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타고 달리는 광컴퓨터
두뇌에 도전하는 미래 컴퓨터 : 지학사 기획, 과학세대 편저, 도서출판 벽호, 2000, Page 147~149
지금부터 소개할 컴퓨터들은 혀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연구와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미래의 컴퓨터 기술과 컴퓨터들이다. 그 중 어떤 컴퓨터는 불과 몇년 전에서부터야 연구가 시작된 것도 있고 어떤 분야는 1940년대 무렵 한 차례 연구가 진행되었다가 상당 기간 동안 다른 흐름에 밀려 뒷전으로 물러났다가 최근 다시 각광을 받기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컴퓨터들은 아직 완성되지 못한 미래의 컴퓨터들이다. 또한 앞으로도
과연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도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다가오는 21세기를 지배할 컴퓨터들이 이 속에서 등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컴퓨터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기술이 가장 큰 흐름이 될지에 대해서도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 컴퓨터 선진국들 사이에서 계속되고 있는 미래 컴퓨터 기술은
무척 흥미로울 뿐 아니라 유익하다.
광컴퓨터, 뉴로 컴퓨터, 바이오 컴퓨터 등은 아직 극히 부분적으로 밖에는 실용되지 못하고 있지만 일단 성공한다면 인류의 미래를 뒤바꾸어 놓을 만큼 중요한 분야들이다. 그 이유는 이 컴퓨터들이 대부분 인간의 두뇌를 모델로 '지능을 가진 컴퓨터'를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그 동안 생각하는 기계, 지능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왔지만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뉴로 컴퓨터와 바이오 컴퓨터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된 최근이다. 앞에서 소개한
인공 지능처럼 사람의 지능 중 일부를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컴퓨터가 만들어진다면 우리 생활이 얼마나 크게 바뀔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여러 컴퓨터 기술은 서로의 장점을 본따면서
함께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광-뉴로 컴퓨터가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한편 최근 들어 그 동안 사용되어 온 컴퓨터 기술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측면에서 모두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에 새로운 컴퓨터 기술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어떤 학자들은 미래 사회를 지배할 강대국은 이러한 첨단 컴퓨터를 먼저 개발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 흥미롭고 신비스럽기까지 한 미래의 컴퓨터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컴퓨터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예외겠지만 아직까지도 '광(光)컴퓨터'는
우리에게 퍽 낯선 말이다. "광컴퓨터라니? 빛을 이용하는 컴퓨터라는 말인 것
같은데 ··· 도대체 빛을 어떻게 이용하라는 거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의문을 품을 것이다.
광컴퓨터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광통신이나 광섬유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 밖에 레이저에 대한 이야기도 텔레비전이나 책을 통해 여러 번 들었을 것이다. 레이저나
광통신처럼 빛을 이용하는 '광(光)기술'은 이미 시험 단계를 넘어 실용화되어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코드'나 '시디(CD)'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콤팩트 디스크 등은 모두
빛을 이용한 장치들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빛을 이용해서 정보를 처리하는 장치들은
우리 주변에 상당히 많은 셈이다.
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사람이 주변으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단 중에서 빛이 상당히 큰 위치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것은 여러분이 간단한 실험을 해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스파이 영화나 전쟁 영화를 보면 적의 포로를 장바 반드시 눈을 가린다. 동물의 경우에는 냄새를 맡는 코가 잘 발달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물건도 냄새로 찾아낼 수 있다. 가령 개들이 포로를 잡는다면 눈 대신 코를 막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진화의 과정에서 대부분의 정보를 눈을 통해 받아들이도록 발달해 왔다. 그것은 빛을 통한 정보 입수가 다른 감각 기관에 비해
고급이고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들은 다가오는 21세기를 '빛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광통신,
광메모리(CD), 표시 장치, 계측, 가공, 에너지 응용 등등 수많은 분야가 이미 실용화의
단계를 착착 밟아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빛이 전기보다 우월한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빛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 더군다나 전기와는
달리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초장거리 정보 전송이 가능하다. 레이저
광을 이용하면 고에너지를 극히 협소한 장소에 집중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극도로 짧은 시간 동안 빛을 내는 광원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오늘날 빛을 이용한 '광기술'은 무척이나 다양한 분야에 퍼져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일들이 광기술의 응용 덕분에 얼마 후면 실용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빛을 이용한 정보 처리 분야이다. "빛을 이용해서 정보 처리를 한다"는 아이디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레이저가 발명된 직후였다. 하지만 당시는 적당한 광처리 장치가 아직 등장하기 전이었다. 더군다나 그런 장치를 필요로 하는 수요도 별로 없었다. 빛을 처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개발된 것은 극히 최근이다.
여러 가지 광 관련 기술이 발전되면서 정보 처리에 이용될 수 있는 장치와 재료 기술이 얼마전부터야 등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정보 과학 분야에서도 초고성능 컴퓨터 개발을 위해 새로운 정보 처리 개념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빛에 의한 정보 처리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점차 높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빛을 이용한 정보 처리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이런 기술을 '광컴퓨터'또는 '광컴퓨터팅'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고도 정보화 사회로 접근하고 있다. '고도 정보화 사회'라면 무슨 굉장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실은 아주 간단한 뜻이다. 컴퓨터를 이용해 통신을 하거나 팩시밀리를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도 정보화 사회에서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가느다란 전화선을 통해 그림이나 편지를 주고 받고, 데이콤이나 하이텔과 같은 통신망을 통해 새로 나온 게임을 받는 일 등은 모두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나날이 점점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집을 벗어나 길거리로 한 발자국만 내딛으면 이미 우리는 엄청난 정보의 물결 속을 헤치고 다니는 셈이다. 집 근처의 은행에서는 '온 라인'을 통해 지방에 있는 친구에게 송금을 할 수 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살 때에는 모든 정보가 기록되고 처리된다. 동사무소에서 주민 등록 등본을 간편하게 뗄 수 있는 것도 모든 기록이 컴퓨터화 되어있는 덕분이다. 수많은 책들을 관리하고 목록을 만드는 도서관,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하는 회사, 세금을 계산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 기관들
등등 이 모든 곳에서 처리되는 정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따라서 보다 많은 정보를 보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에 대한 욕구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8비트 교육용 컴퓨터를 사용하다가 16비트 286 컴퓨터를 써본 사람이라면 빠른 속도에 달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32비트 386이나 486 컴퓨터를 쓰다가 16비트 컴퓨터를 쓰려면 금방 답답해진다. 집에서 쓰는 퍼스컴도 그런 정도인데 통신 회사처럼 천문학적인 양의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곳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다량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값싸게 처리할 수 있는 초고성능 컴퓨터에 대한 요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인공 위성이 보내오는 정보를 처리해서 일기 예보등 여러 분야에 사용하는 위성 영상 처리 부분을 하나의 예로 들어보자. 매일 지구 관측 위성에서 지상으로 실로 엄청난 영상 데이터가 송신된다. 나사
(NASA, 미 항공 우주국)의 보고서에 의하면 매년 1013비트의 정보가 관측 위성으로부터 쏟아져 온다고 한다. 그런데 1995년 경부터는 연간 1016비트로 확장된 데이터로 처리해야 한다고 한다. 현재 한장의 영상을 수신해서 컴퓨터에서 필요한 처리를 거쳐 사용자의 손에까지 들어가는 데는 2-3일이 걸린다. 그런데 1995년경부터는 처리 시간이 1시간 이하로 줄어들지 않으면 요구를 따라갈 수 없다.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려면 현재 보다도 108배 이상 속도가 빠른 고속 컴퓨터의
개발이 절실한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텔레비전과 팩시밀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한창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고선명
(HD-TV) 텔레비전의 경우 매초에 약 300메가비트의 신호를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대규모 집적 회로
(LSI)의 처리 속도가 매초 10메가비트 정도이니까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셈이다.
물론 전자 업계에서는 정보 처리 수요의 폭발에 대해 초대규모 집적 회로 (VLSI), 극초대규모 집적 회로
(ULSI)등의 새로운 소자를 개발하고 있다. 그 이후에도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킨 새로운 소자의 개발이 끊이지 않겠지만 근복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컴퓨터 과학자들은 빛을 이용한 정보 처리 기술이 비약을 위한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정보를 나르고처리하는 데 이용된 전자 대신 빛, 즉 광자(光子)를 후보로 떠올린 것이다.
잘 알고 있듯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는 모두 전자식이다. 전자식이 나오기 이전에는 톱니와 굴대를 이용한 기계식 계산기가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 계산기는 컴퓨터라 불리기에는 너무 원시적인 것들이어서 전자식 계산기의 출현을 최초의 컴퓨터로 받아들인다. 에니악이라 불리는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 이래 모든 컴퓨터는 전류의 흐름을 이용했다. 전류가 있을 때에는 1, 없을 때에는 0으로 받아들여 0과 1로 된 2진 부호로 전달하고 처리했다.
현재 광컴퓨터란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것은 아직까지 광컴퓨터의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앗기 때문이다. 첫번째로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에서 일부분을 빛을 이용한 장치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자식 컴퓨터와 똑같지만 전자 대신 빛을 이용해 컴퓨터의 성능을 높이는 방법이다. 그밖에 다음에 설명할 뉴로 컴퓨터와 결합해 서로의 기능을 보충해주는 광-뉴로 컴퓨터도 있다. 이런 컴퓨터들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우선 왜 빛이 그토록 중요하게 떠오르는가 그 이유를 살펴보기로 하자.
많은 과학자들이 빛을 이용하려는 것은 빛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장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자를 광자로 바꾸면 어떤 점에서 좋을까?
우선 정보의 전달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진다.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빛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 과학 소설이나 공상 영화에선느 빛보다 빠른 '초광속' 우주선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물리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고 한다. 세계적인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어떤 물체도 빛의 속도를 넘어설 수 없다"는 사실에 토대를 두었기 때문이다. 어떤 과학자들은 타키온이라는 가상의 입자를 상상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제가 아닌 가상의 입자일 뿐이다. 따라서
빛의 속도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정보 처리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떠오를 것이다. "전자도 빛과 같이 1초에 30만 킬로미터를 움직이는데 왜 속도가 더 느릴까?" 그 말은 맞다. 전자는 빛과 똑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하지만 전자는 전선이나 전기 회로를 따라 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전선은 전자가 달리는 길인 셈이다. 자동차가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비행기를 당할 수 없는 것은 바퀴가 도로 위를 달리면서 마찰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전자도 전선 속으로 달리면서 전선을 만들고 있는 구리 원자와 충돌을 일으킨다. 그래서 전자는 복잡한 회로를
통과하면서 원래 속도의 절반밖에는 내지 못한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배선의 길이를 가능한 줄여서 속도를 높이려고 노력한다. 슈퍼 컴퓨터가 동그란 원통 모양을 하고 있는 까닭도 가능한 배선의 길이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정보를 한꺼번에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정보의 병렬 처리'라고 부른다. 병렬의 반대는 직렬이다. 전지를 여럿 연결시키는 방법에 직렬식과 병렬식이 있다. 직렬식은 전지를 일렬로 연결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거의 모든 컴퓨터가 이런 구조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빛을 이용하면 순차적이 아니라 병렬적으로정보를 보내고 처리할 수 있다. 가령 다음 그림과 같은 렌즈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그림 p161)
겨우 한 장의 렌즈를 이용할 뿐인데도 1000 X 1000점의 해상력을 가진 화상 데이터를 순간적으로 전송할 수 있다. 만약 전자식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장 쉬운 예로 텔레비전을 생각해 보자. 텔레비전은 브라운관 뒤편에 있는 전자총에서 가느다란 전자 다발
(전자 빔)을 발사해 안쪽이 코팅된 브라운관 화면에 영상을 만들어낸다. 이것을 '주사(走査)'
라고 한다. 우리가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에도 전자총은 무지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계속 전자 다발을 쏘고 있다. 그래서 마치 화면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전자총은 그림에서 나오듯이 마치 공책에 글을 쓰듯 한줄 한줄 차례대로 영상을 만들어 나간다.
그런데 그 속도가 아주 빠르기 때문에 우리 눈으로는 알아볼 수 없다. 반면 빛을 이용한 화상 처리에서는 1000 X 1000개의 전선을동시에 연결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컴퓨터나 텔레비전의 경우에는 좀더 정밀한 화상을 얻기 위해 한 장의 그림을 더 많은 조각으로 나누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고 있는 화면은 모두 작은 그림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조각 그림인 셈이다. 하지만 빛은 조각들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화상을 만들기 때문에 얼마든지 축소 확대가 가능하다.
또한 빛은 전파에 비해 한꺼번에 훨씬 많은 정보를 나를 수 있다. 여러분은 주파수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려면 주파수를 맞추어야 한다. "여기는 ○○○
킬로헤르츠, ○○ 방송입니다." 이때 ○○○ 킬로헤르츠라는 말이 바로 그 방송의
주파수이다. 전파는 주파수에 따라 많은 종류가 있다. AM은 중파라 불리는 낮은 주파수
대이고 FM은 비교적 높은 주파수대이다. 그런데 빛은 전파보다도 훨씬 많은 주파수를 갖는다. 그러니가 그만큼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빛의 특성으로는 '서로 간섭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이 있다. '간섭'이라고 이야기하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할 수 없겠지만 다음과 같은 예를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선 전화기를 사용하다보면 혼선이 자꾸 일어나 짜증이 날 때가 많다. 그것은 가까운 거리에서 누군가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바로 옆에서 컴퓨터를 켜면 컴퓨터에서 나오는 전자파 때문에 텔레비전의 화면이 떨린다. 이것은 모두 전기의상호 작용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것은 모두 전기의 상호 작용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전선에 전기가 흐를 때 전선 주위에마치 동심원 모양으로 자기장이 형성된다. 그런데 바로 가까이에 다른 전선이 있으면 자기장끼리 서로 영향을 미쳐 혼선을 일으키거나 귀중한 정보를 망치기까지 한다.
하지만 빛의 경우는 다르다. 야구나 축구 경기장에서 멋진 골인이나 홈런 장면이 나올 때면 수만 관중의 눈길이 한곳에 집중된다.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혼선이 일어나 귀중한 장면을 보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커다란 식탁에 식구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할 때에도 서로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간섭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빛은 서로 교차하더라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영화 중에서도 '벤허' 같은 대작은 극장의 큰 화면에서 보아야 제격이다. 노예선이나 전차 경주를 벌이는 장면은 마치 눈 앞에서 벌어지듯 생생하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 필름을 보면 아주 작다. 그 작은 필름에서 그토록 웅장한 화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반대로 사진기는 빛의 축소를 이용한다. 커다란 산, 길고 긴 강도 우표보다 조금 큰 한 장의 필름에 모두 담을 수 있다. 영사기나 환등기, 카메라 등은 모두 이런 빛의 성질을 이용한 장치이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도 영상을 이용하는 전자 제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옛날에는 목소리만 들어도 불편을 모르던 전화가 모습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영상 전화로 발전하고 있다. 대문 바깥에 불청객이 찾아오는 것을 막아주는 영상 인터폰도 있다. 또 영상이라는 말이 나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컴퓨터 게임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등장하는 컴퓨터 게임들은 10메가바이트 이상되는 것들도 수두룩하다. 어떤 사람들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용량이 큰 하드 디스크를 새로 달 정도이다. 그러면 게임들은
왜 나날이 용량이 커지는 걸까? 대답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점점 더 정교하고 깨끗한
화면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내용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배경이나 장면의 그림도 많아진다. 그림이 정교해지려면 전자식 컴퓨터에서는 한 장 한 장의 그림을 더 작게 나누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려면 게임은 당연히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비디오 장치들에 빛을 이용할 수 있다면 정말 편리 할 것이다. 전자 장치처럼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꾼 다음 복잡한 과정을 거쳐 다시 빛으로 바꾸지 않고 빛을 받아서 그대로 전달하기만 하면 될테니까 말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빛은 최근 들어 여러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광컴퓨터를 살펴보기 앞서 우선 빛을 이용한 정보 처리 장치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광센서라면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르지만 바코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는 들어온 지 얼마 안되지만 벌써 거의 모든 물건에서 줄무늬처럼 생긴 바코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부터는 책에까지 바코드가 채택되고 있다. 바코드의 원리는 빛을 이용해서 검은 막대처럼 생긴 선을 읽어들여 여러 가지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처럼 빛을 이용해서 물체의 유무, 속도, 온도 등을 측정하는 장치를 광센서
(빛 감지기)라 한다. 광센서의 장점은 어떤 물건에 측정기를 직접 대지 않고도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레이저의 발명으로 빛을 이용한 감지기는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레이저는 태양빛이나 형광등 빛과는 달리 아주 가늘고 고른 빛이다. 우리가 보는 가시 광선이 여러 파장이 모인 빛인데 반해 레이저는 한 가지 파장만을 가진 깨끗한 빛이다. 이처럼 한 가지 파장을 가진 레이저는 한 점으로 집중시키기가 쉽다.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물건을 자르고 가공할 수 있는 것도 레이저의 이런 성질 덕분이다.
레이저는 레이저 광을 만들어내는 재료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광센서나 광컴퓨터에서는 반도체와 기체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레이저를 사용한다. 바코드에 이용되는 레이저는 헬륨, 네온 같은 기체를 이용하는 적색광이다. 슈퍼마켓에서 바코드를 읽을 때 판독기에서 붉은 색이 나오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러면 바코드의 원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바코드에는 그림고 같은 두 종류가 있다. 만국 공통 (왼쪽) 은 12자리로 맨 왼쪽에 상품 부문 번호, 메이커
(제작회사) 코드, 상품 코드 순서이다.
우리 나라에서 사용하는 한국 코드 (오른쪽) 는 13자리로 맨 앞에 국가 코드, 다음에 메이커 코드, 상품 코드가 나온다. 바코드의 종류는 달라도 원리는 똑같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막대들의 굵기나 간격이 일정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판독기는 이 막대의 굵기와 간격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얻게 된다.
(그림 p167)
이외에도 정보 처리 분야에서 빛을 이용하는 사례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이나 자료를 곧바로 읽어들여 디스크에 저장시키는 스캐너, 레이저를 이용해 깨끗한 출력을 볼 수 있는 레이저 프린터 등 여러 가지 입출력 장치에서 빛이 이용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은 역시 광디스크이다. 광디스크가 처음 등장한
분야는 비디오 쪽이었다. 레코드 비슷한 원반에 영상을 담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1920년대에 이미 나왔다. 텔레비전의 선조쯤 되는 텔레바이저라는 장치를 만든 스코틀랜드인 존 베어드가 그 장본인이다. 그는 시청자들이 화면을 조정할 수 있는 정지 영상을 축음기판에 담아 방송에 사용했다. 이런 아이디어가 레이저의 개발로 다시 빛을 본 것은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1980년대였다. 필립스와 MCA라는 두 전자 회사는 비디오테이프를 작게 만드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더군다나 비디오테이프를 이용해 학습을 하려면 테이프 중간중간에 담긴 내용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되감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두 회사는
레이저를 이용해 작은 디스크에 영상을 담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콤팩트 디스크는 1980년에야 등장했다. 최초의 콤팩트 디스트를 성공시킨 회사는 필립스와소니였다.
최초의 콤팩트 디스크 (CD)가 각광을 받은 것은 용량보다는 깨끗한 음질이었다. 기존의 레코드는 바늘이 홈을 따라 돌기 때문에 아무리 잘 만들어도 잡음을 없앨 수 없었다. 하지만 CD는 정교한 레이저 광선이 판에 나있는 미세한 돌기를 읽어들여 음으로 재생하기 때문에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음악과 영상을 즐길 수 있다.
광디스크를 컴퓨터 기억 장치로 처음 개발한 곳은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 (MIT)이었다. 이 대학의 연구팀은 방대한 영상 자료를 저장하는데 광디스크를 이용했다. 시디-롬
(CD-ROM)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컴퓨터용 광디스크를 상업용으로 개발한 회사도 역시 필립스와 소니였다. 시디-롬에서 롬
(ROM) 이란 '읽기 전용 메모리 (Read-Only Memory)'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롬'이란 말이 붙은 저장 장치는 일기만 할 뿐 쓰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처음 등장한 시디-롬은 글로리어 백과 사전이었다. 이 사전에는 모두 9백만 단어가 수록되어 있었는데 시디-롬 한 장의 12퍼센트밖에는 차지 않았다. 그래서 나머지 공간에는 백과사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색인을 집어넣었다. 그래도 디스크에는 많은 여백이 남았다. 시디-롬 한 장은 보통 550메가바이트 이상의 용량을 갖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플로피 디스켓 중 제일 용량이 큰 것이 1.2메가바이트니까
500배 이상의 용량을 가지는 셈이다.
그러면 어떻게 12센티미터의 시디-롬 한 장에 그렇게 많은 내용이 들어갈 수 있을까? 전자 현미경을 이용해 광디스크의 표면을 관찰해 보면 다음 그림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돌기의 크기는 박테리아와 비슷한 0.6미크론
(1미크론은 1000분의 1밀리미터) 정도이다. 렌즈를 이용해 초점이 맞추어진 가느다란 레이저 빔이 광디스크에 이런 돌기를 만든다. 디스크를 판독할 때에도 약한 레이저를 이용한다. 따라서 작은 디스크 한 장에도 아주 조밀하게 자료를 기록할 수 있는 것이다.
시디-롬처럼 읽을 수만 읽고 고치거나 쓸 수 없는 광 디스크를 제1세대라고 한다. 요즈음 많이 나온 전자 사전이나 비디오 디스크, 음악 재생용 콤팩트 디스크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1세대에 뒤이어 나온 2세대 광디스크는 종이와 펜에 비유된다. 즉 정보나 자료를 읽고 쓸 수는 있지만 지울수는 없다. 최근에는 읽고, 쓰고, 지우고, 수정하는 등 자유자재로 사용이 가능한 제3세대 광디스크가 등장하고 있다. 또한 동그란 원반 모양이 아니라 카드 모양의 광 기억 장치도 개발되고 있다. 요즈음 자기 기억 장치를 이용한 카드는 용량이 얼마 되지 않아
조금밖에는 내용을 기억할 수 없다. 하지만 레이저를 이용하는 광-카드가 널리 사용된다면 손바닥만한 카드에 수백 권 되는 분량의 책을 넣고 다닐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내용을 지우고 다른 자료를 저장할 수 있으니 정말 꿈과 같은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제 광-카드 시대가 올 날도 그다지 멀지 않은 셈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광컴퓨터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사전 지식을 다루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아직까지 광컴퓨터의 모습이 선명하게 잡히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러면 도대체 광컴퓨터가 어떻게 생겼을까?"하는 의문을 품을 것이다. 스캐너라든가 바코드는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으니가 "아하! 그렇게 생긴 것 말이구나."하고 쉽게 짐작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광컴퓨터는 어떻게 생긴것인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광컴퓨터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력이나 출력, 저장 장치 등 부분적인 기능에 빛을 이용하는 장치는 이미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컴퓨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중앙 처리 장치에서는 아직가지 빛을 이용하는 방법이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면 광컴퓨터의 개발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우리는 앞에서 빛이 가지는 장점을 여러 가지 살펴보았다. 그러나 빛에는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있다. 특히 다른 빛과 간섭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장점은 곧바로 단점으로 연결된다. 왜냐하면 그만큼 빛을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자기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이 단점은 역으로 자기장을 이용해 전자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빛을 이용해 자료나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자유자재로 빛의 흐름을 조절하고 정보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런데 빛은 전자보다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그런 방법이나 장치를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나오게 될 바이오 컴퓨터나 뉴로 컴퓨터에 비한다면 광컴퓨터는 상당히 연구가 진전된 셈이다. 지금 광컴퓨터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전자식 컴퓨터의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자식의 단점을 보충하기 위한 작업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연구가 광섬유를 이용한 컴퓨터이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전자는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없다. 또한 전선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혼선이 생기거나 잡음을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정보를 처리하는 데는 전자를 이용하고 처리된 결과를 이동시키는 데는 빛을 이용하는 원리이다. 컴퓨터의 심장부인 중앙 처리 장치와 프린터, 기억 장치를 연결시키는 데 광섬유를 이용한다. 광섬유 직경이 0.1밀리미터 정도되는 가느다란 유리로 된 섬유이다. 섬유 안쪽은 순도가 높은 유리로 덮여 있다. 그래서 빛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고 계속 반사되면서 구부러진 길도 따라갈 수 있다. 이런 방법은 컴퓨터뿐 아니라 고급 음향 기기에서도 사용된다. 앰프와 스피커를 연결시키는 데 전선을 사용하면 주변 전파의 영향을 받아 미세한 잡음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광섬유를 이용하면 원음에 가까운 좋은 음질을 얻을 수 있다.
한편 과학자들은 앞에서 설명했던 빛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병렬식 광컴퓨터를 만들려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빛은 전자와는 달리 병렬식 처리가 뛰어나다. 특히 우리 눈에 보이는 영상을 전기 신호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몹시 뛰어나다. 이런 성질을 이용하면 전자식 컴퓨터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병렬식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병렬식 컴퓨터에 대한 연구는 뒤에 설명이 나올 뉴로 컴퓨터와 결합하는 방안이 많이 모색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활발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광-뉴로 컴퓨터는 광컴퓨터와 뉴로 컴퓨터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문자를 학습할 수 있다. 또한 사람처럼 글자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도 어떤 글자인지 '영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