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납논리와 20 세기 한국의 논리교육
귀납논리와 과학철학 : 이초식 외 지음, 철학과현실사, 2000, Page 188~217
이 글에서 필자는 20 세기 우리나라 논리교육을 되돌아보며 귀납논리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 온 바를 중심으로 논하고자 한다. '나는 귀납문제를 왜 공부하게 되었나?' '나는 귀납추리를 어떤 방식으로 공부했는가?', '나는 귀납추리의 연구성과를 어떻게 정리하고 전망하는가?' 등의 필자의 주관적인 관심이 아무래도 이 글에서는 크게 지배될 것 같기 때문에 우선 귀납논리에 대한 필자의 문제의식부터 밝히기로 한다. 그리고 최근 입수한 한치진의 『논리학개론』(1931) 이 우리나라 논리교육의 본보기가 되었다고 판단되어 이를 근거로 귀납논리 교육의 문제들을 살피려고 한다. 이어서 필자가 논리학을 공부하게 된 1950 년대 중반부터 시작하여 그 후 논리학 강의를 해오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논리교육에서 야기되었던 귀납논리와 과학철학의 몇 가지 문제를 회고해 보며 귀납추리의 유형을 구분하고, 최근 귀납논리의 영역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상정논법 (abduction) 과 베이즈주의 결단논리, 그리고 비단조논리 (nonmonotonic reasoning) 는 앞으로 합리적 행위수행을 위한 정보처리의 추리로서 크게 쓰여질 것으로 전망해 본다.
미래를 알고 싶은 마음은 사람들의 본능적인 바람인 것 같다. 시험을 앞둔 학생들은 앞으로 점수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고 농사 짓는 사람들은 앞으로 농사가 잘 될지 궁금하며, 장사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돌아갈지 궁금해한다. 미래를 알고 싶은 마음은 나에게 어떤 유익한 것을 얻으려는 뜻만은 아니다. 아무런 실용성이 없을 때도 내일의 날씨가 궁금하고 저 산에 단풍이 언제쯤 들지도 알고 싶다. 뿐만 아니라 우리들은 일상적 생활에서 크고 작은 일들을 예측하며 살아가고 있다. 험한 산길을 갈 때면 한발자국 한발자국씩 내디딜 때마다 미끄러지거나 벼랑으로 떨어지지나 않을까 염려하며 나름대로 앞의 지형과 지세를 예측해 본다. 그럴 때마다 과거의 경험해 본 것을 기반으로 하게 마련이다.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미끄럼을 타는 경우,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몇 번 오르내리며 경험을 해보고는 점차 자유롭게 몸놀림을 하는 것도 과거의 경험에서 학습한 덕택이다.
예측이 잘못되어 기대가 어긋나게 되면 실망을 하게 된다. 때로는 예측이 빗나가 크게 고생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중대한 일을 할 때 일수록,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할 때 일수록 그와 관련된 예측은 더욱 신중히 해야 한다. 예측은 언제나 빗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측을 정확히 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며 운명을 점치기가 일쑤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미래를 확실하게 예측해 보려는 시도는 여러 가지로 진행되어 왔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예측할 때에는 생활하면서 보고 들어 알고 있는 상식을 기반으로 예측할 수 있으나 생활환경이 달라지면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아 더욱 고생을 하게 마련이다. 이런 때를 대비하려고 한 것이 과학적 지식으로 간주된다. 과학의 체계적인 지식을 통해 우리들은 상식으로 할 수 없었던 많은 것을 예측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나 과학에서 미래를 예측하려고 할 때에는 과거에 경험한 바를 토대로 하여 추리를 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추리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귀납논리학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가 귀납논리를 이렇게 본다면 그것은 상식과 과학에서 뿐만 아니라 미래에 관한 지혜를 갈망하는 철학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고대 그리스철학 이래로 인간은 전지와 무지 사이의 중간자이기에 앎을 추구하는 존재로 묘사되어 왔다. 완전히 알고 있다면 알려고 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완전히 무지하여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모른다면 알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인간은, 모르는 것이 많으나 그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본능적으로 철학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여 왔다. 이처럼 기지와 미지 사이의 틈을 메워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존재, 즉, 전지자와 무지자의 중간적 존재로서의 인간이기에 바로 귀납추리를 마련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귀납의 문제는 존재론이나 형이상학과 연결해 볼 때, 유한한 존재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무한을 바라보는 것, 미지의 세계, 미래의 세계를 지향하는 문제로도 평가될 수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세계, 유한의 세계에만 안주하려고 한다면 철학은 그 자체의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그 한계성을 넘어서기 위하여 초월 내지 초극을 시도하므로 철학하는 의미를 찾게 된다. 이런 초극은 확실성을 보장받은 것이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오직 가능성에만 호소하는 행위결단이다. 우리가 그 결단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을 문제삼을 경우 귀납추리는 필수 불가결하다. 결단은 기지의 세계에서 미지의 세계로, 만들어져 있는 세계에서 만들어갈 창조의 세계에로의 비약을 함축한다. 열려진 미지의 세계는 실천적 의미로 자유의 세계이며 자유로운 결단은 현실세계에서 가능세계에 호소하는 모험으로 풀이된다는 말이다.
철학은 현실에서 출발하여 현실로 돌아와야 하며 현실을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지녀야 한다고 한다. 필자가 이러한 문제를 갖고 나름대로 씨름하던 학부시절, "확률을 인생의 안내자로 삼으라" 는 카르납 (R. Carnap) 의 논지는 매혹적이었다. 그것은 6ㆍ25 당시 네 식구의 생계를 위해 장사하면서 터득한 생존원리에도 적중했기 때문이다. 어디에 가면 어떤 물건을 싸게 살 수 있고 그것을 어느 곳에 가져다 팔면 확실히 남는다는 것을 보장할 만한 경우는 흔하지 않다. 오직 몇 차례의 시행착오적인 경험을 통해 얻은 바와 믿을 만한 정보들을 토대로 하여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을 선택하여 결행할 따름이다. 때로는 헛걸음도 하고 손해보기도 하지만 기존의 정보를 잘 활용하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확률을 인생의 안내자로 삼아야 하였다. 그리하여 "도대체 확률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인생이 지향할 바를 논하는 철학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 내나름의 해석이다. 남들은 과학철학이 인생론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너무나 절박한 것으로 보였고 사회정책이나 국가의 시책도 확률을 안내자로 삼아야 한다고 상정해 보았다.
우리가 학교에서 귀납논리를 학문 분야로서 배우게 되는 것은 논리학 개론의 뒷부분에서 잠시 나올 뿐이며 이를 본격적으로 살펴보려면 어떤 책을 참조해야 할지도 명확하지 못하다. 더욱이 철학공부를 한 사람들 중에는 귀납추리의 정당성 문제가 지속적인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처럼 난해한 문제를 일반인들에게 교육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귀납논리는 경험주의 철학의 풍토에서 생장했기 때문에 경험주의 철학에 대립하는 철학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소홀히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가령,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반대하는 논리에도 적용될 수 있듯이 귀납논리는 반 경험주의나 반 귀납주의의 논지를 전개하는 데도 쓰여질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 학파의 철학을 연구하든지 각종 경험과학들에 있어서 관찰과 실험의 중요성을 거부할 수 없으며 과학철학을 문제삼는 한 과학의 이론이나 가설과 그를 지원 또는 논박하는 관찰과 실험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비록 비중의 차이는 있으나 관찰과 실험을 포함하는 경험을 일반화하는 문제를 비롯한 귀납논리가 철학의 문제로서 의식되어 온 것 같다.
사람이면 누구나 철학을 하게 마련이라고 하지만 철학적 논의를 전문으로 하는 철학자 사회의 관심과 철학적 논의의 결과를 활용하려는 과학자 사회의 관심이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다. 철학적 문제들은 일반적으로 확정된 결론이 없이 끊임없이 논쟁이 계속되는 열린 문제들이다. 철학자들은 그 열린 문제에 도전하는 것을 전문직으로 삼고 있으나 일반 실무자나 과학자들은 그러한 시간과 여건을 갖지 못하였으므로 주로 비판해 온 논의의 과정 자체들이 비판적 사고의 전형을 제공하는 의미의 성과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선 여기서는 귀납논리를 중심으로 한국의 논리교육의 문제들을 논리학의 이용자들을 고려해 가며 논의를 시작하도록 한다.
한국에 있어서 논리교재의 본보기를 무엇으로 잡을 것인가? 이 문제는 앞으로 학계의 논의를 거쳐야 하겠으나 필자는 우선 1931 년에 출간된 한치진의 『논리학개론』을 한국 논리교육의 원형으로 삼기로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한국에서 최초로 출간된 논리학 교재로 여겨지며 당시로서 세계성을 지닌 논리학의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후 몇 십년 동안 출간된 많은 논리학 교재들이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그 이전에 미국에서 이미 출간된 것을 번역하여 조선학계에 소개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서구학계와 일본학계에서도 대체로 공통으로 채용되어 온 교과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그 표현들이 간결하고 적절한 예문들이 선명하게 제시되어 있으므로 오늘날에도 훌륭한 고전 논리의 교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에 있어서 귀납논리 교육의 원형을 이 책에서 찾게 될 때 한국의 귀납논리는 70 년의 역사를 지닌다고 하겠다. 여기서 소개되는 귀납논리는 '7 장 귀납적 추리' 로부터 시작하여, '8 장 연구방법론', '9 장 인과관계론', '10 장 가설', 그리고 '12 장 허위론의 귀납적 허위' 를 모두 합하면 70 여 쪽이나 되므로 그 책 전체의 약 3 분의 1 정도가 된다. 특히 저자는 논리연구의 목적을 "명석한 과학적 사고와 비판적 정신을 조장하는 데 필요한 수련" 으로 규정하고 종래의 형식논리학이 복잡한 이론형식에 구속되어 있었음을 비판하면서 발생적 논리학을 지향한다. 그리하여 그에게 있어서 논리학은 사고를 연구하는 심리학이다. 하지만 그의 논리학은 사고의 규범을 연구하는 심리학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심리적 사실 연구의 심리학과 구별된다. 이러한 그의 입장은 귀납논리의 영역을 다루는 데도 잘 반영되고 있다.
7 장의 귀납적 추리는 '1 절 귀납적 추리의 성질', '2 절 귀납적 추리의 기본적 요구', '3 절 유비추리' 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귀납적 추리라는 것은 특수한 사실을 전제로 하여 가지고 일반적 보편적 진리 혹은 원리를 산출하는 작용이다" 라고 한다. 이 규정은 보편적 원리를 기초로 하여 특수한 사실을 추리하는 연역적 추리와 상반되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그 후 논리학의 해석은 심리학적 해석, 규범학적 해석, 존재론적 해석, 언어철학적 해석, 실천론적 해석 등으로 다양하게 전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귀납추리를 '특수에서 보편에로' 의 추리로 규정하는 방식은 1960 년대까지 별로 수정 없이 채택되어 왔으며 오늘날도 일반인들에게는 그 규정이 널리 보급되어 있다.
여기서 특기할 만한 것은 사례들을 단순히 매거하여 그 전체의 공통성을 대표할 원리를 발견하려는 매거적 귀납법과 사례의 매거보다 사례의 분석을 통해 그 통일적 원리를 작성하려는 분석적 귀납법을 구분하는 것이다. 8 장 3 절에서 논하는 매거 (enumeration) 의 개념은 단순한 계산작용과 분류작용으로 규정되며 통계의 근거로 본다. 즉, 매거계산한 것은 집합적 전체이기에 그 계산은, 가령 일군의 닭 중에서 암탉이 몇 마리, 수탉이 몇 마리 하는 등의 계산을 뜻하며 분류작용은 사물의 성질, 예컨대 색깔, 온도, 모양 등의 분류뿐만 아니라 사물의 유사성과 차이성에 따라서 매거하는 것도 그러한 분류 작용에 포함시킨다. 여기서 통계는 (1) 부분으로 분류할 수 있는 복잡한 것과 (2) 근본법칙 혹은 원리를 발견하지 못한 현상에만 적용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 통계법을 사용하여 사물을 계산하는 데서 고대 과학과 구별되는 현대과학의 특색이 나타난다고 본다. 그리고 통계법적인 귀납법은 어떤 보편적 관념이나 예상아래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예정한 이론을 실제로 증명하기 위하여 사실을 조사하고 매거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8 장 연구방법론은 '1 절 방법의 의의', '2 절 관찰과 설명', '3 절 매거와 통계' 로 기술한다. 연구방법은 연역법과 귀납법의 사고원리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사실을 탐구하는 방식이며 연구방법론은 사실을 어떻게 연구하여 그 진리를 파악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고 한다. 그러나 8 장에서는 연역적 방법론보다 귀납적 방법론을 주로 다루며 과학적 지식을 구하는 첫 단계로서 관찰법을 제시한다. 실험을 포함하는 관찰법은 사실의 성질을 분명히 발견하는 동시에 그 사실을 질과 양으로 분명히 측정하고 기술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설명은 관찰한 특수사실을 연결 해석하여 그 전체적 의의를 발견하는 것으로 본다. 예컨대, 케플러는 화성의 여러 위치를 관찰하여 그 타원형 궤도를 발견해 기술하긴 하였으나 왜 행성들이 타원형으로 회전하는지를 설명하지는 못했고 그 설명은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해 비로소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9 장 인과관계론은 '1 절 인과관계의 의의', '2 절 밀의 실험적 방법' 으로 편성된다. 관찰과 매거법에 의해 사물의 양과 질을 안다는 것은 외부적 인식법으로 평가되고 사물간에 인과적 상호관계를 연구하는 것이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라고 전제하고 인과관계에 관한 철학자들의 대표적 논의를 소개한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의 4 원인설을 비롯해 근대 기계적 인과관계와 목적론적 인과관계의 구분과 흄의 인과 필연성 부정론과 칸트의 선천적 형식에 의한 필연성 확보 등이 소개된다.자연계의 현상은 복잡다단하여 어느 것이 앞이고 뒤인지 그 진정한 원인과 결과를 정밀히 관찰하고 실험하지 아니하면 발견하기 어렵다. 이 복잡한 현상 중에서 인과관계를 발견하는 데 대하여 밀 (John Stuart Mill) 은 5 종의 비교법칙을 수립하였다고 하며 일치법, 차이법, 일치차이병용법, 공변법, 잉여법을 차례로 기술한다. 이 중에서 일치법과 차이법이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소개된다.
그런데 여기서는 "밀의 인과관계론은 부인하는 성질이 풍부하다" 고 평가하면서 그것을 소거 (elimination) 에 의한 귀납법으로 해석하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밀의 비교법의 목적은 사실의 진정한 원인을 발견하고 결정하려는 것이지만 그 간단한 원리는 사례를 비교하여 일정한 현상의 원인이 되지 못할 것들을 제거함으로써 진정한 원인을 발견하는 데로 나아가려는 것이다. 여기에 소개되는 4 개 중에서 3 개는 필요 조건적 원인과 충분 조건적 원인을 가려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1) 만일 어떤 사례가 없어도 일정한 현상이 그대로 발생하면 그 사례는 그 현상의 원인 (필요조건적 원인) 이 될 수 없다. (2) 만일 어떤 사례가 있어도 일정한 현상이 발생하지 아니하면 그 사례는 그 현상의 원인 (충분조건적 원인) 이 될 수 없다. (3) 만일 어떤 사례가 변동하더라도 그 일정한 현상이 변동하지 아니하면 그 사례는 그 현상의 원인 (충분조건적 원인) 이 될 수 없고 만일 어떤 사례가 변동하지 않는데 그 일정한 현상이 변동하면 그 사례는 그 현상의 원인 (필요조건적 원인) 이 아니다. (4) 만일 어떤 사례가 다른 판이한 현상의 원인인 것이 분명할 때에 그것은 우리가 취급하는 현상의 원인이 될 수 없다. 이 마지막 규칙은 아마도 하나의 사례가 서로 다른 현상의 원인이 되지 않는 경우에만 해당될 것이다.
10 장 가설은 '1 절 가설의 의의', '2 절 가설의 가치', '3 절 가설의 증명', '4 절 정당한 가설의 요건' 의 4 개의 절로 되어 있다. 과학탐구에 있어서 관찰은 수동적으로 외부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만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대개 관찰은 무엇을 발견하려는 활동이니 이 '무엇' 은 곧 그 관찰의 목적이 될 것이다. 이 목적이 없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발견할 수도 없다. 그런즉, 관찰하기 전에 무슨 목적이 있어야 하나니 이것이 곧 가설이라 하겠다." 이처럼 가설은 사실을 관찰하는 목적이며 나아가 새 사실을 잘 설명하려는 데 있다고 보기 때문에 가설의 가치를 설명력에서 찾으려고 한다. 달리 말하면 사실을 설명한다는 말은 일정한 가설 아래에서 여러 가지 사실을 연결 통일한다는 뜻이다.
한국 최초의 논리학 교재로 꼽히는 한치진의 논리교육 원형은 그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논리 교과과정의 모범이 되고 있으며 귀납논리의 교육에 있어서도 오랜 동안 논리교재 구성의 전형적인 역할을 하여 왔다고 하겠다. 그 원형이 실제로 그 후 저자들에게 영향을 주어 전형이 된 것인지 아니면 그 원형이 세계성을 지녔기 때문에 따르게 되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여간 한국의 경우 1950 년대부터 기호논리학이 소개되고 과학철학이 소수의 학도들에게 알려짐에 따라 논리교재 구성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 것만은 사실이다. 기호논리학은 1954 년 발간된 김준섭의 『논리학』에서 "고급논리" 의 이름으로 처음 소개되어 전통논리 교과에 첨부되었다. 여기서는 기호논리학의 여러 가지 계산법들 (propositional calculus, functional calculus, calculus of classes, calculus of relations) 이 그 증명방식과 더불어 비교적 자세히 제시되었으며 기호론 (Semiotics) 과 논리적 모순에 관한 수리철학의 문제들이 언급되어 과학철학적 논의의 단초를 마련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서 1962 년 박종홍은 그의 『일반논리학』증보판 서문에서 "기호논리학을 하나의 독립한 저술로 비교적 자상하게 다루어 보았으면 하는 것이 나의 염원이었다" 고 술회하며 기호논리학 일반에 관한 1 개 장을 증보하고 그 사상적 연관성을 선명하게 밝히게 된다. 여기에 다치논리학과 양상논리학의 기초까지 첨부하여 한국 논리학계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이 두 저술로 인해 한국에서 기호논리학은 논리교육의 한 분야로서 확실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상 필자의 논리공부도 이 두 책으로부터 출발했다. 새롭게 소개되는 기호논리와 그를 기반으로 철학하는 풍토를 쇄신하고 있는 논리실증주의의 과학철학이 필자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하여 된 것도 이 시기다. 때마침 한국의 수학 분야에는 집합론과 수리논리학이 중ㆍ고등학교 교과과정에 도입되는데 이에 관한 사전지식이 없어 수학교사들이 고민이라는 소식을 필자가 듣게 되었다. 그래서 당시 수학교과서를 집필하던 구광조 교수와 함께 필자는 1968 년에 『집합과 논리』를 출간하였다.
필자는 이 책을 쓰게 되면서 한국 논리학계와 수학계와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당시 필자가 고민하게 된 것은 어떻게 하면 논리학의 학문세계를 수학교육을 통해 우리사회에 널리 전파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수학계에서 아직 잘 소개되지 않는 논리개념들은 논리학의 용어로 대치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논리학계와 수학계에서 서로 달리 사용하는 기호들이 있음을 발견하고 가능한 대로 수학계의 기호를 따름으로써 논리를 널리 보급하고자 하였다. 수학계에서 사용하는 연언기호 '∧' 와 조건언기호 '→' 를 채용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동일한 기호를 사용함으로써 우리 철학계에서 공부하는 논리학이 수학에서 배운 논리학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키고 그 개념들을 제대로 파악하여 활용하려면 논리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특히 개념의 외연과 내포문제를 다루면서 전통논리학의 개념론과 수학의 집합론의 관계를 어떻게 결부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수학과 논리학에서 집합론과 개념론은 서로 별개의 문제처럼 공부하게 되는데 이를 통합해 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수학의 집합론은 논리학의 외연적 개념론으로 보고 집합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개념의 내포에 관해서는 논리학의 내포적 개념론에서 공부해야 한다고 풀이하였다.
다른 한편, 수학하는 사람들에게 철학계의 논리학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철학계에서 전통논리와 기호논리를 분리하여 소개해온 것이 장해물로 여겨졌다. 이런 방식을 그대로 따르게 될 때 체계가 일관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논리학을 기호논리의 전개방식으로 통일하고 전통논리로 이를 보완하려는 전략을 취해 보았다. 우선, 전통논리학의 선언적 삼단논법, 가언적 삼단논법, 양도논법 등은 명제논리에 편입시켜 명제계산으로 다루고 정언적 삼단논법은 명제함수로 논하는 술어논리에서 다루기로 한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학 체계의 일관성 문제는 귀납논리와 유비추리를 규정하려고 할 때에도 발생한다. 유비추리를 귀납추리의 일종으로 분류하면 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 기존의 정의에 의하면 귀납추리는 '특수에서 보편에로의 추리' 로 규정하고 유비추리는 '특수에서 특수에로의 추리' 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의를 수긍하는 한 그들은 서로 다른 추리이며 일자 (유비추리) 를 타자 (귀납추리) 안에 귀속시킬 수 없다. 이 점은 이미 한치진의 귀납추리 원형에서도 의식된 듯하다. "유비추리 (analogical inference) 는 특수한 사례에서 특수한 사례를 추리하는 것이니 그 원리에 있어서는 귀납적 추리와 같다" 로 기술함으로써 그 둘을 하나로 묶는 원리가 있음을 상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납추리와 유비추리의 공동원리가 무엇이라는 점은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우선 "기지의 특수사례로부터 비약한다" 는 명제가 그 원리를 이루는 것으로 추측된다. "특수한 사실에서 특수한 사실을 추리하는 까닭에 그 결론은 보편적으로 확실하지 못하고 개연적일 것이다" 고 하며 귀납법은 특수한 사실을 개괄한 원리는 그 특수한 사실에서 찾을 수 없는 보편적 요소를 가졌다는 비약적 상태, 즉 귀납적 비약을 하기 때문에 개연적이라는 내용으로 기술한다. 하지만 귀납추리와 유비추리를 통합하는 원리는 귀납적 비약을 정당화하기 위해 요구되는 자연의 제일성 (uniformity of nature) 과 같은 원리를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원리는 한치진 원형에 의하면 귀납법이 연역법과 함께 전제로 하는 보편원리가 되기 때문에 특별히 유비추리와 함께 한다고 보기 어렵게 된다. 하여간 특수한 사실에서 일반적 보편적 원리를 산출하는 작용이라고 귀납추리를 정의하는 한 그것은 특수에서 특수를 추리하는 유비추리를 포괄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공동원리에 주목하게 될 때 귀납추리를 달리 정의해야 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즉, 그 두 종류의 추리가 확장추리 (ampliative inference) 라는 점이 보다 더 근본적이라는 생각으로 옮겨진다.
필자의 이러한 생각은 1950 년대 후반 카르납의 확률론을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더욱 확고해졌으며 필자의 논문 "귀납추리의 정당화에 관한 고찰" (『철학연구』1 집, 1966) 에서 이를 다루게 되었다. 즉, 정당화되어야 할 귀납추리는 특수에서 보편에로의 추리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전제의 참으로부터 동어반복적으로 결론의 참을 도출할 수 없는 비연역적 추리 (nondeductive inference) 일반으로 규정하는 카르납의 견해를 채택했다. 이처럼 귀납추리의 의미를 달리 규정하는 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라 귀납논리 체계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로 의식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특수를 표본 (sample) 으로 하고 보편을 모집단 (population) 으로 대치한다면 귀납적 비약을 하는 추리는 표본에서 모집단에의 추리뿐만 아니라 표본에서 표본에로의 추리, 모집단에서 표본에로의 추리, 그리고 표본의 구성요소를 이루고 있는 개체에로의 유비추리, 그 모두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역추리의 규정도 달라진다. 모집단에서 표본을 추리한다고 해서 모두 연역적 진리 보존적 추리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 대학 불문과 학생의 80 퍼센트가 여자이다" 와 "그 방 안 학생 24 명이 여자다" 는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 그것은 전제가 참임에도 불구하고 결론이 거짓일 수 있기 때문에 연역추리라고 할 수 없고 정당화를 필요로 하는 귀납적 확장추리라고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귀납추리는 특수 (표본) 에서 보편 (모집단) 에로의 추리라는 조건 (1) 과 진리확장적 비약추리라는 조건 (2) 를 모두 만족시키는 추리로 규정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귀납추리를 이처럼 좁은 의미로 규정한다면 완전 매거적인 귀납추리나 수학적 귀납법과 같은 추리를 배제할 수 있는 장점을 갖게 될 것이며 그밖에 기존의 귀납추리들을 포섭할 수 있어 일반의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규정할 경우, '귀납적 비약' 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문제는 너무나 국소적인 것으로 축소되든지 비유적인 것으로 풀이될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리하여 필자가 귀납추리를 확장추리 일반으로 규정하게 된 것은 귀납추리의 정당화의 문제가 귀납추리의 본질적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전통논리학에서도 귀납추리의 정당화 문제들이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를 문제삼는 한, 귀납추리를 특수에서 보편에로의 추리로 규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명백히 드러난다고 하겠다.
그런데 전통논리학의 교재에서 귀납추리 영역으로 다루어오던 많은 문제들이 1950 년대 이후 과학철학으로 옮겨지게 되므로 논리학개론 서술의 문제가 발생한다. 즉, 귀납추리의 정당성 문제, 과학적 설명, 인과관계, 관찰과 가설, 실험의 논리, 통계확률 등의 문제는 오늘날 과학철학에서 본격적인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이리하여 일반 논리학이나 논리학 개론에서 귀납논리는 다룰 것이 못된다고 판단될 수도 있다. 가령, 여훈근 교수의 1975 년도 『논리학 신강』(태학사) 과 같은 데에서는 귀납논리 분야를 완전히 제외되기도 하였다. 물론, 이것은 한때뿐이고 그 후에 출간된 여 교수의 『현대논리학』등에서는 다시 귀납논리를 부활시키고 있다. 어쨌든 대학이나 고등학교의 논리학 입문과정에서 귀납논리를 어느 정도의 비율로 배정할 것이며 어떤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 제시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도 학자들간에 의견차이가 있는 열린 문제라고 하겠다. 하지만 논리학 개론의 목표가 한치진의 원형에서처럼 과학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를 익힌다고 할 때, 그리고 그 목표가 오늘날에도 수긍될 수 있다고 할 때, 과학의 논리로서의 과학철학의 문제들은 논리교재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논리교육에 있어서는 현재 과학철학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부적 논의를 그대로 교재로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가설', '관찰', '설명', '예측', '이론' 등의 논리적 관계는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음미해 보아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학문을 하든 그와 같은 과학의 논리는 필수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귀납 논리를 포함하는 과학철학의 세부적인 쟁점들은 그 전문분야 대학원 과정에서나 다룬다고 하더라도 그런 논의의 성과들은 적절히 간추려서 대학의 일반 교양강좌나 중ㆍ고등학교의 논리교육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그 쟁점들에 관해서는 논란되는 점들이 있음을 지적하여 열린 문제로서 의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학생들이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논리적 사고들을 가능한 한, 새롭게 개발된 논리로 다룰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이와 같은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 보건대, 한치진의 『논리학개론』이 귀납추리를 과학적 탐구와 결부시켜 많은 사례를 들어 논하고 귀납적 비약의 정당성 문제를 자연의 제일성과 같은 것으로 응답한 것은 좋은 본보기였다고 하겠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 정당화 문제는 조금 달리 처리되고 있는 것 같다. "만일 사고상의 보편적 타당이 없으면 사고는 극도로 개연적이 되어 필연한 결론을 작성할 수 없기 때문에 귀납적 비약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사고의 기본적 요구 (postulate) 를 은연중에 성립하게 되었다." 여기서는 개연적 결론은 피해야 하고 필연적 결론만을 도출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자연의 제일성과 같은 기본적 요구를 한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오늘날 특히 귀납추리에서는 보편적 필연이 못 되더라도 개연적 결론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고를 익혀야 한다고 본다. 오늘날은 오히려 개연성에 보다 더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음미 분석하고 그렇게 확보된 확률을 기반으로 하여 실천을 설계해야 한다고 신념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자연의 제일성을 기본적 요구로 설정하는 것은 필요하겠으나 그것은 보편적 타당성을 지닌 필연적 지식을 얻기 위한 이론적 기본요구 (theoretical postulate) 로 볼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배우기 위한 학습의 원리나 경험적 개연성을 기반으로 하여 합리적으로 행위를 결단하기 위한 실천의 기본요구 (practical postulate) 로 제시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게 보였다. 그리하여 필자는 귀납의 정당화에 있어서 정당화 (justification) 를 타당성 (validation) 으로 보지 않고 옹호 (vindication) 로 간주하는 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파이글 (Feigl) 에 의하면 어떤 인식 명제가 타당하다고 함은 그것을 표현하는 언명이 다른 언명들의 집합에서 연역적으로 도출할 수 있음을 밝히는 것이요, 어떤 정책이나 행정을 옹호한다고 함은 문제의 행동이나 정책이 우리의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임을 밝히는 것이다. 귀납추리를 실천적으로 옹호하기 위해서는 자연의 제일성과 같은 종합적 원리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당면한 목표수행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논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실제로 일상생활이나 과학적 탐구에 있어서도 그처럼 옹호된 귀납추리가 활용된다고 하겠다.
귀납논리와 행위결단의 연관성이 철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떠오름에 따라 펼치는 1970 년대 초부터 결단의 논리 (logic of decision, Entscheidungslogik) 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때마침 필자는 우연히 제프리 (Jefferey) 의 The logic of decision (1965) 을 구입하여 흥미있게 훑어보던 중 독일 뮌헨에서 스테그뮬러 (Stegmueller) 의 강의들을 듣게 되며 그의 저서를 유심히 살펴보니 그동안 국내에서 혼자 궁리해보던 것이 크게 빗나가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당시 스테그뮬러가 전개하는 연구방향이 필자가 1971 년도 성곡문화재단의 연구비 보조로 작성했던 "Carnap" 에 있어서 Confirmation 과 Decision Making 에 관한 연구" 의 방향과 대체로 일치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즉, 진리보존적 확장추리는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나 카르납의 귀납논리는 결단론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생각이 일치했던 것이다.
스테그뮬러는 칸트식의 사고를 도입하여 귀납문제를 이론적 문제족과 실천적 문제족으로 분류하고 이론성이 속한 부문을 귀납문제의 이론적 수반문제 (theoretische Nachfolgesprobleme zum Induktions problem), 실천이성이 귀속된 부분을 귀납 문제의 실천적 수반문제 (praktische Nachfolgesprobleme zum Induktionsproblem) 라 명명하고 결단논리를 후자에 귀속시킨다. 다시 말하면 귀납추리는 진리이행적인 것이 아니라 결단지도적이라고 보게 된다. 그리고 귀납문제에 관한 카르납과 포퍼의 대립이 피상적이라고 판정하는 등의 논평은 필자가 막연히 생각해 오던 바를 분명히 하여 주는 듯하였다. 즉, 귀납추리가 불가능하다고 귀납 부정론을 펴고 있는 포퍼는 귀납의 이론적 정당화의 영역에 치중한 데 비해, 귀납추리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며 귀납 긍정론을 주장하는 카르납은 합리적 행동을 지도해 줄 실천적 정당화의 영역에 관심을 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귀납추리가 합리적 결단을 지도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이미 경험한 바를 근거로 하여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게 한다는 카르납의 이른바 경험학습 (learning from experience) 의 원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음의 그의 예에서는 그것이 잘 나타나 있다. "하나의 항아리 속에 수량을 알 수 없는 많은 공이 들어 있다고 하자. 그 항아리 속의 공은 흰 공과 푸른 공뿐이다. 무작위로 4 개의 공을 차례로 꺼내고 있다. 이미 3 개의 공을 꺼내어 본 결과 첫째 공과 두번째 공은 푸른 공이었으며 세번째 공은 흰 공임이 밝혀졌다." 이런 사실을 증거집단 e 라고 할 때, 그것은 "네번째로 꺼낸 공이 푸른 공이다" 는 가설 h 를 어느 정도 지원하는가? 이에 대해 종래의 확률론은 무차별의 원리를 직접 상태기술 (state descriptions) 에 적용하므로 2 분의 1 을 배정하는 데 비해 카르납은 무차별의 원리를 구조기술 (structure descriptions) 에 먼저 적용하고 나서 다시 상태기술에 적용하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5 분의 3 을 산출하여 경험학습의 원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푸른 공이 두 번 나왔기 때문에 한 번 나온 흰 공보다 많이 나올 것이 기대된다는 상식에도 부합된다.
하여간 이런 경우 귀납추리에 의해 산출되는 확률은 실제로 네번째 공이 어떤 공이라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네번째 공이 어떤 공이라고 믿고 행동하여야 할 경우 그 행동을 합리적으로 지도하는 원리르 제공한다는 뜻이다. 즉, 어떤 이상적인 합리적 인간이 주어진 정보에 의해서만 신념을 수정한다면 그리고 앞의 예의 상황에서 그 가설에 관계된 그밖에 다른 정보들은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가설의 확률이 푸른 공 2 개와 흰 공 1 개 출현의 정보가 주어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2 분의 1 이었으나 그 정보가 주어진 후에는 5 분의 3 으로 수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따라서 귀납추리는 정보에 따른 합리적인 신념 수정의 방법을 제공한다고 하겠다. 여기서 상정된 이상적인 합리적 인간을 합리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로 대치한다면 실제로 인간이 처리할 수 없었던 방대한 정보를 짧은 시간 안에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실례는 많은 인위적인 제약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 제약을 모델로 하는 경우들에서 귀납논리는 정보화시대의 정보처리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과학적 가설의 확증 (confirmation) 에서 논의되고 있는 베이즈 주의 (Bayesian) 도 귀납추리의 계량적 결론을 도출하고 새로운 정보에 따른 신뢰도의 수정문제를 다룬다. 18 세기 영국의 수학자 베이즈 (R. T. Bayes) 로부터 유래되는 베이즈 정리는 20 세기 통계학자들과 철학자들로부터 새로운 관심을 끌게 되었고 최근 그 찬반논의가 큰 쟁점이 되고 있으나 여기서는 다음의 예를 갖고 정보처리의 그 기본 사상만을 알아보도록 한다. "어느 볼펜회사의 어제 생산량은 6 만 개인데 그 중 5 만 개는 신형공장에서 생산되고 1 만 개는 구형공장에서 생산된다. 그런데 신형공장에서 생산되고 1 만 개는 구형공장에서 생산된다. 그런데 신형공장에서 생산된 것 중에서 불량품은 1 천 분의 3 이고 구형공장의 불량품은 1 천 분의 9 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제 그 회사의 제품 하나를 보았더니 불량품이다. 그 볼펜이 신형공장에서 생산되었을 확률은 얼마인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할 베이즈의 정리는 P(H/E*B) = P(H/B)P(E/B*H)/P(H/B)P(E/B*H) + P(-H/B)P(E/B*-H) 로 제시된다. 여기서 H 는 검사되는 가설로서 '그 볼펜이 신형공장에서 생산되었다' 이고 E 는 새로운 증거로서 '그 볼펜이 불량품이라는 정보' 이며 B 는 새로운 증거가 되는 정보가 주어지기 이전의 정보, 즉, 배경정보를 의미한다. 그러면 등식의 좌측 P(H/E*B) 는 구하려는 확률인데 이를 사후확률 (posterior probability) 이라고 한다. 등식의 우측에 있는 P(H/B) 와 P(-H/B) 는 사전확률 (prior probabilities) 이라고 하며 배경정보만을 기반으로 한 확률이다. 이 사전확률들의 합은 확률공리에 의해 1 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P(E/B*H) 과 P(E/B*-H) 은 우도 (likelihood) 로 호칭되며 이들은 '가설이 참이라고 할 것 같으면 나타날 새 정보의 확률' 과 '가설이 거짓이라고 할 것 같으면 나타날 새 정보의 확률' 이다. 우도들은 각기 독립적으로 나타나므로 그 합이 1 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우측의 확률들은 P(H/B) = 5/6, P(E/B*H) = 3/1000, P(-H/B) = 1/6, P(E/B*-H) = 9/1000 이므로 계산하면 P(H/E*B) = 5/8.
베이즈 정리로 처리한 예문 해결의 추리는 전제들이 모두 참일지라도 결론이 잘 못일 수 있는 확장추리이며 그 전제들의 확률이 결론을 개연적 지원하는 확률적 귀납추리다. 이 귀납추리는 결과로부터 원인을 추구하는 인과적 귀납추리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면 이런 귀납추리에 의해 얻은 확률의 의미를 어떻게 풀이할 것인가? 베이즈주의자들에 의하면 배경정보와 새로운 정보를 기반으로 한 가설이 확률 8 분의 5 라는 것은 객관적인 세계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합리적 신뢰도 (rational degree of belief) 이다. 예제에서 배경 정보만을 근거로 삼는다면 가설의 확률은 6 분의 5 이던 것이 새로운 정보가 주어짐에 따라 8 분의 5 로 줄어들었다. 이 결론은 불량품을 적게 생산하는 신형공장의 제품일 확률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우리의 상식과도 일치한다.
물론, 과학탐구가 예문에서처럼 사전확률들이 명확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그 사전확률을 배정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는 매우 유용하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사전확률을 서로 다르게 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의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객관적인 빈도 확률을 장기적으로 확보해 가면 합일점이 발견될 수 있음이 발견될 수 잇음이 밝혀짐에 따라 자의적인 주관적 확률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여간 베이즈주의의 주장이 오늘날 과학철학자들간에 논쟁이 진행되고 있으나 위에 제시된 예문과 같은 경우에는 의견 차이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베이즈 정리에 의거하여 귀납추리를 익혀 가면 새로이 출현하는 정보에 따라서 우리들의 신뢰도를 수정해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확률의 의미를 가려내는 데도 도움이 되므로 이런 기법은 고등학교 수학의 확률개념을 익힌 이후, 대학의 논리학 및 과학철학 교재에 편입시켜도 좋을 것이다.
정보화사회에서 정보처리를 위한 추리로서 오늘날 개발도상에 있는 비단조추리 (non monotonic reasoning) 에 필자는 특별히 주목하게 된다. 이 추리는 아직 우리의 논리학계에는 널리 도입되지 않았으나 인간생활의 실제적인 일상추리를 기반으로 한 정보처리의 논리이므로 앞으로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비단조추리의 대표적인 실례인 "새는 난다' 는 '모든 새는 난다' 로 볼 것인가 아니면 '대부분의 새는 난다' 또는 '새가 날 확률이 크다' 라는 뜻인가? 새 중에는 날지 못하는 새도 있기 때문에 모든 새는 난다고 할 수 없으며 새의 수로 본다면 날지 못하는 어린 새들이 많다고 할 때 대부분의 새가 난다든지 그 확률이 크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추리할 때 위와 같은 추리를 많이 하게 된다. 이러한 상식적 추리를 분석해 본 결과 '새가 난다' 고 할 때에 새는 '전형적인 새는 난다' 로 풀이되므로 이런 추리를 '전형에 의한 추리' 라고도 한다. 우리들은 전형에 의한 추리를 통해 모국어를 배우고 관습을 익히며 성장하였으므로 일상적 정보처리에서 그 비중이 막중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가령, 위의 추리의 전제 중에 '트위티는 타조다' 라는 정보가 추가되면 결론은 정반대로 '트위티는 날지 못한다' 로 바뀌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타조의 전형은 날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비단조추리는 전제가 참임에도 불구하고 결론이 거짓일 수 있으므로 귀납추리에 귀속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비단조추리는 독특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타당한 연역추리에는 전제에 다른 전제들을 추가해도 결론이 바뀌지 않는다. 가령, "모든 사람은 유한자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유한자다" 라는 추리의 전제에 "소크라테스는 철학자이다" 라는 정보가 추가되어도 결론의 진리값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리하여 타당한 연역추리에서는 전제에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어도 결론의 진리값이 변하지 않는 (정보불변적) 단조추리 (monotonic reasoning) 라고 한다. 이에 반해 전형에 의한 추리는 새로운 정보가 추가됨에 따라 결론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비단조추리라고 한다. 이런 의미로 볼 때 비단조추리는 '정보가변추리' 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예에서 만약 특정한 종류의 'X 타조' 는 나는 것이 전형이라고 한다면 위의 전제에 다시금 '트위티는 X 타조다' 는 정보가 다시 추가된다면 결론은 '트위티는 난다' 로 또 다시 바뀌게 될 것이다. 이처럼 비단조추리는 역동적으로 주어진 정보 환경 속에서 한시적으로 정보처리를 할 수 있는 추리이므로 비록 결론이 잘못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한 시공 속에서 우리의 행동을 합리적으로 인도하기 위한 필수적인 추리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앞에서 논해 온 귀납추리의 개념들을 정리하고 20 세기에 다양하게 개발해 온 귀납추리의 유형을 도식화하기로 한다. 도식화는 단순화의 위험을 지니긴 하지만 우리가 전체를 조망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귀납추리는 연역추리와는 달리 학자들에 따라 서로 달리 규정된 경우가 많은데, 그 배경을 살펴보면 그들이 다루고자 하는 문제나 관심사들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라고 판정될 수 있다. 특히 20 세기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귀납추리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었으며 이에 따라 과거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들을 개척하게 되었다. 연역적 타당성에만 관심을 두고 귀납추리를 부정하는 포퍼 (K. Popper) 와 같은 학자들의 부정적 관심을 포함하여 귀납추리는 다음의 몇 가지 개념으로 분류될 수 있다.
연역적으로 타당한 추리형식 (valid form) 에 관심을 두는 학자들은 귀납추리가 연역적으로는 부당한 추리형식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전제가 결론을 필연적으로 함축하지 못한다" (not necessary implication) 고 규정 (유형 1-1) 한다. 이를 달리 말하면 "전제들은 긍정하고 결론을 부정해도 모순이 되지 않는 추리" (유형 1-2) 라고 한다. 따라서 타당한 추리형식에만 관심을 둔다면 귀납추리는 부당하기 때문에 거부될 수 있다. 하지만 귀납추리의 경우 전제와 결론의 진리내용 (truth-content) 에 관심을 두게 되면 귀납추리는 "전제에 없었던 새로운 내용을 결론에 담고 있으므로 그 진리 내용을 확장한다" 는 의미로 확장추리 (ampliative inference) 라고 한다 (유형 2). 확장추리로서의 귀납추리는 그 확장에 따라 잘못될 위험을 무릅쓰고 가능성에 호소하는 추리의 특성을 지니게 된다.
다른 한편, 관찰이 과학적 가설을 지원하는 데 관심을 두고 귀납추리를 살펴보면, 개별사례들의 관찰들로부터 일반법칙을 도출하는 유형에 해당하는 매거적 귀납추리 (enumerative inference ; inductive generalization, frequency : 유형 3-1) 와 증거가 되는 전제가 가설적 결론을 지원하는 논리적 관계를 확률로 풀이하는 확증의 논리 (logic of confirmation : 유형 3-2) 를 꼽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빈도적 확률과 논리적 확률 추리로서의 귀납논리는 여러 측면으로 적용될 수 있다. 가령, 일반명제의 확률을 개별명제의 가설을 지원하는 데 활용하는 귀납적 특수화 추리 (inductive specification : 유형 3-3) 를 꼽을 수 있다. 그리고 통계학에서 널리 쓰여지는 통계적 가설의 검사 (test of statistical hypotheses : 유형 3-4) 와 통계적 추정 (statistical estimation : 유형 3-5) 의 분야도 귀납추리에 의해 통계적 가설을 지원하는 기능에 포함된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미 설정된 가설을 지원 평가는 문제보다도 새로운 가설을 발견하는 데 관심을 두고 확장추리를 개발한 것이 퍼스의 상정논법 (abduction : 유형 4) 이며 이를 설명 문제로 풀이한 것이 최선 설명에의 추리 (inference to the best-explanation : 유형 5-1) 다. 그리고 소거적 귀납법 (eliminative inference : 유형 5-2) 이나 귀납적-통계적 설명 (inductive-statistical explanation : 유형 5-3) 도 귀납추리의 설명적 역할에 주목하여 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귀납추리는 행위실천과 관련하여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가설 확증을 사실확인보다도 행위결단 (decision making) 을 위한 믿음의 정도를 규정하는 것으로 보는 베이지주의 (유형 6) 가 그 대표적인 하나이다. 그리고 인간이 일상적 생활에서 정보처리를 하고 있는 바를 추리의 모형으로 삼은 비단조추리 (non-monotonic reasoning) 도 행위 실천을 지향한 추리라고 하겠다. 비단조추리는 불완전 정보기반의 추리 (inference based on incomplete information : 유형 7-1) 와 완전 정보의 불완전 표현기반의 추리 (inference based on incomplete represention of complete information : 유형 7-2) 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가 비단조추리를 귀납추리의 일종으로 간주한 것은 연역적 타당성의 필요조건으로 단조성 (monotonicity) 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연역적으로 타당한 추리의 전제에는 어떤 정보가 새로 추가되어도 결론의 진리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단조성을 부여하게 될 때 그 타당성은 시공을 초월한 것이 된다. 그러나 비단조추리는 시공적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정보가 주어지면 결론의 진리치는 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논한 바를 도표로 나타내면 <표 1> 과 같다.
<표 1> 연구자의 관심과 귀납추리의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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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번호 |
연구자의 관심 |
귀납추리 유형 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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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타당한 형식 |
전제가 결론을 필연적 함축하지 않는 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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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타당한 형식 |
전제를 긍정하고 결론을 부정해도 모순이 안되는 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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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진리 내용 |
전제에 없던 내용을 결론에서 주장하는 확장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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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
가설 지원 |
개별사례들의 관찰에 의거하여 일반적 가설을 지원하는 매거적 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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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가설 지원 |
전제들 (증거) 이 결론 (가설) 을 지원하는 조건부 확률 추리, 확증의 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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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
가설 지원 |
일반명제의 확률을 개별명제를 지원하는 추리, 귀납적 특수화 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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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
가설 지원 |
통계적 가설을 검사하는 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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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
가설 지원 |
통계적 가설을 추정하는 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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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가설 발견 |
가설 발견을 위해 상정하는 추리, 가설 상정논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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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
설명 |
전제가 결론의 최선 설명이 되는 추리, 최선 설명적 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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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
설명 |
부적절한 원인이나 결과를 제거함으로써 설명력을 높이는 소거적 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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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
설명 |
통계적 확률의 전제가 결론을 개연적으로 설명하는 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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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행위 결단 |
가설의 신빙도를 행위결단에 적용하는 추리 베이즈주의적 결단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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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
정보 수정 |
불완전 정보를 기반으로 한 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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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
정보 수정 |
완전정보의 불완전한 표현을 기반으로 한 추리 |
이와 같은 유형구분은 귀납논리에 관한 전통적인 규정과 20 세기 세계 학계에서 개발된 것들을 연구자나 활용자의 관심에 따라 분류해 본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여러 갈래로 나타날 수 있듯이 이 유형들은 중층적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결코 고립된 것이 아니다. 이처럼 귀납추리가 다양한 맥락에서 쓰이고 있으나 연역추리와 구별되는 귀납추리의 특색을 찾으려고 한다면 몇 가지 특색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유형 1-1 과 1-2 의 규정처럼 연역적으로 부당한 추리형식이라는 형식조건 (formal conditions) 을 지적할 수 있으며 둘째는 진리 확장 추리라는 유형 2 의 규정이 기본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귀납추리는 형식에 의해서는 부정적으로만 규정되기 때문에 좀더 적극적으로 규정하려면 전제와 결론의 의미 연관이나 실질적 내용관계를 규정하는 실질조건들 (substantial conditions) 을 충족시켜야 하므로 연구자 (또는 이용자) 의 관심분야와 연결된 배경지식이 고려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귀납추리는 연구자 (또는 이용자) 의 목적 수행에 적절해야 하므로 실행조건 (pragmatical conditions) 도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귀납논리는 특수 개별사례들로부터 일반 보편법칙을 추리하는 것' 으로서 발견의 논리로도 보았었으나, 현대에는 이를 한층 완화하여 보편법칙의 발견보다는 일반가설의 지원정도로 간주되므로 도표에서는 가설지원의 유형 3 에 귀속시켰다. 3 장에서도 언급했듯이 필자는 귀납추리를 비 연역추리 모두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유형 1 과 유형 2 의 규정을 기본으로 삼고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유형들을 보이고자 했다.
20 세기 귀납논리 학계를 회고해 보건대 카르납이 수학의 조건부확률 개념을 도입하여 귀납논리를 연역논리처럼 거대한 형식적 체계로 구성하여 가설 확증의 이론 (theory of confirmation) 을 제시한 것은 괄목할 만하다. 이를 계기로 현대 과학철학에서 확증문제가 새롭게 조명되고 지속적인 논의와 개선의 발판을 마련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납논리는 확장추리로서 정당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정당화를 위해서는 실질조건들과 실행조건들에 대한 연구가 요구되므로 귀납논리는 관련 학문들의 성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전통적인 귀납적 일반화뿐만 아니라 귀납적 특수화와 통계적 검사와 추정, 이 모두는 이미 실질조건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으며 유형 4 의 상정논법에서는 관련된 영역에 관한 배경지식을 기반으로 한 실질조건이 필수적이다. 20 세기 후반기에 이르러 상정논법과 이를 근거로 한 최선 설명의 추리가 각광을 받게 된 것도 실질적 맥락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상정논법은 우리들이 처해 있는 특수상황에서 가설을 발견하고 적절한 설명을 도출할 뿐만 아니라 과학적 탐구의 전형으로 재인식되고 행위결단의 지도적인 믿음을 창출하는 데에도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정보화시대의 정보는 인식의 소재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행위 결단의 구성요소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 귀납논리는 상정논법 뿐 아니라 결단의 논리와도 결부되고 정보처리의 비단조논리로서도 해결할 과제가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7. 맺는 말
이 글은 귀납논리를 중심으로 하여 20 세기 한국의 논리교육 70 년을 회고해 보고 20 세기 개발된 귀납논리의 유형들을 개괄하고 앞으로 21 세기를 전망해 보려는 것이다. '회고' 의 의미는 특정인의 생활 경험을 토대로 하느니 만큼, 그 동안에 한국에서 일어난 논리교육의 모두를 계량적으로 다루는 따위의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필자 나름대로는 20 세기 한국의 논리교육의 기원과 그 전반의 흐름을 파악해 보려고 했으며 20 세기 지구촌에서 논의되어 온 귀납논리의 전형들을 간추려보려고 하였다. 물론 여기에서 논의한 것은 개론적인 논리교재가 될 수 있는 자료들을 주로 참조하였을 뿐이며 한국 논리교육의 전반을 논하지는 못하였다.
이미 지적되었듯이 한국의 20 세기 논리교육은 그 개론교육에 관한 한, 당시의 세계적 흐름을 수용하는 방향에서 출발했으며 최근에도 첨단이론들이 비교적 적기에 소개되어 왔다고 하겠다. 그러나 중급논리나 고급논리는 한국논리학회와 한국분석철학회 등에서 학술적인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으나 그 교육이 철학계 전반에서 활발히 진행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컴퓨터과학 등의 타 분야에서 부분적으로 소개되는 것 같다. 우리 사회구조가 급격히 변화되는 전환기에 직면하여 옛것을 철저히 음미 비판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절한 구조를 재구성해야 하는 과제를 우리가 고려하게 될 때 이런 과제수행에 새로운 문제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새 논리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보화 시장경제에로의 전환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사회구조의 변화는 전통적 사회와 크게 다르다는 것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렇게 아는 것이 우리의 실제적 행동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 같다. 사회 전반의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관습 변화는 그처럼 빠른 속도로 변화될 수 없어 삶의 틀에 틈 사이들이 크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과거 농터형 사회에서는 농사가 모든 삶의 기본이므로 전통적으로 '농자천하지대본' 으로 하는 관습과 도덕이 전통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여 왔다. 하지만 장터형 사회에로 전환된 오늘날 우리사회에서는 아직 '상자 천하지대본' 의 말이나 그와 비슷한 관습이나 도덕적 이상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것을 보아도 우리 사회구조의 변화와 이상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것을 보아도 우리 사회구조의 변화와 의식구조의 변화가 정합성을 유지하지 못한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상자 천하지대본이기는커녕 장사꾼은 배금주의의 표본으로서 배격되어야 한다는 상인들에 시장경제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온 상인정신과 철학이 생활화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확산일로에 있는 정보화 장터형 사회에서는 긴 안목을 갖고 널리 헤아려 크게 유익할 것을 추구해 온 거상들의 사고와 행동에서 배울 것이 많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금융위기 (IMF 사태) 도 우리가 시장경제의 공정게임사상이나 사회봉사정신 그리고 다원적 가치와 중층적 사고의 다원주의 철학 등을 몸에 익히지 못한 데서 비롯된 듯하다. 경제적인 대증 요법만으로 금융위기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판단구조와 결단구조의 결함에 기인된 듯하다. 금융위기가 닥칠 확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 확률을 무시하고 생활의 안내자로 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병든 판단과 결단에서부터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제2, 제3 의 금융위기가 올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심층적 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으나 필자는 논리교육과 철학교육을 그 치유의 장기적 대안으로 생각해 왔다. 논리교육에서는 연역추리도 필요하지만 새로 개발되고 있는 넓은 의미의 귀납추리의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철학교육도 앞으로 전개될 세계를 고려하게 도리 때 사람들이 합의 가능한 논리교육을 기반으로 하여 다원주의 철학에 치중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위에서 언급한 귀납추리의 유형들의 교육은 그와 같은 논리교육과 철학교육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