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어란 어떤 것인가
자동제어란 무엇인가 : 쓰지로 시메무라 저서, 김상진 역, 성안당, 1994, Page 7~15
이 책을 읽는 독자 중에는 제어라는 말을 지금까지 그다지 많이 듣지 못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영어로는 Control 이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가? 제어 기술이란 어떤 기술인가를 딱딱하게 설명하기 전에, 우선 주변의 예를 몇 가지 들어 보자.
수도 밸브 밑에 양동이를 놓고 물을 담는 것을 생각해 보자. 밸브를 열면 양동이에 물이 들어가고 수면이 점점 올라온다. 정확히 필요한 데까지 물을 채우기 위해서는 양동이의 수면을 보면서 적당한 곳에서 밸브를 잠그지 않으면 안된다. 밸브를 완전히 잠그기 위해서는 밸브를 몇 번 정도 돌려야 하기 때문에 물이 정확히 목표한 곳까지 왔을 때 밸브를 잠그기 시작하면 수면은 목표량을 넘어 버릴 것이다. 그래서 수면이 목표한 곳에 가까이 오면 조금씩 밸브를 잠궈서 정확히 목표량에서 수면을 멈추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것을 우리는 일상적으로 반복하고 있는데, 이것을 제어 기술의 용어로 말하면 밸브에 의해 양동이에 들어가는 물의 유량을 적당히 조절함으로써 양동이의 수위를 제어하게 된다.
다음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유원지의 소형 자동차와
실제 자동차는 본질이 같기 때문에, 우선은 소형 자동차를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소형
자동차에는 좌우에 페달이 한 개씩 있다. 오른쪽 페달을 세게 밟으면 엔진으로 보내는
가솔린의 유량이 늘어나며, 엔진에서 발생하는 힘이 커지고 스피드가 붙는다. 반대로
약하게 밟으면 가솔린의 유량이 줄어들어서, 엔진에서 발생하는 힘이 적어지므로
스피드가 떨어진다. 왼쪽 페달은 브레이크인데 이것을 깊이 밟으면 브레이크가 걸려서
스피드가 떨어지고, 마침내는 소형 자동차를 멈추게 할 수가 있다.
이렇게 하여
좌우 페달의 밟는 힘을 적당히 조절함으로써, 소형 자동차의 스피드를 제어할 수
있다. 또 소형 자동차에는 핸들이 있어 이것을 돌림으로써 진행 방향을 제어할 수
있다.
자전거의 경우는 어떨까.
자전거의 스피드는 페달을 밟는 힘을 가감하는 것과 브레이크를 쥐는 힘을 적당히
조절하여 속도를 제어한다. 방향 제어는 기본적으로 핸들 조작에 따라 방향이 제어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자전거의 경우에는 이것 외에도 자세 제어가 추가된다.
즉 체중을 좌우로 이동시켜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게 하고 있다. 이 자세의 제어는
실은 방향 제어에도 관계되어 있으며, 핸들 조작과 교묘하게 연동하는 몸의 움직임에
의해 방향도 제어하고 있다.
또한 쿨러 (냉방 장치) 는 방안의 온도를 제어하는
것이다. 쿨러가 있는 방에서는 공기가 쿨러의 실내기를 통해서 팬에 의해 순환하고
있다.
그 도중에 온도계로 공기의 온도를 재며, 이 온도가 조절하려는 온도보다
높다면 실외기의 스위치가 ON 이 되고, 실내기 안에 있는 라디에이터가 공기 중의
열을 빼앗음으로써 방안의 온도는 낮아진다.
반대로 방의 온도가 조절하려는 온도보다
낮을 때는 실외기의 스위치는 꺼지게 된다. 그러나 방안의 온도는 외부에서 창문
등을 통해 들어오는 열 때문에 점점 높아진다. 얼마 후 방의 온도가 조절값보다 높아지면
실외기의 스위치가 ON 이 되고, 다시 온도는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실내
쿨러에 의해 방안 온도가 자동적으로 제어된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우리들이 보통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것, 혹은 무심코 하고 있는 행동 가운데 제어라는 것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제어에 공통적인 것은 만약 제어를 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의 성질에 따라 정해진 작동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제어함으로써 우리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작동과 상태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양동이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밸브를 어느 정도까지 열고 방치해 두면 수위는 점점 높아져 곧 넘쳐 버릴 것이다. 또 자동차의 예에서도 제어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말할 나위도 없다. 예를 들어 핸들을 고정시켜 높으면 자동차는 언제나 똑바로 진행하기 때문에, 만약 길이 굽어져 있는 곳을 만나면 큰 일이 날 것이다. 스피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전거를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조절을 중지한다면 즉시 넘어진다. 또한 쿨러를 사용하지 않으면, 방의 온도와 기온은 일조 조건의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제어를 다음과 같이 일반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제어란 대상을 그대로 방치하면 각각의 법칙에 따라서 변화하는 것을 우리들이 적극적으로 대상에 작용을 가함으로써 우리들의 의도하는 대로 대상의 동작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제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制御 : (1) 통제하여 잘 다스리는 것
(2) 상대방을 누르고 자기의 의지대로 동작시키는 것
제어라는 말은 오늘날 과학 기술에서 제어라는 개념이 성립되기 훨씬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원래 한자 말을 인용한 것이다. 「御」라는 한자는 「禦」자에서 옛날에 만들어진 것으로 「막다. 방어하다」라는 의미로 이 자를 사용한「制禦」는 본래의 제어와 의미가 다르다. 현재는 制御 라는 한자만이 사용되고 있다. 자의의 해석이 어쨌든, 이 국어 사전의 해설은 바로 우리들이 주목해야 할 제어의 본질을 대단히 잘 표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제어는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것처럼 기술적인 분야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교통 신호는 사람과 차의 흐름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다. 또 우리들이 그룹으로 행동할 때 인솔자가 있으면 잘 되는 것도 인솔자가 그룹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이런 예는 사회 시스템에서도 제어를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제어는 경제 분야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달러가 대량으로 매각되어 달러의 값이 떨어지거나, 엔고로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 일본 은행이 시장에 개입해서 달러를 대량으로 사서 달러의 값이 극단적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데, 이것은 문자 그대로 환시세의 제어와 다를 바 없다. 더욱 우리에게 친근한 예는 우리들의 용돈 관리이다. 지갑 사정과 월급날까지의 일수를 세면서 지출을 가감하는 것도 제어이다.
인간의 몸에는 실로 기묘한 제어 시스템이 많이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체온은 건강한 상태에서는 항상 36 ℃ 전후로 유지되고 있다. 이것은 몸속에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제어 기구가 동작하고 있는 결과이다. 만약 그러한 기구가 없다면, 바깥 온도의 변화에 따라서 체온이 크게 변화하게 될 것이다.
원래 인간이 두발로
똑바로 서 있을 수 있게 된 것도 미묘하게 몸의 균형을 잡아주며, 체중을 받쳐주고
직립시키기 위한 제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인간은 약간 몸이 균형을
잃더라도 넘어지지 않고 원래 자세로 돌아올 수 있지만, 인간과 같은 형태로 인형을
만들면 조금만 몸이 기울어져도 넘어져 버리게 되어 서 있을 수 없다.
이렇듯 제어는 기술 분야 뿐만 아니라 생물,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자연적으로 혹은 인공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제부터 이 책에서 취급할 것은 기술 분야의 제어이다. 그러나, 분야가 달라도 제어의 본질적인 사고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술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도 다른 분야의 제어에 관해서도 알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기술분야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제어는 사람 손에 의하지 않고 컴퓨터와 기계에 의해 자동적으로 된다. 이러한 제어를 자동 제어라고 부르고, 사람 손으로 하는 제어를 수동 제어라고 한다.
앞의 예에서, 쿨러에
의한 실내 온도의 제어는 자동제어이며, 양동이에 물을 받는 것, 혹은 자동차와 자전거를
운전할 때의 제어는 수동 제어이다. 자동차나 자전거의 페달은 손이 아닌 발로 조작하지만,
이것도 사람이 조작하기 때문에 수동 제어이다.
같은 대상을 수동 또는 자동 제어,
어느 쪽으로도 제어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양동이에 물을 받는 제어는
수동으로 할 수 있지만, 완전히 같은 경우인 수세식 화장실의 탱크에서는 자동적으로
제어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중 수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데 자동으로는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지금 할 수 없다는 것은 조금 심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는 쪽이 옳을 것이다. 예를 들면, 비행기 이착륙은 조종사가
수동으로 제어하고 있다. 이것을 자동 제어로 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대단히 어렵다.
자동차의 제어도 그렇다. 붐비는 도로에서 운전자가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자동차 제어도 이것을 자동으로 하려고 하면, 지금의 기술로는 어렵다. 자전거는 더욱 어렵다. 반대로 수동으로는 할 수 없고, 자동 제어가 아니면 안되는 것도 있다. 혹은 수동으로도 가능하지만 자동 제어쪽이 훨씬 좋은 경우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살펴 보자.
기술 분야에서 제어라고 말하면, 거의 자동 제어를 가르킨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런데 도대체 왜 자동
제어를 하는 것일까? 우선, 첫째로 자동 제어를 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기술이
있다. 예를 들면, 로켓의 발사는 자동 제어 기술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대형 로켓이
광음과 새빨간 화염을 남기며 우주를 향해 수직으로 올라가는 광경은 몇 번을 보아도
정말 멋있다.
그러나 로켓이 점화되어 상승하기 시작한 후 얼마 동안은 실제로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 전개된다. 아직 충분한 스피드가 붙지 않은 동안은 마치 장대를
손 위에 세우고 있는 것처럼 쓰러지기 쉬운 상태에 있다. 여기에서 로켓 밑에 있는
불길을 분사하는 노즐의 각도를 미묘하게 자동 제어해서 추진력 방향을 제어함으로써
로켓을 항상 수직으로 유지하도록 한다. 이것은 장대를 손 위에 세우는 놀이와 원리적으로는
아주 흡사한 것이다 (그림 1).

그림 1 로켓의 자세 제어
이 예에서는 대상이 원래는 불안정해서 그 자체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자동 제어의 작용으로 안정하고 유용한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대단히 고온인 곳이라든지 방사선이 있는 곳처럼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위험한 환경에서의 제어는 물론 자동이 아니면 안된다.
자동 제어의 두 번째 효능으로는 수동으로도 제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 제어를 하면 일손을 줄이고 게다가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쿨러에 의한 방안의 온도 제어인 경우, 사람이 항상 온도계를 보면서 냉방기의 스위치를 온 (ON), 오프 (OFF) 할 수도 있겠지만 정신적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너무 신경이 쓰여 제대로 제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수동으로 매우 정확하게 온도를 제어하려고 한다면, 한 사람이 항상 붙어서 조작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자동 제어 덕분에 단순하고 하찮은 작업에서 사람을 해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보다도 정확하게 온도를 제어할 수 있다. 자동 제어의 효과는 많지만, 이 두 가지 예만으로도 자동 제어가 현대의 기술 발전에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 제어가 어떤 기술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지만 여기에서 또 하나 자동 제어 기술이 기타 기술과 크게 다른 점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다시 쿨러의 예를 생각해 보자. 쿨러의 주요한 부분은 바깥에 있는 냉동기와 실내에 있는 라디에이터와 팬이다. 이들은 기계 기술과 전기 기술로 만들어진다. 이것만으로도 수동 제어의 쿨러로서 작용하지만, 여기에 자동 제어를 위한 작은 장치를 붙이면 자동 제어 기능을 갖는 쿨러로서 쾌적한 온도를 만들어내게 된다. 결국, 여기에서는 자동 제어 기술은 물건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물건을 잘 작용하게 하는 기술로서 도움이 되고 있다. 로켓의 예에서도 로켓을 만드는 것은 로켓의 본체를 만드는 기술, 연료 기술 등이지만, 여기에 제어 기술이 합쳐져서 비로소 넘어지지 않고 날아 오르게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자동 제어 기술은 로켓의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로켓을 원하는 대로 기능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듯 자동 제어는 형태가 있는 것, 즉 하드웨어를 직접 만들어내는 기술이 아니고 만들어진 하드웨어를 그 목적에 달성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그러면 반대로 하드웨어를 만드는 단계에서는 자동 제어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만들고, 나중에 자동 제어 장치를 붙이면 되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하드웨어를 계획할 때부터 자동 제어 기술자와 함께 생각하고 설계해 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분사 노즐의 각도를 바꿀 수 있는 로켓이라는 발상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제어 기술이 더욱 적극적으로 근본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예로써 CCV (Control Configured Vehicle, 항공기) 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진 비행기로 자동 제어를 전제로 설계된 것이다. 지금은 거의 모든 비행기에 오토 파일럿 (auto-pilot) 이라는 자동 제어 장치가 붙어 있어 이것에 의해 비행사가 손을 떼고 있어도 정해진 방향으로 일정한 고도를 유지하며 일정한 속도로 비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없어선 안되는 자동 제어 장치는 아니며 비행사가 수동으로 제어하는 즉, 조종할 수 있는 것이지만 오토 파일럿으로 전환하여 자동 제어시키면 비행사의 부담이 훨씬 가벼워지게 된다. 그런데 CCV 라는 새로운 비행기에서는 이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제어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CCV 는 한마디로 말하면, 제어 기술에 의한 종래의 비행기와는 전혀 다른 운동 성능을 실현한 것이다. 종래의 비행기에서는 예를 들면, 어떤 고도에서 날고 있던 것이 다른 고도로 상승하려면 우선 기수를 올리고 상승해 가서 다시 기수를 수평으로 돌리는 순서를 밟게 된다. 그렇지만 CCV 에서는 기체를 수평으로 유지한 채 고도를 바꿀 수 있다 (그림 2).

그림 2 제어 기술로 실현한 새로운 비행기 - CCV
수평 비행에서 진로를 바꿀 때 종래의 비행기에서는 기체를 기울이고 선회하여 비로소 진로를 바꿀 수 있는데, CCV 에서는 기체를 기울이지 않고 수평을 유지한 채 옆으로 미끌어지듯이 해서 진로를 바꿀 수 있다. 이런 종래의 비행기에서 불가능했던 동작이 가능하게 된 것은, 자동 제어를 전제로 한 비행기 전체 설계의 결과이다. 「없더라도 그럭저럭 되는 기술」에서「있으면 매우 편리한 기술」, 그리고「없어선 안되는 기술」에 이르기까지 자동 제어 기술은 각양각색의 얼굴을 갖고 있다. 그러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자동 제어 기술이 현대의 과학, 기술, 사회,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지금은 이것을 빼놓고서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이렇게 해서 자동 제어 기술은 우리들의 주변에 있어 인간의 시간과 정신을 자유롭게 하고, 나아가서는 새로운 과학 기술의 프런티어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