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기억
인지 심리학 - 신경회로망적 접근 : Colin Martindale 저, 신현정 역, 교육과학사, 1994 (원서 : Cognitive Psychology : A Neural-Network Approach, Cole Publishing Co, 1991), Page 177~ 217.
의식은 감각분석기, 지각분석기, 그리고 개념분석기의 현재 활성화되어 있는 단위들의 집합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많은 마디들은 -감각과 지각에 대응되는- 자극에 의해서 활성화된다. 다른 마디들은 다른 이유로 활성화된다 : 어떤 마디는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최근의 자극에 의해 활성화되었을 수 있으며, 또 다른 마디는 현재 활성화되어 있거나 최근에 활성화되었던 다른 마디와의 연계에 의해서 활성화되었을 수 있다. 우리는 감각과 지각이 아닌 의식의 부분에 대한 이름이 필요하다. William James (1890) 는 이것을 "일차기억" (primary memory) 이라고 불렀다. 최선의 이름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일차기억이란 의식에서 감각과 지각을 제외한 내용으로 정의될 수 있다. 지각의 경우에 우리는 어떻게 그리고 왜 마디들이 활성화되는지를 알고자 한다. 일차기억의 경우에는 마디들이 활성화된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자 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활성화가 유지될 수 있는가? 무엇이 이들의 활성화를 제거하는가? 얼마나 많은 마디가 동시에 활성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가? 부호화한 자극이 사라진 후에도 활성화 상태가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차기억의 두 가지 유형 중의 하나가 감각기억 (sensory memory) 이다. 자극이 제시된 후에는 正的 殘存效果 와 유사한 감각기억이 지속된다. 이 기억의 지속기간은 매우 짧다 ; 대부분의 추정치들은 감각기억의 지속기간을 1초 이내로 제한한다. 감각기억은 前主意的 이며 自動的 이다 ; 감각기억을 유지하는 데는 아무런 노력이 요구되지 않는다. 정보의 상실은 소멸이나 아니면 후속 자극에 의한 차폐에 의해서 초래된다. 각각의 감각분석기는 각기 다른 감각기억을 가지고 있다.
일차기억의 두번째 성분이 단기기억 (short-term memory) 이다. 단기기억은 감각분석기나 개념분석기에 있는 마디들의 활성화가 지속되는 것이다. 각 지각분석기는 자신의 단기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처음에 어느 분석기가 그 정보를 처리 했든지간에 단기기억에 유지시키기 위하여 그 정보를 말분석기 (speech analyzer) 로 전이시킨다. 단기기억은 대략 20초가략 지속되지만, 단기기억의 정보는 되뇌기함으로써 보다 오랜 기간동안 유지될 수 있다.
단기기억의 대표적인 예가 방금 찾아본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전화번호는 망각하기 쉽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기 위해서 여러분은 되뇌기 (rehearsal) 할 수가 있다 ; 소리를 내든 아니면 속으로 하든, 전화번호를 계속해서 자신에게 반복하는 것이다. 전화번호는 되뇌기에 앞서서 시각형태에서 음운형태로 재부호화된다 ; 여러분은 전화번호부에서 인쇄된 전화번호를 들여다보는 반면, 외현적이든 내면적이든지간에 번호를 말의 형태로 되뇌기한다. 단기기억의 용량은 아주 제한되어 있다. 만일 전화번호가 매우 낯설은 것이라면, 지역번호와 일곱자리의 숫자를 동시에 기억하고 있을 수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단기기억의 몇몇 항목들은 장기기억으로 전이된다. 새로운 전화번호를 처음으로 사용할 때는 매번 그 번호를 찾아보아야 한다. 그러나 몇차례 사용한 후에는 전화번호부에서가 아니라 장기기억에서 번호를 인출해낼 수 있게 된다.
시감각기억은 영상기억 (iconic memory) 이라고 부른다. 순간적으로 제시되었던 시각자극이 사라지면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동안 그 자극을 계속해서 볼 수 있다. Sperling (1960) 의 실험은 영상기억을 보여준다. Sperling 은 <그림 4-9> (A) 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문자의 배열을 순간노출기를 통해서 50ms 동안 제시하였다. 이렇게 순간적인 노출을 하는 경우에는 아무리 많은 문자를 제시한다 하더라도 전체보고법 (whole report method)을 통해서는 단지 4개나 5개 정도의 문자만을 회상할 수 있을 뿐이다. 전체보고법이란 피험자에게 가능한 한 많은 문자들을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방법이다. 피험자는 자기들이 확실하게 보았던 모든 문자들을 보고하였다 ; 실제로 이들은 4개 내지 5개를 보고하는 동안 나머지 문자들을 망각하였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Spertling (1960)은 부분보고절차 (partial report procedure) 를 고안하였다. 사전에 결정된 신호에 따라서 피험자가 문자배열의 어느 줄을 회상하여야 할것인지를 알려주었다 (물론 피험자는 문자배열이 제시되기 전에는 어느 신호가 뒤따를지 알지 못한다). 고음은 맨 윗줄을, 중음은 중간 줄을, 그리고 저음은 맨 아랫줄을 나타냈다. 시각배열의 제시가 끝남과 동시에 소리가 들리면 피험자는 거의 100% 완벽하게 어느 줄이든 회상할 수가 있었다. 자극 제시가 끝난 직후에는 모든 9개의 문자가 피험자에게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전체보고법을 사용할 때는 왜 4개 내지 5개의 문자만을 보고할 수 있는 것인가? sperling 은 지속기간이 매우 짧은 영상 (icon) 또는 감각기억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전체보고법을 사용할 때는 4개 내지 5개의 문자를 읽을 시점에 이미 영상이 사라져버린 반면, 부분보고절차는 영상이 사라지기 전에 어느 줄이든 모두 읽어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다. 이 경우에 자극배열의 제시가 끝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 후에 소리단서를 제시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실제로 시간간격이 300ms 가 될 때까지는 도움이 되었다. 짧은 시간간격 (대략 100ms 까지) 에서는 피험자가 소리와 시각배열을 동시적으로 경험한다! 피험자는 이미 사라진 자극에 대한 記億像 이 아니라 실제의 자극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영상기억은 대략 100ms 정도 지속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영상기억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것은 Selfridge 의 "시각상 도깨비"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일 수 있다 : 즉, 感覺 "像" 을 유지하여 세부특징을 추출해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순간적인 자극은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영상기억이 이것을 연장시켜주는 것이다. 자극이 오랫동안 지속된다고 해서 오래 지속되는 영상이 유발되는 것은 아니다 (Haber, 1983). 세부특징을 추출할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영상이 필요없는 것이다. 영상기억이 여러분의 시각을 방해할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즉, 눈을 움직이는 경우에 바로 직전의 응시가 다음 장면을 희미한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눈의 초점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데는 250ms 가 소요되며, 영상은 100 - 200ms 정도에 소멸되기 때문에 초점을 이동할 때 시각상을 방해할만큼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청각시스템에도 감각기억이 있으며, 이것을 반향기억 (echoic memory) 이라고 부른다 (Neisser, 1967). 여러분도 이 현상을 깨닫고 있을 수는 있지만, 결코 이 현상에 대해 생각해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는 것과 같이 정말로 흥미진진한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정말 그렇기를 바란다), 한 친구가 갑자기 별뜻없는 이야기를 하였다고 해보자. 반사적으로 여러분은 "뭐라고?" 하며 응답할 것이다. 친구가 무슨 말인가를 하였다는 것은 알지만 그 말의 내용을 듣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여러분이 "뭐라고?"라고 말하는 순간, 그 내용을 명확하게 듣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여러분이 들은 것이 바로 반향기억이다.
반향기억의 지속기간을 측정하기 위하여 많은 방법들이 사용되어 왔다. 우리는 그중 하나에 초점을 맞추겠다. 세개의 스피커를 설치하고 각 스피커들을 통해서 세개의 숫자씩 모두 9개의 숫자를 동시에 들려준다고 가정하자. 만일 전체보고법을 사용한다면, 피험자는 4개 내지 5개를 정확하게 보고 할 수가 있다. 피험자들은 일반적으로 9개의 숫자를 모두 들었으며 그것이 어느 숫자이었는지를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문제는 처음 몇개를 보고하는 동안 나머지 숫자들이 망각된다는 데 있다. 피험자들의 주장이 참인지 아니면 허풍을 떠는 것인지를 검증하기 위하여 부분보고 절차를 사용하였다. 숫자들이 제시된 후에 특정한 스피커 위에 불이 들어오게 되면, 피험자의 과제는 바로 그 스피커에서 들렸던 세개의 숫자를 보고하는 것이다. Crowder 와 Morton (1969) 이 바로 이러한 절차를 사용하였다. 만일 숫자가 제시된 직후 불빛이 들어오면, 기억은 거의 완벽하였다. 결정적 물음은 불빛의 제시가 얼마만큼 지연되어도 숫자의 회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Crowder 와 Morton 은 숫자 제시후 불빛이 2초간 지연되는 경우에도 회상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 사실은 반향기억이 대략 2초동안 지속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불빛의 제시가 4초동안이나 지연되어도 숫자를 회상하는 데 어느정도 도움이 된다. 반향기억의 지속기간을 추정하려는 다른 방법들은 다양한 결과를 내놓는다 ; 모든 방법들이 반향기억은 영상기억에 비해서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는 하지만, 많은 방법들은 그 기간이 그렇게 긴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반향기억의 기능은 무엇인가? 한가지 중요한 기능은 말지각과 관계된다. 여러분은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한 단어의 발음에서 첫부분의 지각은 그 단어의 뒷부분에 해당하는 소리에 의해서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Juszyck, 1986). 반향기억은 이러한 영향을 조정할 수 있게 해준다. 만일 반향기억이 수초동안 지속된다면 먼저 들었던 소리를 방해하지는 않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반향기억은 앞서 들었던 소리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하는 것이다.
자극첨가효과 (stimulus suffix effect) 는 Dallett (1965) 에 의해서 처음으로 관찰되었다. 실험자가 특정 항목들의 목록(단어, 알파벳 문자, 또는 숫자)을 읽어주면, 피험자는 그 목록을 반복해야 한다. 보통 사람이면 대략 7개 정도의 무관련 항목들을 반복해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목록이 끝났다는 신호는 실험자가 읽기를 중단하는 것이 된다. 자극첨가효과를 유발하려면 목록의 끝부분에 과외적인 항목을 첨가하여야 한다. 그 항목은 회상할 필요가 없는 항목이다 ; 피험자에게 과외적 항목은 단지 목록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신호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군더더기로 첨가된 항목은 목록을 기억하는 데 방해를 준다. 첨가자극은 기억할 필요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자동적으로 기억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특히 목록의 맨 마지막에 있는 항목의 기억을 방해한다. 이것은 놀랄만한 효과다. 왜냐하면 첨가자극이 없을 때는 마지막 항목의 기억이 거의 완벽하기 때문이다.
첨가자극이 기억을 방해하는 정도는 목록에 있는 항목들과의 의미적 유사성과는 관계가 없으며, 단지 물리적 유사성하고만 관계가 있다 (Crowder, 1978). 목록을 읽은 음성과 첨가자극을 읽은 음성이 다를 때는 효과가 적다. 또한 동일한 음성으로 두 가지를 모두 읽는 경우에도 목록과 첨가자극이 들리는 방향이 다르게 되면 효과는 적다. 의미적 유사성이 아니라 감각적 유사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자극첨가효과가 반향기억에서의 간섭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Crowder (1978) 는 반향기억의 외측억제 이론을 제안하였다. 그는 첨가자극을 부호화하는 마디가 목록의 마지막 항목을 부호화하는 마디를 외측으로 억제한다고 보았다. 반향기억은 청각자극의 물리적 특성에 관한 정보를 부호화하는 단위들의 활성화로 구성된다. <그림 1>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청감각분석기에는 입력의 도착시간과 "채널" (예컨대, 공간적위치)에 따라서 배열된 마디들이있다. 동일한 채널을 통해서 들어오고 시간적으로 근접한 자극들은 상호간에 억제를 가한다.
<그림 1> 자극첨가효과에 대한 Crowder (1978)의 외측억제이론
항목들의 목록을 들을 때는 많은 단위들이 활성화된다. 이들은 상호간에 외측억제를 가한다. 마지막 항목 (첨가자극)은 뒤따르는 다른 항목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잇점을 갖는다. 첨가자극은 단지 한 항목 (바로 직전의 항목)에 의해서만 억제된다. 첨가자극을 부호화하는 마디는 강력하게 활성화되어 목록의 마지막 항목을 부호화하는 마디를 차폐할 수 있다. 따라서 첨가자극을 두개 사용하는 것이 단지 하나만 사용하는 것보다 방해를 덜 받게 된다. 첫번째 첨가자극은 두번째 첨가자극에 의해서 억제되고, 따라서 목록의 마지막 항목을 덜 억제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목록의 마지막 항목을 부호화하는 마디는 탈억제되는 것이다. 이러한 예언이 <그림 2> 에 제시되어 있다.
Crowder (1978) 는 이 가설을 검증하여 강력한 지지 결과를 얻었다 ; 즉, 첨가자극이 두개일 때가 하나일 때보다 방해하는 정도가 작다.
<그림 2> 두개의 첨가자극이 하나의 첨가자극보다 외측억제를 덜 가하게 되는 이유.
정보처리적 접근을 시도하는 심리학자들은 단기기억을 대략 7개의 슬롯을 가지고 있는 마음 속의 "장소"로 기술하는 경향이 있다. 이 장소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음운적인 것이다. 슬롯은 말소리나 단어를 저장한다. 단기기억에서 무엇인가를 찾으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탐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주장의 일반적인 함의는 탐색이 처리집행자 (executive processor) 에 의해서 수행된다는 것이다. 초기의 정보처리 모형들은 일반적으로 마음 속에 장기기억이라고 하는 또 다른 특징적인 장소를 상정하였으며, 장기기억에는 수많은 슬롯들이 있다. 장기기억이 사용하는 언어는 의미적 또는 개념적인 것이며, 단기기억의 정보는 되뇌기에 의해서 장기기억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모형에는 몇 가지 단점들이 있다. 만일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에 앞서 나타나는 것이라면, 단기기억에 들어 있는 것은 어떤 것이든지 그 의미를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장기기억 속에 들어 있는 정보를 들여다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처리집행자의 개념도 골칫거리다. 이것은 마치 두뇌 속에 또 다른 작은 사람이 살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정보처리이론가들이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용어가 사람들로 하여금 때때로 바로 그런 것들을 의미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무튼 처리집행자가 단기기억을 탐색한다고 말하는 것은 상황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어버린다. 왜냐하면 처리집행자가 어떻게 이러한 탐색을 수행하는 것인지를 설명하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단기기억을 우리가 앞에서 기술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전화번호를 들여다보는 예를 회상해보라; 지각체는 시각적인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단기기억 속에 언어적인 형태로 저장한다. 만일 사람들이 그 이상의 정보를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단기기억이 하나의 장소이며 부호는 언어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연구결과들을 보면, 각각의 지각분석기들이 자체적인 단기기억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각상과 단어를 동시에 기억해내는 것은 아무런 간섭을 일으키지 않는다 (Peterson, Rawlings, & Cohen, 1977). 또한 사람들은 시각적으로 제시된 문자와 청각적으로 제시된 문자들을 동시에 기억해낼 수도 있다 (Kroll, Parks, Parkinson, Bieber, & Johnson, 1970). 각각의 지각분석기에 대응되는 많은 독자적인 단기기억 저장소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장기기억이 바로 전체 신경회로망이다. 장기기억은 마디들 사이의 연계강도로 저장된다. 단기기억은 별도의 장소라기보다는 이 마디들의 일부분이 활성화된 것에 해당한다. 만일 마디들이 오랫동안 활성화상태를 유지한다면, 마디들 사이의 연계강도가 변하기 시작한다. 이 변화가 바로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의 전이이다. 전이의 속도는 되뇌기에 의해서 촉진된다. 우리는 되뇌기를 마디들 사이의 正的 또는 공명적 피이드백 고리를 형성하여, 마디들의 활성화상태를 유지시키고 연계강도를 변화시키는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단기기억에는 진정한 의미의 슬롯같은 것은 없다 ; 단기기억이 단지 7개의 항목만을 보유할 수 있는 것은 회로망 내의 어떤 모듈이든지 사용가능한 활성화의 정도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덟번째 마디를 활성화 시키려면 다른 마디의 활성화를 빼앗아와야 한다. 이 마디를 활성화시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활성화를 뺴앗아가게 되면, 이미 활성화되었던 마디들 중에서 적어도 하나는 활성화의 양이 적게 남게 되어서 그 마디가 부호화하는 거싱 무엇인지를 더이상 의식할 수 없게 된다.
만일 단기기억이 7개의 슬롯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슬롯은 탐색될 수 없다. 더구나 잃어버리지도 않은 것을 탐색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단기기억은 분석기에서 현재 상당한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는 마디들의 집합이다. 마디가 상당히 활성화되면, 그것을 의식하게 되고 따라서 탐색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탐색을 수행할 대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경험하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여러분'과 '나'라는 주체는 바로 신경회로망이다. 여러분이 회로망을 탐색한다고 말하는 것은 회로망이 자기 자신을 탐색한다는 말과 똑같은 것이다. 그 과정은 가정컨대, 自動的 이며 竝行的 이다. 이러한 견해가 실제로는 정보처리적 견해와 상치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대상들을 상이하지만 보다 유용한 방식으로 기술하는 것뿐이다. 정보처리이론가들이 단기기억을 문자 그대로 마음 속의 작은 사람에 의해서 탐색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탐색'이라는 용어를 은유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떤 실미적 실체가 특정한 장소를 구체적으로 탐색하는 것과 혼동되기가 십상이다.
오늘날 단기기억이라고 불리는 현상에 대해서 처음에 제기되었던 물음 중에 하나가 그 용량에 관한 것이다 ; 얼마나 많은 항목들을 보유할 수 있는가? 19세기에 W.Hamilton (1859) 은 즉시적 파악폭 (span of immediate apprehension) 이라는 -한 순간에 포착할 수 있는 대상의 수- 개념을 소개하였다. Hamilton 이 제안한 것은 보게될 대상의 수가 대략 6개 이상을 넘지 않는 한에 있어서 사람들은 한눈에 볼 수 있는 사물의 수가 몇개나 될지 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Jevons (1871) 는 자신을 피험자로 사용하여서 Hamilton 의 주장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Jevons 는 그가 미리 위치를 표시해놓은 접시에다 콩을 던지고 나서, 한 순간에 그 영역을 쳐다보고는 표시된 위치에 있는 콩의 수가 몇개인지를 신속하게 판단해 보았다. 콩이 3개나 4개일 때에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그 이상의 갯수가 되면 콩의 수가 많을수록 판단은 점점 부정확해졌다. Erdmann 과 Dodge (1898) 는 순간노출기를 사용하여 주시하는 시간을 보다 엄밀하게 통제하였다. 이들은 자극이 100ms 동안 제시될 때 알파벳 문자 중에서 단지 4개 내지 5개만을 보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찾아내었다. 이러한 초기의 연구들은 전체보고법을 사용한 것이었으며, 감각기억의 용량이라기 보다는 단기기억의 용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Sperling (1960)의 연구에서 전체보고법을 사용하면 사람들이 4개 내지 5개의 항목을 보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찾아내었다.
위에서 제시한 연구들은 독립적이고 의미없는 자극들을 사용하였던 반면, 만일 의미있는 자극을 사용한다면 사람들은 조금 더 잘 해낼 수 있다. Miller (1956) 는 그의 중요한 개관에서 즉시적 파악폭은 7±2 항목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기본 단위는 그가 말하는 소위 "청크" (chunk) 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7개의 무관한 문자들을 기억할 수 있다고 하자. 그렇지만 사람들은 세문자로 구성된 무관한 단어들도 7개를 기억할 수 있다. 그런데 이 7개의 단어는 21개의 문자들을 가지고 있다. 왜 기억하여야 할 대상이 변하면 단위가 바뀌게 되는가? Miller 는 단기기억의 단위가 개별 항목이 아니라 의미있는 청크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단기기억은 7개의 청크를 보유할 수 있으며, 그 청크는 문자일 수도, 단어일 수도, 이나면 문장일 수도 있다. 많은 연구들은 청크가 단기기억의 기본 성분이라는 주장을 지지한다 (Zechmeister & Nyberg, 1982). 이 견해는 단기기억이 인지단위들의 잠정적인 활성화라는 생각과 일치한다. 우리는 Miller 의 가설을 다음과 같은 주장으로 바꾸어볼 수 있다 : 지각분석기의 어느 수준에서든 대략 7개의 인지단위가 동시에 활성화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문자수준에서 이야기하고 있다면, 7개의 각기 다른 문자를 의미하는 것이며, 단어수준에서라면 7개의 각기 다른 단어를 의미하는 것이된다.
후속연구는 숫자 '7' 이 Miller 가 생각하였던 것처럼 마법의 수가 아님을 시사한다. 왜냐하면 단기기억의 용량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처리의 수준이 깊을수록 (보다 의미적일수록) 용량은 작아진다. 단기기억은 깊은 수준의 단위들보다는 얕은 수준의 단위들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다. Simon (1974) 은 자신을 피험자로 사용하여서 한음절 또는 두음절의 단어는 7개, 세음절의 단어는 6개, 두단어로 구성된 의미를 갖는 구절은 4개, 그리고 보다 긴 의미있는 구절 (예컨대, "all's fair in love and war") 은 3개를 단기기억에서 회상해 낼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Simmon 은 노벨상 수상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추정치는 다소 과장된 것일 수 있다. 일반인이라면 이렇게까지 잘 하지 못할 것이다.
Samuel Johnson 은 "교수대에서 목이 밧줄에 걸리는 것을 예상하는 것보다 더 사람의 마음을 한곳으로 응집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고 진술하였다 (Boswell, 1791). 심리학의 연구는 Johnson 의 추측과 일치한다. Easterbrook (1959) 는 우연학습에 대한 수많은 연구들을 개관하고는, 각성의 증가가 소위 말하는 단서 유용성 범위 (range of cue utlization) 를 감소시킨다고 결론지었다. 다시 말해서 단기기억의 용량은 각성이 증가함에 따라서 감소한다. 이 말은 각성의 증가가 이미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는 인지단위들을 보다 증폭시켜서 다른 단위들을 더욱 억제하게 만든다는 말이 된다. 각성시스템으로부터의 입력은 단기기억의 용량에 영향을 미친다. 만일 각성이 매우 높다면, 소수의 대상이 강력하게 주의를 끌어모으고 나머지 것들은 무시된다. 각성이 내려감에 따라서 주의집중이 분산되기 시작한다. 많은 대상들이 주의집중의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그렇게 강력하지는 않다. 각성이 낮아짐에 따라서 주의집중이 분산되기 때문에 결국에는 단기기억과 등가적인 것이 된다. 이러한 진술은 Hull 의 "행동법칙"을 인지적으로 재기술한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Hull 의 행동법칙이 새롭게 개선되고 최신화되어, 재진술된 법칙이라 부를 수 있겠다.
행동의 측면에서 볼 때, Hull 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바로 이것이다. Hull 이 인지단위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수많은 쥐들을 관찰하였으며, 그의 실험은 각성의 증가가 그 순간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행동의 출현확률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각성의 증가는 행동을 더욱 상동적인 것으로 만들며, 각성의 감소는 행동을 보다 다양하게 만든다. 즉,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반응의 출현확률을 증가시킨다. Hull 은 어떤 자극이든지 습관유목위계 (habit - family hierarchy) 를 유발한다고 주장하였다. 우리는 자극이 일련의 인지단위들을 활성화시켰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단위들의 활성화 정도가 각성과 관련되어 있다.
Hull 의 행동법칙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각성입력이 현재 활성화되어 있는 단위들의 활성화를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인지단위의 활성화는 자극입력에 각성시스템으로부터의 입력이 곱해진 산물이다. <그림 3> (A) 를 보자. 여기서는 각성을 부가하는 것이 우월한 반응을 더욱 우월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단지 전체 선분을 상향이동시켜서 절편을 크게 만들 뿐이다. 이제 <그림 3> (B) 를 보자.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결과이다. 보다 각성될수록 상대적으로 보다 각성된 단위는 덜 각성된 단위들보다 더욱 활성화된다.
이 사실은 단기기억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다시 <그림 3> (B)를 보면 각성이 증가할수록 보다 적은 수의 단위가 활성화됨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각성이 증가할수록 단기기억의 용량이 줄어든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각성이 높을수록 단기기억에 들어있는 단위들이 더욱 활성화된다는 점이다. 각 선분이 두 축과 이루는 영역의 면적이 동일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 신경회로망의 각 층은 단지 그만큼의 활성화의 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활성화는 외측억제에 의해서 정상화된다 (일정한 정도를 유지한다).
<그림 3> (A) 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마디들에 각성을 더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마디에서 활성화가 일정한 양만큼 증가한 것 뿐이기 때문이다. 곱하기의 놀라운 효과가 (B) 에 제시되어 있다 : 기존의 활성화에 각성을 곱하는 것은 선분의 기울기를 가파르게 만든다 ; 즉, 보다 활성화된 마디의 활성화는 증가시키고 덜 활성화된 마디의 활성화는 감소시킨다.
<그림 4> 주의집중과 단기기억에 대한 각성의 효과. 각성이 낮을 때는 (A), 단기기억의 거의 모든 것들이 등가적으로 주의집중된다. 각성이 증가함에 따라서, 주의의 초점이 좁아진다 (B 와 C). 그림의 세 열은 동일한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세가지 방식을 나타낸다.
<그림 4> 는 Hull 의 행동법칙을 단기기억이라는 측면에서 각기 다른 세가지 방식으로 도식화하고 있다. 낮은 각성상태에서는 많은 단위들이 동일한 정도로 활성화된다. 이 경우에는 바닷가에 누워 바다를 바라다보면서 아무런 특정한 생각도 않하고 있을 때처럼 주의집중과 단기기억 사이에 실제로 차이가 없다. 각성이 증가하면 어떤 마디들은 다른 마디들보다 상당히 활성화된다. 그렇게 되면 주의집중과 단기기억 사이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를 갖는다. 만일 매력적인 이성이 옆을 지나간다면, 그 사람이 파도보다는 많은 주의를 끌게 된다. 여러분은 옆을 지나가는 이성이 다른 대상들보다 더 높은 각성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는지도 모르겠다. 만일 각성이 정말로 높아진다면, 단지 한두 마디만이 모든 활성화를 독차지하게 된다. 지나가는 이성이 수영복 입는 것을 잊어버렸다고 상상해보라. 나는 그러한 광경이 보다 높은 각성을 유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게 되면 나체 마디가 여러분의 주의집중을 거의 다 소비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아직 단기기억이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것 이외에 무슨 소용이 있는지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화과정이 단지 전화번호 기억하기 모듈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기기억은 思考 에 사용된다. 사고에는 사건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수반된다. 만일 한번에 단지 하나의 인지단위만이 활성화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사고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알파벳의 B 를 생각할 때는 A 를 망각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면, A 와 B 가 어떻게 관련된 것인지조차도 알아차릴 수가 없다. 단기기억, 각성, 그리고 과제의 복잡성 사이에는 관계가 있으며, 이것은 Yerkes - Dodson 법칙이라 부른다. Yerkes 와 Dodson (1908) 은 이 관계가 학습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하였다. Hebb (1955) 와 다른 연구자들은 이 관계가 이미 학습한 것을 수행할 때도 적용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Yerkes - Dodson 법칙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중간 수준의 각성이 어떤 과제이든지 학습과 수행에 최적이라는 사실을 진술하며, 이것은 지극히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졸릴 때와 같이 매우 낮은 각성상태에서는 어느 것이든 잘 할 수가 없다. 한편 공포나 전율과 같이 매우 높은 각성상태에 있을 때도 최적의 효과를 나타낼 수가 없다. <그림 5> 에 도식화되어 있는 것처럼 이 법칙의 2부가 보다 흥미를 끈다. 요컨대, 과제가 단순할수록 그 과제의 학습이나 수행을 위한 최적의 각성수준이 높아진다. 아주 단순한 과제 중의 하나가 1에다가 1을 더하는 것이겠다. 이 과제에서의 효율성은 정답을 내놓은 데 필요한 반응시간을 측정함으로써 판단할 수 있다. 각성이 높을수록 여러분의 반응시간은 짧아질 것이다. 만일 여러분의 마음이 아직도 바닷가에 머물고 있다면, 다음의 상황을 마음 속에 그려보라 : 한사람이 아니라 두사람이 수영복 입는 것을 잊어버렸다. 당황스럽게도 이들이 여러분에게 벌거벗은 사람이 몇명이냐고 묻는다고 하자. 높은 각성상태에서 여러분은 두명이라고 아주 신속하게 계산할 수가 있을 것이다. 여러분이 반응하는 속도는 각성상태가 낮았을 때에 비해서 빠를 것이다. 이제 나체는 무시하자. 여러분이 친구를 바닷가에 데리고 왔다고 해보자. 그/그녀가 여러분에게 가까운 바위 위에 몇 마리의 갈매기가 앉아있는지를 묻는다고 하자. 바위 위에는 단지 두 마리가 있을 뿐이고, 여러분이 가능한 한 신속하게 그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한다 하더라도, 벌거벗은 사람이 물은 질문에 답할 때에 비해서 반응이 느리게 될 것이다.
<그림 5> Yerkes - Dodson 법칙. 학습과 성과의 효율성은 각성의 역전된 U 함수이며, 최적의 효율성에 요구되는 각성의 수준은 과제의 난이도에 따라 변한다.
벌거벗은 사람이 보다 복잡한 질문을 - 예컨대, 666 나누기 17 은 얼마입니까?- 던졌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당신의 동료가 이 질문을 던졌을 때보다 신속하게 이 문제를 풀 수는 없다. 벌거벗은 사람이 질문을 던질 때는 여러분의 각성상태가 아주 높으며, 주의가 지나치게 한 곳으로 집중된다. Yerkes - Dodson 법칙은 다른 상황에서도 잘 적용된다 :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에서부터 (Streufert, 1969) 물 속에서 밝기 변별을 하는 쥐에 이르기까지 (Broadhurst, 1959) 거의 모든 대상에 적용된다.
단기기억의 내용은 정규화된다. 즉, 한 층에 있는 마디들의 전체 활성화 양은 어느 정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 (1) 만일 정규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활성화는 끝없이 증가할 것이다 - 그렇게 되면 회로망은 터져버리든지 아니면 녹아버리고 말 것이다. (2) 활성화가 정규화된다는 많은 증거들이 있다. 제 4장에서 설명하였던 것처럼, 외측억제가 자동적으로 정규화를 수행한다.
잠시 각성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해보자 : 각 자극은 동일한 강도를 가지고 있고 각성은 정상수준이라고 가정하라. 한 심리학자가 들려주는 일련의 숫자들을 기억해낸다고 가정하자. 각 숫자는 동일한 정도의 강도를 가지고 있다. 숫자 '3' 이 '5' 나 '2' 보다 더 자극적이거나 덜 자극적이지도 않다. 여기에 우리의 문제가 있다 : 우리는 한 수준에 있는 모든 마디에 분할해야 하는 일정한 양의 활성화를 가지고 있다. 첫번째 자극이 주어진다고 하자. 모든 마디들이 비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 자극을 부호화하는 마디가 사용가능한 활성화를 모두 차지할 수가 있다. 이제 두번째 자극을 제시해보자. 활성화는 이 자극을 부호화하는 단위에 분배되어야한다. 분배가 일어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Grossberg (1978b) 는 소위 단기기억 원위치 파라메타 (short - term memory reset parameter) 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두개 마디의 활성화는 진정한 의미에서 "원위치" 되지 않는다. 두 마디는 상호간에 외측억제를 가하며, 첫번째 항목을 부호화하는 마디는 만일 되뇌기되었다면 어느 정도의 잇점을 가질 수도 있다. 우리의 용어로 되뇌기란 <그림 6>에서 보는 것과 같이 흥분성 연계로 연결되어 있는 마디들 사이에 공명적 피이드백 고리가 형성되는 것에 해당한다. 첫번째 마디가 보다 많이 되뇌기 되었을수록 활성화도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두번째 마디를 더욱 억제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세번째 자극이 주어졌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생각해보자. 두번째 자극을 부호화하는 마디는 첫번째 자극을 부호화하는 마디에 의해서 억제당하고 있기 때문에, 세번째 자극을 부호화하는 마디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가 없다. 세번째 자극을 부호화하는 마디는 방금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두번째 자극을 부호화하는 마디에 비해서 훨씬 큰 잇점을 갖는다.
<그림 6> 공명과 외측억제가 단기기억을 구성한다. 되뇌기는 공명적 정적 피이드백 고리에 대응된다. 외측억제는 목록의 중간에 있는 항목이 처음 또는 나중에 나오는 항목들에 비해 단기기억에 잘 기억되지 못하도록 만든다.
세개의 숫자를 부호화하는 경우 중간 숫자를 부호화하는 마디는 첫번째 숫자와 세번째 숫자를 부호화하는 마디들을 억제한다. 그러나 후자의 두 마디는 모두 중간숫자를 부호화하는 마디를 억제한다. 따라서 처음과 마지막 숫자를 부호화하는 마디는 일반적으로 가장 활성화되며, 중간숫자를 부호화하는 마디는 일반적으로 가장 덜 활성화된다. 보다 많은 숫자가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이 경우에는 다른 요인들도 작동하게 된다. 마지막 몇개의 숫자들을 부호화하는 마디들은 바로 직전에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활성화를 갖는다. : 이것이 최신효과 (recency effect) 이다. 처음 몇개의 숫자들을 부호화하는 마디들은 보다 많이 되뇌기되었고 장기기억에서 쉽게 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활성화를 갖는다 ; 이것이 초두효과 (primacy effect) 이다. 중간에 있는 숫자들을 부호화하는 마디들은 양쪽에서 억제되기 때문에 활성화의 수준이 가장 낮다 : 그래서 활성화곡선은 활모양을 이룬다. 만일 회상될 확률이 그 항목을 부호화한 마디가 활성화된 정도의 선형함수라고 가정한다면, 회상곡선은 활모양을 이룰 수 밖에 없다.
사람들에게 무관련된 일련의 단어들을 제시한다고 가정하자. 과제는 전체 목록이 제시된 후에 제시순서에 관계없이 가능한 한 많은 단어들을 보고하는 것이다. 이 과제는 상당히 안정된 계열위치효과를 내놓는다. 한 단어가 회상될 확률은 목록에서의 계열위치의 함수이다. 초두효과는 처음의 몇몇 항목들이 상당히 잘 회상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회상확률은 예컨대, 첫번째 단어에서 두번째 단어로, 두번째 단어에서 세번째 단어로 내려갈수록 감소한다. 목록의 중간부분에 있는 단어들의 회상은 형편없다. 최신효과는 목록의 마지막 몇몇 항목들도 잘 회상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최신효과는 목록의 마지막 4개 내지 5개 항목에 적용된다 (즉시적 파악폭이 4 내지 5 항목임을 회상해보라). 전형적인 계열위치곡선이 <그림 7>에 나와 있다.
<그림 7> 전형적인 계열위치 곡선. 목록 중앙에 있는 항목들은 잘 회상되지 않는데, 한가지 이유가 외측억제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목록의 앞부분에 있는 항목들은 보다 많이 되뇌기되었으며, 뒷부분에 있는 항목들을 부호화하는 마디들은 보다 최근에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보다 높은 활성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초두효과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처음의 항목들은 보다 자주 되뇌기되고, 되뇌기는 장기기억으로 이끌어간다. 즉, 충분한 되뇌기가 이루어지면, 연계강도가 증가하게 된다. 이 효과의 일부분은 장기기억으로부터의 인출에서 초래된다 - 즉시적 파악폭은 단지 4 내지 5 항목인데, 단기기억의 용량이 대략 7개 정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목록의 첫번째 단어가 가장 많이 되뇌기될 수 있으며, 두번째 단어는 그 다음으로 많이 되뇌기될 수 있는 식이다. 초두효과가 주로 되뇌기에 의해서 초래되는 것인지를 검증하기 위하여 Murdock (1962) 는 기억해야 할 목록의 제시속도를 변화시키는 실험을 고안하였다. 빠른 제시속도는 되뇌기할 시간적 여유를 감소시킨다. 따라서 초기에 제시되는 항목들의 기억을 떨어뜨려야 한다. 실제로 빠른 제시속도는 초기항목들의 회상을 약화시켰다.
만일 최신효과가 마디들이 활성화된 정도의 직접적인 결과라면, 회상이 지연되었을 때 그 효과는 사라져야 한다. 만일 단기기억이 그렇게 오래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면 목록이 제시된 후 즉각적으로 회상이 시작될 때에만 최신효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Glanzer 와 Cunitz (1966) 는 이 생각을 검증하였다. 이들은 회상할 단어들의 목록을 피험자에게 제시하고는 단어들을 즉시, 10초, 또는 30초가 지연된 후에 회상하도록 요구하였다. 지연시간동안 피험자가 단어들을 되뇌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암산과제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실험결과는 즉시회상에서 명백한 최신효과를 보여주었다. 10초를 지연할 때에는 효과가 적었으며, 30초를 지연할 때에는 최신효과가 거의 사라져버렸다.
만일 우리가 문제를 단순화시켜서 단지 두 항목에 대한 기억을 검증한다면, 단기기억에서의 계열위치효과가 갖는 의미를 보다 확실하게 알아낼 수 있다. 만일 사람들에게 예컨대, 소리의 강도, 불빛의 밝기, 또는 사물의 크기 등을 판단하도록 요구하게 되면, 시간순서 오류 (time - order error) 가 나타난다. Fechner (1860) 가 처음으로 찾아낸 바와 같이, 이러한 자극쌍에 대한 기억은 체계적으로 왜곡된다. 예컨대, 두 소리를 피험자에게 제시하는 데, 첫번째 소리를 A 라고 하고 두번째 소리를 B 라고 하자. 피험자에게 B 가 A 보다 강도가 큰지를 묻는다. 만일 두 소리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면, 피험자가 정확하게 대답할 것은 물론이다. 우리의 관심은 두 소리의 강도가 동일한 경우에 있다. 피험자의 대답은 두 소리 사이의 간격에 따라서 달라진다. 만일 간격이 750ms 보다 크다면, 두번째 소리가 큰 것처럼 들린다 ; 만일 간격이 750ms 보다 작다면, 첫번째 소리가 큰 것처럼 들린다 (Hellstrom, 1985).
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는가? 피험자는 知覺 을 비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記憶 을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순서 오류는 두개의 단기기억 심상 사이에 벌어지는 경쟁의 시간경과를 알려준다. Kohler (1923) 는 이 효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인지단위 (Kohler 는 기억흔적 memory trace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가 충분한 활성화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일단 충분히 활성화되면, 활성화는 감소하기 시작한다. <그림 8>을 보라. 만일 두 소리 사이의 간격이 750ms 보다 짧으면, A 를 부호화하는 마디는 충분히 활성화되어서 B 를 부호화하는 마디를 억제할 수 있다 [<그림 8> (A)]. 따라서 우리는 일종의 순행차폐를 얻게된다. 대략 750ms 경에서는 두 마디의 활성화가 거의 동일하여서 경쟁은 비기게 된다 [<그림 8> (B)]. 두 소리 사이의 간격이 750ms 이상이 되면, B 가 다시 A 의 감소하는 활성화와 경쟁을 하게 되기 때문에 우리는 일종의 역행차폐를 얻게된다 [<그림 8> (C)]. Schab 와 Crowder (1988) 도 이와 유사한 설명을 제안한다.
<그림 8> 시간순서 오류. 만일 자극간 간격 (ISI)이 750ms 보다 짧다면, 첫번째 자극을 부호화하는 마디가 두번째 자극을 부호화하는 마디를 억제한다 (A). 750ms 에서는 활성화가 대등하다 (B) ; 만일 ISI 가 750ms 이상이 되면, 두번쨰 자극을 부호화하는 마디가 첫번쨰 자극을 부호화하는 마디를 억제한다 (C).
계열위치효과와 시간순서 오류는 활성화의 효과로 간주할 수 있다. 만일 기억해 낼 모든 항목들을 부호화하는 마디들의 활성화 강도가 동일하다면, 한 마디의 활성화 정도는 얼마나 오래 전에 활성화되었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이 되뇌기 되었는가에 달려있게 된다. 마디의 활성화를 변화시키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 내가 여러분에게 다음과 같은 이름 목록을 기억하도록 제시한다고 해보자 : George Washington, Theodore Roosevelt, William McKinley, Greta Garbo, Abraham Lincoln, Millard Fillmore, 그리고 Grover Cleveland. 기억해 낼 가능성이 가장 큰 이름은 어느 것인가? 아마도 Greta Garbo 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von Restorff (1932) 효과이다. 이것은 단지 Greta Garbo 를 망각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 효과는 목록 내에서 툭 튀어 나오거나 다른 항목들과 차이를 보이는 항목이 잘 회상된다는 사실을 지칭하는 것이다. 다른 모든 이름들은 미국의 대통령 이름이고 Greta Garbo 는 여자배우의 이름이다.(옛날 미국의 대통령이나 여자배우를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그 이름들은 예컨대, 한국의 유명 정치인과 유명 배우의 이름으로 <만일 있다면> 바꾸어서 생각해보면 이 효과를 이해할 수 있겠다.) 만일 마디들이 유사성에 따라서 배열되어 있다면, 대통령 이름을 부호화하는 마디들은 서로 가까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상호간에 외측억제를 가하게 될 것이다. Greta Garbo 를 부호화하는 마디는 여자배우 영역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림 9>에 도식화되어있는 것처럼 그렇게 많은 외측억제를 받지 않게 된다. Greta Garbo 마디는 상당히 활성화되어서 잘 회상되는 것이다.
<그림 9> von Restorff 효과. 목록의 다른 항목들과 유사하지 않은 항목이 보다 잘 회상된다.
Deutsch 가 수행한 일련의 실험은 단기기억의 일반적 작동방식에 대해 서광을 비추어준다. Deutsch (1970)는 5초간의 파지간격을 두고 두대의 階音 을 비교하는 데 있어서 완벽한 성과를 나타낸 사람들을 선발하였다. 첫번째 계음과 검사 계음은 동일하거나 반음의 차이를 나타내었다. 과제는 검사음이 첫번째 음과 똑같은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피험자들에게 무시하도록 일러준 6개의 다른 음들이 파지간격에 제시되었다. 이 음들은 기억해야 할 음들과 音高 (pitch) 차원에서 유사하였다. 이제 기억해야 할 음에 대한 오류율은 32.3% 나 되었으며, 이 결과는 순수하게 우연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50% 의 오류율에 비해서 크게 나을 것이 없었다. 파지기간 동안에 주어진 방해음들을 부호화하는 마디들의 활성화가 기억해야 할 음들을 부호화하는 마디들을 외측으로 억제한 것이다.
후속 실험에서 Deutsch 는 간섭의 양이 기억해야 할 음과 방해하는 음들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의 규칙적인 함수관계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Deutsch (1972) 는 앞의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6개의 방해음을 갖는 5초의 파지간격을 사용하였다. 방해음들 중에서 두번째 것만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기억해야 할 첫번째 계음과 동일한 것에서부터 온음 (whole tone) 이 다른 것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변화시켰다. 이 실험의 결과가 <그림 10>에 나와 있다. 영점선은 두번째 방해음이 기억해야 할 음과 아주 다른 기저수준 조건에서의 오류수를 나타낸다. 결과를 보면, 두번째 방해음이 첫번째 계음과 동일할 때 촉진효과 (성과가 기저수준 조건보다 우수하다)가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검사음과 방해음 사이의 차이가 커질수록 간섭은 점차 늘어나서, 방해음이 기억해야 할 음의 음고의 2/3가 될 때 간섭은 최고조에 도달하였다. 그런 후에 간섭의 정도는 점차 떨어져서, 간섭음의 음고가 완전히 다르게 될 때는 거의 기저수준이 되었다.
음고분석기는 반복적인 외측억제를 받는 마디의 배열을 가지고있다 (Deutsch, 1969). 이 배열에서 마디들 사이에 떨어져 있는 정도는 그 마디들이 부호화하는 주파수에서의 차이에 비례한다 : 이웃하는 마디들 사이에는 상호간에 부호화하는 음의 음고의 대략 2/3에 해당하는 주파수를 부호화함에 틀림없다. 이 모형은 지금까지 기술한 결과들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 Deutsch 가 찾아낸 간섭효과가 일어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기억해야 할 음은 그 음을 부호화하는 마디를 활성화시키고, 각각의 방해음들은 그 음들을 부호화하는 마디들을 활성화시킨다. 만일 방해음들이 기억해야 할음과 유사하다면, 방해음을 부호화하는 마디들이 기억해야 할 음을 부호화하는 마디를 외측억제할 것이다. 억제의 정도는 마디들이 얼마나 가까이 존재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일 방해음 중의 하나가 기억해야 할 음의 음고의 2/3에 해당한다면, 두 마디는 바로 이웃해 있는 것이 되기 때문에 최대한의 억제가 일어난다. 만일 방해음이 음고의 2/3 이상 차이를 보이면, 그 마디들은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되기 때문에 억제가 적어진다. 검사음이 제시될 때, 만일 기억해야 할 음을 부호화하는 마디의 활성화가 역치수준을 넘어서면 피험자는 "같다" 고 반응하며, 활성화가 역치수준 이하이면"다르다" 고 반응한다. 만일 첫번째 계음을 부호화하는 마디가 억제되었다면, 활성화는 역치수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피험자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그림 10> 기억해야 할 음과 결정적 방해음간의 거리의 함수로 나타나는 음고재인에서의 오류. "영점선" 은 통제집단의 성과를 나타낸다 (D. Deutsch [1972]. Mapping of Interactions in the Pitch Memory Store. Science, 768, p. 702.)
외측억제 모형은 또 다른 예언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매우 유사한 방해음은 기억해야 할 계음을 외측억제하여 망각을 초래한다. 따라서 만일 방해음을 억제시키면 간섭효과를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 - Deutsch 와 Feroe (1975) 가 추론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들의 실험설계를 보자 ; 기억해야 할 음이 제시되어 음고분석기의 마디를 활성화시킨다. 그런 다음에 방해음들이 연속적으로 주어지기 시작한다. 두번째와 네번째 방해음을 제외하고는 기억해야 할 음과 아주 다르다. 두번째 방해음은 항상 기억해야 할 음의 음고의 2/3 만큼 떨어져 있다. 네번째 방해음은 두번째 방해음과 동일한 것에서부터 음고가 완전히 다른 것에 이르기까지 변화되었다. 네번째 방해음이 두번째 방해음 음고의 2/3 만큼 떨어져 있을 때 (기억해야 할 음으로부터는 1과 1/3 음고만큼 떨어져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생각해보자. 네번째 방해음은 두번째 방해음을 부호화하는 마디를 억제하는 마디를 활성화시킨다. 이제 두번째 방해음 마디는 기억해야 할 음을 부호화하는 마디를 억제할 수가 없다. 따라서 네번째 음의 제시는 우리를 출발점으로 되돌려 놓는다 ; 기억해야 할 음의 기억은 모든 방해음이 검사음으로부터 머릴 떨어져 있는 기저수준 조건에서만큼 좋아야 한다. 한편 네번째 방해음이 두번째 방해음과 동일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생각해보자. 이 상황은 간섭을 증폭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억제단위가 두배로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술한 사건들의 연속이 <그림 11>에 지세되어 있다.
이러한 예언들을 검증해보면 외측억제에 관한 강력한 증거를 얻을 수 있겠다. Deutsch 와 Feroe 의 결과는 모든 예언을 확증하였다. 예컨대, 네번째 방해음을 두번째 방해음 음고의 2/3 가 되도록 만들었을 때, 예언한 바와 같이 성과가 기저수준 조건에서보다도 우수하였다. 이러한 결과들은 외측억제 기제를 상정하지 않고는 쉽게 설명될 수가 없다. 우리는 또한 이 節 에서 한 음을 부호화하는 마디가 이웃하는 음 마디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진술함으로써, 또다른 외측억제 효과를 시범보였다는 점을 언급하고자 한다.
<그림 11> Deutsch 와 Feroe (1975)는 자신들의 실험에서 두가지 예언에 관심을 가졌다 : (A) 두번째와 네번째 음이 동일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B) 네번째 음이 두번째 음을 억제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단기기억에서 되뇌기하지 않은 것은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사라져 버린다. 되뇌기는 두 가지 기능을 갖는다 : (1) 단기기억에 정보를 유지시키며, (2) 이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전이시킨다. 어떻게 되뇌기가 이런 기능을 갖는가? 우리의 모형에서는 되뇌기가 공명적 정적 피이드백 고리 (resonant positive feedback loop) 를 형성하는 것에 해당하며, 이 고리는 기억해야 할 항목들을 부호화하는 마디의 활성화를 유지시킨다. 장기기억은 마디들 사이의 연계강도이며 마디들의 동시적 활성화는 연계강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공명은 연계강도를 증가시키게 된다.
Craik 와 Lockhart (1972) 는 두 가지 상이한 유형의 되뇌기를 확인하였다. 유지되뇌기 (maintenance rehearsal) 는 아무 생각없이 항목들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되뇌기는 항목들을 단기기억에 유지시키기는 하지만, 장기기억으로의 전이에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정교화되뇌기 (elaborative rehearsal) 는 새로 들어오는 정보에 어떤 조작을 가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정보를 보다 깊은 수준으로 처리하는 것을 수반한다. 예컨대, 동일 범주에 속하는 항목들을 함께 되뇌기하는 것으로써, 사람들은 기억해야 할 목록이 허용하는 한 그렇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Rundus, 1971). 유지되뇌기는 예컨대, 스페인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스페인어 단어를 제시함으로써 일으킬 수 있다. 그러한 단어들을 부호화할 마디가 없기 때문에 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말분석기에 있는 음소 수준의 마디와 음절수준의 마디들 사이에 공명적 고리를 형성하는 것 뿐이다 (Wickens, 1984a 와 비교해보라). 이러한 과정은 효과적일 수가 없다. 반면에 만일 단어가 모국어의 단어들이라면, 공명적 고리는 훨씬 광역적일 수 있으며, 따라서 효과적일 수 있다. 이 상황이 정교화되뇌기에 해당한다.
마음에 대한 수직적 흥분성 모형은 자극이 자동적으로 가장 깊은 수준까지 처리된다고 제안한다. 한 수준에 있는 단위들의 활성화는 자동적으로 다음으로 깊은 수준에 있는 단위들을 활성화시킨다 ; 지각분석기의 가장 높은 수준에 있는 단위들의 활성화는 다시 의미적 단위들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지되뇌기는 차라리 인위적인 과정일 수 있다. 사람들을 내버려두면, 정교화되뇌기에 해당하는 자동적인 수직적 공명과정으로 인해서 유지되뇌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현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보다 깊은 처리과정을 차단함으로써 유지되뇌기를 유도할 수 있다.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그 결과에 있어서는 정교화되뇌기의 경우보다 기억성과가 나쁘게 된다. (Parkin, 1984)
무엇이 단기기억으로부터의 정보손실을 야기하는가? Peterson 과 Peterson (1959) 의 실험은 수동적인 소멸과정이 단기기억에서의 망각을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였다. 기본 생각은 되뇌기가 차단되면 단기기억에 저장된 정보가 몇초 지나지 않아서 사라져버린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실험설계는 간단하다. 각 시행에서 피험자에게 세개의 자음이 주어졌다. 과제는 자음들을 3초에서부터 18초동안 기억하고 있는 거이었다. 차지기간 동안에는 피험자로 하여금 암산을 -특정한 숫자로부터 3씩 계속해서 빼나가는 것- 하도록 하였다. 암산의 목적은 되뇌기를 차단하려는 것이었다.
<그림 12> Peterson 과 Peterson (1959) 은 세 자음의 정확회상확률이 되뇌기가 차단된 파지기간의 증가에 따라 급격하게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L. R. Peterson & M. J. Peterson [1959]. Short - term Retention of Individnal Verbal Items. Journal of Experimantal Psychology, 58, p. 195.).
Peterson 과 Peterson 의 결과가 <그림 12>에 제시되어 있다. 보는 바와 같이, 3초 후에는 파지가 대략50% 정도이지만, 15초가 지났을 때는 겨우 10 %로 떨어졌다! 놀랍게도 단기기억에서 되뇌기하지 않은 정보는 대략 15초 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토록 간단한 항목들을 15초도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은 결코 타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되뇌기가 차단되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라. 일상생활에서는 되뇌기가 차단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단기기억의 일회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아무튼 이 효과가 실제적인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 Daniels (1895) 와 Brown (1958) 도 근본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었으며, 그 이래 많은 실험자들도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이 결과를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한 견해는 단기기억 흔적의 강도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서 소멸한다는 것으로써 Peterson 과 Peterson (1959) 이 선호하는 견해이다. 단기기억에서 손실의 일부는 소멸의 결과인 것이 틀림없다. 단기기억은 인지단위들의 활성화에 근거하는 데, 인지단위가 오랫동안 활성화상태를 유지하게 되면 피로해진다. 피로와 소멸은 동일한 것이다. 대안적 견해는 망각이 간섭에 의해 야기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代案 의 근거는 수동적 소멸이 장기기억에서의 망각을 야기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많지 않은 반면, 간섭이 망각을 야기한다는 증거는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제 7장을 보라). 두 가지 유형의 간섭이 있다 : 순행억제 (proactive inhibition) 는 이미 학습한 것이 새로운 것의 기억을 방해할 때 일어나며 ; 역행억제 (retroactive inhibition) 는 새로운 것의 학습이 이미 학습한 것의 기억해내기를 방해하는 형상을 지칭한다.
순행억제와 역행억제 모두에서 간섭의 양은 유사성의 함수이다. 두 항목이 유사할수록, 상호간에 더 많은 간섭을 일으킨다. 유사한 항목들을 부호화하는 인지단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외측억제가 간섭을 일으킨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단기기억은 지각분석기나 개념분석기에 있는 단위들의 잠정적인 활성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 단위들을은 자기들이 부호화하는 대상들 사이의 유사성에 비례해서 상호간에 외측억제를 가한다. 우리는 단기기억에서 간섭효과를 찾아낼 수 있다고 확신하기는 하지만, 간섭효과가 단기기억에서의 모든 망각을 설명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경험적으로 검증하여야 할 문제이다.
위에서 기술한 실험에서 역행억제의 유일한 가능성은 암산이 회상할 언어항목들의 기억을 간섭하였다는 것이다. Peterson 과 Peterson 이 암산과제를 선정한 이유는 이 과제가 자음과는 충분히 다른 항목 (숫자)들을 수반함으로써 간섭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숫자를 말하는 것은 자음의 생성을 수반한다. Reitman (1971) 은 암산 대신에 비언어적인 신호탐지과제로 대치하였는데, 이 과제는 피험자에게 되뇌기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을만큼 충분히 어려운 것이었다. 한 조건에서는 과제가 미리 주어진 음조에 해당하는 순음을 탐지하는 것이었다. 이 과제는 청감각분석기에 의해서 처리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조건에서는 망각이 없었다. 두번째 조건에서는 피험자의 과제가 일련의 연속되는 음절 중에서 -대부분의 음절은 '도' 이었다- '토' 라는 음절을 탐지하는 것이었다. 다른 모든 면에서는 첫번째 조건에서의 신호탐지과제와 동일하였다. 이 과제는 말분석기에 의해서 처리될 수 있는 것인데, 이 분석기에는 기억해야 할 자음들이 들어 있다. 이 과제는 회상의 감소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방해과제가 언어적인 것일 때에만 언어적 정보의 망각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하지만, Reitman (1974) 은 후속실험에서 수동적 소멸의 몇몇 증거들을 찾아내었다. 만일 역행억제가 단기기억에서 손실이 일어나는 원인이라면, Peterson 과 Peterson 실험에서 3초보다는 18초의 파지기간 후에 성과가 열등한 이유는 긴 파지기간 중에 보다 많은 간섭자극들이 개재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Peterson 과 Peterson (1959) 의 실험절차를 보다 상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이들의 피험자들은 48시행을 받았으며, 각기 다른 6개의 파지조건 당 8회의 시행을 받았다. 각 시행에서 피험자들은 기억해야 할 3개의 자음을 받았다. <그림 12> 의 결과는 모든 시행의 결과에 근거한 평균치이다. 이 결과의 한 가지 가능성은 순행억제가 망각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첫번째 시행을 제외한 모든 시행에서, 바로 직전 시행에서 제시한 자음들이 현재 시행에서 제시한 자음들의 파지를 방해할 수 있다. 만일 그렇다면, 事前 試行 이 많을수록 성과가 떨어져야 한다. 이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났다. Keppel 과 Underwood (1962) 는 Peterson 과 Peterson 의 실험을 반복하고 매 시행에서의 성과를 관찰하였다. 이들의 결과는 명백하다 : 첫번째 시행에서는 파지가 모든 파지기간에서 거의 완벽하다. 피험자들은 18초 후에도 3초 후 못지 않게 자음들을 기억할 수 있으며, 성과의 감소가 없었다. 두번째 시행에서는 기억이 약화되며, 세번째 시행에서는 더욱 약화되는 등, 시행이 계속될수록 기억은 계속 약화된다. 이 결과는 망각이 순행억제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과 일치한다.
<그림 13> 순행억제로부터의 해방. 처음 세 시행에서 피험자에게는 과일 이름들이 기억하도록 주어졌다. 실험집단은 네번째 시행에서 다른 범주에 속하는 이름들을 제시받았다. 이 범주가 과일범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순행억제로부터 해방되는 정도도 커졌다. (D. D. Wickens [1973]. Some Characteristics of Word Encoding. Memery and Cognition, 7, p. 490.)
Wickens (1973) 는 Peterson 과 Peterson 과제를 변형하여 사용하였다. 실험의 처음 세 시행 각각에서 피험자에게 세개의 과일 이름을 기억하도록 주었다. <그림 13> 에서 보는 것처럼, 성과는 시행이 진행됨에 따라서 나빠졌다. 네번째 시행에서 운이 나쁜 피험자들은 (<그림 13>에서 "통제집단"이라고 명명된 피험자집단) 세개의 또 다른 과일 이름이 기억하도록 주어졌으며, 이들의 성과는 더욱 나빠졌다. 운이 좋은 피험자들에게는 다른 범주에 속한 세 사물의 이름이 주어졌으며, 이들의 성과는 증진되었다. 한 범주로부터 다른 범주로의 변경이 순행억제로부터의 해방 (release from proactive inhibition) 으로 이끌어간다. <그림 13>은 다른 여러 가지 범주로 변경시킨 피험자들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범주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순행억제로부터 해방되는 정도도 커진다. 채소범주로의 변경은 파지에서 약간의 증진을 일으키며 ; 꽃범주로의 변경은 좀더 큰 증진을 보이는 식이다. 만일 우리가 한 범주의 사례들을 부호화하는 인지단위들이 의미분석기에서 서로 공간적으로 가까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새로운 범주로의 변경은 외측억제가 적게 형성되어 있는 지역으로의 이동을 수반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회상은 증진된다 -억제의 영역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갈수록, 성과는 더욱 좋아질 수 밖에 없다.
단기기억은 장기기억을 구성하는 인지단위들의 일부분이 잠정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이다. 일단 항목들이 단기기억 속에 있다고 했을 때, 어떻게 우리는 무엇이 들어 있는 것인지를 알게되는가? 이 물음은 특별히 좋은 질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Sternberg (1966) 에 의해서 수행된 고전적 실험이 제공하는 것과 같은 우수한 답변을 가지고 있다. 각 시행에서 피험자는 하나에서 여섯개에 이르는 숫자의 연속을 -기억세트 라고 부른다- 보았다. 그런 다음에 피험자는 하나의 숫자를 -검사항목- 보고는 검사항목이 기억세트에 들어 있는지를 두개의 단추 중에서 하나를 누르는 것으로 반응하여야 하였다. 각 시행은 신속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기억세트가 단기기억 속에 들어 있는 것은 확실하다 ; 물음은 피험자가 반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었다. Sternberg (1966)는 기억세트의 크기를 변화시켰다. 왜냐하면 기억세트의 크기가 단기기억을 탐색하는 데 필요한 시간에 -단기기억의 내용이 어떻게 탐색되느냐에 따라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목록이 탐색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병행적 또는 내용 - 주소적 탐색에서는 모든 항목들이 동시적으로 탐색된다 : 지각과 재인이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각분석기에서는 어느 수준에서든 모든 단위가 동시에 탐색된다 ; 자극은 자신을 부호화하는 단위를 자동적으로 활성화시킨다. 단기기억은 탐색도 병행적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기억세트의 크기는 반응시간에 영향을 미치지 말아야 한다. 단기기억 속에 몇개의 항목이 있든지간에, 만일 목록에 들어 있는 항목의 수에 관계없이 각 기억위치를 들여다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일정하다면 그것들을 탐색하는 데 동일한 시간이 걸려야 한다. 만일 컴퓨터를 사용한다면, 각 기억위치를 들여다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일정하겠지만, 두뇌는 컴퓨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또 다른 가능성은 단기기억에서의 탐색이 계열적이라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단기기억에 보다 많은 항목이 있을수록, 탐색에 걸리는 시간도 늘어나야 한다. Sternberg 는 반응시간이 단기기억에 저장된 항목의 수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 단기기억에 항목이 많을수록 반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따라서 단기기억은 병행적이라기보다는 계열적인 방식으로 탐색되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단기기억이 탐색되어야 하는 장소라면 계열탐색의 생각이 이해될 수 있다.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에 있는 단위들의 잠정적인 활성화라고 할 때도 이 생각은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Sternberg 실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생각해보자. 기억세트가 -예컨대, 숫자 5, 9, 그리고 3- 제시되고, 이것을 지각하는 것은 5, 9, 그리고 3을 부호화하는 인지단위들의 활성화를 수반한다. 그런 다음에 검사숫자가 -예컨대, 9- 제시되어 기억세트에 있는 9에 의해서 방금 활성화된 바로 그 단위를 활성화시킨다. 어떤 의미에서 계열적 탐색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피험자가 검사숫자를 기억세트와 비교한다고 말하는 것은 9를 부호화하는 단위가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다른 단위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비교된다고 말하는 것이 된다.
여기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은 다음과 같다 : 기억세트의 제시는 몇몇 인지단위들을 활성화시킨다 ; 기억세트에 보다 많은 항목들이 있을수록 각 마디는 적게 활성화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용가능한 활성화의 양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 소수의 인지단위들만을 동시에 활성화시킬 수 있을만큼의 활성화 양만이 사용가능하다. 정적 검사숫자 (기억세트의 숫자)는 이 단위들 중 하나를 더욱 활성화시킨다. 만일 한 단위가 다른 모든 단위들과 비교하여 어느수준 이상의 활성화를 보이면, 피험자는 "네" 라고 반응한다 ; 두번 활성화되는 단위는 다른 단위들에 비해 더 활성화될 것이다. 기억세트에 보다 많은 항목이 있을수록 이 변별은 더 어려워진다 ; 따라서 변별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한 가지 이유는 가장 활성화된 단위 (정적 검사숫자를 부호화하는 단위) 가 다른 단위들보다 훨씬 활성화될 때까지 다른 단위들을 외측억제하여야 한다는 데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단위는 주의를 끌게되고. 피험자는 "네" 라고 반응한다. 다시 말해서, 단기기억은 계열적이 아니라 병행적인 방식으로 탐색된다. 그러나 단기기억에 보다 많은 항목이 있을수록, 병행적 탐색은 오래 걸리게 된다. 동시에 활성화되는 단위가 많을수록 늦어지는 것은 계열적 탐색이 아니라 인지단위들의 집합에서 활성화의 양을 병행적으로 변별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직접적 접근이론 (direct access theory) 이 Wickelgren 과 Norman (1966) 에 의해서 최초로 제안되었다.
직접적 접근 또는 병행적 탐색이론의 한 가지 중요한 결론은 계열위치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 기억세트의 말미에 있는 항목들은 보다 최신의 것이기 때문에 이 항목들을 부호화하는 단위의 활성화는 일반적으로 강력해야 한다. 만일 검사항목이 말미에 있는 단위 중의 하나라면, 正的 決定 ("네" 라는 결정) 에 걸리는 반응시간이 빨라야 한다. 그러나 Sternberg 는 이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 ; 반응시간은 기억세트에 있는 검사숫자의 계열위치가 아니라 항목의 길이하고만 관련되어 있다. Sternberg 는 기억세트의 숫자들을 1초당 하나의 속도로 제시하였다. 그런 다음에 검사숫자를 제시하기에 앞서 2초간의 지연을 두었다. 이러한 제시속도는 기억세트 숫자들을 되뇌기 할 여지를 주게되며, 2초간의 지연은 최신효과가 사라질만한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기억세트를 보다 빠른 속도로 제시하고나서 즉각적으로 검사숫자를 제시할 때 확실한 최신효과를 얻어야 한다. 즉, 기억세트에서 말미에 주어지는 항목에 대한 결정이 빨라야 한다. Wickelgren (1977) 은 바로 이 효과를 찾아낸 많은 연구들을 인용하고 있으며, 이 연구결과들은 계열탐색 모형이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다.
지각은 감각분석기와 지각분석기에 있는 인지단위들의 활성화로 구성된다. 이 단위들은 일단 활성화되면, 어느 기간동안 활성화상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지속상태를 일차기억 (primary memory) 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일차기억을 감각기억 (sensory memory. 감각분석기에서의 활동이 지속되는 것) 과 단기기억 (short - term memory. 지각분석기와 개념분석기의 활동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러한 연속적인 활동의 기능은 보다 깊은 처리수준에서의 분석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감각기억은 지각분석기에 의한 세부특징 탐지를 가능케 해준다. 단기기억은 의미분석기와 일화분석기로 하여금 이해와 장기기억 흔적의 형성이라는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각각의 감각분석기에 대한 개별적인 감각기억이 있으며, 각각의 지각분석기에 대한 개별적인 단기기억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흔히, 기억을 초래한 자극의 원천이 무엇이든지간에, 단기기억을 말분석기에 보유한다. 감각기억의 용량은 비교적 크지만, 단기기억의 용량은 소수의 항목 또는 "청크"로 제한된다. 감각기억의 지속기간은 단기기억에 비해서 (대략 20초) 매우 짧다 (1초 이내).
감각기억에서의 손실은 수동적 소멸을 수반한다. 자극첨가효과에 관한 연구에서 보면, 손실이 간섭에 의해서도 야기된다는 증거가 있다. 단기기억에서의 손실은 주로 간섭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Crowder 와 Deutsch 는 감각기억과 단기기억으로부터 정보의 손실을 설명하기 위하여 외측억제 이론들을 제안한다. 이 이론들은 앞에서 논의한 분석기의 회로망 모형과 일치한다.
Sternberg 의 실험은 단기기억의 내용이 계열적인 방식으로 탐색된다는 사실을 함축하는 증거를 내놓았다. 단기기억이 보다 많은 항목을 가지고 있을수록, 검사항목이 저장된 항목중의 하나와 동일한지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단기기억에서 계열적 탐색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에 있는 단위들의 잠정적인 활성화로 간주하게 되면 설 땅을 잃는다. Sternberg 의 결과는 한 인지단위가 경쟁하는 단위들을 외측억제함으로써 주의를 끌게되는 데 필요한 시간의 길이로 설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