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과 퍼지 : 이성은

의사소통과 퍼지

카네기 공예연구소에 있는 1만 명의 기록을 조사하여 얻은 결론에 의하면, 기술 훈련이나 두뇌 훈련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5%이고, 타인들과 잘 어울리는 능력에 의한 성공이 85%라고 한다. 하버드 대학의 직업안내소에서도 직장을 잃은 수천의 사람들을 조사해 본 결과 일을 잘못해 쫓겨난 사람에 비해 타인과의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는 사람이 2 배나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는 인간의 삶 속에서 서로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가치기준이 다양해지는 만큼 의사소통은 참으로 어려운 기술 가운데 하나이다.

의사소통 (communication) 은 라틴어의 communis, 즉 common에서 유래한 말이다. common 이란 '공통'이나 '공유'의 뜻이며, 결국 의사소통이란 누군가와 공통의 것을 엮어 보려는 것으로 같이 이야기하기, 협의하기, 대담하기, 상담하기의 뜻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의사소통은 공동체 (community) 와도 그 어원이 같다. 의사소통이 잘 되어야 커뮤니티, 즉 공동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의사소통 없이는 개인이나 사회는 한낱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하다. 개인적 자아 실현과 공동체의 목표를 실현하는 것은 의사소통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의사소통에는 두 사람 또는 소수의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거나 또는 전화·서신 등을 통한 상호 의사소통인 대인간 의사소통이 있고, 다수의 사람들이 구두언어나 문서 또는 기계 등을 통하는 의사소통의 형태도 있다. 개개인의 인간관계보다는 기술적 모체요소를 많이 사용하는 집단 의사소통이 있다. 그리고 주로 기계적 또는 기술적 모체의 힘을 빌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대략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매스커뮤니케이션 (mass communication) 이 있다.

의사소통은 전통적인 조직과 같이 그 구조가 일원적 (monocratic)·관료적 (bureaucratic) 인 사회에서는 단순히 조직의 계열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수직적인 의사소통만이 있어 왔다. 위로부터의 의사 전달은 아래에 이르기까지 여러 중간계층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어느 중간 계층에서도 위로부터 내려오는 전달을 막거나 되돌려 올릴 수 없는, 마치 일방통행길에서 절대로 자동차가 되돌아 갈 수 없고 한 방향으로만 갈 수 있는 일방통행식 의사소통 (one way communication) 만이 존재했다.

간혹 아래로부터의 의사 전달은 위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간계층을 반드시 경유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이 경우에는 어느 중간계층에서도 위로 올라가는 전달을 막을 수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방통행식 의사소통 방법은 마치 크리스프 논리에서 1 에서 0 으로 향하든지, 0 에서로 향하는 논리 가운데 어느 하나만 옳다고 주장하는 경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즉, 전통적 크리스프 논리는 일방통행식 논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의 구조가 다원화 (pluralistic) 되고 민주적 사회 속에서는 합의를 요하게 되었다. 합의를 요하게 되었다.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종래의 일방통행식 수직적 의사소통으로는 불가능해지고, 쌍방적 의사소통 (two way communicaiton) 을 통한 수평 및 선회적 의사소통의 다양한 경로로서의 의사소통이 요구되고 있다.

이것은 마치 퍼지 논리에서 1 과 0 사이의 일방통행적인 선택논리에서 퍼지 함수에 의한 다양한 귀속도가 생겨난 것과 마찬가지이다. 일방통행식 의사소통에서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다른 쪽을 굴복시키고 자기 의사만을 관철시키는 것이었으나, 쌍방 의사소통 형식에서는 서로 상대방끼리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만큼 의사소통의 기술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2. 의사소통의 창틀 모형

인간간의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주는 것이 의사소통이다. 또한 그것을 파괴하는 것도 의사소통이다. 인간은 의사소통이라는 넓은 바다에 살고 있다. 개개인의 활동에서부터 사회와 국가, 그리고 인류 전체의 활동이 모두 의사소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의사소통은 다양한 이름을 가진다. 우리가 서로 이야기할 때는 대하라고 부른다. 교사에게는 '교육'이라 불리고, 상인들에게는 '판매'라고 불리고, 상담자에게는 '상담'이라 불린다.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려지지만 이 모든 원형은 한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지식·정보·의견·감정등을 함께 소유하는 공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유한다는 것은 서로가 공통된 의미를 조성하고 서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의사소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공유를 방해하는 것으로 자기 자신의 지각 (awarenss) 과 상대방의 지각간의 차이에 있다. 지각의 차이는 자신들의 획일적인 사고, 고정된 사고의 틀로 상대방과의 다양함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오는 것이다.

인간은 성장함에 따라 어떤 상황에 대하여 일정한 형태의 행동으로 반응한다. 굳어진 일정한 형태의 반응행동을 자신이 지각하고 이것이 고정되어져 버려 자기 인성의 일부가 된다. 우리의 인성은 의사소통과 과정 속에서도 같은 형태로 작용한다. 그래서 의사소통을 할 때에 자기 자시의 지각과 상대방의 지각간의 관계에 따라 쌍방이 서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그리고 대화를 하다고 해도 일방통행이나 독백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자기 자신의 지각과 상대방의 지각의 관계를 창틀 모형으로 이용하여 개발된 이론이 '조-해리 창 이론'이다.

'조-해리 창 이론'은 두 심리학자 Jpe Luft 와 Harry Ingham의 첫 이름인 조 (Joe) 와 해리 (Harry) 를 따서 만든 말이다. 조-해리 창 이론은 의사소통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지각과 상대방의 지각간의 관계를 분석하고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는 이론이다. 조해리 창 이론을 적용해 보면, 의사소통을 할 때 자기 자신에게 알려져 있는 부분과 자기 자신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이 있고, 상대방에게 알려져 있는 부분과 상대방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도 있다. 245)

이 네 부분을 결합시켜 보면 다음과 같다. ① 공개 부분 (open) 은 자기 자신과 상대방에게 다같이 알려져 있는 부분이다. 공개 부분은 서로에게 모든 것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자신의 지각과 상대방의 지각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는 경우이다. ② 맹목 부분 (blind) 은 상대방에게는 알려져 있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는 부분이다. 마치 다른 사람들은 다 볼 수 있으나 소경인 자신은 눈이 멀어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맹목 부분은 상대방이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았거나, 상대방이 알려 주었는데도 자신이 알지 못하거나 무시하기 때문에 생긴다. ③ 비공개 부분 (hidden) 은 자신은 알고 있지만 상대방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는 부분이다. 비공개 부분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어떠한 단서를 주었는데도 상대방이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다. 공개 부분이 개별적이라면 비공개 부분은 폐쇄적이라 할 수 있다. ④ 미지 부분 (unknown) 은 상대방에게 다같이 알려져 있지 않는 부분이다. 프로이트 심리학에서는 이것은 '잠재 의식' 혹은 '무의식'이라고 했다. 의사소통 과정 속에서는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해리 창 모형을 이용하여 의사소통의 유형을 다양하게 나누어 봄으로써 효율적인 의사소통의 기술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우리 옛 속담에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빛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런 속담들은 모두 의사소통의 중요함을 보여 주는 말들이라 할 수 있다.

의사소통의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간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이다. 감동시킨다는 것은 자신의 지각과 상대방의 지각 사이에 차이가 없이 공개되어 공유될 때 "과연 그렇구나", "당신 말이 옳소", "나는 믿습니다"라고 반응하는 것이다.

이체 참다운 의사소통을 위해 조-해리 창의 고정된 틀을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만들어가는 과제만 남아 있다.

3. 퍼지 논리와 창틀 모형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했다. 인간은 서로 관계를 맺고 사는 존재다. 관계를 관계답게 하는 것이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을 할 때 퍼지 논리의 사고방식으로 한다면 의사를 전달하는 사람과 의사를 전달받는 사람 사이의 공감대가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퍼지 논리란 한마디로 말하면 다치 논리에 퍼지니스 (fuziness)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보통 노리학이란 '태양은 항성이다' '2는 우수다'와 같은 명제의 진위를 문제로 삼고, 그 진위의 정도에 따라 0 과 1 의 임의의 값을 생각하는 논리다.

그러나 퍼지 논리는 다른 논리와 다르게 '약간' '매우' 등의 수식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0 과 1 의 양자택일의 고정됨에 서 'if~ then'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의사소통에서도 자신의 지각과 상대방의 지각을 고정시켜 놓고 양자택일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게 되면 두 사람의 관계에서 지각의 차이가 드러나고, 이 지각의 차이는 의사소통을 단절시킨다. 진정한 의사소통은 퍼지 논리에서와 같이 '약간' '매우'와 같은 수식어를 사용하여 애매성을 둘 때에 가능해진다. 크리스프적으로 고정된 지각에서는 불가능하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처음 만나서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를 예를 들면, 먼저 상대방의 의도를 탐색한다. 그리고 대화를 하면서 서로를 알게 된다. 공유 부분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친밀감이 생기고 신비로운 사랑이 싹트게 된다. 그러나 쌍방이 서로 지각하는 관계에서 고정된 지각에 차이가 생겨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일방통행을 하면 결국 관계를 지속할 수 없게 된다.

자기 자신의 지각과 상대방의 지각간의관계를 잘 분석한 모형이 조-해리 창이다. 조-해리 창은 자기 자신의 지각과 상대방의 지각간의 관계를 네 가지 창틀로 뚜렷이 구분하고 있다고 했다. 즉, ① 자신과 상대방에게 다같이 알려져 있는 부분 (공개 부분) ② 상대방에게는 알려져 있으나 자신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 (맹목 부분) ③ 자신에게만 알려져 있고 상대방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 (비공개 부분) ④ 자신과 상대방에게 다같이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 (미지부분) 등 네 가지 유형에 따라 의사소통의 결과는 커다란 차이를 나타낸다.

자신의 고정된 조-해리 창틀만 벗어나 창의 크기와 형태를 변화시켜야 한다. 새로운 창틀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과정이 필요하다. 즉 피드백 (feed back) 과 공개 (openness) 이다.

피드백은 상대방이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피드백이 효과가 있으려면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거짓없이 이야기를 해 주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 또한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부모와 자녀 사이≫라는 책을 낸 기너트 (H. Ginott) 부부는 "자녀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감정을 가지도록 허용하고 표현하도록 해야 하다"고 했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감정과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거나 억제하면 자녀들은 자신이 느낀 것을 절대로 부모에게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고, 말을 하면 벌만 받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만약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부모는 자녀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피드백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부모로서 큰 손실이다.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눈 먼 사람이 되고 조-해리 창에서 맹목 부분이 확대되는 것이다. 국가 지도자 가운데 독재자의 가장 큰 비극은 국민들로부터 피드백을 못받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독재가 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 하나의 과정은 공개다. 공개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상대방에게 알리는 것이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피드백과 공개가 동시에 일어나면 흥미로운 현상이 생긴다. 즉 조-해리 창의 공개 부분이 맹목 부분과 비공개 부분으로 확장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잠재되어 있어서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던 미지의 부분이 의식수준으로 나타나고 공개 영역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인간간의 의사소통 길이 열려 있고, 피드백과 공개가 계속되면 딱딱하여 부러지기 쉬운 관계에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된다. 이러한 의사소통의 기술은 성공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도록 도와준다.

4. 상호교류 분석 이론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은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다만 의사소통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상호간의 관계가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 이러한 상호간의 의사소통 양식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이론이 상호교류 분석 (Transactional Analysis) 이다.

상호교류 분석은 에릭 번 (Eric Bne) 이 제시하였고, 프로이트 심리학에 기초한다. 프로이트는 인성의 내부에는 본능 (Id), 자아 (Ego), 초자아 (Super-ego) 의 세 가지 힘이 있어 사람의 행동을 자극하고 감시하고 통제한다고 했다. 이러한 프로이드의 개념을 의사소통 양식에 적용한 이론이 상호교류 분석이다. 247)

상호교류 분석에 따르면 상호교류란 자극에 대한 반응이다. 예를 들면 어머니가 딸에게 "오늘 네 모습이 참 매력적이구나"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자극이고, 딸이 "정말이예요?"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반응이다. 상호교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날 뿐만 아니라 각 개개인의 머리 속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가령 어떤 사람이 누구에 말하려는 충동이 생겼을 때, 머리 속에서 그런 말을 하지 말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그런 말을 하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이같은 머리 속에 있는 사람의 소리를 우리는 자아라고 한다.

에릭 번에 의하면 의사소통은 어린이 (Child), 부모 (Parent), 성인(Adult) 의 세 자아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용어는 보통 의미의 어린이, 부모, 성인과는 다른 의미이다. 즉 부모도 어린이 자아, 부모 자아, 성인 자아를 가지며, 자녀도 어린이 자아, 부모 자아, 성인 자아를 가진다. 이러한 자아는 생활연령 (chronological age) 과는 관계가 없고 정신연령과 관계가 있다. 다시 말하면 부모라도 어떤 대화를 할 경우에 때때로 부모 자아에 따라 말하며, 때로는 어린이 자아에 따라 어린이같이 말할 수도 있다. 자녀라도 어떤 경우에는 부모 자아에 따라 어른같이 말할 수도 있고, 어린이 자아에 따라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상호교류 분석은 종래의 의사소통 양식인 부모는 부모 자아만을 가지고서 대화하고, 어린이는 어린이 자아만을 가지고서 대화한다는 고정되고 규칙적인 관계에서 폭넓고 다양한 관계를 제시해 주고 있다. 이는 마치 퍼지 제어의 여러 특징중 하나인 병렬 (분산) 형 제어와도 흡사하다.

종래의 제어는 u = f (X1, X2…) 와 같은 선형관계식 (선형피드백) 에 의해 u 를 결정한다. 이에 비해 퍼지 제어는 선형제어 방식을 취하지 않고 처음으로 복수개 'if-then'형의 식으로 u 를 결정하는 특징이 있다. 이것을 병렬형 제어라고 한다. 61)

실제로 모든 영역과 모든 변수, 모든 목적에 맞는 하나의 식이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제어 규칙을 정하고 구별하는 대신에 병렬로 두고 추론을 행하는 것이다. 상호교류 분석은 마치 퍼지 제어와 같이 의사소통을 할 때 인간의 머리 속에 어린이, 부모, 성인 자아의 복수개를 취하여 if~then과 같이 상대방이 어린이 자아로 자극하면 어린이 자아로 반응하여 상황에 따라 다양하고 유연한 논리에 의거한다.

어린이 자아는 선천적 충동과 어렸을 때 형성된 경험에 의해 형성되며, 의사 소통시에는 감정이 섞여 있는 표현을 한다. 부모 자아는 어렸을 때 부모, 어니, 형,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받은 교훈에 의해 형성된다. 이러한 교훈은 녹음 테이프에 녹음이 되듯이 사람의 머리 속에 녹음되어 단추만 누르면 재생되어 나오게 되어 있다. 가치가 비판적이고 평가적인 표현으로 나타난다.

성인 자아는 논리적·이성적·비감정적 의사소통을 하며, 감정적 어린이 자아와 가치가 담겨 있는 부모 자아가 나타나지 않도록 억제한다.

바람직한 의사소통은 종래의 제어와 같이 선형관계식에서 떠나 퍼지 제어 병렬형 관계식으로 상호 작용하여야 한다. 즉, 부모는 부모 자아에 의한, 어린이는 어린이 자아에 의한 획일적인 의사소통을 넘어서 어린이·부모·성인 자아간의 균형을 유지하여 때로는 성인 자아에 따라 신중히 대화하고 때로는 부모 자아에 따라 가치·비판적 대화를, 때로는 어린이 자아에 따라 즐겁고 유연하며 정서적인 대화를 하여야 한다.

요컨대 세 가지 자아가 균형을 유지할때 건전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5. 나-메시지 의사 전달

자녀를 잘 길러보고 싶지 않은 부모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려고 최선을 다히지 앟는 부모도 없을 것이다. 이로 보아 우리나라의 부모들 만큼 자식을 위해 열과 성만 모두 바치는 부모는 이 세상에서 드물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낳은 자식이라도 마음대로 안된다'는 속담처럼 부모 뜻대로 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열과 성의만 가지고 자녀를 지도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모든 인간관리가 그러하듯이 자녀를 키우기 위한 필수적인 원리와 방법을 알아야 한다. 대다수의 부모들은 그릇된 원리나 방법으로 자녀를 지도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자녀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자신감을 말살하여 창의력을 억제하여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게 한다.

특히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모든 문제가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간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그 소통이 효과적인가 비효과적인가는 '너-메시지'냐 '나-메시지'냐의 차이로 볼 수 있다.

'너-메시지'와 '나-메시지'의 차이는 의사소통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어디에 두고 의사를 소통하느냐에 달려 있다. 즉 '너-메시지'는 상대방을 향해 언급하며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부모가 한참 바쁠 때 자녀가 함께 놀아주기를 요청한다면 바쁘기 때문에 놀아줄 마음이 없는 부모는 '너'로 시작하는 의사소통을 선택해서 "(너는) 바쁜데 왜 귀찮게 하느냐"로 표현한다. 이것은 부모 자신의 감정보다는 자녀에 대해 더 많이 말하는 것으로 자녀를 평가하거나 비판하는 형태로 표현된다. 그러나 '나'로 시작하는 의사소통을 선택하게 되면 "나는 지금 매우 바쁘단다'로 표현되며, 이는 부모가 현재 자신의 감정을 사실대로 진술하는 것이다. 248)

효과적인 메시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놀랍게도 대부분의 경우에 '너'라는 단어로 시작하거나 '너'가 생략되어 있다 하더라도 염두에는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부모에게 수용되지 않는 자녀의 행동이 부모 자신에게 어떤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만을 자녀에게 말하면 그 메시지는 대개 '나-메시지'로 바뀐다.

'나-메시지'는 자녀의 어떤 행동이 나쁘다고 비판하기 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사실대로 표현하기때문에 저항과 반항을 일으키게 하는 일이 줄어든다. "웃는 낯에 침 뱉으랴"라는 속담과 같이 정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렵게 된다. 오히려 '나-메시지'는 상대방의 '나-메시지'를 촉진시킨다.

'나-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정직한 '나-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험을 하는 셈이다. 자신이라는 사람은 상처받을 수도 있고 당황하기도 하며 실망할 수도 있고 화가 나거나 낙심할 수도 있는 존재임을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약점, 허약함, 결점이 없는 완벽한 존재로 보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솔직한 인간다움을 보여주는 대신에 '너-메시지'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은폐하는 것이다.

솔직한 자기를 나타내면 상대방과의 관계가 보다 친밀해 진다는 추상적인 생각 외에 더 큰 보상이 틀림없이 따라온다. 정직과 개방성이 진실된 인간관계를 이어 준다. 자녀는 있는 그대로의 부모를 알게 되고, 따라서 자녀들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나타내 보이게 되므로 서로가 소외감을 느끼는 대신에 친밀감을 느끼는 관계로 진전된다.

'나-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작용시키기 위하여 노력하지만 모든 부모들이 부딪치는 문제는 자녀들은 자신의 표현이 부모에게 미칠 영향을 알고는 있지만 그 표현을 쉽게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부모들 또한 자신들이 변하기전에 자녀들이 먼저 변해 주기를 바란다.

이는 마치 '내 탓이오'스티커를 차 뒤에 붙여 놓고 다른 사람이 '내 탓이오'해주기만을 바라는 것과 같다. '내 탓이오'스티커를 자신이 볼 수 있는 차 앞으로 옮겨야만이 진정한 '나-메시지'의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나-메시지'의사소통으로 보다 나은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6. 비언어적 의사소통

우리들은 입으로 말하는 언어적 의사소통 (Verbal communication) 도 하지만 주로 몸짓, 자세, 시선, 접촉, 얼굴 표정등의 다양한 행동을 통해서도 의사소통을 한다. 이같은 행동들은 말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비언어적 의사소통 (Nonverbal communication) 이라 불리워진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말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의미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언어적 의사소통보다도 더 다양하고 섬세하며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을 들면, 눈과 관련되는 표현으로서 '냉정한 눈빛, 뚫어질 듯한 응시, 살기를 띤 눈초리'등이 있다. 또는 분노를 표현할 때 주먹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다.

언어적 의사소통보다도 더 다양하고 섬세하며 영향력 있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오랫동안 그 중요성이 가리워진 이유는, 의사소통과 두뇌 작용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쉽게 실마리를 찾게 된다.

뮬라리 (L. Mullally) 는 의사소통을 뇌와 연관시켜 연구하였다. 시각적 언어 요소, 즉 문어 (written word) 나 청각적 언어 요소, 즉 구어 (spoken word), 시각적 양, 즉 기록된 숫자 (written number), 청각적인 양, 즉 구술된 숫자 (spoken number) 와 같은 의사소통은 주로 좌측 대뇌반구에서 처리되며, 시각적 상과 같은 감각적 성질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우측 대뇌반구에서 처리된다고 했다.

인간이 가장 높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때 좌반구와 우반구에 조화 있고 균형적인 활동이 일어나는 때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의사소통 과정에서도 좌반구에 영향받고 있는 언어적 의사소통과 우반구에 영향받고 있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조화를 이룰 때 가장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학문·문화가 그러하듯이 의사소통에서도 우반구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좌반구의 언어적 의사소통에 가리워져 있다. 이 점에 심리학자 오른스타인 (R. Ornstein) 은 서구 사람들이 두뇌의 좌반구 기능은 중시하면서도 우반구 기능에 대해서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249)

이는 서구인들의 조상들은 좌반구의 언어적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세계를 지각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던 직관적이고 비언어적 우반구의 기능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어 상대적으로 그 존재와 역할을 흐려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언어의 한계성의 지적,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도, 말로 전할 수 없는 선 등 우반구의 특성을 지닌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중시하고, 언어을 통한 전달분석적인 매개물의 활용 등을 등한시하게 되었다. 92)

그러나 최근에 와서 서구의 의사소통 연구가들도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말하기 시작한다. 이 분야의 대가라 할 수 있는 버드휘스텔 (Raymond Birdwhistell) 은 우리의 의사 소통 가운데 65%가 비언어적 의사소통이고 언어적 의사소통은 불과 35%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크맨 (Ekman) 과 프리젠 (Friesen) 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중요성과 목적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249)

① 완전한 진술문을 만든다 : 경찰관의 교통정리 신호는 그 의미 전달이 가장 명확하다. ② 단어의 의미를 변경시킬 수 있다 : 화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이를 악물거나 얼굴색이 변한다. ③ 말을 실례로서 설명한다. : 테니스 라켓을 잡는 방법을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 ④ 상호 작용을 조절한다 : "나는 바빠요, 지금 곧 떠나야 해요"의 뜻으로 시계를 자주 본다. ⑤ 감정을 나타낸다 : 슬픔의 표시로 눈물을 글썽거리고,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주먹을 꽉 준다.

퍼지 제어가 애매성을 도입했기 때문에 잘 동작되는 엑스퍼트 시스템 (Expert System) 이 되었듯이, 의사소통에서도 이제 애매모호하고 다양하고 섬세한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활용할 때 가장 인간의 지혜를 살린 의사소통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7. 정보사회와 조직 운영

미래사회는 권력도 자본도 아닌 지식·정보가 지배할 것이라는 앨빈 토플러의 예측은 지금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적중하고 있다. 이를 '제 3 의 물결'이라고도 하고 '지가혁명'이라고도 한다.

한 조직체 내에서 주도권을 잡은 사람은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다. 모든 업무가 전산망으로 처리되는 때에는 아무리 말단직원이라 하더라도 어느 구석에서 착오나 문제가 생기면 바로 그 직원의 도움 없이는 조직체의 운영이 어렵게 될 것이다.

과거와 같이 위로 올라갈수록 정보가 모여지는 것이 아니고 네트워크식으로 전체에 망라되어 있는 시대에는 부분과 전체, 위와 아래의 역할구분이 어럽게 될 것이다.

네트워크 시대의 인간관리는 종래의 인간관리와는 분명히 달라져야만 한다.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 관계가 중요시될 수밖에 없으며, 한갖 지식 전달이 아닌 내밀적인 정의 소통없이는 인간관계도 어렵게 된다. 정보란 지식과는 달리 문자 그대로 감정의 전달이어야 한다. 이를 존 내시비트 (John Nassibits) 는 '하이테크·하이터치' (High-Tech·High-touch) 라고 했다. 즉 고기술과 고감촉이 필요한 시대이다. 높은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서는 최첨단의 감과 정이또한 높아야 한다는 뜻이다. 78)

이러한 고기술, 고감촉의 정보사업시대에 알맞게 등장한 제반 인간관리 이론이 곧 상황지도력이었으며, 모든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형태의 의사결정 태도였다. 시간관리에 있어서는 좀 더 느슨한 것이어야 했었다. 갈등 해결 이론에 있어서는 애매한 인간관계, 특히 애매한 역할 갈등을 다양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소통론에 있어서도 일반통행적이 아니고 쌍방 교환적이어야 하며, 언어적인 방법보다는 비언어적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변해야 하고, 그 무엇봐도 정치·경제·교육 등 전분야에서 인간관계의 태도, 그리고 인간관리가 변해야만 한다. 서양에서도 그동한 X·Y이론이 나왔고, 일본에서는 Z이론이 나왔다. 최근에 한국에서 등장한 W이론이란 지도자와 피지도자가 같이 살고 같이 죽는 (공생공사) 논리다. 이것은 '신바람'이라고 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군사문화의 유산으로 경색되어 왔으며, 의사소통은 일방통행적이었고, 하향식 의사결정으로 구석구석에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그야말로 신바람 안나는 사회였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퍼지 이론의 등장은 지금까지 소개한 지도력 이론, 의사결정 이론, 갈등 해결 이론, 의사소통 이론에 걸맞으며, 그 모두가 우리 사회를 신바람나게 만드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풀리처상을 수상한 세이건 (Carl Sagan) 의 《에덴의 용》은 미국에서 30주 이상 베스트 셀러의 자리를 유지한 책이다. 이 책에서 세이건은 미래사회의 바람직한 인간상으로서 좌뇌와 우뇌의 균형 잡힌 상을 그리고 있다.

그에 의하면 "뇌 좌·우반구의 두 쪽이 서로 협조하여 작용하는 것은 자연이 우리의 존속을 위하여 베풀어준 방편이다. 우리 인간의 지능을 완전한 창조적 목적에 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살아남기 힘들다" 50) 라고 했다. 오랫동안 서구 문명은 합리적 사고만을 강조하여 좌뇌 기능만 활성화시켜 왔었다. 앞으로 퍼지 시대와 함께 기계도 인간의 애매모함을 닮아가야 한다. 인간의 애매모호성을 담고 있는 우뇌 기능은 강화되어야 한다. 우리의 고유한 신바람은 다름 아닌 세이건이 지정한 우뇌와 좌뇌가 균형잡힐 때 일어난다. 그리고 이것이 다름 아닌 하이테크·하이터치인 것이다. 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