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표상과 인지
인지 과학 : 김영정, 김재권, 조인래, 김정오, 조명한, 이정민, 김영주, 김영택, 장병탁, 김형주, 백은옥, 강봉균, 서유헌, 이경민, 최재천 공저, 태학사, 2000. Page 139~160
인지과학은 마음 (정신, mind) 의 구조를 밝히는 과학이다. 그런데, 인간의 마음의 상태와 움직임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인간의 언어이다. 그러므로 언어의 구조와 기능을 밝히는 것은 인지과학의 목표에 잘 부합되는 일이다. 언어학은 언어 지식이 어떻게 정신 속에 표상 (즉 저장) 되며, 어떻게 습득되고, 어떻게 지각—사용되며, 어떻게 인지 (cognition) 의 다른 부면들과 관계되는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분야로서, 인지심리학, 철학, 인공지능 및 신경과학과 더불어 인지과학의 주요 구성분야를 이룬다.
인간의 정신을 정보처리 장치로 볼 때, 언어는 표상 (representation) 과 계산 (representation) 의 복잡한 정보처리 체계로서, 기호 형태로 정보를 표상하고, 원리와 규칙에 따라 그러한 기호적 표상을 다른 기호적 표상의 상태로 변경시킨다는 점에서 계산적이라 한다. 언어는 맥락 속에서 소리 (또는 글자) 와 의미를 잇는 체계이므로, 소리 측면에서 인지에 접근하는 경우와 의미 및 통사 구조의 측면에서 인지에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 새로 발전하기 시작한 음운론과 인지의 관계를 살피는 연구에 대해서는 졸고(1992) '언어와 인지—음운표상을 중심으로[조숙환(편) 언어학과 인지]' 및 이상억(1994) '인지음운론[본서]'을 참고하기 바라며, 여기서는 주로 의미론의 의미표상과 관련된 측면을 살피고자 한다. 한편, 언어 지식 즉 문법이 어떻게 사회적 맥락속에서 사용되는지 또한 그러한 모든 측면의 언어능력과 언어수행이 자연언어처리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도 인지과학적 접근이 활발히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졸고 1992, '자연언어처리와 인지', 인지과학 참고).
언어 능력을 가진 모국어 화자들은 의미구조에 관한 지식으로 모국어 문장들의 의미와 명제 내용에 따른 논항구조를 알고, 문장 의미의 합성성과 진리치, 문장들 사이의 모순관계, 함의 관계, 중의성, 말바꾸기 (paraphrase)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나아가 은유적, 관용적 구성 등을 사용하고, 지시 (reference), 가리킴말 (indexicals) 과 맥락, 화행 및 전제, 함축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의미의 분석과 표상은 위와 같은 다양하고도 중요한 의미 능력 (semantic competence) 을 밝힘으로써 가능하므로, 대단히 어려운 과제이다. 또한 의미론의 표상 방식이 우리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의미 능력의 인지적 표상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하는 문제는 더욱 풀기 어려운 문제이다. 여기서는 모형 이론적 표상 방식과 그 후의 반성과 발전 및 심적 표상 (mental model) 과 관련된 표상의 측면을 살피기로 한다.
3.1 전통적으로 논리학과 수학의 영향을 입으면 진리조건적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모형이론적 (model —theoretic) 의미 표상의 동기는 단순하다. 즉 어떤 문장 발화의 의미를 안다는 것은 한편으로 그 문장의 주장이 어떠한 조건 하에 참이 되는가를 아는 것이므로, 세계를 모형화하여 그 주어진 모형 안에서 어떤 표현이 참이 되는지의 여부를 가림으로써 표현의 의미를 명시적으로 해석해 밝힌다는 것이다. 그러한 전통 아래에서 자연히 평서문만이 분석의 대상이 되다시피 했지만, 그것은 편의상 우연히 저질러진 일일 뿐 자연언어의 의미 분석이 꼭 그래야 할 이유는 없었다.
모형이론은 세계나 그 부분의 간단한 모형을 세우기 위해 집합론의 방법을 동원한다. 즉 집합론에서 집합이 속성을, 순서쌍의 집합이 2항관계를, 각각 모형화하듯이, 이 이론도 세계 속의 사물의 속성과 사물간의 관계를 모형화한다. 따라서 어떤 대상의 속성은 그 대상이 속하는 집합의 원소냐의 여부가 나타내는 것으로 볼 뿐, 속성 자체가 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철저히 '외연적 (extensional)' 이라 하겠다. 그리하여 문장의 주장이라는 언어표현과 비언어적인 일의 상태 (state of affairs) /사건 (event) 과의 의존관계를 직접 나타내려 한다고 볼 수 있다.
3.2 위와 같은 배경 하에서, 우리는 세계의 모형 w를 설정할 수 있다. 모형 w는 대수구조로서, 순서쌍 <D,V> 로 구성된다. 여기서 D는 집합이고, V는 치할당 함수이다. D는 담화 영역 (domain of discourse) 으로서,모형의 영역을 나타낸다. 아래에서는 이야기의 대상이 되는 한국 사람들의 집합이다. V는 여기서 편의상 단편 한국어의 번역어로 쓰는 술어논리 ( predicate logic) 의 기본 어휘 표현에 모형 속의 여러 가지 대상들을 할당하는 외연값 할당의 함수가 된다. 다음 실제 예를 살펴보자.
(1)
모형 w D={철수, 명희, 병수} ........... V(c)={철수}, V(m)={명희}, V(b)={병수} V(H)={철수, 명희, 병수} V(W)={명희, 병수} V(L)={<철수, 명희>,<병수, 명희>,<명희, 명희>,<명희, 병수>} |
여기서, 예컨대 단편 한국어의 '명희는 철수를 사랑한다' 가 참이 되는지를 따지려면, 이를 술어논리 표현으로 바꿔 Lmc를 얻고, 이 속의 각 논항들의 외연값의 순서쌍이 과연 모형의 L 이라는 관계의 외연값 속에 들어 있는지를 보아 들어 있지 않으며, V(Lmc)=0 로서 거짓이 된다. 이 모형에 따르면 위의 주장은 거짓이다. 여기서 속성이나 관계의 가능한 수는 D 속의 대상 수의 술어가 취하는 논항 수 승이 된다. 그러므로, W의 가능한 외연값 수는 3이어서, '모두가 걷는다' 하면 그 주장은 참이 아니다. L 은 2항 술어이므로 D 의 자승 수의 관계가 가능해 9가지 관계가능성이 나온다. 결국 사랑관계의 상대도 D 속의 원소에 머물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 따라서 '모두가 모두를 사랑한다'는 주장이 참이 되려면 L 의 외연값이 9개의 순서쌍으로 나타나야 한다.이 모형에서 이 주장은 거짓이 된다. 술어논리에는 부정 (negation) 과 연결어가 쓰이기 때문에, '철수는 걷지 않는다', '병수와 영희는 서로 사랑한다' 라는 주장의 진리치도 따질 수 있다. 전자의 주장은 W 의 외연값에 철수가 들어있지 않으므로 참이다. 후자는 그 의미상 Lbm & Lmb로 옮길 수도 있다. 이를 모형에서 찾아보면 참이 된다. 거칠게나마 '걷는 사람', '병수를 사랑하는 사람' 의 외연값도 교집합 개념으로 얻게 된다. '서로 사랑한다' 하는 관계에 놓이는 순서쌍 수는 사랑의 상대에서 자신 하나를 빼야하므로 D X (D-1)=6개가 된다. 재미있게도, 네 개의 염기 (base) 중에서 세 개씩의 3항순서 배열로 아미노산 결합을 이루어 유전정보가 전수되는 DHA 유전정보 의미론도 같은 원리를 따른다. D의 원소 4에, 3항 관계, 즉 4의 3승으로 64개의 결합가능성 속에서 유전이 결정된다. 이 점은 박테리아나 인간이나 똑같고, 다만 인간에게 토큰 염기의 용량이 커 DHA 가 길다는 차이는 있다. 집합에는 서로 구별되는 대상만이 원소로 들어가고 담화 영역도 집합으로 나타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위의 모형에서, 양화사의 쓰임도 얼핏 보았으나, 단편적 한국어에 Det '모든', '어떤' 등을 넣어 분석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Det N Bred의 통사분석이 필요하고, Det 에는 집합들 사이의 2항관계가 할당된다. 즉 A, B를 각각 위 N, Pred의 외연 집합이라 할 때, 이들은 D 의 부분집합이 된다. '모든 사람이 걷는다', '어떤 사람(들)이 걷는다' 라는 단편적 한국어의 문장에서, '사람' 의 집합이 A, '걷다' 의 집합이 B가 될 때, Det '모든', '어떤'은 다음과 같은 집합관계에 놓임을 알 수 있다.
(2) 모든w = {<A, B> | A ⊆ B}
어떤w = {<A, B> | A ∩ B=Ø}
모형에서 '사람'의 집합 A 가 '걷는다'의 집합 B의 부분집합이 되지 못하므로 이 정의에 따라 '모든 사람이 걷는다' 는 거짓이다. 한편, '어떤 사람도(아무도) 걷지 않는다' 하면 교집합이 0 이 되는 경우로서 위 모형에서는 거짓이나, 영어 같으면,'no' 라는 Det 만 붙어 같은 상황을 나타낸다. 그러나 여기서 '어떤 사람이 걷지 않는다' 로 주격어미가 쓰일 경우에는 뜻이 전혀 다르게 되어 '걷다' 의 보집합과 '사람' 의 교집합이 0 이 아닌 상황이어서 모형에서 참이 된다. '어떤 사람도' 대의 '어떤' 은 강조되고 또한 '-도' 의 양보적 기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졸고 1994, 'Negative Polarity Items in Korean and Emglish', ms). 같은 표현의 경우,약하나마 제2의 해독가능성마저 (특히, '내가 아는' 등이 앞에서 수식할 때) 생긴다.
그러면, 2항 술어의 경우는 어떠한가? 임의의 모형에서의 임의의 문장의 진리조건을 밝히는 것이 중요한 목표이면서, 한편 각 술어와 보통명사 (이는 의미상 술어와 마찬가지로 개체들의 집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가 들어 있는 구절들의 외연을 밝혀 줄 필요가 있다. 그것은 문장의 진리치와 이들의 외연이 동시에 귀환적으로 분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변항 (free variable) 을 쓰면, '사랑한다' 의 문장은 다음과 같다.
(3) x 가 y를 사랑한다 (Lxy)
그러면, '사랑한다' 의 술부는 y 를 사랑하는 x 들의 집합 즉,
(4) x 의 집합[x 가 y 를 사랑한다] ( x set[Lxy] )
와 같다. 변항 y 에 해당하는 대상이 '명희' 일 때, 다음과 같이 표시될 수 있다.
(5) 명희 y 의 집합[x 가 y 를 사랑한다] ( m y set[Lxy] )
이렇게 되면,'명희'가 x 가 사랑하는 y 들의 집합에 들어가 변항을 대치하게 된다. 이와 같은 변항할당 (variable assignment) 과 이를 통해 문장이 참이 되게 충족 (satisfy) 시킨다는 개념이 필요하게 된다 (대개 변항할당 g 는 변항 x,y,z 등을 담화영역 D로 넣는 into 함수로 정의한다).그러면 다음과 비슷한 뜻을 같게 된다.
(6) x 가 명희를 사랑한다
이것은 아직도 변항 하나가 들어 있는 열린 문장 (open sentence) 의 성격을 띄고 있어 참, 거짓을 가릴 수 없다. 술부의 변항이 할당된 (6)을 (4)에 넣으면 명희를 사랑하는 x 의 집합이 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이 명희를 사랑한다' 라는 문장의 주장은 '사랑한다(L)' 의 외연값에서 '명희' 를 오른 쪽 짝으로 하는 순서쌍의 왼 쪽 짝을 모은 집합이 '사람(H)' 의 외연값 집합의 상위집합 (superset) 이라야 하는 데 두 집합이 같아 조건을 충족시키므로 참이 된다. 그러면 다음 문장은 어떠한가?
(7) 모든 사람이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
한국어라는 자연언어의 이 문장은 두 가지 뜻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두 가지 뜻을 중의성이 없는 술어논리 언어나 이를 한국어 문장구조에 가깝게 바꾼 언어에서는 분명히 구별되는 두 구조로 나타낼 수 있다. 이는 운용소 (operator) 의 영향권 (scope) 을 이용한 분석이다. 다음을 보자.
(8) a. 어떤 사람 y의 집합[모든 사람 x의 집합[x가 y를 사랑한다]]
b. 모든 사람 x의 집합[x가 어떤 사람 y의 집합[x가 y를 사랑한다]]
그러면 (8a) 는 목적어가 넓은 영향권 (wide scope) 을 가져, 어떤 특정인을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경우이고, (8b) 는 주어가 넓은 영향권을 가져, 모든 사람이 제각기 상대가 누가 됐든(불특정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이다. 이 중의성 현상은 여러 언어에 두루 일어나며, 이 분석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한편 (7) 과 같은 표면 어순을 영어에서도 유지하면서 두 가지 뜻의 구별을 시키려는 E. Keenan 등의 노력도 있다. 일반양화사에 대해서는 졸고(1991, 한국언어학회 겨울연구회 형식의미론 특강 중 일반양회사 노트) 및 이익환 (1994, 본서) 참조.
Det 중 긍정적으로 존재의 정보를 안고 들어가는 '모든', '대부분의', '이', '그', '저', '(적어도) 세', '여러 개(명)의', '어떤' 등은 단조증가적 (monotone increasing) 이어서,,다음의 함의 관계를 성립시킨다. 즉 (9)에서 Det N P→Det N(P^Q), (10) 과 (11)에서 Det N (P^Q)→Det N P)가 성립한다.
(9) a. 그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한다. →
b. 그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다.
(10) a. 대부분의 차는 휘발유를 쓰고 외국으로 수출된다. →
b. 대부분의 차는 외국으로 수출된다.
(11) a. (적어도) 세 아이는 부지런하도 충명하다. →
b. (적어도) 세 아이는 총명하다.
이에 비해,' 기껏해야 세', '꼭 네' 같은 Det는 그렇지 않아(단조감소적), 함의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12) a. 기껏해야(꼭) 세 아이가 영리하고 잘 띈다. →
b. 기껏해야(꼭) 세 아이가 잘 띈다.
후자는 부정극어 (negative polarity item) 현상에도 적용되는 것으로서, 예컨대 영어의 'no', 'neither', 'few' 같은 Det에도 해당된다. 이 현상들은 모형이론적 의미론이 설명력을 가지고 분명하게 보여 줄 수 있는 함의 관계의 좋은 예이다. 논리적 진리와 함의를 모형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매개변항으로서의 모형들의 집합 W를 설정할 수 있다. 그리 하여 W 안의 모든 w' 에서 S 가 참이라는 조건을 준다. 즉 문장 S 가 논리적으로 참임을 아는 것은 비언어적인 세계의 모습이 어떠하든 관계없이 참임을 아는 것이며, S 가 S' 을 함의함을 아는 것은 마찬가지로 세계가 어떠한 것이든 관계없이 S 가 참이면 S' 의 참임을 아는 것이다. 함의의 심리적 측면으로서의 추론 (inference) 과정의 밑바닥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인지적 설계가 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모국어 사용자의 의미 능력에는 문장들 사이의 함의관계 파악이 들어 있다 (예컨대,'force' 의 함의관계를 모국어 사용자가 아닌 사람은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4.1 위와 같이, 외연적 모형이론에 입각한 의미론이 여러 현상에 쓸모 있는 접근 방법이 되긴 하나, 미비점들이 없지 않아, 이론의 확장과 수정이 불가피하게 일어나게 되었다. 그 첫 번째 확장이 맥락 (context) 의 매개변항을 더 하는 일이었다. Kaplan(1978)의 지시사의 논리에 따라, 다음 발화를 보자.
(13) 나 지금 여기 있어
이 발화는 (정상적으로) 단언으로 쓰일 때 항상 참일 수밖에 없으면서도 논리적 참이 아니고 경험적 (우연적, contingent) 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논리적 참이나 함의도 맥락을 제치고 이상화시켰을 때에만 의미가 있고 문장에 진리치를 부과하는 것도 물론 마찬가지가 아니냐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이러한 것들이 문장들의 속성이라기보다는 단언, 주장, 명제,맥락 속의 문장 등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 하는 점이다. 따라서, 가리킴말과 관련하여, 맥락 매개변항으로서 u=<s, a, l, t>(화자, 청자, 장소, 시간)을 넣어 S로 표현된 주장이 w로 모형화된 세계에서, 변항할당 g에 의해 맥락 u에서 충족된다는 뜻으로 V(S, u, w, g)=true처럼 형식화할 수 있다. 맥락을 이와 달리 담화와 관련된 명제들로 정의하는 입장도 있다.
나아가, 담화상 두드러진 대상들의 하위영역 d를 담화영역 D의 부분집합으로 두어, 맥락 매개변항의 내용에 추가함으로써,다음과 같은 영어의 Det의 외연을 그 전제 (presupposition)와 더불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14) Bothw = {<A, B, d> | card (d ∩ A) = 2 and d ∩ A ⊆ B }
Neitherw = {<A, B, d> | card (d ∩ A) =2 and d ∩ B = Ø }
Thew = {<A, B, d> | card (d ∩ A) =1 and d ∩ A ∩ B}
이와 같은 맥락 매개변항의 추가로, 문장의 의미 자체와 문장의 쓰임의 내용 (content) 을 구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겠다.
4.2 가능세계 의미론 (possible —worlds semantics) : 외연적 모형이론 의미론의 문제점은 그밖에도 속성과 관계를 지나치게 거칠게 밖에 표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극단적으로는 '도깨비' 와 '용 '(또는 unicorn과 centaur) 의 예에서처럼, 속성들이 구현되지 못하고 공집합 (empty set) 으로만 표상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렇게 되면 이 둘은 상호 교체 가능해야 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영희는 도깨비로 가장하고 나왔다' 는 참이나, '영희는 용으로 가장하고 나왔다'는 거짓일 수 있다. 그밖에도, 수식 형용사와 머리 명사와의 관계 문제가 있고(예컨대, 'tall thing' 과 'tall building' 이 외연이 같아야 할 이유가 없다—모든 building 이 tall thing 이지만 tall building 인 것은 아니다), 그 중 'John's best friend' 의 외연 문제가 있다. 집합의 최선의 원소를 택하는 선택함수 (choice function) 를 고려할 수 있으나, John 과 Mary 의 친구들의 집합이 공통이라 하더라도 John 의 best friend 가 Mary 의 best friend 일 수 없으므로, 맞지 않는다.
또한, '현대인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지 않는다'에서 거짓인 보문절을 다른 어떠한 거짓 문장으로 대체해도, 이 전체 문장은 달라지지 않고 여전히 참인 단언이 되고, 결국 현대인은 거짓 믿음을 가질 수 없다는 주장에까지 이른다. 이것이 사실이라 가정하더라도 그것이 언어 사실과 원 주장에서 나온다고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모형이론적 의미론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능세계' (possible worlds) 의 매개변항을 도입하는 방법이 흔히 채택되었다. 두 가지 속성이 같은 외연을 갖더라도 그 속성들이 서로 다르다면 다른 외연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세상에 도깨비와 용이 없다 하더라도, 세상이 달리 생겼을 경우 도깨비는 있는데 용이 없을 수도 있다. 모형을 달리 해 다른 집합으로 처리하는 방법보다, 가능세계라는 새로운 원초 요소 (primitive) 들의 집합을 도입해 I ∈ ∮ 로 표기한다. 이 집합의 원소인 가능세계들은 자체의 집합론적 구조를 갖지 않는다는 점에서 원초적이라 하며, 각 i 에는 개체들의 영역 Di가 있다고 본다.
이 이론에서는 모형 M 이 앞서 말한 가능세계들의 집합과 각 가능세계의 영역, 가능세계의 하나로서의 실세계, 그리고 기본어휘항목에 알맞은 대상들을 할당하는 함수로 구성되어 있다. 'best friend' 는 세계 i에서의 2항 관계인 friend 관계에서 단일 값의 best friend 관계로의 함수가 되며, best friend 관계의 외연은 (B(i)(F))(i)이며, Jone의 best friend라면 거기에 John을 적용한 B(i)(F)(i)(John)이 된다.
앞에서 예시한 명제에 대한 태도 동사ㅡ'믿다', '알다', '주장하다.', '증명하다' 등은 말하는 이의 인지적 상태를 나타내며 각 보문절의 내용이 인지 내용이 되겠으나, 이의 진리치만 가지고는 너무 거칠어서 쓸모가 없음을 보았다. 따라서, 가능세계 의미론에서는 그 내용을 진리치로 모형화하지 않고 가능세계에서 진리치로의 함수로 모형화한다. 그러니까 같은 가능세계 명제가 세계가 어떠냐에 따라 그 주장의 진리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몬태규 (Montague) 등에 의해 발전된 모형이론적 의미론이 가능세계를 포용하고, 또 맥락의 매개변항을 도입함으로써, 여러 의미 현상들을 전보다 잘 다룰 수 있게 되었으나, 아직도 섬세하게 다듬어지지 않아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예컨대, 모든 가능세계에서 똑같이 참인 많은 문장들이 내용이 다르다는 점이다. 수학적 진리를 나타내는 모든 문장들은 모든 가능세계에서 참이라 하지만, 그 문장들의 내용은 각각 다르다.
4.3 상황의미론 (situation semantics) : 1980년경부터 바와이스 (Barwise) 등에 의해 개발된 이 이론은 맥락의 영향이 중요시되면서, 외연적 모형이론이나 가능세계의미론의 미비점을 수정 보완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평서문의 의미를 이들은 다음과 같이 보려고 한다 (Barwise and Etchemendy, 1989).
(15) meaning(S) = {<u, w> | Val(S, u, w)=true}
여기서, u는 발화 맥락에 걸치고, w는 세계의 외연적 모형에 걸치나, 후자를 전세계의 모형으로 잡지 않고, u 맥락에서 논의되고 있는 세계의 부분의 모형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기술된 상황 (described situation) 이라 불러 발화 상황과 구별짓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상황의 매개변항을 어떻게 섬세히 모형화시키느냐가 관건이 되겠다. 원초적인 가능세계들의 집합을 도입하기보다는 속성과 관계 자체를 원초적 (primitive) 인 것으로 취급하는 존재론을 택한다는 점이 또한 가능세계 의미론과 구별되는 점이다. 외연적 모형이론의 또다른 문제점은 언어적 사실과 비언어적인 물리적 사실의 두 가지 변이성을 단 하나의 매개변항 w만 가지고 처리하려 했다는 점이다. 모형이 언어적 사실을 표상하느냐 또는 물리적 사실을 표상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모형들이 언어의 다른 가능한 해석들을 표상한다고 보는 '해석적 해독' 과 세계의 다른 가능한 양식들을 표상한다고 보는 '표상적 해독' 두 가지 전통이 있다. 의미 이론화의 취지에는 후자가 잘 맞는다고 하겠지만, 공리적 방법을 중시하는 수학적 전통에는 전자가 잘 맞아들어가, 설명이 혼란을 빚는다. 이에 상황의미론에서는 속성과 관계를 집합론적 구성물로 모형화하지 않고 언어표현이 나타내려는 가장 기본적인 사물들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 이라는 단어가 사람인 속성을 나타낸다는 언어적 사실과 어떤 대상이 사람이고 어떤 것이 아닌지에 대한 비언어적 사실을 표상함으로써, 언어적인 것과 비언어적인 것의 두 가지 사실을 구별한다는 것이다.
속성과 관계를 원초 요소로 취하면서, 예컨대, R을 2항 관계라 하고, a와 b를
대상이라 할 때, a가 b와 R 관계에 있다는 것을 <R, a, b; 1>로 나타내고 이를
Devlin(1991)의 제의에 따라 기본 정보소 (infon) 라 한다. 이는 원자적인 일의 상태
(atomic state of affairs) 또는 '가능한 사실'을 표상한다. 이러한 정보소들의 집합을
상황 (situation) 이라 하는데, 이는 세계 또는 세계의 부분을 표상한다. 정보소가
상황의 뒷받침을 받을 때 s | =로 표시한다.
상황은 발화에 의해 기술되는 세계의 부분뿐 아니라, 발화 맥락 자체를 제공하는 세계의 부분을 표상하는 데도 쓰인다. 이에 따라, 발화 상황의 사실이 발화에 직접 쓰인 단어들에 매인 사실이 아닌 경우에도 활용될 수 있어, 맥락으로서의 상황이 가능하다. 또한, 정보소들의 최대한의, 일관성 있는 집합으로 가능세계를 대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가능세계를 모종의 상황으로 모형화하지만, 명제를 가능세계들의 집합으로 모형화하지는 않는다. 상황은 가능세계보다 유연성이 있어, 일관성을 요하지 않는다고 하고, 이는, 대체로 일관적이지 못한 심적 상태를 모형화하는 데 쓸모가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상황의미론이 담화표상이론 (discourse representation theory) 의 표기 (notation) 와 일부 내용을 수용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론의 최근 발전 양상에 관해서 s는 이기용 (1994, 본서) 을 참조하고 담화표상이론에 대해서는 최재웅 (1994, 본서) 을 참조할 것. 그러나, 이 상황 이론은 논리학적 문제,수학적 모형화 등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언어학적인 문제의 해결을 등한히하고 있어 언어학적 의미론으로의 발전가능성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밖에도 대화의 맥락을 활용하는 그라이스 (Grice) 의 함축 (implicature) 이론을 발전시킨 Wilson & Sperber 의 연관성 (적합성, relevance) 이론은 상황의미론이 다루지 않는 중요한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고 본다. 다른 한편으로는 담화 분석 (discourse analysis) 과 화용론 (pragmatics) 의 노력으로, 지시 대상 표현에의 도달가능성 (accessability) 및 지시 (reference) 에 관한 연구가 한정성 (definiteness) 및 인지적 상태와 관련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인공지능 쪽에서도 이른바 초점화 (focusing) 등과 관련해 연구되고 있다 (Grosz,1981).
5.1 존슨ㅡ레어드 (JohnsonㅡLaird) 와 같은 인지과학자들은 사람들이 문장을 해석할 때 연관된 사건과 개체가 표상되어 들어 있는 심적 모형을 구성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상당한 실험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JohnsonㅡLaird, 1981). JohnsonㅡLaird는 심리학적인 의미 이론으로서, 문장의 심적 표상은 그 문장에 의해 성격 지어지는 일의 상태 (state of affairs) 의 내적 모형 (inernal model) 의 형태를 띌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는 심적 모형이론이 디지탈 컴퓨터가 나오기 수년 전에 이미 크레이크 (Craik, 1943) 에 의해 분명하게 제안되었으며, 심상 (imagery) 이 과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재등장하면서 그 개념이 보편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Barwise & Etchemendy(1989)는 추론의 인지적 과정에 대해 논의하면서, 인지과학자들은 (JohnsonㅡLaird가 '심적 모형' 이라고 부르는) 기저적인 구조 설계가 모형이론적 설명에서 시사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이들은 또한 심적 모형이 두 가지 점에서 수학적 모형과 유사한 것으로 간주한다. 첫째, 심적 모형은 수학적 모형과 같이 세계를 상당히 직접적인 '구조적' 방식으로 표상한다는 것이며, 둘째, 임의의 문장이 주어진 모형에서 참인지를 제대로 물을 수 있게 하는 구조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5.2 절차적 의미론 (procedural semantics) : 그러면, 심적 모형과 관련된 JohnsonㅡLaird의 제안과 논의를 더 살펴보기로 하자. 그가 주창하는 심적 모형은 절차적 의미 (procedural semantics) 이다. 그는 발화가 심적 모형 구축에 단서를 제공하는데, 심적 모형의 구조와 그 모형을 구성, 조종, 질의하는 절차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그것이 현상적 또는 주관적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공간관계를 묘사하는 다음 문장의 예를 든다.
(16) The window is on the right of the door.
이 문장은 이와 대응되는 구조를 가진 심적 모형을 구성하는 데 쓰이며, 이러한 의미 표상은 공간관계에 기초를 둔 추론을 하는 데에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6) 에서 다음 (17) 로의 과정을 보자.
(17) The drainpipe is between them.
그는 간단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 개체들 사이의 관계의 공간 모형을 세우고, 별도의 단언에 나타난 정보를 결합해 복합 표상을 내놓게 했다. 프로그램은 2차원 공간의 내면 표상을 세우고, 항목을 추가하고, 항목 사이의 명시된 관계에 대해 시험하는 등의 일반적 절차로 구성돼 있다. 공간관계 단언은 이 같은 방식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양화 단언 (quantified assertion) 이 이의 심리적 복잡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술어논리 형식으로 표시된다는 이유를 들어 의미 표상의 존재를 부인한 마틴 (Martin) 을 반박하면서, 양화 문장의 해석을 위한 심리학적으로 그럴 듯한 설명은 그러한 문장의 논리 구조를 직접 모형화하는 의미 표상을 구축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공간 표현 문장의 표상이 그 문장의 구조를 반영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 (18)과 같은 양화 문장의 표상의 요소는 생생한 심상 또는 추상적 항목이며, 현상적 내용이 아닌 구조적 관계가 중요하다며, 그 관계를 (19) 와 같이 예시하고 있다.
(18) All the artists are beekeepers.
(19) a → b
a → b
(b)
즉, 임의의 수의 artist 가 관련 부류를 표상케 하고 (왼쪽), 이들의 각각이 beekeeper(오른쪽) 라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 (여기서 화살표로 동일관계 표상) 맺어주게 하는 것을 상상함으로써, 위 문장이 표상된다고 본다. artist 의 부류에 속하지 않는 beekeeper 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임의의 수의 이러한 beekeeper 가 괄호 안에 표시됨으로써, Martin 이 비판하는 논리 표기를 쓰지 아니하고 표상이 되고, 이 표상은 그 밖의 many, most, few 와 다중 양화 구문에도 적용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전칭 양화 Det 가 N 집합과 Pred 집합 사이의 부분집합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된 앞 (2)의 모형이론적 설명과도 부합된다.
그러나, Johnson ㅡ Laird 는 다른 심리학적 의미 이론들 (이들도 넓은 의미의 심적 모형에 포함시키지만) 을 비판하고 있다. 첫째는 어휘의 성분분해, 둘째는 의미망 이론, 셋째는 의미공준 이론이다. 이 이론들을 일별키로 한다.
5.3 어휘 (성분) 분해 이론 (decompositional theories of meaning) : 캐츠와 포도어 (Katz & Fodor, 1963) 의 의미자질 (semantic feature) 이론이 변형생성 문법의 발전에 영향을 준 이론이었고, 그 직후 또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 이론과 구조주의의 성분분석 (componential analysis) 의 영향으로 인류학의 친족어 (kinship term) 에 대한 성분분석이 활발히 일어났다 (Goodenough 와 Lounsbury 등). 의미자질 분석 이론은 바로 심리학에서 넘겨받아 많은 실험이 이루어졌다. 인공지능 (AI) 에서는 생크 (Schank, 1975) 의 분해 이론이 이 영향을 받았다.
Johnson ㅡ Laird 는 자질 분석과 술어 (predicate) 로의 어휘분해를 구별하지 않고 있으나, 언어학에서는 주로 후자를 어휘분해 (lexical decomposition) 이론이라 하고 이는 주로 막콜리 (McCawley, 1970), 레이코프 (Lakoff) 등의 생성 의미론에서 시작하여, 다우티 (Dowty), 라파포트와 르빈 (Rapparport & Levin,1988)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의 사역 (causative) 동사 분석의 예를 하나 든다면 다음과 같다.
(20) 죽이다 → 살아 있지 아니 하게 되게 하다
죽 다 → 살아 있지 아니 하게 되다
(21) x kill y → x CAUSE y to BECOME NOT ALIVE
즉, 어휘항목을 원초적인 추상적 (대문자로 표시) 술어로 분해하여 표상하는 방법이다. 이에 비해, 자질 분석 방법으로는 kill 에 [+ cause]를 매기려 한다. 자질 분석은 유연성이 있고 중첩 (overlap) 을 처리할 수 있으나, 제약이 힘들다. 이에 비해 술어로의 어휘분해 방식은 제약은 되나, 통사론상의 문제점과 무리를 빚는다.
킨츠 (Kintsch) 같은 이는 '분해하기 시작하면, 어디서 끝낼지 알기 어렵다' 하여 비판하고, Fodor, Fodor & Garret(1975)도 이해의 신속성, 이해에 대한 잘못된 예측 등을 이유로 분해 이론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y를 죽였다' 가 참이면, 'y가 죽었다' 가 참이어서 함의가 성립되고, 계속 y가 유정물 (animate) 이라야 한다는 선택제약 (selection restriction) 의 동일성 등의 포착은 다른 이론보다 분해 이론으로 더 잘될 것이다. 우리가 어려운 단어에 부딪치면 그보다 쉬운 단어로 풀이해 이해하는 과정이나 사전표제어에 대한 기초적인 단어로의 풀이 등도 우리의 실제 인지과정과 무관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5.4 의미망 이론 (semantic network theories) : 그물 형식으로 의미이론을 나타낸 경우가 많다 (Quillian, 1968; Rumelhart et al., 1972 등). 최근 소와 (Sowa)가 발전시키고 있는 개념구조 (conceptual structure) 이론도 의미망 전통을 잇는다. 이론 사전 (lexicon) 은 어휘항목의 표상을 각종 추론 연결로 상호 연관시키는 그물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방식이 어휘분해와 실질적으로 다르냐 하는 논란이 있는 가운데, 우즈 (Woods) 같은 이는 의미망에서 표현의 의미 (내포, intension) 와 지시 (외연, reference) 를 구별할 기제가 없다고 비판하다. 영어의 동명사 구문은 다음 (22) 에서와 같이 실제의 사건 (event) 을 가리킨다.
(22) Ogden's playing of the sonata wrecked the piano.
(23) That Ogden played the sonata is true.
그에 반해, (23)의 단언은 사건이 아닌 명제를 가리키는 보문을 포함하고 있어 (22)의 사건 부분과 구별된다. 명제의 외연은 대개 내포로 개념화되고 가능세계의미론에서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각 가능세계로부터 외연으로의 함수 (function) 로 취급된다. 한편, 인간은 이러한 함수관계를 완전하게 계산하는 데 약하다는 것이 Johnson ㅡ Laird 의 주장이다.
5.5 의미공준 이론 (meaning postulate theory) : 바ㅡ 힐렐 (Bar ㅡ Hillel, 1967)은 다음과 같은 문장들 사이의 동의관계를 어휘분해 이론으로는 포착할 수 없다고 보고, 카나프 (Carnap, 1956) 가 도입한 의미공준을 이용해 그 관계를 다음과 같이 보이려 했다.
(24) a. John sells books to Peter
b. Peter buys books from John
(25) for all x, y, and z, x sells y to z ≡ z buys y from x
이의 영향으로 제의된 것이 Kintsch(1974)로서,그는 단어의 의미를 단어개념 (word concept) 으로 잡아, 그 단어를 대문자로 씀으로써 사전에 싣고자 한다. Fodor et al.(1975)도 비슷한 이론을 펼쳐, 각 형태소에 해당하는 분석되지 않는 원초적 항목으로 표상되는 심적 표상의 언어('정신어','심리어' -mentalese)를 설정했다. 다음 예를 보자.
(26) a. 사전의 단어
child: CHILD
lift: LIFT
b. 의미공준
FOR ANY X, IF X IS A CHILD THEN X IS HUMAN AND NOT (X IS AN ADULT)
FOR ANY X AND Y, IF X LIFTS Y THEN X CAUSES Y TO MOVE UPWARD
그러나 , 이러한 이론도 선택제약 등의 보완이 필요하며 결국 어휘분해 이론과 표기상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 된다는 것이 Katz & Nagel(1974) 의 논의이다.
Johnson ㅡ Laird 는 on the right of 에 기초한 추론이 위의 분해이론, 의미망, 의미공준 어느 것으로도 제대로 다루어질 수 없다고 비판하고, 의미가 표현의 지시와 무관하게 자립적 (autonomous) 이라는 가정에 기반을 둔 어떠한 이론으로도 이들 추론은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문장의 의미 표상이 문장의 논리형태 (logical form) 을 포착한다는 언어학자들의 논변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지시 (reference) 상황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이상 모형이론적 의미 표상과 그 후의 반성 및 발전을 훑어보고 심적 모형과 관련된 의미 표상에 관한 논의를 살펴보았다. 모형이론적 의미표상이 인지 문제를 직접 논의하지는 않으나, 이와 이의 발전 이론들이 우리의 의미이해를 위한 인지적 과정과 무관하지 않음을 주의해 보았다.
의미표상과 관련해 통사적 구조와 의미구조 사이를 맺어 주는 논항구조의 표상 문제가 남아 있으나, 여기서는 논의하지 않기로 한다. 또한 인지문제를 직접 다루는 인지문법 (cognitive grammar) 이나 공간문법 (space grammar) 기타 화용론 및 담화 분석의 의미 표상 문제는 여기서 직접 다루지 않았으나, 위의 논의에서 이와 관련된 문제들의 중요성이 간접적으로라도 충분히 부각되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