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계 과학의 역사적 개요

 

뇌과학과 철학 : Patricia S. Churchland 지음, 박제윤 옮김, 철학과 현실사, 2006 (원서 : Neurophilosophy : Toward a Unified Science of the Mind-Brain, MIT Press, 1989), page 217 ~ 249.

 

1. 서론

2. 대뇌 전문화와 자연발생 뇌 손상

3. 전기자극에 의한 뇌의 대응도 확인

 

 

1. 서론

신경계에 대한 연구방법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신경계에 대한 어떤 주장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거나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신경계 연구방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도파민이 신경전달물질인지 아닌지' 그리고 '대뇌 좌반구가 언어를 담당하는 전문화된 기관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단지 '신념' 이나 혹은 성취된 과학의 '권위' 에 쉽게 의존하는 것이 된다. 그런 점에서 앞장에서 언급한 방법들에 대한 결정, 즉 단순성이나 공간을 고려한 그리고 기초 신경과학 수준에서 성취된 결과들을 가지고 내렸던 결정들은 유감스럽게도 피상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상위기능' (higher functions) 에 대한 논의를 위해 불가피하게 연구방법을 선택해야만 했다. 상위기능에 대한 '신경심리학' (neuropsychology) 연구가 아직 상당히 진행 중인 관계로, 엄밀히 말해서 상위기능으로서 '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또한 상위기능 자체에 대해 확신을 줄만한 운동학 (kinematics) 이론과 동역학 (dynamics) 이론 (역주 : 두 용어를 자동차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경우에 비유해 보자. 운동학적으로 '엔진의 작동', '변속기의 변속', '동력전달장치의 차동장치' 그리고 '브레이크의 구조' 등등을 설명하는 이론이 필요하다. 반면에 동역학적으로는 '열에너지의 효율성 계산', '마찰력 계산', '유압 계산' 등등을 설명해 줄 이론이 필요하다. 따라서 여기에서 '운동학 (kinematics) 이론' 이란 '뇌의 구조적인 이론' 을 지칭하고, '동력학 (dynamics) 이론' 이란 '뇌의 기능적인 이론' 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도 아직 없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우리들이 의지할 만한 든든한 권위는 아직 없는 셈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제안된 가설들 중에 문을 통과하는 것은 극히 드물며, 종종 다른 여러 방법들은 서로 상충하는 혼란스런 결과들을 산출하기도 한다. 더구나 그 결과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더욱 문제가 되기 마련이다. 그런 배경에서 '상위기능에 대한 분류학' 은 그 자체가 틀리거나 빈곤한 이론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연구자들은 종종 자신들의 불충분한 데이터를 부풀리기도 한다. 그리고 '상위기능' 과 '뇌' 에 대한 인기 있는 밑그림이 종종 '대뇌반구전문화' (역주 : 어느 쪽 대뇌반구가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 설명하려는 연구방법. 상세한 내용은 5 장 2 절 참조.) 라는 인기 있는 설명으로 묘사되곤 했지만, 그런 설명은 마치 확증된 가설인양 오인된 '추측들' 과 신경심리학적으로 확고한 진리인 것처럼 위장된 수많은 '빈약한 추정들' 로 가득 차 있을 뿐이다.

그런 설명들 중 그 어느 것도 상위기능을 연구하는 '신경심리학' 을 소홀히 보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 문제가 극히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많은 연구방법들이 아직 미성숙 상태에 있으며, 그 어느 분야라도 인기를 얻으려는 자가 있어 울타리, 제한, 단서, 금지사항 등으로 면밀히 보호된 곳으로부터 가설을 끌어내어 사실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주 : 학문을 발전시키는 일은 많은 제약들로 인해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남에게 공개하지 않으려는 장벽으로 인해서 상세한 정보교환이 어렵고, 각종 자격기준에 의해 연구의 기회가 제한되어 있으며, 지적 재산권 보호에 의해 함부로 남의 지식을 이용할 수 없고, 남의 지식을 함부로 인용조차 하지 못한다. 그런 중에서도 평판을 얻고자 하는 학자들은 남의 연구 성과를 도용하기 십상이므로 더욱 공개를 꺼리게 된다.). 그렇다고 신경심리학 연구를 전적으로 무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수수께끼의 조각을 맞출 수 있는 중요한 자료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튼 신경심리학 문제들을 팔짱만 끼고 서서 바라본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뇌의 상위기능에 대한 연구는 주로 '뇌의 특정 부분이 무슨 일을 수행하거나 관여하는지', 그리고 '뇌 전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를 결정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신경심리학을 지지하는 (가장 우세한) 연구 이데올로기는 (뇌 기능들을 분류하고 그 기능들 사이의 상호관계를 이론적으로 정립하려는) 심리학 이론이 '뇌의 일부 영역이 특정한 기능을 한다고 주장하는' 뉴런 대응 가설들 (neural mapping hypotheses) 에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뇌 기능에 대한 분류 결과에 따라 신경생리학자들은 뇌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파악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 이데올로기가 추천받을 만하지만, 현재의 신경심리학은 상당히 미흡하다. 그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상위기능에 대한 일반적인 범주들 (categories) 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일은 '경험적으로 이론을 만드는' 일과 깊이 관련되어 있는데, 그야말로 우리들은 '뇌가 어떤 상위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관습적 범주들은 속담과 같은 것을 가지고 자연 (Nature) 을 설명하려 드는 것과 유사하다' 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 우리들은 '실제로 뇌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뇌가 어떤 인지능력 (cognitive capacities) 과 하부인지능력 (subcognitive capacities) 을 갖는지' 명백히 선험적으로 (a priori) 알 수 없다. 우리들은 뇌의 상위기능에 대해서도 경험적 세계를 탐구하는 방식으로 알아내야만 한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제 2 부의 철학적 논의에서 충분히 다룰 것이지만, 방법론적으로 신경생리학이 왜 그렇게 어렵다는 것인지 대략 알도록 지금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심리학적 기능에 대한 신경해부학적 기제 (substrates) (역주 : 뇌의 기초 기능을 담당하는 해부학적 기본 구조) 를 찾아내기 위해 초기 신경심리학자들은 종종 교만스럽게 '똑똑함' (cleverness) 이나 '근면함' (diligence) 과 같은 성격적 기질들을 끄집어내어, 그 똑똑함과 근면함이 작용되는 장소로 똑똑함과 근면함에 대한 신경기관 (neural center) 을 가정하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언어 구현' (speech production) 과 '명시적 기억' (declarative memory) 같은 다른 능력들을 규정하는 범주를 끄집어내기도 했으며, 아직도 다른 학자들은 '분석적 능력' 과 '전체적 혹은 종합적 능력' 사이의 일반적 구분을 제안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런 범주 체계를 제공하고, 신경 기제에 대한 연구를 안내해 줄 심리학 이론이 무엇일까?

현재로서는 그런 심리학 이론이 '막 태어나려는 상태에 있다' 고 대답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필요하지만,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한 (확신을 주는 유력한) 이론, 즉 '기초 인지능력' 이 무엇인지, 그 인지능력에 대한 낮은 차원의 근거를 제공해 줄 '하부인지능력' 이 무엇인지, 입력과 출력 사이에 중재하는 '정보처리의 본성' 이 무엇인지, 그리고 다양한 차원의 구성에 사용되는 '표상들의 본성' 이 무엇인지 설명해줄 이론이다. 물론 이론화의 출발점은 현대 물리학이 통속 물리학 (fork physics) 으로부터 출발했던 것처럼 통속 심리학 (fork psychology) 이었다 (6 장과 7 장 참조). 따라서 우리의 통속 심리학적 개념에 따라 우리가 '기억을 가지며', '의식을 가지고', 어떤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며', 반복 연습하면 '오래 기억되고', 한 가지에 대한 회상은 '다른 관련된 것들을 연상시킨다' 는 등등으로 생각해 왔다. 짐작컨대 우리가 '기억' 에 대해 통속 심리학적 개념을 가지고 있는 관계로 뇌 내부에 기억을 하게 하는 어떤 하나의 통합된 과정과 구조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쉽다.

심리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이 지금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통속 심리학은 우리에게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더구나 그 기초 범주들에 대한 구분마저 상당히 수정되어야 한다. 심리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기억' 에 대한 연구에서 많은 행동 자료들이 드러났는데, 그 자료들에 따르면 통속 심리학적 기초 개념들을 '확장하고' '새로 규정하게' 하는 면이 있다. 예를 들어 두 종류의 기억, 즉 짧은 시기 동안에 정보를 저장하는 단기기억 (short term memory) 과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장기기억 (long term memory) 이 있다고 주장되어 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가정된 그런 능력들은 본질적으로 '행동적 용어' 로 이해되었지, 그 밑에 근거하는 인지적이고 하부인지적인 (잘 규명된) '내적 과정의 용어' 에 의해 이해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렇게 명확히 지적된 공준들 (postulations : 기초 가정들) 조차 (즉 실제로 그 두 능력이 구분되는지조차) 연구자들은 서로 의견을 달리한다. 왜냐하면 그 가정된 기억의 특징들이 '회상되는 내용들의 기능에 따라서', '경험한 일의 종류에 따라서', '기억 방법에 따라서', 그리고 '피검자 (사람) 에 따라서' 아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Craik 1984). 또한 연구자들은 '그 두 종류의 기억 사이에 연습버퍼 (rehearsal buffer : 임시기억장치) 와 같은 제 3 의 인자가 있는지' (Atkinson and Shiffrin 1968), '그 여러 조직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는지', '사람들이 기억하거나 망각하는 경우에 하부인지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등등에 대해 서로 의견을 달리한다. 더구나 기억이란 자명한 '하나' 의 과정이 아니다. 자유로운 회상 (free recall) 은 지시된 회상 (cued recall) 과 다른 결과를 보여주며, 또 지시된 회상은 재인 검사 (recognition test) 에서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Craik and Lockhart 1972, Squire and Cohen 1984). 게다가 동물들에 대한 세심한 연구에서, '일 기억' (Working memory) 과 '지시적 기억' (reference memory) (역주 : 전통적으로 기억을 능력 면에서 '무엇을 할 줄 아는' 기억과 '대상에 대한' 기억으로 나누어 구분했다. 전자는 말을 할 줄 알거나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수행적 기억' 인데 이것의 특징은 그것을 어떻게 하는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후자는 어떤 사건이나 사물에 대한 '명시적 기억' 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말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을 구별하기 어렵고 (Olton, Becker, and Handelmann 1979), '공간적 - 지도 기억' (spatial - map memory) 과 '비공간적 기억' (nonspatial memory) 을 구분하기 어렵다 (O'Keefe and Nadel 1978) 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신경심리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몇 가지 자료들은 놀랍게도 관습적 가정들을 상당히 부정하므로 기억에 대한 몇 가지 기초 가정들이 근본적으로 수정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그 예로 아주 심각한 기억상실증 (amnesic) 환자를 생각해 보자. 그 환자는 매일 보는 의사를 기억할 수 없고,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혹은 그 날 조금 전에 방문한 친척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 환자는 아주 복잡한 어떤 일을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거울에 비쳐 읽기 (mirror reading : 좌우가 뒤집힌 글씨 읽기) 를 어떻게 하는지 혹은 그림 4.1 에서 보여주는 하노이탑 퍼즐 (Tower of Hanoi puzzle) 을 어떻게 푸는지 배울 수 있다. 물론 그 환자는 전에도 이 퍼즐을 했거나 그 퍼즐을 풀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Milner, Corkin, and Teuber 1968, Squire and Cohen 1984). 더구나 뇌 손상 이전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그 환자들의 기억 (즉 역행성 기억 retrograde memory) 은 아주 정상적이다. 심리학적 기능들에 대한 범주체계가 문제가 되는 것은 '기억상실증 환자들이 어떤 것들을 여전히 학습할 수 있으며',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없는지', '그들이 왜 특정한 것들을 기억하며 다른 것들은 그렇지 않은지' 등등을 규명해 줄 그 어떤 원리를 내놓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어떤 확고한 이론도 그 두 능력들의 본성에 대해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첫째, 만약 명확히 그 두 능력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다음과 같이 구분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 능력은 '방법을 아는' (knowing how) 일에 기여하므로 운동기술 (skills) 습득과 관련하며, 다른 능력은 '무엇을 아는' (knowing that) 일에 기여하므로 인지정보 습득과 관련한다. 그렇지만 그런 구분은 가능하지 않다. '하노이 탑 퍼즐을 푸는 학습' 은 '자전거를 타는 학습' 처럼 단지 운동기술만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학습에도 역시 우리가 '지성' (intelligence) 이라고 말하는 어떤 것이 요구된다.

그 학습이 인지적 차원을 갖는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학습을 인지적 / 비 - 인지적 구분에 기초해서 설명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근본적이고 걱정스러운 점은 다음과 같은 질문이다. 인지적 과정 (process) 을 인지적 과정이게끔 하는 것이 무엇인가? 기술 (skill) 습득을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하며, 무엇이 행동을 지성적이게 하는가? (10 장 참조.) 기억상실증 연구가 그렇게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까닭은 중증 기억상실증 환자의 학습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지 못한 때문이다. 기억상실증 환자들의 기억에 대해 지금까지 발견해 온 것들을 분류하면 그들이 그밖에 다른 무엇을 기억할 수 있으며, 무엇을 배울 수 없을지 '예측할 방법' 이 없다. 결국 우리들은 그들의 학습 능력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고 있는 셈이다 (Warrington 1979). (주석 : 신경심리학자들 (Squire and Cohen 1984) 은 이 현상을 보고 '명시적 (declarative) 기억' 과 '절차적 (procedure) 기억' 을 구분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서 '명시적' 이란 어느 정도 의식적인 앎을 가질 수 있는 것을 말하며, '절차적' 이란 그렇지 않은 것을 말한다. 그런데 원숭이를 이용한 동물 모델 연구에서 (Zola - Morgan 1984) 이런 두 능력의 구분과 어울리지 않는 결과를 얻었지만, 원숭이들은 말 그대로 아무 것도 '말하지' 못했으므로, 그 구분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기억상실증 환자들이 '기억할 수 있는 것' 과 '기억할 수 없는 것' 들에 대한 분류로 인정되고 있다. 이럴 정도로 그 구분은 본질적으로 '이론이 내재된 범주' 라기보다는 '행동에 대한 분류' 라고 해야 할 것이다. (9 장 4 절 참조))

'학습' 과 '기억' 은 인지에서 중심 위치에 있으므로, 그에 대한 범주들이 수정되거나 새로 분류된다면, 상위기능에 대한 이론적 전망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학습이란 일반적 범주는 이미 다양한 종류의 과정들로 분해되었으며, 진정 '학습' (learning) 이란 용어는 이제 다소 이론적 무게가 덜 실린 '가소성' (plasticity) 이란 용어로 흔히 교체 사용되고 있다.

이미 명확한 현상으로 믿어지는 신경계 가소성의 종류로는 '습성화' (habituation), '민감화' (sensitization), '고전적 조건화' (classical conditioning) (역주 : 파블로프 (Pavlov) 가 주장했으며, 소나 개에게 '훈련 없이' 먹이를 주는 것만으로도 타액 (침) 을 흘리는 반응을 보이는 조건 반응 (conditioned response) 이 있다. 그 반응을 증가시키는 과정을 '고전적 조건화' 라고 한다.), '조작적 조건화' (operative conditioning) (역주 : 스키너 (Skinner) 에 의해 연구되었으며, 고전적 조건화는 수동적이지만 대부분의 동물들의 행동은 능동적이다. 능동적 행동을 학습을 통해 강화할 경우, 예를 들어 먹이를 통해서 개에게 훈련시키는 경우 혹은 부정확한 행동이나 부정적 행동에 대해서 처벌이나 무시하는 방식으로 훈련시키는 경우를 '조작적 조건화' (operative conditioning) 혹은 '도구적 조건화' (instrumental conditioning) 라 한다.), '각인행동' (imprinting) (역주 : 로렌츠 (Lorenz) 가 발견한 것으로, 오리는 생전 처음 본 물체를 쫓아다니는 본능적 행동을 보인다. 그 행동은 유기체가 생전 처음 본 어미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본능적 행동으로 추정한다.), '습관형성' (habit formation), '강직자극후증강' (post - tetanic potentiation), '모방학습' (imitation), '노래학습' (song learning) (새에서), '메스꺼운 음식을 피하는 일견 학습 (one - shot learning)', '인지적 대응' (cognitive mapping) 등등이 있으며, 좀더 상위차원 현상으로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 대한 학습', '말하기 학습', '읽기 학습', '사회적 기술 (social skill) 학습', '수학적 기술 학습', '더 효율적으로 배우는 학습', '혈압 낮추기 학습', 그밖에 아직 알지 못하는 어떤 학습 등등이 있다. 이런 학습들이 공통적인 혹은 개별적인 어떤 장치들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얼마나 많은 명확한 과정들이 존재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 어느 것이라도 '인지적' 인 것과 '비 - 인지적' 인 것에 대한 구분을 경험적으로 정당화시켜 줄 무엇이 있는지, 만약 있다면 대략적으로라도 우리들의 생각을 확증시켜 줄 수 있을지조차 역시 아직 알지 못한다.

'의식' 과 마찬가지로, '기억', '학습' 그리고 그밖에 '다른 상위기능들' 에 대한 연구로부터 다음과 같이 이론적인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만약 심리학적 (기능적) 분류가 잘못 정의된 것이라면, 그 기능들에 대한 신경기층을 다른 연구 역시 잘못된 것이다. 분명히 놀랄 만한 자료들이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정확하게 그 자료들을 신경생물학적 '능력', '표상' 그리고 '과정' 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른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실험 결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서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문들에 대한 대답이다. '인간과 다른 동물들이 어떻게 학습하는지', '무엇이 그들을 똑똑하게 하는지', '그들이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는지', '그들이 기억한 것을 어떻게 회상하고 있는 것인지', '그들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갖는 것은 뇌가 어떻게 다르기 때문인지', '그들이 자기의식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 끝으로 '의식이란 무엇인지' 등등이다. 그런데 그 질문들이 올바른 질문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게 만드는 또 다른 어려움에 우리가 직면해 있는데, '정서', '명시적 기억', '절차적 기억', '학습' 그리고 '의식' 등등과 같은 범주들이 하나의 자연종 (natural kind) 인지, 아니면 서로 별개의 현상들을 잡다하게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한 것인지, 즉 '기억' 에 대한 신경지층을 찾는 일이 마치 '자수정', '다이아몬드', '호박' 그리고 '진주' 와 같은 보석들을 통합하는 어떤 원리를 찾고 있는 것과 같은 일은 아닐지 우리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석들의 속성과 습성에 대한 자연법칙이 없다는 점에서 '보석' 은 자연종을 형성하지 못한다. '보석' 이란 그 본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편이에 의해서 묶인 우연종 (accidental kinds) 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상식적 이론 (즉 통속 심리학) 이 아주 오해된 것이라서, 다시 말해서 그 분류가 왜곡되어 있는 까닭에 우리의 질문 방식이 탐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문제는 7 장과 10 장에서 더욱 상세하게 논의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마주치는 또 다른 어려움은 우리들이 위의 의문들에 대한 대답을 얻어낼 때까지 '어떤 것조차 갖지 못할 수 있다' 는 두려움이다. 마치 '재산' 이나 '주식' 의 증식처럼 '이론' 습득 역시 이미 '가진 자' 에게만 한정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시작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극히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왜냐하면 심리학적 기능들과 그것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는지 설명해 줄 이론들이 없다면, 무엇을 찾아야 할지 오직 극히 빈약한 육감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와 같은 딜레마 (dilemma) 는 일반적으로 과학에서 흔히 있는 일이며, 성공적인 어느 과학이라도 영웅적이고 고집불통의 독자 노력으로 얻어낸 성과이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지켜온 이론의 관점에서 내려 본다면, 그 등정은 어이없을 정도로 무모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현대 화학이론' 이 너무도 분명하고 옳다고 생각되겠지만, 잘 알고 있듯이 그 이론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연금술 이론' 과 '상식' 이란 뿌리깊은 확신과 명백해 보였던 가정들을 폭풍처럼 뒤집어엎어야 했다. 즉 초기 단계에서는 '자명한' 것에 고심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터무니없고 못마땅하다고 생각되었지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자력으로 얻어낸 성과였다.

따라서 나는 현재 인지신경생물학 (cognitive neurobiology) 이 '전 - 이론적' (pretheoretical : 아직 인정된 이론으로서의 자격을 갖지 못한) 상황에 있다고 해서 그 분야의 연구가 포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지신경생물학과 심리학에서 나타날 이론은 특별히 관심을 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개척 이론인 까닭에 분명히 오류 덩어리 상태로 출발할 것이며, 이론적으로 상당히 무모한 시도가 될 것이다. 나는 '심리학' 이 '신경과학' 의 발견에 앞서 그 이론을 개척해 낼 것으로 전망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심리학' 과 '신경과학' 이 서로 협력하고, 상호 진화해야 새로운 이론체계가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기술' 과 '방법' 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야 할 필요가 분명해졌다. 범주체계 그 자체가 고안되고 수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범주체계라도 우리에게 안전한 배경 가정을 제공하지 못하며, 결국 우리들이 '자료들을 어떻게 얻었는지' 부터 알아야 그 자료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그 범주들이 수정되어야 하는지 어떤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반성은 다른 문제, 즉 '상위기능들에 대한 이론의 진화' 에 관련된 문제와 '신경과학과 심리학 사이의 관계' 에 관련된 문제들을 제기하며, '통속 심리학의 자격과 의미' 에 관련된 아주 일반적인 문제들을 제기한다. 그 문제들은 6 장과 10 장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그렇지만 이에 관련해서 잠시 다음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신경과학이 발전함에 따라서 그 분야 내의 전문 분야들이 특별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신경학' (neurology) 이란 용어는 한때 신경계 연구를 담당했지만, 1930 년대에 정신의학 (psychiatry) 에서 분리되어서, 지금은 주로 '임상신경학' (clinical neurology) 이란 뜻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 분야는 비정상적인 인간 신경계에 대해 연구한다. 따라서 신경학자들은 대개 의사들 (medical doctors) 이며, 병원에서 근무한다. '신경심리학' (neuropsychology) 은 더 최근에 사용된 용어이며, 1949 년에 헤브 (D. O. Hebb) 에 의해 (그의 저작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신경심리학' 은 전형적으로 인간의 뇌와 행동에 대한 연구를 지칭하며, '임상신경학' 보다 연구의 폭이 넓다고 할 수 있다. 신경심리학자들은 대개 박사학위 소지자들이며 보통 대학의 심리학과나 생리학과에서 근무한다. 이따금 '생리학적 심리학' (physiological psychology) 이란 말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 말이 경우에 따라서는 동물의 뇌와 행동에 대한 연구를 포함하기도 하므로 조금 부적절한 용어라고 생각한다.

신경생물학자 (neurobiologist) 는 전형적으로 인간이 아닌 종에서 뇌와 행동의 관계를 연구하지만, '신경생물학자' 와 '신경생리학자' (neurophysiologists) 들의 연구 영역을 구분하긴 사실상 어렵다. 물론 자신들이 '신경생물학자' 이며, 심리학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자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일부 심리학자들은 자신들을 '심리생물학자' (psychobiologists) 라고 내세우면서, 다른 신경심리학자나 평범한 심리학자와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나는 '인지신경생물학' (cognitive neurobioologist) 이란 용어를 넓게 사용하여, 그 연구 영역을 '인지적' 문제와 관련해서 '신경과학' 의 성과에 의해 알 수 있는 범위로 규정한다. 분명히 말하건대 나의 이 구분은 그다지 엄밀한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일반적 신경과학이 진화되면 더욱 정연한 구분이 나올 수도 있을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끝으로 이 단원은 하나의 개론이라고 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 그 부족한 면을 메우기 위해 4 장 끝에 선정된 참고도서 목록에 신경심리학의 개론적인 도서들을 소개한다. 나아가서 그 책들은 내 관심, 즉 '마음 - 뇌 통합이론에 대한 전망' 과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혹은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상호 진화론적 전략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것들을 주로 선발했다. 그렇지만 이 영역에 관련된 문헌들이란 무한히 많다고 할 수 있으며, 분명 나는 내 지식의 한계로 인해 빠뜨린 것도 많을 것이다. 바라건대 특정한 방법들과 선택된 결과들에 대한 논의를 간략히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이 그 문헌들에 대해 더욱 풍부하고 폭넓은 시각을  미리 가질 수 있기 바란다.

2. 대뇌 전문화와 자연발생 뇌 손상

'신경마비' (paralysis) 나 '반신불수' 혹은 '돌발성 언어 곤란' 과 같은 갑작스런 행동결핍 (behavior deficits) 에 대한 고대의 관찰 기록들이 남아 있다. 뇌졸증 (stroke) 은 혈관이 막혀 뇌의 특정 영역에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거나, 혈관이 터져서 혈액 공급이 중단되어 발생한다.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 산소 공급이 중단되어 발생한다.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 산소 공급이 중단되고,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신경세포가 금방 죽게 된다. 뇌졸중은 고령의 나이에 흔히 발생하며, 뇌졸중 후에 일어나는 '행동결핍' 은 산소 부족으로 '손상된 뇌 영역' 과 관련이 있다. (즉 뇌졸중으로 손상된 뇌의 영역에 따라서 행동결핍의 종류가 달라진다.) 뇌졸중 환자에 대한 연구는 뇌 '기능 전문화' 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는 방법으로 이용되었으며, 최근에도 이것을 알아보는 여러 방법들 중의 하나로 이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 결핍에 대한 연구는  원인이 잘 밝혀지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 의사들은 행동결핍에 대한 연구에서 많은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그 중 하나는 행동결핍이 '뇌졸중' 뿐만 아니라 '종양', '외상, '전염성 질병', '퇴행성 신경질병' (즉 파킨슨병 Parkinson's disease, 혹은 다발성 경화증 multiple sclerosis), '정신병' (정신분열증 schizophrenia) 그리고 '신경유전적 장애' (헌팅턴무도병 Huntington's chorea) 등등에 의해서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초기 의사들로서는 자신들의 환자들이 보여주는 잡다한 증상들에서 패턴을 찾아내기 극히 어려웠을 것이다. 더구나 그 경우들을 비교하는 것으로는 아주 근소한 차이만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하고 표준화된 실험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래서 아주 최근까지의 신경학적 진단은 거의 대부분 암흑 속에서 직관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예를 들어 '뇌졸중에 의한 신경마비' 가 '종양으로 인한 신경마비' 인지, '병아리 콩 (chick - pea) 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 생긴 신경마비' (갯완두중독 : lathyrism) 인지, '발작성 신경마비' (hysterical paralysis) 혹은 '탈수초성 질환 (demyelinating disease) 에 의한 신경마비' 인지 분명하게 구별될 수 없었다. 더구나 신경마비나 종양과 같은 신경계 장애는 종종 개인에 따라 차이를 보여주는데, 이따금은 포착하기 어렵고,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않기도 했다. 그러니 질병에 대한 개별적 원인들을 구별해 내는 일은 차지하고라도, 가능한 원인들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조차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뇌졸중으로 인한 언어 장애는 흔히 있는 일로서, 뇌혈관이 갈라지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그림 4.2, 그림 4.3). 중간대뇌동맥 (middle cerebral artery) 은 전뇌에 영양분을 공급하며, 따라서 좌측중간대뇌동맥에 혈액의 흐름이 멈추면 종종 언어상실 혹은 실어증 (aphasia) 이 발생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두엽 피질 (frontal cortex) 과 언어산출 (speech production) 을 연결시킨 최초의 사람은 갈 (Franz Joseph Gall, 1758 ~ 1828) 이었다. 그는 주로 골상학 (phrenology) 혹은 그가 명명한 '두개관찰' (cranioscopy) 에 대한 연구가로 기억되고 있으며, '미친 놈' 이란 그에 대한 평ㅍ판이 정교한 '해부학자' 이며 '국소화주의자' (localizationist) 의 개척자란 명성을 가려 버렸다.

 

 

갈은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절개 기술이 있었으며, 가능한 많은 뇌에 대한 부검을 했으며, 이를 통해서 죽기 전 환자들의 '재능', '성향', '체질' 등등을 기록했다. 그는 뇌가 영혼을 지원하는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기관들' (organs) 로 나누어지며, 어떤 부위가 손상되면 행동에 장애가 발생한다고 확신했다. 그는 뇌 국소화 (localization), 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골상학은 "재능이나 체질이 최상으로 발달하려면 관련 뇌 센터가 최상으로 발달되어야 한다" 는, 즉 "커진 뉴런 덩어리가 두개정 (cranial cap) 쪽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머리에 융기가 생기게 되고, 이것이 두개골의 모양에 반영된다" 는 갈의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예를 들어 그는 성욕이 소뇌 (cerebellum) 의 기능이라고 생각하고서, 머리 뒤쪽 하부에 ('타오르는 욕구' 를 드러내는) 돌출부를 만조보고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림 4.4).

 

이 융기는 갈에게 영광이면서도 좌절이기도 했다. 그와 그의 추종자들, 특히 스푸르츠하임 (Spurzheim) 은 종종 조롱거리의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성격' 과 '두개골의 융기' 를 서로 관련시키려는 열정이 지나친 나머지 자신들의 주장을 냉정하게 시험하지 못했던 것이 부분적인 이유이다. 그들을 가장 혹독하게 비평했던 사람으로는 플로렌스 (Pierre Flourens, 1784 ~ 1867) 를 꼽을 수 있을 것인데, 플로렌스는 병아리와 비둘기에 대한 장애연구에 의해서 '융기이론' (bumps theory) 뿐만 아니라, (뇌 영역에 따라 다른 기능을 갖는다는) '국소화 이론' 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고, "지적 기능들이 대뇌에 넓게 퍼져 있다" 는 주장을 했다 (Flourens 1824). 당시는 신경학 역사에서 두 가설이 지배하던 시기였으며, 한 쪽은 '국소화주의자 (localizationist) 가설' 이며 다른 쪽은 '전체론적 (holistic) 가설' 이었다.

혹독한 비평에도 불구하고, 뇌 전문화 (brain specialization) 라는 일반적 원리는 골상학이 분쇄되고 나서도 여전히 건재했으며, 점차 인정받게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갈의 이름은 잊혀지게 되었다. 부요일아드 (Bouillaud, 1796 ~ 1875) 와 오뷔르탱 (Auburtin, 1825 ~ 1893) 은 '전두엽' (frontal lobes) 과 '말하기' 를 관련지어 설명하려 하였으며, 사체실험에서 부요일아드는 갈의 관찰을 확인했다. 오뷔르탱의 한 환자는 자살을 시도했다가 단지 두개골의 뚜껑만을 날리고 그 아래 뇌는 온전했다. 오뷔르탱은 그 사람에게서 놀라운 사실을 확인하고 1861 년 파리의 인류학회 (Société d'Anthopologie de Paris) 에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다.

브로카 (Paul Broca, 1824 ~ 1880) 는 우연히 오뷔르탱의 보고를 듣고서, (상관없는 어떤 이유로) 회생할 수 없다고 기대되는 언어 상실 (speech loss) 환자를 함께 실험했다. 그 환자의 사체실험에서 대뇌 좌측반구의 제 2 와 제 3 의 전두뇌이랑 (frontal convolutions) 이 파괴된 것을 보았다 (그림 4.5) (Broca 1861). 그런데 그 뇌까지 해부한 것은 아니었으며, 뇌 외부 육안 검사에서 전두뇌이랑뿐만 아니라 뇌의 넓은 영역에서도 큰 손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 부검은 논란이 되었다. 그렇지만 주저함이 없어 브로카는 22 명의 환자들에 대한 조심스런 실험을 계속했는데, 언어 상실은  전두뇌이랑의 우측이 아니라 단지 좌측에만 관련된다는, 더구나 그것도 본질적으로 오직 말을 하는 능력에만 관련될 뿐 이해 능력에는 관련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했다 (Broca 1863).

 

그 자료는 브로카가 탐구한 영역이 고도로 특성화되어 있음을 함축하는 (imply)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그런 특성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이며, 뇌 국소 구조의 특성화에 대하여 무엇을 함축하는지에 대한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으며 지금도 그런 의문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문제의 영역을 '브로카 영역' (Broca's area) 이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언어생산 결핍에 의한 언어장애 유형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브로카 실어증' (Broca's aphasia) 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의 이름을 담고 있는 이 장애가 정확히 그 영역의 손상으로 일어난 것인지 아닌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Mohr 1973, Zangwill 1975) 흔히 그렇다고 짐작하고 있다. 이 연구와 관련된 문제로, 자연발생적인 뇌 손상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며, 있다고 해도 브로카 영역만 손상되기보다 더 넓은 뇌 피질 영역의 손상이 있기 마련이라는 점과, 외과 수술로 브로카 영역을 들어내도 언제나 영구적 실어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874 년에 베르니케 (Carl Wernicke) 는 언어와 관련된 두 번째 중요한 부분이 있으며, 그것이 첫째와 둘째 측두뇌이랑 (temporal convolutions) 에 있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출판했다 (그림 4.5). 그는 일부 환자들의 언어 결핍이 언어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관찰했다. 브로카 실어증을 가진 환자들과 달리 이런 환자들은 종종 유창하게 말을 했지만, 일관성이 없고 무의미하게 단어들을 주절대는 것이었다. 그 환자들은 단순한 지시에도 따르지 못했으며, 자신들이 보거나 느낀 것을 설명하지 못했고, 자신들이 어떤 결함을 가지고 있음을 이상하게도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베르니케는 이런 증상을 '감각성 실어증' (sensory aphasia) 이라고 했으며, '베르니케 실어증' (sensory aphasia) 이라고 했으며, '베르니케 실어증' (Wernicke's aphasia) 이란 말은 넓은 범위의 '이해 결핍' 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베르니케는 자신이 지적한 영역이 '언어이해' 를 위한 센터이며, 브로카 영역에 섬유다발로 연결을 이루고 있어서, 그 경로의 단절로 일어나는 제 삼의 특유한 언어 장애를 '전도성 실어증' (conduction aphasia) 이라고 불렀다. 이런 환자들은 언어를 이해하며 자신들의 결함을 알고 있지만 허튼 소리를 유창하게 한다. 메리 (Marie) 와 헤드 (Head) 와 같은 비평가들은 그 증세들을 딱 잘라서 묶을 수 있을지, 혹은 그 증상들에 대한 손상 부위를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지만, 베르니케는 읽기와 쓰기를 관장하는 부위가 있으며, 그 부위의 손상이 독서불능증 (alexia) 과 필기불능증 (agraphia) 을 유발한다고 확신했다 (주석 : 여기에서 '손상' (lesion) 이란 뉴런의 정상적인 기능을 감소시키는 신경조직에 대한 피해를 말한다. 예를 들어 손상은 머리에 대한 '외과수술', '질병', '종양', '혈관이상', '약물', '압력', '타격' 등등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국소화주의자들이 발견한 것이 정확히 무엇이며, 그들의 발견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명백히 그 자료들에는 몇 가지 난 점을 가지고 있는데, 자연적으로 뇌 손상을 입은 환자의 경우 손상 범위와 영역이 저마다 아주 다양하고 (주석 : 이 문제는 Kolb 와 Whishaw (1980) 가 논문 "the n = 1 studies" 에서 제기했다.), 언어 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서 행동 장애만 보여주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환자들이 살아있는 동안에 그 손상 부위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사후 부검할 경우에 추가 손상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Smith 1984).

더구나 해석의 문제도 있었다. 갈은 '언어를 담당하는 기관' 을 심장이나 간과 같은 모델로 생각했으며, 그래서 따로 떨어져 분리된 것으로 생각했다. 전반적으로 심리학적 기능들에 대해서 '대뇌피질 전문화 모델' 로 바라보는 태도는 명백히 "지성적 기능이나 기억에 뇌 전체가 다양한 정도로 관련된다" 는 증거와 상충한다. 국소화 이론에 반대해서 1892 년에 골츠 (Goltz) 는 대뇌피질이 제거된 동물들이 걸어 다니거나 반응할 수 있으며, 피질하 구조들 (subcortical structures) 이 기억과 자발적 운동에 개입하며, 뇌졸중이나 충격으로 입은 장애가 부분적으로라도 종종 회복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피질이 제거된 후에 유지되는 기능에 대해서, Kolb and Whishaw 1984 참조.)

영국 신경학자인 잭슨 (Hughlings Jackson) 은 상충하는 자료를 조화시키려 시도했다. 잭슨이 1864 년에 관찰한 바에 따르면, 손상된 구역마다 각기 다른 증상을 보이며, 증상마다 어느 정도 손상된 위치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그는 '국소' (local) 란 말을 불분명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일차시각피질 (primary visual cortex) 에 대한 손상은 전형적으로 '실명 (blindness) 을 유발하지, '귀머거리' 나 '중풍' 혹은 '실어증' 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잭슨이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간질 (epilepsy) 인데, 많은 간질 환자들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통해서 그 증상이 특별한 신체 부위에 국한된다는 것을 찾아냈다. 예를 들어 한 환자는 신체의 한 쪽 측면에서만 경련 (spasms) 을 일으키며, 그럴 경우에 손가락이 저려오면서 시작된 발작 (seizures) 은 팔로 퍼지고 이어서 다리로 내려간다. 동시에 잭슨은 대뇌피질의 한 부위를 잘라내도 눈에 띄는 어떤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잭슨은 신경계 기능에 대한 스펜서 (Herbert Spencer) 의 '진화론적 개념' (주석 : 스펜서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만약 어떤 '조직 (organization)' 이 있다면, 그 조직이 담당하는 '생리학적 역할 분담' 이 있어야만 할 것이며, 모든 조직들이 그 역할 분담을 담당한다. 그래서 우리가 어느 '실례를 보여줄 수 있거나' 혹은 '어느 개념을 형성할 수 있는' 생리학적인 혹은 그밖에 다른 어느 '역할 분담' 은 있을 수 없지만, 특별한 장소에 어느 특별한 종류의 '활동을 집중적으로 담당하는 것' 으로서의 역할 분담은 있다고 보아야 한다." (Spencer 1855:611)) 에 깊은 영향을 받아서, 뇌는 여러 특징을 나타내는 감각운동 표상 (sensorimotor representation) 을 가지며, 복잡성과 정교함을 늘릴 수 있는 '계층적으로 구성된 일련의 통합시스템' 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따라서 그는 '부분적 기관 가설' (discrete organs hypothesis) 과 '전체론적 가설' (holistic hypothesis) 사이의 충돌을 조화시키기 위해, '기관이론' (organ theory) 이 지지하는 '정확한 범위' 의 경계선을 불분명한 것으로 교체하는 동시에,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곳에서 다중 표상 (multiple representation) 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주장은 신경계에 역할 분담이 있다는 내용을 함축했지만, 그 역할은 여러 번 중복되거나 불분명하게 중첩되어 있어, 부분적으로 겹쳐지도록 전문화되어 있고, 더구나 역할의 분담으로 인해서 손상이 있을 경우 재구성되는 잠재력을 갖게 되었다. 잭슨의 가설에 따르면 상위차원의 구조가 파괴되면 따라서 더욱 복잡한 행동은 상당히 손상되겠지만, 더 낮은 차원의 구조가 온전한 한에서는 더 단순한 '하위차원' 의 행동은 그대로일 수 있다.

뇌 기능을 이해하기에 풍부하지만 미성숙한 이 개념 체계는 많은 신경학자들에게 상상력을 주었으며, 지금까지 연구를 안내하고 그 연구결과를 해석할 강력한 개념이 되어 왔다. 이 개념은 '신경조직 (nervous tissue) 에 어느 정도 전문화가 있다' 는 생각을 지지하면서도, '기능에 여유가 있으면서 회복이 가능하다' 는 생각도 지지한다. 이 개념은 진화론적 생각을 강조하면서도 엄격한 국소화주의자의 신조와 다르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신경학 역사에서 관심을 끌게 하는 많은 경우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게이지 (Phineas Gage) 의 경우는 전두엽이 '성격' 에 어떤 특별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게이지는 1848 년에 버몬트 (Vermont) 에서 철로를 까는 선로건설 현장의 십장이었는데, 그가 구멍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있을 때, 스파크가 발생해서 다이너마이트가 점화되어, 다짐 봉이 날아올라 게이지 머리의 좌측 전두엽 부근을 관통했다. 그는 몇 분 후에 의식을 차리고 말을 할 수 있었으며, 상처가 회복된 후에 장화를 신고 마을로 내려갔으므로 분명히 완전한 회복을 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의 친구들은 "그는 전혀 게이지가 아니다" 라고 말했다. 그의 성격이 전혀 다르게 변했기 때문이었다.

신의 있고, 인자하며, 신중한 성격이었던 게이지는 이제 격하고, 조급하며, 충동적이고, 저속하며, 무지막지한 '동물적 성향' 을 드러냈다 (Harlow 1868). 그는 과거의 직업으로 복직할 수 없어서, 서커스 출연으로 먹고살았다. '전두엽조직의 파괴와 충격적인 성격 변화의 관련성' 에 대한, 그리고 다른 영장류에 비해서 인간은 더욱 고도로 회절 (굴곡) 되고 (convoluted) 발달된 '전두엽이 전체적인 뇌 기능에서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에 대해 당연히 호기심을 자극했다.

전두엽 기능에 관한 어떤 정보는 선택된 신경조직 조각들을 외과적으로 제거하고 나서 그 결과를 기록한 동물 절제수술 연구로부터 얻은 것이다. 비안키 (Leonardo Bianchi, 1848 ~ 1927) 의 연구가 특히 훌륭했는데, 그는 원숭이의 전두엽 절제수술에 대한 관찰을 아래와 같이 보고했다.

그는 또한 '정신적 품격' (psychic tone) 을 상실하는 것을 보았는데, 외과 수술을 받은 동물들은 '의욕', '호기심' 그리고 '환경에 대한 무반응' 을 보였다. 하여튼 1960 년대까지 동물의 전두엽 손상에 대한 좀더 깊은 체계적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인간의 전두엽 손상에 대한 자료 역시 전혀 없었다. 1940 년대에 와서 외과의사인 프리맨 (Walter Freeman) 과 왓츠 (J. W. Watts) 는 정신병 환자들에 대한 뇌엽절리수술 (labotomies) 을 전파했으며, 그 치료에 따른 행동 효과가 연구되기 시작했다 (Kolb and Whishaw 1980, Valenstein 1973). 일반적으로 전두엽 대뇌피질이 지성을 담당하는 부위라고 짐작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1939 년에 헤브 (Hebb) 는 전두엽 외과수술을 한 간질 환자의 IQ 가 감소하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냈고, 나중에 뇌엽절리수술 환자에게서 그 결과를 확인했다 (Hebb and Penfield 1940). 실험절차가 개선됨으로써, 전두엽 환자들이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는 데 결함을 가지며', '상투적이며 완고한 행동 패턴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는 것이 분명해졌다. (간단한 서평을 보려면 Milner and Petrides 1984 를 참조하라.)

유용하긴 하지만 자연발생으로 손상된 뇌에 대한 연구는 극히 제한적이다. 콜브 (Kolb) 와 비쇼 (Whishaw) 가 관찰 (1980:92) 한 바와 같이 뇌 손상은 적어도 세 가지 아주 다른 행동 효과를 일으킨다. 즉 (1) 기능 상실 (loss), (2) 기능 해제 (release : 통제불능), (3) 기능 분열 (disorganization) 이다. 그래서 이미 언급된 문제들에 추가해서, '뇌 손상과 행동결핍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혼란스런 문제가 제기되며, '손상 부위가 간결하게 규정되고 행동결핍이 잘 규정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만약 A 가 손상된 영역이며, 그 영역이 손상된 환자가 더 이상 Y 를 수행할 수 없다면, A 가 Y 의 센터이다" 라고 간단히 직선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가?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대답은 분명 "아니다" 이다.

영역 A 는 기능 Y 의 '필요조건' 이지만, 그 센터가 '필요충분' (necessary and sufficient) 조건으로 Y 를 함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역 A 의 손상은 Y 에 관련된 다른 뇌 영역을 침범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A 자체는 Y 에 대한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되지 못한다. 어떤 작은 손상이 뇌의 다른 기능들을 파괴할 수 있으며 (Heilman and Valenstein 1979), 그런 2 차적이고 불명확한 원인에 의한 결과 ('기능해리' dischisis 라고 불리는) 로 행동결핍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끝으로 Y 에 대한 어떤 센터도 존재하지 않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손상 자료들을 해석하는 문제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를 위해, Kolb and Whishaw 1980, Smith 1984 참조.)

이 마지막 상황에 대한 예가 1892 년 데저린 (Déjerine) 이 밝힌 한 유명한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의 한 환자는 아침에 일어나서 자신이 말할 수도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읽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쓸 수 있었지만, 그가 쓴 것조차 분명하게 읽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 환자는 오른쪽 시각영역 9visual field) 에소 시력을 상실하였다. 이런 증상을 현재에는 (필기불능증 agraphia 없는) '독서불능증' (alexia) 이라고 하거나, 혹은 그냥 '언어맹' (word blindness) 이라고 한다. 만약 우리들이 선별적으로 저하된 모든 기능들에 대한 센터들을 추론해 낼 수 있다면, 데저린의 환자가 '읽기 센터' 란 곳에 손상을 입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데저린 자신은 이런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독서불능증' 을 '실어증' 의 한 종류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런 결론 역시 몇 가지 이유로 의심스럽다. 첫째, 인류학적 고려에 의하면 읽기는 인류가 '진화하고 난' 훨씬 후에 나타난 문화적 성과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뇌피질의 손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둘째, 읽기는 시각 능력과 언어 능력을 필요로 하며, 순수한 독서불능증 환자에 대한 부검 실험은 시각피질과 뇌량 양쪽에서의 손상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데저린의 환자는 아마도 뇌의 언어 관련 영역과 시각 영역 사이의 단절 때문이라는 생각 (Geschwind 1965, Sperry and Gazzaniga 1967) 이 더 납득될 만하다. (필기불능증이 배제된 독서불능증에 대한 더 많은 것을 Vignolo 1983 에서 참조.)

앞서 언급한 단순한 추론 도식에 의하면, 센터들의 기괴한 목록, 예를 들어 '종교적 광신주의를 억제하는 센터' 와 같은 것을 만들어낼지 모른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측두엽의 특정 영역 손상은 이따금 환자들에게 종교적 열광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명령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언어를 멈추지 못하게 하는', '저주하고 맹세하는 것을 금지하게 하는' 등등에 대한 센터에다가, 갈의 골상학 범주에 따른 마구잡이 식의 본성에 대한 센터까지 우리들을 따라다니며 성가시게 할 수도 있다.

뇌 손상에 따른 결과를 해석하는 일이 생각보다 복잡한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기능이 자주 그리고 적어도 부분적으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회복의 정도는 환자에 따라서 다양하며, 예측을 불허한다. 이것은 기능 국소화에 관련한 가설들이 쓸모 없는 것임을 의미하지 않으며, 그 가설들이 전적으로 복잡한 해석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맥락에서 세워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케르테츠 (Andrew  Kertesz) 는 손상 자료들을 해석하는 기준으로 다섯 가지를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어떤 기능이 다음과 같은 조건에서 영역의 손상과 관련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다.

조절 장애로부터 '그 결핍이 뇌 손상의 결과가 아니다' 라는 증거가 있기만 해도, "만약 A 가 손상된 영역이고, 그 환자가 더 이상 Y 를 할 수 없다면, A 는 Y 를 위한 장치이다" 라는 단순한 도식이 오류라고 폭넓게 인식될 것이며, 신경학 문헌에서 "A 는 Y 를 위한 장치이다" 라는 형식으로 쓰인 표현들은  대부분 포기하게 될 것이고, "A 가 기능 Y 를 일으키는 요소이다", 혹은 "A 가 기능 Y 에 관련된다" 라는 기술 형식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뇌의 특정 영역과 특정한 기능 사이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 고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뇌 기능에 대한 실제적인 범주들이 무엇인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런 주장들은 분명히 상당한 주의가 요망된다. 그래서 신경학자들이 애써 이해하려고 해야 할 것은 온전한 뇌의 '기능' 에 대한 본성이다. (19 세기의 측성화가설 lateralization hypotheses (역주 : 여기에서 '측성화가설' 은 좌뇌와 우뇌가 각기 다른 기능으로 전문화되었다는 가설이다.) 의 역사에 대한 논의를 Harrington 1985 에서 참조하라.)

3. 전기자극에 의한 뇌의 대응도 확인

신경이 전기적 속성을 갖는다는 사실이 발견되자 신경계의 특정 영역을 전기로 직접 자극하여 특정 효과를 이끌어내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전기자극을 이용하여 신경계를 연구하려는 최초의 중요한 실험은 독일 생리학자인 히지그 (Eduard Hitzig, 1838 ~ 1907) 와 프리치 (Gustav Theodor Fritsch, 1838 ~ 1927) 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그들이 사용했던 방법은 훌륭했으며, 나중에도 중요하게 이용되었다.

그 실험이 훌륭했던 점은 뇌 자체에 통증 수용기 (pain receptor) 가 없어 통증을 전혀 느끼지 않기 때문에 일반 마취제를 사용함으로써 실험 결과를 뒤죽박죽으로 만들 염려가 없었다는 점이다. 우선 히지그와 프리치는 머리 뒤에 간단히 전극을 대어보고 전류가 흐르면 눈동자가 움직인다는 것을 관찰했다. 그래서 대뇌는 전기 흥분성을 지닌다는 추측을 가지고 두개골을 열어 좀더 직접적으로 뇌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개 (dog) 의 두개골 일부를 제거한 후, 드러난 대뇌피질에 전극을 대고 아주 약한 전류로 그 조직을 자극해 보았다.

1870 년댕 출판된 보고서에서 그들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대뇌피질의 특정 영역을 자극함으로써 특정 근육을 수축시키게 했고, 해당 근육과 관련된 영역은 작았으며, 여러 마리의 개들을 실험해도 동일한 수축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했고, 우측대뇌반구에 있는 관련 피질 영역의 자극으로 신체 좌측에 있는 근육 수축이 발생했다. 그들은 실험 결과를 공고하게 하기 위해서 운동피질에 대한 대략적 대응도 (map) 를 그려보았으며, 이것은 '근육' 이 중심고랑 (central sulcus) 바로 앞에 있는 피질 뇌이랑 (cortical convolution), 즉 '운동피질' 로 알려진 영역과 관련되는지 보여주었다.

다른 피질영역들 또한 전기로 자극하면 운동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히지그와 프리치는 자신들의 자극실험 결과를 절제수술 연구와 연결 지어서 '다른 영역들에 대한 파괴가 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중심전뇌이랑 (precentral convolution) 에 대한 파괴는 사지 (limb) 를 약하게 하며', '이따금 간헐적 마비를 일으키고', '서툴고 어눌한 동작을 일으킨다' 는 것을 밝혀냈다. 전문화 영역을 알아보기 위해서 이 두 방법을 얽어매는 것은 중요한데, 왜냐하면 자극실험 연구는 '다중 계층 감각운동 표상' 이란 잭슨의 가설을 확증시켜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즉 뇌의 넓은 영역은 운동 표상 (motor representation) 과 관련되며, 단지 어떤 좁은 영역만이 정교하고 복잡한 동작을 위한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운동영역들이 밝혀질 수 있는 것은 특정 운동이 일정한 전기자극에 의해 발생하며, 또한 그 영역을 제거하면 운동 장애를 보이기 때문이다.

페리어 (David Ferrier, 1843 ~ 1928) 는 히지그와 프리치의 기술을 정교하게 다듬어서 영장류에 대한 실험을 했으며, 역시 '자극' 과 '절제수술' 을 결합하여 특정 영역이 특정 근육의 운동을 위해서 전문화된다는 생각을 알아보았다. 그는 운동피질을 더욱 분명하게 밝히면서 이것을 '운동센터' (motor center) 라고 명명하면서, 이 자료를 국소화주의자 이론을 지지하는 증거로 삼았다 (Ferrier 1876).

인간에 대한 첫 번째 전기자극 실험은 미국의 신시내티 (Cincinnati) 에서 1874 년 바트로우 (Rooberts Bartholow) 라는 한 내과의사가 그의 가정부 메리 래퍼티 (Mary Rafferty) 에게 하였는데, 그 가정부는 두개골 암 (cancer) 으로 피부와 두개골 뼈가 부식되어 뇌 일부가 드러나게 되었다. 바트로우는 그녀의 뇌에 전극을 삽입하여 경련과 감각을 유도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좌측 대뇌의 자극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 근육 수축을 유도했다. 이 실험에서 메리가 그녀의 오른 팔과 다리에서 아주 강한 불쾌한 느낌을 가져서 불평하곤 했다고 하는 (Bartholow 1874) 내용을 읽자면 섬뜩한 느낌이 든다. 바트로우는 진료나 치료 목적이 아닌 기술을 환자에게 사용한 것에 대해 주위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며, 결국은 의료계에서 추방되어 괴로움을 당했다. 그렇지만 그의 작업은 인간의 뇌도 전기로 자극되면 동물실험에서 보여준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페리어는 영장류에 대한 연구로 인해 인간에게서도 역시 운동피질이 자발적 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었으며, 자연적 손상과 간질에 대한 기록 모두 동물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고 믿었다 (Ferrier 1890). 이런 주장은 증거가 결여된 비약이지만, 그 증거는 흥미를 주었다. 연구자들은 진료에 대한 정당화 없이 전기자극 실험을 위한 피검자로 사람을 이용하는 일에 당연히 주저했고, 더 상위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인간에게 이런 대응도 확인 연구방법 (mapping technique) 을 적용할 가능성은 펜필드 (Wilder Penfield) 가 대단히 소중한 진료 도구와 이론적 돌파구를 내놓을 때까지 상당히 중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5 장 4 절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동물의 운동피질과 감각피질에 대한 더욱 정교하고 구체적인 실험은 셰링턴 (C. S. Sherrington, 1875 ~ 1952), 과 구룬바움 (A. S. F. Grünbaum) (주석 : Grünbaum 은 1915 년에 자신의 이름을 Leyton 으로 바꿨다.) 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들은 피질에 대한 대응도 연구를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전기자극 방법의 어려움과 한계를 지적하는데, 그 중 일부는 지금도 쓸모가 있다 (그림 4.6). 그들은 피질의 어떤 영역은 특정한 시간에 자극될 경우 그 지점과 이웃 피질의 어떤 영역은 특정한 시간에 자극될 경우 그 지점과 이웃 피질의 반응 특징이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응을 촉진하거나 역반응 (관절을 펼치게 하던 것이 구부러지게 하는) 을 일으키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함께 다른 동작을 유발하기도 한다. 전기자극으로 결정된 '영역들의 경계' 는 '언제 그 곳이 자극되는지' 에 따라서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 구룬바움과 셰링턴은 운동영역을 논의하면서 다음과 같이 유감스럽게 말했다.

 

다시 말해서 앞에서 뒤로 실험을 할 경우와 뒤에서 앞으로 실험을 할 경우에 그 결과가 달라진다. 따라서 피질에서의 시간경과 (time course) 가 위치를 결정하는 데에 무시될 수 없다. 구룬바움과 셰링턴의 주장에 따르면, 운동피질은 불안정하며 이러한 운동피질의 '기능적 불안정성' 은 대뇌피질의 일반적 특징이다. 이 주장에 의해 정확하고 고정된 그리고 시간 - 독립적 경계를 규정하는 국소화 가설은 무너지고 말았다. (5 장 4 절을 참조. 최근의 전기자극 기술의 발달에 대한 논의는 Mateer 1983 에서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