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세대 : 프롤로그
제 5 세대 : Edward Feigenbaum, Pamela McCorduck 공저, 윤진수 역, 홍익, 1983 (원서 : The Fifth 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Japan's Computer Challenge to the World, Pearson Addison Wesley, 1983), Page 21~34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Time)》은 매년 신년호의 표지를 <올해의 인물> 의 얼굴로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1983 년의 신년호 표지에는 특이하게도 인물이 아닌 기계의 얼굴, 즉 컴퓨터가 실렸다. 오늘날 컴퓨터는 거의 모든 분야 속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계나 갖가지 장치, 심지어 오락기구에 이르기까지 컴퓨터의 침투 양상은 참으로 놀라울 정도이다.
일부 경제학자들 중에는 미국이 지식근로자의 나라가 되어버렸다고 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미국인의 반수 이상이 지식이나 정보처리에 관한 여러가지 일에 종사하고 있다. 컴퓨터는 이제 그들의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이다. 그것은 마치 파종기나 탈곡기가 농민의 도구이며 공작기계가 공장근로자의 도구인 것과 같은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지식근로자가 사회의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것을 반영이라도 하듯 그들의 도구인 컴퓨터 역시 지배적 힘을 갖게 되었다. 인간의 기술로 해서 태어난 기계가 우리들의 생활과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지식은 힘이라고 프란시스 베이컨은 말했다. 오늘날 컴퓨터는 그 힘을 증폭시킨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컴퓨터의 여명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지 《비지니스 위크 (Business Week)》는 얼마 전 <제 2 컴퓨터시대> 라는 특집기사를 실은 바 있다. 이 잡지는 이제 진정한 컴퓨터혁명은 시작되었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것은 정보처리로부터 지식처리에의 변환이며 계산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컴퓨터로부터 논리적으로 사고하여 지식을 가르치는 컴퓨터에로의 탈피를 의미한다고 그들은 밝혔다.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은 지금 연구실에서만 머물지 않고 밖의 세계로 나오려고 하며, 인간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획득하려고 발돋음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선구적 개발자인 카네기메론 대학의 알렌 뉴엘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기술은 앞으로, 세계 구석구석에 지적인 행동이 파급되도록 할 수 있을 정도까지 발전될 것이다.」
이제, 컴퓨터는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파급되었다. 그리고 지적인 행동이 서둘러 그 뒤를 쫓고 있다.
미국의 컴퓨터산업은 지금까지 혁신적이고 활기에 넘쳐 있었으며 또 성공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컴퓨터산업은 어떤 의미로든지 이상적인 산업이다. 그것은 지식근로자들의 지적 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생산해낸다. 그러면서도 그 생산과정에서 에너지나 원료는 거의 소비되지 않는다. 현대의 온갖 기술산업 중에서 이것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여겨진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미국은 막대한 자본, 뛰어난 아이디어로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당분간 미국을 추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언제까지고 미국이 독주할 수 있을까?
일본은 저 먼 언덕 너머에 금맥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벌써 그곳을 향해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일본의 정책입안자들은 미래의 일본경제에 대해 컴퓨터산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대담하게도 19980 년대의 후반에는 이 분야에서 미국마저 따돌리고 세계 제일이 될 것을 국가목표로 정한 것이다.
그들은 컴퓨터산업의 완전한 세계 장악을 겨냥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그들은 <지식산업> 의 확립도 계획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지식 자체를 식량이나 석유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판매상품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들의 계획에 의하면 지식 자체가 국가의 새로운 재원이 된다.
일본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이미 세워 놓았다. 그들의 전략은 매우 간단하며 놀랍도록 현명하다. 우선 지금 지배적 힘을 갖고 있는 미국의 컴퓨터회사들과 세계시장에서의 정면대결을 회피하는 것이다. 그 대신 그들은 1990 년대를 목표로 한다.
획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낼 무대가 거기에 있다. 더구나 자기도취에 빠져 있는 근시안적인 미국 회사들이 지금 간과하고 있는 무대가 거기에 있다. 일본은 그런 무대를 발견하고는, 지금 서둘러 실력을 쌓아나가고 있다.
일본의 전략은 통산성이 작성한 극히 중요한 국가 계획인 <제 5 세대 컴퓨터 프로젝트 (The Fifth Generation Computer Project)> 속에 명확히 제시되어 있다.
그것은 앞으로 10 년에 걸치는 기간 동안의 연구 개발계획인데 정보처리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개발하도록 짜여진 것이다. 이것은 1982 년 4 월, <신세대 컴퓨터 기술개발 기구> 가 창설되고 일본의 주요 민간회사에 관련 연구실이 문을 열면서 그 활동이 개시되었다.
이 계획을 면밀히 살펴보면 대담할 정도로 미해지향적임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10 년 동안에 일본의 전략이 완전한 성공을 거두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국 산업사회의 일부 지도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 계획이 연기처럼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본다면 중대한 잘못이다. 이 계획이 부분적으로나마 실현되어 잘 공급화되면 일본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며 세계 시장을 점유하는 비율 또한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됨으로써 일본은 목표했던 그대로 지배적 지위를 탈취할 것임에 틀림없다.
미국인들은 지금 다른 어떤 기술에 대해 자기만족에 빠져 있었던 사실을 몹시 후회하고 있다. 일본이 1960 년대에 소형승용차의 개발을 위해 땀을 흘릴 때 미국의 어느 누가 그 개발의 중대성을 지적했던가? 일본이 1970 년대에 「10 년 이내에 가정용 전자기구 분야에서 세계 정상이 되겠다.」는 과제를 국가목표로 삼았을 때, 미국의 그 누가 그들의 행동을 그처럼 심각한 것이라고 생각했던가? 지금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디오 테이프 레코더를 비롯한 가전제품의 거의 대부분이 일본제품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1972 년까지만 해도 아직 상품이 될 만한 집적회로 (IC) 를 생산해내지 못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이 중요한 기술에 관해서 일본은 그 해에 국가적 개발계획을 발표했었다. 그로부터 10 년이 지난 오늘날 일본은 가장 진보된 기억소자를 대량생산, 수출함으로써 세계 시장의 50 %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1972 년에 미국의 누가 이런 사태를 예상했던가?
미국은 또다시 같은 실책을 범할 것인가? 자기만족에 빠져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한 나머지 장기적인 전망을 그르친다면, 미국은 컴퓨터 분야에 관한한 경제적 파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만일 이런 사태가 온다면 일본은 세계 시장을 완전 장악하는 공업국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사태를 우려해서 이 책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본적으로는 낙관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기술의 본향은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제 1 컴퓨터시대를 지배해왔었으므로 만약 정신을 차려 집중적으로 노력한다면 제 2 컴퓨터시대를 지배한다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아직 2, 3 년 정도 일본을 기술적으로 앞서고 있다. 고도의 기술산업분야에서 2, 3 년 정도의 거리는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 하루하루 이 앞선 자리를 잠식 당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적 행동계획이 필요하다. 그것은 미래의 지식산업에 관한 <우주왕복선 계획> 과 비중을 두어야 한다. 우리는 이 책 속에서 이런 가능성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이 가능성의 현실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지식을 동원하였다. 예를 들면, 고도의 컴퓨터기술이 미국과 영국의 연구소에서 어떻게 추진되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또 그것을 다시 발전시켜 상품화하려는 일본의 <제 5 세대 계획 (The Fifth Generation Project)> 이란 무엇인가를 해설하려고 노력했다. 아울러, 우리는 일본의 이러한 거센 도전에 대해 미국이 거의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사태는 매우 중대하다. 일본의 그것은 무역전쟁이라는 측면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의미를 갖는 도전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국은 이 도전을 받고서도 일어서지 않겠는가? 만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탈공업화 세계 속에서 그저 최초의 농업대국이라는 역할에 만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의 영광이 모두 뜬구름이 되고 마는 것이다.
계산기의 역사는 5000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계산기는 기원 전 3000 년에 바빌로니아인들이 만들었는데, 모래를 덮은 석판으로 계산을 하게 되는 일종의 주판이었다. 기원 전 600 년경 중국인이 틀에 알을 끼운 주판을 개발했다. 그러나 자동계산기는 1833 년 영국인 찰스 배비지가 이른바 분석엔진을 방명함으로써 비로소 탄생되었다. 그가 대수 계산과 달의 위치 산출을 위해 만든 이 기계는 인류 사상 최초의 자동계산기로 기록되고 있다.
제 2 차 세계대전은 계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를 주었다. 이때 주로 탄도를 계산할 목적으로 현대적인 원리에 의한 컴퓨터가 개발되었는데 미국의 펜실바니아대학교와 독일의 항공연구소가 개발의 주류를 이룬 연구기관이다.
1951 년 미국에서 국세 조사를 위해 처음으로 일반용 컴퓨터가 사용되었으며 그 무렵 IBM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 Corporation) 사가 일반용 컴퓨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모든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들은 긴밀하게 상호 연관을 지으며 방대한 양의 계산을 신기하도록 빨리 해치운다. 먼저 입력부분이 숫자의 복잡한 계산을 재빨리 해낸다. 다음에 데이터 기억부분이 정보를 자기 테이프에 기록해서 필요할 때까지 간직한다. 이어 계산부분이 간직된 정보를 선택하여 계산작업에 들어간다. 이때 컨트롤부분이 이 모든 과정을 조정하고 출력부분이 결과를 내놓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컨트롤 데이터 코퍼레이션 회사의 CDC 7600 이라는 컴퓨터는 3600 만 번의 계산을 단 1 초에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현재 컴퓨터는 디자인, 작곡, 서양장기 등에 이르기까지 사용되고 있는데 세익스피어가 그의 모든 작품 속에서 <사랑> 이란 말을 총 2271 번이나 사용했다는 것까지 알아낼 정도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따.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는 컴퓨터가 쓰레기 중에서 재생할 수 있는 물건을 골라내고 있으며 텍사스 대학에서는 컴퓨터로 하여금 인간의 습성을 모방하도록 프로그래밍하고 있다. 그러면 컴퓨터는 어떤 대상에 대해 공포나 분노, 또는 흥미 등의 반응을 보이고 사람의 행동양식을 그대로 모방하기도 한다.
그러나 컴퓨터에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 직관력이 없고 정해진 논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문제를 풀지 못한다. 모든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사람이 제공해주어야 하고 그것을 풀기 위한 지시 역시 사람이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를 추구하고 도전하려는 과학자들의 순수한 열망은 제 2 의 컴퓨터시대를 여는 위대한 작업에 이미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컴퓨터가 갖는 한계를 극복해 보자는 것이 그들의 열망이며, 이 도전은 착실한 전진을 계속하고 있다.
인간처럼 직관력을 갖고 풍부한 상상 속에 정해진 논리 뿐만 아니라 추론과 탐구까지 해낼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어 인간생활에 도움을 주자는 이 시도에 의해 우리는 조만간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컴퓨터를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제 5 세대 컴퓨터이다.
컴퓨터의 역사는 다음과 같은 4 세대를 거쳐왔다. 그것은 각각의 컴퓨터가 가진 중심적 기술에 의해 분류되는 것인데 제 1 세대는 진공관의 컴퓨터이다. 제 2 세대는 트랜지스터, 제 3 세대는 집적회로 (IC), 제 4 세대는 초고밀도집적회로 (LSI) 의 컴퓨터이다. 우리는 지금 제 3 세대의 말기에서 제 4 세대의 초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있다.
불과 4 반세기의 역사밖에는 갖고 있지 않은 컴퓨터가 오늘날 세계인의 생활패턴과 문명을 완전히 변화시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초기의 컴퓨터는 단지 탄도의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한 기계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려깊고 모험심 강한 과학자들에 의해 컴퓨터는 서서히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로봇트로, 연구소의 연구결과를 종합하기 위한 데이터용으로, 의사의 진단을 돕기 위한 기계로 컴퓨터는 그 숨은 능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컴퓨터 없는 사회생활은 거의 상상할 수 없게 되었을 정도이다. 가정의 사사로운 작업에서 심지어 오락기구에 이르기까지 컴퓨터의 활약은 눈이 부실 정도이며, 첨단기술의 개발을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컴퓨터의 활약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컴퓨터는 우리와 함께 역사를 창조해 나가는 동반자가 된 셈이다.
이 컴퓨터가 또 하나의 거보를 내딛기 시작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책에서 다루게 될 <인공지능> 컴퓨터이다. 좀더 쉽게 이야기하면,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며 상상까지도 능히 해낼 수 있는 기계가 탄생되는 것이다.
이 인공지능 컴퓨터의 탄생으로, 인간은 죽어도 그가 머리 속에 간직하고 있던 높은 학식과 풍부한 경험은 후세에도 길이 남게 된다. 세계 유수의 첨단과학 회사들이 최고 수준의 두뇌와 연구비를 총동원하여 개발하려는 인공지능은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일명 <생각하는 기계> 라고도 불리우는 이 컴퓨터는 후세를 위해 뭔가 남길 만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모든 것을 그가 죽기 전에 컴퓨터에 그대로 입력시켜 하나의 상품처럼 누구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컴퓨터의 역사상 가장 큰 혁신이 될 이 인공지능시대는 서기 2 천년대부터 그 놀라운 위력을 과시하게 될 것이다.
현재 이러한 인공지능학 (Science of Artificial Intelligence) 연구는 미국ㆍ일본ㆍ프랑스ㆍ스위스 등이 서로 극비에 붙인 채 국가차원의 지원을 받으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첨단기술의 세계정상을 자부하는 미국과 일본의 인공지능 컴퓨터 개발경쟁은 과거의 어떤 때보다 더 치열하다.
일본은 이미 1981 년, 다른 나라들 보다 일찍 <제 5 세대 컴퓨터 개발계획> 을 발표하여 1990 년대 말에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탄생시키겠다고 공헌한 바 있으며 그들이 자랑하는 고도의 정밀기술과 막대한 자본, 소형승용차나 가전제품에서 보여준 우수한 창조력 등을 바탕 선두주자가 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처럼 세계의 공업선진국들이 앞을 다투어 인공지능 컴퓨터 개발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자면, 인공지능 컴퓨터를 보다 효과적이고 저렴한 값에 개발할 수 있는 나라가 1990 년대 이후의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초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그때쯤 가면, 오늘날의 TV 나 라디오가 생활필수품이 된 것처럼 인공지능 컴퓨터가 보다 많은 사람의 필수품이 되어 지적 생활의 향상은 물론 보다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한 도구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 황금시장을 장악하는 나라야말로 무역전쟁에서 승리를 휘어잡는 국가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일본의 제 5 세대 컴퓨터 프로젝트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동경대학 교수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공지능 컴퓨터의 개발은 철학의 산업화, 지식의 상품화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까지는 한 전문가가 가진 지식과 경험은 그가 죽게 되면 모두 사장되고 말았었지요. 그의 경륜을 후세들이 접하게 되는 것은 책을 통해서만이 가능했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실용화되는 2000 년대에는 전문가의 두뇌가 기계화된 채로 영원히 남아서 후세 인간을 위해 사용될 것입니다.」
현재, 인간사회의 대혁명인 이 프로젝트에는 철학자, 심리학자, 수학자, 컴퓨터과학자가 총동원되고 있다. 인공지능학이 실용화되는 한 예를 가상해 보자.
A 박사는 우주공학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그의 나이는 이제 70 세. A 박사는 일생을 통해 연구해온 자신의 고유한 지식을 하나하나 컴퓨터에 입력시킨다. 또한 그의 판단력도 주입시키고, 창조적 사고방식과 풍부한 경험도 주입시킨다.
이제 그는 노환으로 인해 죽어서 육체는 지상에서 사라지지만 그가 컴퓨터 속에 남겨 놓은 우주공학의 지식은 영원히 보존되어 후세 연구가들 뿐만 아니라 우주공학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이 언제라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학을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은 컴퓨터가 처음 탄생된 1950 년대부터 나왔었다. 따지고 보면,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인류의 오랜 소망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을 실용화해야겠다는 생각을 감히 꿈꿀 수가 없었던 것뿐이다.
그러나 컴퓨터가 탄생된 이후 꾸준히 향상된 인간의 기술은 생각하는 기계의 개발에 대한 가능성을 서서히 확신하기 시작했다. 진공관 컴퓨터에서 트랜지스터로, 다시 집적회로 (IC) 에서 초고밀도집적회로 (초 LSI) 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컴퓨터가 극도로 개발될 이 5 세대 혁명기에 이르러서는 인공지능기계가 마침내 실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공지능기계의 개발을 추진하려는 이유로 다음의 몇 가지를 들 수가 있다.
첫째, 한 사람의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B 라는 의사 한 사람을 전문가로 키우기 위해 우리는 너무나 많은 비용과 기간을 소비해야 한다. 다른 어떤 분야도 이것은 마찬가지이다. 그가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는 것은 30 세 전후, 그러고도 10 년에서 20 년간 연구를 더해야만 전문가가 될 수가 있다.
이때 그의 나이는 벌써 4, 50 대가 된다. 이때부터 고작 1, 20 년 동안 자기의 축적된 지식을 사회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를 양성하는데 숱한 비용과 기간이 소모되었으나 실제로 그것을 사회를 위해 환원하는 기간은 너무 짧아 경제적 타산이 맞지 않는다.
둘째는, 모든 것이 과학화되는 미래에는 각분야에 걸쳐 수많은 전문가를 필요로 하게 된다. 그와 더불어 각분야의 전문가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추진할 일 또한 많아질 것이다. 이런 때, 이미 세상을 떠난 각계 전문가의 지식을 입력시킨 컴퓨터의 생각을 활용한다면 더욱 정확하고 빠른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지금까지의 컴퓨터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취약점이다. 지금까지의 컴퓨터는 직렬방식이어서 산적한 수많은 문제를 하나하나 밟아올라가야하는 소극적인 기계였다. 그리고 컴퓨터라는 이름 그대로 계산하고 종합하는 수동적인 능력밖에는 없었다.
물론 이러한 능력만 가지고도 컴퓨터는 지금까지 엄청난 변화의 물결을 몰고온 것이 사실이며 컴퓨터에 의해 인간이 지배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점점 복잡 다양해져가는 인간사회의 현장에서, 지금까지의 능력만 가지고는 인간이 바라는 만큼의 일을 해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제 5 세대 컴퓨터는 이와같은 인간의 바램대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까지 하며 희노애락의 감정까지 갖고서 인간이 하는 일을 인간보다 빠르고 능률적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컴퓨터가 탄생되는 1990 년대 이후의 인간생활은 어떻게 변화될까? 일본의 제 5 세대 컴퓨터 프로젝트를 보면 이같은 의문은 쉽게 풀린다.
「이 컴퓨터에 의해서 모든 산업은 급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농업이나 어업같은 제 1 차산업, 또한 서비스업이나 일반관리업과 같은 제 3 차산업에서도 지능기계는 뚜렷한 능률향상을 이룩해 놓을 것이다. 한편 미개척분야에서의 개발노력은 인간사회의 전진에 획기적인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자동적으로 통역되고 번역되는 단계에 이르면 세계인들간의 이해는 증진되고 오해와 무지 때문에 생겼던 문제는 대폭 감소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문화의 상호이해로 문명의 성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이룩되고 지식은행의 설립으로 인류가 쌓아온 지식은 알뜰히 저장되어 효율적으로 이용될 것이다……」
이같은 놀라운 일들이 1990 년대 이후엔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하는 많은 컴퓨터과학자들의 견해 뒷편에는 인공지능 컴퓨터 개발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그들은 대개 철학인이나 종교인들이다. 그들이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인공지능 기계의 탄생은 인간에 대한 기계의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과학의 만용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컴퓨터에 인간이 굴복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제 5 세대 컴퓨터는 탄생을 위한 카운트다운에 이미 들어가 있다. 미국에서는 웨스팅하우스, 보잉, 로키드 등 세계 유수의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이보다 한 발 앞서 히다찌, 도에이 등 굴지의 대메이커가 하나로 뭉쳐 일본 정부의 집중지원을 받으며 착실히 추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10 년 후를 위해 투자하고 있는 돈은 엄청나다. 일본만해도 이 연구에 쏟는 자금은 400 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일본은 좁은 국토에 과밀한 인구, 그리고 마땅한 천연자원도 없는 마당에 2000 년대의 국가적 성패는 이 인공지능 컴퓨터를 가장 먼저 개발하여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심혈을 기울여 이 계획을 추진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제 5 세대 컴퓨터가 탄생됨으로써 우리의 사회가 어떻게 변화될런지는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가 없다. 그 위력이 너무나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만은 확실히 예견할 수가 있다. 그것은 인간의 문명과 문화전반이 경이로운 전진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진일보된 문명사회를 살아갈 2000 년대의 인간의 모습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인공지능 컴퓨터 추진현황, 미국의 대책, 그리고 제 5 세대 컴퓨터 프로젝트의 핵심인물인 일본의 통산성과 일본 컴퓨터과학자들의 오늘의 모습을 그대로 투시하고 있는 첨예한 과학비평서이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는 인간의 기술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으며, 지금 어디까지 와있는지 잘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첨단기술의 세계정상에 도전하는 일본인들의 대야망과 의지를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여 우리가 나아갈 길도 조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가 사람처럼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노래도 부르고 감정까지도 표현하는 날이 우리 앞에 열리고 있다.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