헴펠의 합리성 개념에 대한 비판

 

과학적 설명과 비단조 논리 : 정영기 지음, 엘맨, 1996, Page 76~98

 

1. 헴펠의 합리성 -- 고전적 합리성 개념

2. 카네만과 트베르스키의 비판

3. 사이먼의 제한적 합리성

4. 제한적 합리성 비판 

 

1. 헴펠의 합리성 -- 고전적 합리성 개념

헴펠이 주장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자는 선택에 직면하여 기대효용을 최대화하는 행위를 선호하는 행위자이다. 기대효용 최대화의 이론은 18 세기 수학자 베르누이 (D.Bernoulli) 와 베이즈 (T.Bayes) 에 의해 구상되었으므로 기대효용 최대화 이론에 기초한 합리성을 고전적 합리성이라고 해보자. 헴펠도 고전적 합리성 개념을 주장하고 있다 (주석 : 필자가 합리성 개념을 논의하는 것은 타당한 행위설명의 논리를 찾기 위한 것이며 행위철학의 문제를 논의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론 행위철학의 요소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인간의 행위를 타당하게 설명하는 방법은 적절한 합리성 개념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적절한 합리성 개념이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되는데 이 대목이 행위철학의 부분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관심은 합리성 개념에 의해 인간의 행위를 설명하는 문제에 있다.).

합리성의 본질을 밝혀보려는 최근의 많은 철학자들은 행동주의적 접근을 버리고 의사결정이론적 접근을 시도한다. M. H. 새먼 (M.H.Salmon) 에 의하면, 의사결정이론적 합리성은 다음과 같은 가정에 기초한다. 즉 행위자는 다양한 행위결과와 독립적으로 행위하며 확률적인 지식만을 가진다. 또한 의사결정이론적 합리성은 행위자가 신념을 형성할 때 사용가능한 증거를 훌륭하게 이용한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행위자의 신념이 편견에 기초하더라도 그 행위는 합리적일 수 있다.

의사결정은 정보를 수집하고 가설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며 사용가능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이다. 의사결정은 의사결정의 목적을 정하고 주어진 상태를 나열하고 선택가능한 행위를 고려하고 각 행위의 결과를 나열하여 각 행위의 결과와 기대효용을 산출한 다음 최대의 기대효용을 가진 행위를 최적 행위로 선택한다. 한편 의사결정은 모든 사용가능한 정보를 고려해서 판단할 때 가능하다. 정보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여러 가능한 행위 가운데 어떤 행위를 선택하는가하는 문제는 획득가능한 정보에 달려있다. 또한 정보는 일정한 댓가를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으며 정보를 생산하는데는 비용이 든다 (주석 : 이익을 최대화하려면 정보를 필요로 한다. 정보의 값이 비쌀 경우 가능한 모든 정보를 모으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우리는 최적의 양의 정보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용을 산출해야 하는 의사결정이론은 정보처리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의사결정이론은 어떤 주어진 목적이 있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 이상의 방법이 있을 때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의사결정 상황이란, 한 사람이 (또는 한 그룹이) 선택가능한 여러 행위에 직면해 있지만 주어진 상황과 각 행위의 결과에 대해 불완전한 정보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문제는 사용가능한 정보와 관련하여 합리적인 (최적인) 행위나 합리성 (최적성) 의 기준에 일치하는 행위를 선택하는 것이다.

의사결정 모델은 세 가지 요소를 갖는다. 주어진 상황 (states of nature) 과 선택가능한 행위 (alternatives) 와 결과 (payoffs) 이다. 주어진 상황은 의사결정자가 자기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지만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현상이다. 선택가능한 행위는 의사결정자가 목적 달성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능한 대안적 행위들이다. 결과는 각 행위가 가져올 결과이며 의사결정의 결과이다.

의사결정 상황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얼마나 정확하고 충분한가에 따라 그 성격이 특징지워진다. 의사결정은 그 상황이 어떤 특징을 갖는가에 따라 다음 세 가지의 상황이 있다. 확실한 상황 하의 의사결정 (decision under certainty) 과 위험한 상황 하의 의사결정 (decision under risk) 과 불확실한 상황 하의 의사결정 (decision under uncertainty) 이다.

확실한 상황은 의사결정자가 결정하려는 대안별로 어떤 결과가 발생할 것인지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정확히 갖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는 각각의 행위가 항상 구체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알려진 경우이다. 즉 결정에 따라 나타날 유일하고 확정적인 결과를 미리 알고 있는 상황이다. 위험한 상황은 의사결정자가 갖고 있는 정보가 유일확정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대안별로 여러 개의 출현가능한 결과와 이 결과가 각각 나타날 확률을 알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의사결정자는 상황이 얼마나 변동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알고 있는 상황이다. 불확실한 상황은 갖고 있는 정보가 의사결정 대안별로 나타날 결과의 일부나 전부를 명시해주지만 이들 결과에 대한 개개의 확률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는 각각의 행위가 일련의 가능한 결과를 갖지만, 그 결과의 확률은 전혀 알려지지 않거나 전혀 의미가 없는 경우이다.

의사결정 모델에서 중요한 가정은 의사결정자가 합리적으로 행위한다는 것이다. 의사결정자가 다음 두 가지 조건에 따라 행위할 때 그는 합리적으로 행위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비교가능성 (comparability) 의 공리이고 둘째는 일관성 (consistency) 의 공리이다.

비교가능성의 공리는 두 개의 선택가능한 행위 가 있을 경우 의사결정자가 를 비교하여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의사결정자는 에 대한 자기의 선호를 완전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관성의 공리는 두 개 이상의 선택가능한 행위 , , 이 있을 경우 의사결정자가 보다 더 좋아하고 보다 더 좋아한다면 그는 보다 더 좋아하여야 한다. 일관성의 공리는 의사결정자가 , , 에 대한 선호의 순위를 정하는데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일관성은 선택가능한 행위가 두 개 이상 있을 경우 모든 경우에서 유지되어야 한다. 의사결정자가 비교가능성의 공리와 일관성의 공리에 따라 행위할 때 그는 합리적으로 행위한다고 말한다.

의사결정 이론에서 합리적인 사람은 행위선택의 상황에 직면해서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최근의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행위결과의 확률에 대한 신념이 행위자에게 있다면, 그가 효용을 최대화하도록 행위할 경우에만 합리적으로 행위한다고 할 수 있다. 합리적 의사결정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봄으로써 의사결정의 합리성 개념을 밝혀보도록 하자.

첫째, 합리적 의사결정은 일련의 가능한 의사결정 중의 하나이다. 합리적 의사결정의 기본적인 생각은 합리적 의사결정이 최선의 또는 최적의 의사결정이라는 것이다. 최선의 의사결정은 하나 이상일 수 있지만, 가능한 의사결정이 무엇인가를 알지 못하면 어떤 의사결정이 최선인가를 알 수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능한 의사결정을 생각해 내거나 산출하는 것이다 (주석 :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의사결정 상황에 항상 직면한다. 그러나 의사결정 상황이 무엇인지가 종종 분명하지 않다.). 가령 새로운 제조공장의 위치를 결정해야 하는 기업가 위원회를 생각해보자. 그 위원회의 모임에서는 수많은 공장 위치가 제안되었다. 위원회는 합리성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위치 중에서 한 위치를 선택한다. 그러나 어느 곳에든 더 좋은 공장 위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그런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은 합리적인가? 더 이상의 조사를 통해 다른 공장 위치가 있음을 그 위원회가 안다면, 그 위원회는 공장위치를 선택하기로 결정하지 말고 더 이상의 조사를 해야 한다. "더 좋은 가능한 선택을 조사하기로 결정하는" 문제는 실제 생활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의사결정 이론에서는 곤란하다. 실제로 구체적인 선택의 집합이 주어지면, 그 집합 이외에서 선택하는 것이 요구되거나 기대되지는 않는다.

둘째, 합리적 의사결정은 탐구자가 사용한 의사결정 원칙에 의존한다. 의사결정 원칙은 일련의 가능한 의사결정 중 어느 것이 합리적인가를 규정하는 규칙이다. 의사결정 원칙이나 기준의 여러 변형이 있다. 이것들은 합리적 의사결정의 모순된 규정을 내놓을 수 있다. 따라서 한 의사결정이 합리적인가 아닌가는 탐구자가 사용하는 원칙에 의존한다. 이 경우 탐구자가 가정하는 원칙은 명확하게 진술될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은 여러 가지 다양한 결과 중 하나를 초래할 수 있다. 다양한 결과에 대한 확률은 일정한 또는 계산가능한 양을 가진다. 가령 의사결정이 룰렛에서 1 달라를 거는 것이라면 이기거나 지는 것에 대한 확률은 여러 방법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그런 객관적인 확률이 상술될 수 있다면 그 확률은 합리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명확한 확률은 대부분의 의사결정에서 유용하지 않다. 일부 의사결정 이론가들은 주관적 확률에 기초하여 의사결정을 한다. 그리고 의사결정 상황에 객관적 확률이 존재하더라도 우리는 객관적 확률과 다른 주관적 확률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우리는 주관적 확률에 대해서는 합리적이지만 객관적 확률에 대해서는 비합리적일 수 있다. "합리적" 이라는 용어의 용법에 표준은 없다. 합리적이라고 판단되기 위해서 우리는 객관적 확률의 사용을 종종 요구받지만 주관적 확률의 사용이 허용되기도 한다.

셋째, 의사결정 상황에서의 합리적 의사결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 이유는 주관적 확률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의 가능한 결과를 다르게 평가하며 합리적 의사결정은 그런 평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특정한 결과에 대한 한 사람의 가치평가는 그 결과의 효용 (utility) 이라고 불린다. 효용은 어떤 결과가 한 사람에게 미치는 매력을 반영한다. 이 매력은 그 결과가 그 사람의 평화에 실제로 기여하는 공헌과는 다를 수 있다. 가령 약물 중독이나 헤로인 복용은 높은 효용을 가질 수 있으며 그 사람에게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그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경우 "합리적" 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평범하지 않다. 왜냐하면 보통 우리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와 이유를 결합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넷째, 합리적 의사결정은 행위자가 가질 수 있는 적절한 정보에 의존한다. 의사결정에 적절한 정보를 무시하는 것은 보통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어떤 의사결정에 적절한 정보가 무엇인가는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주식에 돈을 투자한다고 할 때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적절하고 사용가능한 경제 정보를 포함해야 한다. 그러나 적절한 정보의 양은 너무 많다. 효용이라는 개념도 애매하다. 정보의 효용은 정도의 문제인 것 같다. 의사결정자는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2. 카네만과 트베르스키의 비판

앞에서 살펴본 바대로 의사결정이론적 합리성은 기대효용 (expected utility)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기대효용 이론에 의하면 합리적 행위는 기대 효용을 최대화하는 행위이다. 다시 말하면 의사결정자의 목적과 일치하며 의사결정자가 기대한 만족을 최대화하는 행위가 합리적 행위이다 (주석 : 의사결정의 주관적 기대효용이론에 의하면 불확실성 하에서 최적의 행위는 정보의 두 가지 수준에서 행해진다. 두 가지는 효용과 확률이다. 효용은 행위자가 가능한 선택들에 부여한 상대적 평가이다. 확률은 가능한 선택들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헴펠도 위험하의 의사결정에서 합리적 행위의 기준으로서 기대효용 최대화의 기준을 제시하고, 불확실성 하의 의사결정에서 합리적 행위의 기준으로서 최소극대화의 규칙을 제시한다.

어느 행위를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는 어떤 사태가 일어날 것인가의 문제에 달려 있으며 또한 그 행위가 초래할 결과들이 어느 정도 바람직하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행위 결단은 인식 근거에 의거한 자연 상태에 대한 사실판단과 평가 근거에 의거한 가치판단이 조화를 이루게 될 때 비로소 합리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의사결정의 합리적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 기대효용 최대화의 원리이다 (주석 : 이초식 (1985), "의사결정의 논리" <<논리연구-현안 김준섭 박사 고희기념>>, 문학과 지성사. 1831면.).

사이먼 (H.A.Simon) 에 의하면 기대효용 이론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를 전제하고 있다. 첫째, 의사결정자는 잘 정의된 효용 함수를 갖고 있으며 특정한 사건에 대한 호감의 측정으로써 수치를 할당할 수 있다. 둘째, 의사결정자는 일련의 대안들에 직면해 있다. 셋째, 의사결정자는 모든 미래의 사건에 대해 일관된 확률분포를 할당할 수 있다. 넷째, 의사결정자는 일련의 사건들의 기대효용을 최대화하는 대안을 선택할 것이다.

사이먼은 기대효용이론을 매우 강하게 비판한다. 기대효용이론은 의사결정자가 자신 앞에 놓여있는 모든 것들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그 순간만이 아니라 미래의 순간에 자신에게 열려져 있는 모든 대안들을 이해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기대효용 이론은 여러 가지 난점을 지니고 있다. 의사결정에서 기대효용이론은 심리학적 근거에서 도전을 받는다. 기대효용이론은 의사결정자가 고정되고 알려진 대안들 가운데 선택하는 이론인데, 이 경우 각각의 대안에는 알려진 결과가 할당된다. 그러나 의사결정자와 객관적인 환경 사이에 지각과 인지가 개입하게 되면 기대효용 모델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게 된다. 인지심리학은 의사결정의 경험적 연구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이 안정적으로 선호하고 그 선호 (preference) 가 정확하게 측정된다면 그 선호는 동일한 선택 문제에서 불변적일 (invariant) 것이다. 그러나 많은 연구들은 그 불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선호는 선택문제가 기술되고 구조지어지는 방식에 따라 그리고 선택이 표현되는 반응양식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카네만 (D.Kahneman) 과 트베르스키 (A.Tversky) 는 이것을 잘 지적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문제 1.

미국은 600 명이 죽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상한 질병을 대비하고 있다. 이 질병에 대응하려는 두 가지 대안이 제시되었다. 그 프로그램의 결과에 대한 과학적인 예상이 다음과 같다고 가정하자.

프로그램 A 가 선택되면 200 명이 구조될 것이다.

프로그램 B 가 선택되면 600 명이 구조될 확률은 1/3 이고 한 사람도 구조되지 못할 확률은 2/3 이다.

문제 1 에서 대부분의 선택은 위험 회피 (risk averse) 이다. 확실하게 200 명을 구조한다는 전망은 600 명을 구조하는 1/3 의 확률보다 더 매력적이다.

문제 2

동일한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가정하자.

프로그램 C 가 선택되면 400 명이 죽을 것이다.

프로그램 D 가 선택되면 어느 누구도 죽지 않을 확률은 1/3 이고 600 명이 죽을 확률은 2/3 이다.

문제 2 에서 대부분의 선택은 위험 감수 (risk taking) 이다. 400 명의 확실한 죽음은 600 명이 죽을 2/3 의 확률보다 덜 매력적이다. 이익을 포함하는 선택은 종종 위험 회피이고 손실을 포함하는 선택은 종종 위험 감수이다. 두 문제의 유일한 차이는 문제 1 에서는 결과가 구조된 사람 수에 의해 표현된 반면 문제 2 에서는 결과가 죽은 사람 수에 의해 표현되었다.

두 문제는 형식적으로 동일한 반면 그 문제가 야기하는 선호는 전혀 다를 수 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72 % 는 프로그램 B 보다 프로그램 A 를 선택하였으며 78 % 는 프로그램 C 보다 프로그램 D 를 선택하였다. 카네만과 트베르스키는 이익과 손실에 대한 심리학적 지각을 표현하는 가치함수를 언급함으로서 선호의 반전 (reversals of preference) 을 설명한다. 즉, 손실에서 입는 상처의 정도가 이익에서 얻는 기쁨의 정도보다 더 크고 심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

트베르스키와 카네만은 기대효용이론에 대한 대안으로써 전망이론 (prospect theory) 을 제시한다. 전망이론에서 가치는 자산의 최종가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최종가치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득-실 (gains-losses) 에 할당되는 가치 즉, 재산규모의 변화나 차이에 대한 상대적 규모의 평가에 의해 할당되는 가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가치를 나타내는 함수는 그 곡선의 모양이 기존자산을 준거점으로 할 때 이득에 대해서는 오목하고 손실에 대해서는 볼록한데, 이득의 경우보다는 손실의 경우에 더 큰 기울기를 갖는다. 그 이유는 인간이 부의 변화를 경험함에 있어서 일정액의 금전을 얻을 때 느끼는 즐거움보다는 같은 액수를 잃을 때 느끼는 불쾌감의 증대율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 때문이다.

기대효용 이론은 모든 선택지가 가치나 효용을 가진다는 이유에서 선택지에 대한 판단과 판단에 기초한 선택이 동일하다고 전제한다. 즉, 기대효용이론은 판단과 선택의 동일성을 가정한다. 그러나 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선택과정에서 사용된 정보처리 메카니즘과 선택지를 판단하는데 사용된 메카니즘은 매우 다르다. 동일한 선택지에 대한 선택과 평가적인 판단은 상당히 다르다. 선택은 개별 선택지에 대해 판단할 때 사용된 메카니즘과 매우 다른 형식의 추리를 수행한다.

슬로빅 (P.Slovic) 과 리히텐슈타인 (S.Lichtenstein) 에 의하면 도박의 매력에 대한 평가와 도박들 사이의 선택은 돈을 잃고 따는 확률에 의해 영향받지만 도박에 거는 돈은 따거나 잃을 수 있는 돈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 즉, 도박에 대한 판단과 실제로 도박에 돈을 거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가정을 세운다. 도박을 선택하고 돈을 걸 때 다른 정보를 받는다면, 동일한 사람이 특정한 도박을 선택하지만 다른 도박에 돈을 더 많이 거는 도박판을 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한 개의 칲 (chip) 은 25 센트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두 도박에서 따거나 잃을 수 있는 돈의 양은 동일하다. 도박 A : (12 × 11/12 = 11) - (24 × 1/12 = 2) = 9, 도박 B : (2/12 × 79 = 13.1) - (10/12 × 5 = 4.1) = 9. 그러나 조사대상 중 88 % 는 도박 B 에 더 많은 돈을 걸었으며, 도박 A 를 선택한 사람들 중 87 % 는 도박 B 에 더 높은 돈을 걸었다. 이것은 사소한 모순이 아니라고 슬로빅은 말한다. 이러한 선호의 반전은 위험 하의 선택에 대한 연구에서 많이 나타난다. 경제학자인 그레더 (Grether) 와 프롯 (Plott) 은 기대효용이론에서 처럼 인간의 선호가 안정되거나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들에 의하면 선호의 반전을 제거하려는 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선호의 반전은 여전히 남아있다. 더욱이 트베르스키와 사타스 (Sattath) 와 슬로빅에 의하면 선호의 반전 현상은 도박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가지 선택문제에서 폭넓게 조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대효용 이론이 의사결정 문제에 적절한 대안이 되지 못함을 지적하는 많은 비판들이 있다. 많은 연구들이 밝혀놓은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확률을 판단하고 예측을 하고 불확실성에 대처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단순하고 친숙한 의사결정의 문제를 고려할 때 우리의 선호는 분명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생활에서 의사결정의 많은 부분은 새롭고 친숙하지 않으며 복잡한 결과를 가지기 쉽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의 가치는 모순되고 충분히 숙고되지 않는다. 우리는 인생에서 많은 역할 (부모, 노동자, 자녀) 을 수행한다. 그런데 그 역할 각각은 분명하지만 모순된 가치를 생산한다. 또한 우리는 어떤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을 알지 못할 수 있다. 가령 암에 대한 외과적 치료의 결과와 방사능 치료의 결과 사이의 선택이 그런 문제이다. 우리는 복권에 당첨되거나 수족을 잃어버리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우리의 능력을 과소 평가할 수 있다. 기대효용 이론은 많은 어려움 때문에 현실적인 의사결정의 상황에서 사용되기 어렵다.

앞에서 살펴본 비판에 근거할 때 헴펠이 제시하는 합리성의 기준은 너무 이상적이다. 합리성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헴펠의 주장은 옳다. 왜냐하면 합리성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합리적인 행위와 비합리적인 행위의 구별이 가능해지며 그 합리성의 기준에 의해 인간의 행위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합리성의 기준이 그렇게 너무 이상적일 필요가 있느냐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헴펠의 합리성의 기준은 현실의 인간이 실현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기준이다. 헴펠이 제시하는 합리성의 기준에 비춰보면 대부분의 인간은 비합리적이다.

헴펠이 제시하는 합리성의 기준은 합리성의 충분 조건일 수 없다. 헴펠은 합리적 행위를 기대효용을 최대화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효용을 최대화하는 행위만으로 합리적 행위가 되기에 충분한가? 기대효용을 최대화하기 위해 요구되는 모든 정보를 모으는 것은 많은 경우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정보는 일정한 댓가를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다. 정보를 생산하는데는 비용이 든다. 우리는 최적정량의 정보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헴펠이 제시하는 합리적 선택이론은 현실의 인간이 받고 있는 인식상의 제약을 무시한다. 사이먼에 의하면 현실의 인간은 다음과 같은 인식적 제약 때문에 완전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다. 첫째, 현실의 인간은 가능한 대안들 중에서 극히 제안된 소수의 대안만을 제시하고 기술할 수밖에 없다. 둘째, 현실의 인간은 극히 소수의 대안에 관해서 조차 매우 불완전하게 그 결과의 일부를 예상할 수 있다. 셋째, 현실의 인간은 대안의 결과에 대한 예상을 일관된 평가기준으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으며 대안의 일괄적인 비교평가기준도 갖고 있지 않다. 현실의 인간은 지식, 학습능력, 정보, 기억, 시간 등의 점에서 항상 제약을 받고 있다.

체니악 (C.Cherniak) 은 최근까지도 철학에서는 매우 이상적인 합리적 개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였음을 지적하고 최소 합리성 개념을 제시한다. 이상적인 합리적 행위자는 기대효용을 최대화해야 하며, 이상적인 합리성 조건과 이상적인 추론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상적인 합리성 조건은 다음과 같다. 행위자 A 가 일련의 신념-욕구를 가졌다면, 그는 분명히 적절한 모든 행위를 그리고 그것만을 수행할 것이다. 이상적인 추론 조건은 다음과 같다. 행위자는 분명하게 적절한 자신의 신념으로부터 연역적으로 타당한 모든 추론을 그리고 그것만을 행한다.

체니악은 최소 합리성 (minimal rationality) 개념을 주장한다. 그가 제시하는 최소 합리성은 최소 합리성 조건과 최소 추론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최소 합리성 조건은 다음과 같다. 행위자 A 가 일련의 신념-욕구를 가졌다면, 그는 분명하게 적절한 행위 전부는 꼭 아니지만 일부를 수행할 것이다. 최소 추론 조건은 다음과 같다. A 가 일련의 신념-욕구를 가졌다면, 그는 분명하게 적절한 신념집합으로부터 타당한 추론 전부는 꼭 아니지만 일부를 행할 것이다.

3. 사이먼의 제한적 합리성

사이먼은 기대효용 이론을 비판하고 대안으로써 제한적 합리성 (bounded rationality) 개념을 제시하였다. 그에 의하면 의사결정이론은 제한적 합리성으로 더 잘 기술될 수 있다. 많은 심리학적 연구에 의하면 제한적 합리성이 인간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방식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세분된 문제들로 나누어 볼 수 있는 환경이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다른 모든 문제들과 상호 관련되어 있다. 실제로 이 세상에는 상호연관의 밀접한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원리적으로 상호 영향을 줄 수 있는 많은 변수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황에서 우리는 우세하거나 지배적인 변수만을 인지할 수 있다. 제한적 합리성 모델 안에서 우리는 시간상 무한대로 깊이 있고 가치의 전 영역을 포함하는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 가령 우리는 가끔 배 고프고 졸립고 춥다. 그러나 세 가지 모두를 동시에 경험하지는 않는다. 만일 그렇다면 가장 긴급한 것이 처리될 때까지 나머지 요구들은 연기될 수 있다. 우리는 많은 요구들을 갖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일시에 우리를 짓누르지는 않는다. 합리성은 일시에 하나 또는 소수의 문제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데, 이것도 발생하는 다른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하에서 가능하다.

사이먼에 의하면 제한적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자는 꼭 최대는 아닐지라도 만족스러운 수준의 성취를 이루고자 시도한다. 제한적 합리성에 의하면 의사결정자는 인지적 한계 때문에 문제의 단순화된 모델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단순화된 모델에 의거해서 의사결정자는 합리적으로 행위한다. 이 경우 단순화의 요점은 최대화 원칙을 만족 원칙 (satisfaction principle) 으로 바꾸는 것이다. 행위의 결과들은 관련된 속성 각각에 대해 "만족스러운" "불만족스러운" 으로 분류된다. 각각의 속성에 대해 이 정도의 열망을 만족시키는 대안이 선택된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선택하는 학생은 가격, 학교로부터의 거리, 크기에 있어서 만족스러운 제 1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기준에 대해 만족스러운 것으로 간주되는 것도 열망의 수준이 증가하거나 감소하기 때문에 시간 및 경험과 함께 변할 수 있다.

만족은 여러 가지 면에서 효용의 최대화보다 단순하다. 만족은 각각의 결과의 전반적인 효용을 평가하는 문제나 다양한 속성을 비교하는 문제를 무시한다. 만족은 다양한 대안들에 대한 자세한 탐구를 요구하지 않으며 단지 제한적인 계산 능력만을 요구한다. 기대효용 최대화 이론은 문제에 대한 완벽한 지식을 요구하거나 그것을 전제한다. 인간은 한 문제에 대해 완벽한 지식을 갖기가 불가능하며, 인간의 이성도 불완전하다. 따라서 문제에 딸린 여러 측면 가운데 의사결정자가 만족하는 하나 또는 소수의 측면만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제한적으로 합리적일 수밖에 없다.

의사결정자가 최적기준이 아니라 만족기준에 의해 행동하는 이유는 의사결정자에게 주어져 있는 능력의 제약에서 찾을 수 있다. 사이먼에 의하면 합리적 인간은 최적 동물이라기 보다 오히려 만족 동물이다. 합리적 인간은 최적 동물이기 위한 지력을 갖고 있지 않는 까닭에 만족 동물이다. 만족 기준이 사용됨으로써 의사결정과정은 극적으로 단순화되고 현실적인 인간의 범위내에 수용된다.

만족 기준에 의해 선택이 이루어지는 경우 선택과정에 적응과정이 포함된다. 따라서 만족 기준의 경우 선택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선 첫번째 탐구활동에서 몇 가지 대안이 발견되면 그것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들 대안 중에 만족기준에 합격하는 것이 있다면 그 대안 중에서 최량의 것이 만족한 대안으로써 선택된다. 둘째, 만일 첫번째 발견된 대안 중 만족스러운 대안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새로운 다른 대안을 구하는 두번째 탐구활동이 개시된다. 그리고 그것에 의해 발견된 대안에 관한 재평가가 이루어진다. 셋째, 반복적인 탐구활동에 의해 만족스러운 대안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 만족기준이 검토된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대안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만족기준이 수정 혹은 저하될 수도 있다. 다음에 이 새로운 만족기준을 토대로 다시 위와 같은 과정이 되풀이 된다.

그런데 의사결정자가 보다 나은 대안을 위한 탐구활동을 계속하지 않고 만족기준에 합격한 대안에 만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사이먼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족기준은 선택주체의 욕구수준이고 이 욕구수준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회비용에 해당한다. 첫번째 탐구활동에 의해 발견된 소수의 대안들이 평가되고 그 결과 그 중에서 하나의 대안 A 가 만족기준에 합격하면 만족스러운 대안으로 선택된다 이 경우 만족기준 = 욕구기준의 내용은 A 의 기회비용이기 때문에 A 의 선택은 선택주체에 대해서 주관적으로 최량의 대안을 선택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의사결정자는 A 의 선택에 만족하는 것이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본다면 A 가 최적의 대안이라고 보증할 수 없다.

제한적 합리성 모델은 우리의 의사결정이 일관적임을 보증하지 않는다. 제한적 합리성 모델에 의하면 우리의 선택은 대안이 제시되는 순서에 종종 좌우된다. 가령 A 가 B 보다 먼저 제시되면 A 가 바람직하거나 적어도 만족스러운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B 가 A 보다 먼저 제시되면 A 가 고려되기 이전에 B 가 바람직하게 보이고 선택될 것이다.

제한적 합리성 모델에서는 관심의 집중이 선택의 중요한 결정요인이며 그 선택에서 감정이 중욯나 기능을 한다. 우리는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말하면 주어진 시간에 관심 가질 필요가 있는 일에는 관심을 집중하고 관심의 분산을 최대한 피할 필요가 있다.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우리가 감정이라고 부르는 과정의 중요한 한 가지 기능이라고 사이먼은 말한다. 가령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음식을 찾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종종 음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는 있다. 그러므로 주기적으로 배고픔의 감정을 야기하며 음식의 필요성에 관심을 집중하는 메카니즘을 우리는 갖고 있다. 다른 감정에 대해서도 유사한 설명을 할 수 있다.

인간은 공기를 필요로 하며 신체의 각 부분에 피를 순환시켜야 한다. 이런 요구와 다른 단기적인 요구와 장기적인 요구에 대해 인간은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숨을 쉬거나 심장의 박동을 위해 혈관의 산소 부족에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이런 간헐적인 요구에 대해 우리는 연속적인 생물로서 작동한다. 이 연속성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우리의 능력은 긴급을 요하는 새로운 문제에 높은 우선성을 부여하는 메카니즘 (특히 감정적 메카니즘) 에 의존한다.

제한적 합리성 모델은 최대화하지 않는다. 제한적 합리성 모델은 기대효용 최대화 이론의 형식적인 측면을 포기한다. 그러나 제한적 합리성 모델은 합리성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기대효용 최대화 이론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세상에서 인간이 대처해 나가는 방법을 제공해 준다.

4. 제한적 합리성 비판

앞 절에서 제한적 합리성 모델을 살펴보았는데 제한적 합리성 모델은 다음과 같은 단점을 갖고 있다. 첫째, 제한적 합리성 모델은 대안 선택에 있어서 주관의 지배를 받기 쉽다. 사이먼이 제한적 합리성에서 제시하는 만족 개념은 주관적인 것이다. 행위의 대안들 중에 최량의 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은 선택주체의 주관적인 성향 및 기호에 좌우되기 쉽다. 의사결정자가 선택한 최량의 대안이 객관적으로 최적의 대안이라고 보증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의사결정자가 보다 나은 대안의 발견을 위해 탐구활동을 계속 진행해야 할 경우가 발생하지만 만족기준에 의해 쉽게 만족해 버릴 수 있다. 이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행위의 합리성과 행위의 합리화의 구별이다. 행위의 합리화는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고 나태함이나 불성실함 등으로 인해 대충 만족하는 경우이다. 제한적 합리성은 나태함이나 불성실함 등을 인간 능력의 한계로 간주하여 정당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만족이라는 기준은 합리화된 행위가 제한적으로 합리적인 행위로 둔갑할 기초를 제공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제한적으로 합리적인 행위와 합리화된 행위를 구별할 수 없게 된다.

둘째, 제한적 합리성 모델은 기준을 가진 만족화의 척도가 없다. 제한적 합리성 모델은 이론의 형식적인 측면을 포기한다. 그러나 제한적 합리성 모델은 합리성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기대효용 최대화 이론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세상에서 인간이 대처해 나가는 방법을 제공해 준다. 만족은 여러 가지 면에서 효용의 최대화보다 단순하다. 만족은 각각의 결과의 전반적인 효용을 평가하는 문제나 다양한 속성을 비교하는 문제를 무시한다. 만족은 다양한 대안들에 대한 자세한 탐구를 요구하지 않으며 단지 제한적인 계산 능력만을 요구한다. 그러나 제한적 합리성도 합리성의 일종이라면 합리성과 비합리성을 구별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행위가 (제한적으로) 합리적일 수 있다. 결국 우리가 합리성 개념을 탐구하는 이유는 비합리적인 대안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선택할 때 목적의 성취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제한적 합리성 모델은 비합리성과 합리성의 구별 기준으로써 만족 기준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개인에게서도 만족의 기준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일정한 만족 기준을 제시하기가 어렵다.

셋째, 제한적 합리성 모델은 결정하는 여러 변수의 통제가 곤란하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직면하는 문제는 관련되는 변수를 많이 갖고 있다. 또한 한 문제는 다른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결국 모든 문제는 다른 모든 문제들과 상호 관련되어 있다. 실제로 이 세상에는 상호연관의 밀접한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원리적으로 상호 영향을 줄 수 있는 많은 변수들이 있다. 제한적 합리성 모델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우리가 지배적인 변수만을 인지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의사결정자는 만족의 기준에 의해 만족을 위해 필요한 변수만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지배적인 변수를 선택하여 행위하였지만 이후에 그 변수가 지배적인 변수가 아니라고 판명날 수 있다. 이 경우 우리의 불만과 후회는 증가할 수 있다. 그런 불만과 후회를 줄이기 위해 보다 더 신중한 탐구활동이 요구된다. 즉 지배적인 변수 이외에 다른 변수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신중한 탐구활동의 필요성이 만족 기준에 의해 사라지거나 제거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넷째, 제한적 합리성 모델에 의해 선택된 대안은 현실 만족적인 것이며 쇄신적이고 창의적인 대안의 탐색과 발굴을 포기하기 쉽다. 사이먼에 의하면 현실의 인간은 지식, 학습능력, 정보, 기억 등의 점에서 항상 제약을 받고 있다. 따라서 가능한 대안들 중에서 극히 제한된 소수의 대안만을 제시하고 기술할 수밖에 없으며, 소수의 대안에 관해서 조차 매우 불완전하게 그 결과의 일부를 예상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 대안은 만족 기준에 의해 만족스러운 대안으로 선택되므로 더 이상의 창의적이고 바람직한 대안의 발견을 위한 탐구활동은 계속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창의적이고 쇄신적인 대안의 발굴은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노력을 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헴펠은 합리성의 규범적 측면을 기대효용이론에 의해 정의한다. 카네만과 트베르스키는 기대효용이론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계를 지적하였다. 사이먼은 기대효용이론에 대한 대안으로써 제한적 합리성 개념을 제시한다. 그러나 제한적 합리성은 규범적 측면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합리성의 적절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에 의해 경험적으로 밝혀진 것은 현실의 인간은 지식, 학습능력, 정보, 기억, 시간 등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헴펠의 합리성이 갖고 있는 규범적 측면은 너무 이상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헴펠의 합리성이 전적으로 잘못이라는 지적은 아니다. 시간과 능력 등의 제약을 받지 않는 경우 기대효용이론에 기초한 헴펠의 합리성은 분명히 타당하다 (주석 : 헴펠의 합리성이 기초하고 있는 기대효용이론은 경제학이나 경영학이나 정책결정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이에 대한 많은 논의가 최근에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많은 수단 가운데 기대효용을 고려하여 최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며 합리적이다. 우리의 삶은 의사결정의 연속과정이므로 기대효용이론에 기초한 합리성은 한계를 갖고 있지만 여전히 유효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헴펠의 합리성은 하나의 대안이지 충분하거나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필자는 적절한 합리성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적절한 합리성은 헴펠이 고려하지 않은 시간개념을 고려해야 한다. 헴펠의 합리성은 시간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적용되기 어렵다. 둘째, 적절한 합리성은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인간이 불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헴펠은 인간이 불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을 추상적으로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셋째, 적절한 합리성은 규범적 측면을 갖고 있어야 한다. 헴펠의 합리성은 규범적 측면을 갖고 있지만 너무 이상적이다.

위에서 지적한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한 적절한 합리성 개념과 행위설명모델의 대안은 비단조논리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비단조논리는 근거가 불완전하거나 완전한 정보획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용될 수 있는 추리양식이다.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상황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 지식이 없는 가운데 합리적으로 행위하는 능력을 매우 중요시하였다. 비단조논리는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신념을 형성하고 시간변화에 따라 신념을 수정하는 문제를 다룬다. 다음 장에서는 비단조논리가 무엇인가를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