모양은 심미적으로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건축하는 데도 그리고 실내 공간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장점을 갖는다. 건물 수평면의크기는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부분을 표준화할 수 있어 건축비가 절감된다, 또한 각 층에는 종래의 직사각 모양의 건물에서보다 더 많은 창문을 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든 방이 창 쪽에서 트여 있으며, 따라서 물리적 차원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보다 더 넓게 트인 공간 환경이 창출된다.

앞서 소개된 자서전 연구 (Weisberg, 1993) 와 S.  M. Smith 와 그의 동료들 (1993) 의 연구에서 지적한 대로 창의적 아이디어는 대개 그전의 아이디어 위에 구축된다. Emerald-Shapery Center 를 개발한 사람도 훌륭한 건축은 자연을 연구 함으로써 생겨난다는 Frank Lloyd Wright 의 철학을 따라 이 건물을 설계하는 데 필요한 기본 아이디어를 고안하였다. 특히, 많은 수정이 육각의 구조를 가졌다는 것이 부분 선택의 기초가 되었다. 육각의 고층 건물은 시발점이었을 뿐이었다. 이 건축가는 아름다우면서도 제 기능을 다하도록 설계하기 위해 이들 고층 건물들을 조합해야만 했다. Finke (1990) 의 연구는 부분을 통합에 그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Geneplore 모형의 생성-탐구 단계는 이 과정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틀을 제공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요약

우리는 추리 및 문제 해결 능력은 재료와의 친숙성에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논리적 규칙의 함의를 평가할 때, 규칙의 내용이 추상적이냐 ("카드의 한 면에 D 가 적혀 있으면, 그 이면에는 3 이 적혀 있다.") 또는 친숙한 것이냐 ("만약 어떤 사람이 맥주를 마신다면 그 사람의 나이는 19 세 이상임이 틀림없다.") 에 따라 우리의 수행이 달라진다. 내용이 친숙하지 않을 때보다 친숙한 것일 때, 정답의 확률이 증가한다. 또한 친숙하지 않은 과제와 친숙한 과제간의 유사성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면 학생들이 친숙하지 않은 문제까지 풀 수 있는 확률이 크게 증가한다. 전문성이 향상됨에 따라 학생들은 문제의 형식적 구조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되고, 또한 이야기 내용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전문성이 습득과 더불어 변형 문제 해결에 이용되는 전략도 바뀌게 된다. 예컨대, 초보자들은 물리학 문제 해결에 필요한 등식을 탐색할 때 수단-목적 분석과 같은 일반적인 전략을 주로 이용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문가들은 등식 활용의 바른 절차를 배웠기 때문에 전진-작업 전략을 이용한다. 수단-목적 전략을 적용하는 데는 상당한 인지 용량이 할당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전략의 활용은 학습을 방해한다. 학생들에게 특정 변인의 값을 구하라고 하는 것보다 다양한 변인의 값을 구해보라고 지시하면, 수단-목적 전략 이용을 예방하고, 올바른 조작 절차를 쉽게 학습하게 된다. 그러나 인지 이론을 적용하면 교수법을 향상시키고자 한 가장 포괄적인 프로그램은 ACT 의 학습 원리를 적용하여 학생들의 LISP 프로그램 학습 및 기하학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

이제는 창의성에 대한 초기의 연구 결과도 창의성에 관한 인지 이론 속에서 고려되고 있다. 이들 결과는 창의성이란 그토록 신비스런 것이 아니며, 단지 또 하나의 훌륭한 문제 해결일 뿐이라고 암시한다. 하지만 표준적인 문제 해결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의 큰 차이 하나는 창의적 문제 해결은 새롭다는 점이다. 이는 해결책이 이전의 보기에 의해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어떤 창의적 발견의 경우 정신적 심상이 그 발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심상을 통해 부품을 통합해보라고 지시함으로써 심상의 역할을 분석하고 있다. 사용할 수 있는 부품 및 이들을 조합해 만들어야 할 물품의 범주를 제안하면 과제는 더욱 어려워지지만, 그 물품이 새로울 가능성은 높아진다. Geneplore 모형에서는 아이디어 생성 단계와 탐구 단계가 연속적으로 전개됨으로써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개발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