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계 과학의 역사적 개요

뇌과학과 철학 : Patricia S. Churchland 지음, 박제윤 옮김, 철학과 현실사, 2006 (원서 : Neurophilosophy : Toward a Unified Science of the Mind-Brain, MIT Press, 1989), page 251 ~ 343.

1. 서론

2. 기능의 반구 측성화에 대한 분리뇌 (Split - Brain) 연구

     연구방법

     단절효과

     측성화에 대한 단서

3. 반구 측성화에 대한 신경심리학적 연구방법

     와다 검사 (Wada test, 아미탈 실어증 검사 Amytal aphasia test)

     정상 뇌에 대한 연구

     요약

4. 반구 내 기능 국소화 연구방법

     전기자극에 의한 대응도 확인 (Electrical Stimulation Mapping)

     비침습적 (Noninvasive) 연구방법

5. 영상 연구방법

     컴퓨터 단층촬영 (Computerized Axial Tomography : CT Scanners)

     대뇌혈류 (rCBF : Cereberal Blood Flow) 연구

     양자 - 방사능 단층촬영 (Positron - Emission Tomography : PET Scanners)

     핵자기공명 영상 (Neclear Magnetic Resonance (NMR) Imaging)

6. 신경학적 연구 사례

     안면인지불능증 (Facial Agnosia)

     시각인지불능증 (Visual Agnosia)

     맹시력 (Blindsight)

     실명거부증 (Blindness Denial)

     편측무시증 (Hemineglect)

     계산하는 괴력 (Calculating Oddities)

7. 결론

기술적이고 방법론적인 어려움 이외에, 일반적으로 '상위기능' 이라 불리는 피질 활동의 여러 모습들에 대한 연구에서 가장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는 까닭은 어쩌면 대부분의 신경과학 분야에 확실한 이론체계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 코완 (W. Maxwelll Cowan, 1981)

1. 서론

뇌 손상 (lesion) 연구와 전기자극 연구로부터 나온 결과는 뇌 조직이 '엄격한 국소화 모델' (strict localization model) 이나 '전체론적 모델' (holistic model) 과 같은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시켜 준다. 여기서 '전체론적 모델' 이란 활동 영역 (area) 보다는 활동 정도 (degree) 가 그 중요 변수가 되는 모델을 말한다. 엄격한 국소화 가설은 수많은 임상 연구와 실험 연구 모두에서 무너졌다. 예를 들어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에서 글리스와 콜레 (Glees and Cole 1950) 는 (자극 연구를 통해) 엄지 동작을 나타내는 운동피질 영역을 파악하고, 그 영역을 외과적으로 절제하여 엄지를 마비시킨 후에, 시간을 두고 원숭이가 마비에서 벗어나는지 관찰하였다. 그랬더니 원숭이는 엄지의 운동기능을 회복했다. 글리스와 콜레는 관련 피질 영역에 대해 재실험해 보았다. 앞선 실험에서 절제 주변부 세포들을 전기자극 했을 경우 엄지를 움직이지 못했지만, 이제는 엄지를 다시 움직일 수 있었는데, 그 세포들을 또 제거했더니 원숭이는 다시 엄지를 움직이는 능력을 회복했다. 라슐리 (Lashley 1933, 1937) 의 이 같은 연구는 '기능에 따른 피질의 전문화가 결코 존재하지 않음' 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기능에 대한 엄격한 국소화 역시 의심하게 한다.

반면에 임상 연구와 실험 연구 모두에서 뇌 손상으로 아주 특이한 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이 발견하였다. 해마 (hippocampus) 가 손상된 원숭이는 공간 학습 장애를 보여주며 (Olton, Becker, and Handelmann 1979), 해마, 편도 (amygdala) 그리고 측두엽 (temporal lobe) 등에서 양측손상 (bilateral lesions) 을 입은 사람은 심각한 선행성 기억상실증 (anterograde amnesia) 을 보여준다 (Scoville and Milner 1957).

피질의 특정 영역에 대한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킨스번과 워링턴 (Kinbourne and Warrington 1964) 이 환자 W. K. 씨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한 '색상인지불능증' (color agnosia) 에 대해 살펴보자. W.K. 씨는 '시각반응영역' 과 '언어를 지원하는 영역' 의 경계 영역에 있는 '좌측 후두엽 피질' (posterior cortex) 에 고국한성 (아주 부분적인) 손상을 입었다. 그 환자 상태가 안정되었을 때 실험이 이루어졌는데, 오직 색깔 표상에 대해서만 장애를 보여주었다. 그는 사물들의 색깔을 올바로 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호명한 색깔에 해당하는 사물들을 집어내지도 못했다. 놀랍게도 '흰색', '회색' 그리고 '검은색' 에 대해서는 올바로 분별해 냈다. 그는 신호등 불빛이 '녹색' 이나 '빨강' 이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이런 반응은 어쩌다 맞추는 것이었다. 반면에 천 조각들의 색깔을 짝 맞추거나 나열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두 샘플 색깔이 같은지 다른지를 말할 수 있었고, 하늘 색깔을 말하는 경우에 우연히 맞췄던 그가 하늘을 '녹색' 으로 그린 그림을 보고 하늘색이 틀리다고 말할 수 있었다. 따라서 색깔에 대한 그의 '비 - 언어적 표상' 은 온전했지만, 색깔에 대한 '언어적 표상' 을 '비 - 언어적 표상' 과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장애를 인식하지 못했다. 킨스번과 워링턴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자신의 언어에서 잘못을 골라낼 수 없는 감각 실어증 (sensory aphasic)  환자처럼 자신의 잘못을 전혀 알지 못해서 주저하지 않고 색깔 이름을 잘못 말했다." (p.299)

또 다른 예로 킨스번과 워링턴 (1963a) 이 연구한 환자 B.부인에 대해 생각해 보자. 부검을 통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녀는 '하측두엽' (inferior temporal lobe) 과 '후두엽' (occipital lobe) 의 경계 영역에 작은 손상이 있었다. 그녀의 임상 상태는 상당한 선별적 장애를 보였는데, 그녀는 보여준 것을 하나씩 부분적으로 지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전체로 지각하지는 못했다. 예를 들어 짧은 시간 동안 몇 개의 기하학적 형태를 보여주었더니 대개 왼쪽 것만을 잘 말할 수 있지만, 그 전체 모습에 대한 동시적 지각을 거의 하지 못했다. 충분한 시간을 줄 경우에는 그림의 다른 모습도 알아볼 수 있었다. 단어를 보여주었더니 각각의 글자들만을 말할 수 있었고, 단어 전체를 읽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각 글자를 큰 소리로 읽어줄 경우 단어를 구성해 낼 수 있었고, 그 단어 전체를 알아볼 수도 있었다. 이런 결함은 시각 장애나 일반적 지적 저하 (intellectual deterioration) 를 동반하지 않으며, 동시적 형태 지각 (form perception) 에서만 나타난다.

(4 장에서 언급된) 데저린 (Déjerine 1892) 의 환자처럼 B.부인은 받아쓰기할 수 있지만, 써놓은 문장을 베끼거나 읽을 수 없었다. 킨스번과 워링턴의 주장에 따르면, 만약 오직 독서불능증 (alexia) 만을 겪는 다른 환자들에게 독서뿐 아니라 비언어적 형태 지각을 실험한다면, B.부인과 같이 동시적 형태 지각을 포함하여 더욱 일반적인 장애를 보여줄 것이다. 이 능력의 본성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설명이 앞으로 분명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이 임상 사례와 함께 이와 유사한 많은 다른 예들은 '제한된 뇌 영역' 에서의 '기능 특이성' 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체론적 가설을 꺾어버리고 말았다.

'뇌가 어느 정도 전문화되어 있다' 는 것은 임상 연구나 자극실험 연구를 통해서 분명히 드러나지만, 적어도 1950 년까지는 특정 영역에 대한 과제 특이성 (task - specificity) 이 '폐', '심장' 혹은 '신장' 과 같은 조립선 상의 분절 혹은 신체 특정 부분이 갖는 과제 기여 (task - dedication) 란 모델로 이해되진 않았다. 국소화주의자와 반 - 국소화주의자 사이의 치열한 논쟁은 대체로 '뇌가 어떻게 조직화되어 있기에, 특정한 손상에 대해서는 기능을 (부분적으로) 회복할 수 있지만 다른 손상에 대해서는 회복할 수 없는지, 그리고 신경 조직에서 "전문화" 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에 관한 문제로 옮겨갔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일차시각피질', '신체감각 피질', '운동대' (motor strip) 등에 관련지어 대답하기 어렵지만, '연합피질' (association cortex) 같은 중간 영역에 대해서는 더욱 대답하기 어렵다. 코완 (Cowan 1981) 은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요약했다.

우리들은 대부분 연합영역 (association area) 의 반응을 직접 실험하는 방법을 갖지 못한 것만이 아니다. 이런 영역들에 대해서 어떤 형태의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p.xviii)

대죄 조직과 상위기능의 관계를 밝혀내기 위하여 '임상 행동 연구' 를 포함하여 '신경발생학' (neuroembryology) 과 '신경해부학' (neuroanatomy) 등 많은 분야의 연구가 있었다. 나는 이 장에서 '임상 행동 연구' 에 초점을 맞추겠다.

가장 유력하고 흥미를 주는 분야는 '두 대뇌반구가 기능적으로 서로 다르게 전문화되어 있는지' 에 관한 연구이다. 이 연구는 중증 간질 환자에게서 대뇌반구를 연결하는 교련들 (commissures) 을 외과적을 절단함으로써 발견할 수 있었던 신경학적 사실들에 의해 고무되었다. 시술을 받은 환자들은 뇌 조직에 관한 소중한 정보를 제공했는데, 그들의 인지 활동에서 발견된 미묘한 분열 (disunity) 역시 '의식의 통일 (unity)', '자아의 통일', '조절' (control), '의도적 행동과 비의도적 행동이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등에 관한 철학적 문제를 제기하였다. 따라서 나는 5 장과 2 절과 3 절에서 측성화 (lateralization) 연구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4 절에서는 반구 내의 기능을 알아내는 연구방법들을 논의하고, 5 절에서는 '상위기능' 과 그 상위기능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에 대해 관련된 철학적 편견을 일소할 몇 가지 신경학적 자료들에 대해 간단히 요악하겠다.

2. 기능의 반구 측성화에 대한 분리뇌 (Split - Brain) 연구

연구방법

두 대뇌반구 사이의 가장 두드러진 연결은 '큰대뇌교련' (great cerebral commissure) 혹은 '뇌량' (corpus callosum) 이라는 (뉴런들 사이에) 정보를 전달하는 두꺼운 막이다. 그리고 추가 연결 교련으로 '전교련' (anterior commissure), '후교련' (posterior commissure), '고삐교련' (habenular commissure), '해마교련' (hippocampal commissure) 등이 있으며, 중뇌 (midbrain) 와 뇌간 (brain stem) 이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구조에 따른 정보전달 경로 역시 있을 것이다 (그림 5.1) (그림 2.7, 그림 3.2 참조).

그림 5.1  (a) 시상단면 (sagittal section) 에서 본 인간 뇌의 주요 반구간연결 (interhemispheric connections) 위치. (b) 반구간섬유 (interhemispheric fibers) 대부분이 두 반쪽 뇌의 상응 영역 (homologous area) 으로 연결된다. (c) 게다가 반구간섬유 대부분은 반대쪽 반구에서 나와서 피질 층판 (cortical laminae) 으로 연결된다. (Gazzaniga and LeDoux (1978). The Integrated Mind. New York : Plenum.)

임상적 상황은 다음과 같다. 약이 듣지 않을 정도로 중증인 환자들은 발작이 통렬하고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간질을 연구하는 신경학자들에게는 발작이 간질 병소 (epileptic focus) 에서 손상되지 않은 영역으로 확산되는 것으로 보였고, 그래서 만약 전기급성발작 (electrical storm) 이 간질성 반구에서 정상 반구로 퍼져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발작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뇌량을 절단하여 확산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과적 시술을 1940 년대에 반 바게넨 (William van Wagenen) 과 헤렌 (R. Yorke Herren) 이 최초로 시도하였는데, 임상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놀랍게도 환자에게 그다지 손상을 주지도 않았다. 반 바게넨은 항상 '전교련' 을 절단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언제나 뇌량을 모두 절단한 것은 아니다.

이 커다란 섬유 덩어리들이 뇌 내부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에 대해 부심하고 있었던 연구자들은 동물에서 뇌량절개 (callosal section)효과를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1950 년대에 도날드 마이어스 (Ronald Myers) 와 로저 스페리 (Roger Sperry) 는 고양이 뇌의 한 쪽 반구가 특정한 일을 수행하도록 훈련시키면서 다른 쪽 반구는 이것을 모르게 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들은 그 실험에서 교련만이 아니라 시신경 교차 (optic chiasm) 까지 절단했는데 (그림 5.2), 그렇게 해서 오른쪽 눈에 들어오는 모든 정보들이 왼쪽 반구로 가고, 그 반대로 왼쪽 눈에 들어오는 모든 정보들이 오른쪽 반구로 가도록 했다. 따라서 한 쪽 눈을 안대로 가림으로써 한 쪽 반구만 시각 자극에 반응하도록 했다. 이것은 놀라운 성과였는데, 이 사실은 '대뇌 쌍 (cerebral pair) 의 통일 (unity)' 된 반응이 '상위차원의 통합 원리' 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두 반구가 같은 정보를 받는지 못 받는지' 에 따른다는 것을 함축하는 것으로 보였으며, '진화는 왜 신경게에 두 인지처리시스템을 갖는 낭비를 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반 바게넨의 시술 과정을 개선하여 1960 년대에 조세프 보겐 (Joshph Bogen) 과 페터 보겔 (Peter Vogel) 은 간질 환자에 대한 교련절개 (commissurotomy) 를 다시 시도했으며, 이번에는 분명한 임상 효과를 보았다. 대략 20 명의 넘는 환자들에게 교련절개시술을 했으며, 이 시술에서 전교련은 물론 모든 뇌량이 제거되었다 (Bogen, Fisher, and Vogel 1965). 이 환자 집단은 캘리포니아기술재단의 스페리와 그 연구원들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그리고 치밀하게 연구되었다. 이 연구에 의하면 교련절개시술이 결정적이고도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으며, 나아가서 그 결과가 고양이에서 얻었던 초기 실험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이 방법을 1970 년대에 다트머스 의대 (Dartmouth Medical School) 의 도날드 월슨 (Donald Wilson) 은 조금 다르게 이용했다 (Wilson et al. 1977). 윌슨의 방법에서는 수술이 두 단계로 나누어 이뤄졌으며, 전교련은 그대로 남겨두었다. 이 실험군은 '동부 실험군' (Eastern series) 이라고 알려지게 되었다. 반면 (교련 전체를 제거한) 처음 실험군은 '캘리포니아 실험군' (California series) 혹은 '보겐 실험군' (Bogen series) 이라고 불렸다.

단절효과

위의 연구 성과로 인하여, (적절한 조건을 만들면) 두 반구의 인지 활동 사이에 명확한 단절을 확인할 수 있다는, 다시 말해서 각각의 반구는 자신만의 활동과 통일 혹은 온전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다. 반구의 단절효과가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지 그 실험 과정이 이미 잘 알려진 관계로 여기에서는 아주 요약된 설명만을 하겠다 (그림 5.2) (Gazzaniga and LeDoux 1978, Levy - Agresti and Sperry 1968, Sperry 1974).

그림 5.2  망막의 오른쪽 시각 영역의 정보는 대뇌 좌반구로 들어가고, 망막의 왼쪽 시각영역의 정보는 대뇌 우반구 로 들어간다. 각각의 눈에 보여준 정보는 양쪽 반구에 동일하게 투사된다. 정보가 오직 반구 한 쪽으로만 투사되도록 하기 위해서 피검자는 중심선을 응시하도록 하고, 시각자극은 순간적으로 주어졌다. (Gazzaniga and LeDoux (1978). The Integrated Mind. New York : Plenum.)

시각정보가 한 쪽 반구로만 보내지도록 실험 조건을 만들고, '그 정보가 다른 쪽 반구에서도 이용되는지' 알아보았다. 예를 들어 피검자는 중심점을 응시하고 대략 200 밀리 초 동안 한 쪽 망막 반시야 (visual hemifield) 로만 신호가 순간적으로 비춰지도록 순간노출기 (tachistoscope) 를 사용했다 (그림 5.3). 마이어스와 스페리의 고양이 실험과 달리, 이 환자는 온전한 시신경교차 (optic chiasma) 를 가지고 있어서 시각정보가 두 반구 모두로 갈 수 있으나, 신호를 한 쪽 망막 반시야에만 보여줌으로써 그 신호가 단지 실험자의 한 쪽 대뇌반구로만 들어가도록 했다.

그림 5.3  시각과 입체인지기능 (stereognostic functions) 이 측성화된 것을 알아보기 위한 기초 실험 장치. 이 실험에서 피검자는 시각적으로 우반구에 제시된 대상을 왼손으로 더듬어 집는다. (Gazzaniga and LeDoux (1978). The Integrated Mind. New York : Plenum.)

만약 단어 '스푼' (spoon) 을 우반구에만 순간적으로 비추고 피검자가 본 것을 말하도록 하면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고 대답하지만, 만약 왼손을 천 밑으로 넣어 보여준 대상을 더듬어 집어보라고 하면 보았던 것을 왼손으로 집는다. 분명히 '우반구' 가 본 것을 알고 있어서, 그 정보에 '왼손' 이 반응하는 것이다. 반면에 유창한 언어를 구사하게 하는 좌반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여, 피검자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고 대답한다.

다른 실험 (Lavy, Trevarthen and Sperry 1972) 에서 피검자가 중심점을 응시하도록 하고, 합성된 얼굴 (키메라 chimeric) 모습으로 순간적으로 비췄다. 일반적으로 그 피검자는 좌반구에 비쳐진 그림에 상응하는 대답을 했고, 피검자가 본 사람을 가리키라고 했을 때 (우측 혹은 좌측) 손으로 우반구에 비쳐진 그림에 상응하는 그림을 가리킬 수 있었다 (그림 5.4). 이 실험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불완전한 모습을 완전한 것으로 이해하는 완성 (completion) 현상 때문이다. 어떤 얼굴이나 모습의 반쪽만 각 반구로 전해지기만 해도, 각 반구는 불완전한 모습이 아닌) 전체의 완성된 모습을 본다. '어떻게' 그리고 '왜' 그림이 채워지는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림 5.4  두 반구에 의한 동시적 얼굴 지각 실험. 오른쪽 그림 : 분리뇌 피검자 (split - brain subject) 에게 나타난 카메라 자극 (chimeric stimulus) 투사를 나타낸 도식적 그림. 말로 가리켜보라고 할 경우 분리뇌 피검자는 2 번을 지적하지만, 왼손으로 가리키게 하면 보였던 얼굴이 7 번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어느 경우에도 보인 얼굴이 7 번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어느 경우에도 보인 얼굴이 전체 모습이라고 보고한다. (Levy, Trevarthen, and Sperry 1972)

그 단절효과 (disconnection effect) 를 연구하면서 연구자들은 반구의 다른 전문화에 대한 증거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다루기 전에 단절효과에 대해서 그리고 단절효과가 자아 통일 (unity of self) 과 조절 통일 (unity of control) 에 대해서 함축하고 있는 '암묵적 가정들' 을 간결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에 대해 '유일하고' '통일되며' '일관된' 자아 (self) 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역주 : 우리는 '자아' 를 어떻게 규명할 수 있겠는가? '나' 는 그리 길지 않은 검은 머리를 가지고 있고, 키는 보통 키에, 콧날은 비교적 오뚝한 편이고,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어디를 다녔고, 아무개의 아버지이고 등등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내 머리색을 파란색으로 염색하면 내가 아닌가? 만약 다른 학교를 다녔다면 내가 아닌가? 도대체 무엇이 나를 나이게 만드는가? 나의 '실체' 는 무엇인가? 이것은 전통적으로 서양 철학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던 실체 (substance) 에 관련된 문제이다.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le) 이래 '주어는 실체를 가리키고, 술어는 그 속성을 가리킨다' 는 믿음이 있어 왔다. 그런데 술어가 가리키는 속성들을 모두 제거하고 주어가 가리키는 것으로 무엇이 남겠는가? 이 점에서 칸트 (Kant) 는 "실체란 무 (無)  이다" 라는 대답을 내놓기도 했으며, 러셀 (Bertrand Russell) 은 '주어도 속성을 가리키는 술어에 불과하다' 는 생각에서 술어논리 (predicate logic) 를 발전시켰다 (박제윤. "기술이론에 있어서 존재론적 의미". 1988 참조). 또한 비트겐슈타인 (Wittgenstein) 은 실체에 관한 철학적 문제가 문법 형식에서 비롯된 허위 문제이므로,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궁금한 것은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이 무엇이며, 여러 속성들을 어떻게 통일하여 나로 인식할 수 있는지?' 의 질문이다. 패트리샤는 '나', 즉 '자아' 라는 개념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이제 신경과학적 실험 자료를 토대로 위 질문에 대한 해답을 보여줄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습적 개념 아래에 실상은 '다양하고' '분리될 수 있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이런 것들 사이의 정합성 (coherence) 은 어쩌면 '자아의 내재적 정합성' 보다는 '입력과 출력의 정합성' 이나 혹은 '해부학적 연결성' 과 연관성이 있는 듯하다. 이러한 가능성은 분리뇌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밝혀질 것이다. 척 보기에도 이런 생각은 놀랄 만하다.

분리뇌 피검자들의 독서 연구 (reading studies) 를 다시 생각해 보면 피검자들의 내적 생활 (inner life) 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래서 '만약 내 뇌가 양분된다면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길 것인가?' 와 같은 질문을 하게 한다. 분명히 이것은 신장을 제거하는 경우와는 다르겠지만,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교련절개시술을 받은 피검자에게 분명히 단절효과를 볼 수 있다. 분명히 그렇다. 그렇지만 관찰하기 어려운 관계로 불가피하게 다음과 같이 추론하기 쉽다. 우리들은 단지 하나를 가지고 있지만, 그 피검자들은 무언가 두 개를 가질 것 같다. 그렇지만 그 두 개가 무엇일까? 짐작컨대 '두 마음 (mind)' 일까, 아니면 '두 영혼 (soul)', 혹은 '두 자아 (self)', '두 인격 (person)', '두의식 센터 (center of consciousness)', '두 인지 센터 (,center of cognition)', '두 조절 센터 (center of control)', '두 의지 (will)' 아니면 무엇일까? 이런 범주들은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을까? 예를 들어 만약 하나 이상의 '인지 센터' 를 갖는다면, 하나 이상의 '조절 센터' 혹은 '의식 센터' 를 갖는 것을 의미하는가? 혹은 하나 이상의 '마음' 을 갖는 것일까? 온전한 뇌를 가진 우리들과 분리뇌 피검자들이 이런 것들 중에 어느 것을 갖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이런 질문에 대답할 충분한 이론체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며, 그 단절효과를 잘 설명하려면, 그 결과를 전 - 과학적 (prescientific : 미완된 과학적) 가정들에 억지로 맞추려 하기보다는 그 결과를 이해할 수 있게끔 뇌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들의 통속 심리학적 fork psychological 편견에 대한 수정 문제는 8 장과 9 장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이다.)

이원론자들은 이 문제를 해석하는 데에 특히 어려움을 가질 것이다. 왜냐하면 '단절효과' 와 자신들의 '마음' 이나 '영혼' 이란 개념, 즉 신경계와 인과관계를 갖는 '비물리적 실체' 를 어떻게 (일치시켜) 설명할 수 있을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어던 이원론자는 그 결과를 보고 이원론을 포기할 이유를 가질 수도 있지만, 만약 데카르트주의자의 개념을 포기할 수 없다면, 그는 그 '단절효과' 와 '마음이 비물리적 실체라는 자신의 가정' 을 일관성 있게 설명해 줄 해석을 찾아내야 한다. (유물론 materialism 과 이원론 dualism 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8 장에서 참조하라.)

이원론자들의 딜레마를 더욱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서, 이원론자 개념에서, 자아 (혹은 '마음' 또는 '당신이 가진 무엇') 가 내재적 통일 (intrinsic unity), 즉 뇌를 구성하는 해부학적 혹은 생리학적 조직에 의한 통일이 아닌, '정신적 실체의 본성에 기인하는 내재적 통일' 을 갖는다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 보자. 진정 그 (단절효과) 실험은 '뇌가 죽은 후에도 자아가 생존한다' 고 믿는 이원론자에게 중대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원론자의 주장에 따르면, 뇌는 완전히 못쓰게 되어 버릴 수 있지만 영혼이 불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원론자는 '해부학적 단절' 을 '자아 통일' 에 관련시키지 않기 위해서 궁리를 해서 "정상적으로 모든 사람은 두 마음을 갖는다" (Puccetti 1981) 거나 "양분된 뇌를 가진 환자라도 결코 하나 이상의 마음을 가질 수 없다" (Eccles 1977) 고 주장해야만 한다. 단적으로 말해서 두 대안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교련절개시술은 자아 통일에 대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 하여튼 어느 경우의 선택도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첫째 견해는 '개인의 두개골 (skull) 이 두 인격 (혹은 두 마음) 을 갖는다' 는 것을 함의하고 (entail) (역주 : 논리적 용어에 있어, 'p 가 q 를 함축한다 (imply)' 에서 '함축하다' 는 'p 가 q 의 의미를 담고 있다' 는 정도의 느슨한 의미로 사용되는 반면, 'p 가 q 를 함의한다 (entail)' 에서 '함의한다' 는 'p 로부터 q 가 연역된다' 는 논리적 엄밀성과 필연성을 갖는 의미로 사용된다. J. L. 오스턴. 김영진 역. 『말과 행위 ㅡ 오스턴의 언어철학, 의미론, 화용론』. 제 4 강의 참조.), 그러면 '하나의 자아는 자아가 아닌' 것이 된다. 둘째 견해는 '한 쪽 (우측) 반구의 능력과 복잡성을 경시하는' 것으로, 그래서 '다른 쪽 반구가 의식을 표현하는 특징을 갖게 되어', '두 반구 중에 하나 (우반구) 는 의식과 자기본위 (selfhood) 를 가질' 기대를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

하여튼 걱정되는 점은 몇몇의 분리뇌 환자들은 좌반구에서 언어 능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우반구에서 이해와 표현에 대한 더욱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다음 절 참조) 그 경우의 사례는 앞의 추측에 상반된 사례가 될 것이며, 그럼에도 '단지 좌반구만이 의식을 갖는다' 고 고집하는 것을 독단처럼 보인다. 이원론자들은 그 (분리뇌 환자들에 대한) 현상을 납득시키지 못하며, 마음의 본성이 비물리적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 어느 입장도 '우리의 상식체계가 이론적으로 너무 허술해서 교련분리효과에 대한 적절한 해석을 주지 못한다' 는 가능성을 인정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원론자들이 '상식 개념으로부터 그럴싸한 해석을 억지로 이끌어내려 한다' 는 것 역시 '상식 개념 체계가 실제로 얼마나 부적절하며', 마찬가지로 '이원론 자체가 얼마나 부적절한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단절 현상은 상식 (즉 우리들의 전통적 개념) 에 어울리지 않으며, 우리들의 확고한 해석을 내릴 수 있는 이론적 근거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증거가 될 것 같다. 게다가 이원론자들의 일부 해석들은 분명히 모호하며, 일부 추론들은 명백히 아둔해 보인다는 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것들' 보다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이 무엇인지 더 쉽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경우에도) 문법에 맞는 문장을 만들어내고 이해하는 경우의 과정처럼 '의식하지 못하는 (상당히 복잡하고 영리한) 인지과정' 이 있다는 (역주 : 우리는 문법에 맞게 문장을 구성하여 말을 하지만, 말을 하는 중에 그것을 의식하지는 못한다.) 충분한 증거가 많이 있다. 아주 똑똑한 (일을 척척해내는) 과정은 사색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추론할 수 없다.

"만약 인지 모듈 (modules) 이 둘이라면, 의식 센터도 둘이다."

다시 언급하지만 '말 못하는 어린아이', '귀머거리', '실어증' 그리고 '많은 동물들' 도 어느 정도 의식 (consciousness) 을 가지고 있다는 충분하고 분명한 증거가 있기 때문에 (Patricia S. Churchland 1983 )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다음과 같이 짐작해서는 안 된다.

"만약 x 가 언어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x 는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유기체가 의식을 가지기 위해서 혹은 유기체가 하나 이상의 의식 센터를 갖기 위해서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할까? 돌고래의 한 쪽 반구는 이따금 잠을 자는데, 이런 사실은 돌고래가 '조절', '의식' 혹은 '인지' 등의 센터를 우리보다 많이 가지고 있음을 의미할까? 분명히 인간도 자신의 믿음과 욕망을 이따금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자아 통일이 정보의 '완전한 연결' 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으며 (Stich 1978, Nisbett and Ross 1980), 그렇다면 자아의 통일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연결과 통합이 필요하겠는가? '분리뇌 환자들' 은 '분리된 개성을 가진 사람들' 과 그렇게 다른 것일까? '센터' 혹은 '모듈' (module) 을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이것은 (선험성에 상반된) '경험적' 으로 대답해야 할 질문인 것이다. ('의식' 이란 개념이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좀더 깊은 논의는 9 장을 참조하라.)

마음 - 뇌에 관해서 더 많이 알게 될 때까지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답은 조급한 마음이 들더라도 기다려야만 할 것 같다. 사실상 '마음', '자아', '인격', '영혼'  은 차치하고, '의식 센터' 혹은 '조절 센터' 란 개념들 마저 이론적으로 아주 잘못 규정된 까닭에, 우리들이 이런 것들을 무엇으로 여겨야 할지 알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인지', '의식', '주의' 등등에 관한 심리학적이고 신경과학적 이론이 없는 관계로 우리들은 본질적으로 '의식 센터' 혹은 '그 유사한 것' 을 추측으로만 인정할 뿐이다.

우리들이 인정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때까지 분리뇌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어떤 둘 중 하나를 우리들이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거나 확신 있게 말하지 말아야 한다. 마치 '혈액 성분' 에 관해서 그리고 '그 성분이 유기체들마다 어떻게 다른지' 에 대해서 설명할 이론을 갖기 전에 혈액형이 있음을 인정하려 드는 것은, 그리고 칸토 (Cantor) 이전에, 즉 건전한 집합이론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 이상의 무한집합이 있는지 어떤지 결정하려 드는 것은 허공에 대고 주먹질하는 것과 같다. 미래의 역사가들이 '지금 우리들이 분리뇌 피검자들이 수많은 자아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지 결정하려 드는 것은 허공에 대고 주먹질하는 것과 같다. 미래의 역사가들이 '지금 우리들이 분리뇌 피검자들이 수많은 자아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지 논란을 벌이는 것' 을 '과거 19 세기에 생물학자들이 생기 (vital spirit) 를 가지고 있는 것이 각각의 유기체인지 아니면 유기체 일부인지, 그리고 둘로 잘라진 지렁이 일부가 각자의 방향으로 꿈틀거리며 나아가서 각자의 생활을 살아갈 경우에 대해 논란을 벌이는 것' 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서 흥미롭게 바라볼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특별히 분리뇌 효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의식 센터' 와 '자아' 와 같은 우리의 친근한 개념들이 흔히 우리들이 짐작하는 것과 달리 경험적으로 정당화되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더 많은 논의를 다음에서 참조하라. Patricia S. Churchland 1983, Dennett 1978b, Griffin 1984 그리고 Puccetti 1981 에 대한 주석서.)

측성화에 대한 단서

만약 두 반구가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분리뇌 피검자들의 반구를 개별적으로 자극했을 경우 당연히 그 차이를 보여주는 증거들이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러면 '좌우 반구의 능력 차이' 가 무엇일지 그리고 '그 본성' 이 무엇일지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가능성에 대한 초기 연구 결과는 '좌반구는 우반구가 갖지 못한 언어적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우반구는 좌반구보다 상위의 특정한 비언어적 기술, 즉 면식 재인 (facial recognition) 과 공간조작 기술 (manipulospatial skills) 을 가지고 있다' 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전자와 유사한 후자의 가설이 참인 것처럼 보이지만, 연구가 진전됨에 따라서 문제가 훨씬 복잡하다는 것이 드러났으며, 새로운 방법들을 동원해서도 이론을 탄생시키지는 못했다. 이 두 가설 이외에 '두 반구들이 서로 다른 전문화를 갖는다' 는 생각을 지지하는 다른 주장들은 '연구방법', '통게적 분석', '집단표본', '해석' 등등에 대한 논란에 빠져들었다. 그런 중에 '우반구가 음악적 능력과 특정한 정서에 반응하도록 전문화되었다' 는 가설이 있다.

마찬가지로 분명하지 않은 몇 가지 가설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우반구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진 반면, 좌반구는  분석적이고, 따지기 좋아하고, 단조롭다' 는 가설이 있고, '동양 사상의 음양 (陰陽) 에 해당하는 나름의 신경 장소 (neural home) 가 좌우 반구에 있다' 는 가설이 있으며, '한 쪽 반구 (대개 좌반구) 가 다른 쪽 반구보다 초자아 (superego) 의 지배를 더 받는다" 는 가설도 있다. 공항 잡지매점에 전시된 책들중에는 '태만해진 반구에 기분 전환시켜 주는 치료목적의 운동' 을 설명하는 책도 있으며, '우반구가 주도권을 갖도록' 제의하는 책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측성화에 대한 가설들 중 가장 분명하고 그래서 그 연구 결과에 우리가 실질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가설, 즉 '언어적 기술은 좌반구에 측성화되어 있다' 는 가설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특별히 고안된 실험에서 '분리뇌 피검자는 두 반구의 언어수행이 비대칭적이다' 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특히 좌반구는 질문에 대해 말로 대답할 수 있게 하지만, 우반구는 그렇지 못했다 (Gazzaniga, Bogen, and Sperry 1962, Levy - Agesti ans Sperry 1968). 이런 사실은 '좌반구 손상' 과 '언어 결핍' 사이의 상호관계를 보여주는 신경학적 실험들을 확인시켜 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우반구 가 '발화의 운동조절' 에만 지장을 주는지, 아니면 더 넓게 '표현 능력' 에 지장을 주는지, 또는 언어를 '이해하고' 언어 표현을 '조작하는 능력' 에 지장을 주는지, 또는 언어로 '생각하는 능력' 에 지장을 주는지 또는 언어 '생성 (productive) 능력' 을 떨어뜨리는 더 깊은 의미로 규정될 어떤 능력' 에 지장을 주는지 등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있다. 마음속으로 언어로 생각할 경우에 좌반구에서 처리 (process) 되고 우반구에서는 처리되지 않는 것일까? 우반구는 어떤 면에서 언어의 기초 과정에 기여할까? 만약 우반구가 표상적 매개물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이용할까? 역할 분담에 대한 진화론적 근거가 무엇이며, 다른 동물도 언어수행에서 비대칭성을 보여줄까?

캘리포니아 실험군 (모든 교련을 단절한) 환자들에 대한 실험에서 그 어느 경우도 '말하기' 와 '쓰기' 능력이 우반구에서 나온다는 증거가 나오지 못했으므로, '우반구가 언어 표현 능력을 갖지 않는다' 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따라서 문제는 우반구 언어 이해의 본성과 범위이다. 캘리포니아 실험군의 피검자들은 매우 제한적이긴 하지만 우반구에서 중요한 언어 이해를 보여준다. 우반구는 '그림' 과 '단순하고 구체적인 명사' 를 연결 지었지만, '복잡한 명사나 동사' 에 대해서는 능력이 떨어졌다. 단어를 큰소리로 말했더니, 왼손으로 그 단어에 대응하는 사물을 집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증거를 들어서 틀림없이 우반구가 '지시한 일을 이해한 정도만큼이라도' 언어를 이해한다고 주장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 시각 실험은 언제나 '말로 설명하면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미소' 라는 글자 단어를 순간적으로 보여주었을 때 좌반구는 미소를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우반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로 '왼손으로 주먹을 쥐라고 하거나 왼팔을 들라고' 지시할 경우에는 따라할 수 있었다 (역주 : 좌측 손을 움직이는 것은 우반구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인 것이므로, 지시한 내용을 우반구가 이해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우반구는  이름을 '운율로 말하면', 그림을 맞추지 못했고, '단수' 와 '복수' 혹은 '과거' 와 '현재' 를 구분하지 못했으며, 다른 문장 (구문) 에서  '주어' 와 '목적어' 를 구별하지도 못했다. 한 이론에 따르면 우반구의 제한된 능력은 '우반구와 좌반구의 언어 이해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며, 이것은 '우반구가 시각 혹은 청각 자극과 질적으로 동일한 언어적 기호 (linguistic symbol) 를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Levy 1982).

우반구가 언어와 관련되어 있음을 부정하는 것은 너무 강한 주장이 ㄹ것이다. 왜냐하면 (우반구 지배를 받는) 왼손이 단어에 일치하는 사물을 가리키거나 집을 수 있으며, 우반구에 "원숭이가 무엇을 많이 먹지?" 라고 질문하면, 왼손이 플라스틱 과일이 들어 있는 가방을 뒤적여서 바나나를 끄집어내는 반응을 보인다. 하여튼 순간노출 실험방법이 좌반구에 유리한 방법이라서 실험 결과를 현혹시켰을 수 있으며, 따라서 우반구가 순간노출기 검사에서 보여준 것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자이델 (Zaidel 1975) 은 '만약 단어가 더 긴 시간동안 제시된다면 우반구의 이해 성취가 개선될 수 있을' 가능성을 실험했다. 그래서 그는 특별한 콘택트렌즈 (Z 렌즈) 를 고안했는데, 그 렌즈는 망막 절반에만 빛을 차단하여 망막반구 (hemifield) 의 반쪽에 대한 정보를 제한하고, 그래서 대뇌반구의 반쪽 정보도 제한하도록 고안되었다. 이 방법으로 자이델은 순간노출 실험방법보다 긴 시간 살펴볼 수 있도록 하면서도 한 쪽 대뇌반구의 시각자극을 차단할 수 있었다 (그림 5.5).

그림 5.5  Z 렌즈 실험장치는 환자들이 한 쪽 반구에 측성화된 시각영역을 갖도록 한다.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리고 다른 쪽 망막의 절반으로만 이미지 (image) 가 투사된다. (Springer and Deutsch (1981). Left Brain, Right Brain. W. H. Freeman and Co. Copyright © 1981. Adapted from Zaidel 1978.)

Z 렌즈에 의한 일련의 실험에 기초해서 자이델은 캘리포니아 실험군 (모든 교련을 단절한) 의 분리뇌 피검자 우반구에서 중요한 언어적 이해를 보고했다. 우반구에 살펴볼 시간을 주었더니 더 복잡한 이해 능력을 보여주었으며, 정상적 10 대들처럼 행동하였고, 글자를 모아서 단어를 만들 수 있었으며, 동사를 포함한 많은 단어들을 인식할 수도 있었다. (즉 동사와 행동에 대한 그림을 짝 맞출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우반구에 '미소' (smile) 라는 요구가 시각적으로 제시되었을 때, 전혀 '반응' 이 없었다. '파란색 원이나 붉은색 삼각형을 집으시오' 와 '녹색 원을 파란색 삼각형 위에 놓으시오' 와 같은 명령을 피검자들이 '수행' 하게 하는 구체적 사례 검사 (Token Test) 에 따르면, 구문수행 (syntactic performance) 에서 여전히 열등했다.

이 실험은 '언어 (언어 운동조절과 이해, 언어 과제) 는 좌반구에 측성화되어 있다' 는 이론을 상당히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일부 연구자들은 '언어 능력이 좌우 반구에 다양한 정도로 측성화되어 있으며, 좌반구가 언어 운동조절 능력에서 우월하긴 하지만, 이해력은 지금까지 생각해 온 것과 달리 더 많이 양분되어 있다' 는 이론을 선호하게 되었다. 어쩌면 오직 좌반구만이 운동조절에 관여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좌반구가 손상된 실어증 환자들이 이따금 선서문을 만할 수 있고, 잘 알고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며, 구절을 반복 암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실례로 한 직장과전문의 (proctologist) 가 있었는데, 그는 심한 실어증 환자이지만 이따금 장애 없이 조제약 H 의 사용에 반대하는 자신의 종교적 비평을 설교할 수 있었다. 그의 그런 언어수행의 '자동적' 본성은 그 언어수행이 '의도적' 언어처럼 보이기보다는 '반사적' 반응처럼 보인다는 것을 함축하지만, 이 시점에서 그런 주장을 강하게 하기에는 문제되는 것들이 허술하게 정의되어 있다.

자이델의 실험 결과는 첫 번째 연구가 증명해 보였던 것보다 우반구가 더 많은 언어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가리켜 주며, 이런 차이는 처음 실험에서 우반구의 수행 목록이 실험 절차를 위해 인위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말해 준다. 그러나 자이델의 실험도 결코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 과연 Z 렌즈 실험이 빛을 절대적으로 한 쪽 반구에만 제한하였는지 여부가 의문시된다. 더구나 자이델의 실험 결과는 본질적으로 단지 2 명의 분리뇌 환자 (L.B. 씨와 N.G. 씨) 에 근거하고 있으며, 가자니가 (Gazzaniga) 의 캘리포니아 실험군의 6 명 피검자들 중에 L.B. 씨와 N.G. 씨가 포함되었으며, 나머지 다른 네 환자들에게서는 우반구의 언어 기능에 대한 증거를 명백히 제시하지 못했다 (Gazzaniga 1983). 따라서 L.B. 씨와 N.G. 씨 표본을 가지고 일반화한 것은 잘못일 수 있으며, 더욱이 동부 실험군 (일부 교련을 단절한) 환자들에 대한 연구에서 28 명의 환자들 중 오직 3 명만이 우반구에서 언어 이해를 갖는 것으로 드러났다 (Gazzaniga 1983). 우반구의 언어 이해 능력에 대한 범위와 본성에 대한 문제는 점차 복잡해졌으며, 논쟁이 뜨거워졌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복잡한 문제들이 불거졌다. 피검자에게 문제가 명확하게 주어졌는지 여부에 대해 상세히 검토되었는데, 손 움직임에서 표준적인 반대측 (다른 쪽 contralateral) 조절은 물론 '동측 (같은 쪽 ipsilateral) 간섭' 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검자에게 '큰소리로' 지시가 전달되면, 양쪽 반구에서 받게 되고, 그러면 '좌반구가 왼손 움직임을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우반구의 언어 이해를 보여주었던 초기의 실험들은 아마도 자극을 제시하는 방법이 잘못되어 오해를 일으켰을 수 있다.

이런 잘못을 피하기 위한 기무라 (Kimura 1967) 의 청각자극을 이용한 방법은 바람직해 보였다. 청각계 (auditory system) 에는 각 귀로부터 반대측 반구로 가는 주요 투사경로가 있으며, 또한 작지만 동측 투사경로도 있다 (그림 3.7). 일상적으로 한 쪽 귀로 들어간 메시지 (message) 는 두 반구 모두로 전달된다. 기무라의 주장에 따르면, 각 귀로부터 전달된 메시지들이 서로 경쟁하기 때문에, 반대측 경로로 들어온 메시지는 통과되고, 동측 경로로 들어온 작은 메시지는 차단된다. 그러므로 청각 메시지가 한 쪽 반구에만 선별적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각 귀로 다른 메시지가 들어와야 한다. 이 실험 장치에서 피검자는 헤드폰을 쓰고 각 귀로 동시에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제시받는다. 각 귀로 경쟁하는 메시지를 제시하여 비대칭성을 시험하는 기무라 방법을 '이원청취' (dichotic listening) 라고 부른다.

비록 이 이론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이원청취 방법이 측성화연구에서 분리뇌 피검자는 물론 정상 피검자에 대해서도 폭넓게 이용되고 있긴 하지만, 이따금 '동측 메시지도 들어간다' 는 증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든 (Gordon 1980) 은 캘리포니아 실험군의 분리뇌 피검자에 대한 연구에서 왼쪽 귀에 이원적으로 제시된 명령이 좌반구에 도달하는 것을 발견했다. (종종 이 방법으로 얻은 결과에 대해 주의가 요망된다.)

우반구의 능력이 더욱 상세히 탐구됨에 따라, 분리뇌 피검자의 좌반구가 어떤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경우, 우반구는 "천장을 가리켜라" 와 같이 이원적으로 제시된 명령에 적절한 행동으로 반응을 보인다 (Gordon 1980) 는 것이 발견되었다. 서로 다른 명령을 두 반구로 보내는 한 실험에서 왼쪽 팔은 우반구가 시키는 대로 천장을 가리키는 행동을 했지만, 오른쪽 팔은 좌반구의 명령에 따라 테이블을 긁었다. 그래서 초기 실험에서 "미소 지어라" 는 요청에 우반구가 반응 못했던 것은 우반구가 '이해' 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운동 능력에 간여하는 뇌간 메커니즘 (brain stem mechanism) 에 좌반구의 조절과 같은 다른 요소들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추론될 수 있다.

우반구 손상 환자들에 대한 임상 연구는 '정상인의 경우 우반구가 언어에 관련해서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다' 는 가설에 대해서 단지 애매하게 지지할 뿐인데, 몇몇의 실험은 장애를 보고하고 있지만, 다른 실험에서는 '우반구 손상 환자' 와 '대조군' 사이 언어수행에서 어떤 뚜렷한 차이점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부 신경학자들 (Critchley 1962, Gainotti et al. 1983, Gardner et al. 1983) 은 상당히 섬세한 실험을 통해서 우반구 손상 환자들에서 뚜렷한 언어 장애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환자들은 분명하게 대화에서 자발성 (spontaneity) 이 감소하며, 적당한 단어를 찾는 데에서 주저함과 막힘을 보이고, 정의하고 풀어 쓰는 일에 곤란을 보인다. 더구나 농담의 요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갖고, 은유와 이중의 뜻을 갖는 말에 둔감하며, 우화를 요약하거나 간단한 이야기를 말하는 데 곤란을 겪는다. (Myers and Linebaugh 1981 참조) 반면에 이와 대비되는 브룩쉬어와 니콜라스 (Brookshire and Nicholas 1984) 의 실험에서는 우반구 손상 환자들이 대조군과 같이 문단의 논점을 잘 요약해 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반구 손상 환자들이 보여준 언어 장애는 좌반구 손상 환자들이 보여준 장애와 분명히 같지는 않으며, 이런 임상적 상황이 더 잘 정의될 때까지 '언어가 엄격히 좌반구의 작용이다' 는 주장은 미뤄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우반구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명하지 않은 것처럼, 정확히 어떤 인지적 (cognitive), 하부인지적인 (subcognitive) 기능들이 언어수행을 지원하며, 그 기능들의 장애에 대해서 우리가 무엇을 실험해야 할지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언어 이론' 은 '인간들이 넓은 범위의 언어적, 인지적 성취를 얻어냄으로써' (우반구와 좌반구에 대한 좀더 깊은 능력을 규정하게 될 기녑비적 성과가 나타나기 전에) 쇠퇴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Gardner et al. 1983 참조.)

비록 드물긴 하지만 성인에 대한 좌반구절제술 (left hemispherectomy) 이 종양을 치료할 목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시술에 대한 첫번째 보고에서 졸링거 (Zollinger 1935) 는 좌반구절제술을 받은 환자가 언어수행을 다소 회복하였고 말 지시에 따를 수 있었다는 관찰을 보고했다. 보다 최근에 버클룬드와 스미스 (Burklund and Smith 1977) 는 2 명의 오른손잡이 환자에게 좌반구절제술을 시행하였는데, 그 환자들은 종양이 우반구에 침투하여 사망할 때까지 언어 능력이 꾸준히 점진적으로 증가하였다. 이 두 환자 모두 언어 능력에서 아주 비슷하고 분명한 회복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한 환자는 수술 후 한 달이 지나서 "네" 와 "아니오" 라고 적절하게 대답할 수 있으며, 간호원에게 "성냥 있어요?" 라고 질문을 하기도 했다. 수술 후 5 개월에는 셈이나 주중에 날짜를 세는 데에 틀리지 않았고, 8 개의 문장을 완성해서 단지 두 문장만 틀렸다. 그는 자발적으로 언어를 이끌어내는 (자발성) 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다른 언어 능력들은 놀랄 만했다.

명백히 그런 환자들에게 우반구는 무언증 (alinguistic) 은 물론 벙어리도 아니었으며, (2 년 이상 생존하지 못했지만) 그 언어 회복 모습을 보면 언어 능력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게 했다. 이런 실험 자료들이 좌반구 손상에 대한 신경학적 자료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설명이 요구되었다. 스미스 (Smith 1966, 1972) 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좌우 반구 모두 온전할 경우 좌반구가 지배와 조절을 담당하고 우반구는 언어를 억제하도록 서로 복잡한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이런 관계는 좌반구 조직 (tissue) 이 있는 한에서는 지속되지만, 좌반구절제술 혹은 뇌량절제수술을 받게 되면 그 효과가 감소하거나 소멸하여, 우반구가 언어수행에 어느 정도 참여하게 된다. 스미스의 가설은 처음에 전통적 의견에 의해 조롱거리가 되었지만, 현재에는 시험해 볼 만한 가설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Sperry 1982).

"브로카 영역이 손상되면 언어를 완전히 상실한다" 는 낡아빠진 격언은 모어 (Mohr 1973) 와 장윌 (Zangwill 1975) 의 임상적 관찰에 의해 의심받게 되었다. 그들은 브로카 영역을 포함한 조직이 외과적으로 절제된 몇 명의 성인 환자들에게서도 특이한 언어 능력을 보았다. 그 환자들은 모두 오른손잡이였다. 대략 수술 후 한 달이 지나 그들은 말도 잘하고 질문에 대답도 하였다. "난쟁이가 무엇입니까?" 라고 질문하면, 한 환자는 "어린이는 계속 성장하여 정상적인 어른이 되며, 난쟁이도 성장한 어른이 될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Zangwill 1975). 다른 관점에서 보면, 피검자들은 종양이 커지기 전에 양쪽 반구에 (양측성) 언어표상 (bilateral language representation) 을 가졌던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있으며, 어이없게도 의사들은 자신들이 어떤 신경 영역을 제거했는지 잘못 파악했을 수도 있다. 이런 사례들은 분명히 '브로카 영역의 손상이 브로카 실어증을 일으킨다' 는 가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만, 언어기능이 좌반구의 다른 영역에서 담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반구 언어 능력에 대한 증거는 되지 못한다.

분리뇌 실험에 대한 표준적 설명은 자연히 예외 사례와 여러 편차에 의해 얼룩지지 않은 깔끔한 선물꾸러미, 즉 명확한 자료목록과 방법론 그리고 병력 (personal histories) 을 내보이려고 고군분투한다. 따라서 시골 농산물들이 상점의 진열장에 옮겨질 때에 으레 지방색이 빠지듯이, (실험 결과로부터 이론을 이끌어내는) 실제 연구에서는 (이론에) 부적절한 실험 결과들이 언제나 무시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가자니가 (Gazzaniga) 의 20 년 회고록 (1983) 에서, 그리고 스페리 (Sperry) 가 노벨상 수상연설 (1982) 에서 인정했던 것처럼, 실제로 분리뇌 피검자들의 능력들에 실질적으로 개별적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 설명에서는 크게 언급되지 않았다. 그들은 일반화 (generalization) 를 찾았던 까닭에 연구자들은 개별적 차이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지만, 분명히 차이는 있었다. 표준적 설명은 '분리뇌 환자들 대부분이 우반구에 제시된 자극은 물론, 심지어 단순한 지각 짝 맞추기 검사 (perceptual matching test) 에서조차 전혀 어떤 실질적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는 사실을 빠뜨리고 있었다. 다른 피검자들 (졸링거 환자들) 은 다소 미숙한 언어 이해를 할 수 있었으며, 게다가 어떤 환자들 (장윌의 환자들) 은 숙달된 정도라고 할 만한 이해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게다가 그 표본의 크기는 작고 (즉 불과 몇 명의 피검자를 실험하고 일반화했으며), 모든 분리뇌 피검자들은 신경학적 병리 (neurological pathology) 인 간질병을 앓고 있었다.

더구나 "우반구가 더 많은 언어 능력을 가질수록 공간조작 수행 (manipulospatial tasks) 과 같은 다른 일도 더 잘한다" (Gazzaniga and Smylie 1984) 는 충분한 증거도 보고되었다. 단순한 짝 맞추기 검사에서조차 어떤 언어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는 환자들은 우반구가 '구성적이고 공간적인 수행' 에서 (좌반구보다) 우월하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 환자들은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으며, 결국 우반구 무반응 피검자들은 심도 있는 연구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들이 비전형적 (실험 표본) 인 때문일까? 그렇지만 어느 피검자가 전형적 모습인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동부 실험군 (Eastern series) 의 두 환자는 우반구가 언어 '이해' 뿐만이 아니라 '표현' 에 대해서도 놀라울 정도의 정교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Gazzaniga and LeDoux 1978, Gazzaniga 1983). 그들은 이런 점에서 특이하며, '어려서 일어난' 좌반구 신경학적 손상이 양측에서의 언어 표상 능력을 가지게 하였고, 따라서 전형적이 아니라고 여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리뇌 피검자 P.S. 씨와 V.P. 씨에 대한 연구를 살펴봄으로써 도움을 줄 만한 두 가지 질문이 있다. 첫째는 '우반구가 일으킨 행동에 대해 좌반구가 어떻게 일관성 있게 설명하고 협력할 수 있는지' 하는 의문이고, 둘째는 '우반구가 언어 능력을 발휘할 때 인지 능력까지 갖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다.

분리뇌 환자의 좌반구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좌반구가 접속할 수 없는) 우반구가 의도한 행동에 대해서 (행동 이전이든 이후든) 어떻게 생각할까? 그 대답은 아주 흥미로운데, 좌반구가 자신에 의해 일어나지 않은 행동을 보고, 그것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어리둥절해 하거나,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꾸며내는 '의식 과정' 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좌반구는 자신의 사물에 대한 도식 (scheme of things) 만으로 그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의식적 당황함이 없이 정합적 (cohernet) 이고 납득할 만한 설명을 진지하게 해냈다. 다음의 예를 생각해 보라.

'눈이 쌓인 장면 사진' 을 '우반구' 에 순간적으로 보여주고, '닭발 사진' 을 '좌반구' 에 순간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런 다음에 여러 사진들을 피검자 앞에 늘어놓고 순간적으로 보았던 그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진 한 장을 각각의 손으로 고르도록 했다 (그림 5.6). 이 실험에서 P.S. 씨는 '왼손' 으로 눈이 쌓인 장면에 어울리는 것으로 삽을 골랐으며, '오른손' 으로는 닭발에 어울리는 것으로 닭 머리를 골랐다. 그 선택한 이유를 설명해 보도록 했더니, 언어에 더 능숙한 반구 (좌반구) 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간단해요. 닭발은 닭과 어울리고, 닭 우리를 청소하려면 삽이 필요하거든요." (역주 : 우반구에 보여준 '눈이 쌓인 장면 사진에 대한 설명은 제외되었다. 다시 말해서 '눈을 치우는 데 삽이 적당하다' 고 대답하지 않았다.) 좌반구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자료를 이용하여 왼손 행동의 의미를 만들었는데, 그 반응은 자연스럽고 정합적이었다.

그림 5.6  동시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인지적 일을 각 반구에 하나씩 따로 제시하는 데 이용된 방법. 좌반구는 본 것 (닭발) 을 짝맞추도록 요청되고, 반면에 우측 반구는 본 것 (눈이 내린 장면) 에 대해 짝맞추도록 했다. 각각의 반구가 반응한 후에 피검자에게 그 행동을 설명하도록 했다. (Gazzaniga and LeDoux (1979). The Integrated Mind. New York : Plenum)

P.S. 씨는 자신의 수술을 알았고, 따라서 자신의 반구가 분리되어서 서로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그의 좌반구 내지 어쩌면 그의 우반구까지도 이런 것들을 알고 있었다고 해두자. 그렇지만 좌반구가 "왼손이 무엇을 하는지는 내 책임이 아니다", "우반구가 왼손을 조절한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내가 왜 삽으로 왼손을 뻗었는지 모르겠다" 라는 식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시하라. 좌반구는 왼손의 행동이 마치 자신에 의해 일어난 듯이 반응한다.

따라서 놀라운 점은 P.S. 씨의 좌반구가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왼손의 행동' 을 '우반구가 행동한 무엇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우반구의 능력에 대해서 알려주어도 좌반구는 그 행동을 설명하는 데에서 마치 '그 행동이 좌반구 혼자서 의도한 무엇으로' 주장한다. 경우에 따라서 좌반구는 우반구에 의해 동기화된 행동을 자신의 '사물에 대한 도식' 으로 통일해 낸다. (더 많은 예외 논의는 Gazzaniga 1986 에서 참조하라.)

이런 꾸며댐은 자연스럽고, 혼란을 주지 않으며, 적절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으며, 그 피검자가 의식적으로 꿰어 맞추고 있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 다른 교련절개시술 피검자들도 꾸며댐으로써 역설을 해소하려는 강한 경향을 보여준다 (Gazzaniga 1983 and 1985). 이것은 뇌가 자신 세계의 의미를 만들기 위해 이용하는 이론체계에 어긋나는 이상한 자료나 이상한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신체일부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행동한다' 는 자료는 좀더 그럴싸한 가설을 추구하는 건강한 뇌에 의해서 언제나 거절될 것이다. 앞뒤가 안맞는 생각은 '뇌의 세계 표상시스템' 내에서 설자리를 얻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뇌가 세계를 구성하는 기초 원리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인데, 그런 표상을 받아들이게 되면 참담한 파멸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역주 : 만약 유기체가 자신의 관찰에 대해서 일관성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다면, 그 유기체는 생존에 필요한 이론적 배경 지식을 갖지 못함으로써 자연에서 도태될 것이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아마도 뇌가 하는 그 어떤 일 못지않은 기초적인 기능일 것이며, 표상 시스템의 본성과 그 구성 원리들은 경험적으로 탐구될 수 있다 (Gardner et al. 1983). 더구나 전혀 다른 분야의 실험을 살펴보면 '선택', '기분', '판단' 등등에 대한 설명은 '대부분' 내성 (introspection) 에 의해 이루어지기보다는 이론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증거가 나타났다 (Nisbett and Ross 1980). 흥미롭고 고무적인 사실은 '분리뇌 환자들에 대한 연구 결과', '사회심리학의 연구 결과' 그리고 '수정 유물론 (revisionary materialism) 을 제시하는 철학적 이론' 이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Patrica Churchland 1983).

하나의 관심은 다른 관심을 유발한다. 분리뇌 연구의 진정한 가치는 그 연구가 '뇌의 해부학적 조직 (anatomical organization) 을 밝혀 줄'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뇌의 인지적 조직 (cognitive organization) 을 밝혀 줄' 것이라는 기대에 있다. 결국 (뇌졸증 환자, 와다 검사 Wada tests (5 장 3 절 참조) 등의) '신경학적 연구' 는 측성화에 관한 분리뇌 연구만큼 많은 것들을 알려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분리뇌 환자들에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언어 능력이 우반구의 인지 능력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지금까지의 증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Gazzaniga and Smylie 1984), '두반구들이 정보처리 자료를 두고 서로 서로 경쟁하는가' (그런 것 같다. Holtzman and Gazzaniga 1982), '정보에 대한 뇌량병렬 전달 (paracallosal transfer) 이 있는가, 있다면 그 특성이 무엇인가' (있다고 생각하며 아주 간단한 것 같다), '반구의 더 심층적인 능력이 무엇일까' 그리고 '주의, 기억 등등의 본성은 실제로 무엇인가' 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분리뇌 연구로부터 얻은 결과들에 대해 산뜻하고 간결한 결론을 내리고 싶지만, 그 복잡함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측성화와 관련하여 분리뇌 연구와 관련된 신경학적 연구로부터 나타난 가장 무난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좌반구' 는 '언어운동조절' 이 뛰어나며 일반적으로 '우반구' 보다 '이해' 에 있어서 탁월하다. 우반구는 '공간조절수행' 에서 좌반구를 능가한다. 좌반구는 언어에 대해 측성화되어 있는가? 그 대답은 '측성화되었다' 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달려 있다 (Allen 1983 참조). 만약 그 의미를 단지 '많은 뇌에서 좌반구가 우반구보다 언어수행에서 뛰어나다' 라고 규정한다면, 언어는 정말로 좌반구에 측성화되어 있다. 만약 그 의미가 '우반구가 언어 능력에서 결코 중요하지 않다' 거나 '우반구가 정상적인 언어처리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또는 '좌반구의 신경조직이 언어 능력을 위해 전문화 되었지만, 우반구의 신경조직은 그렇지 않다' 라고 규정된다면, 그 주장은 아직 미결 (sub judice) 이다. 뇌 탐구에서 눈에 띄는 자료들과 기술들이 풍부하지만, 정확하게 그것들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는 심히 혼란스런 상태이다.

3. 반구 측성화에 대한 신경심리학적 연구방법

와다 검사 (Wada test, 아미탈 실어증 검사 Amytal aphasia test)

수술에 앞서 말의 운동조절이 어느 쪽에 측성화되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와다 (J. Wada) 는 좌측이나 우측의 경동맥 (carotid artery) 에 바르비투르산 소듐 아미탈 (barbiturate sodium amytal : 마취제) 을 주사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참고로 좌경동맥은 좌반구에 혈액을 공급하고 우경동맥은 우반구에 혈액을 공급한다. (그림 4.2, 그림 4.3). 그 약물은 신경활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며, 따라서 한 번에 한 쪽 반구에만 선별적으로 약을 투여함으로써, 한 쪽 반구만 마취시키고 다른 쪽 반구는 활동 상태에 있게 할 수 있었다 (Wada 1949, Wada and Rasmussen 1960).

와다 검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한 쪽 경동맥 속으로 주사바늘을 삽입한 상태에서, 환자는 두 팔을 들게 하고, 100 부터 거꾸로 셋씩 줄이면서 수를 세는 언어수행 (verbal task) 을 하게 한다. 약물이 경동맥 안으로 투여됨에 따라서 비 - 활동적이 되는 반구의 반대측 팔이 내려오고, 말이 중단되는 것은 그 반구가 운동조절을 지배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로 생각되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오른손잡이이고 아미탈 (amytal) 이 좌경동맥에 주사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좌반구의 활동이 억제되고, 오른팔이 내려가면서 틀림없이 말이 중단될 것이다. 그때에 환자에게 노래를 흥얼거리도록 하거나, 판별을 하도록, 혹은 우반구의 능력이라고 판단된 어떤 종류의 말을 시켜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검사 방법을 발전시킨 몬트리올 신경학 연구소 (Montreal Neurological Institute) 의 관찰에 따르면, 오른손잡이의 약 90 퍼센트와 왼손잡이의 70 퍼센트는 좌반구가 측성화되어 말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 나머지 무리들 중 일부는 좌반구가 측성화되어 말을 하였으며, 일부 왼손잡이들은 양측성 운동조절로 말을 하는 등 뒤섞여 있었다 (Rasmussen and Milner 1977). 그 집단에 대한 검사 결과를 막연하게 일반화하기 전에 이 모든 검사는 신경학적 환자인 간질병 환자에 대해서만 이루어졌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와다 검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나트륨 아미탈이 두 반구 각각의 능력을 탐구하는 완벽한 방법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데, 그 검사 방법이 마치 취소할 수 있는 대뇌반구절제술 (hemispherectomy)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오해이다. 비록 그 검사가 소중한 임상적 도구이며 정확한 이론적 자료를 제공하긴 하지만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약물과 검사 절차상의 위험 때문에 검사는 가능한 짧게, 즉 검사 대상인 환자들의 위험에 상응하는 정보를 얻는 정도에서 멈추어야만 한다. 짧은 시간 동안 무언가 더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검사 시간은 대개 2 분에서 6 분을 넘지 말아야 했다. 이 말은 곧 우반구의 미묘한 언어 이해에 대해 구체적인 검사가 가능하지 않음을 뜻한다. "어느 반구가 말의 운동조절을 지배하는가?" 와 같은 엉성한 의문에 대한 대답을 얻어낼 수는 있겠지만, 더 긴 검사 시간이 필요한 정교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얻어낼 수 없었다.

검사 과정의 위험을 의식하지 못했던 나는 한때 내 좌경동맥에 와다 검사를 하는 것이 가능한지 물었던 적이 있다. 내 목적은 단순했는데, '비 - 활동 좌반구를 갖는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알고 싶었고, 단지 우반구 활동만으로도 여전히 '앎', '경험', '사고' 등등을 가질 수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우반구가 잠시 벙어리가 되긴 하겠지만, 일단 아미탈이 소멸되고 나면, 우반구는 좌반구로 기억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검사 동안에 내 의식 상태에 관련해서 "예" 혹은 "아니오" 로 대답될 질문, 예를 들어 "당신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아느냐?" 라는 질문이 제시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많은 신경학자들에 따르면 나의 그런 계획은 무모한 것이었다. 첫째, 단지 과학 발전을 위해 정상인에게 실험하기에는 검사 과정이 위험하다고 한다. 드물게 경동맥 벽에서 조각이 떨어져 나와 혈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검사 동안 내가 어떤 상태였을지 나중에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들었는데, 전형적으로 환자들은 어느 반구가 억제되든 상관없이 검사 중에 일어난 일에 대해 어리둥절해하고 거의 회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코브 (Bryan Kolb) 의 설명에 따르면, 환자들은 질문에 대해 횡설수설하는 경향이 있으며, 한 쪽 팔이 마비되는 것과 같은 뚜렷한 것들조차 회상해 내지 못했다. 심지어 그 검사 동안의 기분과 느낌에 대한 설명도 연구자들이 관찰한 행동과 일치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검사 동안에 눈물을 찔끔거리고 두려워했던 사람이 행복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환자들이 회상하는 것이 거의 없으므로) 그것을 분명히 설명하긴 어렵겠지만, "좌반구에 대한 검사가 우반구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는 내 가정은 분명히 소박한 것이었다. 일부 환자들에게서는 아미탈이 다른 반구로 약간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환자들 중 약 절반은 혈관조형술 (angiography : 방삿선 비 - 투과성 염료를 주사하여 혈관시스템 vascular system 을 추적하는 방법) 에서 혈관교차경로를 가지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환자들도 아미탈이 다른 반구로 소량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와다 검사를 받는 것은 상당히 혼란스럽고 회상하지 못하는 점에서 갑자기 심하게 취하는 경우와 거의 유사하다. 더구나 실험 동안에 우반구가 획득한 정보를 좌반구에 전해진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는 (뇌 전체 혹은 각각의 반구가 세계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이용하는) 통일 원리에 매우 안 맞는 것이어서, 좌반구는 (분리뇌 환자의 좌반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그 일치하지 않는 정보들을 통합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일치하지 않는 자료들을 거부하거나 횡설수설하게 된다.

그 연구가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와다 검사를 이용한 다른 일련의 실험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잇다. 킨스번 (Kinsbourne 1971) 은 오른손잡이 실어증 환자 3 명이 어느 정도 잔여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대해서 보고했다. 예를 들어 첫째 환자는 하나의 단어를 말하거나 사물의 이름을 말할 수 있었고, 둘째 환자는 큰소리로 읽을 수 있었으며, 셋째 환자는 자기가 들은 단어를 따라서 말할 수 있었다. 이런 환자들에게 와다 검사를 했더니, 잔여 언어 능력을 위한 운동조절은 명백히 우반구의 능력에 의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우측 경동맥에 아미탈을 주사한 경우 말과 발음이 완전히 멈추었지만, 좌측 경동맥에 주사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정상 뇌에 대한 연구

임상 연구를 통해서 만들어진 가설들을 보완할 목적으로 신경심리학자들은 신경학적으로 정상인 피검자들의 뇌에서 기능적 비대칭성 (functional asymmetry) 을 탐구할 방법을 고안하려 했다. 적절한 실험 방법을 찾는 문제는 그렇게 만만치 않았는데, 왜냐하면 온전한 뇌량이 한 반구로부터 다른 쪽 반구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실험 목적을 방해할 것이 뻔한데도, 자극이 한 쪽 반구에만 나타나도록 측성화하는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측성화된 순간노출에서 (피검자는 중심점에 시선을 고정하고, 한 쪽 혹은 다른 쪽 망막반구에 200 밀리초보다 짧은 자극이 순간적으로 제시되었더니) 정상적인 피검자들은 '수행 비대칭성' 9performance asymmetry) 을 보여주었다. 특별히 오른쪽 시각 망막반구 (visual hemifield) 에 순간적으로 제시된 단어들은 왼쪽 시각 망막반구에 순간적으로 제시된 단어들보다 더 잘 알아보는 것 같았다.

이 실험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생각을 추론하게 되었다. '직접 자극된' 반구는 '뇌량을 경유하여 좌반구가 '수행 비대칭성' 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직접 자극된 반구가 왜 유리한지는 아직 설명되지 않고 있지만, 수행 비대칭성은 명백히 확고한 현상이며, 순간노출 실험방법은 지금도 뇌 기능의 비대칭성을 알아보기 위해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수행 비대칭성에 기초해서 정당화된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더 많은 수행 비대칭성들이 반구 기능의 비대칭성을 반영할 것으로 짐작되었다. 언어 능력에 대한 비대칭성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으로 단어들이 순간적으로 제시되었고, 비언어적 수행에서 비대칭성을 알아보기 위해 얼굴 사진과 점이나 모양들의 배열들이 이용되었다. 전체적으로 후자가 전자보다 비대칭성을 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원청취 형태 (dichotic listening configuration) 역시 정상인 피검자들에게 폭넓게 이용되어 왔다 (Kimura 1967). 그 배경 이론은 다음과 같다. 실험 항목들을 두 귀에 동시에 제시하면 반대측 반구로 들어가고 (동측 통로 ipsilateral channel 는 더 적게 억제된다. 5 장 2 절 참조), 직접 정보를 받은 반구는 간접으로 정보를 받는 반구보다 어느 정도 유리할 것이다.

이 경우에 대해서도 앞서와 같이 추론해 볼 수 있다. 왼쪽 귀로 들려온 언어자극은 오른쪽 귀로 들려온 언어자극보다 명확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그 자극은 (거의 한 쪽 반구에만 전달되는 정도로) 측성화 효과를 갖는다고 짐작할 수 있다. 만약 단어들이 두 귀에 동시에 제시되면, 대부분의 오른손잡이 피검자들은 왼쪽으로 제시된 단어들보다 오른쪽으로 제시된 단어들을 더 잘 알 것이다. 이것을 '우측청각우세' (right ear advantage : REA) 라고 한다. 아마 멜로디 (melodies) 에 대해서는 좌측청각우세 (left ear advantage : LEA) 를 보일 것이다. 수행비대칭성 때문에 틀림없이 직접 정보를 받는 것이 선호될 것이며, 그래서 만약 반구가 직접 받은 정보에 익숙해지면, 수행 비대칭성이 발생할 것이다. 결국 그 실험방법 뒤에 이와 같은 이론이 있었다.

측성화된 순간노출 제시와 이원청취검사는, 비록 다른 실험방법들도 있었지만, 정상적인 뇌 기능 측성화를 연구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이원청취검사는 다른 사물들을 피검자 손에 올려놓고, 나중에 그 사물들을 시각적으로 알아보게 하는 실험으로 발전했다 (Witelson 1976). 그 검사에서 왼쪽 손이 우월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자. 그런데 이런 실험방법이 얼마나 유용하며, 그래서 이 실험방법이 뇌에 대해 무엇을 보여줄까?

가장 좋은 실험방법들조차 심각한 문제점들로 인해서 혼란을 주는 데, 그 중 몇 가지를 여기에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스프링거와 더취 (Springer and Deutsch 1981) 가 지적한 바에 따르면, 와다 검사는 오른손잡이의 약 95 퍼센트 언어 산출이 좌반구에 측성화되었으며, 그들의 약 80 퍼센트만이 우측청각우세를 보여주었고, 70 퍼센트는 우측시각영역우세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우측청각우세 (REA) 의 개별 피검자가 오른쪽 귀에 제시된 모든 단어들을 정확하게 알거나, 왼쪽 귀에 제시된 경우에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그와 달리 그 피검자는 오른쪽 귀에 제시된 단어 중 약 75 퍼센트를 올바르게 알아보고, 왼쪽 귀에 제시된 단어 중 약 50 퍼센트를 알아보았다 (Berlin 1977). 따라서 '우세함' 이란 통계적인 것이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왼쪽 귀로 들어온 단어들을 알아보았을 때 이것이 우반구의 이해로 해석될 수 없으며, 대신에 뇌량을 가로질러 정보의 전달이 이루어졌다고도 설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해석상의 유연성은 그 실험방법에 대한 정당성을 위태롭게 할 것 같다. 더구나 비록 순간노출검사와 이원청취검사 결과가 동일한 능력을 측정하게끔 의도되었더라도, 두 검사 결과가 서로 관련되었다고 할 수 없다. 오른손잡이 대부분은 우측청각우세보다 좌측청각우세를 보여주며, 일부는 우측시각영역보다 좌측시각영역에서 단어를 더 잘 알아본다. 한 사람의 피검자에 대한 개별 실험 결과도 안정적이지 않은데, 이런 사실에 상응해서 뇌가 불안정한 조직을 갖는다고 일반적으로 이해되진 않겠지만, 피검자가 한 주일은 우측청각우세를 보여주고 다음 주일은 좌측청각우세를 보여줄 수도 있다.

신경학적으로 온전한 피검자의 행동연구에만 매달림으로써 신경학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뇌 조직에 관한 가설을 세우는 것은 특히 위험하다. 예를 들어 1976 년 레비 (Levy) 와 리이드 (Reid) 는 논문에서 "왼손잡이 사람들의 필기 자세를 보면 어느 반구가 언어를 지배하는지 알 수 있다" 는 주장을 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몇몇 왼손잡이 피검자들은 '역필기자세' (inverted handwriting posture) 를 취했으며 (이 경우 연필을 쥔 왼손이 오른손과 같은 방향을 취하기 위해 갈고리 모양을 한다), 일부는 '바른필기자세' (straight posture) 를 취했다. 이 가설에 따르면, 바른필기자세를 한 피검자들은 언어가 우반구에 측성화되며, 역필기자세를 한 피검자들은 언어가 좌반구에 측성화된다는 것이다. 다른 측성화 목록들에 이용된 (왼손잡이이면서 온전한 신경계를 가진) 피검자들에 대한 행동 연구들이 이 가설에 동참할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후커들' (hookers) 은 '우측청각우세' 이기 쉽고, '푸쉬어들' (pushers) 은 '좌측청각우세' 이기 쉽다 (역주 : 럭비 경기에서 선수들의 포지션에 따라 부르는 호칭으로, 뒤에서 미는 역할을 담당하는 '미는' (푸쉬어) 선수들과 그 뒤에서 '공을 받아서 발로 차는' (후커) 선수들이 있다.). 관련 연구들 사이의 상호관계는 인상적이며 (그렇지만 McKeever 1979 를 참조하라), 강건하고 신뢰할 만한 규칙성이 발견된 듯이 보였다. 그 결과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행동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개체군을 분류하였다.

그렇지만 그런 가설들이 신경계 환자들에 의해서 더 직접적으로 실험되었을 때 지리멸렬하고 말았다. 4 명의 왼손잡이 환자들에 대한 아미탈 실험에서 볼피, 시드티스, 가자니가 (Volpe, Sidtis and Gazzaniga 1981) 등은 바른필기자세를 가진 세 환자 모두 언어가 좌반구에 측성화된 것을 발견했으며, 네 번째 환자는 역필기자세를 가졌는데, 언어가 우반구에 측성화된 것을 알았다. 이것은 모두 레비와 레이드의 기대에 정반대이다. 와다 검사 결과가 그 가설이 예상한 것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비록 신경학적으로 온전한 피검자를 대상으로 얻은 행동목록들에서 신뢰할 만한 상관성이 있었지만 그 가설은 틀린 것이다. 상당한 신뢰성과 확고함으로 인해서, 바로 그 상관성을 찾는 것 자체가 분명 방법론일 수도 있다. 과연 어떤 목록들이 신뢰할 만한 상관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끝으로 그런 실험 결과들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은 골치 아픈 문제들이 제기된다. 실험 결과들이 '뇌의 능력이 측성화되었다' 는 것을 알려줄까? 혹은 단지 '한 쪽 반구가 그런 능력들을 지배한다' 는 것을 가르쳐줄까? 그리고 여기에서 '지배한다' 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혹은 그 실험 결과들이 한 쪽 반구가 다른 쪽 반구보다 특정한 일의 수행에서 더욱 효과적임을 보여줄까? 정확히 문제의 그 능력이 무엇일까? '우측청각우세 (REA) 정도' 가 반영하는 것이 '측성화 정도', 혹은 '교련전달 (commisural transfer) 의 비효율성' 정도,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Berlin 1977 참조.) '수행 비대칭성' 이 이따금은 '관심집중 편향' (attentional bias) 의 특이체질을 드러내는가 Kinsbourne 1974, 1982), 혹은 '청취와 관찰의 전략 (방법)' 에서 특이체질을 드러내는가 (Springer 1977), 아니면 아직 알 수 없는 '변수들' 에 의해 체질이 다름을 드러내는가? 만약 우리가 정상 뇌에 대한 이런 연구로부터 모든 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가 앞으로 발견할 수 있는 정도가, 실험에서 오른손잡이 피검자들의 70 퍼센트가 좌반구에 순간노출된 단어들은 40 퍼센트를 알아본다는 식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또한 Marshall 1981 참조.)

자극에 대한 '행동 비대칭성' (behavioral asymmetry) 을 보고하는 수많은 문헌들은 그런 상상을 흔들고 다녔고, 이 글이 쓰인 이후에도 그런 문헌들은 두 배로 늘어났다.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런 실험 결과 수집이 이론을 실험할 목적보다는 '결과물들을 확실히 얻을 수 있다' 는 점에서, 그리고 '실험할 수 있는 대학생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는 사실과 '실험이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는 사실에 유혹되어 무작위 - 자료 - 수집 잔치판이 벌어진 것이다. 한편으로 '이원청취모델' 과 '측성화된 순간노출제시' 실험의 매력은 신경학적으로 온전한 피검자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그런 실험은 동물의 절제 시술보다 그다지 어렵지 않았으며, 최소한의 실험장치로 가능했다. 그런 실험방법은 신경과학에서 하는 것 치고 쉬운 것이다.

한편 지금까지 연구자들에게 무조건 비대칭성을 찾는 일이 허락되었으며, 어느 비대칭성이든 모든 것들이 보고할 만한 것이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만약 당신이 비대칭성을 찾는 일에 열심이라면, 비대칭성의 예 하나를 얻기 위해서 자극 집단을 계속 바꿔가면서 찾아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가능성이란 말 그대로 끝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헌의 양 (수집된 자료들) 이 증가함에 따라서, 비대칭성들은 문헌에 이미 보고된 다른 자료들에 적절한지 아닌지에 따라 더욱 보고할 가치가 있게 된다.. 문헌에서 어느 것이 중요한지 아닌지 결정하는 시도는 겉잡을 수 없기에, 언젠가 스티반 하나드 (Stevan Harnad) 가 내게 말한 것처럼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허접 쓰레기가 날아가고 나서 무엇이 진짜 알맹이이며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알게 될 때까지 수십 년 기다리는 일일 것이다.

관찰된 '수행 비대칭성' 을 일으키는 더 깊은 능력들을 규명하려는 노력에서 (Levy - Agresti and Sperry 1968, Bradshaw and Nettleton 1981), 반구들은 명확한 처리 전략 내지 양태 (styles) 를 가지고 있어, 서로 다른 부호 (code) 와 서로 다른 양식 (modes) 으로 작동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엄밀히 말해서 좌반구는 순차적 (sequential) 인 방식으로 처리하는 분석적 처리장치 (analytic processor) 이며, 따라서 시간적 순차처리 (temporal sequencing) 에 전문화되어 있고, 반면에 우반구는 종합적 (synthetic), 즉 게슈탈트 (Gestalt : 통일적) 이고 전체론적 (holistic) 양태로 처리하는데, 이것은 순차적이라기보다 병렬적 (parallel) 인 대문이며, 공간적 정보를 처리하도록 전문화되어 있다고 주장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좌반구는 '분석적 - 시간적 처리장치' 이며, 우반구는 '종합적 - 공간적 처리장치' 라는 주장이다.

여러 능력들에 대해서 더 깊게 규명하려 한다는 점은 가상하지만, 이런 가설들은 전혀 진리에 근접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분석적 과정이 무엇인지' 에 관한 어떤 이론도 없으며, 명백히 누구도 '전체론적 (holistic) 혹은 전체적 (global) 인 과정이 무엇일지' 에 대해서 최소한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좌반구가 언어 기술에 전문화되고' '우반구가 면식 재인 (facial recognition) 에 전문화된 것' 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결코 '좌반구에 기초하는 신경 메커니즘들이 언어 구조같이 생겼다거나', 혹은 '우반구에 기초하는 신경 메커니즘들이 우리가 얼굴을 재인할 경우 내성적으로 아는 것과 같은 과정을 갖는다' 는 사실이 따라 나오지는 않는다. 면식 재인이란 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전체가 한 덩어리의 사건인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뇌의 관점에서 보면, 즉 그 과정이 망막 개별 세포의 흥분으로 출발하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거의 그럴 것 같지 않다 (Allen 1983 참조). 둘째, 반구를 '시간' 과 '공간' 으로 양분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의도적이라고 생각되는데, 많은 지각 문제와 운동 문제가 분명히 두 변수 모두를 포함한다 (Morgan 1981, McKeever 1981).

또한 그런 가설들과 함께 방법론적인 문제도 쉽지 않다. '전체적 처리장치' 가 작동하고 있음을 어느 검사 방법으로 알 수 있겠는가? 혹은 '분석적 처리장치' 가 작동하고 있음을 어느 실험이 보여줄 것인가? 이런 가설들은 너무 모호하여 여기에서 소개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지만, 염려되는 바는 임의의 '수행 비대칭성' 밑에 '기초하는 작용들을 어떻게 기술할 것인지' 에 따라서, 수행 비대칭성이 '전체론적 과정' 이나 '분석적 과정' 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특별히 Marshall 1981 참조). '수행 비대칭성' 이 '반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고 추론하고, 이어서 '처리양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고 추론하는 것은 명백히 순환 논증의 오류이다 (역주 : '실행 비대칭성' 이란 좌우반구가 각기 다른 역할을 담당한다는 주장이며, 이것이 '두 반구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 이라는 설명은 논증의 자격을 갖지 못한다. 또한 그것이 '처리양태가 다른 때문' 이라는 설명 역시 논증일 수 없다. 왜냐하면 '순환적' 이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설명하려는 것을 다른 표현으로 말만 바꾼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뇌가 시간과 공간을 따로 처리한다' 고 가정하는 것은 분명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다. 우리가 아는 바에 따르면, 뇌는 시간 - 공간을 통합 처리하기 때문이다. (10 장을 참조. 또한 Pellionisz and Llinás 1982 참조.) 현 단계에서 진정 그 가설은 실체 (substance) 를 부여하여 실재 (reality) 를 찾도록 암시를 주긴 하지만 (역주 : 철학적 용어를 풀어서 다음과 같이 다시 말할 수 있다. "이 가설은 좌우반구가 각기 다른 (분석적, 종합적) '능력' 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 능력이란 다름 아닌 형이상학적 '실체' (substance) 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능력이 발휘되는 뇌의 '하부구조' 혹은 '기제' 가 무엇인지, 즉 그 실체에 대한 '실재' (reality) 가 무엇일지 찾게 하는 면이 있다."), 도움이 되기보다는 잘못 인도할 가능성이 많다. '진화론적 연구' 와 '비교신경해부학' 은 ' 더 깊은 능력들과 (그 밑에 기초하는) 신경 처리 본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인간의 '수행 비대칭성 연구' 는 비록 흥미롭기는 하지만, 아마도 너무 복잡한 작용으로 인해서 더 깊은 문제들을 잘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온 결과일 것이다. (최근의 문헌들에 대한 요약과 측성화 연구에서 개념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Allen 1983 에서 참조하라.)

요약

이 단원에서 여러 방법들에 대한 설명이 피상적인 요약으로 되어 있긴 하지만, 그것들을 특별히 언급해야 했던 의도는 '실험 자료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려면 '그 자료를 어떻게 얻었는지' 알아야 한다는 원리에 따르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탐구에서 방법들의 복잡함과 함정을 강조한 것은 중요하며, '실험 자료' 와 그 자료에 근거한 '해석들' 은 그 '방법' 만큼이나 훌륭하다. 만약 '수행 비대칭성' 이 신경 영역들마다의 다른 능력들 때문이라기보다 실험 진행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음이 밝혀진다면 끔찍스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신경 영역들의 각 능력들은 직접 실험될 수 없는 관계로 '다른 영역에서 다른 능력들에 대한' 그리고 '정보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장소에 대한' 가정과 함께 행동으로부터 추론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이런 가정들이 확실하지 않은 것이라면 그 추론은 상당히 휘청거릴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그런 가정들 역시 여전히 확증을 필요로 한다.

어떤 '실험방법' 을 신뢰하게 하는 것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확증된' 뇌 기능에 대한 이론이지만, 현 단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뇌 기능에 대한 이론을 얻을 '실험방법' 인 것이다. 그래서 '진보' 는 느리지만, 확실하고 잘 성취된 조각처럼 보이는 것들조차 지속적으로 재조정 내지 개정 혹은 수정하면서 조금씩  이루어질 것이다. 비록 내가 이 단원에서 언어 능력들만을 전적으로 다루긴 했지만, 공간조작 능력 (manipulospatial capacities) 과 같은 비언어적 능력들을 설명할 때에도 비슷한 어려움과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더욱 다루기 힘든 많은 문제들이 '정서적', '음악적' 그리고 '수학적' 능력들의 측성화를 설명하려는 가설들을 둘러싸고 있을 것이다. (좋은 논의를 Springer and Deutsch 1981, Kolb and Whishaw 1980, Alllen 1983, Bryden 1982 에서 참조.)

4. 반구 내 기능 국소화 연구방법

전기자극에 의한 대응도 확인 (Electrical Stimulation Mapping)

히지그 (Hitzig) 와 프리치 (Fritsch) 의 초기 연구 이래로 기능에 따른 뇌 영역들을 구분하기 위해 뇌에 직접 전기를 자극하는 것은 분명 좋은 방법이었으며, 1940 년대에 간질발작 병소를 절제해야 할 환자에 대해 언어영역에 대한 피질을 조사할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었다. 이 방법을 이용하여 외과의사들은 수술에 앞서 피질의 어느 영역이 언어에 관여하는지 결정할 수 있어서 어느 영역을 남겨두어야 할지도 알 수 있었다. 몬트리올 신경학 연구소 (Montreal Neurological Institute) 에서 펜필드 (Wilder Penfield) 와 그의 연구원들에 의해 발전된 이 방법은 임상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그 중요성이 인정되었다 (Penfield and Roberts 1959).

그 시술은 두개골 판 (flap) 을 열고 피질 표면에 직접 전극을 꽂게 되는데, 환자는 개두술 (craniotomy), 중에 국소마취로 편안하면서도 의식이 있는 상태이다. 환자가 특별한 언어과제 (verbal task) 를 수행하는 동안 펜필드는 약한 전류를 이용하여 뇌의 선별된 영역을 자극하고, 관찰자는 그 효과를 기록한다. 대개 환자들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사물들의 '이름을 말하거나', '수를 세거나', '읽거나' 혹은 '쓰도록' 한다. 그런 중에 '언어 중단', '망설임', '올바른 단어를 찾지 못함' 혹은 '이름 잘못 말하기' 와 같은 간섭이 발생하면, 그 자극 위치를 피질의 언어영역으로 여기고 표시한다. 언어 자체는 결코 전기자극에 의해 발화되지 않지만, 경우에 따라서 ('오', '아') 모음이 나오게 할 수 있다. 또한 이 연구방법은 피질의 감각과 운동영역의 '대응도 확인' (mapping) 에 이용되기도 한다.

이 연구 결과는 '어느 피질영역이 언어 기능을 위해서 전문화되었다' 는 가설을 부인한다. '언어수행의 중단' 의 '이름 잘못 말하기' 는 예측했던 곳, 즉 브로카 영역에서 일어나기도 했는데, 이곳은 최신 이론에 의하면 언어 이해에 관여한다고 가정되고 있는 영역이다. 또한 상부 (superior) 혹은 보조 (supplementary) 운동영역에서도 간섭효과가 확인되었다. (그림 3.4 의 브로드만 영역 6 을 참조하라.) 더구나 간섭이 일어나는 지역은 기대보다 훨씬 넓었고, 피질의 언어영역은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런 점에서 '브로카 영역이 언어를 담당하며 베르니케 영역이 이해를 담당한다' 는 주장은 너무 단순한 생각인 것 같다.

좀더 최근에 이 기술은 오제만 (George Ojemann) 과 그의 연구원들에 의해 정교하게 개선되었는데 (Ojemann 1983, Mateer 1983), 그들은 '언어 자체의 간섭' 에 대한 실험 외에, '구안동작 (orofacial movements) 흉내내기' (역주 : '구안동작 흉내내기' 란 말하는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면서 따라하기' 를 말한다.), '단기기억' (short - term memory), '음소 확인' 과 같은 '언어에 관련된 행동 간섭' 을 찾아보았다. 충격적이며 상당히 독립적인 결과들을 아주 많이 발견했다.

예를 들어 특별한 위치를 자극했더니 다른 기능에 대해서는 간섭이 일어나지 않지만, '이름 말하기' 에 지속적으로 간섭이 일어났으며, 반면에 약 0.5 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이름 말하기의 간섭효과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어느 위치의 자극으로 오직 '구안 흉내내기' 가, 다른 위치에서는 '단기기억' 만이, 또 다른 위치에서는 일부 다른 기능들의 결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스어' 와 '영어' 두 언어를 구사하는 한 환자에서 언어기능에 대한 '위치 확인' 이 특별히 두드러졌는데, 어떤 한 위치에서는 '영어로 이름을 말하기' 가, 근처 위치에서는 '그리스어로 이름 말하기' 만을 중단시켰다 (그림 5.7).

그림 5.7  영어와 그리스어 두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30 세 된 여성의 피질 아홉 군데에 언어가 관련된 여섯 가지 기능에 대한 자극 분포도 작성. 자극한 각각의 위치들을 사각형으로 나타냈으며, 사각형 안의 기호들은 그 위치에서 유도된 중요한 오류를 나타냈다. 약어 : N (영어로 이름 말하기), G (그리스어로 이름 말하기), R (읽기), VI (기억을 입력하는 동안 자극에 의한 언어 단기기억), VS (저장 시기라고 추측되는 기간 동안에 자극에 의한 기억), VO (검색 시기에 자극에 의한 기억), P (음소 확인), M (구안동작 (orofacial movement) 흉내내기) A (언어중단 위치), F (구안동작과 감각을 일으킨 위치) (Ojemann 1983)

임의의 개인에게 자극으로 특정 기능을 중단시키는 위치는 실험 기간 동안에 변하지 않았으며, 수개월에 걸쳐 시간을 연장하여 실험해도 다소 미묘한 변화가 있긴 하지만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증거들이 나타났다. '기능을 중단시키는' 위치는 개인에 따라서 변화를 보이며, 그래서 '이름 말하기' 가 중단되는 자리는 사람마다 정확히 같은 장소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오제만은 특별한 언어 기능들에 참여하는 피질 구역들이 어쩌면 원주 형태 (columnar fashion), 로 구성될 것이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3 장). 이 실험은 측성화가설들을 개선하고 호소력 있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오제만과 그의 연구원들은 시상 (thalamus) 의 특정 영역을 자극했을 때 간섭효과를 연구했는데, '이름 말하기의 오류', '지속적인 이름 잘못 말하기', '단기기억에 대한 미묘한 효과' 등을 발견했다. 분명히 피질하 메커니즘 (subcortical mechanism) 은 언어가 하는 일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하다. 또한 다른 피질하 영역들 (subcortical areas) 도  언어적인 일에 관여한다는 것이 발견되었으며 (Naeser et al. 1982), 그래서 피질 구조가 모든 것을 설명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금세 설자리를 잃고 말았다.

비침습적 (Noninvasive) 연구방법
(역주 : '비침습적 연구방법' 이란 절개수술 없이 뇌의 기능을 연구하는 방법을 말한다.)

한 공상과학소설의 모험담에서 스트레인지피시 (Strangefish) 박사는 기묘한 기술을 이용하여 한 장치를 만들었는데, 그 장치를 우리 영웅 (주인공) 의 머리 가까이 대면 그 영웅이 가진 '두려움', '계획', '은밀한 생각' 등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다. 지금까지 발명된 것이 그런 정도로 완전히 기적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난 십여 년 동안에 두개골을 열지 않고도 '뇌' 와 '그 활동' 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장치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이 장치에 활용된 방법 중 일부는 기적에 가깝고, 이 장치는 실용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주었다. 이 장치를 이용함으로써 '수술 전에 종양을 찾아내고', '수술위치를 결정하고', '조건을 바꾸면 활동을 변화시키는 뇌의 영역을 분별해 내고', '특정 영역의 비정상 여부를 알아내는' 등등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트레인지피시 박사의 공상적 기계와 달리 이 장치가 뇌의 생각과 계획을 읽을 수는 없지만, 뇌 활동을 '강화하는 영역' 과 '억제하는 영역' 들을 알 수 있게 하였으며, 신경과학의 다른 분야에서 얻은 정보와 더불어 이 실험 결과는 국소화 가설과 임상 진단에 대한 정보를 주었다.

뇌파검사 (Electroencephalograph : EEG) - EEG 는 1929 년 한스 버거 (Hans Berger) 에 의해 처음 이용된 단순한 장치로, 전극을 두피 (scalp) 에 대고 그 효과를 기록하는 것이다 (그림 5.8). 만약 출력을 증폭하여 그래프 종이에 선으로 나타나게 하면, 뇌의 어떤 특징을 나타내는 신뢰할 만한 파동 패턴이 얻어진다 (그림 5.9). 이 방법은 간질성 발작 동안 아주 분명한 패턴들을 얻을 수 있어서 지금도 진단에 이용되고 있다.

그림 5.8  EEG (뇌파검사) 기록시스템의 도식적 그림. 두피전극은 뇌 활동에 의한 전압변화를 기록하며, 귀 위의 전극은 접지된다. 뇌로부터 받은 신호는 증폭되어 기록계 (polygraph) 나 오실로스코프 (oscilloscope) 에 나타난다. (Thompson (1967). Foundations of Physiological Psychology. New York : Harper and Row).

그림 5.9  의식 상태가 변화하는 동안의 EEG 기록. (Penfield and Jasper (1954). Epilepsy and the Functional Anatomy of the Human Brain. Copyright © 1954 by Little, Brown and Co.)

EEG 는 '태아의 귀먹음' 을 진단하고, '뇌사의 기준' 을 확립시킨 점에서 임상적으로 중요한 도구이다 (Kelly 1981). 또한 이를 이용해서 수면 중인 뇌의 본성에 대해 혁명적인 발견을 할 수 있었다. EEG 를 이용해서 연구자들은 '수면 중에 뇌 활동이 규칙적 패턴의 뇌파 형태를 반복적으로 나타낸다' 는 것을 관찰했다 (그림 5.10). 표면적인 기준에 따르면, 수면이란 하나의 '수동적' 일을 하는 상태로 흔히 짐작되는데, 이런 추측을 하게 된 것은 신경활동이 감각적으로 더욱 진정된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신경활동이란 관점에서 보면, 뇌의 수면상태란 일정한 유형의 단일 상태가 아니라, (EEG 에서 다른 패턴으로 측정되는) 적어도 서로 다른 네 종류의 상태를 포함하며, 그래서 '수면' 이란 '신경 메커니즘에 의해 몇 가지 방식으로 일어나는 활동' 이라고 밝힌 점은 흥미롭다.

그림 5.10  (A) 깨어 있을 경우와 수면 중인 다양한 단계에서 EEG 기록. 제시된 기록은 모두 30 초 동안의 것이다. 낮은 전압으로 빠른 활동을 보여주는 가장 위의 것은 깨어 있는 뇌의 기록이다. 그 다음에 차례로 보여주는 4 개는 느린 파동으로 점차 깊어지는 non - REM (느린 안구운동) 수면 단계들을 보여준다. '단계 1 REM (빠른 안구운동) 수면' 은 '단계 1 non - REM 수면' 과 단지 안구운동과 안근 (eye muscle) 수축에 관련된 부가적 데이터에서만 차이가 난다. (B) 야간에 젊은 어른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단계의 수면 패턴. REM 수면의 소요 시간을 진한 선으로 나타냈다. 처음 REM 시기는 대부분 짧아서 약 5 분에서 10 분이지만, 반복되면서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단계 2 non - REM 수면' 시간은 '모든 non - REM 시기' 의 전 범위에서 증가된다. (D. D. Kelly (1981). Ch. 40 of Principles of Neural Science, ed. E. R. Kandel and J. H. Schwartz, pp.472 ~ 485. Copyright © 1981 by Elsevier Science Publishing Co., Inc. 출판사로부터 허락을 받아 인용.)

1 단계 (단계 1) 는 명확한 '파동형태' 와 '일련의 행동지표들' 로 구별될 수 있는데, '심장박동과 혈압이 증가하고', '위장 운동이 중단되며', '근육긴장도가 감소' 하며 빠른 안구운동 (rapid eye movement : REM) 때문에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외부안구근육 (extraocular muscles) 활동' 등등이 포함된다. 또한 중안근 (middle eye muscles) 의 활동도 있다.

아세린스키와 클라이트만 (Aserinsky and Kleitman 1953) 은 전형적으로 '시각 꿈' (visual dreaming) 이 REM 수면 동안에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비록 한때는 꿈이 대부분 REM 수면 동안에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비록 한때는 꿈이 대부분 REM 시기에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분명히 (덜 시각적이며 깨어 있는 경우에 더 가까운 것으로 여겨지는) '정신활동' (mentation) 과 유사한 꿈들은 다른 단계에서도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Foulkes 1966). 그렇지만 '다른 단계의 수면에서 깨어났을 경우' 보다 'REM 수면에서 깨어났을 경우' 에 꿈을 회상할 확률이 높다. 나머지 세 단계 (단계 2, 단계 3, 단계 4) 는 파동형태의 패턴으로 알아볼 수 있기도 하지만,  수면자가 깨어날 가능성으로도 알아볼 수 있으며, '느린 안구운동 (non - rapid eye movement : NREM) 수면' 으로 분류된다.

수면자가 야간에 시간적으로 보여주는 수면의 단계적 패턴은 그 차례와 지속시간에서 상당히 표준적이다 (그림 5.10). 관심을 끄는 것은 REM 기간이 매 주기 (cycle) 마다 늘어난다는 점이다. 파동형태는 꿈의 내용에 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지만, '정서적이고 시각적 활력은 꿈의 뒤로 갈수록 커진다' 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

REM 수면은 NREM 수면과 교대로 나타나며, 처음 수면이 시작된 후에는 약 5 분에서 10 분 간 지속되지만, 매 주기마다 증가한다. 단계 4 수면 기간은 수면 주기의 약 중간쯤에서 멈추며 단계 2 가 증가한다. 개인의 수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이런 체계성과 더불어 분명한 패턴이 또 있다. 예를 들어 태아에서는 REM 수면시간이 많고 (출생 후 50 퍼센트, 2 세에서 30 ~ 35 퍼센트, 약 10 세가 되면 25 퍼센트), 성인인 경우 중년까지 REM 수면 비율이 뚜렷하게 증가하지만, 60 세 이후에는 다시 급격히 감소한다. 단계 4 수면은 미숙아 상태에서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노년기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이와 유사한 수면단계를 인간이 아닌 영장류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데, 작은 설치류와 조류에서도 REM 은 물론 NREM 단계 4 를 관찰할 수 있다.

명백히 뇌는 REM 수면의 할당량을 결국 유지한다. 예를 들어 정상 피검자에게서 REM 수면을 박탈하면, 다음 밤에 REM 수면반동 (rebound) 이 나타난다 (Clemes and Dement 1967). 다시 말해서 REM 단계가 더욱 자주 그리고 길게 지속된다. REM 수면 박탈은 '자극과민성' (irritability) 과 상관관계가 있고, '성적 행동을 증가' 시키는 것 같지만, 지금까지 '인지적 분열' (cognitive disintegration) 과 같은 것을 일으킨다는 어떤 확고한 증거도 없다.

정신병 환자들이 수면장애를 자주 불평함에 따라 '정신병적 장애가 수면 주기와 그 특징적 단계를 비정상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는 생각에서 나온 한 연구 방향이 있었다. 특히 처음 REM 수면 기간이 비정상적으로 시작되는 환자들에게 만성적 우울증 (choronic depression) 이 있다는 제안이 있었다 (Kupfer and Foster 1972, 1975). 또한 '수면 - 깨어남' 의 주기에 변화를 줌으로써, 예를 들어 환자에게서 REM 수면 기간을 줄이면 (내인성 endogenous 이지만 반응성 우울증 환자 reactive depressives 가 아닌) 우울증 환자들의 증세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 (Pflug and Tolle 1971, Vogel et al. 1975).

뇌가 REM 수면 동안 무엇을 하는지, 혹은 NREM 단계 동안 무엇을 하는지 아직 알지 못하며, 나아가서 (REM 중에 그리고 정신활동 mentation 으로서) '꿈꾸는 것' 이 '뇌의 경제에 어떤 기능적 역할을 갖는지' 아니면 '그 자체로 아무 소용없는 부차적 산물에 불과한지' 는 아직 확실치 않다. 유용할 역할을 한다는 입장에서 로프와그, 무지오, 디멘트 (Roffwarg, Muzio and Dement 1966) 는 '꿈이 중추신경계 (CNS) 를 자극하여 성장을 촉진한다' 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크릭과 미치슨 (Crick and Mitchison 1983) 은 '꿈이 중요한 체계운영 기능 (housekeeping function) 을 가지며', 중추신경계에 노이즈 (noise) 를 줌으로써, '중요 정보를 담고 있는  신호 (signal) 가 아닌' 의미 없는 노이즈에 의해 활성화된 인지패턴을 (망각절차에 따라) 추려내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실험적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주베 가설 (Jouvet's hypothesis : 아래에 언급됨) 과 같은 다른 많은 가설들과도 일치하긴 하지만, 이런 생각은 실험적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주베 가설 (Jouvet's hypothesis : 아래에 언급됨) 과 같은 다른 많은 가설들과도 일치하긴 하지만, 그런 생각이 타당한 것인지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할 수 있다 (주석 : 크릭 - 미치슨 (Crick - Mitchison) 이론이 현상학적으로 호소력이 없어 보이는 점은 꿈 내용에 대해 규칙성을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적어도) 청년기의 많은 꿈들이 성적 본성을 가지며, 이것을 '실험하는' 꿈에서 사람들은 청년기에서부터 계속해서 무수한 변이 (variation) 를 보여준다는 식으로 말이다. 프로이트 (Freud) 이론은 다른 바탕에서 호소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이런 논점에서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다. 하여튼 크릭 - 미치슨 가설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으로, 우리 뇌가 '망각하는' 절차를 갖지 않으면 연결주의자 모델은 이내 과중한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는 주장 (Hopfield, Feinstein and Palmer 1983) 도 있다.). 하여튼 REM 발생이 규칙적으로 일어나며 REM, 이 박탈된 피검자에게서 REM 반동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뇌가 REM 단계로 들어갈 때 무언가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며, 그래서 뇌는 단지 게으름 피우거나 빈둥거리는 것이 아니며, (뜨개질을 마칠 때) 소매단이 풀릴 것을 염려하여 끝맺음을 하는 것 (역주 : 수면은 뇌가 낮은 활동하면서 경험한 내용들을 기억으로 잘 보관하도록 정리하는 작용이란 추측.) 도 아니다. 전통적 개념에서 보면 수면은 빈둥거리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뇌의 경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결코 그런 것도 아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유기체들은 수면중에 포식자들로부터 공격당하기 쉽기 때문에, REM 수면 중 운동을 금지시키는 (뇌간 brain stem 에 있는) 메커니즘을 켜놓아 꿈에 의한 동작을 막아야 한다 (Jouvet 1967). 그런 장치를 제거한 고양이의 경우 REM 수면 기간에 잘 - 통합된 동작 (well - integrated movement) (역주 : 동물이 여러 가지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잘 - 통합된 동작' 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걷는 동작을 위해서는 네 다리가 적절한 속도와 순서 그리고 힘의 강약 등을 조율해서 몸의 균형을 유지해야만 한다.) 을 보여주며, 튀어 나가고, 탐색하고, 으르렁거리고, 몸을 치장하는 등등 평상시의 행동을 보였다.

꿈의 기능에 관한 주베 가설에 따르면, 적어도 하등동물의 유기체는 깨어 있을 때의 실제 상황에 대비해서 수면 동안에 중요한 운동조절 패턴을 연습한다고 한다. 이 연습은 뇌간이 운동 메커니즘의 출력을 금지시킴으로써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수면 중에 망각기능을 갖는다' 는 크릭 - 미치슨 (Crick - Mitchison) 의 주장과 달리, 주베 가설은 '꿈의 패턴은 유전적으로 프로그램 되어 있으며', '운동조절을 강화하고 능률적으로 만드는 것이 그 목적' 이라고 상상한다.

최근의 30 여 년 간 수면과 꿈에 대한 연구는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수면의 본성에 대한 개념에 충격을 줄 정도로 혁명적이었다. 과거에 '수면' 이란 본질적으로 '수동적' 이며 크게 보아서 '균일한 사건' (homogeneous affair) 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 '조직화' (organization) 와 '역동성' (dynamic) 을 가진 것으로 비쳐졌으며, 이것은 과거의 개념을 부인하게 한다. 더구나 수면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다른 종류의 의식상태가 있는지 어떤지', 즉 지금까지 우리들이 이해하고 있던 것과 다른 방식 혹은 '다른 차원의 의식' 이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게다가 만약 다양한 수면 단계 동안에 인지적 재구성 (cognitive reorganization) 혹은 통합 (consolidation) 이 일어난다면, 이는 인지 활동에서 (적어도 깨어 있는 상태의) '의식의 본성과 기능이 무엇일지' 에 관한 문제를 더 제기하게 된다. 대략적으로 한 사람의 일생 중에 3 분의 1 은 잠들어 있는 셈인데, 그렇다면 아마도 뇌가 감각 입력 (sensory input) 과 운동 출력 (motor output) 을 생략하면서도 중요하고 다양한 인지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철학적으로 말해서 수면과 꿈에 대한 연구는 다음 두 가지 면에서 흥미로운데, 심리학적이고 신경과학적인 연구 결과로서 '(수면이란) 통속적 개념을 무너뜨려 새로 구성하는' 사례가 되면서도, '의식이 무엇일지' 에 관련한 전통적 물음과도 관련되기 때문이다. (7 장과 9 장을 참조하라.)

지금까지 EEG 에 대한 논의는 기록된 파동형태에 대한 신경 기반 (neural basis : 뇌파 발생 기제) 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채 진행되어 왔는데, 이제 이 문제를 거론해야겠다. 간결한 대답부터 한다면 아직 그 신경 기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휘갈겨 쓰듯이 기록된 뇌파기록은 기능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뉴런 집합체의 '활동전위 통합' 을 보여준다고 기대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그런 기대를 확증시켜 줄 실험 결과는 없다. 불록, 오르칸드, 그린넬 (Bullock, Orkand and Grinnell 1977) 이 특별히 주목한 바에 따르면, '활동전위' 에 의한 효과는 물론, 세포 및 세포외 활동으로 일어난 '느리게 변화하는 전위' 에 의한 효과도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한다.

더구나 뉴런들은 무리 지어 있으므로 '일부 영역 효과 (field effects) 는 무력화되고', '일부 효과는 증폭되며', '일부 효과는 간섭되는' 등등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뇌파를 이용하는 이런 실험방법에 대한 더 깊은 비판 중에 하나로 우드 (C. C. Wood) 는 (출판되지 않은 저작에서) 아래와 같은 비평을 내놓았다.

개별 뉴런 집단 활동이 거대전위 (macropotential) 기록에 분명히 나타날지 안 나타날지는 '활동세포와 세포집단의 기하학', '시냅스 활동패턴', '시간적 · 공간적 동기화 (synchronization) 의 정도', '기록 전극과 활동 피질 사이의 공간적 관계' 그리고 '다른 뉴런 집단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활동의 양과 형태' 에 의존한다.

두피에서 기록되는 거대전위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아주 적게라도 신경세포 피질 자체로부터의 영역전위 (field potential) 를 기록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수많은 관련 세포들로부터 세포 내의 기록을 필요로 할 것이며, 따라서 이제 이 연구방법은 점차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되었다. 또한 기록된 활동성이 전체적으로나 부분적으로라도 '기능적으로 중요한 뉴런 집합체' 때문인지 아닌지는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았음을 명심하라. 그러나 수면과 꿈에 대한 앞선 논의로부터 'EEG 결과는 쓸모 없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으며, 그 임상적 유용성이 거대전위의 전기 발생에 대한 의문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뇌파기록을 이론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EEG 기록이 해부학적이고 생리학적인 관점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는 것을 아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특별히 이 결말은 '유발전위' (evoked potential) 연구를 위해 중요하다. (다음을 참조하라.)

사건관련 전위 (Event - Related Potentials : ERPs) - 사건관련 전위 (ERP : '유발전위' evoked potential 라고도 한다) 는 노이즈를 걸러내고 신호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련의 EEG 시기를 정하고 (예를 들어 60 내지 100 또는 500) 그 평균을 냄으로써 얻어진다. 손가락 끝에 특정한 전압 자극을 피검자들에게 반복해서 주면서, 그 파동패턴을 EEG 로 기록하고, 마침내 이 기록들의 평균값을 컴퓨터로 계산한다 (그림 5.11). ERP 파동은 결국 수많은 시도에 의한 평균값을 대포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 5.11  EEG 자료 (electroencephalographic data) 에 적용한 신호평균처리 절차를 보여주는 그림. (A) 단일 시도. 피검자의 두정 (vertex) 에서 기록한 원래 그대로의 EEG 단편들. 원래 그대로의 기록에는 자극에 대한 반응 패턴이 뚜렷하지 않은 것을 보라. (B) 60 개 정도를 중첩해서 그렸다. 중첩된 모습이 넓은 폭으로 나타나서 유발된 반응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지만 구체적인 모습을 알아보긴 어렵다. (C) 같은 자료들을 연속적으로 평균을 내어 그린 모습들로, 10 번씩의 시도를 누적하며 그렸다. 뇌파전위기록 모습이 점차 분명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Donchin (1975). In International Symposium on Signal Analysis and Pattern Recognition in Biomedical Engineering, ed. G.. F. Inbar. New York : Wiley.)

ERP 에 대한 관심은 '특정한 파동형식' 이 마음 - 뇌에서 일어난 '특정한 유형의 인지과정' 및 '하부인지과정' 과 관련될 수 있으며, 그 확인된 관련에 기초해서 그 과정의 '본성' 을 탐구할 수 있을 가능성으로부터 제기되었다 (Kutas and Hillyard 1984). 그런 가능성이 제안되었을 때 인지심리생리학 (cognitive psychophysiology) 의 분명한 전략은 'ERP 효과를 통해서 인지과정을 탐구하자' 는 것이었다.

ERP 는 규정에 따라서 '자극이 주어지고 40 밀리 초까지 발생한 파동패턴' 인 초기성분 (early component) 과 '40 밀리 초 이후 발생한 파동패턴' 인 후기성분 (later component) 으로 구분된다. 그 성분들은 '피크잠복기' (peak latency) 로 (예를 들어 100 밀리 초) 표시된다. 극성 (polarity) 이 '포지티브' (positive) 인 경우 전형적으로 기록에서 하향곡선으로 나타나고, '네거티브' (negative) 인 경우 전형적으로 상향곡선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P300' 이란 자극이 제시되고 300 밀리 초 후에 발생한 포지티브, 즉 하향곡선인 파동이며, 'N100' 이란 자극이 제시되고 100 밀리 초 후에 발생한 네거티브, 즉 상향곡선인 파동이다.

일부 ERP 결과들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전기자극을 손가락에 지속적으로 주면 약 31 밀리 초 후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파동형태가 있는데, 그 크기는 전압 크기의 함수로 나타난다 (그림 5.12). 만약 그 자극이 의식적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클 경우에는 N100 이 기록된다. 또한 피검자가 양손에 자극을 받으면서 오직 한 손에만 관심을 가지면, 후기성분에 분명한 차이가 (P100, P470 으로) 발생한다.

그림 5.12  미약한 자극으로 발생한 '의식적 감각과 신체감각 유발전위' (sensation evoked potential : SEP). (a) ~ (d) 는 정상적인 성인의 왼손 셋째 손가락에 전기파동 (electric pulse) 을 0.1 msec 지속으로) 준 SEP. 이 SEP 는 반대측 두피 두정점 (contralateral parietal scalp focus) 으로부터 측정하고, 300 번의 시도 후 평균 내었다. (윤곽선 화살표가 가리키는) 수직선에 시간을 나타낸 자극전압은 각각 9 V(a), 11 V(b), 12 V(c) 그리고 20 V(d) 였다. 시간은 횡선을 따라 msec 로 나타냈고, 전압은 1 μm 의 눈금 단위로 나타냈다. 검은 화살표는 초기 양성 감각유발전위 (SEP) 성분을 나타내며, 미약한 자극에 대한 잠복기 변화를 보여준다 (b, c) 9 V 의 자극에서는 어떤 SEP 도 나타나지 않는다 (a). (e) 많은 수의 같은 시도가 기획된 까닭에 피검자가 알아채는 각각의 비율 (세로좌표, 퍼센트) 은 손가락 자극전압 (횡선, 전압) 과의 함수로 나타냈다. 문자들은 (a) ~ (d) 에 상응하는 SEP 기록임을 보여준다. (f) 일련의 무작위 자극을 주고, 선택된 관심 전형 (paradigm) 에서 한 손의 집게손가락에 (자극을 피검자가 인식하는) 한계치 부근의 전기자극에 대한 SEP 는 다른 네 손가락에 비해 빠른 (평균 무작위 주파수가 150 / 분) 주파수로 나타난다. 두 개의 중첩된 선들 중에 하나 (진한 다른 선 (가는 선) 으로 나타난 SEP 는 피검자가 다른 손에 자극을 알아보는 동안에 '실험부위를 인식하지 못한 (nontargets) 상태' 에서 나타난 동일 자극에 대한 SEP 이다. 초기 P50 SEP 성분은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큰 진폭의 P100 과 P470 성분은 실험부위 의식 여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J. E. Desmedt, J. Debecker, and D. Robertson (1979). In Cognitive Components in Cerebral Event - Related Potentials and Selective Attention, ed. J. E. Desmedt. Basel : Karger.)

관심에 따라서 반응하는 초기와 후기 성분 사이에 보이는 이런 차이점은 분명하다. 초기성분은 자극과 관련되는데, 피검자가 관심을 집중하든 안 하든 그리고 심지어 피검자가 마취된 경우에도 주파수가 거의 변조되지 않기 때문에, 이 초기성분을 '외인성 성분' (exogenous component) 이라 부른다. 반면에 'P300' 과 같은 후기성분은 일반적으로 내부 조건에 민감하므로 '내인성 성분' (endogenous components) 이라 부른다 (Sutton et al. 1967).

큰 진폭의 P300 은 틀림없이 소위 괴짜 전형 (oddball paradigm) 이라 할 정도로 나타난다. 피검자는 텔레비전 스크린 앞에 앉아서 질문을 받도록 하고, 두 범주의 대상들이 제시되는데, 한 범주의 대상들은 80 퍼센트로 제시되고, 다른 범주의 대상들은 단지 20 퍼센트로 제시된다. 예를 들어 대상들은 붉은 색 (80 퍼센트) 과 푸른색 (20 퍼센트) 으로 제시되었다. 피검자는 특정 범주의 대상들을 세도록 요구된다. 피검자들에게 '기대되지 않은 자극' 이 제시될 경우에 큰 진폭의 P300 파동이 나타났으며, '기대되지 않을수록' 더 커다란 P300 진폭이 나타난다 (Duncan - Johnson and Donchin 1977). 이 '괴짜 전형' 은 여러 가지 시도에서도 나타났는데, 그 범주들은 남성 대 여성, 정치인 대 연예인 등과 같이 상당히 추상적으로 제시되었다 (Kutas, McCarthy and Donchin 1977). 또한 기대했던 자극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에도 P300 성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Picton et al. 1974). 게다가 "그 소년이 계란과 시멘트를 먹었다" 와 같은 의미론적으로 이상한 문장은 큰 진폭의 N400 성분을 만든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Kutas and Hillyard 1980).

예를 들어 P300 성분은 무엇을 의미하며, 그 자료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P300 성분이 마음 - 뇌 정보처리와 관련하여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여기에서 지배적인 전략은 'P300 성분' (혹은 다른 파동 형태들) 의 존재와 특정한 심리학적 상태나 과정' 을 연관시키자는 것이다. ERP 연구자들은 P300 이 유발될 수 있는 이런 일련의 조건들을 정교하게 함으로써, 그리고 또한 그 결과들을 조사함으로써 그 과정에 관련된 가설을 찾아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Donchin et al. 1983.). 이런 기반에서 P300 은 '의사결정을 함' 또는 '세계 - 모델을 업데이트함 (update)' 또는 '놀라움' 등등을 나타낸다는 가설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이 가지고 있는 위험은 하나의 파동형태를 유발하는 조건이 어쩌면 아주 뒤범벅이라서 그 파동이 어떤 단일 (unitary) 기능을 나타낸다고 볼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뇌파검사가 임의의 파동형태를 보여주는 동안에 정보처리 기능이 '큰 집단' 으로 수행되며, 그 집단의 구성원인 처리 과정들이 때때로 다른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많은 다양한 조건들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제 수많은 연구자들에 의해서 소위 우연적 '네거티브 변조' (negative variation) 라는 '한 파동형태' 가 적절한 조건에서 분명히 유발됨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응하는 단일 기능도 가지고 있지 않다' 고 생각되기에 이르렀다. 정말 어떤 내인성 성분에 대해서도 (그 파동형태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단일 정보처리 기능이 무엇인지 아직 밝혀낸 것은 없다. 심지어 P300 이 어떤 내인성 성분을 갖는지에 대한 철저하고도 창의적인 연구가 있었지만 결국 아무 것도 밝혀낸 것이 없다.

ERP 를 '종합하고' 그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인 사람들이 가장 문제삼는 것은 '해석' 이다. 간단히 말해서 문제는 '그 파동형태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기발생' 이나 혹은 '상위차원의 기능적 과정' 안에서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대전위 (macropotentials) 를 미시전위 (micropotentials) 로 어떻게 설명할지 우리들이 알지 못한다는 것을 EEG 에 대한 토론에서 이미 알아보았다. ERP 는 여러 EEG 에 대한 평균값이므로 EEG 가 갖는 해석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 1 초 동안의 기록이 특정한 심리학적 내지 신경생리학적 처리과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주장되는 만큼, ERP 연구에 더욱 중요할 것이다. ERP 로부터 말할 수 있는 모든 것들 중 일부 기록들은 정보처리 실행과 전적으로 상관없을 수도 있다. 또한 중요한 특징들을 축출하기 위해 고안된 바로 그 '평균 내는 연구방법들' 이 경우마다 일어나는 '심리학적 과정 (psychological process) 혹은 신경 처리 (neuronal process) 의 중요한 차이점들을 실제로 드러내는지'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만약 ERP 에 대한 해부학적이고 생리학적 기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평균 내는 연구방법이 '노이즈에서 신호를 축출한다' 는 가정은 단지 희망에 불과하다. (ERP 측정으로부터 신경계에 관한 정보를 추론하는 것에 관련해서 제기되는 문제에 관한 구체적 논의를 Wood and Allison 1981 에서 참조하라.)

신경 기제의 본성이 초기성분의 경우에 더 잘 이해될 수 있다. 그 초기성분들이 말초신경으로부터 오는 신호전달과 결부된다는 증거가 있으며, 동물실험과 장애연구들은 그런 결과를 집중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P300 과 같은 내인성 성분에 대해서 누구도 신경 기제가 무엇인지 설명해 줄 잘 구성된 이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그 효과가 피질활동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시상 활동 (thalamic activity) 또한 그 기록 (P300) 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질 표면으로부터 직접 기록한다면 그 선택의 폭을 좁혀줄 수 있겠지만, 여전히 그 효과에 대한 원인을 밝혀주지는 못할 것이다.

유발전위 연구에 대한 방법론적 정당성이 미시차원의 '신경과학' 과 거시차원의 '심리학' 사이의 틈새를 메워줄 것이라는 가정에서, 유발전위 연구 자료에 대한 신경 기제의 문제를 집고 넘어가야 하겠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ERP 그래프에서) 그래프 상의 피크와 굴곡이 (신경세포 집합체에 의해 수행된) 정보처리의 명확한 단계로 설명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인성 ERP 를 '신경 기제' 와 관련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역시 내인성 ERP 를 거시차원의 '정보처리 기능' 과도 관련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파동형태' 를 특정한 '인지적 혹은 하부인지적 과정' 과 그럴듯하게 관련시킬 수 있도록 '파동형태 유발조건들' 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 바로 문제이다. 더욱 어려운 문제는 '파동형태' 자체의 '개별성' (individuation : 개별적 특성) 문제이다. 즉 '언제 P300 혹은 P500 이 나타날지'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성분의 개별성 (하나만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지) 은 결코 그 기록의 '물리적 특성' 에 근거하지 않으며, '해석 덩어리' 를 포함하는 일이 빈번하다.

파동형태에 대해 '시간적으로 정의하는 것' 은 그다지 정교하지 않으며, 그 '시간' 을 개별성 기준으로 삼기엔 다소 유동적인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돈친 (Donchin et al. 1983) 의 주장에 따르면, P300 은 대략 250 ~ 900 밀리 초 사이 어느 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심지어 운동 반응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P300 발생이 더 늦춰질 수 있으며, 그것을 구별해 내는 일은 훨씬 어렵고 복잡하다고 한다. 그런데다가 연구자들마다 의견이 서로 다를 수 있어서 한 연구자가 'P300 이라고 말한 것' 을 다른 실험실의 다른 연구자는 '진짜 (다른 심리학적 과정을 나타내는 전적으로 다른 파동인) P450 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300 밀리 초 표시에서 얼마나 큰 편차를 문제시해야 할까? 만약 900 밀리 초의 파동형태가 300 밀리 초에서 발생한 파동형태와 같은 유형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을 결정해 줄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들이 틀림없는 '동일 과정' 이라고 우리가 확신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진정 성분들은 부분적으로 서로 겹쳐질 수 있어서, 그것이 '임의의 피크가 특정 성분을 나타내는 것인지 아닌지' 그리고 '그것들이 다른 실험 시도에서 나온 것과 같은 것인지 아닌지' 결정하는 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시간적으로 나타낸 모습' 과 '다른 요소들' (그래프기록 모양을 포함한) 로 개별성 결정 (individuation decision) 을 할 수도 있다. 어떤 연구자들은 '파동 발생 조건들' 과 '전극을 부착하는 두피의 위치' 를 (개별성 결정에) 이용하고자 한다. 실제로 그래프 기록 모양 역시 확실하지 않은데, 연구자들이 쉽게 지적하듯이 휘갈겨 그린 듯한 모습들 모두가 관련된 차이점을 표시하는 것은 아니며, 더구나 파동들은 다양한 모양의 진폭을 갖기 때문이다. 휘갈겨 그린 모습들 중에 어떤 부분을 중요한  성분으로 여겨야 할까? 그런데, 역시 그 질문에도 정확히 대답할 수 없는 까닭은 그 '발생 조건들' '시간측정' 이 성분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파동 발생 조건들' 이 달라지고 '시간측정' 도 달라진다면, 어떤 모습들이 중요한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들 중에 어느 것도 홀로 설 수 없다는 것이며, 그래서 다른 것들로부터 온전하게 독립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생리학적 차원이나 혹은 그 상위차원에서 적어도 하나의 안전한 기반이라고 할 만한 기준을 갖지 않는다면, 추론은 순환성 (circularity) 에 빠질 것이다. 어떤 기록이 'P300' 임을 보여주는지 혹은 '다른 어떤 P' 임을 보여주는지에 대해서 실험실마다 일치된 의견이 없으며, 이 문제는 '시간적인 고려' 나 '파동의 모양' 혹은 '파동 발생 조건들' 에 의해서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그 기초적인 개별성 논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없다면, 마찬가지로 '파동 형태' 와 '정보처리의 제 단계' 를 관련시키려는 기획 역시 명백히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만약 '시간측정' 이 결정적 요인이라면, 그리고 한 파동이 P300 으로 여겨지게끔 300 밀리 초에 반드시 피크를 만든다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규정된 파동' 과 '단일 심리학적 과정' 간의 상호관계가 성취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유연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만약 이런 '파동들' 에 대한 시간적인 설명이 결코 정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면, 그 개별성 문제는 쟁점이 될 것이다.

반면에 P300 과 같은 파동이 어떤 심리학적 과정과 관련되는지 밝혀내려 할 경우, 상호 의존적 기준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순환성이 극렬히 드러난다. 실제로 P300 이 발생하긴 하지만 '800 밀리 초에 발생했다' 거나, 또는 '그 진폭이 작다' 거나, 혹은 '파동 발생 조건이 표준에 어긋난다' 거나, 또는 '성분들이 중첩된다' 고 말함으로써 신뢰할 수 없는 자료들을 일치시키려는 일이 종종 일어날 수 있다. 거꾸로 말해서 '파동 발생 조건이 표준에 어긋난다' 거나, 또는 '그 모양이 옳지 않다' 거나, 또는 '그 시간이 옳지 않다' 거나 해서 '결코 P300 이란 것은 실제로 없다' 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이런 논박이 ERP 연구에 전형적으로 적용된다고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며, 단지 그런 일이 분명히 이따금 일어날 수 있고, 그래서 개별성에 대한 독립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원리적으로 그 (실험자료들의) 불일치를 해소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지적할 뿐이다.

이런 방법론적 곤란에도 불구하고 ERP 연구는 그 추종자들이 당당하게 지적하듯이 '정상적이고' '깨어 있으며' '행동하는' 인간의 뇌 활동에 대해 자료를 얻는 유일한 '비침습적' 방법이기 때문에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분명히 그런 고려사항들을 만족시키는 연구방법은 퍽 바람직하며, 따라서 실험 절차를 정교하게 하고 그 자료들에 대해 수학적 분석을 더욱 잘 드러내기 위한 시도들이 있었다. ERP 자료는 비록 일부 방법론적인 문제를 해명하지 못한 점이 있었지만,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연구방법을 이용한 결과들과 결합하여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그 가장 좋은 예가 바로 힐야드 (Hillyard) 와 그의 연구원들의 '유도된 주의집중' (directed attention) 에 관련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힐야드가 탐구한 ERP 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에 따르면, 초기성분은 '유도된 주의집중' 에 민감하지 않으며, 반면에 후기성분은 민감하다. N100 은 '피검자가 무엇에 관심 갖는 중임을 반영하는' 첫째 성분이며, 변함 없는 양태를 보여준다. 힐야드의 통찰에 따르면, N100 에 관련된 자료, 예를 들어 그것이 어떤 자극 매개변수 (stimulus parameters) 에 민감한지, 혹은 속성들의 특정한 조합이 똑같은 N100 의 모습을 보이는지 아닌지는 인지 심리학의 (아래에 설명할) '초기선택 이론' (early selection theory) 과 '후기선택 이론' (late selection theory) 사이의 논란을 판정해 줄 듯이 보였다. 이런 목적을 위해 N100 이 있다면 그것이 어떤 단일 기능을 명시하는지 설명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대략적으로 말해서 '초기선택 이론' 을 선호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Broadbent 1970, Treisman 1969) 은 단순한 물리적 속성에 기초한 자극들에 대하여 초기선택이 있으며, 오직 선택된 자극들만이 후속 처리 (subsequent processing) 에서 충분히 분석된다는 것이다. 이 모델에서 초기 '자극' 선택은 후에 '반응' 선택으로 이어진다. 반면에 '후기선택이론' (예를 들어 Norman 1969) 에 따르면, 자극들은 선택되기 전에 충분히 분석된다. 가용한 행동 자료 (초기선택) 는 어느 이론에 대해서도 결정적으로 빗겨가지 않기 때문에, 힐야드와 그의 연구원들은 '초기선택이 발생하는지 아닌지를 알려줄' ERP 자료를 제공할 실험을 고안하려 했다.

그 실험 (Hansen and Hillyard 1983) 에 대한 발상은 '두 속성 자극이 표적자극 (target stimulus) 으로 인정할 만한 올바른 속성 조합을 만드는지에 따라 N100 에 얼마나 큰 차이를 드러내는지 측정한다' 는 것이었다. 피리 소리로 자극을 주었고, 그 속성을 소리의 '음조' (pitch) 와 '위치' (location) 로 결정했다. 피검자들은 '왼쪽' 에서 들리는 '높은 음' 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표적자극 소리는 오랫동안 제시되었다. 대략적으로 말해서 이 실험이 찾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만약 소리가 '틀린' 위치에서 난다면, 그것이 다른 속성, 즉 음조의 처리에 영향을 미치는가? N100 에 대한 한센과 힐야드의 분석에 따르면, 그런 경우에 음조에 대해서 N100 이 민감하든 아니든 영향을 미치며, '후기선택이론' 의 주장처럼 '그 속성들은 독립적으로 충분히 분석되지 않는다' 는 것을 암시하는데, 선택된 자극들이 충분히 처리된다는 점만은 분명했다. (Hillyard et al. 1984 를 참조하라. 그리고 ERP 연구와 인지 이론에 대한 평가를 Kutas and Hilyard 1984 에서 참조하라.)

5. 영상 연구방법

컴퓨터 단층촬영 (Computerized Axial Tomography : CT Scanners)

컴퓨터 단층촬영 (CT scanning) 의 원리는 X 선 발생원과 X 선 감지기를 마주보게 설치하고 이것을 머리 주위로 회전시키며 촬영하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뇌의 X 선 불투명도 변화를 우리가 볼 수 있는 형태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한 차원 혹은 한 장의 사진 (cut) 에 하나의 '뇌 절단면 X 선 사진' (즉 '단층촬영') 을 보여준다. 다른 사진을 얻으려면 다른 차원에서 이 작업을 반복하면 된다. 그런 다음에 그 뇌의 비정상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서 정상 뇌의 영상과 대조하면 된다.

이 시스템은 컴퓨터의 도움으로 뇌를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 한 개척자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영상 시스템이 소중한 기술혁신을 이루긴 했지만, 진단 도구로서는 상당히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종양 (tumor) 과 같은 비정상적인 것을 보려면 정상 조직의 속성들과 다른 흡수 속성들 (absorption properties) 을 보여주어야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못하다. 비정상 조직은 심각한 단계가 될 때까지 CT 단층촬영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즉 작은 종양들은 놓치기 쉽고, 다발성 경화증 (multiple sclerosis) 과 같은 탈수초성 질환들 (demyelinating diseases) 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더 흔하다. 게다가 신체가 방사선에 노출되기 때문에 빈번한 촬영은 피해야 한다. 반면에 CT 영상진단기 (CT scanner) 는 이용하기 단순하며, (아래서 언급될) PET 진단기보다 훨씬 가격이 싸다.

대뇌혈류 (rCBF : Cereberal Blood Flow) 연구

대뇌영역의 혈류는 해당 지역 뉴런의 신진대사와 관련하며, 이것은 다시 뉴런의 활동 정도와 관련된다는 가정에서 이 연구방법이 개발되었다. 따라서 만약 뇌의 어떤 구역 (zones) 에서 수행 기능 활동이 다르게 나타난다면, 그 기능이 작동하는 시간 동안 그 구역에 공급되는 혈액 양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이 연구방법은 혈류의 영역별 차이를 보여줄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그 해답은 혈액을 방사능 추적자 (보통 크세논 xenon 133) 로 표시함으로써 해결되었다. 이것은 뇌에 해를 주지 않으면서 빠르게 씻겨나가며, 그 추적자에서 방출된 전자기방사선은 뇌 외부의 장비에 의해 감지될 수 잇다. 결국 구역별 혈류의 변화는 더 많은 크세논 133 이 집중됨으로써 감지될 것이다. 그러면 컴퓨터가 그 자료를 시각적 형태로 전환하는데, 집중 정도를 색깔로 나타냄으로써 대뇌혈류의 구역별 차이가 생생한 영상으로 변환된다. 기준선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선은 정상 뇌의 휴식 패턴 (resting pattern) 을 알 필요가 있으며, 그래서 피검자가 특정한 일을 하면 휴식 상태로부터 이탈되는 정도를 관찰할 수 있다.

뇌가 하는 일에 관련된 화려한 뇌 이미지를 대뇌혈류 (rCBF) 연구방법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피검자가 말을 하는 동안에 측두엽과 전두엽의 좌뇌반구는 물론 운동피질과 신체감각 피질 (somatosensory cortex) 의 '후두 - 입 영역' (larynx - mouth areas) (역주 : 신체감각 피질의 입을 감각하고 운동하는 영역. 4 장 주 15 참조.) 이 특별히 밝게 빛났다. 흥미롭게도 거의 우반구 동측영역 (homologous areas) 또한 다소 덜 하긴 하지만 역시 밝게 빛났다. 피검자가 '침묵으로 독서할' 경우, '소리내어 독서할' 경우, '의도적인 동작을 할' 경우 등등에 따라서 각기 다른 패턴이 나타났다 (Lassen, Ingvar, and Skinhoj 1978). 임상적으로나 이론적으로 흥미있는 것은 정상인과 정신분열증 환자 사이에 그리고 정상인과 기질성치매 (organic dementia) 환자 사이에 대뇌혈류 (rCBF) 분포에서 그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그림 5.13, 그림 5.14).

그림 5.13  정상 집단 (a) 와 (대부분 알츠하이머인 경우의) 기질성치매 (organic dementia), 환자 집단 (b) 에서 동맥 내 (intra - arterial) 크세논 (xenon) 133 주입방법으로 얻은 대뇌혈류 (rCBF) 분포도. 정상 집단과 기질성치매 환자에 대한 대뇌혈류 분포도에서 과전두 (hyperfrontal) 영역과 두정후측두 (parieto - occipito - temporal) 영역의 차이를 주목하라. 상대적 혈류는 우측에 제시한 비율에 따라 구획되었다. (Ingvar 1982)

그림 5.14  8 명의 정상인과 7 명의 '중증 정신병적 만성 정신분열증 환자들' 에 대한 휴식기의 대뇌혈류 분포도. 양 집단에서 '평균 반구 혈류 비율' (각각 49 와 52 ml / 10 g / 0.1 min) 이 같게 나타나는 점을 주시하라. 그렇지만 혈류 분포도는 다르다.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전두영역 (frontal regions) 에서 낮은 혈류를 보이며, 후두중심영역 (postcentral regions) 에서 높은 혈류를 보인다. (Ingvar 1982)

이 연구방법을 이용한 공간적 해상도는 1 센티미터이며, 시간적 해상도는 약 2 분 정도이므로, 이 한계를 넘어 발생하는 변화는 검사되지 않는다.

양자 - 방사능 단층촬영 (Positron - Emission Tomography : PET Scanners)

대뇌혈류 연구방법이 활동적 뇌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다양한 차원에서 '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전체적으로 뇌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 한 방법으로 X 선 단층촬영 기법을 이용하여 (뉴런의 유일한 에너지원인) 포도당 (glucose) 에 방사능 불소 (flourine 18) 로 표시하면, 이 불소가 스스로 포도당 분자로 스며들어 세포 속까지 신진대사 경로를 추적할 수 있으며, 이 방법은 대뇌혈류 연구방법에 비해 더 자세한 신진대사 과정을 알 수 있다. 불소 18 원자가 소멸되면서 양자 (positron) 를 방출하고, 이어서 이것이 전자 (electron) 와 상호 작용하여, 감마선 (gamma ray) 이 방출되는데, 이것을 신체 외부의 센서로 감지할 수 있다. 신경세포의 신진대사 활동이 더 활발할수록, 더 많은 양자 - 표시 포도당이 요구되며 따라서 더 많은 감마선이 방출된다. 컴퓨터는 감마선 측정 분포에 기초해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다양하고 분명한 뇌의 신진대사 활동이 컬러 사진으로 나타나도록 영상을 재구성할 수 있다.

그림 5.15  정상 피검자들의 PET 연구에서 입증된 기능 신경해부학. (추적자로 2 - deoxy - 2 [¹⁸F] fluoro - D - glucose (FDG) 를 사용했다.) 색깔 기준은 microomolecules / minute / 100 gram 단위로 나타냈으며, 범위는 2 (진한 자주색) 에서 45 (붉은색) 까지 나타낸다. 그래서 높은 활동 영역은 붉은색으로 나타나고 낮은 활동 영역은 푸른색으로 나타난다.
(a) 전 영역에서 활성화된 자극 변화를 보여주는, 시각자극은 일차시각피질 (화살표부위) 전 범위를 (조절대비 27.6 ± 6.5 퍼센트로) 활성화한다. 청각자극은 (조절대비 17 ~ 25 퍼센트 증가로) 반응하며, 이 반응 영역은 크기에서는 대칭이지만 측두 피질 (temporal cortex) 가로단면 (화살표) 의 분포에서는 비대칭이다. 화살표가 전두피질 (frontal cortex) 의 활동을 가리키는 것처럼, 인지 수행 (cognitive task) 의 이미지는 자극에 대한 수동적 지각보다는 특정한 과제에 개입하는 곳의 반응을 나타낸다. 언어적 청각자극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기억하는, 기억 수행 (memory task) 은 (해마, 해마부위) 근심측두피질 (mesial temporal cortex) 양측을 활성화시킨다. 우측 손의 손가락 연속동작에 대한 운동 수행 (motor task) 은 (아래쪽 화살의) 좌측운동대 (left motor strip) 와 보조운동피질 (supplementary motor cortex) 의 양측을 활성화시킨다.
(b) 청각자극은 신진대사 반응이 '그 내용에 따라서' 그리고 드물게는 피검자가 그 과제를 수용하는 데 이용한 '전략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난다. (귀는 막고, 눈은 뜬 채로) 휴식하는 동안에 포도당 이용이 좌우 대뇌에 대칭으로 나타났다. 왼손잡이 피검자에 대한 구두 (verbal) 청각자극은 뚜렷하게 좌반구에서 신진대사를 비대칭으로 (왼쪽 > 오른쪽 = 5 ~ 16 퍼센트) 활성화시키는 반면에, 비구두 (nonverbal) 청각 자극 (음악) 은 뚜렷하게 우측 반구를 (16 ~ 27 퍼센트) 활성화시킨다. 동시에 언어와 음악으로 자극을 주면 양측 반구가 동시에 활성화된다 (Mazziotta et al. 1982.).
(c) 피검자에게 연속적으로 음악곡조를 들려주고 나서, 하나의 연속 음악곡조가 다른 연속 음악곡조와 어느 부분에서 다른지 말해 보도록 한 경우, 포도당 이용 패턴은 피검자가 이용하는 전략에 관계한다. 시각 이미지 전략을 사용한 사람은 좌측 반구에서 뚜렷한 비대칭을 보였으며, 이 전략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우측 반구에서 최고의 활동을 보였다. 음색 실험은 피검자가 복잡한 음조와 유사한지 다른지를 비교하도록 했는데, (화살표의) 우측 반구에서 포도당 이용이 (조절대비 22 퍼센트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Phelps and Mazziotta 1985. 미국과학진흥재단의 양해로 인용.)

12 개의 사진이 동시에 만들어지고, 피질 표면은 물론 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신진대사의 변화가 간단히 드러난다. 그 공간적 해상도는 대개 1 센티미터이지만, 원리적으로는 방출감지기의 주사선을 증가시켜 훨씬 정교하게 할 수 있다. 임상적으로 이 기계는 CT 촬영에 비해서 '알츠하이머병', '종양', '간질' 그리고 '중풍' 을 진단하는 데 훨씬 정교하다. 그렇지만 기계의 가격이 비싸다 (Ter - Pogossian, Raichle, and Sobel 1980, Sokoloff 1981).

PET 촬영을 이용하면 뇌의 어느 영역이 어떤 기능을 위해 전문화되었는지 알려줄 수 있어 그 중요성이 상당히 크다. 예를 들어 미쉬킨, 언거레이더 그리고 맥코 (Mishkin, Ungerleider and Macko 1983) 등이 이 연구방법을 이용하여 '눈먼' 원숭이와 '눈뜬' 원숭이의 피질활동을 비교하였다. 눈먼 원숭이의 특정 영역에서 포도당 활용이 감소되었으며, 따라서 이 영역이 시각정보처리에 개입한다고 가정되었다. 이 가정을 별도로 실험하기 위해서 '전자 시뮬레이션', '뇌파기록', '뇌 손상 연구', '염료 주입방법' 등등 다른 방법으로 얻은 결과와 비교하였다. 이런 결과들을 종합하면 해부학적 가설들을 확증할 것 같다 (주석 : 소코로프 (Sokoloff) 와 그의 연구원들에 의해 개발된 한 특별한 추적자 연구방법에 관련해서 약간 논란이 있다. 소코로프 연구방법은 2 탈산소포도당 (2 - deoxy - glucose), 즉 포도당의 아날로그 양을 이용하므로 이 연구방법에 대한 기초생화학적 · 생리학적 가정들에 관련된 문제가 제기된다. (Fox 1984 와 Raichle and Ter - Pogossian 1984 의 반박 논문을 보라.) 이 논란은 아직 정착되지 않았으며, 여하튼 이 논란은 아직 정착되지 않았으며, 여하튼 이 논란은 2 - deoxy - glucose 추적자에만 관심을 갖는데, 사실 이 문제는 PET 촬영에 이용될 수 있는 추적자 연구방법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

PET 촬영은 뇌가 하는 일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과 같으며, 이를 이용하여 우리들은 '피검자가 마음속으로 어떤 수행 (생각) 을 하는지' 그 기능을 뇌 활동의 차이로 들여다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을 하는지', '대화를 회상하고 있는지', '시각적 이미지를 이용하여 음악적 음조를 분석하고 있는지', 아니면 '시각적 이미지를 이용하지 않고 음악적 음조를 분석하고 있는지' 등등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정상 피검자에 대한 연구에서 펠프스와 마치오타 (Phelps and Mazziotta 1985) 는 그런 심리학적 상태와 관련된 포도당 흡수 패턴을 발견함으로써 '심리학적 상태 내용' 과 '채택된 인지 전략' 의 차이점이 PET 촬영 영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그림 5.15). PET 로 파악된 모습이 심리상태의 미묘한 변화와 얼마나 정교하게 관련되는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으나, 해상도 연구방법을 개선함에 따라서, 신경부위와 상당히 긴밀한 상관관계를 찾아낸다면, 기능 신경해부학의 획기적 진보일 것이라는 점이 바로 우리들의 희망이다. 이 연구방법은 그 한계까지 이르지 못했다 (즉, 더욱 발전될 여지가 남아 있다). 이 PET 촬영 연구방법의 중요한 어려움은 가격이다. 이 연구는 강력한 컴퓨터, 필요한 동위원소 (isotopes) 를 만들어내기 위한 사이클로트론 (cyclotron : 원자파괴를 위한 이온가속장치) 그리고 이런 장비들을 운영할 연구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핵자기공명 영상 (Neclear Magnetic Resonance (NMR) Imaging)

핵자기공명 (NMR) 영상은 CT 촬영보다 훨씬 좋은 영상을 얻어낼 수 있으며, 방사능 물질과 이온화 방사선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갖는다. NMR 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비결은 원자핵이 갖진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원자핵이 홀수의 미립자를 가질 경우 그 핵이 회전하고 그래서 자석과 같이 움직이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수소 (hydrogen) 와 (큰 원자량을 갖는 것으로) 인 (phosphorus) 은 그런 핵을 가진 원자들이다. 그런 핵을 가진 물질이 자기장 (magnetic field) 에 놓이면 핵의 회전축이 바뀌는데, 자석 성질을 가진 핵은 스스로 자력선에 일렬로 방향을 맞춘다. 일단 그렇게 조직화되면, 그 핵들은 새로운 방향을 가리키게 되고, 원래 상태로 재빨리 돌아가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조작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까닭은 핵이 원래 상태로 재빨리 돌아가면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되며, 그 에너지 방출을 모니터링해서 영상을 재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수소' 가 '집중된' 혹은 '분산된' 이미지를 재구성할 수 있다.

이 생각은 수소 (H) 와 인 (P) 과 같은 물질들이 '조작될 수 있으며, 그것도 선별적으로 조작될 수 있고, 신체에 홀수로 분사되어 있는' 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물론 수소는 물과 지방질 (lipids) 에 포함되어 있고, 그 부드러운 조직 속에 미미한 수소 양의 차이를 NMR 영상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정상 뇌와 종양이나 다른 손상을 가진 뇌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이 영상을 통해 해부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론가에게 특히 관심을 끄는 것으로 신진대사의 생생한 모습 역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 (P) 은 삼인산아데노신 (adenosine triphosphate : ATP) 에 포함되어 있으며, ATP 는 모든 신진대사 처리를 위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지 - 저장 분자이며, 뉴런 내부에 있다. ATP 는 신진대사 활동이 가장 큰 영역에 집중되며, 뉴런 내부에 있다. ATP 는 신진대사 활동이 가장 큰 영역에 집중되며, 따라서 더 많은 인 (P) 의 집중은 신경계의 어느 부분이 특정한 기능에 참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단서를 제공한다.

NMR 영상 연구방법은 아직 발전 중에 있으며, NMR 에 열광적인 연구자들은 이것이 진료에 CT 촬영 대신 사용될 뿐만 아니라, 이 장비가 더 정교하게 됨에 따라서 신경생리학과 신경심리학에서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역주 : 이 책에서는 NMR 을 소개하고 있지만, 날로 발전하는 기술에 의해 현재는 '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nation) 라고 부른다. 뇌가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거의) 순간적인 뇌 혈류 변화를 촬영하여 영상을 만들 수 있기에 앞에 '기능' (f) 이란 말이 첨가되었다. 이 장치를 이용한 연구는 현재 매우 인기 있는 연구방법이 되었다.). (여기에 관련된 좋은 소개로 R. Edelman 1984 를 참조하라.)

6. 신경학적 연구 사례

'신경계가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신경계가 어떻게 행동을 유발하는지' 에 관해 전망을 줄 수 있는 우선적인 분야는 '임상 신경학' (clinical neurology) 이다. 이것은 PET 촬영과 방사선사진촬영과 같은 장치들이 나오기 오래 전부터 그랬다. 아마도 '지식', '추상적 생각' 그리고 일반적으로 '상위기능' 에 기여하는 것이 뇌라고 가정하는 철학자들이 신경학 분야를 공부하면서 놀라는 점은 '특정한 신경학적 질병이 얼마나 빈번하게 운동 장애를 포함하는지' 하는 점이다. 심지어 '인지 결핍' 이 뚜렷한 경우에 전형적으로 '운동 장애' 를 동반한다. 이렇게 뇌의 많은 부분이 운동조절에 관여한다는 '진화론적 고려' 와 '신경생리학적 자료들' 에 힘입어, 뇌는 '주로' 지식습득을 위한 장치이며, '부차적으로' 감각운동조절을 위한 장치라는 가정에 대해 의심하게 한다. (10 장을 참조하라.)

따라서 신경학 연구로부터 나온 '이론' 의 가치는 '우리들이 가진 관습적 (규약적) 가정들을 제거할'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또한 그런 연구는 '신경계 조직' 에 대한 이해와 '유연한 행동 아래 엄청나게 복잡한 신경 기계가 있다' 는 생각을 갖게 한다.

몇 해 전에 나는 위니펙 (Winnipeg) 의 건강과학센터 (Health Sciences Centre) 에서 신경학 협의회에 정규적으로 참석했는데, 목요일 아침마다 당혹스럽고 놀라운 사실에 집중해야 했다. 지금도 아주 또렷하게 그 첫 환자를 기억할 수 있다. 그 환자는 의과대학에서 명예 퇴직한 교수였는데, 뇌 심층부에서 뇌졸중을 일으켜 아마도 변연계 구조 (limbic structures) 에 어떤 영향이 있었으며, 자주 이상하게 울었다. 그의 얼굴이 갑자기 슬픔에 잠기면서 눈물이 빰에 흘러내렸으며, 그의 몸은 흐느낌으로 들썩이곤 했다. 그를 보기 전 신경학자는 '우는 행위' 가 "평온한 감정으로 유발되지 않으며, 일상적 사건에 의해 시작되지 않는다" 고 설명했다. 그 환자는 슬픔을 느끼지 않았고, 우는 경우 느낌을 갖지 않았지만, 연기로 그런 것은 아니었으며, 이 점을 그의 행동에서 확신할 수 있었다. 전적으로 확신하는데 누구라도 '그토록 비통하게 울면서도 비탄을 느끼지 않는다' 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환자에게 울고 난 후는 물론 우는 동안에도 물어보았는데, 그는 비록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 행동과 느낌이 전적으로 상관없는 것이라고 일관되게 설명했으며, 격분한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제스처로 머리를 가리켰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 자신에게도 그렇게 우는 행동은 상당히 미스터리였다. 나의 상식에 의하면, 그 피검자가 속이려고 들지 않고서야 '슬픈 느낌' 과 '슬픈 행동' 사이에 분리란 있을 수 없다. 정말로 나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믿는 철학자들을 안다. 그렇지만 사실이 그랬고, 그래서 내 상식적 가정에 치명타가 날아든 것이다.

나는 대답을 찾기 위해서 신경학 문헌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지만, 내 혼란은 전혀 감소되지 않았으며, 매주 목요일마다 우리의 상식 체계는 충격을 받았다. 우리 상식체계 내에서는 '앎', '추론함', '자아 통일', '인지능력의 연결', '개념과 믿음의 연결' 등등을 생각한다. 정상적인 뇌에서는 상식체계의 불충분함이 가려질 수 있지만, 손상된 뇌에서는 그 (상식체계란) 이론의 불충분함이 드러난다.

계속해서 기가 막히는 문제는 내가 관찰한 것을 신경학적으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자료들은 '통속 심리학 (folk psychology) 이 실제로 얼마나 결함이 많은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뇌에 대해 알고 있는 인지 능력 밑에 있는 더 깊은 능력들을 얼마나 알지 못하고 있는지' 납득시키기에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합리성의 본성' 혹은 '자아의 통일' 에 대해 우리가 인정하고 있는 '철학적 원리' 가 아주 연약한 것이었음이 드러난다. 따라서 끊임없이 신경학을 들여다보게 한다. (통속 심리학과 그 불충분함에 대한 더 깊은 논의는 8 장과 9 장에서 참조하라.)

아래 보여주는 예들은 실천적으로는 물론 이론적으로도 철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에게 '신경학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줄' 몇 가지 사례들이다. 여느 큰 병원에서 근무하는 신경학자라면 누구라도 다음과 같은 사례들을 한 번 이상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야기할 내 설명이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환자들마다 특정한 유형의 장애와 그 행동 징후가 상당히 다양할 수 있다' 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증후군 (syndrome) 에 대한 설명은 비정상 행동이 빈번히 발생하는 분야를 골랐다.

안면인지불능증 (Facial Agnosia)

이따금 우반구 (RH) 손상은 환자에게 얼굴을 인식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하는데, 그 결과 환자는 자신의 가족들을 포함해서 유명한 사람들의 얼굴은 물론 심지어 사진 속에 있는 자신의 얼굴까지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 환자는 정상적 시각을 가지며, 그래서 대상을 쉽게 인식하고 알아볼 수 있다. 이것은 대체로 단일 장애일 경우가 많으며, 환자는 사람들을 알아보기 위해 다른 단서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안경이나 모자를 보고서 자신의 아내임을 알아보며, 그런 것들을 다른 사람이 쓰고 있게 하면 그 사람을 자신의 아내라고 판단한다.

최근의 발견에 따르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환자에게 그 기능장애 (dysfunction) 발생 이전에 친숙하였던 얼굴 사진을 보여주면 상당한 '피부전위 전도' (electrodermal skin conductance) 를 보여주지만, 친숙하지 않은 얼굴 사진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Tranel and Damasio 1985). 또 어떤 환자는 새로이 보는 얼굴에 대해서도 피부 반응을 보였다. 이 실험 자료는 이 환자들이 얼굴 재인 (face recognition) 을 위한 생리학적 바탕이 손상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비록 그 환자들이 정보를 '의식' 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부분적으로 이 경우가 말해 주고 있는 것은 (오직 얼굴을 알아보는) '개별 종의 재인' 이 ('찻잔', '개', '나무' 등등에 대한 재인을 도와주는) '일반적인 인지 수행' 과 같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무언가 특별한 설명이 요구되는 중요한 질문은 '그것 (얼굴 재인 능력) 이 무엇이며', '동일종의 개별 대상들 (individuals) 을 재인하는 특별한 메커니즘을 갖도록 진화된 까닭이 무엇인지' 에 관한 것이다 (역주 : 우리가 눈앞에 보이는 것을 보고 늑대나 여우 혹은 고양이가 아닌 '개' 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어떤 능력 때문일까? 철학자들은 우리가 무엇을 그것으로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미 개념적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즉 개별자 (individuals, particular) 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보편자' (universal, 즉 보편개념) 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개념을 얻었는가?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가? 이제 그 실마리를 풀 단서를 이 책에서 보여준다. (11 장 참조.)). 자신이 아닌 남을 개별자로서 알아보는 능력은 곤충들 (예를 들어 귀뚜라미) 을 포함해서 다른 많은 종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에,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뇌의 표상이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진화했는가 하는 점이다.

시각인지불능증 (Visual Agnosia)

한편 시각에 이상이 없는 환자가 일상의 사물들을 알아볼 수 없지만, 만약 그들이 그 사물들을 '만져보거나' '듣거나' 혹은 '냄새를 맡도록' 한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 환자들은 확신에 차서 자신들이 본 사물들에 대해 그림으로 그려 보일 수 있음에도 그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는 없다. (그림 5.16 참조.) 이따금 이 증후군은 (색깔을 알아보는 능력이 없는) 색상인지불능증 (color agnosia) 과 안면인지불능증 (facial agnosia)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독서불능증 (alexia) 을 가진 환자들에게서 함께 발견되며, 대개는 17 번과 18 번 외부 시각피질 영역이 손상되었다. 이런 경우들로부터 얻은 자료들은 '감각모듈 (sonsory moduales) 의 특성과 구조' 를 결정하는 데, '기초적 처리과정의 앞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를 결정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그 도움에 대해서는 Marr 1982 를 참조하라.)

그림 5.16  시각인지불능증 (visual agnosia) 환자가 선으로 그린 복사. 그리기 전에 그 환자는 어느 항목도 알아볼 수 없었고, 그림을 그리고 난 후에 그는 자신이 그린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A) "난 아직도 모르겠어." (B) "개나 다른 동물일 수 있을까?" (C) "해변의 그루터기일 수 있을까?" (D) "마차나 차 (car) 같은 것. 큰 차가 작은 차한테 끌려가네." (Rubens and Benson 1971)

맹시력 (Blindsight)

시각시스템에 대한 해부학적 연구를 통해서 선조피질 (striate cortex : 일차시각피질 primary visual cortex) 은 외측무릎핵 (lateral geniculate nucleus) 으로부터 상당한 양의 신경세포 돌기를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 영역은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첫 번째 영역으로 폭넓게 인정되었다. 선조피질이 손상되면 완전한 맹인이 된다고 생각되었으며, 이에 대한 실질적 증거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조피질이 제거된 원숭이의 경우 놀라운 잔여 시각능력을 보여준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Weiskrantz and Cowey 1967). 원숭이들은 심지어 선조피질 전체가 제거된 경우에도 크게 손상된 주변부를 조작하여, 2 차원적 패턴들을 판별해 낼 수 있었다. 또한 '주무릎선조시각경로' (major geniculostriate visual pathway) 이외에 틀림없이 '제 2 의 시각경로' 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 분리뇌 피검자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암시되었다 (Trevarthen 1970). 따라서 선조피질 손상 후 잔여시각능력을 설명하려면, '상구 (superior colliculus) 를 통과하는 정보 전달 경로가 있으며, 이 곳을 통해 뇌가 시각 판별할 정보를 얻는다' 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그림 3.10, 그림 3.11).

당연히 위의 원숭이 연구가 제기한 의문은 '선조피질이 손상된 사람의 경우에도 정상에 버금가는 잔여시각능력이 발견될 수 있을지' 하는 것이었다. 1974 년에 바이스크란츠 연구진 (Weiskrantz et al.) 은 환자 D.B. 씨에 대해 그들이 발견한 사실을 발표했는데, D.B. 씨는 진료 목적으로 우반구에서 상당한 양의 선조피질을 제거하는 수술을 겪어야 했다. 그 수술 결과 그는 양쪽 눈의 좌측시야 (left visual field) (역주 : 'visual field' (시야) 란 말에서 'field' 는 '망막에 보이는 범위' 를 가리키며, 앞서 사용한 'area' (영역) 란 말은 '뇌의 피질 부위' 를 가리키는 말로 구분된다.) 수 없게 (일명 동측성 반맹 homoymous hemianopia) 되었다 (주석 : 정형화된 임상 진단에 근거해서 보면 좌측시야 (left visual field) 에 여분으로 생각되는 몇 개의 아주 작은 조각들이 사실 있었다.). 다시 말해서 표준 임상 검사 결과와 자신이 한 표현에 따르면, D.B. 씨는 '좌측시야 맹인' 이었다.

잔여시각능력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졌을 때, D.B. 씨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고 확언하였으며, 따라서 그가 대답한 것은 단지 추측인지 물어보았다. 이 실험에서 그는 주변의 조잡한 특징에 비추어 판별할 수 있었고, 그것도 상당히 정확하게 해냈다. 그 실험에서 제시된 제시물이 너무 작지 않고 제시 시간이 대략 650 밀리 초보다 짧지만 않으면, 불빛의 수직 막대와 수평 막대를 그리고 O 모양과 X 모양을 똑바로 구별해 냈다. 또한 자신의 맹시야 (blind visual field) 에서 불빛점이 빛나고 있는 위치를 아주 정확하게 (29/30, 30/30) 등등의 정확성으로) 지적할 수 있었다. 그가 '의식적으로' 시각정보를 이용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D.B. 씨의 '추측' 은 단지 추측이 아니었으며, 그는 시각정보를 이용하여 판단했던 것이다.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한 이 첫째 실험에 이어서, 그 결과를 확증할 목적으로 다른 실험이 있었는데, 그 실험에서는 실험 절차와 통제를 정교하게 하여 '여분의 시야' (visual field) 가 (맹시야에 보인) 시각 자극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였다. 페레닌 (Perenin) 과 제너로드 (Jeannerod) 는 한 쪽 반구에서 시각피질을 완전히 제거한 6 명의 피험자를 실험하였으며 (1978), 그들은 잔여시각능력에서 D.B. 씨와 비슷하였다. D.B. 씨처럼 그들은 자신들의 '맹시야' 에서 시각표적을 지적하는 데에 그리고 삼각형이나 원형과 같은 동일발광패턴 (equiluminant pattern) 을 알아보는 데에 놀라울 만치 정확했다. 반면에 전무릎 (pregeniculate : 시각교차 chiasmatic) 손상으로 맹인이 된 두 피검자의 경우에는 이 판별실험에서 운으로 맞추는 정도 이상 해낼 수 없었다. 이 대비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그런 곳의 손상이 망막으로부터 다른 어느 곳으로 가는 정보를 차단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주무릎선조시각경로' 와 가정되는 '두번째 시각경로' 모두가 끊긴 것으로 생각되었다.

'제 2 의 시각경로' 가설은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으며, 어떤 연구자들은 '맹시력 (blindsight) 현상' 이 '손상되지 않은 부분의 시각영역에 산발적 빛이 들어옴으로써' 혹은 '여분의 선조피질 조각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Campion, Latto, and Smith 1983 그리고 그 주석서들을 참조하라.)

맹시력의 경우는 수많은 이유로 관심이 가는데, 그 중에 하나는 피험자들이 주변 환경의 특징에 대해 시각적으로 설명하고 잇지만, 그들이 시각 경험에 근거해서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피험자들은 '불빛점이 어디에 있는지' 에 대한 어떤 시각적 앎을 갖지 못하는 것 같은데도 그 위치를 말할 수 있다. 이따금 그 피험자들은 '따끔거리거나' 혹은 '먼 거리의 (사격의) 섬광' 과 같은 느낌을 갖는다고 인정하긴 하지만 (Richards 1973), 그런 경험은 시각적 경험이 아니다. 놀라운 사실운 자신의 시각적 앎을 부정하는 피험자일지라도 자신의 맹시야에 원이나 사각형이 있는지 어떤지를 계속해서 바르게 지적하거나 혹은 결정한다는 점이다.

그 정도의 정교한 행동은 피험자가 부분적으로라도 '알고 있었음' 을 함축하며, 만약 피검자가 불빛 위치를 체계적으로 보고하면, 그 피검자가 틀림없이 자신이 판단할 시각 경험을 갖는다고 인정하는 것이 무난할 듯싶다. 실험 결과는 분명히 이런 가정에 대해 의심하게 하지만, 앎에 관해서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즉 '만약 안다면, 그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안다' 는 가정을 포기함으로써 피해 갈 수 있겠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다음 두 명제 모두를 가정할 수 없다. (1) 만약 누군가 세계에 대한 현재의 어떤 특징을 관찰해서 보고할 수 있다면 (충분조건), 그는 그것을 경험한 것이다. (2) 만약 자기가 경험한 것을 알고 있다면 (필요불충분조건으로), 그는 그것을 경험한 것이다.

비록 맹시력 연구로부터 얻은 결과를 생각해 보면, 그 중에서 어느 가정을 버릴 것이며, 어느 가정을 수정할 것인지, 혹은 위 양자 모두를 수정해야 할지 분명하진 않지만,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앎' 이란 '어떤 종류의 상태' 라는 개념을 수정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물론 이 문제와 관련된 다른 실험 결과도 있다. 예를 들어 임상적 경우들과 별개로 신호감지이론 (signal detection theory) 은 '누군가가 무엇을 경험했는지 아닌지' 는 사람들이 흔히 희망하듯이 '그 사진' 이나 '그대로의 사건' 에 의해서 밝혀질 것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Swets, Tanner, and Birdsall 1964).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개념적 수정을 하게 하는 경험적 발견의 한 실례이다. (Patricia S. Churchland 1980a, 1983 ; 그리고 7 장과 8 장을 참조하라.) 다음 경우는 이에 대한 추가적인 실례가 된다.

실명거부증 (Blindness Denial)

소위 안톤증후군 (Anton's syndrome) 이라는 실명거부증은 간혹 갑작스런 피질성 실명 (cortical blindness) 으로 발생한다. 임상 설명에 따르면 그런 환자들은 '볼 수는 없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서 장애를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볼 수 있다는 믿음을 고집한다. 그 환자에게 시각결함이 있는지 없는지 묻게 되면, 불빛이 너무 흐릿했다고 불평하면서 자신들의 시각은 매우 정상이라고 말하곤 한다. 가구에라도 부딪힐 경우 실명거부증 환자들은 전형적으로 둘러대곤 하는데, 그럴 때면 주변에 물건들이 너무 많이 놓여 있고 그것들이 형편없다는 등등을 주장한다. 무엇을 보았는지 물으면, 다시 둘러대는데, (의사가 네 손가락을 펼쳐 보이면) 두 손가락이라고 대답하며, (의사는 넥타이를 매고 있지 않지만) 의사의 넥타이가 갈색이라고 대답하며, (간호원이 없었지만) 2 명의 간호원이 있다고 대답하곤 한다. 그 둘러대는 말이 그 상황에 적절하기 때문에, 환자가 '고의적으로 그렇게 꾸며댄다거나' 혹은 단지 '뻔뻔스럽게 아닌 척한다' 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

시각로 (optic tract) 나 혹은 시상 (thalamus) 에서 시각피질로의 투사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 그런 거부증은 나타나지 않으며, 오직 시각피질이 손상된 경우에만 나타난다. 그런 장애가 왜 발생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기껏해야 그 환자가 상실한 능력을 들어 그 증후군을 새롭게 기술할 수 있을 뿐이다. 킨스번 (Kinsbourne 1980) 에 따르면, 대뇌 손상으로 분석기 (analyzer) 에 고장을 일으킨 (분석기의 출력을 보면 시각입력이 없음을 알 수 있는데) 환자는 '시각입력이 없음' 을 알지 못한다. 자신의 실명을 인정하는 다른 실명 환자와 달리 거부증 환자들은 '손동작에서 새로운 보정' 기술을 획득하지 못하며, 말을 더듬어 둘러대며 고집부리는 경향이 있다.

비슷한 증후군을 '우반구두정 (RH parietal) 손상' 과 '좌측신체마비' (left - sided paralysis) 환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종종 자신들의 마비 증세를 부정하며, 자신들이 꽤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고집한다. 마치 실명거부증 환자들처럼 자신들의 행동을 완고하게 (그렇지만 편안하게) 둘러댄다. 그 마비 환자들에게 자신들의 사지 (limbs) 가 마비되었다고 가르쳐주면 혼란스러워하며 성을 낸다.

이런 거부증은 '일반적인 착란' (confusion) 이나 '지능저하' (intellectual deterioration) 로 혹은 '허세 부림' 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제안은 사실 그럴 법하지 않은 생각이다. 비색 (Bisiach) 연구진이 (출판되지 않은 저작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거부증은 기능별로 나눠진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는 실명 (blindness) 을 부정하지만, 부전실어증 (dysphasia : 대뇌장애 실어증) 이나 반신불수 (hemiplegia) 는 인정한다. 더구나 '착란' 은 전형적으로 거부증에만 한정되며, 그 이외의 문제에는 상당히 현실적이며 명쾌하기까지 하다.

피질이 아니라 척수가 손상된 환자는 전형적으로 자신의 무력함을 알고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시하라. 또한 유사한 패턴 중의 하나는 착각성 실어증 (jargon aphasia) 을 가진 환자로, 두정영역과 측두영역에 손상을 입은 환자이다. 브로카 실어증 (Broca's aphasia) 을 가진 환자와 비교해서, 그 환자들은 자신들의 장애를 알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점에서는 지능적으로 손상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말이 이해되지 못하고, 의사소통이 성공적이지 못함' 을 완전히 알아채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바에 따르면, 이 거부증 증후군은 변연계 구조의 손상과 관련이 있으며, 피질만 손상된 경우에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환자의 (평소의) 병전 성격 (premorbid personality) 역시 하나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거부증 증후군이 일종의 정신병이다' 라는 뜻은 아니다. (특별히 Weinstein and Kahn 1955, Kinsbourne and Warrington 1963b 를 참조하라.)

이 거부증 증후군이 관심을 끄는 것은 이런 사례들이 우리들의 일반적 가정, 즉 만약 '자신의 팔을 볼 수 없고 움직일 수 없다면 그 자신이 그 사실을 (반드시) 알 수 있다' 는 가정, 그리고 만약 '이해할 수 없는 대화를 한다면 그 자신이 의미전달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즉각적으로 알 것이다' 는 가정에 이의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상식적 가정들은 문제가 있어 보이며, 그래서 실명거부증과 다른 거부증증후군은 '안다는 것' 이 무엇인지에 관한 상식적 개념이 수정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좌우측 반구 단절 (disconnection), 편측무시증 (Hemineglect) (다음에 설명) 그리고 맹시력 (blindsight) 과 같은 '앎' 에 관련된 다른 경우들과 함께, 이 거부증 증후군은 우리로 하여금 '의식' 에 관련된 상식적 개념으로부터 물러서게 하며, '의식' 의 조건과 차원에 대해 우리들이 뇌 연구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나는 이것에 대해 8 장과 Patricia S. Churchland 1983 에서 더 깊게 논의한다.)

이런 실험 결과를 가지고, 실명거부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 대한 임상적 특징을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그 환자들은 실명했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실명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몇몇의 철학자들이 나에게 제시한 바에 따르면, 이 경우는 틀림없이 잘못 기술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의식' 이란 개념의 필연적 특징은 다음과 같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누군가 '의식을 가지고 있는 한', 그리고 전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한', 만약 그가 시각경험을 갖지 못한다면, 그는 시각경험을 가지고 있지 못함을 알 것이며, 그 역도 성립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당신이 장님인지 아닌지 당신 자신이 모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 경우가 잘못 기술될 수 있음을 인정하며, 나는 경험을 어떻게 서술해야 정확한 것이 될 수 있을지도 이해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경우가 잘못 기술되었음을 '선험적으로' 알 수 있다는 의견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내 견해로는 '의식' 개념에 대한 '필연적 특징' 이 무엇인지는 실명거부증이란 현상에 의문을 제기한 '경험적' 가정에 근거해서 주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정이 지탱될 수 있는지 없는지도 오직 경험적 사실만이 결정할 수 있다.

편측무시증 (Hemineglect)

'편측무관심' (hemi - inattention) 이라고도 부르는 편측무시증 (반쪽무관심) 은 대체적으로 우측두정손상 right parietal lesion) 과 관련되며, 변연계 구조 내지 그물형성체 (recticular formation) 의 손상으로 일어나는 증후군이다. 심할 경우에 환자들은 손상된 부위의 반대측 (contralateral) 편측공간 (hemispace) 의 사건을 무시하고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 환자들은 오직 신체의 오른쪽에만 옷을 걸치고 씻으며, 접시에 놓인 오른쪽 음식만을 먹고, 한 페이지에서 오른쪽만을 읽고, 그림에서도 오른쪽만을 그린다. 그 페이지를 우측 편측공간 쪽으로 완전히 밀어놓을 경우에도, 역시 그 환자는 그 페이지의 오른쪽만을 읽는다 (그림 5.17). 자신의 신체 바로 앞을 가리켜보라고 하면, 그 편측무시증 환자는 자신의 우측 절반공간의 중앙을 가리키는 경향이 있다.

그림 5.17  (A) 연구원이 왼손으로 데이지 꽃을 그리고, 편측무시증 (hemineglect) 환자가 오른손으로 그 꽃을 그렸다. (Heilman et al. (1983). In Localization in neuropsychology, ed. A Kertesz. New York : Academic Press.) (B) 편측무시증 환자에게 시계면을 채워 그리라고 해서 그린 그림. (Bisiach et al. 1981)

그렇지만 이런 환자들은 좌측 시각영역에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때때로 절반공간의 자극에 반응하기도 하나, 일반적으로 그들은 이 공간을 마치 없는 것으로 단순히 무시한다. 이따금 자신들의 왼쪽 팔이나 다리에 대해 그것이 누구의 것이며 혹은 왜 자신의 침대에 놓여 있는지 물을 경우 자신들이 그 소유주임을 부정하기도 한다. 정도가 덜한 경우에는 마지못해서 자신이 소유주임을 인정하긴 하지만, 그 사지를 마치 대상처럼 취급한다. 이따금은 좌측 사지의 고통을 우측에서 느끼는 것처럼 보고하기도 한다.

크리칠리 (Critchley) 는 한 환자가 자신의 왼쪽 팔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했다. "너 개자식아! 이건 영혼도 없는 형편없는 놈이다. 이건 날 졸졸 따라다닌다. 이것은 내가 독서할 때에도 날 방해해. 내 얼굴까지 손이 올라오기도 하고, 휘둘러지기도 한다." (1979 : 118) 이런 현상에 대해서 역시 관심이 가는 점은 '편측무시증 환자들이 왼쪽 얼굴의 이미지를 판독하지 못할 수 있다' 는 사실 때문이다. 비색과 루자티 (Bisiach and Luzzatti 1978) 는 환자들에게 잘 알려진 밀라노 (Milan) 의 광장을 마음 속으로 그려보라고 요청하면 그들은 '우측편측공간' 에 대해서는 마치 자신이 그 광장을 마주 대하고 있듯이 상상하여 상세하게 말할 수 있었지만, '좌측 편측공간' 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 환자들은 (왼쪽 절반공간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환자들에게 다른 방향에서 그 광장을 접근하는 상상을 하게 하면, 이번에는 정확하게 그 빠뜨렸던 부분을 기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 우측 편측공간만이었다.

우반구 손상을 입은 귀머거리 환자에 대한 연구에서 설크 연구소 (Salk Institute) 의 클리마 (Klima), 벨루기 (Bellugi) 와 그 연구원들은 놀랍고 상당히 역설적인 많은 발견을 이뤄냈다 (Bellugi, Poizner, and Klima, 앞으로 출판될 예정). 그 환자들은 모두 미국식 수화언어 (American Sign Language) 에 능숙했고, 수화가 본질적으로 공간시각 기술 (visuospatial skills) 을 포함하며, 수화할 줄 아는 귀머거리 환자들은 말할 줄 아는 환자들처럼 '장애' 와 '손상 부위' 에서 동일한 관련을 보여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말하자면 귀머거리 환자들은 좌반구 손상으로 실어증 증후군 (aphasic symptoms) 을 보였으며, 우반구 손상으로 공간시각 결함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좌측 편측무시증 (left hemineglect) 환자들의 경우 수화하고 이해하는 능력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런 환자들도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왼쪽 절반공간을 이용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복잡하면서도 놀라운 것이었다. 우선 '공간' 이 '수화' 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한데, 어휘 차원 (lexical level) 에서 신호를 달리해야 하며, 형태 차원 (morphological level) 에서 억양을 주어야 하고, 구문 차원 (syntactic level) 에서도 신호를 달리해야 한다. 구문 차원을 예로 들면, 대화 중에 명사가 도입되면 수평면 상의 임의의 지칭 지점과 관련지어야 하며, 그 다음에는 그 지점을 수화로 가리키면서 대명사로 지칭해야 한다. "그가 그녀를 따라갔다" 에서 동사로 규정된 (주어와 목적어가 기리키는) 대상들 사이의 관계는 공간적 관계와 지정된 지점들 사이의 운동방향으로 규정될 것이다 (Klima and Bellugi 1979).

이제 벨루기 (Bellugi), 포이즈너 (Poizner) 그리고 클리마 (Klima) 에 의해 실험된 '편측무시증 수화 피검자' 들 중 한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 환자의 방을 서술해 보도록 했을 때, 그녀는 그 모든 가구들을 그녀의 우측 편측영역 (right hemifield) 에 쑤셔 넣었다. '사각형' 에 대해 수화로 표시하도록 했더니, (사각형의) 좌변을 빼먹었다. 이 놀라운 실험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지속적으로 수화의 구문을 위해서는 좌측 편측영역을 아주 정상적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수화로 양쪽 편측영역을 사용한 신호들에 대해 그녀는 정상적으로 이해한다. 공간이 구문의 표현을 위해서 사용될 경우 그 피검자는 공간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고, 지점들 사이의 적절한 공간관계를 알 수 있지만, 마치 방을 기술할 경우처럼 공간을 직접 표현해야 할 경우에는 공간에 대한 표현은 반쪽으로 잘려진다.

설득력 있는 이론 (Heilman 1979) 에 따르면 '편측무시증은 방향 맞추는 메커니즘 (orienting mechanism) 의 결함' 이다. 다른 주장에 따르면 '환기시키는 메커니즘 (arousal mechanism) 의 결함' 이다 (Kinsbourne 1977). 그렇지만 비색 (Bisiach) 과 루자티 (Luzzatti) 에 의해서, 그리고 벨루기 (Bellugi), 포이즈너 (Poizner) 그리고 클리마 (Klima) 에 의해서 이끌어진 이 연구는 공간 표현이 중요하게 개입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기는 하다. 어쨌든 우리가 주의집중 (attention) 의 본성과 기능에 대해 아주 조그밖에 이해하고 있지 못한 관계로 위 이론들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관련된 현상들과 더불어, 편측무시증은 '주의집중', '앎' 그리고 '의식' 을 위한 '뇌 메커니즘' 에 대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며, '신체도식' 에 관하여 혹은 뇌가 틀림없이 가지고 있을 '신체 - 내 - 공간표상' 에 관해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또한 그 이론들은 현상론적 접근과 주관적 관점이 결코 최종의 결말은 아니며, '앎', '의식' 그리고 '주의집중' 의 본성을 이해하려는 우리 노력의 시작일 뿐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계산하는 괴력 (Calculating Oddities)

일상적인 사람들이 셈하고, 즉 수학적 계산을 수행하며, 복잡한 등식을 푸는 능력은 놀랍다. 경우에 따라서 계산 능력에서 뛰어난 발달이 있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복잡한 수학 계산을 머리로 상당히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계산 잘하는 신동은 자폐성 증후군을 보이기도 하며, 미친 경우 (백치석학 : idiots savant) 도 있으며, 그들의 능력은 상당히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Sacks 1985).

크리칠리 (Critchley 1979) 는 몇 명의 심각한 지진아가 탁월한 계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하였다. 유명한 예로 플러리 (Fleury) 는 '파괴성 둔치' (destructive imbecile : 파괴성 치우) 인데, 465,484,375 의 3 입방근 (=775) 을 13 초만에 구하고 날짜에 관해 신동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기하학의 기초도 파악하지 못한다.

그런 몇 명의 신동들은 여러 달 동안 신문지상에 머릿기사로 장식되기 마련이지만, 반면에 심각한 지진아이기도 하다. 계산 잘하는 신동은 또한 스리니바사 라마누잔 (Srinivasa Ramanujan) (주석 : 하디 (G. H. Hardy 1940) 는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나는 그를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그는 퍼트니 (Putney) 에 아파서 누워 있었다. 나는 택시번호 1729 번을 탔고, 내 생각엔 그 숫자가 그저 그런 숫자이며, 불길한 징조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아니요' 라고 대답했다. '그것은 안주 재미있는 숫자예요. 그 숫자는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2 의 세제곱의 합으로 표현되는 가장 작은 숫자입니다' 라고 말했다.") 의 경우처럼 수학적 천재이기도 하다는 점이 놀라 만하지만, 일반적인 지적 능력은 형편없고 오직 계산 능력만이 특출할 경우 이것이 수학적 능력에 관련해서 무엇을 함축하는지 알 수 없다. 어떻게 그 수학적 능력들이 다른 지적 능력들과 무난하게 통합될 수 있을까? 그 수학적 능력들이 어떻게 발달한 것일까? 그 수학적 능력들이 지진아의 뇌에서 그렇게 탁월하게 발달할 수 있는 것은 왜일까? 그런 발달이 어쩌면 다른 능력을 대가로 지불하고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따금 뇌졸중 환자들은 전혀 셈을 할 수 없어서, 수열에 대한 의미, 두 숫자 중 어느 것이 큰지, 어떻게 셈을 하는지, 어떻게 수를 동일하게 하는지 등등에 대한 모든 능력을 상실하곤 한다. 어떤 환자는 곱셈을 할 수 있지만 덧셈을 할 수는 없다. 이런 현상이 실어증 (aphasia), 독서불능증 (alexia) 혹은 단기기억 (short - term memory) 결함 등과 함께 일어날 경우, 수학불능증 (anarithmia) 은 부차적인 것이 되지만, 이따금 단일 장애를 보이기도 한다.

수학적 개념들에 대한 무능력은 타고난 것일 수 있으며, 다른 지적 결함에 언제나 수반되는 것은 아니다. 내 관심을 끄는 특별히 주목할 만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비법할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어려서부터 숫자를 파악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어서, 가장 단순한 계산을 하지도 못한다. 그는 하나에서 열까지의 숫자를 알아보기는 하지만, 그 숫자들의 의미를 알지는 못하며, 본질적으로는 의미 없는 기호를 배우는 것과 같다.

그는 자신을 아주 부유하게 만들어주는 나름대로의 비범한 보완책을 가지고 있지만, 숫자에 대한 무지는 상당히 수치심을 주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자신의 약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이 요구하는 계산을 할 회계사를 고용했고, 한 회계사만을 신뢰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여러 회계 회사에게 검토를 맡겼다. 총계 (잔고) 를 계산하는 문제를 위해, 자신의 아내로 하여금 유리병에 비료나 씨앗을 채워 그 높이에 색으로 선을 긋도록 했다. 이런 비범한 머리를 써서 숫자 없는 삶을 성공적으로 살 수 있었으며, 남들이 가지고 있는 계산하는 능력을 이용하였다. 그는 지적인 면에서 백치의 정반대여서 단지 산술만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사실은 잘못 기술될 수 있는데, 왜냐하면 관찰자에게 발견되지 않거나 혹은 일상적 실험에서는 찾을 수 없는 미묘한 장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McCloskey, Caramazza, and Basili 출판 예정).

'뇌가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우리들의 이해와는 상반되는 무수한 경우들이 있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부 수두증 (hydrocephalic) 환자들 중에 뇌실 (ventricles) 이 확장하여 두개강 (cranial cavity) 의 90 퍼센트 이상을 점유하면서도 IQ 는 평균 이상이며 대학 학점도 좋은 경우가 있었다 (Berker 1985) (주석 : 뇌실 (ventricles) 은 뇌척수액 (cerebrospinal fluid) 으로 채워진 내강 (CAVITIES) 이다 (그림 3.6). 이따금 그 강과 연결된 관이 막혀서 뇌척수액이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계속 모이게 되면 뇌실벽에 압력을 가한다. (앞의 3 장 2 절을 보라.). 환자의 시각 경험이 뇌졸중에 의해서 정상적 경험의 좌우가 뒤바뀐 (mirror image) 경우가 있는데 (거울에 비친 경우처럼), 그는 오직 거울을 통해서만 독서를 할 수 있으며, 서명도 거울에 비추어 쓰며, 야구에서는 홈에서 3 루로 그리고 2 루고 이어서 1 루로 뛰어서 홈으로 돌아오게 되며, 도로에서도 왼쪽으로 운전을 시도하는 경우에, 도대체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그 경우는 우리에게 공간 표상의 본성에 대해 무엇을 설명해 줄까? 이 사실은 한 사람의 신체 - 내 - 공간에 대한 뇌의 표상을 어떻게 설명해 줄 것인가? (Heilman et al. 1980)

신경학 연구는 일찍이 뇌에 대한 놀라움을 제공해 주며, 계속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새로운 영상 기술이 나타남에 따라서 '손상된 부위' 를 '수행 장애' 와 관련시켜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이것은 상당한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우리들이 알츠하이머병 (Alzheimer's disease : 노인성치매 senile dementia) 을 특정 영역의 퇴화와 관련지어 설명할 수 있고, 그러한 퇴화가 신경전달물질의 결핍과 관련지어 설명할 수 있는 발견을 이뤄낸다면 (Perry and Perry 1982), 우리들은 그 질병을 일으키는 파괴를 막거나 역전시킬 연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내가 처음에 언급했던 바와 같이 신경학적 연구는 '마음의 본성이 무엇인지' 에 대한 우리의 '직관들', '가정들' 그리고 '공통의 진실들' 을 흔들어대고 자리를 박탈시킬 가능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또한 실질적으로 중요하다. 자리가 박탈된 직관들은 새로운 이론에 자리를 넘겨줄 것이며, 신경학적 연구가 호기심을 자극시켜서 (뇌 내부의) '이론제작 장치' 를 가동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7. 결론

이 단원에서 논의된 어떤 연구방법도 뇌의 상위기능들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확실히 말해 줄 수단을 우리에게 제공하지 못한다. 그 어떤 경험적 절차도 완벽하지 못하며 결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은  그 나름대로 유용하며, 명확한 실험적 절차들로부터 얻은 실험 결과들이 천천히 공동의 가설로 출현할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 따라서 인간 연구는 동물 연구와 연합해야 하며, 임상적 연구는 정상인에 대한 연구와 연합해야 하고, 손상 뇌에 대한 실험 결과는 (자극하고 기록하는) 전기생리학적 탐구로부터 얻은 결과와 연합해야 하며, 그리고 그것들은 다시 해부학적 정보, 행동 실험 결과 (ERPs, PET 스캔, 순간노출기와 반응시간 연구 등등), 신경발생학적 (neuroembryological) 실험 결과 등등과 연합해야 한다. 화이트만 리처드 (Whitman Richards 1983:461) 는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말했다.

그렇게 많은 심리신경학적 실험들이 결함을 가지고 있다면 왜 그렇게 애쓰는가? 불완전한 방식으로 행동을 연구하게끔 우리들 대부분에게 동기를 부여한 한 가지 이유는, 우리들의 불완전성이 언제나 한 실험을 다른 실험으로부터 구별하며, 그렇게 해서 기초 메커니즘들에 대한 이해에 근접해 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