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이론의 성질
학습심리학 : Winfred F. Hill 저, 이영애 역, 을유문화사, 1998 (원서 : Learning : A Survey of Psychological Interpretations, 5th ed, HarperCollins, 1990), page 35 ~ 50.
학습 심리학자들은, 다른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과학 법칙 (laws) 을 발견하고자 한다. 우리가 검토했던 모든 실험 절차들은 이런 발견을 목적으로 진행된다. 법칙은 어떤 일이 발생하는 조건에 관한 진술이다. 어떤 법칙들은 매우 정확하고 확실해서, 추의 운동 주기는 추의 길이의 제곱근에 비례한다는 물리학자의 진술과 흡사하다. 또 어떤 법칙들은 덜 정확하고 오류를 범하기 쉽기 때문에, 아마추어 일기 예보자가 "밤하늘이 붉으면, 항해자들에게 즐거움을, 아침 하늘이 붉으면, 항해자들에게 경고를 뜻한다" 고 말하는 것과 흡사하다. 하여튼, 두 경우에서, 어떤 사건은 어떤 조건에서 발생한다는 말을 듣는다. 따라서 그런 조건이 주어지면, 그 조건에 수반되는 사건이 발생하리라고 예언할 수 있다. 그 예언이 항상 옳을 필요는 없고, 다만 그것이 쓸모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정확하면 된다. 만일 아침 하늘이 붉을 때의 75 % 와 아침 하늘이 회색일 때의 20 % 가 좋은 날씨라면, 아마추어 일기 예보자는 일기 예보에서 전적으로 정확하진 않지만, 쓸 만한 법칙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모든 법칙은 한 종속 변수 (dependent variable) 와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독립 변수 (independent variables) 의 관계를 진술한다. 변수는 그것이 사람이건, 상황이건, 또는 다른 어떤 것이건 간에 측정될 수 있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다. 종속 변수는 예언되는 변수이고, 독립 변수는 예언하는 변수이다. 앞의 몇몇 예에서 추의 길이와 하늘의 색깔은 독립 변수였고, 추의 운동 주기 (추가 왕복 운동을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 와 날씨는 종속 변수였다. 학습을 연구할 때, 종속 변수는 학습자의 수행 특징이고, 독립변수는 학습자, 과제, 또는 상황의 어떤 특징일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변수들과 이들을 서로 관련시키는 법칙들이 단순히 어떤 것의 유무만을 포함한다. 일기 예보 법칙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저녁 하늘의 붉은 색을 좋은 날씨이고, 아침 하늘의 붉은색은 좋지 않은 날씨인데, 이것은 우리가 들어온 대로이다. 붉은색이 흐리지 또는 진한지가 문제가 될까? 나쁜 날씨란 이슬비일까 또는 폭풍우일까? 법칙은 이런 구분을 말해 주지 않는다. 다른 말로하면, 법칙은 질적 (qualitive) 정보, 단지 발생할 사건의 종류 (kind) 만을 다룬다. 그러나, 다른 경우에, 독립 변수의 정도는 종속 변수의 정도와 관련된다. 물리학자의 법칙은 추의 길이를 얼마나 변경시키면 움직이는 기간이 얼마나 변할지를 말해 준다. 그렇다면, 이것은 양적 (quantitative) 법칙으로서, 사물의 양 (amounts), 어떤 사건이 발생한 정도에 관한 정보를 준다. 학습에서 강화의 제거가 소거를 가져온다는 말은 질적 법칙인데, 이것은 강화의 제거 유무가 소거의 발생 여부를 결정함을 뜻한다.
한편, 더 큰 강화는 더 높은 수준의 수행을 가져온다는 말은 양적인데, 이것은 상이한 양의 강화가 상이한 수준의 수행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질적 그리고 양적 법칙 모두가 모든 과학 분야에서 발견되지만, 일반적으로 더욱 고도로 발전된 과학은 양적 법칙을 더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더 정확히 예언할 수 있다.
독립 변수 역시 여러 특징을 보인다. 어떤 독립 변수들은 실험자가 직접 변화시킬 수 있는데, 실험자는 독립 변수를 특정한 방식으로 배열해서 종속 변수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본다. 예컨대, 물리학자는 추의 길이를 변경시켜서 이런 차이가 추가 움직이는 속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고자 한다. 마찬가지로, 심리학자는 건반을 쪼는 비둘기에게 강화 주기를 중단 시킨 후 그 비둘기의 건반 쪼기 반응률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주시한다. 독립 변수가 연구자에 의해 조작되는 이런 연구를 실험 (experiment) 이라고 부른다. 만일 실험이 잘 통제되면, 독립 변수의 변화가 종속 변수의 변화를 일으켰다고 확실히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실험자가 조작할 수 없는 독립 변수도 있다. 일기 예보자는 날씨가 어떻게 될지 보기 위하여 붉은 색의 하늘을 만들 수 없다. 하늘 자체가 붉게 될 때가지 기다려서 날씨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주시해야 한다. 이것 역시 완벽하게 타당한 과학적 연구이지만, 연구자가 독립 변수를 조작하지 않기 때문에 실험은 아니다.
학습에서 이와 유사한 예는 IQ에 따라 사람들의 암기량의 차이를 연구하는 것이다. 여기서 IQ는 독립 변수이고 학습량은 종속 변수이다. 연구자들이 사람들의 IQ 를 변경시킬 수는 없지만, 이미 서로 다른 IQ 를 가진 피험자들을 뽑기만 해서 그들의 학습량을 비교하면 된다. 이와 같은 비실험적 연구의 어려움은 무엇이 무엇의 원인이 되는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붉은 저녁 하늘이 좋은 날씨의 원인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어떤 상황 조건이 이 둘을 함께 초래하는 듯하다. 붉은 하늘은 단순히 좋은 날씨를 표시할 뿐, 그 원인은 아니다. 높은 IQ가 빠른 암기를 초래한다고 말할 수는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그런 관계를 발견한다면), 높은 암기력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높은 IQ의 발달을 책임진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이런 비실험적 연구는 예언할 만한 가치 있는 법칙을 실제로 산출하지만, 무엇이 무엇의 원인인지 말해 주는 데 있어서는 결정적으로 떨어진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가능하기만 하면 실험 연구가 선호되고, 학습에 관한 대다수의 심리학 연구가 실험 위주로 이루어진다.
앞에서 보았듯이, 과학 법칙들은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르다. 그들은 어떤 일이 발생할 때 어떤 다른 일이 발생할 것이며, 또는 일정량의 무엇인가가 일정량의 다른 무엇과 관계될 수 있음을 단순히 표시한다. 그들은 실험 또는 비실험 관찰에 기초하기도 한다. 과학 법칙들은 매우 정확하기는 하지만 막대한 오류를 허용하기도 한다. 그런, 모든 경우에서, 그들은 독립변수와 종속 변수와의 관계를 전자가 후자를 예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술한다. 이 법칙들은 과학 일반에서 일차적 초점의 대상이며 학습 심리학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과학 법칙은 세상을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법칙이며, 모든 진술문과 마찬가지로, 거기에는 추상 (abstraction) 을 포함한다. 물체와 사건에 단어를 적용할 때, 이 특정한 물체 또는 사건이 다른 것들과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에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거기에 있는 많은 것을 무시한다. 예컨대, 어떤 대상을 자동차라 부를 때, 그 자동차가 다른 자동차들과 공통된 특징을 강조하기 위하여 그 자동차의 상호, 모형, 연령, 그리고 색깔을 무시하게 된다. 다른 말로하면, 어떤 빛바랜 갈색이며 8 년된 두 문짝의 포드라는 여러 특징으로부터 그것이 '자동차임'을 추상한다. T 미로에서 우회전 또는 좌회전 여부를 학습하는 쥐와 단어 철자에서 ar 또는er 의 용법을 학습하는 학생의 행동을 기술하기 위해 변별 (discrimination) 이라는 단어를 쓸 때도 마찬가지이다. 또 다시, 두 상황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하나의 사상에 집중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다른 양상들을 무시하면서 추상 개념만을 다루게 된다.
어느 정도의 추상성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진술문이 제아무리 구체적이고 '사실적' 이라 해도, 그것은 진실의 일부만을 말해 주는 추상적 형식이다. "콜럼버스가 1492 년에 대서양을 건넜다" 고 말하는 것은 순간적인 사건의 최소한의 윤곽만을 알려 준다. "제인이 5 월 17 일 아침에 6 호실에서 있었던 수학 시간 중에 책상 위에 있던 <두 도시 이야기> 라는 소설책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라고 말하는 것조차 관찰 가능한 자세한 내용들의 단편만을 알려 준다. 단어들은 그것이 대단히 가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건들이 나타내는 희미한 그림자에 불과하다.
이런 추상 과정은 모든 묘사와 모든 생각에서 지속된다. 개개의 지적 활동은 '현실' 이 감각에 제시될 때, 그것을 체제화하고 단순화시킨다. 단순한 지각이나 복잡한 사고를 고려할 때, 그리고 과학, 예술, 스포츠, 사업 또는 인간이 흥미를 느끼는 어느 영역을 보더라도 이 말은 사실이다. 예컨대, 축구 경기의 라디오 중계를 신문 사회란 편집자, 또는 이들을 선수로 가진 자랑스러운 부모, 또는 미국 관습을 공부하는 외국인이 하게 될 때, 그 중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해 보라. 신문 사회란 편집자는 선수들의 유니폼과 가족 배경을 강조할 것이고, 자랑스러운 부모는 자신의 아들이 어떤 경기를 벌이고 있는지 만을 보고 할 것이고, 그리고 외국인은 경기 진행 과정보다는 응원자들과 카드 섹션 묘기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 세 가지 묘사 각각이 완벽하게 사실이고 타당할 수 있지만, 축구 팬들이 이것을 경기에 적절한 보도로 받아들이겠는가? 어떤 서술이든, 전문적인 스포츠 보도자의 서술을 포함해서, '실제 경기' 의 몇몇 측면만을 다루는 데, 이것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 뿐만 아니라 보도자의 관심과 편파성과 어휘를 반영한다.
사실상, 순수한 현실이란 있을 수 없으며, 누군가에 의해 서술되거나 해석되거나 반응된 현실만이 있을 뿐이다. 어떤 서술이 다른 것에 비해 더 정확하거나 더 자세할 수는 있으나, 어느 서술도 완전하지는 못하다. 만일 누군가가 의욕적으로 축구 경기자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로부터 경기 내용을 수집하고 그것을 다른 종류의 증거들과 함께 점검하고 그 설명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조합하는데 여러 해를 보내면서 여러 권에 달하는 최종 보고서를 내었다 해도, 거기에는 여전히 세부 사항이 빠져 있게 마련이다. 그 보고서가, 매우 자세하기는 하지만,경기 중에 발생한 내용의 추상적 서술에 불과할 것이다. 여하튼, 아무도 그 보고서를 읽지 않을 터인데, 읽을 만한 독자들마저도 경기에서 흥미있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인간의 인내심과 재주로 고안할 수 있는 가장 세부적인 설명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기에 유용한 보고서라면 기괴한 상상을 여러 권으로 서술하기보다는 추상과 체제화와 단순화를 더욱더 많이 포함하게 된다.
이런 추상 과정은 어떤 종류의 진술문보다도 과학 법칙의 진술에 더 많이 나타난다. 일상 생활의 말뿐만 아니라, 역사, 전기, 그리고 문학에서는 시간과 언어의 한계가 허용하는 한에서 사건을 그 자세한 내용까지 풍부하게 서술하는데 관심이 있다. 앞서 가상적인 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몇몇 보고자들도,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각자의 관심 범위내에서 이러한 완성을 기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과학에서는 주어진 상황에서 서로 관련되는 특정 양상만을 뽑아내는 데 관심이 있다.
추의 운동 주기를 그 길이와 관련시킬 때, 물리학자는 그 추가 어떤 물질로 만들어졌는지 또는 그것이 시계추인지, 측량추인지, 또는 박물관 전시물인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와 비슷하게 강화물의 제거가 반응의 빈도를 감소시킨다는 심리학자의 전술은 강화물 먹이인지 칭찬인지에 관계없이 그리고 반응이 건반 쪼기인지 철자 공부인지에 관계없이 그대로 적용된다. 독립 변수와 종속 변수를 연결시키는 법칙은 특수한 사건에 관한 서술이 아니고, 특정한 종류의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에 관한 진술이다.
과학 법칙은 6 월 10 일 시카고의 붉은 하늘이나 메어린 존스의 할아버지 시계추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고, 모든 붉은 하늘과 모든 추에 관심이 있다. 어떤 법칙들은 그들이 언급하는 현상의 범위가 매우 좁기는 하지만, 가장 좁은 범위의 법칙조차 어떤 유형의 사건을 집합을 항상 언급하지, 하나의 고유한 사건만을 단순하게 언급하지 않는다.
과학 법칙은 두 가지 주요 목표를 달성한다. 하나는 실용적인 목표로서 사건을 예언하고 통제하는 수단을 제공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간단히 예언할 수 있고 따라서 그 일을 다루기 위해 어떤 조처를 취할 수 있다면 그것은 상당히 가치 있는 일이다. 이런 예언은 기상청과 사업상의 투자 자문 서비스를 지속시킨다. 예언이 사건을 통제할 수 있다면,그 예언은 더욱더 유용하다. 실험자는 조작이 가능한 독립 변수를 통하여 종속변수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 이 사실은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격언의 의미와 같다. 어떤 사건이 어떤 조건에서 발생한다는 법칙만 있으며 원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성립시킬 수 있다. 물론 법칙이 반드시 형식을 갖추어 진술될 필요는 없는데, 그 까닭은 다수의 실용적 지식이 약식으로 진술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칙을 더 완벽하고 정확하게 형식화할수록, 주변의 세상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
과학 법칙 역시 실리적 가치가 덜하다. 일찍이, 사람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고자 노력하였다. 시계가 어떻게 해서 똑딱 소리를 내는지 알기 원하는 아이로부터, 우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원하는 우주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그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작용하는가?" 그리고 " 왜?" 라고 끊임없이 묻고 있다. 이런 호기심을 정당화한다고 해서 실제 이득이 있는 것은 아니며, 다만 지식 획득 그 자체가 충분한 이득이다. 이 이득은 순수 과학의 기초이자 세상에 관한 근본 지식을 향한 탐색이다.
과학의 이 두 가지 목적은 학습 심리학 연구에서 예시되고 있다. 학습 법칙은 교육, 산업, 군대, 그리고 다른 형태의 훈련, 자녀 양육, 심리치료, 그리고 다양한 실제 작업 영역에 매우 중요하다. 이 목적들은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해서 현재의 그들로 되었는지,지식이 어떻게 획득되는지, 실제로 사람들이 그들의 고유 인간성을 어떻게 획득하는지를 이해한 데 기본이다. 그러므로 두 가지 이유에서 학습 법칙에 관한 지식의 증가는 상당히 바람직하다.
학자들은 학습이나 다른 어떤 형상에 관해 단순히 보다 많은 법칙을 수집하는 데 별로 만족하지 않는 다. 이해하려는 욕구를 채우기 위하여, 지식은 체제화되어야 한다. 상당수의 독립 변수 중 어느 하나가 상당수의 종속 변수 중 어느 하나와 관련된다는 법칙들로 가득 찬 백과 사전이 그 소유자에게는 막대한 양의 지식을 소유한다는 정서적 만족감은 주겠지만, 그 법칙들이 포함된 문제를 이해한다는 지적 만족감은 주지 않을 수 있다. 지적 만족감은 법칙으로 가득 찬 상상의 백과 사전이 제공하는 것보다 일반적인 지식을 더 요한다. 실용적 목적을 위해서라도, 백과 사전은 성가신 존재가 될 수 있다. 구체적인 법칙이 연역될 수 있는 일반 원리가 있으면 더욱 편리하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 법칙의 수립이 과학에서 가장 기본적 활동이지만, 이것은 과학 활동의 목표가 아니다. 학자의 노력 중 많은 부분이 보다 일반 원리나 해석을 확립시키는 작업에 바쳐진다 이러한 노력이 학자로 하여금 과학이론의 영역에 입문하게 만든다.
앞서 서술이란 서술된 사건의 추상과 체제화와 단순화를 나타내며, 법칙의 진술이 더 높은 수준의 추상을 나타냄을 이미 보았다. 이론은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추상이다. 높은 수준과 낮은 수준은 정도상의 차이이지 종류상의 차이가 아니다. 이론 영역이 사실 영역과 분리되어 있으며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잘못이다. 사람들이 '사실' 을 말할 때, 그들은 때때로 단일한 사건에 관한 서술 ("힌크리가 1981 년 레이건 대통령을 저격한 것은 사실이다") 을 때로는 법칙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여 물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방금 보았듯이, 서술과 법칙은 누군가가 서술하고 있는 사건이나 진술하고 있는 법칙에 수반된 언어와 편파성과 목표에 따라 '정말로 거기에 있는' 체제화와 단순화를 나타낸다. 똑같은 과정을 예시하더라도, 이론은 그 과정을 좀더 심도 있게 보여준다. 사실은 어느 한 부류의 이론을 그리고 이론은 어느 한 부류의 사실을 나타낸다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사실과 이론은 근본적으로 단일한 어떤 과정을 서로 정도를 달리해서 나타낸다고 말하는 편이 가장 합리적이다.
이론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쉽게 답변할 만한 질문이 아닌데, 그 이유는 이론이 어떠해야 하며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론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상이한 이론들을 연구함으로써 - 이론간의 유사성과 차이점 그리고 이론은 만든 사람들의 목적을 주지하면서-이에 관한 일반적 이해가 가능하다.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은 이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이다. 본 장에서는 대략적이고 일반적이 개관만을 다루려 한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이론은 한 지식 영역에 관한 체계적 해석이다. 학습 심리학에서, 체계 (system) 또는 체계적 해설 (systematic interpretation) 은 이론 (theory) 보다 아마 더 나은 용어인데, 이론은 때로는 좁은 의미에서 일종의 형식 논리 체계를 언급하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론, 체계, 그리고 체계적 해석이 비슷한 말로 쓰여질 것이다.
학습 이론은 보통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세 기능으로 구성된다. 첫째, 지식 영역에 대한 접근으로서, 학습을 분석하고 진술하고 연구하는 한 방식이다. 이 접근은 학습의 어떤 측면이 가장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어떤 독립 변수를 조작해서 어떤 종속 변수를 연구할 것인지, 어떤 연구 기법을 도입할 것인지, 그리고 발견된 내용을 서술하기 위해서 어떤 언어를 쓸 것인지에 관한 연구자의 견해를 나타낸다. 이 접근은 연구자의 주의를 어떤 주제에 집중시켜서 모든 가능한 추상 중 어느 것이 가장 쓸모 있는지를 결정하게끔 연구자를 돕는다. 그러므로 이론은 연구와 과학적 사고를 위한 지침으로서 그리고 자극을 주는 출처로서 기여한다.
둘째, 학습 이론은 학습 법칙에 관한 많은 지식을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요약하려는 시도이다. 이 요약 과정에서, 다소의 정확성과 세부 내용을 잃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 물리학과 화학처럼 정밀하고 잘 발달된 과학에서는 이론이 법칙을 매우 잘 요약하므로, 이론으로부터 예언이 자세한 법칙으로부터 예언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정확할 수 있다. 심리학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런 이론의 발견에는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 학습 이론은 막대한 양의 지식을 요약하려는 과정에서 완벽성과 정확성을 잃을 수 있다. 학습이론들은 그들 자신이 다루는 재료의 개요나 뼈대에 해당한다. 이처럼 학습 이론들은 거대함, 체제화, 그리고 단순성에서 장점을 갖지만, 세부 내용의 정확성에서 단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셋째. 학습이론은 학습이 무엇인지 그리고 학습이 왜 그런 식으로 작용하는지에 관해 설명하려는 창의적 시도이다. 법칙은 학습에서 '어떻게' 를 설명해 주고 이론은 '왜' 를 설명해 주고자 한다. 이처럼 법칙은 그 목표 중 하나가, 과학만이 아닌, 모든 학문의 기본적 이해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론은 사람들이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배후 구조를 결정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나타낸다.
학자들은 많은 경우에 관찰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실체의 배후 구조를 알고자 했다. 예컨대, 화학자들은 현미경 아래에서 분자를 볼 수 있기 훨씬 이전에 분자의 존재를 가정하였다. 그들이 그렇게 가정한 이유는 모든 물질이 분자로 만들어졌다고 가정하면 화학법칙이 더 단순하고 논리적인 패턴을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학 법칙 그 자체는 분자를 다루지 않고,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무게가 나가는 물질을 다룬다. 분자는 사실상 법칙에 관한 설명으로서 학자들에 의해 발명되었다. 이 발명은 창의적 추측으로서 나중에 발견된 증거로부터 더욱 많은 지지를 받았으며 화학 발전에 대단한 기여를 했다.
이보다 덜 인상적이지만, 이와 일치하는 예를 학습 심리학에서 보기로 하자. 어떤 사람이 일정한 기간 동안 물을 마시지 못하거나, 하루에 필요한 양보다 적게 마시거나, 하루에 한 번씩 한정된 양의 물만을 마실 기회밖에 없거나, 물이 없이 다른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하거나, 진한 소금물을 위에 직접 투입시켜야 한다고 하자. 이 중 어느 하나가 발생하는 정도 (예, 물의 양이 얼마나 줄었는지 또는 소금물이 어느 정도의 농도였는지) 가 독립 변수이다. 이 독립 변수 각각이 몇몇의 종속 변수 각각과 같은 방식으로 관련됨을 알 게 된다. 이 독립 변수 중 어느 하나가 증가함에 따라, 피험자는 점차 침착성을 잃게 된고, 물이 있으면 더 많은 물을 마시게 되고, 마실 물을 얻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것이며, 그리고 목마름을 더 호소할 것이다. 이런 관계는 다섯 개의 독립 변수 각각이 네 개의 종속 변수 각각과 관련되는 20개의 법칙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다섯 개의 독립 변수 각각이 하나의 목마른 상태를 만들어서 이 상태가 네 개의 종속 변수에 변화를 주게 하면 20 개의 법칙이 9 개로 줄어든다. 이런 목마른 상태를 가설로 삼아, 여기에 포함될 관례를 서술하는 데 필요한 법칙의 수를 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론을 이렇게 단순하게 만드는 행위는 보통 사람들이 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이런 일은 너무 흔해서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어느 누구도 목마름을 보거나 만져 보거나 무게를 달아 본 적이 없다. 우리 자신의 목마름은 스스로 느끼지만, 다른 사람의 목마름은 단지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의 목마름은 그들에게 발생한 일 (독립 변수) 또는 그들이 하는 일 (종속 변수) 로부터 추론해야 한다. 그들이 목마르다고 말하면, 그들의 말이, 반드시 가장 믿을 만하지는 못하지만, 가능한 종속 변수 중의 하나이다. 세 살 난 아이가 네 번씩이나 자다가 일어나서 어머니에게 목이 마르다고 말할 때 그 어머니는 아이가 말한 것보다 다른 증거를 신뢰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론과 사실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누구든 "그는 목마르다" 라는 단순한 "사실적" 진실에 얼마나 많은 이론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심리학자들은 목마름이라는 개념을 두 측면에서 일반 사람들과는 달리 사용한다. 하나는 정확성이다. 심리학자는 어떤 조작이 목마름을 초래하고 목마름이 어떤 행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독립 변수가 어느 정도의 목마름과 관련되고 어느 정도의 목마름이 어떤 종속 변수의 증가와 관련되는지를 계속 결정하고자 한다. 이처럼 심리학자가 사용하는 목마름의 개념은 일반 사람이 사용하는 개념보다 더 완벽하고 더 정확한 세부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다른 차이는 심리학자들이 이 개념을 다른 개념들과 관련시키는 데 앞장선다는 점이다. 많은 학습 심리학자들은 배고픔, 목마름, 통증, 그리고 이와 같은 다양한 가설적 상태 (가설적인 이유는 이 중 어느 것도 직접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간의 유사성으로 인해 난처해 한다. 이들 모두는 스트레스의 특징으로 보이는 어떤 형태의 활동과 생리 변화를 모두 증가시키는 경향이 이다. 더욱이, 이 상태들 중 어느 것이든 중지시키면,그것이 강화적인 성격을 갖는다. 그러므로 이들은 추동 (drive) 로 함께 분류된다. 추동의 개념은 배고픔, 목마름, 통증 등등과 같은 분리된 개념보다는 그 이상의 법칙을 함께 묶어서 고차적으로 통합시킨다.
지금까지 논의되어 온 이론적 개념들을 보통 매개 변수라고 부른다. 이 명칭은 독립 변수와 종속 변수의 중간에서 이들을 함게 묶는 고리를 형성하면서, 독립 변수가 종속 변수의 변화를 어떻게 초래하였는지를 설명하는데 기여하는 이론상의 구조가 그 변수의 위치를 나타낸 것이다. 이 매개 변수들은 관찰 내용으로부터 추론된 개개인의 상태 또는 조건이다. 습관, 신념, 그리고 동기는 여러 학습 이론에서 중요한 매개 변수의 예이다
이쯤되면, "이 매개 변수들은 정말로 거기 있는 것들인가. 발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또는 편의상 학자들에 의해 발명되어야 하는가?" 와 같은 질문이 당연히 제기된다. 다른 말로하면, 학자란 탐험가처럼 숨겨진 사실들을 발견하거나, 예술가처럼 자신의 목적에 적합한 세계관을 창조한 사람을 일컫는가? 이제까지 논의가 이 문제에 관해 불분명했다면, 그 이유는 학자들이 그 문제에 관해 의견 일치를 전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심의 여지 없이 발견과 창조 모두는 , 정말로, 과학적 작업으로서 이론에 속한다. 이론은 정확한 예언을 이끌어야 하고, 잘 수립된 법칙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므로, 그렇지 못한 이론은 가치가 없다. 이런 요구 사항은 학자의 창의적 자유를 제한한다. 그런, 같은 법칙이라고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런 해석은 발견되기를 기다리지 않으며 해석자에 의해 창조되어야 한다. 아마도 학자는 탐험가나 예술가라기보다는 그 재료와 일의 요구가 한정되었지만, 여전히 새롭고, 쓸모 있고, 그리고 아름다운 구조를 만들려는, 독창성과 상상력을 가지고 일하는 건축가와 같다.
이것은 매개 변수가 "정말로 거기 있는가" 를 묻는 질문의 답으로 매우 부적절한 답임을 인정한다. 어떤 학자들은 매개 변수들이 정말 거기 있는 듯이 말하고 또 어떤 학자들은 거기에 있는 듯이 가정하는 것이 단순히 편리하다는 뜻으로 말한다. 학자들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용어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는데, 하나는 그들이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변수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이 발명했다고 생각하는 변수이다. 이 문제는 철학자들에게 넘겨주고, 심리학자들은 매개 변수들이 이제부터 살펴보고자 하는 이론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에만 관심을 가지면 된다.
어떤 경우이든, 이론 구성에서 창의적 요소는 학습 이론이 많은 까닭을 설명한다. 모든 학자들은 자신에게 쓸모 있고 의미 있는 현실을 구축화할 수 있는 방도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이론들간의 차이는 여러 학자들의 흥미에 따른 주제상의 차이와 그들이 생각하기에 만들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이론 체계 구조의 종류상의 차이를 부분적으로 반영한다. 무엇보다도, 모든 이론은 학습 현상을 조리있게 지적으로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해석하려는 사려 깊은 인간들의 노력이다.
학습 이론은 몇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이 장의 목적에 비추어볼 때, 특히 두드러진 차이는 연결주의자 (connectionist) 와 인지 (cognitive) 이론들 간의 차이이다. 연결주의자들의 학습에 관한 해석에는 그들 간에도 대단한 차이가 있지만, 학습을 자극과 반응의 연결로 간주하는 데 있어서는 의견을 같이한다(반응은 행동의 한 항목일 수 잇지만, 자극은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는 어떤 에너지의 입력이 될 수 있다. 연결론자들은 보통 모든 반응이 자극에 의해 유발된다고 가정한다). 이런 연결은 매개 변수의 일종으로서, 습관 또는 자극 - 반응 결합과 같은 다양한 명칭에 불과하다. 그러나, 발생하는 반응, 그 반응을 유발시키는 자극 (그리고 아마도 다른 조건들), 그리고 경험이 쌓이면서 자극과 반응의 관계가 변하는 방식을 항상 주목한다.
인지적 해석은 개인이 환경에 관해 가지고 있는 인지 (매개 변수보다 더 복잡한 태도 또는 신념), 그리고 이 인지가 행동을 결정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해석에 비추어 보면, 학습은 인지가 경험에 의해 수정되는 방식에 관한 연구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두 종류의 해석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간단한 반응 또는 더 복잡한 신체 기술 (skill) 을 다룰 때, "내 생각에 그것은 바로 내가 배운 나쁜 습관이야" 또는 "연습을 거듭한 결과, 그녀의 반응은 매우 빠르고 매끄러워졌어" 라고 말하는 수가 있다. 이런 진술을 연결주의자의 해석이다. 또 논쟁이나, 심각한 결정이 포함된 문제를 논의할 때, "그는 그 주제에 관해 많은 지식을 쌓았어" 또는 "당신은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대우 받기를 원치 않음을 알 게 될 것이야" 또는 "나는 이제 기하를 정말 이해할 수 있어" 라고 흔히 말한다. 이런 해석은 모두가 인지적이다.
심리학자가 학습에 관해 연결주의자의 이론을 선호하는지 또는 인지 이론을 선호하는지는 그 사람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학습의 종류에 부분적으로 달려 있다. 조건 형성 연구의 전문가는 연결론자의 해석이 어떤 특정 요구에 더 잘 들어 맞는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문제 해결 연구의 전문가는 인지적 해석이 더 쓸모 있다고 생각한다. 하여간, 전문가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이론이 최선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만의 연구 영역뿐만 아니라, 학습 심리학 전체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이런 경향은 이론들이 처음으로 개발된 이유 중의 하나인 단일화와 단순화를 위한 열망을 잘 나타낸다. 그 결과, 어떤 사람들은 학습에 관한 일반 인지론을 택하고도 어떤 사람들은 일반 연결론을 택한다.
연결주의자와 인지 이론들간의 차이는 물론 흑백으로 나뉘는 그런 문제가 아니고, 수많은 중간 입장과 조합된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구분은 여기서 연구될 학습에 관한 해석의 분류를 위한 편리하고 유용한 기반을 형성한다. 우선 몇몇의 연결주의자 이론들을 살펴보겠는데, 이 부류의 이론이 전형적으로 미국의 학습 심리학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몇몇의 인지론도 살펴보겠는데, 이부류의 이론이 최근에 점차 인기를 많이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이 두 부류의 이론의 가장 좋은 점들을 조합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살펴보고, 학습 이론의 특수한 주제와 문제점들을 살펴보겠다. 끝으로, 가능한 미래의 학습 이론을 약간 숙고해 볼 것이다. 희망하건대, 이 개관을 통하여 학습 이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이론들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얼마나 성공적 이론들인지, 그리고 학습 과정을 이해하는 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밝히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