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기와 기억
(Reminding and Memory)
역동적 기억: Roger Schank 저서, 신현정 역, 시그마프레스, 2002 (원서 : Dynamic Memory Revisited, Cambridge Univ. Press, 1999), Page 23~43
기억시스템이라면 어느 것이든지 합리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정보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입력이 시스템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역동적 기억시스템은 처리하는 모든 경험에 의해서 어떤 방식으로든지 변하게 마련이다. 경험으로부터 학습할 수 없는 기억시스템은 유용성이 거의 없다. 나아가서 좋은 기억시스템이라면 자신 속에 포함되어 있은 정보를 찾아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말이 당연한 듯이 들리기는 하지만, 무엇을 찾아 낼 것이냐는 문제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처리할 때, 기억 속에서 현재 처리하고 있는 입력과 밀접하게 관련된 특정한 일화를 찾아 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관련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한 경험이 다른 경험과 유사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목록을 사용하여 어떤 표지를 가지고 관련된 일화들을 찾는 것인가?
생각나기 (reminding) 현상은 인출과 학습능력의 문제 모두에 희망의 빛을 제공한다. 생각나기는 인간기억에서 중요한 측면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초판이 출판되기 이전에는 기억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예컨대, 기억에 관한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정리하고자 시도한 매우 중요한 저서 [Crowder, 1976] 에서도 생각나기는 주제 색인에도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생각나기는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기억의 보편적 특징이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생각나게 하며, 한 건물은 다른 건물을 생각나게 한다. 생각나기의 보다 중요한 측면은 여러 상황에 걸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한 사건은 다른 사건을 생각나게 만든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생각나기는 결코 기억과 관계없는 현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해하고 학습하는 방식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 만일 현재 사건의 유사한 사건을 생각나게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일반화가 가능할 것이며 두 사건을 결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교훈을 학습할 수 있겠는가? 만일 사람들이 어떤 경험에 직면했는데 그 경험을 과거 기억과 관련시키지 못함으로 인해서 매번 새로운 경험으로 다룰 수밖에 없다면, 정말 어리석게 보일 것이다. 예컨대, 식당을 계속해서 찾아갈 수도 없으며, 매번 전에는 그곳에 가본 적도 없는 것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다. 그 식당은 과거에 그곳에 갔었다는 사실을 생각나게 해주어야만 한다.
우선 생각나기에 대한 다음과 같은 광의적 유목들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왜냐하면 이 유목민들은 이해시스템에 상이한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으며, 상이한 방식으로 설명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
1. 물리적 사물은 다른 물리적 사물들을 생각나게 할 수 있다.
2. 물리적 사물은 사건들을 생각나게 할 수 있다.
3. 사건은 물리적 사물들을 생각나게 할 수 있다.
4. 사건은 동일 영역 (domain) 내의 다른 사건들을 생각나게 할 수 있다.
5. 사건은 다른 영역에 있는 사건들을 생각나게 할 수 있다.
6. 새로운 경험은 그 경험을 특징짓는 전형적 사례들을 생각나게 할 수 있다.
7. 추상적 아이디어는 관련된 아이디어들을 생각나게 할 수 있다.
생각나기를 일화기억시스템 (episodic memory system) 의 본질과 체제화를 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한 사건을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정상적인 과정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상황은 그 사건의 처리와 어떤 방식으로든 관련되어 있은 기억 속의 특정한 사건을 찾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역동적 일화기억시스템의 체제화는 이해과정에서 그 시스템이 사용되는 방식에 달려있다. 생각나기는, 비록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가 항상 명백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과거에 처리하였던 상황에 비추어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으로 일어난다 (Ross, 1984 ; Ross & Kennedy, 1990). 인간기억이 어떻게 처리과정을 제어하며 자연스럽게 생각나기를 초래하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한 경험이 다른 경험을 생각나게 하는 이유는 인간의 이해와 기억에 대한 모든 이론에서 일차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자연스런 대화중에 또는 무엇을 읽거나 볼 때 무엇인가가 생각나게 된다는 사실은 이해과정에 대해 중요한 사실을 알려 준다. 한 사건을 이해한다는 것이 기억 속에서 그 사건의 표상을 위한 적절한 장소를 찾는 것이라는 가정하에서, 생각나기는 새로운 입력을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억 속의 특정 일화가 활성화되었거나 찾아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무엇인가가 생각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입력을 처리하는 동안에 그것과 마주쳐야만 한다. 만일 생각나기에 대한 설명으로 사람들이 그 일화를 찾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 일화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찾아 낼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를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만일 생각나기의 설명으로 사람들이 우연히 일화와 마주치는 것이라고 한다면, 왜 그러한 우연사건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사건은 처리과정과 관련이 있는지의 여부를 물음하여야 한다.
여기서 나는 위의 두 가지 설명의 융합이 바로 생각나기가 일어나는 방법을 알려 준다고 주장하려고 한다. 사람들이 처리과정 중에 기억 속에 들어 있는 특정한 일화를 의식적으로 찾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 일화의 존재를 명시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특별하고 이례적인 기억들을 저장해 두기는 하지만, 이것들이 쉽게 접근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일화의 유형 (type) 들을 찾아 낼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사람들이 가보았던 모든 고급식당들을 하나하나 꼽을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고급식당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다. 새로운 식당 상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보편지식을 참조한다. 새로운 일화를 처리하기 위해서 그 일화와 밀접하게 관련된 이례적인 일화를 가리키고 있는 기억구조들을 이용한다. 생각나기는 새로운 입력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억 속의 가장 적절한 구조가 어떤 측면에서든 이례적일 때 나타난다. 즉, 어떤 별난 경험을 겪었고 그 경험을 적절한 기억구조에 저장하고 있을 때 생각나기가 일어난다. 입력과 밀접하게 관련된 특정한 이례적 일화가 하나도 없을 때는 상황에 대한 보편지식을 사용하여 입력을 처리하며, 생각나기는 일어나지 않는다. (만일 전형적인 일화가 생각난다면, 그것은 전혀 생각나기처럼 느껴지지 않으며 의식되지도 않는다. 그러한 생각나기가 이해과정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것으로부터 학습하는 것은 거의 없다.)
주제에 대하여 더 많이 알수록, 관련된 입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각나는 것이 많아진다. 따라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는 자신의 전문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생각나기 경험을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특정한 사람에게 생각나기 경험은 다음과 같은 것에 해당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
1. 알고 있는 체스 알들의 배열패턴
2. 알고 있는 정치적 패턴
3. 이전에 경험한 유사한 상황
4. 특정한 인물의 행동패턴
5. 과학이론의 관련성
6. 축구경기의 패턴
7. 음악이나 그림의 유형
체스 두는 것을 볼 때 왜 어떤 사람에게는 유명한 체스경기가 생각나는 데 반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인가? 그 답은 모든 사람이 유명한 체스경기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 사람들은 알고 있는 것을 사용함으로써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만일 체스 전문가가 체스판을 들여다 보면서 유명한 체스 경기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놀랄 일이 된다. 유명한 체스경기라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인 일화라는 사실을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화들이 새로운 경험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의 경험들을 범주화하였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범주화는 문제해결 과정에 사용되는 기제가 된다 (Ross, Perkins, & Tenpenny, 1990 ; Ross, 1996a).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전문가가 전문가인 까닭은 그들이 자신의 전문영역에 대해 끊임없이 학습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미묘한 차이들을 탐지해 내며 여러 가지 경험들을 비교하고 대비시킬 수 있도록 충분한 사례들을 획득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하며 그 경험에 적절한 이름을 붙여야 한다. 따라서 생각나기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특정한 몇몇 경우에만 우연히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생각나기는 특정한 지식을 특정한 시간에 불러올 수 있는 방식으로 체제화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서, 생각나기가 없이는 학습이 일어날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근거하여 학습한다. 경험적 기반이 없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고 시도하는 것은 쓸데없는 헛수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입력을 받아들이며, 그 입력을 처리하였던 입력, 즉 이미 이해하고 있는 것에 근거하여 평가하고 이해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해는 본질적으로 창의적 과정이다. 이해자는 새로운 입력과 대응되는 관련 기억을 확인해 내야만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해자는 정확하게 대응되는 항목을 찾거나 아니면 입력과 겉으로는 전혀 닮지 않은 기억도 찾아 낼 수 있어야 한다. 엉뚱한 대응은 상황에 따라서 사고 장애 (주석 : 예컨대, 학습장애 아동에 관한 Williams (1993) 의 연구를 참조하라.) 의 증거이거나 아니면 뛰어난 통찰의 증거로 간주될 수 있다. 정확한 대응은 완벽한 이해 또는 창의성의 극단적인 결여를 예시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어떤 방식이든지, 이해를 위해서는 기억과의 대응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전문가란 현재의 경험을 처리하는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확한 과거 경험을 생각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자신의 경험에 대해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큼 독특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모든 경험은 나름대로 독특한 것이다. 사람들은 상당한 정도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상황에 잘 적용할 수 있는 과거 경험이 어떤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이 세상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범주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범주를 수정하는 규칙들도 가지고 있는데, 이 시스템은 여러 대상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 그것들을 찾아 내는 것을 도와 준다. 따라서 범주화 도식은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범주화 도식을 이해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의 경험이 다른 경험과 관련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범주화 도식은 어떻게 학습이 일어나는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려 준다. 왜냐하면 학습은 본질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평가하는 과정이며, 필요할 때에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그 경험을 기억 속의 특정한 장소에 위치시키는 방식으로 범주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각나기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우선 새로운 입력을 처리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만일 생각나기가 처리과정 중에 역동적 기억 시스템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라면, 생각나기와 정보처리는 동일한 기제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에 해당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생각나기는 자연스럽고 노력이 안 드는 현상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정신활동에서 얻어지는 정상적인 부산물로 나타나는 것임에 틀림없다.
생각나기의 예를 보자. 이 책의 초판이 출판될 당시에 보스턴에는 리걸 시푸드 (Legal Seafood) 라는 식당이 있었는데, 음식이 나오기 전에 음식값을 지불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보통의 식당이었다. (이 식당은 나중에 체인점으로 바뀌어 이제는 더 이상 이 방침을 따르지 않는다.) 만일 어떤 사람이 나오기 전에 음식값을 치르는 또 다른 식당에 간다면, 과거에 리걸 시푸드 식당에는 딱 한번밖에 가본 적이 없다 하더라도 그 식당에서의 경험이 생각나게 될 것이다. 어떻게 그러한 생각나기가 일어나는 것인가?
정보처리에 대한 스크립트기반 견해에 따르면 식당 경험의 처리를 지원하기 위하여 식당 스크립트를 동원하게 된다. 자연스러운 스크립트기반 처리과정 내에서 생각나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스크립트가 역동적 기억구조 (dynamic memory structure) 여야 한다는 것이 명확해진다. 즉, 생각나기 현상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생각나기와 처리과정간의 관계에 대해서 앞에서 언급한 사실에 근거할 때, 스크립트는 정적인 (즉, 불변적인) 데이터구조일 수가 없다. 오히려 식당 스크립트는 실제로 리걸 시푸드 식당에서의 경험과 같은 구체적인 기억을 포함하고 있어야 하며, 스크립트는 과거에 처리한 새로운 일화들을 누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나는 스크립트가 공통주제를 중심으로 체제화된 특정 기억들의 집합이라고 주장한다 (Galambos, 1986 ; Hudson & Nelson, 1986 ; Hudson, Fivush, & Kuebli, 1992). 스크립트에 대한 예전의 견해를 이렇게 수정하는 것의 정당성은 부분적으로 어떤 것이 스크립트의 성분이 되거나 안 되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개개의 특정한 경험들은 일반화하려는 시도를 방해한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한다면, 나는 스크립트가 살아 숨쉬는 일화기억과 분리된 일종의 의미기억 데이터 구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식당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식당에 관한 수많은 경험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며, 이러한 경험들은 식당에 대한 지식과 함께 저장된다.
스크립트는 특정한 상황에 대한 반복적인 경험을 통하여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다. 특정한 사건이 처음 일어났을 때는 그 사건만으로 구성된 독자적인 범주로 범주화된다 (어떤 사건이든지 완전히 독특한 경우는 거의 없다 하더라도). 유사한 사건들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초기의 범주는 보다 많은 일화들을 포함하게 된다. 이러한 일화들 중에서 동일한 요소들이 하나의 단위, 즉 스크립트로 취급된다 (Ross & Kennedy, 1990; Ross, Perkins, & Tenpenny, 1990 ; Spalding & Ross, 1994). 스크립트와 부분적으로 차이 나는 후속 일화들은 관련된 스크립트의 부분으로 첨가된다. 일화의 차이 나는 부분들은 스크립트와 차이 나는 것으로 저장된다 (Hudson, 1988 ; Hudson, Fivush, & Kuebli, 1992). 그렇기 때문에 처리과정 중에 유사한 차이를 경험할 때 각 스크립트가 찾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스크립트는 능동적 기억 체제자 (active memory organizer) 로 간주되어야 한다. 스크립트에 대한 이러한 견해가 리걸 시푸드 식당의 예에 적절하다. 스크립트에서 정상적으로 예측되는 것과 차이나는 부분을 경험하며, 과거에 처리한 일화가 그 차이에 적절한 것일 때, 그 일화가 생각나게 되어 현재의 경험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내가 이전에 제안하였던 견해 (Schank & Abelson, 1977) 에 대해서 현재 반대하고 있는 것중의 하나는 형태상 스크립트의 구성성분처럼 보이는 스크립트 비슷한 하위구조로써 진행절차 (track) 의 존재이다. 진행절차는 규준으로부터 벗어난 사건을 경험할 때 작동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기대에서 벗어날 때 처리를 돕기 위해서 스크립트의 새로운 성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처리과정을 지원하는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기억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험들로부터 새로운 기대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 기대는 과거에 찾아졌던 적절한 경험에 근거하여 새로운 경험을 이해하는 것을 도와 주게 된다.
스크립트는 과거에 가정했던 것보다도 강력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크립트의 일차적 기능은 기억 속의 정보를 조직하는 체제자의 역할이다. 예컨대, $-식당은 다양한 식당 경험들을 체제화하여서, 스크립트의 정상적인 진행에서 벗어난 사건이 일어날 때 가장 적절한 경험 (차이점이라는 측면에서 표지가 붙어 있는 경험) 이 마음에 떠오르도록 만들어준다. 이 경험이 마음에 떠오름으로 인해서 후속되는 새로운 경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유도될 수 있다. 따라서 생각나기는 어떤 의미에서 기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과거의 지식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생각나기 현상이 가지고 있는 한 가지 중요한 함의는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도하는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바꿔놓았다는 점이다. 예컨대, 만일 간이음식점인 맥도널드 (McDonald's) 에 가본 후 버거킹 (Burger King) 에 처음으로 들어가면, 이해하려고 시도해야하만 하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아하! 알았다. 버거킹은 맥도널드 같은 곳이구나" 라고 말하면서 버거킹에서 수행해야 할 처리과정을 지원하기 위하여 맥도널드에 대한 정보를 사용하기 시작할 때, 그가 그러한 경험을 이해했다고 (즉, 식당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의미에서 버거킹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 사람은 맥도널드가 생각난 것이다. 이해란 밀접하게 관련된 과거경험이 생각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러한 생각나기는 무선적인 것이 아니다. 특정한 경험이 생각나는 이유는 새로운 경험을 처리하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는 구조가 기억을 체제화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구조와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입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과거 기억을 통과할 수밖에 없다.
적절한 기억 (현재의 경험에 가장 적절한 기억) 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의미하는 이해이다. 일화기억 구조와 처리과정 구조는 동일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처리과정이라는 목적만으로 존재하는 영원한 (즉, 불변적인) 데이터구조는 기억 속에 없게 된다. 이해과정에 사용되는 스크립트, 계획, 목표, 그리고 다른 구조들도 기억에서 체계적인 저장 장치로서 유용성을 가져야만 한다. 이러한 구조들은 사람들이 보았던 그리고 보게 될 것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존재한다. 따라서 저장을 위한 기억구조 그리고 입력을 분석하기 위한 처리과정 구조는 정확히 동일한 구조이다 (Reiser, Black, & Abelson,, 1985).
이 견해에 따르면, 유사한 사건들이 생각난다는 것이 하나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기억 구조와 처리과정 구조는 동일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경험과 가장 유사한 경험이란 처리과정에 가장 적절한 영역에 자리잡고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한 사건들이 생각나는 현상을 지배하는 응집적인 원리들의 발견이야말로 기억이 어떻게 체제화 되어 있는지, 이해는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 그리고 학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를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결정적인 단계가 된다.
영어에서 생각난다 (remind) 는 단어는 다양한 사건들을 의미하는 데 사용된다. 철수는 영수를 생각나게 만들 수 있다.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 하는 것을 생각나게 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우리는 재미있는 농담, 과거 경험, 우리가 하려고 의도하는 것 등등이 생각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내가 논의하여온 생각나기의 유형은 처리기반 생각나기 (processing-based reminding) 라고 부른다. 이 유형의 생각나기는 새로운 정보를 정상적으로 이해하거나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 정보를 처리한 자연스러운 결과로 일어나는 생각나기이다.
생각나기를 광의적으로 범주화할 때, 처리기반 생각나기와 피상적인 유사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목적과는 관련되지 않은 두 가지 다른 유형의 생각나기가 존재한다. 하나는 사전기반 생각나기 (dictionary-based reminding) 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가 심성어휘집 (mental lexicon) 에서 단어를 찾을 때, 흔히 그 정의와 함께 위치하고 있는 경험한 일화들도 찾게 되는데, 그 일화도 마치 정의의 부분인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단어에 대해서는 이러한 사전기반 생각나기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자주 사용하지 않은 단어, 개념 또는 대상에 대해서는 그러한 생각나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나의 경우에는 이디시어 (주석 : 독일 고산지역 방언에 슬라브어와 헤브라이어가 섞여서 생긴 언어이며, 헤브라이 문자를 사용한다. 중부 유럽의 여러 나라 그리고 그 지방 출신의 유태인 사이에서 사용된다.) 의 단어인 zafting (몸매가 좋음) 가 구직 면접중에 겪었던 특정한 경험과 특별하게 연합되어 있다. 면접에서 나는 두 여자와 함께 있게 되었는데, 면접을 하는 장차의 고용주가 그 중의 한 여자를 "zafting" 하다고 표현하였다. 그가 한 말과 연합된 놀라움은 특별한 직업을 갖게 된 경험과 함께 그 단어, 여자, 그리고 내 마음속의 경험을 영원히 함께 묶어놓았다. 그 단어는 경험에 의해서 정의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나쁜 놈이 아니야" (I'm not a crook) 또는 "내가 최고다" (I'm the greatest) 와 같은 구절들도 특별한 일화를 떠오르게 한다. 사전기반 생각나기는 쉽게 설명될 수 있다. 심성어휘집은 일반적인 언어사전과는 다르게 생겼다. 단어나 구절의 사용법, 그 단어나 구절을 처음 보았던 상황, 사용하는 사람, 적용되는 대상의 유목, 연합된 감정 등에 대한 정보가 그 단어에 대한 심적 설명의 부분들로 존재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단어에 대한 정보가 적을수록 그 단어에 보다 많이 주목하게 된다. 단어에 대한 정보를 많이 확보하게 됨에 따라서, 그 단어와 연합된 특수한 기억들은 연합강도를 상실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그렇게 되면 본질적인 정의만이 남게 된다.
따라서 사전기반 생각나기는 특정한 기억에 근거하여 단어를 정의하는 데 도움을 주는 현상이다.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유용한 것이 아니다. 만일 모든 단어를 그렇게 취급한다면, 적절한 시간 내에 특정 단어를 처리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고 만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러한 생각나기가 일어나지 않을 때, 더 잘 이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개념은 특수하게 정의되기보다는 보편적으로 정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전기반 생각나기는 단어의 처리 (그리고 때로는 대상의 처리) 와 관련되어 있는 일종의 처리과정 유형의 생각나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전기반 생각나기는 역동적 일화기억의 작동과는 그렇게 관련되어 있지 않다. 왜냐하면 사용빈도가 증가함에 따라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 단어는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됨으로써 스크립트와 유사한 것이 되기 전까지는 추상적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아이디어가 보다 일상화될수록, 그것에 대해 더 많은 것을 학습한 것이며, 역설적으로는 그것에 대해 덜 언급하게 되고 덜 주목하게 된다. 예외가 있다면, 그것은 의식적 생각나기이다.
우리의 논의에서 벗어난 두 번째 유형의 생각나기는 시각기반 생각나기 (visually-based reminding) 이다. 때때로 한 대상이 다른 대상과 유사하게 보인다. 마음은 지각단서들을 체제화하고 있으며, 그러한 단서들에 근거하여 기억에서 항목들을 찾아 내기 때문에, 그러한 생각나기가 일어난다고 해서 하나도 놀라울 것이 없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선의 생각나기는 사람들이 의식할 가능성이 가장 적은 것이다. 예전에 가보았던 식당에 들어갔을 때, 그 식당에서 일어날 사건에 대한 예상 그리고 일치하는 후속사건들이 그 식당을 생각나게 한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지각하는 것을 기억구조에 가장 적합하도록 처리한다. 대응이 완벽할 때는 생각난다는 것조차 느끼지 않게 되는데, 왜냐하면 생각나기는 대응이 완벽하지 않고 근접치에 도달하였을 때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무튼 생각나기의 엄밀한 의미에서 볼 때, 바로 필요한 대상을 생각해 낸 것이다.
동일한 현상이 지각 처리과정에서도 일어난다. 철수의 얼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최선의 대응은 철수 얼굴의 지각적 세부특징들을 포함하는 기억이다. 사람들은 지각단서에 의해서 기억 속에 있는 세부특징들이 생각난다고 느끼지 않으며, 단지 일련의 지각적 세부특징들을 재인하였다고 느끼게 된다. 물론 대응이 완벽하지 않을 때는 생각나기를 느끼게 된다. 새로운 사람은 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람들과 부분적으로만 대응되기 때문에 그 사람들 중에서 세부특징들을 공유하고 있는 어떤 사람을 생각나게 할 수 있다.
시각기반 생각나기를 처리기반 생각나기와 혼동하기가 십상이다. 흔히 부분적인 지각대응이 이루어진 후에는 그 지각대응과 연합된 일화가 기억으로부터 떠오르게 된다. 이것은 사전기반 생각나기의 시각적 유추에 불과하다. 그렇게 자주 접해 보지 않았던 대상의 지각적 세부특징들과 연합된 것은 그 대상과 연계된 한두 가지 경험일 뿐이다. 일단 하나의 입력이 그 입력을 정의하는 기억구조를 촉발시키게 되면, 기억은 그 입력이 시지각이었는지 아니면 청지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무튼 흥미를 끄는 생각나기의 유형은 상황기반 생각나기 (situation-based reminding) 이다. 즉, 상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 상황이 다른 상황을 생각나게 할 때는, 새로운 상황이 과거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와 상당히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이제 여러 유형의 처리기반 생각나기를 논의하고자 한다. 만일 생각나기 경험의 유형들을 결정할 수만 있다면 (지금부터 생각나기라고만 언급할 때는 처리기반 상황적 생각나기, processing-based situational reminding 을 의미한다), 동시에 기억 속에 존재하는 체제화 책략들도 찾아낸 것이 될 것이다. 결국 생각나기는 유사한 체제화의 결과이다. 따라서 하나의 발견은 다른 것의 발견에 도움을 주게 된다.
첫 번째 유형의 생각나기는 리갈 시푸드 식당의 예에서 언급한 유형이다. 이것은 Schank 와 Abelson (1977) 이 제시하였던 스크립트의 개념이 상정하고 있는 처리과정에 대한 가정에 근거한다. 그 가정이란 한 행위가 이루어지면, 다른 특정한 행위가 뒤따를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것이다. 흔히 이러한 가정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 근거한다. 유아들도 이러한 유형의 가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자신의 가정이나 기대가 위배되었을 때 더 높은 관심을 보이는 반응을 한다 (Hull Smith et al., 1989).
실제로 기억 속의 어떤 구조들이 부호화를 책임지고 있든지 간에, 기대는 기억체제자 (memory organizer) 로 기능하며 동시에 처리과정에서 사용되는 데이터구조로서의 역할도 담당한다. 그러한 구조들은 표준화된 상황에서 정상적인 사건의 흐름에 대한 예측과 기대를 포함하고 있다. 그 구조로부터 유도된 기대가 실패할 때마다, 그 실패는 기록된다 (Hudson, 1988 ; Hull Smith et al., 1989 ; De Graef, Christaens & d'Ydewalle, 1990 ; Hudson, Fivush, & Kuebli, 1992 ; Patalano & Seifert, 1994). 불일치는 기대실패를 야기한 일화를 가리키는 포인터에 표지를 달아 두는 것으로 기억되며, 그 표지는 불일치가 일어난 지점에 위치하게 된다. 따라서 만일 식당에서의 주문하기가 일반 식당에 대한 데이터구조로부터 유도된 기대에 의해 주도된다면, 리갈 시푸드 식당에서의 경험은 그 구조에서 기대실패를 초래한다. 리갈 시푸드 식당의 경험은 일반 식당에서의 주문에 대한 기대가 실패한 것에 따라서 기억에 저장된다.
이러한 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학습하는 것이며 무엇을 학습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려 주고 있다. 일반적인 학교교육 방법들에는 - 적어도 학생들의 직접적인 행위가 수반되지 않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 무엇인가를 해봄으로써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실패가 포함되어 있지 못하다. 단순히 무엇인가를 말해 주고는 학생들이 듣는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놀라게 한 것, 정상적인 기대를 실패하게 만든 것, 그래서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들을 기억한다. 주변 세상을 처리하고자 시도하는 중에 자신이 기대하였던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학습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그 목표를 달성하려는 방법이 틀렸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 학습을 한다. 그리고 자신을 놀라게 만든 것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는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생각할 때 학습을 한다 (주석 : 학생들이 스스로 설명을 해보려고 시도하는 것이 학습에 미치는 이점을 보려면, Chi 등 (1989), Chi & VanLehn (1991), 그리고 Lampert (1995) 를 참조하라.). 사람들은 행동을 함으로써, 그리고 그들이 한 행동에 대해 생각함으로써 학습을 하는 것이다.
사건에 대한 기대에 근거한 생각나기는 처리과정을 주도하는 구조가 가정하였던 방식대로 작동하지 않는 기대를 만들어 냈을 때 일어난다. 이러한 유형의 생각나기는 한 구조 속에서 사건들의 흐름이 정상에서 이탈될 때마다 일어난다. 이러한 이탈의 꼬리에는 그 이탈의 특성을 나타내는 표지가 붙게 된다. 그 표지와 대응되는 것이 출현하게 되면, 그곳에 저장된 기억이 활성화된다.
$-비행기 타기를 생각해 보자. 음료수 서비라는 사건에서 우리는 무릎에 엎지른 음료수, 무료 음료수, 아니면 뒷좌석의 술취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찾아 낼 수도 있다. 이것들 각각은 각자의 경험에서 일어났던 기대실패에 근거한 가능성 있는 표지이며, 그 표지 밑에서 실제 기억이 찾아진다.
그렇다면 비행기 내에서 모든 경험들은 비행기 탑승이라는 구조에 의해서 (그리고 또한 관련된 다른 구조에 의해서) 체제화 된다고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특정 기억들은 관련된 스크립트에 들어 있는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독특한 속성들에 따라 표지가 붙게 된다. 여기서 두 가지 핵심적인 물음이 제기된다 : 기억구조의 범주 또는 유목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표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떻게 한 구조의 체제화에서 사용되는 것인가?
그런데 모든 생각나기가 특정한 맥락을 반영하는 (예컨대, 식당이나 비행기 탑승) 하나의 기억구조에만 깔끔하게 국한되지는 않는다. 때때로 생각나기는 여러 구조에 걸쳐서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세 번째 중요한 물음이 제기된다 : 한 기억구조에서 체제화된 기억이 어떻게 다른 기억구조에서 유목화된 대상을 생각나게 만드는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이 책에서의 핵심적인 과제이다. 처리기반 생각나기 범위 내에서 그렇게 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리기반 생각나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처리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때 어떻게 관련성이 매우 큰 기억이 전면에 부상하게 되는 것인지를 알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방금 언급한 유형의 기억하기에서는 그러한 생각나기가 일어나는 한 가지 방식이 다음과 같을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 사건의 연속에서 다음에 일어날 사건에 대한 예측을 시도할 때, 관련된 기억구조를 끌어온다. 그 기억구조로부터 유도된 기대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적용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세부적인 기대를 찾으려고 시도한다. 흔히 이러한 기대는 과거에 기대실패로 인해서 그 기억구조의 한 부분으로 저장되어 버린 실제 사건에 대한 기억을 사용하여 찾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으로 생각나기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현재 활성화된 기억구조와 회상된 일화를 처리하기 위해서 처음에 사용되었던 기억구조 (즉, 생각나게 된 기억구조) 간에 동일성에 근거한 대응 (identity-based match) 이 있을 수밖에 없다 (Gick & McGarry, 1992).
이제 물음은, 동일한 구조 내에서 완벽에 가까운 대응이 되지 않는 사건들도 생각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생각나기가 여러 맥락에 걸쳐서 일어난다는 것은 확실하다. 생각난 사건이 과거의 사건과 어떤 공통되는 것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그 공통요소가 반드시 물리적이거나 사회습관인 상황일 필요는 없다. 그런데 만일 모든 기억이 Schank 와 Abelson (1977) 의 스크립트와 같은 구조에 따라서 저장되어 있다면, 어떻게 그러한 생각나기가 일어날 수 있겠는가?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 명확하다. 1977 년도에 출판된 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많은 다양한 유형의 구조들이 처리과정을 지배하고 있다. 계획의 적용, 목표를 추구하는 진행절차, 그리고 스크립트의 적용간의 구분이 이루어졌는데, 흔히 이 구분은 정확 처리수준 (correct level of processing) 이 이것에서 저것으로 오락가락하는 것이라고 제안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늘날 명확한 것으로 보이는 사실은 기억이 모든 수준에 저장되어 있으며, 입력의 처리가 모든 수준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입력에다가 스크립트와 같은 구조를 적용하는 그 순간에 다른 여러 가지 방식으로도 그 입력이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방식들이 어떤 것인지를 찾아 내기 위해서는 다른 유형의 생각나기를 들여다보아야만 한다.
사람들이 입력을 처리할 때 각 사건들을 하나의 사건으로만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나무를 통해서 숲을 보려는 것처럼, 보다 큰 밑그림을 찾으려고 시도하기도 하는 것이다. 무엇이 일어났는지 뿐만 아니라 왜 그것이 일어났는지도 알고자 원한다. 따라서 목표추구의 진행 절차를 추적해 보아야 한다 (주석 : Seifert (1990) 는 "목표, 계획 그리고 행위추론은 덩이글을 읽는 동안에 만들어지며 명시적 정보와 구분할 수 없는 기억표상의 부분이 될 가능성이 크다" (p. 120) 는 증거를 찾아 내었다.).
예를 드는 것이 목표기반 생각나기를 잘 설명할 수 있겠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우체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있는데, 자기 앞에 서있던 사람은 단지 우표 한 장을 사기 위하여 그렇게 오랫동안 줄을 서있는데, 자기 앞에 서있던 사람은 단지 우표 한 장을 사기 위하여 그렇게 오랫동안 서있었던 경우를 보게 되었던 경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 이야기는 나에게 주유소에서 단지 이삼 천 원 어치의 휘발유만을 주유하는 사람들을 생각나게 하였다. 둘간의 연계성은 무엇인가? 한 가지 가능성은 내가 그러한 운전자를 한번에 보다 많은 양을 구입한다면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성가신 일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 이라고 특징지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범주는 지극히 별난 것이며, 기억에 존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토록 복잡한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나기를 위하여 머리 속에서 쓸데없이 많은 범주들을 만들어 대응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함축하고 있는데, 이것은 터무니없어 보인다.
처리과정은 기억의 범주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회상하기 바란다. 만일 어떤 유형의 처리과정이 우체국 경험과 주유소 경험간에 공통적인 것인지를 물음한다면, 우리는 Schank 와 Abelson (1977) 이 제안한 목표기반 (goal-based) 분석에서 매우 명확한 유사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찾을 수 있다. 두 이야기는 모두 목표설정 실패와 관련된다 (Wilensky, 1978).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처리하든지 간에 행위자가 무엇을 왜 하였는지를 알아 내고자 시도한다. 행위자의 동기에 대한 물음이 제기되고, 목표기반 또는 주제기반 설명이 이루어짐으로써 그 물음에 답하게 된다. 위의 이야기에서 그 사람이 우표를 사는 이유는 긴 줄에 서있었던 이유만큼이나 답하지 쉬운 물음이다. 그러나 목표기반 처리과정은 단지 두 목표의 추구과정을 추적해 봄으로써, 이 이야기가 요령부득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Schank & Wilensky, 1977). 그 이야기의 핵심은 행위자의 행동이 어딘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비정상은 그가 미래의 일들을 생각하는 데 실패한 것이었다. 그는 전에 보다 많은 우표를 사두었거나 아니면 지금 보다 많은 우표를 구입한다면, 장차 들여야 할 노력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은 이 목표를 설정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따라서 그 이야기는 특정한 유형의 목표설정 실패를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의 이해에는 발생한 목표설정 실패의 유형을 이해하는 것이 수반된다.
기억이 스크립트와 같은 구조에 의해서 체제화 되어 있은 것과 마찬가지로 목표설정 실패에 의해서 체재화 되어 있은 일련의 기억들이 있다. 또한 특정한 유형의 목표설정 실패에 대한 일련의 표지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서비스를 받기 위하여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과 관련되어 있는데, 내 기억에서 주유소 경험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다. 우체국에서의 새로운 경험은 특정한 맥락에 근거한 기대를 포함하고 있는 구조를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목표를 추구하는 구조를 사용함으로써 처리된다. 여기에는 스크립트와 같은 구조로부터 출발하는 처리과정의 적절한 예측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나기에서의 맥락들은 아주 다르다. 그러나 목표 추구의 진행과정은, 기술된 사건에서 행위자의 동기를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때, 유용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생각나기를 초래한 것이다. 행위자가 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물음해 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각나기는 중요한 일반화를 만들어 내는 데 (즉, 학습하는 데) 유용할 수가 있다. 다시 말해서, 목표의 수준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는 미래의 처리과정에서도 타당성을 갖는 일반화로 이끌어간다.
목표기반 생각나기의 또 다른 예를 보도록 하자. 내 비서가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하루를 결근하였다. 지난 번 비서는 돌아가시는 친척이 하도 많아서 자주 결근을 하였다. 한 가지 경험이 다른 경험을 생각나게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나아가서 나는 지난 번 비서의 후속행동이라는 측면에서 현재 비서의 후속행동에 대한 예측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의식의 수준에서는 두 사람간에 유사성이 없기 때문에 그러한 예측이 쓸모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생각나기가 일어났다. 이러한 두 경험이 모두 저장된 기억구조는 어떤 것인가? 여기서도 우리는 기억 속에 고용자 친척의 사망 (두 사례의 위계적 상위집합) 과 같은 고정된 마디가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기억에서의 연계는 처리과정에서의 관련성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으며, 이 관련성은 의미적 상위집합의 관련성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이 예에서 내 비서가 아닌 다른 직원의 친척이 돌아가셨더라면, 이러한 경험이 생각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다시 목표추구 진행절차는 목표설정 실패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고 있다. 나는 두 상황 모두를 나와의 관련성이라는 측면에서 처리하였다. 두 상황은 모두 나의 동일한 목표설정이 잠정적으로 차단되도록 만들었다. 비서 친척의 사망으로 인해서 내가 비서에게 시킬 일이 잠정적으로 차단되도록 만들었다. 비서 친척의 사망으로 인해서 내가 비서에게 시킬 일이 잠정적으로 차단된 것은 목표설정 실패 하에 있는 표지가 된다. 생각나기는 첫 번째 상황에서 일어났던 것을 두 번째 상황을 이해하는 데 적용시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따라서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는) 유사한 패턴을 재인하는 것은 지식시스템에게 매우 중요하다. 특정한 생각나기가 여기서 소용이 없었다는 사실이 그러한 목표기반 생각나기의 보편적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나기와 기억저장의 문제에서 한 가지 핵심적 문제는 새로운 입력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어떤 상위 수준의 기억구조가 사용되느냐는 물음이다. 이러한 몇몇 구조는 이미 Schank 와 Abelson (1977) 에서 논의되었으며 (또한 Wilensky, 1978 ; Carbonell, 1979 을 참조), 이들의 연구에서는 목표를 만족시키는 것과 연합된 여러 구조는 말할 것도 없이, 목표차단 (Goal-Blockage), 목표실패 (Goal-Failure), 목표대치 (Goal-Replacement), 그리고 목표경쟁 (Goal-Competition) 과 같은 구조들이 다루어졌다. 정상적인 처리과정에서 이러한 목표기반 구조들 중의 하나가 활성화될 때마다, 그 구조는 후속 처리 그리고 생각나기를 통한 학습에 유용한 예측원이 된다. 따라서 목표추구 진행절차에 근거한 구조들은 기억에서 생각나기의 대상이 된다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주석 : Trzebinski & Richards (1986) 그리고 Seifert (1990) 는 모두 이야기에서 목표와 관련되지 않은 정보보다는 목표관련 정보에 대한 기억이 우수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만일 목표가 추적되고 있다면, 마찬가지로 그러한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설정된 계획도 추적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생각나기로부터 학습을 하고자 하며, 생각나기의 주 용도 중의 하나가 학습하는 것이라면, 지식의 모든 수준에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보다 우수한 계획의 수립을 촉진시키는 계획기반 생각나기 (plan-based reminding) 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음의 예를 보자. 내 딸이 (그 당시 8 세였다) 해변가에서 조가비를 찾기 위해서 잠수를 하고 있었다. 내가 조가비가 있는 곳을 알려 주었지만, 딸아이는 다른 곳에서만 잠수를 계속하였다. 그 이유를 묻자, 딸아이는 자기가 잠수하는 곳이 얕은 곳이라고 말하였다. 이 말은 불빛이 더 밝은 가로등 아래서 잃어 버린 반지를 찾고 있는 술주정뱅이에 대한 옛날 우스개 소리를 생각나게 하였다.
사람들은 그러한 생각나기 경험을 자주 한다 - 농담이나 우스개 이야기들이 흔히 생각나기의 대상이 되는 유형이다. 그러한 생각나기가 함축하는 처리과정의 유형은 무엇인가?
이 말이 함축하는 것은, 스크립트와 같은 구조가 다양한 기대를 정당화하거나 아니면 과거에 실패한 기대를 부호화하는 특정 일화에 대한 표지들로 가득 차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계획도 기억구조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에 계획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가? 두 이야기는 모두 편리한 곳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이 경우에 계획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가? 두 이야기는 모두 편리한 곳에서 찾는다는 생각을 구현하려는 계획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표지가 붙어있는 것 자체는 계획이 아니다. 계획을 정확하게 추구하면서도, 술주정뱅이와 가로등이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다. 생각나기가 일어나는 이유는 계획을 수립한 사람이 좋지 않은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야만 하는 맥락에서 이 계획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 예에 수반된 어려움 그리고 그 어려움이 함축하는 것을 나중에 논의할 것이다. 지금의 요점은 기억이 계획에 의해서도 저장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논의하였던 생각나기, 즉 개별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특정한 시점에 출현하는 생각나기와는 반대로, 일련의 사건들을 포함하고 있는 상위 수준의 구조적 패턴에 의한 생각나기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러한 유형의 생각나기는 한 패턴의 사건들을, 광의적이면서도 목표와 관련된 용어들로 분석할 때처럼, 과거에 다른 맥락에서 지각되었던 사건패턴과 유사한 것으로 탐지하여 찾아 낼 때 일어난다.
한 나라의 수장이 다른 나라를 외교적으로 방문하는 중에 그 방문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린 논쟁에 휘말려 들어간 경우를 상상해 보라. 이 이야기를 듣는 것이 당신을 찾아 온 어머니와 벌인 논쟁을 생각나게 할 수 있다. 또한 소풍 중에 만난 폭풍우를 생각나게 할 수도 있다. 어떠한 입력이든지 여러 가지 상이한 수준에서 동시에 처리된다는 사실을 회상하기 바란다. 위에서 가정한 국빈 방문이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며, 처음에는 부드럽게 진행이 되어 향후 중차대한 조약을 체결하게 될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어느 특정인의 책임이라 할 수도 없는 논쟁이 야기되어 외교적 마찰을 초래하게 된 엉뚱한 행위로 인해 모든 일이 어그러지게 된 맥락을 상상해 보라. 똑같은 유형의 사건이 철저하게 계획되었던 소풍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또는 사업상 중요한 결과를 가져오도록 철저하게 계획되었지만 날씨 때문에 엉망이 되어서는 결국 교섭중이던 거래가 완전히 결렬될 수도 있다.
동일한 현상의 보다 현실적인 사례가 연극이나 영화를 관람할 때 일어나기도 한다. 만일 당신이 전에 로미오와 줄리엣 (Romio and Juliet) 을 본 적이 있고 지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를 처음으로 관람하고 있다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보고 있는 중간에 이 작품에는 음악이 들어있으며 뉴욕에서 벌어지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은 고전적인 유형의 생각나기 경험이다. 앞에서 맥도널드와 버거킹 간의 관계에 대해서 언급하였던 것과 같은 지정한 이해를 나타내는 것이다. 생각나기는 기억에서 가장 적절한 부분을 대응시키며, 그와 함께 이해를 나타내는 것이다. 생각나기는 기억에서 가장 적절한 부분을 대응시키며, 그와 함께 적절하면서도 동시에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 많은 기대를 초래한다.
그렇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응시킬 때의 복잡성은 엄청난 것이다. 버거킹의 예에서는 일종의 $-간이음식점을 찾고, 그 스크립트를 따라 진행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 예에서는 겉으로 볼 때 모든 것이 다르다. 장소는 뉴욕이며, 갱들과의 전쟁이 일어나며, 노래가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예로 보기 위해서는 그저 스크립트와 목표만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의미에서 궁극적 목표, 주인공들의 행위라고 하는 사건들, 그로 인해서 영향을 받는 대인관계, 그리고 전체 상황의 최종적인 결과와 같은 것들을 요약해 낼 수 있어야만 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입력을 받아들일 때, 처리한 것으로부터 어떤 결론을 도출하고자 한다. 흔히 이러한 결론은 또 다른 것을 생각나게 만든다. 이야기로부터 유도되는 교훈, 이야기 요체의 깨달음 등은 이야기가 예시하는 요점이나 전달하는 메시지에 근거하여 저장된 기억에 대한 표지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본질적으로 경험을 통해서 학습하는 교훈에 해당한다. 이러한 교훈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교훈을 알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며, 교훈은 미래 경험들을 처리하는 표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나기는 사람들이 전형적인 이야기에 대한 범주화나 표지를 실제로 만들어 놓았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논의한 유형의 생각나기와는 달리, 여기서는 전형적인 이야기를 교훈적인 메시지 또는 요체에 근거하여 분석해 놓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요점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농담이나 이야기를 기억하려고 할 이유가 있겠는가?
그렇기는 하지만 적절한 속담이나 농담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앞에서 언급하였던 예에서 반지를 찾아 헤매는 술주정뱅이에 관한 우스개 이야기를 찾아낸 것은 사용된 계획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스크립트와 같은 물리적 또는 상황적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에 어떤 교훈을 찾아 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교훈 자체만이 유사한 것일 때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 경우에도 기억구조를 찾는다는 사실은 그러한 교훈에 해당하는 상위 수준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또한 여러 맥락에 걸친 생각나기를 수반한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나기를 설명할 수 있는 구조를 제안할 수 있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논의할 생각나기의 유형은 내가 의도적 생각나기 (intentional reminding) 라고 이름붙인 것이다. 때로는 구성성분들을 적절하게 섞음으로써, 말하자면 기억에 대한 적절한 물음을 던짐으로써 무엇인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수행하고 있는 처리과정에 의해서 생각나기가 직접 야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처리과정은 적절한 과거경험을 마음속에 떠올리려는 욕구에 의해서 방향을 잡게 된다. 이것은 마치 사람들이 생각나기를 해내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만일 물음에 답하려고 애쓰고 있다면, 생각나기는 답을 얻어내려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단지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경우라면, 의도적 생각나기는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절한 경험을 찾아 내려는 시도를 나타내게 된다.
모든 의도적 생각나기가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적절한 경험을 찾아 내려는 시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의식적으로 의도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의도적 생각나기는 주어진 시간에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며, 무엇인가가 생각났으면 좋겠다는 의식적 느낌을 수반하지는 않는다. 특정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흔히 무엇인가를 생각나게 만든다.
언젠가 친구와 바닷가로 산보를 나가려고 하는데, 그 친구가 개를 데리고 갈 것인지를 나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그 질문은 내가 누군가를 방문하여 같이 산보를 나가는데 개를 데리고 가야한다고 말하였으며, 실제로 그렇게 해야만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사실로 나타났었다 (다른 개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는 사실). 이러한 생각나기 경험은 바닷가에서도 마찬가지로 개가 필요할 것인지를 자문해 보도록 만들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는 그렇게 말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의도적 생각나기의 한 예이다. 만일 아무 것도 생각난 것이 없었더라면, 나는 단지 개를 싫어하기 때문에 함께 산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대신에 나는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졌다. 언제 어떻게 그러한 물음을 던지는 것인지를 아는 것은 복잡한 문제이며, 이 책의 제 4 장 그리고 Schank (1981) 에서 논의되었다.
의도적 생각나기는 매우 흔한 현상이다. 의도적 생각나기는 사람들이 수행하는 상당 부분의 대화와 사고의 기반이 된다. 사람들은 기억에 들어 있는 어떤 항목에 도달할 때까지 생각하고 있는 맥락을 좁혀나감으로써 무엇인가를 찾아 내려고 시도한다. 이러한 맥락의 축소는 입력이 제공하는 입력의 표지에 의해서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의식적으로 맥락을 축소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바로 그 사람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방금 논의한 상황에는 두 가지 맥락이 작동하고 있었다 : 즉,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는 맥락 그리고 산보를 하는 맥락. 각각의 맥락은 너무나 많은 경험을 포함하고 있어서 실제의 기억을 불러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개라고 하는 표지가 상황을 변화시켰다 ; 즉, 표지는 기억탐색에 초점을 부여하였다. 여기서 개를 데리고 가는 것은 나에게 충분한 단서가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개를 데리고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기억 탐색과정은 기억내용을 적절하게 표상하고 있는 일련의 구조가 있는지의 여부 그리고 그 구조가 이례적 세부특징들을 나타내는 일련의 표지들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만일 그러한 구조와 표지들이 있다면, 기억을 의도적으로 탐색할 수가 있다. 의도적 생각나기는 교육과 상당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교육은 전형적으로 시험에서 요구하는 답을 찾아 내는 일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시험을 볼 때 생각해내려고 애쓰지만, 필요한 답을 찾아 내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이라는 맥락에서 생각나기는 목표기반적이라는 의미에서 비의도적이거나 (사람들은 필요한 것을 우연히 경험함으로써 얻기도 한다)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절한 기억을 작동시키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는 의미에서 의도적일 수 있다. 어느 방식이든지 중요한 문제는 기억에 표지를 달아서 쉽게 찾아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교육에서 심각한 문제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전이 문제 (transfer problem) 는 전적으로 생각나기에 달려 있다. 학생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면, 학생들은 그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시험 볼 때 그대로 끄집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그 정보를 사용해야 할 때 있는 것인가?
예컨대, 많은 학생들은 화학수업시간에 매니큐어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인 아세톤이 접착제를 녹인다는 사실을 배운다. 그러나 접착제가 집의 마루바닥에 떨어져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볼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학생은 별로 없다. 대신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집수리 같은 것에 의존한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은 일상생활에서 스크립트를 만들고 사용하는 방식과 관련되어 있지 않다. 아무튼 실제적인 의미에서 필요할 때에 가용하지 않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 지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가용하지 않은 지식은 불활성 지식 (inert knowledge) 이다. 단지 부적절하게 저장된 지식일 뿐이다. 저장기법은 의식적이지 않다. 저장과 표지붙이기는 자동적 과정이다. 이 과정이 제어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새로운 정보를 적절한 맥락에서 적절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뿐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의 핵심은 후속 되는 장에서 논의하겠지만, 다음과 같은 것이다 : 단지 어떤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정보가 파지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 파지된다고 해도, 그 정보가 한 스크립트의 부분으로써 목표기반 생각나기나 의도적 생각나기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저장되고 표지가 붙지 않는 한, 필요할 때 가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공부 (그리고 대부분의 학교 교육) 에 수반되는 유형의 단순암기는 일반적으로 학습한 정보가 학교와 같은 맥락에서만 가용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그렇다면 생각나기는 기억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매우 의미심장한 현상이 된다. 생각나기는 우리에게 기억이 체제화되는 방법 그리고 학습과 일반화에 대한 사실들을 알려준다. 만일 기억이 그 속에 일련의 구조들을 가지고 있다면, 그러한 구조들이 불변적인 것일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인다. 새로운 정보가 기억으로 들어옴에 따라서, 기억구조들은 우선적으로 기존의 구조가 생성하는 기대에 따라서 새로운 일화들을 저장하면서 적응해나간다. 궁극적으로 과거에는 작동하였던 몇몇 기대들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한때는 독특한 사례들을 가리키고 있음으로써 유용하였던 표지들도 그 사례가 독특성을 상실함에 따라서 유용성을 상실할 수 있다. 새로운 구조들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각나기는 이러한 모든 것들의 출발점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생각나기를 들여다보는 것은 특정한 시점에서 기억의 스냅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러한 스냅사진을 찍은 후에 기억은 기존의 생각난 일화를 새로 처리하는 일화와 결합하여 장차의 처리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반화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적응해야만 한다. 따라서 생각나기는 기억 체제화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알려 줄 뿐만 아니라, 기억으로 하여금 현재의 일화에 적응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기도 한다. 생각나기는 학습의 근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