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인식

인지 심리학 : Stephen K. Reed 저서, 박권생 옮김, 시그마프레스, 2000  (원서 : Cognition : Theory and Applications  5th ed, 2000), Page 23~59.

형태 묘사

     형판 이론

     세부특징 이론

     구조주의 이론

정보처리의 단계

     부분 보고법

     Sperling 의 모형

     Rumelhart 의 모형

단어 재인

     단어 우월 효과

     단어 우월 효과의 모형

     신경망 모형

요약

복습문제

핵심용어

추천도서

이상하게도 철학자와 심리학자들은 형태에 관해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흥미로운 현상은 대부분이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침묵을 지킨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형태란 매우 복합적이어서 포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형태" 의 의미에 관해서도 일치되는 견해가 없다. 그러나 행동, 지능, 정보처리의 핵심적인 문제 중 많은 것들이 형태와 관련되어 있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 LEONARD UHR (1966)

사람들이 아주 잘 활용하는 기능 - 형태 인식 - 에 관한 논의로 인지심리학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기로 하자. 형태 인식 (pattern recognition) 에 관한 연구는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주변의 물체를 어떻게 알아차리는가에 관한 연구이다. 하나의 형태가 얼마나 많은 상이한 변형을 취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우리의 형태 인식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탁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림 1 은 다양한 필체를 보여준다. 사람들마다 필체가 다르며, 그 중에는 알아보기 쉬운 것도 있고 알아보기 어려운 것도 있다. 그렇지만 알아보기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면 우리는 다양한 필체로 쓰인 거의 모든 글을 읽을 수가 있다. 다시 말해, 단어를 재인 (인식) 할 수 있다.

그림 1 다양한 필체들.

형태 인식의 이같은 용이성과 정확성이 바로 이 능력에 관한 연구를 어렵게 만든다. 누구나가 모든 유형의 형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면 그 현상은 별 관심을 거리도 되지 못하며, 그 현상에서 밝혀낼 것도 별로 없게 된다. 이 과제를 보다 어렵게 만들기 위해 심리학자들은 순간노출기 (tachistoscope) - 통제된 조건하에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형태를 제시하는 장치 - 라는 도구를 이용한다. 형태가 아주 짧은 시간만 제시되면 사람들은 오류를 범하기 시작하고, 심리학자들은 이런 오류를 기록하고 분류한다.

형태 인식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형태 묘사의 대안적인 방법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 장의 1 절에서는 형태 인식 이론을 대표하는 세 가지 묘사법이 논의될 것이다. 2 절에서는 시각 형태 인식에 관한 정보처리 모형이 논의될 것이다. Sperling 의 연구를 보다 상세히 그리고 그의 연구가 후속 이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3 절에서는 단어 재인이 논의되고, 또 읽기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요인이 논의될 것이다.

형태 묘사

형태 인식 과정에 관한 다음 설명을 고려해 보라. 우리의 장기 기억 (LTM) 에는 많은 종류의 형태에 관한 묘사가 저장되어 있다. 우리가 형태를 보거나 들으면 그 형태에 관한 묘사를 형성하고, 이 묘사를 LTM 에 저장된 묘사를 비교한다. 이 비교 과정에서 우리가 방금 형성한 묘사와 비슷한 것을 LTM 속의 묘사 중에서 찾아내면, 우리는 그 형태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그럴 듯한 설명이기는 하지만, 모호한 점이 너무 많다. 예컨대, 이들 묘사는 어떤 모양을 취하고 있을까? 이 문제의 답으로 제안된 세 가지 설명 - (1) 형판, (2) 세부특징, (3) 구조 주의 묘사 - 을 차례로 고려하기로 한다.

형판 이론

형판 이론은 형태가 묘사되지 (described) 않는다고 본다. 형판 (templates) 이란 전체적인 혹은 분석되지 않은 개체로서, 두 개의 형태를 비교할 때 우리는 이 형판을 이용하여 두 형태가 겹치는 정도를 측정한다. 여러분 스스로 두꺼운 종이를 오려 한 세트의 낱자를 만들었다고 상상해보라. 만약 내가 만든 낱자를 하나 여러분에게 주면, 여러분은 내가 준 것과 여러분이 만든 낱자 - 형판 - 를 하나씩 맞추어보며 서로가 겹치는 정도를 측정할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이 만든 형판 중에서 내가 준 것과 가장 많이 겹치는 것을 찾아냄으로써 여러분은 내가 준 형태의 정체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제, 종이로 만든 낱자들을 각각의 낱자에 의해 망막에 투사된 시각 상 (visual images) 이라고 생각하고, 이 시각 상들을 정신적 비교에 이용된다고 생각해 보라. 이 때에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될 것이다.

형태 인식에 이용되는 척도로서 겹치는 정도를 이용한다는 아이디어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 첫째, 이 비교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형판의 위치, 방위 (orientation) 및 크기가 여러분이 인식하려고 하는 형태의 위치, 방위 및 크기와 일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인식하고자 하는 형태의 위치, 방위 및 크기에 따라 형판을 구성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셋째, 형판 이론은 두 형태가 어떻게 다른지에 관해서는 밝히지 않는다. 형판 이론에 의하면, 대문자 P와 R 은 서로 겹치는 정도가 크기 때문에 비슷한 것이 된다. 그러나 이 두 낱자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 낱자들을 분석하거나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 네 번째 문제는 형판이론은 하나의 형태에 대한 대안적 묘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그림 5 (34쪽) 의 형태는 선분이 어떻게 조직되느냐에 따라 가오리로 지각되기도 하고 돛으로 지각되기도 한다. 나중에 소개되는 구조주의 이론에서는 한 형태를 구성하는 부분들간의 관계를 명시하도록 한다.

이러한 단점들 때문에 형판 이론이 형태 인식의 일반적 이론일 가능성은 매우 낮고, 따라서 대개는 가볍게 취급하고 만다. 그러나 형판 이론이 유용한 모형이 되는 장면도 있다. 1 장에서 감각 저장고는 형태 인식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감각 정보를 잠시 동안만 보관한다고 말한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그러면 인식되지 않은 형태가 감각 저장고에는 어떻게 보관되는 것일까? 한 가지 가능성은 형태들이 분석되지 않은 형판으로 저장되고, 세부특징들로의 분석은 형태 인식 단계에서 전개된다고 보는 것이다.

감각 저장고에 대한 이 같은 해석을 가장 분명히 제시한 사람은 Phillips (1974) 였다. Phillips 는 피험자들에게 사각 행렬판이 여러 칸 (cell)을 무선으로 채워 만든 형태를 보여주었다. 첫 번째 형태가 1 초간 제시된 후 다양한 시간 간격을 두고 두 번째 형태가 제시되었다. 두 번째 제시된 형태는 첫 번째 형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이었다. 피험자의 과제는 이 두 형태가 같은지 다른지를 신속히 결정하는 것이었다. 절반의 시행 (trials) 에서는 첫 번째 형태가 제시된 바로 그곳에 두 번째 형태가 제시되었다. 이 경우 두 번째 형태가 첫 번째 형태의 감각 상과 정확히 겹치기 때문에, 감각 저장고가 형판 맞추기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절반의 시행에서는 두 번째 형태가 첫 번째 형태가 제시된 위치에 한 칸 옆으로 비켜 제시되었다. 이 작은 위치변동으로 인해 두 형태는 겹쳐지지 않게 된다. 따라서 형판 맞추기가 억제될 것이다.

그림 2 는 Phillips 의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자극간 간격 (inter - stimulus interval) - 첫 번째 형태가 사라진 순간부터 두 번째 형태가 제시된 순간까지의 시간 간격 ― 은 20, 60, 100, 300, 혹은 600 msec 였다. 두 개의 형태가 동일한 위치에 제시된 조건에서는 (그림 2 에서 "고정") 자극간 간격이 길어짐에 따라 정확성이 감소하였다. 이 결과는 피험자들이 빠르게 붕괴되는 감각 저장고를 활용한 다는 것을 암시한다. 두 번째 형태의 위치가 변동된 조건에서는 형판 맞추기에 감각 저장고를 이용할 수 없었고, 따라서 자극간 간격이 변해도 정확성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감각 저장고의 활용으로 정확성이 향상된 조건들은 자극간 간격이 300 msec 이하였음을 주목하라. 이는 감각 저장고가 약 1/4 초밖에 유지되지 않는다는 암시이다. 자극간 간격이 20 msec 이하이고 두 형태가 동일한 위치에 제시되었을 때 (그래프 상 최좌측의 자료점들) 는 형태가 복잡한 조건에서조차 정확성이 거의 완벽하였다.

그림 2 자극간 간격과 위치 변동의 함수로 나타낸 8 × 8 행렬판 과제의 정반응률.

두 번째 형태의 위치가 변동되었을 때는 감각 상 (sensory image) 보다는 첫 번째 형태가 묘사에 의존해야만 한다. 이 묘사가 시각 상의 모양을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형태가 실제로 제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감각 상과는 달리, 이 시각 상은 기억으로부터 인출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묘사는 감각 상보다는 덜 정확할 수밖에 없다. 또한 두 개의 형태에 관한 묘사를 비교하는 데는 형판을 맞추어보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반응 속도는 정확성과 높은 상관을 갖게 된다. 따라서 그림 2 의 세로축을 "정반응률" 에서 "반응속도" 로 바꾸면, 반응시간 (reaction-time) 에 관한 결과와 정확성에 관한 결과가 흡사한 모양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실제로, "고정" 조건에서의 반응시간은 매우 빨랐으나 자극간 간격이 길어짐에 따라 반응시간도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변동" 조건에서는 반응시간이 길었으며, 자극간 간격의 변화에 의한 영향도 나타나지 않았다. 정확성과 반응시간에 관한 이런 결과는 두 형태가 동일한 위치에 제시되고 또 자극간 간격이 300 msec 이하인 조건에서는 신속한 형판 맞추기에 감각 저장고가 활용될 수도 있다고 시사한다.

세부특징 이론

형판 이론으로 Phillips 의 결과를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은 첫 번째 형태의 감각 상 (sensory image) 에다 두 번째 형태를 맞추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감각상은, 제시된 형태가 감각 저장고에서 붕괴될 때까지 실제로 제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일종의 잔상 (afterimage)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험실 밖에서 감각 저장고가 중요한 역학을 수행하는지는 의문이다. 설혹 그렇다고 하더라도, 감각 저장고의 정보는 곧 소멸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형태 맞추기에서 우리는 감각 저장고에 의존할 수 없고, 형태의 묘사를 비교해야 한다. 세부특징 이론 (feature theory) 에서는 형태의 부분 부분을 나열함으로써 그 형태를 묘사한다. 예컨대, 우리는 친구를 머리는 길고 노랑색이며, 코는 낮고, 눈썹은 짙다라고 묘사할 수도 있다.

세부특징 이론을 이용하면 지각 학습을 간편하게 기술할 수 있다. 이 이론에 관한 가장 훌륭한 논의 중 하나는 (Gibson 의 Perceptual Learning and Development (1969) 에서 발견된다. Gibson 이 제안한 이론에 의하면, 지각 학습은 하나의 형태를 다른 형태와 구분시켜 주는 세부특징을 발견함으로써 이루어 진다. 어린아이들이 특정 물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그 물체와 다른 물체들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예컨대, E 와 F 를 본 어린아이는 이 둘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차리지 못할 지도 모른다. 이 둘이 다르다는 것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F 에는 없는 맨 아래 수평선분이 E 에는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맨 아래 수평선분이 E 와 F 를 구분시켜 주는 독특한 세부특징 (distinctive feature) 인 것이다. 다시 말해, 이것 때문에 우리는 이 두 형태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독특한 특징을 부각시키는 학습절차를 이용하면 지각 학습이 촉진될 수 있다. 독특한 특징을 강조하는 한 가지 효과적인 방법은 관심 대상 형태의 색상을 처음부터 다른 형태의 색상과 다르게 하고, 차츰 원래의 색상으로 되돌리는 방법이다. Egeland (1975) 는 유치원 아동들에게 혼동되기 쉬운 낱자, 예컨대 R  - P, Y - V, G - C, Q - O, M - N, 그리고 K - X 쌍을 이 방법을 이용하여 가르쳤다. 이들 각 쌍 중 한 낱자를 카드의 상단에 그리고 그 아래에 여섯 개의 낱자를 제시하였는데, 이들 여섯 개는 비교 낱자들이었다. 아동들에게는 이들 여섯 개의 낱자 중 표본 낱자와 일치하는 것을 고르도록 하였다.

한 집단의 아동들은 훈련을 거쳤다. 이 훈련에서는 예컨대, R - P 쌍 변별 학습에서 R 의 독특한 특징인 대각선분을 빨간색으로 부각시켜 제시하고, 학습이 진행되면서 이 대각선의 색을 차츰 검은색으로 변화시켜 R 의 나머지 부분과 같도록 하였다. 다른 한 집단의 아동들은 검은색으로만 인쇄된 낱자를 가지고 학습하였다. 이 아동들은 자기들이 선택한 것 중 어느 것이 정확한 것인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그러나 각 낱자의 독특한 특징이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이들 두 집단은 모두 2 회에 걸쳐 검사를 받았는데, 첫 검사는 학습훈련이 끝나자마자, 두 번째 검사는 일주일 후에 실시되었다. 검사에서는 독특한 특징이 부각되지 않았는데도, "독특한 특징" 집단이 두 검사 모두에서 훨씬 적은 오류를 범하였다. 학습훈련 동안에도 이들이 범한 오류의 수가 적었다.

독특한 특징을 강조함으로써 생기는 이득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렇게 하면 아동들이 독특한 특징을 학습하게 되어, 나중 그 특징이 부각되지 않을 때도 낱자 변별에 이 특징을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학습 기간 동안 많은 오류를 범하지 않고도 특징을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읽기 (낱자 변별) 학습의 초기 단계에서 많은 아동들이 겪는 좌절과 실패는 후에 전개되는 교실 학습 자체에 흥미를 읽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독특한 특징이 유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예는 얼굴 재인에 관한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풍자화 (caricature) 제작에 각 얼굴의 독특한 특징을 보다 과장해 볼 수 있다 (Brennan, 1985). 이 프로그램은 얼굴 사진을 선화 (line drawing) 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데, 그 얼굴을 정확하게 그리기도 하고 두드러진 특징을 과장하여 그리기도 한다. 예컨대, 누군가가 귀는 큰데 코가 작다면, 풍자화에는 이 사람의 귀는 더 크게 코는 더 작게 그려진다. 학생들에게 자기들이 아는 사람의 선화를 제시하였는데, 정확한 선화보다는 풍자화된 선화가 제시되었을 때, 그 사람의 정체를 더 빨리 파악하였다 (Rhodes, Brennan, & Carey, 1987). 다시 말해, 독특한 특징을 보다 두드러지게 했을 때 재인 (인식) 이 촉진되었다.

세부특징 이론의 평가. 세부특징 이론의 증거 중 일부는 시각 피질 속 개별 세포들의 활동전위에 관한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동물의 시각 피질 세포에 미세전극 (microelectrode) 을 삽입한 Hubel & Wiesel (1962, 1963) 은 이 세포들이 특정 자극물, 예컨대 시야의 특정 위치에서 특정 넓이와 특정 방위를 취한 선분에만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어떤 세포의 반응은 이 선분의 길이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였다.  Hubel & Wiesel 은 이 같은 연구로 1981 년에는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대개는 형태 인식 이론가들은 이 세부특징 개념을 이용한다. 하지만 세부특징이 도대체 어떤 것들인지를 정확히 밝히기는 매우 어렵다. Gibson (1969) 은 영어 알파벳 대문자의 세부특징 선별 준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1. 세부특징은 대문자 집합의 어떤 구성요소에는 나타나지만 다른 구성요소에는 나타나지 않아 서로 대조를 이룰 수 있는 결정적인 것이어야 한다.

2. 세부특징의 정체는 문자의 밝기, 크기, 그리고 그 문자를 보는 시각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아야 한다.

3. 세부특징은 각 문자 (낱자) 에 특유한 형태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

4. 제안되는 세부특징의 개수는 적당히 적어야 한다.

Gibson 은 이들 준거, 경험적 자료, 그리고 직관을 이용하여 대문자용 세부특징 한 세트를 만들었다. 그림 3 에 제시된 이 세부특징들은 주로 직선 선분, 곡선 선분들로 구성되지만 또한 형태의 전체적 특징인 대칭성 및 닫힘성 (closure) 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하라.

세부특징들의 집합을 평가할 때는 대개 그것들이 지각적 혼동 (perceptual confusions) 을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를 검토한다. 왜냐하면, 혼동하기 쉬운 항목들은 많은 세부특징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림 3 에서 낱자 P 와 R 의 세부특징 상 차이는 R 에 대각 선분이 하나 더 있다는 점뿐이다. 따라서 이 둘을 혼동하기가 매우 쉬워야 한다. 이에 반해 낱자 R 과 O 의 세부특징을 보면 다른 것이 다섯 가지나 되기 때문에 이 둘은 쉽게 혼동되지 않아야 한다.

그림 3 대문자 낱자들이 가지고 있는 세부특징들의 가능한 집합.

지각적 혼동을 유발하기 위한 실험 절차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림 3 에 있는 세부특징 집합은 4 세 아동들이 범하는 혼동 오류에 대한 조사를 통해 검증되었다 (Gibson, Osser, Schiff, & Smith, 1963). 이 아동들은 지각적 맞추기 과제에서 오류를 범하였기 때문에, 어떤 쌍의 낱자들이 쉽게 혼동되는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이 방법이 가지는 한 가지 문제는 4 세밖에 되지 않은 아동들이 오류를 거의 범하지 않고, 혼동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 낱자들도 많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 절차는 낱자 두 개씩을 작은 화면 위에 투사하고, 이 두 낱자가 "같은" 지 "다른" 지를 가능한 대로 재빨리 결정하여, 두 개의 단추 중 하나를 눌러서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Gibson, Schapiro, & Yonas, 1968). 피험자는 대학생과 7 세 아동들이었다. 모든 "다른" 쌍과 이와 동일한 개수 ("다른" 이란 반응에 편중될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 의 "같은" 쌍을 이용하면 너무 많은 판단 (반응) 을 해야 한다. 때문에, 9 개의 낱자고 구성된 두 세트만을 이용하였다. 이 실험의 전체는 두 개의 흡사한 낱자를 다르다고 판단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판이한 낱자를 다르다고 판단하는 데 필요한 시간보다 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이 전체를 지지하였다. 성인들의 경우, G 와 W 가 다르다고 판단하는 데는 458 msec 걸린데 반해, P 와 R 이 다르다는 판단에는 571 msec 가 걸렸다.

반응 시간은 위계적 군집분석법 (hierachical cluster analysis 〔S. Johnson, 1967〕) 을  통해 분석되었다. 이 분석법은 낱자들을 지각적 유사성에 따라 점차 세밀한 범주로 나누어간다. 따라서 나중에는, 각 범주 속의 낱자들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특정 범주 속의 낱자들로 구성된 어떤 쌍이든, 그 쌍을 이루는 두개의 낱자를 변별하는 데는 더 긴 시간이 걸리게 된다. 아동들의 반응시간을 분석한 결과, 낱자 C, G, P, R 이 한 범주를 그리고  E, F, M, N, W 가 다른 범주를 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림 4). 각 범주 속에 낱자들을 살펴봄으로써, 지각된 유사성 결정에 중요한 세부특징이 어떤 것인지를 추론할 수 있다. 곡선 선분을 가진 낱자들은 모두 같은 범주에 귀속되었으며 직선 선분을 가진 낱자들은 모두 이와는 다른 범주에 귀속되었다. 이러한 집단화는 두 개의 낱자가 모두 곡선 선분을 가졌거나 혹은 두 개 모두가 직선 선분을 가졌을 경우 이 둘이 서로 다르다는 결정을 내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 다음으로 군집 곡선은 곡선을 가진 낱자들을 혼동 가능한 두 개의 쌍, 즉 CG 쌍과 PR 쌍으로 분할하였는데, 이 두 쌍은 수직 선분의 유무로 구분된다. 다른 가지는 다시 EF 와 MNW 로 나뉘었는데, 이들은 수평 선분을 가지느냐 아니면 대각 선분을 가지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마지막으로 MN 쌍이 혼동 가능한 쌍으로 설정되었다. 성인의 반응 시간을 분석한 결과도 이와 흡사한 결과를 나타냈다. 이들 두 집단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직선/곡선 대비가 지각된 유사성이 주요 결정요인임을 알 수 있다. 특정 방위 (수직 혹은 대각) 를 취한 선분의 유무 또한 반응 시간에 영향을 미쳤다.

그림 4 철자들의 지각성의 유사성을 예시해 주고 있는 위계적 군집분포.

지각된 유사성을 측정하는데 세 번째 방법은 순간노출기를 통해 잠시 제시된 낱자들의 정체를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Townsend, 1971). 이런 조건하에서는 물리적으로 유사한 낱자들을 변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오류를 검토하여 지각된 유사성을 측정할 수가 있다. Holbrook (1975) 은 두 개의 세부특징 모형이 Townsend 가 발견한 오류의 형태를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이 두 모형을 비교하였다. 하나는 그림 3 에 제시된 Gibson 의 모형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Gibson 의 모형을 수정 제안한 Geyer & De Wald (1973) 의 모형이었다. 수정된 모형의 주된 변화는 특정 세부특징의 유무를 단순히 나열하기보다는 각 낱자에 있는 세부특징의 수 (예컨대, H 에 있는 수직선분은 2 개) 명시하였다는 점이다. 이들 두 모형을 비교한 결과, 성인 집단 (Townsend, 1971) 과 4 세 아동 집단 (Gibson, et al., 1963) 에서 야기된 혼동 오류를 예측하는 데 Geyer & De Wald 의 모형이 보다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 세부특징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각각에 최적의 가중치를 이들 두 모형 모두 혼동 오류를 더 잘 설명할 수 있었다. 특히, 직선/곡선 구분은 중요하기 때문에, 이 특징은 다른 특징보다 더 강조되어야만 한다.

세부특징 모형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것은 예측력이 가장 높은 모형조차도 Townsend 의 자료를 예측할 때 형판 모형보다 못하다는 점이다. 이 형판 모형은 각 낱자 쌍이 물리적으로 겹치는 정도를 측정하였다. 예측된 오류와 수집된 오류간의 상관계수를 보면 형판 모형의 경우 .70 인데 반해, Geyer & De Wald 의 모형은 세부특징에 가중치를 부여했을 때조차 .50 에 불과하였다. 여기서 형판 모형의 상관계수가 더 높다는 것은 형판 이론이 사람들의 형태 인식 과정에 관한 훌륭한 이론이 아니라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 가지 가능성으로 이들 실험에 이용된 모든 낱자는 대문자였고 각 낱자가 변형된 적이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이유는 형판에서는 세부특징들간의 관계가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낱자 E 와 F 는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왜냐하면 F 를 구성하는 수직 선분 하나와 두 개의 수평 선분이 연결된 방식과 같기 때문이다. 사실, 두 낱자간의 유사성은 공유하는 세부특징뿐 아니라 이 세부특징들이 결합된 방식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그러므로, 세부특징 이론의 예측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부특징들간의 관계를 보다 명백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다음에 소개되는 구조주의 이론의 주요 목적이다.

구조주의 이론

형태가 가지고 있는 세부특징들간의 관계의 중요성이 바로 형태주의 심리학을 이끌어 가는 원리이다. 형태주의 심리학자들에게 있어 형태는 그 부분의 합 이상의 것이다. 형태를 구성하는 세부특징들간의 관계는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공식화되었다. 이 연구자들은 형태의 선분들이 다른 선분들과 어떻게 결합되는지에 따라 그 형태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림 5 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한 데, 형판 이론으로는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앞서 지적한 바 있다. 세부특징 이론으로도 이 현상을 설명하기가 곤란하다. 왜냐하면, 네 개의 변을 세부특징으로 확인할 수는 있지만, 동일한 세부특징들이 어떻게 상이한 해석을 야기할 수 있는지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림 5 가오리로도 보이고 돛으로도 보이는 모호한 형태.

그렇지만, 구조주의 이론 (structural theory) 들은 세부특징들간의 관계를 중시한다. Clowes (1969) 는 형태를 적절하게 묘사하기 위해서는 구조주의 이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예시하기 위해 그림 5 를 이용한다. 이 형태가 가오리로 지각되기 위해서는 인접한 선분끼리 집단화되어야 한다. 즉, 선분 a 와 d 가 집단화되어 머리를 형성하고 선분 b 와 c 가 집단화되어 꼬리가 형성된다. 이에 반해 이 형태가 돛으로 지각되기 위해서는 반대편의 선분끼리 집단화되어야 한다. 즉, 선분 a 와 c 가 집단화되어 돛의 위와 아래가 되고 선분 b 와 d 가 집단화되어 돛의 양 옆이 된다.

구조주의 이론은 세부특징 이론을 그 바탕으로 한다. 세부특징들간의 관계를 명시할 수 있기 전에 먼저 세부특징이 명시되어야 한다. 구조주의 이론은 이 명시된 세부특징들이 어떻게 서로 짜 맞추어지는지를 명시하려 한다. 예컨대, 낱자 H 는 두 개의 수직선분과 한 개의 수평선분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우리는 수직선분 두 개와 수평선분 하나로 여러 가지 상이한 형태를 만들어낼 수가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이 두 선분들이 어떻게 결합되어야 하는지를 정밀하게 명시하는 일이다. 예컨대, 낱자 H 는 수직선분 두 개가 그 중간지점에서 하나의 수평선분에 의해 연결된 것이다.

세부특징들간의 관계를 창출하면 두 형태를 변별하기가 훨씬 용이해진다. 이것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 예시할 수 있다. 그림 6 의 위아래에 제시된 낱자 쌍에서 서로 다른 점은 아래의 낱자 쌍에 점이 첨가되었다는 것이다. 두 개의 점은 각 낱자로 보아 동일한 물리적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들 점이 창출해낸 각 낱자들과의 관계는 상이하다. 낱자 P 의 경우 점이 곡선 안쪽에 위치한면, 점이 있는 낱자를 구별하기가 정상 낱자를 구별하기보다 훨씬 용이할 것이다.

그림 6 정상 낱자 (상) 와 점이 붙은 낱자 (하).

그림 7 동일한 구성요소일지라도 그들이 조합된 방식에 따라 상이한 물체가 생성된다.

Lockhead & Crist (1980) 는 유치원 아동들에게 카드 한 벌을 두 패로 나누어 보라고 함으로써 이 예측을 검증하였다. 아동들은 정상 낱자 두 개가 인쇄된 카드 한 벌과 점이 붙은 낱자 두 개로 구성된 카드 한 벌을 분류하였다 (그림 6 참조). 물론 이들 카드는 무작위로 섞여 있었다. 아이들은 정상 낱자 카드보다 점이 붙은 낱자 카드를 훨씬 빨리 분류하였다. 이는 점을 추가한 것이 b 와 p 간의 구분을 용이하게 했다는 증거이다. 오류도 점이 붙은 낱자 조건에서 더 적게 범하였다. 이들 결과는 한 쌍의 형태에 동일한 세부특징이 첨가되어서 세부특징들간에 상이한 관계가 형성되면, 이들 두 형태를 구분하기가 쉬워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지금까지 고려한 세부특징은 문자와 같은 2 차원의 형태가 갖는 세부 특징이었다. 하지만 3 차원의 물체도 원기둥, 네모토막, 쐐기 및 원추와 같은 부피 (volume) 를 가지는 단순한 구성요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함으로써 수많은 상이한 물체를 생성해 낼 수가 있다. 예컨대, 그림 7 의 커피잔과 물통은 동일한 요소로 구성되었지만 이들 요소들이 조합된 관계가 서로 다르다.

그림 8 윤곽선의 65 % 가 지워진 그림. 왼쪽은 윤곽선의 중간부분이 지워진 그림이고 오른쪽은 윤곽선의 꼭지점이 지워진 그림이다.

많지 않은 구성요소들이 수많은 방식으로 조합될 수 있다는 사실은 비교적 소수의 구성요소만으로도 다양한 물체가 묘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함의를 갖는다. 사실, Biederman (1985) 은 대략 35 개의 이러한 구성요소만으로도 이 세상의모든 물체를 충분히 묘사할 소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이런 구성요소를 지온 [geons] 이라 하였다). 만약 Biederman 이 옳다면, 형태 인식 단계는 수많은 구성요소를 변별하는 일보다는 이들 한정된 구성요소들간의 관계를 묘사하는 일로 구성될 것이다.

Biederman 의 주장에 따르면, 세부특징들간의 관계가 삭제되면 사람들의 형태 인식 능력이 감소하는 결과가 야기된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Biederman 은 물체를 그린 선화에서 윤곽선의 65 % 를 지워버렸다 (그림 8 참조). 그림 8 의 왼쪽 컵은 윤곽선의 중간 부분을 지움으로써 관찰자가 나머지 조각들간의 관계를 알아볼 수 있도록 남겨놓은 것이다. 오른쪽의 컵은 윤곽선의 꼭지점들을 지워 버렸기 때문에 나머지 조각들이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알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여러 가지 물체의 그림을 이런 식으로 조작하여 피험자들에게 100 msec 동안만 제시하였다. 윤곽선의 중간 부분을 지운 조건에서는 피험자들이 물체의 이름을 70 % 정도밖에 물체의 이름을 정확하게 대지 못하였다 (Biederman, 1985). 예견했던 대로, 관계 정보가 파괴되면 물체 인식이 특히 어려워졌다.

이들 결과는 세부특징들간의 관계가 중요하다고는 말하지만, 세부특징들이 어떻게 조화되어 보다 큰 구성요소 (지온) 를 형성하는지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한 후속 연구 (Biederman & Cooper, 1991) 에서 역시 윤곽선을 지우는 방법을 동원하여 이 가정을 직접 검증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한 쌍의 상보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윤곽선의 50 % 을 지웠다. 다시 말해, 그림 9 에 타나난 두 쌍의 이미지에서처럼, 한 짝의 이미지에서 지워진 윤곽선을 다른 짝에서는 살려두고, 앞 짝에서 지워지지 않은 윤곽선을 뒤 짝에서는 지워버리는 방식을 취하였다. 이들 두 짝의 상보적 이미지를 겹치면 완전한 형태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주목하기 바란다.

그림 9 동일하거나 (1a 와 1b), 상이한 (2a 와 2b) 지안을 보여주는 상보적 이미지의 예.

그림 9 의 위와 아래에 제시된 이미지 쌍이 서로 다른 점은 위의 쌍에서는 각 이미지에 지온들이 쪼개져 제시되었는데 반해 아래의 쌍에서는 각개의 지온들이 각 이미지에 그래도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피아노 덮개의 윤곽선과 꼭지점들이 위의 이미지에서는 쪼개어져 제시되었는데, 아래의 오른쪽 이미지에는 그대로 보존되었다. Biederman 과 Cooper (1991) 는 이들 두 쌍의 상보적 이미지 중 한 짝만 보고 그 물체의 이름을 정확하게 댄 후에, 다른 짝을 제시하고는 그 물체의 이름을 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하였다. 그들의 이론에 의하면, 그림 9 의 "l a" 를 보고 그것의 정체를 확인한 후에 "1 a" 가 제시되면 "1 b" 의 이름을 대는 것이 용이해져야 한다. 왜냐하면, "1 a" 와 "1 b"  에서는 모두 동일한 지온이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 a" 를 정확하게 인식한다고 해도 "2 b"  의 이름을 대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인데, 왜냐하면 "2 a" 와 "2 b" 는 서로 다른 지온을 활성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반응 시간에서도 정확도에서도 이 예측이 지지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보적 이미지에 상이한 지온이 들어있을 때보다 동일한 지온이 들어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빨랐고 정확성도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세부특징들이 조합되어 보다 큰 단위 (지온) 를 형성하는 데도 관계가 중요하며 또 지온들이 조합되어 보다 복잡한 물체를 형성하는 데도 관계가 중요하다는 이론을 지지한다.

결론적으로, 구조주의 이론은 세부특징 이론을 확장한 이론으로 세부특징들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명시한다. Sutherland (1968) 는 우리의 형태 인식 능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구조주의 이론에 포함된 것 같은 보다 강력한 묘사 언어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한 최초의 사람들 중 하나였다. 이 절에서 논의된 실험들은 Sutherland 가 옳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형태 인식이 시간과정에 따라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정보처리의 단계

부분 보고법

사람들이 형태 인식 과제를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 장에서 논의된 정보처리의 각 단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밝혀야 한다. Sperling (1960) 은 시각적 인식 과제 수행에 관한 정보처리 모형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이다. Sperling 과제의 피험자는 순간노출기를 통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대개 50 msec) 제시된 낱자들을 보고 기억할 수 있는 모든 낱자를 보고해야 했다. 제시된 낱자가 5 개 이하이면 반응이 아주 정확했다. 그러나 제시된 낱자의 수가 이보다 많으면, 제시된 낱자의 수에 관계없이 피험자들이 정확하게 보고할 수 있는 낱자의 개수는 평균 4.5 개밖에 되지 않았다.

정보처리 모형을 만들 때 마주치게 되는 일반적인 문제는 이러한 수행한계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Sperling 은 잠시 제시되는 동안에 인식해낼 수 있는 낱자들의 개수를 측정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상한계가 4.5 개라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이 수행한계의 원인이 인식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기억 능력의 부족이라고 생각하였다. 다시 말해, 피험자들이 제시된 낱자를 거의 모두 인식했을지라도, 그중 약간을 잊어 버리기 때문에 본 것을 모두 다 보고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Sperling 은 알아본 모든 낱자를 보고해야 하는 전체 보고법 (whole-report procedure) 에서 일부만을 보고하도록 한 부분 보고법 (partial-report procedure) 으로 실험절차를 바꾸었다.

전형적인 절차에서는 자극을 3 줄로 제시하였는데, 각 줄에는 4 개의 낱자가 나열되어 있었다. 피험자들은 이들 12 개 낱자를 모두 기억해낼 수는 없을 지도 모르나 4 개 정도는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다. 부분 보고법에서는 피험자들이 한줄에 있는 낱자들만을 보고하면 되었다. 어느 줄을 보고할 것인지는 소리의 높낮이로 신호하였다. 소리가 고음이면 윗 줄을, 중간 음이면 가운데 줄을, 그리고 저음이면 아래 줄을 보고하였다. 소리는 제시된 자극이 사라진 후에 들려주었다. 따라서 이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줄만을 눈여겨봐서는 안되고 세 줄 모두를 살펴야만 했다 (그림 10 참고).

그림 10 Sperling (1960) 의 감각 기억에 관한 연구. 피험자가 응시점 ("+") 에 눈을 고정시키고 있을 때, 낱자들을 시각 잔상이 남을 만큼 짧은 시간 동안만 제시하고, 고, 중, 저음을 들려주어 세 줄의 낱자 중 어느 줄의 낱자들을 보고할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부분 보고법 활용의 전제는 지적된 그 줄에서 정확하게 기억해낼 수 있는 낱자의 수는 각 줄에서 지각된 낱자 수의 평균과 같다는 것이다. 이 전제는 피험자들이 어느 줄의 낱자를 눈여겨봐야 할 것인지를 미리 알지 못했기 때문 성립된다. 이 실험으로 피험자들은 한 줄의 낱자 4 개중 3 개를 정확하게 보고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피험자들이 제시된 12 개 중 9 개를 인식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Sperling 의 모형

과학자들의 업적은 원래 그 사람이 연구하고자 한 것이 아닌 다른 것으로 명성을 얻기도 한다. Sperling 은 그의 과제가 기억 부담을 줄이고 "순수하게" 지각 능력만을 측정하기 위해 부분 보고법을 고안하였다. 그런데도 그의 이 연구는 시각 감각 저장고의 중요성을 밝혀낸 것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피험자들이 지각한 낱자가 9 개였다고 했는데, 이 추정치는 50 msec 동안만 제시된 낱자들이 사라지자마자 신호음을 들려주었을 때 보고할 수 있었는데, 이 경우 피험자들은 제시된 낱자들의 3/4을 정확하게 보고할 수 있었는데, 12 개의 3/4 은 9 개이기 때문이다. 자극이 사라진 직후가 아니라 1 초 후에 신호음을 제시하면, 수행 수준은 4.5 개로 떨어졌다. 다시 말해, 신호음 제시를 0 초에서 1 초까지로 지연시킴에 따라 수행 수준도 9 개에서 4.5 개로 점차 감소 하였다 (그림 11 참고).

수치 4.5 에 관심이 쏠리기 이유는 이 수치가 전체 보고법을 통해 밝혀진 수행의 상한계와 같기 때문이다 (그림 11 참조). 신호음 제시가 1 초 이상 지연되면 부분 보고법에서의 수행 수준이 전체 보고법에서의 수행 수준과 같아진다. 이와 같은 점차적인 수행 감소를 설명하기 위해 Sperling 은 이 과제 수행에 시각 감각 저장고가 이용된다고 제안하였다. 신호음이 들리면 피험자들은 감각 저장고 속에서 보고해야 할 줄에만 주의를 기울여 그 줄에 있는 낱자들을 확인하여 한다. 따라서 그 줄의 낱자를 성공적으로 보고할 수 있고/없고는 신호음이 제시된 그 순간에 감각 저장고의 정보가 얼마나 선명한가에 달려있다. 자극기 사라지자마자 신호음이 제시되면 감각 저장고의 정보가 선명하기 때문에 보고해야 하는 줄의 낱자보다 더 많은 낱자를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명도는 줄어들고 그에 따라 보고해야 하는 줄의 낱자보다 더 많은 낱자를 인식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신호음 제시가 1 초 이상 지연되면, 피험자들은 감각 저장고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수행은 제시된 전체 낱자들 중에서 인식된 낱자의 수, 그리고 이렇게 인식된 낱자들 중 몇 개가 보고해야 하는 줄의 낱자이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므로 이 때의 수행 수준은 제시된 모든 낱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전체 보고법에서의 수행 수준과 같아진다.

그림 11 신호음이 지연된 시간에 따른 재생량.

Sperling 은 그의 시각 보고 과제에서의 수행을 기초로 1963 년에 정보처리 모형을 제시하였다. 이 모형에는 시각 정보 저장고, 주사 (scan ning), 암송 (rehearsal), 그리고 청각 정보 저장고가 포함되어 있다.

시각 정보 저장고 (visual information) 는 정보를 몇 분의 1 초에서 1 초까지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보관하는 감각 저장고이다. 붕괴 속도는 자극의 강도, 대비, 제시 기간 등의 요인에 따라 그리고 그 후에 또 다른 자극이 제시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표적 자극이 제시된 후 아주 밝은 화면이나 표적 자극과는 다른 형태의 자극이 연이어 제시되어 표적 자극에 대한 시각 정보 저장고의 효율성이 감소되면, 시각적 차폐 (visual masking) 현상이 일어났다고 한다.

형태가 인식되기 위해서는 감각 저장고의정보를 주사 (scan) 하여야 한다. 처음에는 Sperling 도 한 번에 한 항목 (item) 씩 주사된다고 생각하였다 (마치 우리가 구명이 뚫린 카드를 움직여 그 구명을 통해 문자를 하나씩 읽어나가는 것처럼).

이 모형을 구성하는 다른 두 요소는 암송 (rehearsal -  혼자 속으로 외는 것) 과 청각 정보 저장고 (auditory information store - 낱자의 이름에 관한 기억) 였다. 피험자들은 항목을 재생할 때까지 기억하기 위해 그 항목을 암송한다고 말하곤 하였다. 암송이 일어난다는 또 다른 증거는 재생 오류가 종종 청각적 혼동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오류로 잘못 재생된 낱자를 보면 그 소리가 표적 낱자의 소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 게 된다. 청각 저장고는 낱자의 이름을 표적 낱자의 소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 게 된다. 청각 저장고는 낱자의 이름을 속으로 말해봄으로써 그 기억을 생생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Sperling 의 청각 저장고는 단기 기억의 일부인데. 이에 관해서는 나중에 다루게 될 것이다.

Sperling 은 그가 내 놓은 첫 모형을 1967 년에 수정하였다. 이 때는 벌써 형태가 한 번에 하나씩 주사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분석되는 것 같다는 증거가 누적되고 있었다. 여러 개의 인지적 조작이 한 번에 하나씩 (직렬식 처리: serial processing) 수행되는지 아니면 동시에 (병렬식 처리 : parallel processing) 수행되는지를 구분하는 것은 인지 심리학의 근본적 과제이다. 따라서 Sperling 은 주사에 관한 자신의 처음 생각을 수정하여 형태 인식이 전체 제시물에 대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물론 주어진 위치에서의 인식률은 피험자가 어디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모형이 1 장에서 언급한 바로 그 모형으로, 다양한 단계 (감각 저장고, 형태 인식, 그리고 단기기억) 가 조합되어 시각 과제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을 밝히려 한 초기의 모형들 중 하나였다. 이 모형은 그림 1.1 제 제시된 일반 모형 구축에 공헌한 바 크며, 또 우리가 시각적으로 제시된 낱자를 어떻게 인식하게 되는지에 관한 보다 세밀한 모형의 발달을 유도하기도 하였다 (Rumelhart, 1970).

Rumelhart 의 모형

Rumelhart 는 1970 년에 Sperling 에 의해 연구된 전체 보고법 및 부분 보고법 그리고 그외의 다양한 정보처리 과제에서의 수행에 관한 상세한 수학적 모형을 제안하였다. Rumelhart 의 모형은 특정 형태의 세부특징을 확인함으로써 그 형태에 관한 인식이 일어난다고 가정한다. 세부특징에 대한 인식은 제시된 자극 전체에 걸쳐 동시에 전개되지만, 세부특징을 인식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피험자가 가진 시간이 많을수록 더 많은 세부특징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이 순간노출기를 들여다보고 있는 동안 실험자가 낱자 F, R, Z 를 아주 짧은 시간만 제시하였다고 상상해 보라. 제시된 시간이 짧으면 여러분이 볼 수 있는 것은 F 의 수직선분, R 의 곡선분, 그리고 Z 의 대각선분뿐일 지도 모른다. 이때 여러분에게 본 것이 무엇인지를 추측해보라고 강요하면 아마 여러분은 이들 정보를 이용하여 반응할 것이다. 여러분은 R 을 R, P, 혹은 B 라고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들은 모두 위쪽에 곡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제시 시간을 조금 더 길 게 하면 여러분은 더 많은 세부특징을 볼 수 있을 것이고, 추측하기도 쉬워지거나 혹은 낱자 자체를 인식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제시된 낱자들의 정체 파악은 낱자들이 제시되는 기간뿐 아니라 세부특징들을 얼마나 빨리 인식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도 그 성패사 결정된다. Rumelhart 의 모형에서는 세부특징 인식률이 제시된 자극물의 개수 및 정보의 명맥성에 의해 달라진다. 제시 기간이 끝나면 시각 정보 저장고가 붕괴됨에 따라 정보의 명백성이 감소한다. 제시된 항목의 개수가 세부특징 인식률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한정된 양의 주의를 모두 항목에 분산시켜야 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목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각 항목에 할당되는 주의의 양은 적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특정 항목에 대한 인식은 늦어지게 된다.

세부특정 인식률이 제시된 항복의 개수와 정보의 선명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Rumelhart 의 가정은 Sperling 과제에서의 수행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Sperling 의 전체 보고법에서 사람들이 보고할 수 있는 낱자의 개수는 평균 4.5 개 인데, Rumelhart 의 모형은 우리가 그 이상을 보고할 수 없는 이유를 기억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지각의 한계 때문이라고 본다. 낱자의 개수가 12 개까지 증가되는 데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들 모두를 동시에 인식하려고 한다. 그런데, 제시된 낱자가 많아짐에 따라 각 낱자를 인식하는 속도는 느려진다. 따라서 인식될 수 있는 낱자의 수는 증가하지만, 각 낱자를 인식할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실제로 인식되는 낱자의 개수는 증가하지 않는다.

Rumelhart 의 모형은 부분 보고법에서는 피험자들이 제시된 모든 낱자를 신호음을 듣기 전에 인식하려 노력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다 신호음을 듣는 순간 시각 정보 저장고에 저장된 정보 중 요구받은 줄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그 줄에서 추가의 낱자를 인식해내려 한다고 가정한다. 여기서는 인식 속도가 빨라지는데, 그 이유는 피험자가 12 개가 아닌 4 개의 낱자에만 주의를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각 정보 저장고가 붕괴됨에 따라 가용한 시간도 줄어들고 또 선명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그 정보를 이용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요구받은 줄에의 주의집중이 성공하고 못하고는, 그림 11 이 보여주는 것처럼, 신호음의 지연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Rumelhart 는 이러한 가정들을 기초로 Sperling 의 과제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과제에서의 수행 수준을 양적으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제시된 것 전체를 바라보다가 그 중 어느 줄의 낱자를 보고해야 하는지를 알 게 되면 그 줄만을 바라본다는 가정 및 그밖의 많은 가정들이 최근의 연구에서 확인되었다 (Gegenfurther & Sperling, 1993). 그러나 관찰자들은 신호음을 듣기 전에는 주로 중간 줄에 주의를 기울이며, 따라서 중간 줄의 낱자를 보다 정확하게 보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Sperling 이 처음에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제시된 낱자들 중 몇 개나 지각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부분 보고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여러분도 이제는 추측하였으리라 믿는다. 관찰자들은 처음부터 중간 줄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제시된 모든 낱자를 지각하여야 한다. 그러다가 신호음을 듣고는 주의를 어느 줄로 이동시킬 것인지를 결정하고, 그 줄에 있는 낱자들만 인식하였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나은 방법으로 탐지 절차 (detection paradigm) 이라는 것을 들 수 있는데, 이 절차는 Estes & Taylor (1966) 가 고안한 것이다. 이 절차에서는 피험자들에게 여러 개의 낱자를 제시하고 제시된 낱자들에 포함된 낱자가 둘 중 어느 것인지를 보고하도록 한다. 예컨대, 피험자들에게 B 나 F 가 제시될 것이라는 것을 미리 말해준 다음, 여러 낱자를 제시하고는 앞서 말한 두 낱자 중 어느 것이 포함되었는지를 보고하도록 한다.낱자 하나만 보고하면 되기 때문에, 기억의 부담은 거의 없다. 피험자들이 정확하게 맞춘 시행의 백분율을 계산할 때 추측의 정도를 감안함으로써 Estes & Taylor 는 각 시행에서 지각된 낱자의 평균 개수를 추정할 수 있었다. Rumelhart (1970) 도 자신의 일반 모형 - 1960 연대의 연구된 시각 정보처리 과제의 수행을 놀라울 정도로 잘 설명한 모형 - 의 한 부분으로 이 탐지 절차를 분석하였다.

단어 재인

단어 우월 효과

형태 인식에 관한 많은 연구는 1970 연대에 와서 고립적인 낱자 인식에 관한 연구로부터 탈피하여 단어 속의 낱자 인식에 관한 연구로 변동되었다. 이러한 변동은 단어 우월 효과 (word superiority effect) 라는 현상이 발견됨으로써 자극되었다. Reicher (1969) 는 Michigan 대학교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Sperling 의 1967 년 모형의 한 구성요소인 주사 (scan) 가 갖는 함의를 검토하였다. 피험자들이 제시된 낱자 모두를 동시에 인식하여 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낱자 네 개로 구성된 단위 하나를 인식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낱자 하나를 인식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같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실험에서 Reciher 는 피험자들에게 낱자 한 개, 네 낱자 단어 (4 개의 낱자로 만들어진 단어), 혹은 네 낱자 비단어를 제시하였다. 피험자의 과제는 이들 중 낱자 한 개만의 정체를 파악하여, 선택지로 계시된 두 개의 낱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자극물 제시 기간이 끝나자마자 시각 차폐물을 자극물 위에 겹쳐지게 제시하였다. 차폐물의 바로 위쪽에는 두 개의낱자가 제시되었다. 이 두 낱자는 자극 낱자들 중에서 피험자가 보고 해야 하는 표적 낱자의 바로 위쪽에 위치하였다. 예를 들어 단어 WORK, 낱자 K, 그리고 비단어 WORK 가 자극물이고, 선택지로 제시된 두 개의 낱자는 D 와 K 였다 하자. 이 두 낱자는 피험자가 보고해야 할 표적 낱자 K 의 바로 위쪽에 제시되었다 (그림 12 참조). 피험자들의 과제는 표적 낱자가 D 인지 K 인지를 지적하는 것이었다.

이 예에서 우리는 Reicher 의 실험설계가 갖는 여러 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네 낱자 단어를 구성하는 낱자는 네 낱자 비단어를 구성하는 낱자와 동일하다. 둘째, 표적 낱자의 위치는 단어와 비단어에서 동일하다. 셋째, 선택지로 제시된 두 낱자는 어느 것을 선택하여도 자극이 단어인 조건에서는 단어가 되며 (WORD 또는 WORK) 자극이 비단어인 조건에서는 비단어가 된다. 넷째, 제시된 자극 낱자가 네 개인 조건에서도 피험자는 한 개의 낱자만 보고하면 되니까 기억의 부담이 최소화되었다.

실험 결과, 피험자들은 표적 낱자가 비단어 속에 혹은 홀로 제시되었을 때보다 단어 속에 제시되었을 때 표적 낱자를 더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단어 우월 효과 (the word superiority effect). 피험자 9 명 중 8 명이 표적 낱자 홀로 제시된 조건에서보다 단어 속에 제시된 조건에서 보다 나은 수행을 보였다. 8 명의 피험자들과는 반대 결과를 보인 피험자  한 명은 단어를 구성하는 낱자들이 자기에게는 네 개의 독립된 낱자들로 보였는데, 자기는 이들을 조합하여 단어를 만들었다고 말한 유일한 피험자였다. 나머지 피험자들은 자극물이 단어를 구성하는 네 개의 낱자들로 보이지 않고 하나의 단어로만 보였다고 말했다.

그림 12 Reicher (1969) 의 실험에서 조작된 세 가지 실험조건의 예. 검사자극이 제시된 다음에 차폐자극과 선택지가 제시되었다. 실험과제는 이 두 개의 선택지 중 어느 것이 검사자극의 그 위치에 제시된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단어 우월 효과의 모형

단어 재인에 관심을 가진 심리학자들이 마주친 커다란 문제 중 하나가 단어 우월 효과를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것이었다 (Pollatsek & Ray ner, 1989). 이에 관해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한 모형으로 McClelland & Rumelthart (1981) 가 제안한 상호 활성화 모형 (interactive activat ion model) 을 들 수 있다. 이 모형은 몇 개의 기본 전제를 가지고 있는데, 인식에 관한 Rumelthart (1970) 의 초기 모형에 포함된 전제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첫 번째 전제는 시지각 (visual perception) 의 병렬식 처리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처리가 병렬식으로 전개된다는 말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하나는 공간적 병렬식 처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네 - 낱자 단어를 구성하는 낱자 네 개가 모두 동시에 처리된다는 뜻이다. 이 전제는 Sperling 의 병렬식 주사라는 개념과 일치하며, 또한 Rumelthart 의 모형에서 보다 낱자 인식 방식과도 일치한다.

시각적 처리가 병렬식이란 말의 또 하나의 의미는 재인이 추상성 차원의 세가지 수준에서 동시에 전개된다는 것이다. 그림 13 은 이들 세 가지 수준 - 세부 특징 수준, 낱자, 단어 수준 - 을 보여준다. 상호 활성화 모형의 핵심 전제는 우리가 무엇을 지각할 것인지는 이들 세 수준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단어에 관한 우리의 지식이 눈으로 입력되는 세부특징 정보와 상호작용하여 그 단어가 어떤 낱자들로 구성되었는지에 관한 증거를 제공하다. 이런 상호작용이 그림 13 에는 화살표로 나타나 있다. 화살표를 보면 낱자 수준은 세부특징 수준에서도 정보를 받고 단어 수준에서도 정보를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수준들간의 연결은 두 가지 방식으로 되어 있다. 하나는 흥분성으로 그림 13 에 화살표로 표시되어있고, 다른 하나는 억제성으로 앵두표로 표시되어 있다. 흥분성 연결 (excitatory connections) 은 낱자나 단어의 정체에 관한 긍정적 증거를 제공하고, 억제성 연결 (inhibitory connections) 은 부정적 증거를 제공하다. 예컨대, 대각선분은 낱자가 k (그리고 대각선분을 가진 모든 낱자) 라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 증거인 반면, 낱자가 D (그리고 대각선분을 갖지 않은 모든 낱자) 라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 증거이다. 흥분성 연결과 억제성 연결은 낱자수준과 단어 수준에도 나타난다. 어떤 단어의 첫 낱자가 W 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W 로 시작되는 모든 단어는 활성화가 증가되는 반면, 다른 모든 단어의 활성화는 감소한다.

그림 13 상호 활성화 모형의 세 수준. 화살표는 흥분성 연결이고 앵두표는 억제성 연결을 나타낸다.

이 상호 활성화 모형은 앞서 논의한 바 있는 Rumelthart (1970) 의 낱자 인식 이론의 전제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제시된 자극물 속의 각 세부특징이 탐지될 확률은 자극물의 시각적 질 (質) 데 따라 달라진다. 탐지된 세부특징은 그 세부특징을 가진 낱자의 활성화 수준을 증가시키지만 그 세부특징을 갖지 않은 낱자들의 활성화 수준을 감소시킨다. 각 낱자의 최종 활성화 수준은 이러한 흥분성 영향과 억제성 영향이 조합되어 결정된다. 예컨대, 수직선분과 대각선분이 탐지되면, 이 두 세부특징을 모두 가진 k 와 R 같은 낱자의 활성화 수준은 매우 높아진다.

그림 14 그림 12 의 단어 조건에서 자극 노출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달라지는 단어와 낱자수준의 활성화 수준.

그림 14 는 단어 WORK 에 K 가 나타났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전제들이 활용되는 방식을 예시한다.아래 그래프는 네 번째 위치에 있는 낱자의 활성화 수준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에 보여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찰자는 낱자 K 의 세부특징을 더 많이 확인하게 되며, 이에 따라 낱자 K 에 대한 긍정적 증거가 꾸준히 증가함을 알 수 있다. 낱자 D 의 활성화 수준은 증가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낱자 D 가 갖지 않은  세부특징들이 탐지됨에 따라 이 세부특징들이 낱자 D 에 억제성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낱자 R 이 갖는 세부특징 중 두 개는 낱자 K 의 세부특징들과 같기 때문에 R 의 활성화 수준도 처음에는 증가한다. 그러나 네 번째 위치의 낱자가 R 이 되면 제시된 자극은 단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지기 때문에, 단어 수준으로부터 억제성 피드백을 받게 된다. 관찰자가 더 많은 세부특징을 확인함에 따라 단어 WORK 의 활성화 수준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하라 (그림 14 참조).

물론 모든 심리학자들이 상호 활성화 모형이 옳다고 믿는 것은 아니다. 특히, Massaro & Cohen (1991) 은 상호 활성화 모형의 예측과 자신들의 모형의 예측을 엄격하게 비교하였다. 이들의 모형은 단어 정보나 낱자 정보가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조합된다고 본다. 그림 13 에 예시된 상호 활성화 모형과는 달리, 이들의 모형에는 단어 수준에서 낱자 수준으로의 피드백 연결이 없다. 그러므로 단어에 관한 정보는 낱자의 활성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Massaro & Cohen  의 자료는 단어 수준과 낱자 수준의 정보가 독립적으로 통합된다는 전제가 낱자 수준의 정보가 단어 수준의 정보와 상호작용한다는 전제보다 더 정확한 예측을 생성한다고 시사한다.

지금까지 상호 활성화 모형을 논의하는 데 상당한 공간을 할당하였다. 여러분은 어떤 심리학자들은 이 모형을 옳지 않다고 보는데, 과연 그만한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라는 의구심을 모르겠다. 두 가지로 대답하겠다. 일반적인 대답으로 심리학 이론으로서 도전을 받지 않은 이론은 (있다고 하더라도) 거의 없다는 점을 들겠다. 심리학자들은 보다 나은 이론을 세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다. 이 과정에서 어느 이론이 더 나은가에 관해 심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예삿일이다. 보다 구체적인 대답으로는 이 상호 활성화 모형이 심리학적 이론 정립에 엄청남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들고 싶다. 무엇보다도 이 모형은 인지에 관한 신경망 (neural metworks) 모형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을 되살렸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단기기억에의 정보 저장 (Burges & Hitch, 1992), 문제해결에서의 유추 문제의 선별 (Holyoak & Thagard, 1989) 그리고 글 이해 (Kintsch, 1988) 와 같은 많은 인지 과제를 위해서도 신경망 모형이 개발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형태 인식에 관한 신경망 모형이 가장 많다. 그러면 이제 이 접근법의 일반적 전제에 관해 고려해보기로 하자.

신경망 모형

McClelland & Rumelthart  에게는 상호 활성화 모형이 인지에 관한 자신들의 신경망 모형을 개발하는 첫 단계였다. 이들은 신경망 모형을 병렬 분산 처리  (parallel distributed processing : PDP) 모형이라고도 하는데, 그 이유는 정보가 병결적으로 평가되고 또 신경망 전체에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경망 모형 (neural network model) 은 여러 개의 구성요소로 형성된다 (Rumelhart, Himton, & McClelland, 1986). 이들 중 몇 개는 상호 활성화 모형에서 이미 논의된 것들이다. 신경망 모형은 다음과 같은 구성요소를 가진다.

1. 매듭 혹은 결점 (node) 이라고 하는 처리 단위 한 세트. 상호 활성화 모형에서 각 매듭은 하나의 세부특징, 낱자, 혹은 단어를 표상한다. 각 매듭의 활성화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

2. 매듭들간의 연결 (connections) 형태. 매듭들간의 연결은 흥분성과 억제성 연결로 이루어 지며, 이 연결의 강도는 서로 다르다.

3. 매듭의 활성활를 관장하는 규칙. 활성화 규칙 (activation rules) 은 각 매듭이 흥분성 및 억제성 활성화와 그 매듭의 그 당시 활성화 상태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를 명시한다.

4. 활성화 (activation) 상태. 매듭의 활성화 정도는 다양할 수 있다. 특정 매듭의 활성화 정도가 의식 (conscious awareness) 에 필요한 역치를 넘으면 우리는 그 매듭을 의식하게 된다. 예컨대, 단어 WORK 속의 낱자 K 가 세부특징 수준과 단어 수준 모두에서 강력한 흥분성 영향을 받으면 우리는 낱자 K 를 인식하게 된다.

5. 매듭의 출력 함수 (output functions). 출력 함수는 활성화 수준과 출력간의 관계를 말한다. 예컨대, 어떤 매듭이 의식되기 위해 필요한 역치는 얼마인지를 명시한다.

6. 학습 법칙 (learning rule). 학습은 매듭들간의 흥분성 및 억제성 연결의 강도가 변하는 과정이다. 학습 법칙은 이런 변화가 어떻게 야기될 것 인지를 명시한다.

마지막 구성요소인 학습 법칙이 신경망 모형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 중 하나다. 왜냐하면, 이 학습 법칙 덕분에 신경망은 스스로의 수행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경망 모형은 독특한 세부특징들 - 변별에 가장 도움이 많이 되는 세부특징들 - 의 중요성 (무게) 을 증가시킴으로써 낱자들을 더 잘 변별하게끔 학습을 할 수가 있다.

신경망 접근법은 수많은 연구를 생산하였으며, 산업체로 하여금 매년 수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만들었다 (Schneider & Graham, 1992). 이 접근법에 대한 흥분이 Box 2.1 에 예시되어 있다. 이런 흥분을 유발한 요인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 해볼 수 있다. 첫째, 신경망 모형이 다른 계열적 모형보다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더 정확하게 묘사한다고 믿는 심리학자들이 많다. 둘째, 매듭을 연결하는 고리가 갖는 흥분성과 억제성의 무게를 조절함으로써 연결망이 학습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인간의 학습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셋째, 이 모형은 여러 종류의 계산을 허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은 많은 제약 (constraints) (예컨대, 세부특징과 단어 수준 모두로부터의 증거) 이 동시에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형을 정말 이론이라 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도 있다. 이 모형은 정말 이론이라 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Schneider & Graham, 1992). 예컨대, NET-TALK (Sejnowski & Rosenberg, 1987) 이라는 체제는 40,000 시행의 학습 후에야 대략 2 세 아동 수준의 단어를 생성한다. NET-TALK 의 학습은 18,000 개가 넘는 연결의 무게를 조절함으로써 이루어진다. McCloskey (1991) 는 신경망 모형이 훌륭한 이론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 신경망을 시뮬레이션하는 수준보다는 더 추상적인 수준에서 그 전체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론가들은 연결망의 어느 측면이 자기 이론에 핵심 적이며 어느 측면이 부수적인 것인지를 명백히 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신경망을 훈련시키고 연결의 무게를 조절하는 특정 학습절차가 자기 이론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McCloskey (1991) 의 비판에 대해 Seidenberg (1993) 는 신경망 모형은 두 수준에서 이론적인 공헌을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 수준의 공헌으로는 지식의 습득에 관한 일반적인 원리 (예컨대, 지식이 어떻게 분산되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무게 변화에 의해 학습이 일어나는지) 를  제안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원리를 여러 상이한 장면에 적용되기 때문에 설명력도 가진다. 예컨대, Seidenberg 는 동일한 원리를 이용하여 단어의 발음을 학습하는 신경망 모형을 만들기도 하였고 동사의 과거형을 학습하는 신경망 모형을 만들기도 하였다. 구체적인 수준의 공헌으로는 신경망 모형은 특정 장면에만 적용되는 아주 구체적이면서도 여타 모형과는 다른 이론적 전제도 수용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렇게 수용된 전제의 한 예로 단어의 활성화가 낱자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상호 활성화 모형의 전제를 들 수 있다. 이 전제는 Massaro & Cohen (1991) 의 전제와는 다르다는 점을 기억할 것이다. 신경망 모형이 검증 가능한 일반적인 전제와 구체적인 전제를 모두 수용한다는 사실은 이 모형의 이론적 유용성을 결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요약

형태 인식은 인간이 아주 잘 하는 기능이다. 형판 이론, 세부특징 이론 그리고 구조주의 이론은 각각 인간의 형태 인식을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들이다. 형판이론은 사람들이 형태를 비교할 때 두 형태가 겹치는 정도를 측정한다고 한다. 이 형판 이론은 형태 인식의 여러 측면을 설명하는 데 많은 문제점을 갖는다. 하지만, 정보가 형태 인식 단계에서 분석되기 전에 얼마 동안 그 정보를 감각 저장고에 표상하는 데는 유용한 방식이기도 하다. 가장 보편적인 형태 인식 이론들은 형태가 세부특징들로 분석된다고 본다. 세부특징 이론들을 검증할 때는 대개 이 이론들이 지각 혼동을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는지를 따진다. 구조주의 이론들은 특정 형태의 세부특징들이 어떻게 조합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진술한다. 이 이론들은 형태를 보다 완전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그 세부특징들이 교차하는 형태를 묘사하는 데 특히 유용하다.

순간 노출기를 통해 자극 낱자들을 아주 짧은 순간만 노출하면 그 중 몇 개정도가 지각될까? 라는 질문에 대한 Sperling  의 관심 덕분에 시각 과제를 설명하기 위한 정보처리 모형들이 개발되었다. Sperling 은 정보가 시각 정보 저장고에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보관되며, 여기서 모든 낱자들이 동시에 분석된다고 제안하였다. 그러나 낱자 하나가 인식되면 그 이름을 암송할 수 있으며, 청각 저장고 (STM) 에 보관할 수 있다고 본다. Rumelhart 의 모형에 의하면 우리는 특정 형태의 세부특징들을 확인함으로써 그 형태를 인식한다고 한다. 세부특징 확인 속도는 시각 정보 저장고에 있는 항목의 선명도 그리고 제시된 낱자의 개수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이 모형은 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관찰자가 보고를 해야 할 줄에만 주의를 집중시킨다는 가정을 기초로 Sperling 의 부분 보고법에서의 수행을 설명한다. 보고를 해야 할 줄의 낱자를 추가로 인식할 수 있는 확률은 시각 정보 저장고의 선명성에 따라 달라진다.

단어 속의 낱자 재인은 지각 정보 및 맥락의 영향을 받는다. 특정 낱자가 비단어 속이나 홀로 제시되었을 때보다 단어 속에 제시되었을 때 더 쉽게 재인될 수 있는 현상을 단어 우월 효과라 한다. 단어 우월 효과에 관한 모형으로 그 영향력이 매우 큰 것은 McClelland & Rumelhart 가 제안한 상호 활성화 모형이다. 이 모형의 주요 전제는 단어에 관한 지식과 새로 투입되는 세부특징 정보가 상호작용함으로써 단어 속 낱자들의 정체에 관한 증거가 누적된다는 것이다. 이 접근법은 병렬 분산 처리라는 일반적인 명칭 아래 계속 채택되고 있으며, 신경망 모형에 의해 크게 고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