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과 인지공학

(Problem Solving & Cognitive Engineering)

김진우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인지 과학 (마음, 언어, 기계) : 한광희, 임중우, 김민식, 이일병, 변혜란, 김진우, 김상문, 이승종, 이익환, 이민행, 임춘성, 박창균, 나동렬 공저, 학지사, 2000. Page 359~404

1. 서론

2. 형태주의적 문제해결

  1) 문제표상과 문제해결

  2) 문제해결을 위한 형태주의적 지원책

    (1) 구체화(Concretizing)

    (2) 발견적 교수법(Discovering)

    (3) 고정관념 파괴법(Blockbusting)

  3) 형태주의의 공헌과 한계점

3. 지식이 적게 요구되는 문제의 해결

  1) 문제해결의 기본 명제

  2) 문제해결과 문제표상

  3) 문제해결 방법(Problem Solving Method)

    (1) 연산법과 발견법

    (2) 차이 감소법

    (3) 수단-목표 분석법(Means-Ends Analysis)

  4) 생성체제(Production system)

    (1) 생성체제의 기초

    (2) 생성체제의 구성

    (3) 생성체제의 운영방식

    (4) 생성체제의 특징

4.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문제의 해결

  1) 문제표상의 차이

  2) 지각적 결집의 차이(Perceptual Chunk)

  3) 장기기억의 차이

  4) 정상적 분석의 차이

5. 문제해결 연구분야의 확장

  1) 과학적 발견(Scientific Discovery)

  2) 역동적 의사결정(Dynamic Decision Making)

  3) 정보시스템 개발(Information System Development)

  4) 기타 확장 사례

6. 문제해결상의 오류

  1) 기능적 고착(Functional Fixation)

  2) 인지적 편견(Cognitive Biases)

    (1) 가용성 발견법(Availability Heuristics)

    (2) 대표성 발견법(Representative Heuristics)

    (3) 근거설정과 조정전략(Anchoring & Adjustment)

    (4) 문제구성의 효과(Framing effects)

  3) 추론 과정의 오류

    (1) 형식오류(Form Errors)

    (2) 조건 추론상의 오류(Errors in Conditional Reasoning)

7. 즐거운 문제해결을 위한 지원도구의 설계 : 인지공학

  1) 인공물에 대한 과학(The scicences of the artificial)

  2) 인지공학(Cognitive Engineering)

  3) 오류에 대한 인지공학적 입장

  4) 특정 오류에 대한 인지공학적 접근의 예

    (1) 기능적 고착(Functional Fixation)

    (2) 인지적 편견(Cognitive Biases)

    (3) 추론상의 오류(Errors In Reasoning)

  5) 인지공학의 응용사례

8. 결론

1. 서론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끊임없이 많은 문제에 직면하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무엇인가를 바라지만 아직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를 '문제(Problem)'라고 규정한다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하는 모든 행위를 문제해결(Problem solving)이라고 할 수 있다(Anderson, 1990). 예를 들어, 당신이 오늘 아침에 집을 나서고 있다고 가정하여 보자. 당신이 여러 가지 교통수단(버스, 지하철)을 이용하여 집에서 학교까지 오는 행위도 문제해결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문제해결이라는 행위는 일상 생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매우 일반적인 인지활동이다. 또한 문제해결이라는 행위는 비단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설탄(Sultan)'이라는 이름의 원숭이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자(Kohler, 1927). 울타리 안에 갇힌 이 원숭이는 두 개의 나무 막대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두 개의 막대기는 그 어느 하나도 울타리밖에 있는 바나나를 가져올 만큼 길지 않았다. 따라서 배가 고픈 현재 상태로부터 울타리밖에 있는 바나나를 먹고 배를 채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설탄은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보다가 드디어는 두 개의 막대기를 서로 연결하여 당면한 문제를 해결했다. 즉, 현재 상태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주어진 수단(두 개의 막대기)을 이용하였던 설탄이라는 원숭이의 행위도 문제해결의 한 예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문제해결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행위인가를 예시하여 주고 있다.

인간의 문제해결에 대한 최초의 연구는 형태주의 심리학자(Gestalt Psychologists)들에 의해서 이뤄졌다(Duncan, 1959). 형태주의 심리학자들이 주로 다룬 문제는 우리가 흔히 직관적(insight)이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문제들이다. 직관적 문제는 어느 하나의 결정적인 단계만 창의적으로 해결되면 전체 문제의 해결이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문제를 가리킨다. 이런 문제의 예로는 방사선과 종야 문제(Duncker, 1945), 촛불과 상자 문제(Duncker, 1945), 두 개의 끈 문제(Maier, 1931) 등이 있다.

형태주의 심리학자들이 주로 다룬 직관적 문제의 뒤를 이어, 1950년도부터 1970년도 초반까지는 '지식이 적게 요구되는 분야(Knowledge-lean domain)'에 대한 인간의 문제해결 과정이 주요 연구분야로 대두되었다. 지식이 적게 요구되는 분야는 전문적인 훈련이나 배경 지식이 없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는 실세상 지식(real world knowledge)만을 가지고 최소한의 정보를 이용하여 풀 수 있는 문제들을 의미한다. 이런 문제의 대표적인 예로는 하노이탑(Hayes & Simon, 1977), 선교사와 식인종(Jeffries, Polson, Razan & Atwood, 1977)등의 간단한 수수께끼 문제들을 들 수 있다. 어느 특정 단계에 모든 어려움이 집중되어 있었던 직관적 문제에 비하여, 이런 수수께끼 문제는 여러 단계에 걸쳐서 문제해결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수수께끼를 이용한 연구는 인간이 어떻게 문제해결 과정을 구성하고, 다음 단계에서 택할 방법을 어떻게 결정하며, 수수께끼에 대한 지식이 문제해결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었다. Newell과 Simon(1972)은 '지식이 적게 요구되는 분야'에 대한 그들의 연구를 집대성하여 『인간의 문제해결(Human Problem Solving)』이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은 인간의 문제해결에 대한 이론과 여러 가지 다양한 실험 및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포함하고 있으며, 여기서 제시되고 있는 이론과 모델들은 현재까지도 문제해결 분야에 대한 연구의 기반이 되고 있다(VanLehn, 1989).

1970년대 초반이 '지식이 적게 요구되는 분야'에 대한 연구의 절정기였다면, 1970년대 후반부터는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Knowledge-rich domain)'에서의 문제해결에 대한 연구가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훈련과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의 예로서는 물리학 문제(Chi, Feltovich, & Glaser, 1981), 의료진단(Lesgold etal, 1988), 컴퓨터 프로그래밍(Soloway & Ehrlich, 1984) 등을 들 수 있다.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에 대한 초반의 연구는 주로 해당 분야의 초보자(novices)와 전문가(experts)를 비교하는 연구에서부터 시작했다. 이런 연구들은 초보자와 전문가에게 동일한 문제를 부여하고, 동시조서(Concurrent Verbal protocol)를 이용하여 양자 간의 성과의 차이를 조사했다. 물론 대부분 전문가가 초보자에 비해 우월한 성과를 나타냈고, 연구자들은 과연 어떤 인지적 이유로 인해 전문가가 초보자보다 더 우월한 결과를 나타냈는지 그 원인을 규명하고자 했다. 한편, 1980년부터 시작된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에 대한 연구는 이전과는 달리 초보자와 전문가의 대비보다는 초보자가 전문성(expertise)을 습득하여 전문가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좀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런 연구는 장기기억 및 학습 등에 관한 연구와 연결되어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나타난 중요한 변화는 문제해결 분야의 연구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문제해결이 수수께끼 또는 물리, 화학 문제 등과 같은 일반적인 의미의 문제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새로운 연구에서는 이전까지 문제해결과는 별도로 생각했던 영역에 문제해결의 기본원리와 방법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연구의 대표적인 예로는 과학적 발견(Klahr & Dunbar, 1988), 역동적 의사결정(Brehmer, 1990), 정보 시스템 개발(Kim, Lerch & Simon, 1995), 직관(Kaplan & Simon, 1990), 그리고 창의력(Isaak & Just, 1995)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연구들은 문제해결의 영역을 확대시킴으로써 문제해결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을 한층 증대시켜 나가고 있다.

문제해결 분야에서 연구 영역의 확대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은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현실세계에 적용시켜 나가는 것이다. 과거에는 문제해결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가 엄격한 이론과 정교한 실험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최근의 연구들은 문제해결의 원리와 실험 결과를 실제 세계에 적용하여 인간이 문제 해결 과정에서 범할지도 모르는 오류를 감소시키고 인간의 문제해결 능력을 증대시켜서, 문제해결 자체를 유쾌하고 즐거운 과정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이런 연구의 대표적인 예로는 인지공학(Norman, 1993) 또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 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 등을 들 수 있다.

이 장에서는 문제해결에 대한 연구의 변화 추이에 따라서 문제해결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따라서, 제2절에서는 형태주의 적 입장에서 본 문제해결, 제3절에서는 지식이 적게 요구되는 문제의 해결, 제4절에서는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문제의 해결, 제5절에서는 문제해결 연구 영역의 확대, 제6절에서는 문제해결 과정에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오류, 그리고 제7절에서는 이런 오류를 방지하고 문제해결을 촉진시키는 인지공학에 대하여 다루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제8절에서는 인지과학에서 문제해결 분야가 수행해야 할 책무와 전망에 대해서 언급함으로써 문제해결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2. 형태주의적 문제해결

1) 문제표상과 문제해결

형태주의적 입장(Gestalt)에서 바라본 문제해결은 문제를 이해하는 문제표상(Problem Representation)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 문제표상이란 문제해결자가 주어진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는가를 의미한다. 형태주의 관점에서의 문제해결이란 어떤 문제에 대해 처음 가지고 있던 표상에서 시작하여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한 표상으로 전환해 가는 과정을 의미하며, 이런 과정을 표상의 재구조화(Restructuring)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그림 1>의 종양 문제에 대해서 살펴 보자(Duncker, 1945).

'어떤 사람이 수술이 불가능한 종양을 앓고 있다. 그리고 충분한 강도에서는 종양을 파괴할 수 있는 방사선이 있다. 그러나 그런 강도에서는 종양뿐만 아니라, 방사선이 통과하는 주변의 다른 건강한 조직들도 파괴된다. 어떻게 하면 건강한 조직은 보존하면서 종양을 파괴할 수 있겠는가?'

<그림 1> 종양과 방사선 문제

Duncker는 이런 문제를 피험자에게 제시하고 피험자로 하여금 문제를 풀면서 피험자의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보고 하라고 주문했다. 이런 자료를 가리켜 동시조서(Concurrent Verbal Protoco 1; Ericsson & Simon, 1993)라고 한다. 동시조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피험자들은 문제에 대한 표상을 연속적으로 재구조화하면서, 가장 일반적인 해답에서부터 좀더 구체적인 해답으로 진행해 나간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건강한 조직과 방사선을 격리시킨다"라는 매우 일반적인 해답을 가졌다면, 다음에는 좀더 구체적이고 기능적인 해답, 예를 들어 "보호막을 삽입시킨다"라든지 "목표 지점까지 비어 있는 공간을 사용한다"라는 해답을 도출한다. 이는 좀더 구체적으로 "식도를 이용한다"는 방법으로 구체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해답을 도출하여 내면서 원래의 목표인 "건강한 조직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종양을 파괴한다"가 일반적인 해답인 "건강한 조직과 방사선을 격리시킨다"로 재구조화되었다. 이와 같이 형태주의 입장에서의 문제해결은 기능적인 해답을 도출하여 내거나, 문제가 가지고 있는 원래의 목적 자체를 변화시키거나 또는 현상을 목적에 맞추어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본다.

형태주의적 연구의 또 다른 특징은 직관적인 문제를 주로 다루었다는 점이다. 위의 종양 문제에서 보면, 하나의 방사선이 아니라 여러 개의 방사선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파악하는 순간에 전체 문제에 대한 재구조화가 이루어지며, 이는 곧바로 정답인 "약한 방사선을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발사한다"를 유도해 낸다. 직관적인 문제에 대한 전체적인 재구조화의 순간을 "아하(Aha!!)"라고 지칭하며, 형태주의의 연구들은 이런 감탄의 순간이 직관적인 문제의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고 이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다.

2) 문제해결을 위한 형태주의적 지원책

앞에서 얘기했듯이, 형태주의 문제해결의 핵심을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인간의 문제해결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어떻게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 유용한 것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 여기서는 그 중 세 가지 제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1) 구체화(Concretizing)

문제를 좀더 이해하기 쉽게 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동일한 문제를 추상적인 형태에서 구체적인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림 2>에 나타난 바와 같은 두자리 수의 뺄셈 문제를 생각하여 보자. 해당 문제를 기계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은 산수를 이용하여 5를 15로 하고 여기에서 8을 빼서, 단 단위에 7을 기재하고 십 단위에서는 6에서 1을 먼저 빼고 또 2를 뺌으로써 십 단위에 3을 적어 주는 것이다. 반면에 이를 좀더 구체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해결한다면, 실제로 분필과 고무줄을 이용하여 10개짜리 묶음을 하나 풀어서 15개의 낱개로 분필을 만들고 여기서 8개의 분필을 없애 버림으로써 7개의 분필을 남긴다. Brownell & Moser(1949)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그림 2>의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하여 뺄셈을 가르쳐 주는 실험을 실시한 결과, 구체화된 방법으로 뺄셈을 배운 학생들이 기계적인 방법으로 배운 학생들보다 월등하게 우수한 학습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발견했다.

<그림 2> 구체적인 방법을 이용한 뺄셈 방법

(2) 발견적 교수법(Discovering)

문제를 좀더 생산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 중의 하나는 학생들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것보다, 학생들 스스로 터득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Bruner & Kenney(1965)는 <그림 3>에 있는 바와 같은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이차방적식을 가르쳐 보았다. 즉 한 변의 길이가 X인 것의 면적은 이고, 길이가 (X+1)인 것은 , 그리고 길이가 (X+2)인 것은 등으로 되는 것을 볼 수 있게 가르쳤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하여 실험을 수행한 결과, Bruner & Kenney(1965)는 발견적 교수법을 이용하여 배운 학생들이 종래의 방법을 이용하여 배운 학생보다 (X+5)2와 같은 복잡한 이차방정식을 좀더 쉽게 배울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림 3> 발견적 교수법에 의한 2차방정식 학습 방법

(3) 고정관념 파괴법(Blockbusting)

마지막으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새로운 방법으로 주어진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림 4>에 있는 아홉 개의 점 문제를 살펴보기로 하자. 문제는 네 개의 직선을 이용하여 한 번도 종이에서 연필을 떼지 않고 아홉 개의 점을 모두 연결하는 것인데, 이 문제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 사람들이 이 문제를 그토록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든 선이 아홉 개의 점들로 연결된 사각형 내에서 그려져야 된다는 잘못된 가정 때문이다(Adams, 1964). 따라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고정관념을 파괴하여야 하며, 이는 문제표상의 재구조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형태주의자의 주장이다.

<그림 4> 아홉 개의 점 문제와 고정관념의 타파.

3) 형태주의의 공헌과 한계점

형태주의의 가장 큰 공헌은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문제표상의 중요성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문제표상은 문제해결의 핵심이며, 잘못된 문제표상은 문제해결과 과정을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과 따라서 문제해결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문제표상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형태주의의 뒤를 이어 발전되는 정보처리론(Information Processing System, IPS) 및 인지공학(Cognitive Engineering) 연구에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정보처리론에서는 형태주의가 다루는 직관적 문제에 대해서는 한동안 연구가 소홀하였지만 최근에 와서는 형태주의가 주장하는 재구조화(Ohlsson, 1984)와 직관적 문제해결(Kaplan & Simon, 1990 : Holyoak & Koh, 1987)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또한 인지공학에서도 문제표상을 효과적으로 구성해 보려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Woods, in press).

형태주의의 한계점은 실험으로는 검증하기 어려울 정도로 애매 모호한 이론에 있다(Weisberg, 1986). 즉, 직관적 문제해결이라는 매우 복잡한 현상을 다루면서도 이를 과학적으로 연구할 만한 정교한 이론이나 방법론이 없었다(Ohlsson, 1984). 따라서 형태주의는 정보처리론과 같은 정밀한 이론과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같은 구체적인 방법론을 사용하여 도전할 만한 어려운 문젯거리를 제공하여 주는 선도자의 역할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Dellarosa, 1988).

3. 지식이 적게 요구되는 문제의 해결

형태주의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더 정교한 이론과 방법론을 이용하여 문제해결 과정을 연구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Newell & Simon(1972)의 정보처리론(Information Processing System, IPS)에 의하여 집대성되었다. 이 절에서는 정보처리론의 입장에서 바라본 문제해결의 기본 개념과 방법론 및 문제표상의 연구를 간단히 소개한다.

1) 문제해결의 기본 명제

지식이 적게 요구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보처리론적 이론은 크게 세 가지 명제에 의해서 형성되어 있다(Newell & Simon, 1972).

첫째, 인간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지만, 다양한 문제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 인간의 특징은 오직 소수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인간의 작업기억(또는 활동기억 : Working memory)의 용량은 일정 수준으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문제의 성격상 많은 정보를 작업기억 내에 담고 있어야 할지라도, 인간의 작업기억은 정해진 용량 이상을 저장할 수가 없다.

둘째, 특정 문제의 해결에 관련된 제반 사항들을 과제환경(Task Environment)이라고 할 때, 앞에서 말한 소수의 불변적인 특징으로 말미암아, 과제환경은 문제공간(Problem Space)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과제환경의 구조가 문제공간의 구조를 결정한다. 이 때의 문제공간이란, <그림 5>에서 보여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제해결자가 시초상태에서부터 목표상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처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상태(skale)의 집합(set)이다.

<그림 5> 과제환경과 문제공간

예를 들어, 당신이 지금 압구정동에 있는 것이 시초상태이고, 목표상태는 연세대 학교 인문관 101실에 있는 것이라고 하자. 이 경우의 문제공간은 당신이 압구정동에서 연세대학교 인문관 101실로 가는 과정에서 갈 수 있는 모든 장소를 의미한다. 이는 시청 앞도 될 수 있고, 경복궁역도 될 수 있으며, 이태원도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당신의 현재 당면 문제가 우주비행사로서 지구에서 화성까지 이동하는 것이라면 앞의 문제와는 전혀 다른 문제공간이 형성될 것이다. 즉, 과제환경의 구조에 딸 문제공간의 구조가 결정된다.

셋째, 인간의 문제해결 과정은 제한조건(Path Constraint) 내에서 조작자(Operator)를 사용하여 문제공간을 탐색(Search)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즉, 문제공간을 상태들로 이루어진 미로로, 조작자는 상태 간을 움직이는 통로로 생각한다면, 문제해결은 상태의 미로를 조작자를 통하여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 6>에 나타난 '여덟 개의 타일' 수수께끼 문제를 살펴보자(Anderson, 1990). 문제는 맨 위에 나타나 있는 시초상태에서 시계방향으로 숫자들이 배열되는 목표상태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틀의 한칸은 항상 비어 있으므로 인접한 타일이 어떤 숫자이든지 그 곳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러면 다른 빈 칸이 생긴다. 따라서 이 문제에서 가능한 상태는 여덟 개의 타일로 이루어진 타일의 형상으로 표시되며, 상태를 변경시키는 조작자는 빈 공간으로 타일을 이동하는 것이다. 이 때 아무 타일이나 무조건 옮기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빈 칸으로만 움직여야 한다는 제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림 6> 여덟 개의 타일 수수께끼

따라서, 위의 세 가지 명제에 의하면, 인간의 문제해결 과정은 문제공간에서의 탐색과정으로 정의된다. 이 때 탐색과정은 상태와 조작자 및 조작자에 대한 제한 조건 등과 같은 문제공간의 구조에 의해서 결정되며, 문제공간의 구조는 다시 과제환경의 구조에 의하여 결정된다.

2) 문제해결과 문제표상

형태주의적 입장에서의 문제표상(Problem representation)은 문제해결자가 문제를 이해하는 방법이라는 매우 애매 모호한 개념이었다. 그러나 문제공간의 입장에서 본 문제표상은 훨씬 더 구체적인 양상을 띤다. 정보처리론에 의거한 문제표상은 네 가지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앞서 설명한 시초상태(initial state), 목표상태(goal state), 조작자(Operator), 그리고 제한 조항(path constraint)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여덟 개의 타일' 문제의 문제표상은 <그림 6>의 맨 위에 있는 시초상태, 제일 아래 있는 목표상태, 타일을 옮기는 조작자 그리고 오직 빈칸으로만 인접한 타일을 옮길 수 있다는 제한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한 표상은 해당 문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이루어진다. Hayes & Simon(1977)은 인간이 문제해결에 앞서 문제를 이해하고 문제표상을 수립하는 과정을 묘사하기 위해 UNDERSTAND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작성했다. <그림 7>은 UNDERSTAND의 작동 순서를 도표를 이용해 설명하고 있다. UNDERSTAND는 문장으로 주어진 문제를 입력받아서, 언어해석기와 표상형성기를 사용하여, 시초상태, 목표상태, 조작자 및 제한조건 등을 파악함으로써 문제표상을 수립한다. 이런 결과로 나온 문제표상은 다시 문제해결을 위한 입력으로 사용된다.

<그림 7> UNDERSTAND 프로그램의 작동 순서

따라서 문제표상이 문제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형태주의적 주장은 매우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왜냐 하면, 문제표상은 문제공간의 시초상태, 목표상태, 조작자 및 제한조건을 결정함으로써, 문제공간에서의 탐색으로 정의된 문제해결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에 대한 문제표상의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서 <그림 8>에 나타나 있는 하노이 탑의 이형동제(異形同題, Problem Isomorph) 문제를 살펴보자. 이 두 문제는 매우 다른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 구조는 동일한 문제로서, 한 문제의 해답이 그대로 다른 문제의 해답으로 사용 될 수 있다. 그러나 두 문제를 보고 인간이 내적으로 형성하는 문제표상은 매우 상이하다. 따라서 이런 이형동제의 문제를 통하여 문제의 구조는 동일하게 하면서 문제표상만을 변화시킴으로써 문제표상이 문제해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볼 수 있다. Hayes & Simon(1977)은 <그림 8>에 있는 두 문제를 사용하여 실험을 실시한 결과, 비록 동일한 문제일지라도 문제의 표상에 따라 문제해결의 성과가 두 배 이상의 차이가 있고, 문제해결 절차도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Kotovsky, hayes & Simon, 1985).

<그림 8> 하노이 탑의 이형동제 문제

(1) 하노이 탑 문제

세 말뚝과 크기가 서로 다른 세 원반이 있다. 원반 가운데에는 구멍이 있어 말뚝에 걸리게 되어 있다. 원반은 어떤 말뚝으로든지 옮길 수 있다. 단 말뚝의 맨 위에 있는 원반만 옮길 수 있고, 작은 원반은 그보다 큰 원반위에 놓일 수 없다. 목표는 한 번에 한 개씩만 이동해서 말뚝 1의 원반을 말뚝 3으로 옮기는 것이다.

(2) 우주도깨비 문제

세 마리의 우주도깨비가 세 개의 수정구슬을 들고 있다. 우주의 질서로 인해 도깨비와 구슬은 소, 중, 대의 세 가지 크기만 존재한다. 현재는 모든 도깨비가 소 구슬을 가지고 있다. 목표상태는 구슬의 크기를 부풀리거나 축소시켜 모든 도깨비가 대구슬을 가지는 것이다. 한 번에 오직 한 도깨비만이 구슬의 크기를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여러 도끼비가 같은 크기의 구슬을 가지고 있으면, 그 중에서 가장 큰 도깨비만 구슬의 크기를 바꿀 수 있다. 또한 자기보다 큰 도깨비가 가지고 있는 구슬과 같은 크기로 자기구슬을 바꿀 수 있다.

3) 문제해결 방법(Problem Solving Method)

(1) 연산법과 발견법

주어진 문제표상을 가지고 시초상태로부터 목표상태로 변화시키는 일련의 조작자의 순서를 가리켜서 해답(solution)이라고 하며, 이런 해답을 도출할 수 있는 방법을 가리켜 문제해결 방법(Problem solving method)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문제해결 방법으로는 연산법(Algorithm)과 발견법(Heuristics)을 들 수 있다. 연산법은 문제해결이 보장되는 절차이다. 곱셈 절차와 같이 연산법은 정해진 대로 사용하기만 하면 언제나 정확한 답이 나온다. <그림 6>에 있는 8개의 타일 수수께끼 문제는 모든 가능한 상태를 탐색(exhaustive search)해 봄으로써 목표상태에 도달하는 최적의 순서를 항상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문제의 경우 모든 가능한 탐색을 다 해보는 것은 너무나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므로(combinatorial explosion), 연산법은 복잡한 현실 세계의 문제에 적용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이에 반해 발견법은 항상 최선의 해답을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무난한 해답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발견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물론 전체탐색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실제 세상 문제에서 최악의 경우는 매우 드물 게 발생하고, 우리가 항상 최선의 해답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발견법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여기서는 차이감소법(Difference reduction)과 수단-목표 분석법(Means-Ends Analysis)을 알아보기로 하자.

(2) 차이 감소법

차이 감소법은 문제해결자가 현 상태와 목표상태 간의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하위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림 6>에서는 처음 상태에서 다음 상태로 진행할 수 있는 대안이 세 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7번 타일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 중에서 최종상태와 비슷하게 되는 것은 6번 타일을 움직이는 것이다. 즉, 6번 타일을 움직임으로써 6번 타일이 최종 목표에 위치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전체 타일 모양이 목표에 더 가까운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즉, 문제해결자들은 어느 상태가 목표상태와 더 유사한가를 판단하여 초기상태보다는 목표상태와 더 닮은 상태로 문제상태를 변형시키는 조작자를 선택한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목표 상태와의 유사성에 의하여 문제공간을 탐색한다고 말한다.

<그림 6>의 경우에는 이런 차이 감소법이 해답을 찾아주기는 하였지만, 차이감소법을 이용하는 것이 문제해결자로 하여금 오류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그림 9>에 있는 선교사와 식인종 문제를 살펴보기로 하자.

강의 한쪽에는 세 명의 선교사와 세 명의 식인종이 있다. 그들이 있는 쪽에 배 한척이 있는데, 이 배는 한 번에 두 사람만 탈 수 있다. 목표는 여섯 사람 모두가 강 건너편으로 건너가는 것이다. 강의 양쪽 어디에서든 식인종의 수가 선교사의 수를 초과하면 식인종이 선교사를 먹어 버린다. 어떻게 하면 여섯 사람이 모두 강 건너편으로 건너갈 수 있겠는가?

<그림 9> 선교사와 식인종 문제의 답

<그림 9>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동 순서를 보여준다. 선교사는 H, 식인종은 O, 그리고 보트는 b로 표시된다. 이 문제를 사용하여 피험자의 문제해결 과정을 연구한 Jeffries et al(1977)은 피험자들이 특히 상태 6에서 상태 7로 전환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상태 6에서 상태 7로 전환하는 행위가 두 사람을 출발지로 다시 이동시킴으로써 목표상태에서 오히려 멀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단계는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이므로, 이 단계를 회피하는 문제해결은 정답을 발견하는 과정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 다시 말해서, 차이감소법은 선교사와 식인종 문제에 대해서는 올바른 정답으로 가는 과정을 오히려 방해하는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3) 수단-목표 분석법(Means-Ends Analysis)

수단-목표 분석법은 Newell & Simon이 인간의 문제해결을 모형화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광범위하게 사용한 문제해결 방법으로서,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에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문제해결 방법이다. 수단-목표 분석법은 두 가지의 핵심적 측면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차이감소(difference reduction)이고 다른 하나는 하위목표의 설정(subgoaling)이다. 즉 현재의 상태와 목표상태와의 차이를 감지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조작자를 채택한다. 그러나 만약 채택된 조작자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조작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하위목표로 설정한다. 그리고 조작자를 사용할 수 없는 현재상태와 조작자를 사용할 수 있는 목표 상태 간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조작자를 다시 찾는다. 이를 좀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수단-목표 분석법을 이용하여 하노이 탑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림 10>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가장 작은 원반을 A, 중간 원반을 B, 가장 큰 원반을 C라고 할 때, 우리의 목표는 A, B, C 원반을 3번 말뚝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현재상태와 목표상태와의 차이를 살펴볼 때 가장 큰 차이는 C가 3번 말뚝에 있지 않고 1번 말뚝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C를 3번 말뚝으로 옮기는 것을 하위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C를 3번 말뚝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C 위에 아무 원반도 없어야 하는데 현재는 A와 B원반이 C 위에 있다. 따라서 먼저 B원반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하위 목표로 다시 설정한다. 이와 같이 하위목적을 순환적(recursive)으로 설정하는 것은 <그림 10>에서 인덴트로 표시되어 있다.

수단-목표 분석법을 사용하는 과정도 차이감소법과 마찬가지로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 한 예로 계속되는 하위목적의 설정으로 작업기억의 한계가 초과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복잡한 문제의 경우, 하위목적을 계속해서 작업기억 속에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작업기억의 용량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문제해결 과정에서 하위목적을 상실할 수 있다. 그런 경우, 우리는 왜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어떤 행위를 열심히 할 수도 있다.

 <그림 10> 수단-목표 분석법을 이용하여 하노이 탑을 해결하는 과정

4) 생성체제(Production system)

(1) 생성체제의 기초

문제해결에 수반되는 문제표상 및 문제해결 방법 등 제반 사항을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형식으로 생성체제(또는 산출체제)가 이용된다. 생성체제는 지식이 적게 요구되는 문제의 해결 과정을 컴퓨터로 모형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종류로 발전되어 왔다. <그림 11>은 이런 생성체제의 발전 추이를 나타낸다.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생성체제로는 SOAR2, 3CAPS 및 ACT-R 등을 들 수 있다(Anderson, 1993).

<그림 11> 생성체제의 발전 추이

(2) 생성체제의 구성

일반적으로 생성체제는 여러 개의 생성법칙(Production rules)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의 생성법칙은 IF 부분과 THEN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아래는 생성법칙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IF '신촌역을 가고자 하고' and '빈 택시가 눈에 보이면'

          THEN '손을 들어 택시를 세우라'.

IF로 시작하는 부분을 가리켜서 조건규칙이라고 하며, THEN으로 시작하는 부분을 가리켜서 실행규칙이라고 한다. IF 부분과 THEN 부분으로 이루어진 단위 생성법칙을 여러 개 더하여 하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생성체제를 형성한다. <그림 12>는 하노이 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CT-R을 사용하여 작성된 생성법칙들을 나타낸다.

(3) 생성체제의 운영방식

생성체제는 일단 조건 규칙에 명시된 사항이 작업기억 내에 있는 현재상태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으로 시작한다. 이를 가리켜 패턴-인식(Pattern Recognition)과정이라고 한다. 어떤 조건 규칙이 현재상태와 일치하게 되면, 그 실행규칙을 수행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위의 예에서처럼 실제로 우리가 신촌역으로 가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고, 실제로 우리 눈에 빈 택시가 보이면, 손을 들어서 택시를 세우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격발(fire)행위라고 한다. 만약 두 개 이상의 생성법칙이 현재상태와 일치하게 되면 이들 중에 하나를 선택하며, 이런 선택 과정을 갈등해소(Conflict Resolution)라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달라진 작업기억의 내용을 기초로 다시 패턴-인식부터 시작한다.

(4) 생성체제의 특징

① 생성체는 추상적인 법칙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에 적응하기가 수월하다. 예를 들어, 앞의 생성법칙의 경우, 우리가 상경대 앞에 서 있든, 문과대 앞에 서 있든 간에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다.

② 각각의 생성법칙은 독립적인 단위 행위를 표현한다. 따라서 우리가 인간의 복잡한 행위를 묘사할 때, 다른 생성법칙에 관계 없이 새로운 생성법칙을 추가하거나 또는 기존의 생성법칙을 제거할 수 있다.

<그림 12> 하노이 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ACT-R 생성체제

③ 생성법칙은 인간 외부로부터의 자극과 인간 내부의 목표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위의 예에서 신촌역에 가고자 하는 것은 내부의 목표이고, 빈 택시가 보이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이라고 볼 수 있다.

④ 생성법칙은 문제해결상의 의미 있는 단위를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Anderson의 ACT-R의 경우는 하나의 생성법칙은 하나의 인지적 기술단위를 표현하고 있다(Anderson, 1993).

생성체제가 가지고 있는 단점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생성체제 스스로가 학습을 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인공신경망 조직과 비교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단점으로서, 생성체제를 이용하여 복잡한 인지과정을 분석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 단점은 연구자가 생성체제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그림 12>는 ACT-R을 이용한 생성체계이다. 이를 <그림 10>에 표시한 수단-목표 분석법과 비교해 보면, 생성체계가 훨씬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생성체제를 수립함으로써,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의 미비한 점들을 파악할 수 있으며, 바로 그 점에서 결과적으로 수립된 생성체제보다는 생성체제를 수립하는 과정 자체가 더 유용한 연구수단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4.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문제의 해결

앞에서 보았던 지식이 적게 요구되는 문제들은 주로 하노이 탑 문제나 선교사와 식인종 문제같이 간단한 수수께끼와 같은 문제들이었다. 이에 비해서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문제의 해결은 주로 대수학, 물리학, 열역학, 기하학, 의료진단, 정책수립 및 프로그래밍 등 상대적으로 훨씬 복잡하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문제에 대한 연구는 주로 특정 분야의 초보자와 전문가 사이의 비교를 통하여 시작되었다. 이 절에서는 초보자와 전문가 사이의 대표적인 차이를 몇 가지 설명하고자 한다.

1) 문제표상의 차이

전문가와 초보자의 차이는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Chi, Feltovich & Glaser(1981)는 물리 분야에서 초보자와 전문가의 차이를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그림 13>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여러 가지 다양한 물리 문제를 초보자와 전문가에게 똑같이 주고 이들 문제를 비슷한 것끼리 분류하라고 주문했다. 그 결과 초보자는 <그림 13>의 왼쪽에 있는 문제 두 개를 비슷한 문제로 분류한 반면, 전문가는 오른쪽에 있는 두 개의 문제를 비슷하다고 분류했다. 그 이유를 물어 보자. 초보자들은 왼쪽의 두 문제가 비슷하게 생겨서 둘 다 경사면 위에 사면체가 올라가 있는 문제라고 대답했다. 이에 반해 전문가는 오른쪽의 두 문제가 모두 물리학의 에너지 보존의 법칙으로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대답했다. 즉, 초보자들은 경사면이나 사면체 등과 같이 문제의 표면적인 특성(surface features)을 중심으로 문제를 이해하는 반면에, 전문가는 에너지 보존 법칙과 같이 배경 학문의 원리를 기초로 문제를 이해했다. 따라서 전문가는 문제를 이해하는 과정부터 초보자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13> 전문가와 초보자 간의 문제표상에 대한 차이

2) 지각적 결집의 차이(Perceptual Chunk)

전문가와 초보자의 차이는 작업기억 내의 결집의 크기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Chase & Simon(1979)은 서양 장기 분야에서 초보자와 전문가의 차이를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먼저 여러 가지 말이 놓여 있는 장기판을 하나 보여 주고 그 장기판과 동일하게 말을 새로운 장기판에 배열하여 보라고 주문하기도 하고(지각과업), 또는 처음 장기판을 치우고서 기억나는 대로 말을 배열하여 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기억 과업). 그 결과 장기판의 말이 규칙대로 배열되어 있는 경우에는 초보자와 전문가 사이에 성과가 크게 차이가 나지만 말들이 무작위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경우에는 두 집단 사이에 성과의 차이가 없다는 종래의 실험 결과(de Groot, 1965)를 검증했다. 피험자들이 연속적으로 말을 놓는 위치를 초보자보다 큰 결집으로 표현한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전문가가 사용하는 결집은 각각 낯익은 몇몇 말들의 배열로 이루어져 있었다. 즉, 전문가는 그들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주 반복해 보아 왔던 말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결집을 단위로 하여 주어진 장기판을 입력함으로써, 규칙대로 배열된 문제들에서 초보자보다 우월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차이는 서양 장기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났다. 예를 들어 Soloway, Adelson & Ehrlich(1988)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과업을 통해 피험자들에게 <그림 14>와 같은 문제를 주고 빈 칸을 채워 넣으라고 주문했다. <그림 14>의 왼쪽 프로그램은 프로그래밍을 할 때 일반적으로 지켜지는 관습들을 준수하면서 작성된 것이지만, 오른쪽의 프로그램은 순서나 관습을 일부러 무시한 프로그램이었다. 초보자와 전문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왼쪽과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양자 간의 유의적인 차이가 있었지만, 오른쪽과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초보자와 전문가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또한, 전문가들이 오른쪽과 같은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과정에서는 훨씬 많은 시간이 들고, 잘못된 답도 많이 제출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주로 지각적인 결집을 통하여 현상을 인식하면서 문제를 풀어가지만, 주어진 문제가 그들이 자주 접촉하던 문제가 아니면 초보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림 14> 컴퓨터 프로그램에서의 지각적 결집

3) 장기기억의 차이

전문가와 초보자의 또 다른 차이는 장기기억 속에 지식을 저장하고 회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Chase & Ericsson(1981)은 관련 없는 숫자를 7개부터 80여 개 까지 암기화하는 훈련을 통해서 많은 사항을 암기하도록 숙달된 기억(skilled memory)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숙달된 기억은 기존의 의미론적 지식을 이용하여 제시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코드화할 수 있었으며, 기억된 지식을 회수 코드를 통하여 빠른 속도로 접근할 수 있었고, 저장된 지식을 장기기억 속에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 냈다. 또한 숙달된 기억은 훈련을 거듭함에 따라 필요한 사항에 더 빨리 접근할 수 있음도 밝혀졌다. 그러나 이런 숙달된 기억은 오직 훈련받은 분야에서만 그 효력을 발휘하고 그 외의 분야로 전이되지는 못한다는 사실도 밝혀 냈다. Ericsson & Polson(1988)은 이런 숙달된 기억을 실제 상황에서 검증하기 위하여 미국 콜로라도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JC라는 웨이터를 대상으로 헌장 관찰을 실시했다. JC는 메모지나 연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20명이 넘는 사람들의 식사 주문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외울 수 있었다. 그를 대상으로 그의 문제해결 과정을 분석한 결과도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숙달된 기억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 내었다.

4) 정상적 분석의 차이

전문가는 문제를 풀기 전에 일반적으로 먼저 문제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초보자는 곧장 알고 있는 방식을 이용하여 문제를 풀려고 한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이와 같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문제를 정상적으로 분석(Qualitative analysis)하는 것은 무엇을 위함인가. Paige & Simon(1966)은 학생들에게 대수학 문제를 말로 설명해 주고 이를 풀 게 함으로써 정성적 분석의 특징을 살펴 보았다. 이 실험에서 어떤 학생들은 시작하자마자 방정식을 이용하여 문제를 풀려고 하였고, 그 결과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길이가 마이너스로 표시되었다). 이에 비해서 다른 학생들은 방정식을 적용하기 전에 문제를 정성적으로 분석하고, 내적 표상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서 그들은 주어진 문제를 규정지을 수 있는 관계를 추정해 내었으며, 해당 문제에 추가로 별도의 제약조건을 첨가시켰다. 추후의 연구를 통해, 이런 정성적 분석 활동은 특히 현실적이고 구조화되어 있지 않은 문제들에서 탁월한 효과를 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Voss & Post, 1988).

5. 문제해결 연구분야의 확장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에서의 문제해결 과정에 대한 연구가 무르익으면서, 과거에는 문제해결과 동떨어져 있던 분야에서까지도 문제해결 분야의 이론과 방법론을 이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 절에서는 이런 움직임 중에 네 가지 분야를 선정하여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 과학적 발견(Scientific Discovery)

과학자들이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자연법칙을 발견하는 행위는 고도의 창의적인 행동이다. 예를 들어, Kepler가 달과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그의 제3법칙(태양과 혹성 간의 거리의 3제곱은 혹성의 공전주기의 2제곱과 비례한다)을 발견했다든가, Newton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는 과정은 창의력과 우연을 강조하는 일화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과학적 발견 행위도 문제해결의 한 유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Klahr & Dunbar(1988)는 과학적 발견은 이중 문제공간에서의 탐색행위라고 주장하면서 과학적 발견에 대한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 이 틀에서는 일반적인 문제해결과는 달리 가설공간(hypothesis space)과 실험공간(experimental space)이라는 두 개의 문제공간을 제시한다. 가설공간에서의 탐색은 과거의 경험과 실험자료를 이용하여 새로운 가설을 수립하고 정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실험공간의 탐색은 다양한 실험을 설계하고, 이를 실제로 수행하여 결과를 얻는 행위를 의미한다. Klahr & Dunbar(1988)는 과학적 발견이라는 것은 가설공간과 실험공간의 탐색을 서로 연결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하여 Qin & Simon(1990)은 피험자에게 Kepler가 제3법칙을 발견할 때 사용한 자료를 주고 피험자가 동일한 법칙을 발견하는 과정을 관찰한 후, 그 결과를 인간이 과학법칙을 발견하는 과정을 흉내내도록 작성된 BACON이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비교했다. 그 결과, 제3법칙을 도출한 피험자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두 개의 문제 공간 사이를 체계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살을 밝혀 냈다. 이런 사실을 좀더 실제 세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상황에서 검증하기 위하여Dunbar(1993)는 실제로 한 분자생물학 연구실에서 장기간 동안 머물면서 과학자들의 법칙 발견 과정을 관찰한 결과, 과학적 발견을 두 개의 상호 연관된 문제공간에서의 탐색으로 Klahr & Dunbar(1988) 이론의 타당성을 입증했다.

2) 역동적 의사결정(Dynamic Decision Making)

종래에는 의사결정이란 주로 정해진 대안들 중에서 판단(Judgment)을 하고 선택(Choice)을 하는 과정으로 간주해 왔다. 따라서 문제공간에서의 탐색인 문제해결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존재했었다. 그러나 점차 의사결정 자체도 복잡해지고 역동적인 성격을 띠게 됨에 따라, 의사결정 과정도 문제해결의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역동적 의사결정이라는 과업은 단 한번의 결정보다는 일련의 연속되는 의사결정을 요구하면서, 각각의 의사결정이 서로 상호 연관되어 있고, 환경이 의사결정자의 결정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스스로 독립적으로도 변화하며, 의사결정자가 시간적 제약 속에서 빠른 시간 내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문제들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역동적 의사결정 문제들로는 공항에서 일하는 항공관계사의 과업이나, 병원의 응급처치실, 핵발전소의 비상재해대책 작업 등을 들 수 있다. 역동적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내리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자가 자신의 과업에 대한 포괄적인 모형을 구축하여야 한다(Brehmer, 1992). 그리고 모형의 완성도에 따라 의사결정자의 동적 의사결정 성과가 좌우된다(Sterman, 1995). 또한 Kim & Park(1996)은 동적 의사결정 과정도 과학적 발견과 마찬가지로 두 개의 문제공간에서의 탐색과정이라고 제안했다. 그들의 이론에 따르면, 동적 의사결정에는 모형공간(Model space)과 결정공간(decision space)이 존재한다. 모형공간에서는 다양한 모형을 설립하고 이를 정리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며, 결정공간에서는 모형공간에서 설립된 모형에 따라 실제로 다양한 결정을 내린다. 이런 결정의 결과는 다시 모형공간으로 전달되어 모형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모형을 설립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게 된다. Kim & Park(1996)은 모형공간의 행위와 결정공간의 행위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모형공간의 내용에 따라 결정공간의 성과가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3) 정보시스템 개발(Information System Development)

Kim, Lerch & Simon(1995)은 문제해결의 원리를 정보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 적용했다. 연구자들은 정보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이 <그림 15>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세 개의 문제공간에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법칙공간(rule space)으로서 실제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수정하는 곳이다. 그 위에 있는 공간은 예제공간(instance space)으로서 작성된 프로그램을 실험해 보는 곳이다. 제일 위에 있는 공간은 표상공간(Representation space)으로서, 주어진 문제표상이 문제해결을 도와주지 못할 때 이를 더 효과적인 표상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는 정보시스템에서 자료구조를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림 15>는 정보시스템의 개발과정에서 위에서 말한 세 가지의 공간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이루어진다는 사살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Kim & Lerch(in press)에서는 특히 표상공간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나머지 법칙공간과 예제공간에서의 탐색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표상공간에서의 탐색을 위한 문제해결방법을 연구했다. 이는 표상공간에서의 탐색이 언제 시작되고, 또 여러 가지 다양한 표상 중에서 어떤 표상을 선택하는가에 대한 기제를 밝히는 연구를 포함한다.

<그림 15> 정보시스템 개발에서의 세 개의 문제공간

4) 기타 확장 사례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분야 외에도 여러 가지 분야에서 문제해결의 원리와 방법론을 적용하려는 연구가 행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Isaak & Just(1995)는 창의성에 관한 문제를 다루었다. 그들은 창의성을 문제공간에서 조작자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제약조건(assumed path constraints)을 해제시키는 행위로 해석했다. 예를 들어, <그림 4>에서 보여 주고 있는 9개의 점 문제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문제 해결자가 사용할 수 있는 조작자 중에는 사각형 밖으로 나가는 선도 포함되어 있지만, 문제해결자들은 일반적으로 모든 선은 사각형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검증되지 않은 제약조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만약 문제해결자가 이런 제약조건을 해제한다면, 창의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주장한다. Kaplan & Simon(1990)은 <그림 16>에서 보여 주고 있는 '절단된 장기판' 문제를 사용하여 직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 문제에서는 원래 64(8x8)개의 사각형 중에서 두 개의 흰색 사각형을 떼어 내고 나머지 62개의 사각형을 31개의 도미노로 모두 덮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단, 하나의 도미노는 반드시 가로 또는 세로로 놓아야지 대각선으로 놓을 수는 없다는 제한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연구자들은 이 문제와 함께 여러 가지 다양한 힌트를 피험자에게 줌으로써 직관과 문제해결 간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직관을 얻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문제표상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며, 따라서 직관을 요구하는 문제의 해결은 이런 표상을 찾아 탐색하는 과정에 조작자 및 제한조항이 존재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림 16> 절단된 장기판 문제

6. 문제해결상의 오류

이 장에서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분야의 문제해결 과정을 살펴보았다. 직관적 문제, 지식이 적게 요구되는 문제,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문제, 좀더 현실적이고 복잡한 문제 등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은 문제해결의 원리에 따라 주어진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분야에서의 인간의 문제해결이 항상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거의 모든 분야보다 더 자주 오류가 발생하며, 그 외의 분야는 상대적으로 적은 오류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해결상의 오류는 궁극적으로 두 가지의 상호 연관된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 하나는 작업기억의 용량처럼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한계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과업 때문이다. 이 절에서는 인간이 문제해결 과정에서 저지르기 쉬운 오류 중에 서너 가지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1) 기능적 고착(Functional Fixation)

인간은 어떤 사물이나 문제에 대하여 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생각하다 보면, 그 방향으로 생각이 굳어져 다른 방향으로 사물이나 문제를 바라보지 못한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기능적 고착 또는 고착효과(set effects)라고 지칭한다. 예를 들어서 <그림 17>에 그려진 Maier의 두 끈 문제를 살펴보자(Maier,1931). 문제에서는 천장으로부터 2개의 끈이 내려와있다. 이 끈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피험자가 두 끈을 동시에 잡을 수는 없다. 방 안에는 이 밖에도 의자와 펜치 및 못이 널려 있다. 두 끈을 묶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펜치를 한 끈에 매달아서 마치 시계추처럼 흔들거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Maier의 실험 결과는 오직 39퍼센트의 피험자만이 이런 해답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펜치라는 물건에 대해 피험자가 가지고 있는 표상이 펜치의 일반적인 기능(박힌 못 빼내는)으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펜치를 시계추처럼 사용하는 가능성을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기능적 고착으로 인한 오류는 Duncker의 촛불 문제(Duncker, 1945)나 Luchines의 물병 문제(Luchines, 1942)등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림 17> Maier의 두 끈 문제

2) 인지적 편견(Cognitive Biases)

인간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발견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특히 의사결정의 경우에는 발견법(heuristics)이 종종 여러 가지 인지적 편견을 가지게 하고, 이로 말미암아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다음은 인지적 편견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발견법을 간단히 소개한다.

(1) 가용성 발견법(Availability Heuristics)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문제를 생각하여 보자.

ㆍ고등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의 한 Chapter에서 _ _ _ _ing라는 단어(ing로 끝나는 7자짜리 단어)가 몇 번이나 나올 것인가?

    0        1~2        3~4        5~7        8~10        11~15        16+

ㆍ고등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의 한 Chapter에서 _ _ _ _i_ _라는 단어(다섯 번째 철자가 끝나는 I 인 7자 짜리 단어)가 몇 번이나 나올 것인가?

    0        1~2        3~4        5~7        8~10        11~15        16+

위의 문제는 ing로 끝나는 7자짜리 단어이고 아래 문제는 다섯 번째 철자가 i인 7자짜리 단어이다. 따라서 위의 문제에 속하는 모든 단어는 당연히 아래 문제에 속하게 되고, 따라서 아래 문제에 속하는 단어가 자연히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일반적으로 위의 문제에 해당되는 단어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Tversky & Kahneman, 1983). 그 이유는 위의 형태가(진행형) 우리에게 더 친숙하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기억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기억해 낼 수 있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가용성 발견법이라고 한다.

(2) 대표성 발견법(Representative Heuristics)

아래의 문제를 읽고 답을 생각해 보자.

ㆍ철수는 대단히 수줍고 내성적이다. 그는 사람이나 현실의 세계에 별 관심이 없다. 그는 온순하고 말쑥하며 정리정돈을 잘 하고 자세한 것에 열중한다.

ㆍ철수의 직업은 다음 주 어느 것?

      봉급생활자

      농부

      도서관 사서

      의사

이 세상에 있는 봉급생활자의 수 또는 농부의 수와 도서관 사서의 수를 비교해 보면 봉급생활자의 수와 농부의 수가 훨씬 더 많으리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철수가 누구라는 것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철 수가 봉급생활자 또는 농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러나 위의 문제에 대하여 우리는 일반적으로 철수가 도서관 사서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 이유는 철수에 대한 기술이 우리가 도서관 사서를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특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의사결정을 할 때, 우리는 전체 모집단에 대한 기준비율(base rate)을 무시하고 어떤 객체의 대표성에 따라 결정하는 오류를 범하기 쉬우며, 이를 가리켜 특히 기준비율 오류(base rate fallacy)라고 부른다(Tversky & Kahneman, 1973).

(3) 근거설정과 조정전략(Anchoring & Adjustment)

아래의 두 가지 문제를 읽고 답을 생각하여 보자.

ㆍ가) 어떤 컴퓨터 회사에서 4년의 시스템 개발 경험이 있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경력사원을 채용하려고 한다. 마침 사내 운동대회에서 사장이 그 회사의 수위에게 이 경력사원에게 월급을 얼마나 주어야 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수위는 "잘 모르지만 1,000만 원은 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당신 생각에는?

ㆍ나) 어떤 컴퓨터 회사에서 4년의 시스템 개발 경험이 있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경력사원을 채용하려고 한다. 마침 사내 운동대회에서 사장이 그 회사의 수위에게 이 경력사원에게 월급을 얼마나 주어야 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수위는 "잘 모르지만 10만원은 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당신 생각에는?

위의 두 문제에서 컴퓨터 회사의 수위는 경력사원의 봉급에 대해서 아무런 지식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위의 의견을 무시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당신의 대답은 가)문제나 나)문제에 상관없이 일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위와 비슷한 문제로 실험한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가)문제에 훨씬 더 높은 월급을 책정하는 것으로 밝혀졌다(Tversky & Kahneman, 1973). 그 이유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에 어떤 기준점에서 시작하여 가능한 적은 조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위의 경우에, 가)문제의 기준점은 1,000만원에서, 나)문제의 기준점은 10만 원에서 시작하여 조정을 하기 때문에 가)문제의 경우가 더 높은 월급을 책정하게 된다. 따라서 인간은 위의 문제에서와 같이, 기준점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경우에도 그 기준점에 따라 의사결정이 좌우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4) 문제구성의 효과(Framing effects)

아래의 두 가지 문제를 읽고 답을 생각하여 보자.

ㆍ당신이 어떤 연극을 보기로 결정하고 티켓 1매당 5,000원을 지불하였다. 그러나 극장에 들어가서는 티켓을 잃어 버렸음을 알았다. 이 때 다시 5,000원을 지불하고 티켓을 사겠는가?

ㆍ당신이 티켓 1매당 5,000원 짜리 연극을 보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극장에 들어가서는 5,000원짜리 지폐를 하나 잃어 버렸음을 알았다.  그래도 당신은 연극 티켓에 5,000원을 지불할 것인가?

위의 두 가지 문제는 결과적으로는 동일한 금전적 결과를 초래한다. 즉, 5,000원을 주고 산 연극 티켓을 잃어버렸든지, 아니면 5,000원을 그대로 잃어 버렸든지 둘 간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물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위의 경우에는 다시 연극표를 사지 않지만 아래의 경우는 연극표를 사겠다고 대답한다. 즉, 비록 동일한 의사결정일지라도 그것이 어떤 형식으로 표현되었는가에 따라 사람의 의사결정은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 문제구성의 효과라고 하며, 이는 대안들의 표현, 결과의 표현, 확실성에 대한 표현 등등을 조작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연구되어 왔다(Kahneman & Tversky, 1979).

3) 추론 과정의 오류

인간은 연역적 또는 귀납적 추론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오류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두 가지의 대표적인 오류를 설명했다.

(1) 형식오류(Form Errors)

아래의 삼단 논리를 살펴보자.

ㆍ신한국당 당원들 중에는 바닷가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ㆍ충북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신한국당 당원인 사람들이 있다.

ㆍ그러므로, 충북 사람들 중에는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비록 논리의 전개는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결론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충청북도는 사면이 육지로 싸여 있으므로, 충북 사람들 중에는 바닷가에 사는 사람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오류는 사람들이 전제에서 제시된 정보를 불충분하게 처리함으로써 발생한다고 한다. 즉, 하나의 전제는 실제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인간은 오직 한 가지 가능성만을 이용하여 내적 모형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Johnson-Laird, 1988).

(2) 조건 추론상의 오류(Errors in Conditional Reasoning)

아래에 기술된 선택 문제를 살펴보자(Wason, 1966).

ㆍ만약 카드 한편에 모음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짝수가 쓰여 있어야 한다.

ㆍ위의 법칙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당신이 반드시 뒤집어 보아야 할 카드는 어느 것인가?

위의 문제의 정답은 A와 7이다. A를 뒤집어 보야아 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만약 A를 뒤집어서 자음이 홀 수가 나오면 위의 법칙을 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을 뒤집어 보아야 하는 것은 만약 결과가 모음이 나오면 위의 법칙을 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를 뒤집어 보는 것에 비해서, 7을 뒤집는 것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기는 상대적으로 어렵다. Wason(1966)의 실험에서는 오직 4%의 피험자만이 정답을 맞추었다. 그 이유는 조건 추론의 경우에 사람들이 단방향추론(모음이면 짝수이다)을 선호하는 반면, 부정조건을 사용하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이다(홀수이면 자음이어야 한다).

7. 즐거운 문제해결을 위한 지원도구의 설계 : 인지공학

6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의 문제해결 과정은 여러 가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이런 오류들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당사자로 하여금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어렵게 하고, 간혹 괴로운 과정으로까지 만들어 버린다. 기존의 인지과학의 연구는 인간이 문제해결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였고, 이런 오류가 발생하게 되는 내재된 인지 과정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인간의 문제해결 과정이 다양한 오류의 가능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인간의 문제해결 과정을 즐겁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을 적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런 필요에 부응하기 위하여 인간의 문제해결 과정을 지원해 주는 효과적인 도구를 설계하고 개발하기 위한 학문으로 인지공학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1) 인공물에 대한 과학(The scicences of the artificial)

생물학, 물리학, 천문학 등 종래의 대부분의 과학은 자연 현상에 대한 과학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세계는 자연 그 자체보다는 인간이 만들어 낸 인공물이 더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인간이 건축한 건물 속에서 인간이 만든 옷을 입고, 인간이 만든 도구(컴퓨터, 연필 등)를 이용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뿐만 아니라 우리가 만든 '인공물에 대한 과학'도 필요하게 되었다(Simon, 1980).

인공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 다른 관점이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인공물은 접촉점(interface)이라고 규정된다(Simon, 1980). 다시 말해서, 인공물 내부의 구성물이나 조직보다는, 인공물이 외부의 환경, 특히 문제해결자(Problem Solver)와 접촉하는 점을 가리켜 인공물이라고 한다. 따라서, 예를 들어 전자계산기라는 인공물은 전자계산기를 이루는 반도체나 플라스틱보다는 전자계산기를 사용하는 인간과 접촉하는 전자계산기의 버튼 및 화면을 가리킨다.

인공물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모든 인공물들은 특정한 목적(goals)을 가지고 있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능(Functions)을 가지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응성(Adaptation)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공학(engineering)이란 과학적 지식과 기술적 수단, 그리고 인간의 지성과 감성을 총동원하여 가정 경제적인 방법으로 현실사회가 요구하는 인공물을 만들어 내는 종합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2) 인지공학(Cognitive Engineering)

인지공학을 인지과학의 원리를 이용하여 인간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인공물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분야이다. 이런 인공물은 단순히 사용하기 편리하거나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인공물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문제해결의 과정자체가 즐겁고 재미있는 과정이 될 수 있는 도구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인지공학을 소프트 과학(Soft Technology)이라고도 한다(Norman, 1993). 소프트 과학은 종래의 기계 중심의 정량적 수학적 사고에서 벗어나(Hard Technology), 인간이 주도하고 인간의 유연성을 충분히 감안하는 과학을 의미한다.

인지공학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Woods, 1988).

첫째, 인지공학은 현실세계의 복잡한 문제를 대상으로 한다. 종래의 인지과학이나 인지심리학은 엄격한 이론을 수립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하여 정교한 실험을 수행하거나 정치한 컴퓨터 모델을 개발하여 왔다. 따라서 그 연구 대상도 대부분 실험실에서 행할 수 있는 매우 간단한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문제는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이며, 인지공학은 바로 이런 문제를 대상으로 한다. 이런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복잡하게 하는 요인은 무엇이고, 그 복잡성으로 말미암아 문제해결자가 당면하는 어려움은 무엇이며, 만약 문제해결자가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을 때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가를 규명하고자 한다. 또한 문제 자체뿐만 아니라, 인간이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주변 상황에 대한 연구도 요구된다. 인지공학은 해당 분야 및 주변 상황에 대한 지식을 이용하여, 인공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칫 범할 수도 있는 오류를 방지할 뿐 아니라, 인공물이 반드시 충족시켜야 할 필수 요건을 제시한다.

둘째, 인지공학은 시스템의 관점에서 무제를 바라본다. 인지공학이 바라보는 시스템은 <그림 18>에서 보듯이, 세 개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인지 시스템이 작용하는 주변 세상이다. 이런 주변 세상은 그 환경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과 불확실성, 환경을 이루는 요소의 개수 및 상호 연관성, 그리고 역동적 성향 등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양상을 띤다. 시스템의 두 번째 요소는 문제해결자로서, 특히 문제해결자가 가지고 있는 인지적 능력과 여러 명의 문제해결자 간의 상호 협동작업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시스템의 세 번째 요소는 해당 문제에 대한 외적 표상(external representation)이다. 문제해결자는 특정한 외적 표상을 통해 주변환경과 해당 문제를 바라본다. 따라서 비록 동일한 문제 상황일지라도 서로 다른 외적 표상을 구성할 수 있으며, 문제해결자는 외적 표상에 따라 서로 다른 문제해결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인지공학은 문제해결자와 주변 문제환경 및 외적 표상의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시스템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셋째, 인지공학은 생태학적인(ecological) 접근을 통하여 인공물을 개발한다. 인지공학은 문제해결자들이 그들이 처한 실제 상황에서 인공물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종종 어떤 인공물이 원래 의도되었던 바와는 달리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인지공학은 문제해결자와 외적 표상 및 주변환경 간의 삼각 관계를 이용하여, 해당 인공물이 실제 사용되는 이유를 밝히며, 더 나아가 이를 기초로 실제 세상에서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인공물을 개발한다.

<그림 18> 인지공학의 3대 요소

3) 오류에 대한 인지공학적 입장

인지공학은 인간의 오류가 근본적으로 인지 시스템의 3대 요소 간의 부조화(mismatch)로 인하여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특정 문제에 대한 외적 표상이 문제해결자의 능력을 초과하는 인지적 활동을 요구한다면, 문제해결자가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당연히 많은 오류를 범하고 만다. 따라서 인지공학은 어떤 부조화가 어떤 형태의 오류를 발생케 하는가를 규명함으로써, 서로 다른 오류의 형태와 그에 따른 부조화의 유형 간의 관계를 밝히고자 한다. 이런 결과를 통해, 인지공학은 특정 과업에 대한 오류의 잠재적 가능성을 측정하고, 오류의 형태 및 빈도를 예측한다.

인지공학은 인간이 저지르는 많은 오류를 기계 중심의 기술이 초래한 필연적인 결과라고 주장한다(Norman, 1993).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한정되어 있으며 따라서 기계가 인간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반대로 인간이 기계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실제는 기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데 필요하다면, 인간이 잘 할 수 있든 없든 관계없이 기계의 요구에 맞추어 대부분의 일이 설계되었다. 따라서 기계 중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실수투성이이고 불확실하며 감정적인 존재로 전락하고, 모든 과식은 인간의 책임으로 귀속된다.

문제해결상에 발생하는 오류에 대한 인지공학적 대응책의 일반적인 특징은 세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첫째, 인지공학은 인공물을 준독립적인 인지적 대리인(semi-autonomous cognitive agents)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인공물은 단순히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답만을 피동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문제를 해결하는 전체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예를 들어, 인간이 해당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을 지원할 뿐 아니라, 인간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질문을 제기하고, 간과할 수도 있는 여러 가지 대안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며, 또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인간에게 경고를 할 수도 있다.

둘째, 인지공학은 인간의 업무수행 능력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인공물을 설계하고자 한다. 따라서, 문제해결자로서 인간은 주어진 자원과 지식을 이용해 최적의 인공물을 개발하는 매우 능동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인공물을 설계할 때도, 인간이 문제해결 과정에서 당면하게 될 어려움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문제해결자의 능력을 증대시키는 쪽으로 초점을 맞춘다.

셋째, 인지공학은 문제해결 과정을 인간과 인공물 간의 협동과정으로 간주한다. 인간과 인공물은 부분적으로 겹치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전체 시스템이 문제를 최적의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의 종속물이 아니라 서로가 협동하여 문제를 해결하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협동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인공물과 문제해결자가 접촉하는 외적 표상에 대한 적합한 설계가 우선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결론적으로, 인지공학은 문제해결자와 인공물 각자에 대한 능력을 확대시킴과 동시에, 이들 간의 협동과정을 지원하는 외적 표상을 개발함으로써 전체 인지 시스템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한다.

4) 특정 오류에 대한 인지공학적 접근의 예

6절에서는 인간이 문제해결 과정에서 범하기 쉬운 여러 가지 다양한 오류들에 대하여 알아보았고, 앞에서는 이런 오류에 대하여 인지공학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여기에서는 6절에서 제시한 몇 가지 오류에 대한 기존의 인지공학적 대응 방법을 간단하게 열거하고자 한다.

(1) 기능적 고착(Functional Fixation)

기능적 고착으로 인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인지공학적 방법 중에 하나는 다중표상(Multiple representation)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중표상은 사람이 어디에 서 있는가에 따라, 동일한 사물도 전혀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따라서 동일한 문제도 어떤 관점을 취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외적 표상을 가질 수 있고, 이에 따라 문제해결자의 내적 문제표상도 전혀 다르게 된다. 예를 들어 데이터 베이스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탐색자가 어떤 관점을 취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자료(view)를 볼 수 있다(Norman & Bobrow, 1979). 다중표상에서의 문제는 어떻게 여러 가지 표상을 제공하느냐 하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중표상이 문제해결 과정 속에서 기능적 고착현상을 방지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관점이 문제해결에 중요하고, 이런 중요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개체 및 관계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다중표상이 외부에서 여러 가지 상이한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어느 한 관점에 고착되는 현상을 방지하려고 한다면, 표상전환은 문제해결자가 내부표상을 자발적으로 전환함으로써 어느 한 관점에 고착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다. 표상전환에 대한 연구는 다중표상의 성공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이는 다중표상이 외부적으로 아무리 다양한 표상을 전해 주더라도 문제해결자가 이를 내부적으로 처리할 수 없으면 기능적 고착을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im & Lee(1996)는 문제해결자가 외부적으로 입장을 바꾸어 새로운 관점을 갖도록 강요받더라도 내부적으로 그 동안 가지고 있던 관점을 바꾼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표상전환에 대한 연구들은 인간이 기존의 표상을 내부적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하는 촉매제는 무엇이며, 새로운 표상을 탐색하고 선정하는 전략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Kim, Lerch & Simon, 1995).

(2) 인지적 편견(Cognitive Biases)

인간의 의사결정에 작용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인지적 편견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Intelligent Decision Support: IDS)을 들 수 있다(Wood, 1988). IDS는 해당 의사결정 문제에 단순히 해답만을 제공하여 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자의 의사결정 과정에 동참하여, 문제해결자가 해당 의사결정 문제에 유용한 문제표상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문제해결자가 일단 결정을 하면 이에 대한 코멘트나 비판을 함으로써 문제해결자가 인지적 편견에 빠지는 것을 방지해 준다.

인지적 편견, 특히 역동적 의사결정 상황에서의 결함(dynamic deficiency)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분산적 추정(Divergent Inference)을 들 수 있다. 인지공학 입장에서는 역동적 의사결정 과정을 문제해결자가 해당 문제에 대한 내적 모형을 수립하고, 그 모형을 통제(control)하는 과정으로 본다(Brehmer, 1990). 따라서 동적 결함은 모형이 잘못 구성되어 발생하는 현상이며, 역동적 의사결정의 성과는 모형의 완전성에 달려 있다. 분산적 추정은 모형의 완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 현상 사이의 관계를 다양하게 추정해 보는 방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Kim & Park(1996)은 일반 경영 환경에서 경영자가 내리는 동적 의사결정에 분산적 추정을 적용함으로써 경영자가 동적 결함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을 경영 시뮬레이터를 통한 실험을 이용하여 밝혀냈다.

(3) 추론상의 오류(Errors In Reasoning)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가운데 필요한 추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빠질 수 있는 오류에 대처하기 위해서 인지공학은 표상설계(Representation Design)를 제시한다. 특히 인공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으로 내부의 실체와는 독립적으로 외부표상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표상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문제의 실체와 관계없이 추론 과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외부표상을 수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Cole(1986)은 <그림 19>에서 보여 주고 있는 분할표(grid table)를 사용하여 문제해결자가 기준비율(base rate information)을 무시하는 오류를 제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림 19> 기준비율을 감안하는 분할표

일반 건강검진의 일환으로 35세의 여자가 위암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으로 밝혀졌다. 이 검사는 실제로 위암이 있는 환자에게는 95% 정도가 양성 반응을 보이며, 위암이 아닌 환자에게는 90% 정도가 음성 반응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35세 여자가 위암에 걸릴 확률은 1000분의 1이다. 위의 자료를 기초로 해당 환자가 실제로 위암에 걸렸을 확률은 얼마인가.

<그림 19>는 오진(진단결과는 양성적이지만 실제는 암이 아닌 경우)과 적중(진단 결과도 양성적이고 실제 암인 경우) 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그림 19>는 증상을 보이는 사람 101명 중에서 100명은 오진이고 오직 1명만이 진단이 맞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명백하게 나타내어 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지공학은 인간이 문제해결 과정에서 저지르기 쉬운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외부표상의 설계, 문제해결자의 전략 변경 및 다중표상의 제공 등을 통하여 문제해결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인공물을 개발하고자 한다.

5) 인지공학의 응용사례

인지공학의 원리 및 방법론을 이용하여 실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이 중에서 두 가지만을 선정하여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미국 연방 우체국의 사례이다. 과거에는 우체국이 문서를 전달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반면에, 현대의 우체국은 전화, 화상회의 및 팩스 등에 의해서 그 중요성이 낮아지고 있으며, Federal Express나 DHL과 같은 속달 우편에 의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본 사례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소재하는 미국 중앙우체국(United States Postal Service)에서 수행된 인지공학 프로젝트이다. 이 우체국의 중요업무는 도처에서 들어오는 우편물을 효과적으로 정리하여 수신처 별로 배분하고 분류하는 것이다. 우편물을 분류하는 작업은 매우 복잡한 다단계의 작업으로서 각 단위 작업 간에 높은 상호 관계가 존재한다. 해당 우체국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은 우편물의 분류 작업이 정해진 시간 내에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데에 있었다. 그 원인을 살펴본 결과 우체국으로 집합되는 우편물의 양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업무가 우체국 현장 감독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이 현장 감독의 전문도에 따라 우편물의 처리 속도가 무척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능숙한 감독이 업무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우편물이 제대로 마감을 지키면서 진행되었지만, 미숙한 감독이 있는 동안에는 우편물의 처리 소도가 매우 늦었다. 따라서 이런 초보 감독을 위하여 복잡한 수학모형이나 전문가 시스템을 제공해 보았지만 초보 감독의 업무생산성을 높이지 못했다. 즉, 단순히 정답을 가르쳐 주는 인공물을 가지고는 초보 감독의 문제해결 과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작업은 우편물의 처리공정에 대한 시뮬레이션 모형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경영과학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분할형 시뮬레이션 모형을 이용하여 우편물이 우체국에 도착되어 처리되는 과정에 대한 모의실험 모형을 작성했다. 이와 동시에 능숙한 현장 감독의 문제해결 과정에 대한 인지모형을 생성체제를 이용하여 개발했다. 마지막으로 업무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전문가의 인지모형을 병렬로 진행시켰다. 즉, 업무 시뮬레이션 모형의 출력이 인지모형의 입력으로 사용되고, 인지모형의 출력이 시뮬레이션 모형의 입력으로 사용됨으로써 실제 세계에서 일의 흐름을 정확하게 모형화했다. 이를 통해, 능숙한 현장 감독의 업무 지식을 명확히 할 수 있었으며, 또한 다양한 실험을 통하여 업무 처리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발견할 수도 있게 되었다.

두 번째로 소프트웨어 부품시장의 사례이다. 이 사례는 미국 뉴저지에 소재하는 통신용 전산 시스템 개발 연구소에서 수행된 인지공학 프로젝트이다. 이 연구소의 주요 임무는 장거리 통신망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현재의 전산시스템은 과거 수십 년 동안 계속해서 보수에 보수를 거듭해 온 결과 그 규모나 복잡도가 다른 어떤 전산시스템보다도 심했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전체 시스템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으며, 전체적으로 어떤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 결과, 기존의 전산시스템을 재활용 하기가 어려웠고, 유사한 전산시스템을 중복적으로 개발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산시스템에 대한 근본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즉, 전산시스템은 반드시 처음에서부터 끝까지 새로 개발하여야 되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필요한 부품을 사서 조립하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변화시키고자 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컴퓨터 하드웨어를 사고 싶으면, 모니터와 주메모리, 프로세서, 보조기억장치를 여기저기서 구입하여 조립하는 것처럼, 소프트웨어도 여기저기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는 시스템 개발자가 시장에 가서 원하는 소프트웨어 부품을 사서 조립하는 인지과정을 분석하여 이 과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거래 시장을 조성하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는 부품의 거래에 수반되는 인지과정을 유추적 문제해결(Analogical problem Sovling) 모형을 이용하여 연구했다. 이를 통해 부품의 거래는 크게 탐색(Search), 인식(Identification), 유추(Mapping) 그리고 변(Adaptation)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런 문제해결 과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하여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시장 환경을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구축하는 중이다.

8. 결론

지금까지 인간의 문제해결에 대한 인지과학적 연구를 시대순으로 살펴 보았다. 처음에는 형태주의적 관점에서 본 직관적 문제로부터 시작하여, 지식이 적게 요구되는 문제,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문제, 실제 생활에 관련된 복잡한 문제들, 이런 문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저지르기 쉬운 오류, 그리고 끝으로 인간이 이런 오류를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인공물을 개발하는 인지공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 영역을 살펴보았다.

이런 연구의 결과는 문제해결이라는 인지작용이 인간의 거의 모든 활동에 연관되어 있으며, 문제해결을 연구하기 위한 이론과 방법론은 여러 가지 분야에 매우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지금까지 인지고학이 다루기 힘들었던 과제들, 예를 들어 집단 간의 협동과정이나 개인의 감정에 관한 분야로까지 문제해결의 연구 영역으로 포함되리라고 예상된다.

또한 문제해결에 대한 연구의 확대는 그 결과를 이용한 인공물의 제작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며, 이는 지금까지처럼 기계 중심의 기술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기술을 개발하는 밑바탕이 되리라고 믿으면서, 1933년 시카고의 세계박람회 모토로 사용된 문구와 Norman(1993)이 그의 저서에서 사용한 인간 중심의 기술에 대한 문구를 제시하는 것으로 문제해결에 대한 설명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