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계 과학의 역사적 개요

 

뇌과학과 철학 : Patricia S. Churchland 지음, 박제윤 옮김, 철학과 현실사, 2006 (원서 : Neurophilosophy : Toward a Unified Science of the Mind-Brain, MIT Press, 1989), page 67 ~ 147.

 

1. 서론

2. 신경계의 세포 구성요소

     뉴런 (Neuron)

     신경아교 (Neuroglia)

     수용기 (Receptors)

3. 뉴런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기초 전자 효과

     시냅스 전위 (Synaptic Potentials)

     활동전위 (Action Potentials)

     뉴런 통합 (Neural Integration)

     단순한 회로 모형도

     맺는 말

4. 신경전달물질과 그 밖의 신경화학물질

     신경이완제 (Neuroleptics)

     성과 신경화학물질

 

 

1. 서론

마음 - 뇌 (mind - brain) 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고 싶다면 필히 신경계의 기초 요소인 뉴런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알아야 한다. '뉴런의 수' 와 '뉴런들 사이의 연결 수',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것으로) '뉴런의 신호처리 (events) 시간' 의 한계는 '지각', '기억', '학습' 그리고 '감각운동조절' (sensorimotor control) 의 모델 개발에 중요한 제한 사항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실리콘 칩 (silicon chip) 의 신호처리가 나노 초 (10-9 초, nanosecond) 단위에서 일어나는 데 반해서, 뉴런의 신호처리는 밀리 초 (10-3 초, millisecond) 단위에서 일어난다는 시간적인 문제로부터 제기되는 제한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뇌 신호처리는 실리콘 신호처리에 비해 대단히 느리지만, 그럼에도 지각재인과제 (perceptual recognition tasks) 를 수행하는 경주를 한다면, 뇌가 컴퓨터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따돌릴 수 있다. 뇌는 일상적으로 지각인지과제에 필요한 어떤 일을 100 ~ 200 밀리 초 내에 마칠 수 있는 데 반해서, 거대한 재래식 컴퓨터는 그보다 훨씬 간단한 일을 수일 걸려야 처리할 수 있다. 이 사실은 곧 뇌가 지각인지를 수행하지만, 그 지각인지가 수백만 단계의 순차처리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10 장에서 더 상세히 논의될 것이다. Feldman 1985 참조.)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은 뉴런이 가소성 (plasticity) 을 갖는다는 점이다. 즉 뉴런의 정보에 관련한 부분이 성장하고 퇴화한다. 한 마디로 역동적 (dynamic) 이다. 뉴런의 가소성은 거추장스러운 것도 사소한 것도 아니다. 가소성은 뉴런이 정보처리의 유닛 (unit : 단위) 으로 기능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런 사실은 인지능력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한 '모델' 과 '이론' 을 탐구하려는 이론화 작업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더구나 '뉴런의 수' 와 '그 연결 수' 의 한계 그리고 '가소성' 에 대한 고려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론적 중요성을 갖는다. 학습과 기억 모델은 모든 그 복잡한 과정을 연결에서 찾아야 하며, 뉴런 자체에 대한 연구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으며, 분명히 그 모델은 신경계가 가진 것보다 훨씬 많은 유닛들을 가정해야만 한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비록 많다고 할지라도, 뉴런의 수와 그 연결들이 유한하다는 점은 실현 가능한 모델 방향을 가르쳐준다 (Feldman and Ballard 1982).

끝으로 뉴런과 그 작동방식이 모든 신경계 전체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뉴런과 달팽이, 벌레 그리고 거미의 뉴런들은 근본적으로 유사하다.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 사이에 차이점이 있지만, 그 차이점은 압도적인 유사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심지어 우리의 신경화학물질조차 대양 바닥을 기어다니는 가장 미천한 유기체의 신경화학물질과 근본적으로 유사하다.

그 점을 여기서 지적하는 것이 우리가 탁월하다고 우쭐하는 허영심을 꺾으려는 데에 있지 않으며, 진화된 우리의 인지적 축복과 능력들이 아무리 놀라운 것일지라도 갑자기 나타날 수 없음을 상기하자는 것뿐이다. 이 사실은 인간의 인지와 동물의 인지가 단절되어 있다고 암시하는 어떤 모델도 적절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한 만약 우리가 사고와 감각기제와 같은 기능 밑에 존재하는 정보처리의 본성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우리 이론은 뉴런들이 실제로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고려해야 하며, 우리는 '뉴런 자체' 와 '다른 뉴런들과의 연결' 그리고 '뉴런들의 연결 형태' 에 관해 깊이 알아야 한다. 바로 그런 점이 방법론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그림 2.1).

신경계는 정보처리 기계이며, 그것이 어떻게 유기체로 하여금 '학습하고', '기억하고', '볼 줄 알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어린 새끼를 돌보며', '위험을 인지하는지' 등등에 대해 이해하고자 한다면, 필히 그 기계 자체를 구성하는 기초 '요소' (element) 차원과 그 요소로 형성된 '구성' (organization) 차원 모두를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뉴런의 '구조' 와 그 '작동 방식' 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신경계의 세포 구성요소

인간의 뇌 무게는 약 3 파운드 (약 3 kg) 이며 그 크기는 대략 3 파인트 (pint = gallon : 약 4.5 ℓ) 정도이다. 뇌 속에는 뉴런이 약 1012 에서 많게는 1014 까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단지 추정에 불과하다. 몸이 휴식하고 있는 동안 신경계는 신체 전체에서 소모하는 산소 중에 약 20 퍼센트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뇌의 무게가 신체 전체의 무게에서 단지 2 퍼센트에 불과하며, 골격근, 신장, 간 등의 다른 기관들도 동시에 산소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상당한 비율이 아닐 수 없다. 중추신경계 (central nervous system : CNS) 는 뇌와 척수로 구성되었으며, 말초신경계 (peripheral nervous system : PNS) 는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섬유 (fibers) 나 피부의 감각수용기 (sensory receptors) 와 같이 뇌와 척수로부터 뻗어나간 모든 신경구조들을 포함한다. 망막은 중추신경계의 일부로 간주된다 (그림 2.2).

뉴런 (Neuron)

뉴런은 기초 신경 요소이며, 세포체 (soma, cell body) 와 세포체에서 뻗어 나온 돌기 processes, projection) (주석 : 'process' 란 말은 일반적으로 사건의 연결에 적용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구조에 적용하여 사용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표준말이며, 나는 앞으로 신경생리학적 의미로 이 말을 사용할 것이다. (역자는 이 말을 '돌기' 라고 번역하며, 뇌와 심리적 사건에 관련된 사용에서는 '과정' 이라고 번역하고, 컴퓨터 기능에 관련해서는 '처리' 라고 번역한다.)) 로 구분된다. 세포체는 세포의 중추부위로 핵 (nucleus) 과 RNA (리보 핵산) 를 포함하고 있으며, 단백질 생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단백질은 복잡한 축삭수송 (axonal transport) 에 의해 축삭 아래쪽으로 이동된다. 돌기는 축삭 (axon) 과 수상돌기 (dendrite) 로 구별되지만, 모든 뉴런이 그 모두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축삭은 원칙적으로 출력 장치이며, 수상돌기는 주로 신호를 받아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피부에 있는 일부 감각뉴런들은 단지 축삭만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축삭이 세포체로부터 뻗어나가, 그 끝을 향해 넓게 가지를 만든다. 그에 비해서 수상돌기는 흔히 세포체로부터 밀집된 가지모양으로 뻗어나간다 (그림 2.3). (또한 그림 1.5 참조) 여러 종류의 뉴런들에서 수상돌기는 '가시' (spine : 극) 라고 하는 짧은 가지들로 온통 휩싸여 있으며, 그것들은 다른 뉴런들과 접촉하는 지점이 된다.

 

뉴런의 크기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것일지라도 아주 작다. 사람의 신경계에서 수상돌기는 직경이 약 0.5 마이크론 (micron) 이며, 운동뉴런 세포체의 직경은 약 20 ~ 70 마이크론이다. 가장 큰 축삭의 직경은 약 20 마이크론이며, 어떤 것은 척수만큼 긴 것도 있다. 뉴런들의 유형은 아주 다양하며, 어떤 것들은 그 다양한 기능에 알맞게 전문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오징어는 상대적으로 큰 (대략 직경이 1 밀리미터) 축삭의 운동뉴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징어의 커다란 축삭은 그 크기로 인해서 탐침 전극을 꽂을 수 있어 축삭의 전기적 성질을 탐구하는 일을 가능하게 했다 (Hodgkin and Huxley 1952). (그 성질에 대해서 2 장 3 절에서 논의될 것이다.)

영장류의 신경계는 출생 시기에 앞으로 갖추게 될 모든 뉴런들을 실질적으로 이미 가지고 태어난다. 후각계 (olfactory system) 만은 예외로 출생 후에도 계속 발생한다. 출생 후 몇 년 동안 축삭과 수상돌기의 성장이 수상돌기의 가시 (극) 와 마찬가지로 왕성하게 일어난다. 그런데 그 왕성한 성장 중에도 초기 유아에서 발생한 뉴런 중에 많은 수의 세포가 사멸하는데, 초기 뉴런 집단의 15 ~ 85 퍼센트가 수명을 마친다. 이것은 계획된 죽음으로 보이며, 정상적인 유아 뇌의 발달에 중요한 과정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런 세포 사멸이 왜 일어나며, 그 추려내는 원리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되지 않고 있다 (3 장 참조). 그밖에 일상적으로 '죽음의 사신' (grim reaper death) 이라고 불리는 40 세 이후 성인의 뇌에서 하루에 약 천여 개의 뉴런들이 죽는 일이 일어난다. 그래서 통계적으로 상당한 정도의 세포 결핍이 일어난다. 그렇지만 생존한 뉴런들의 수상돌기가 성장하여 그 빈자리를 메운다. 뇌가 그렇게 잘 처리하는 것은 뇌가 가소성을 가지고 있음을 가리킨다.

시냅스는 뉴런들 사이의 신호전달 지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곳에서 돌기들은 세포체나 다른 뉴런의 돌기들과 고도로 전문화된 준 - 영구적 접속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1.7, 그림 1.8). 일반적으로 신호전달은 시냅스 접속에서만 일어난다고 짐작되고 있으나,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세포막이 시냅스를 갖지 않으면서도 아주 근접할 경우 그 지점에서 약한 신호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는 축삭이 다른 뉴런의 수상돌기 혹은 세포체에 시냅스를 이루지만, 다른 축삭에 시냅스를 이루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수상돌기가 다른 수상돌기 혹은 세포체에 시냅스를 이루는 경우도 있다. 뉴런들 각각에 대한 시냅스의 수는 아주 다양한데, 포유동물의 운동뉴런에는 어림잡아 5,000 개이고, 인간 소뇌피질에 있는 푸르키니에 세포 하나에 대략 90,000 개나 된다 (그림 2.4). 총체적으로 인간의 신경계에는 다소 규모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략 1015 개 정도의 연결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뉴런으로 기능적으로 '감각뉴런' (sensory neurons), '운동뉴런' (motor neurons), '중간뉴런' (interneurons) 으로 분류된다. 감각뉴런은 빛이나 기계적인 변화와 같은 물리적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꿔 전달한다. 운동뉴런은 수축하는 근육에 닿아 있다. 중간뉴런은 감각뉴런과 운동뉴런 사이에 있는 그 외의 모든 뉴런들을 망라한다. 뉴런에는 아주 다양한 유형들이 있으며, 세포의 크기, 축삭의 길이 그리고 수상돌기의 독특함으로써 그 유형이 크게 구분된다 (그림 2.4). 하등 동물에서는 전문화를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무척추동물에서는 세포의 돌기가 축삭과 수상돌기로 나눠지지 않는 것을 보면, 수상돌기는 축삭보다 나중에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신경아교 (Neuroglia)

신경조직은 뉴런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며, '신경아교' 라고 불리는 특별한 보조 세포들을 가지고 있다. 1856 년 루돌프 비르코프 (Rudolf Virchow) 가 이것들을 뉴런에서 처음 구분해 냈다. 그는 그것을 뉴런들을 고정시키는 일종의 아교로 생각했기 때문에 접착물질인 '아교' (glue) 를 의미하는 말 'glia' 로 'neuroglia' 라는 말을 만들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신경아교는 접착성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 역할은 주목할 만하다. 아교세포 (glial cell) 의 한 가지 유형인 슈반 세포 (Schwann cell) 는 말초세포 (peripheral cell) 의 축삭돌기를 감싸서 신경 임펄스 (nervous impulse) 가 더 빠르게 전달되도록 하는 절연수초 (insulating sheath : 절연피복) 역할을 한다. 희소돌기아교세포 (oligodendrocytes) 는 중추신경계 (CNS) 의 축삭을 위해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렇게 형성된 수초를 마이엘린 (myelin) 이라고 한다. 수초로 씌어지는 발달 과정은 주로 유아기에 일어나며, 사춘기에 접어들면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대뇌피질의 어떤 부분에서는 40 세까지 수초로 씌워지는 일이 지속된다 (그림 2.5, 그림 2.6).

척추동물의 모든 뉴런이 마이엘린으로 씌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마이엘린은 척추동물에만 있다. 계통학적으로 오래된 뉴런인 (피부에 분포하여 통증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C - 섬유 (C - fibers) 는 마이엘린으로 씌워져 있지 않다. 뉴런과 아교세포의 결합은 아주 다양한데, 어떤 경우에 축삭은 단지 인접 아교세포들의 틈에 끼여 있을 뿐이다. 어떤 신경아교는 차단막과 같은 기능 (별아교세포 astrocytes 에서) 과 필터와 같은 기능 (뇌실막 세포 ependymal cells 에서) 을 하기 때문에 뉴런을 혈액으로부터 차단하지만 자신의 특별한 영양 공급을 차단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다른 아교세포들, 즉 포식세포 (phagocytes) 나 청소세포 (scavengers) 와 같은 기능을 하는 미세아교세포 (microglia) 는 죽은 뉴런과 쌓인 노폐물을 청소하는 기능을 한다. 뉴런의 기능이 너무 휘황찬란하여 아교세포들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수적으로 뉴런들보다 약 10 배나 많은 아교세포들은 신경계 기능에 중요하지만, 그 기능에 대해서는 이제 막 연구에 의해 밝혀지기 시작했을 뿐이다. 분명히 아교세포의 퇴화는 (마이엘린 수초로 감싼 슈반 세포와 희소돌기아교세포의 경우에서) 정상적인 감각운동조절에 치명적으로 손상시킨다. 다발성 경화증 (multiple sclerosis) (역주 : 다발성 경화증은 중추신경계의 탈수초화에 의해, 즉 아교세포가 파괴되어 생기는 질환으로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로에 따라서 신체 쇠약, 운동 실조, 지각 이상, 언어 장애, 시각 장애 등 여러 신경증상으로 나타난다. 동양인에게는 시력 장애가 가장 흔하게 일어난다. (이원택 · 박경아. 『의학신경해부학』. p.340 참조.) 은 탈수초성 질환 (demyelinating disease) 중의 하나이다. 마이엘린으로 둘러싸인 축삭 다발이 있는 곳의 조직은 세포체의 덩어리이나 수상돌기가 모여 있는 곳의 선명한 회색 (혹은 홍색) 색조보다 더 밝게 보인다. 백색질 (white matter) 과 회색질 (gray matter) 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마이엘린 때문이며, 축삭에만 마이엘린으로 씌워져 있다. 신경 조직의 단면에서 그 색깔의 차이는 육안으로 쉽게 구분된다 (그림 2.7). (주석 : 예를 들면, 만약 당신이 어린 양을 도살해서 그 척주 (vertebral bone) 틈새에서 부드러운 흰색 조각의 척수 (spinal cord) 를 분리해 내어 깔끔하게 절단한다면, 백색질로 둘러싸인 (중심 위치에 대충 나비 모양의) 회색질을 볼 것이다.)

 

수용기 (Receptors)

수용기가 특별히 관심을 끄는 점은 수용기가 감각하는 자극 범위가 바로 우리가 세계에서 느끼는 한계이기 때문이다. 수용기는 세계와 두뇌 사이의 인터페이스 (interface : 접속장치) 이며, '우주가 어떤 모습이며, 우리가 우주에 대해 무엇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이는지' 에 대한 우리들의 개념은 '말초신경에서 세포들이 반응하는 특성' 과 불가피하게 관련된다. 이것이 바로 특정 물리적 자극에 반응하는 수용기의 특성에 대한 실험에서 마장디 (Magendie) 그리고 나중에 뮐러 (Müller) 에게 충격을 준 점이다. 이것이 바로 어쩌면 철학에서 인식론 (epistemology) 의 한계, 즉 '세계에 대한 우리의 접근은 언제나 중재된 접근 (즉 신경계를 통한 접근)' 이라고 인정해야 할 한계라고 칸트 (Kant) 가 깊이 고심하고 해명하려 했던 근원일 것이다. 결국 인간의 신경계는 물리적인 것이므로 그 물리적 한계와 물리적 작동방법을 갖는다. 칸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들은 세계가 '우리에게' 나타나는 대로만, 즉 세계가 '우리에게' 보이는 대로만 알 수 있을 뿐이며, 따라서 그것들이 세계 자체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6 장 참조). 내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볼 때도, 마치 어느 동물이 세계를 실재 그대로 있다고 보는 경우처럼, 세계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는 것은 '세계가 있는 방식' 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나의 시각 수용기' 의 세계에 있는 좁은 범위 (0.4 - 0.75 마이크론 범위의 전자기파, 즉 가시광선의 범위) 의 속성들에 반응하는 방식과 함께, '내 두뇌' 가 그 반응을 조작하도록 되어 있는 방식에 의존한다.

신경계는 넓은 범위의 물리적 요소들을 감지하기 위해 전문화된 수용기로 진화해 왔다. 우리의 감각기관을 다섯으로 나눈 고전적인 구분은 상당히 터무니없는 구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들에게는 '미각', '후각', '청각', '시각', '촉각' 등에 대한 수용기만이 있는 것이 아니며, 잡다한 다른 것들에 대한 수용기들도 있기 때문이다. '머리의 위치 변화를 감지하는 고유감각수용기 (proprioceptors)', '긴장을 느끼는 근육과 힘줄의 역학 수용기', '내장의 팽창과 폐의 긴장에 대한 수용기', '동맥에서 산소 농도를 감지하는 경동맥 내의 수용기' 등등이 있다. 그러므로 감각에 대한 고전 분류학은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불명료하기까지 하다. 예를 들면 '촉각' (touch) 이라는 범주는 비분별 촉각 (light touch), (역주 : 촉각 부위와 강약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촉각을 '분별성 촉각' (discriminative touch) 이라 하며, 느낄 수는 있으나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촉각을 '비분별성 촉각' (crude or light touch) 이라 한다.) 성적 감각 (erotic sensation), 무게 감각, 진동, 다양한 온도 감각, 그리고 폭 넓은 다양한 통각을 모두 합친 개념이다.

우리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지각 세계 내에서 만족할 수도 있지만, 우리들이 전혀 알 수 없는 깜깜한 세계에 다른 동물들은 풍부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벌은 자외선을 감지할 수 있고, 뱀은 적외선 범위 내의 전자기파를 감지하는 소공 (pits) 을 가지고 있으며, 파리는 회전력 측정기를 가지고 있고, 수생 척추동물인 물고기는 측선 기관 (lateral - line organ : 옆줄) 에 의해 물 흐름을 감지할 수 있고, 비둘기는 지구 자장에 방향을 맞추는 강자성체 (ferromagnet) 를 가지고 있으며, 상어는 낮은 주파수 (0.1 - 20 Hz) 전자장을 몸에 익혀 이용할 수 있고, 전기어 (electric fish : 발전어) 는 고주파 (50 - 5,000 Hz) 전류를 감각할 수 있다. 대양 깊은 곳에 잠수한 인간에게는 고요한 침묵만이 있겠지만, 전기어에게 물 속의 세계는 많은 전자기 현상들로 보이고, 전자기 위치탐지 (electrolocation) 와 전자기 통신 (electrocommunication) 을 이용하여 커다란 혜택을 본다 (Bullock, Orkand, and Grinnell 1977). 인간에게 지각된 세계는 다른 어느 유기체에 의해 지각된 세계와도 동일하지 않으며, 단지 진화를 통해 얻은 전문화된 수용기에 의해 감지할 수 있는 좁은 차원의 세계일 뿐이다 (그림 2.8).

 

심지어 아주 단순한 유기체에서도 전문화된 수용기를 발견할 수 있다. 해파리는 소화와 번식을 위한 기관으로 득을 보기에는 하급의 진화 단계에 있지만, 복잡한 눈과 (중력, 가속도, 그리고 진동을 감지하는 기관인) 평형낭 (statocysts) 을 가지고 있다. 해파리도 자신의 움직임을 알려줄 수용기를 갖추어야 하는 까닭은, 자신의 생존이 움직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만약 어느 유기체가 멋진 소화기관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자신의 움직임을 확인하여, 먹기에 좋은 것을 확보하고 섭취하지 못한다면, 그 소화기관은 결코 자신에게 득이 되지 못한다. 이것을 보면 유익한 운동 방향을 결정할 줄 아는 복잡한 수용기를 갖는 일이 진화의 초기 발달 단계라고 이해되며, 다른 한편으로 '행동 목록의 복잡성' 과 '중추 신경조직의 전문화' 사이에 상호관계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 '수용기의 전문화' 와 '복잡한 감각기관의 발달' 사이에도 관련이 있다고 이해된다 (Bullock, Orkand, and Grinnell 1977).

3. 뉴런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기초 전자 효과

뉴런은 분명 신호전달 장치이다. 신호를 받아서, 통합하고, 보내기 때문이다. 정확히 뉴런이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는 아주 복잡한 설명을 필요로 하며, 그 신비스러움이 이제 막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를 얻으려면 우선 다음 네 가지 서로 중복된 문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세포외부와 세포내부 유동액 속의 이온 (ion), (2) 세포막 사이의 전위차 (voltage difference), (3) 특정 유형의 이온에 대해 차단 - 막 (cross - membrane) 통과를 조절하도록 전문화되고 세포막에 분포하는 단일이온채널 (single ion channel), (4) 그 이온채널 문을 열어 이온들이 세포막을 통과하도록 갑작스럽게 문을 여는 단일 이온 채널의 전압 - 감도 변화 (voltage - sensitive change).

세포막은 세포 내의 세포질 (cytoplasm) 과 세포 밖의 세포외부 유동액을 구분하는 신비로운 얇은 막 (sheet) 이다. 세포막에는 특정 목록들만의 통과를 조절하도록 전문화된 (균일하지 않은)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다. 세포 내부와 세포 외부 유동액 모두는 이온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이온들은 전자를 얻거나 잃음으로써 양극과 음극으로 대전된 분자 혹은 원자들로 구성된다. 그 깇 전기 화학적 작용을 이해하려면 두 부류의 이온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세포 내부에 농축된 유기 이온 (organic ion) 음극으로 크게 대전되어 있고, 세포 내부와 외부에 농축된 무기이온 inorganic ion) 은 체계적으로 그 농도가 변화된다.

뉴런 안에 있는 커다란 유기이온은 세포막을 통과할 수 없으며, 그 순전하량 (net charge) 은 음극인데, 세포막을 통과한 이온들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낸다. 왜냐하면 그 음극 대전 이온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 양극 대전 이온이 세포 내부로 모여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뉴런의 작용에 대한 설명에 필요한 무기이온들은 칼륨 (potassium, K+), 나트륨 (sodium, Na+), 칼슘 (calcium, Ca++) 그리고 염소 (chloride, Cl-) 등등이 있다.

일정 음극 대전물로 인한 높은 내부 농도는 양이온 (cation) 의 정량에 따라 정확히 차감된다. 이 역할은 주로 칼륨 (K+) 이 하는데, 세포막이 나트륨 (Na+) 이나 칼슘 (Ca++) 보다 칼륨 (K+) 을 훨씬 더 잘 투과시키기 때문이며, 이것은 세포막에 있는 나트륨 - 칼륨 (소듐 - 포타슘) 펌프가 칼륨 (K+) 을 끌어들이고 나트륨 (Na+) 은 퍼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칼륨 (K+) 은 세포 내부에 그리고 나트륨 (Na+) 과 칼슘 (Ca++) 은 세포 외부에 농축된다 (그림 2.9, 그림 2.10). 세포가 자극되면, 예를 들어 전류나 특별한 화학물질에 의해 자극되면 나트륨 (Na+) 과 칼슘 (Na++) 에 대한 세포막의 투과성이 변한다. 세포막의 투과성에 대한 변화는 전적으로 단일 이온 채널의 구조적인 변화로 일어난다.

 

 

세포막 내부의 전위가 낮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근본적으로 유기 음이온 (organic anion) 은 세포막을 가로질러 내부로 들어올 수 있는 양이온들 중에 오직 칼륨 (K+) 과 함께 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칼륨 (K+) 은 낮은 칼륨 (K+) 농도 구역으로부터 높은 칼륨 (K+) 농도 구역으로 움직이므로 '농도경사' (concentration gradient) 를 올라간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는 것은 내부의 음이온이 칼륨 (K+) 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포 내부와 외부 사이의 '전기경사' (electrical gradient) 는 내려가게 된다. 이 두 경사가 서로  힘의 균형을 이루면), 칼륨 (K+) 이 세포막 내부로 들어가는 순운동 (net movement) 을 정지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도 농도경사로 인해 여전히 칼륨 (K+) 을 붙들려는 전기력이 작용하며 이것을 계산할 수 있다. 이 계산 수치가 세포막 사이의 칼륨전위 (electrical potential) 이다. 예를 들어 일부 뉴런에서 칼륨 (K+) 에 대한 (칼륨의 순운동이 없는) 평형전위 (equilibrium potential) 는 -70 밀리볼트 (mv) 이다. 이 기전력 (electromotive force) 은 대전의 평형을 이루려는 힘이며, 전위는 기전력의 전압 (volts) 측정치이다. 따라서 뉴런 안의 유기음이온은 칼륨 (K+) 을 약 -70 mv 의 기전력으로 칼륨 (K+) 농도경사를 끌어올리려는 작용을 한다. 정지된 뉴런에서 세포막 사이의 실제 기록된 '전압' 은 '휴지전위' (resting potential) 라고 하며, 이것을 실험에서 측정한 전압도 칼륨 (K+) 에 대해 계산된 전위와 꽤 근사치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70 mv 가 하찮은 전압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이 전압이 뉴런 환경에서는 거대한 힘이다. 즉 세포막의 두께가 단지 50 옹스트롬 (angstrom : 1/1 억 센티미터) 인 것을 감안할 때, 만약 그 두께가 1 센티미터일 경우 140,000 볼트에 해당한다. 이 정도의 전자장은 분명 거대분자 (macromolecules) 에 대해 쌍극자모멘트 (dipole moment) 로 강한 효과를 미칠 수 있으며 (그림 2.15 참조), 단일채널은 거대분자로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Neher and Stevens 1979).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세포막이 이온들마다 다른 투과성을 갖기 때문에, 세포가 안정된 경우 세포막 사이의 전압, 즉 세포막 외부에 비해 내부는 음극으로 대전된다 (휴지전위). 대부분 이 전압은 세포 외부의 전압에 대한 세포내부의 전압으로 주어지며, 음극 밀리볼트 (예를 들어 -70 mv 혹은 -55 mv) 로 표시된다 (그림 2.11). 그래서 세포막은 분극 (polarization) 되고, 뉴런의 신호전달 기능은 세포막 분극의 조절된 변화에 의존한다. 따라서 이 논의의 다음 단계는 어떻게 뉴런이 전위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외부세계로부터 다른 세포로 그리고 근육과 선 (gland : 분비선) 으로 정보를 전달하는지 알아보는 일이다. 뉴런의 흥분과 신호발생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단일채널의 분자구조에 전압이 변화되면, 채널 유형에 따라서 나트륨 (Na+) 혹은 칼슘 (Ca++) 이 순간적으로 유입되는 일이 발생한다 (Kuffler, Nicholls, and Martin 1984).

시냅스 전위 (Synaptic Potentials)

뉴런의 수상돌기와 세포체는 수많은 시냅스 연결을 이루고 있으며, 수상돌기 가지나 세포체의 여러 곳에서 1 밀리 초 (millisecond) 내에 수천 개의 신호를 받는다 (그림 2.12). 들어오는 신호는 전문화된 세포막 부위에 화학적 활동을 일으키며, 그 결과 세포막의 휴지전위가 변한다. 시냅스에 들어오는 신호에 의해 유도된 휴지전위 변화를 '시냅스 전위' (synaptic potential) 라고 한다.

 

그림 2.12  운동뉴런 표면의 시냅스 종말 팽대부 (synaptic end bulbs (boutons)). (Porisky 1969.)

임의의 세포막에서 시내스후 반응은 -70 mv 에서 -60 mv 의 세포막 전위 감소로 나타난다. 세포막의 탈분극 (depolarization) 은 주로 나트륨 (Na+) 혹은 칼슘 (Ca++) 의 순간 유입을 허락하는 세포막의 투과성 변화에 의해 발생한다. 이 시냅스 변화로 시냅스후 반응은 -70 mv 에서 -80 mv 의 세포막 전위 (membrane potential) 증가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유형의 세포막 전위 효과를 '과분극' (hyperpolarization) 이라 하며, 염소 (Cl-) 의 유입과 칼륨 (K+) 의 방출 혹은 이 모두의 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다 (그림 2.13).

시냅스 전위는 순간적으로 발생하며, 정지전위에서 세포막의 투과성 상태는 재빨리 복원된다. 시냅스 전위 크기는 자극하는 사건에 반응하여 열리는 단일채널 수에 직접적으로 관계되며, 따라서 자극 주변부에 있는 단일채널의 밀집도와 관련한다. 즉 나트륨 (Na+) 채널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탈분극 자극 후 나트륨 (Na+) 채널이 열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Kuffler, Nicholls, and Martin 1984). 임의의 위치에서 큰 자극은 오직 그 자극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많은 수의 단일 채널이 있기만 하면, 작은 자극에 비하여 더 큰 진폭의 전위를 발생시킬 것이다.

세포막을 통과하는 이온의 순운동으로 전류가 만들어지고, 그 전류는 세포막을 따라 중심위치에서부터 퍼져나가 거리가 멀어지면 감소하게 된다. 이런 전류의 이동은 세포질의 저항,세포막의 저항 그리고 수상돌기의 직경과 같은 많은 요소들의 영향을 받는다. 또한 많은 수의 시냅스 전위가 짧은 시간에 근접 위치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시냅스 전위들이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수상돌기의 세포막이 특정한 지점에서 탈분극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전류가 퍼져나감에 따라서 전류는 조금 전에 같은 장소에서 발생된 전류와 상호 작용하거나,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시간에 발생된 전류와 상호 작용할 것이다. 만약 세포막의 과분극 위치와 탈분극 위치가 가까우면 두 효과는 서로 상쇄되는 경향을 가지며, 세포막의 탈분극 위치끼리 가까우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따라서 전류의 상호 작용이 더해지면 더 큰 탈분극이 만들어내거나, 과분극될 경우 탈분극이 억제될 것이다. (즉 그 효과가 반대이면 탈분극을 방해하거나 상쇄된다.) '시냅스 전위의 진폭' 은 채널의 밀집 정도, 자극의 크기 그리고 자극 합산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등급전위' (graded potential) 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보게 될 활동전위 (action potential) 와 대비된다.

이렇게 세포체와 수상돌기에서 시냅스 전위의 복잡한 혼합과 합산에 의해 정보처리가 이루어진다고 짐작된다. 물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에 대한 복잡한 설명을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설명하는 이론적 논의를 10 장에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상돌기에 가해지는 자극의 상대적 위치', '신경섬유들 직경의 크기', '이온채널들의 밀집도', '에너지의 가용성' 등등이 신호를 합산하는 총체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뻔하다. 짐작되는 바와 같이 만약 수상돌기의 성장과 시냅스 발생 (synaptogenesis) 이 학습에 관련된다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 놀라운 전위들이 혼합이 어떻게 정보를 표현하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탈분극 전위와 과분극 전위가 합산된 전류가 축삭소구 (acton hillock) 세포막을 '격발 수준' (약 10 mv) 으로 탈분극하기에 충분하게 되면, 그 세포는 크고 극적인 출력을 낼 것이다. (축삭소구는 축삭이 세포체에서 뻗어 나오는 곳이다.) 그런 조건이 되면 축삭은 축삭소고로부터 종말 팽대부 (terminal bulbs) 로 분극하는 신호, 즉 임펄스를 전달한다. 그 전형적인 축삭의 작동구조는 다음과 같다. 시냅스 전위의 탈분극이 세포막 전위를 격발 수준까지 끌어올려 축삭에서 임펄스 (impulse) 를 만들게 하기 때문에 이것을 '흥분성 시냅스후 전위' (excitatory postsynaptic potentials : EPSPs) 라고 한다. 반면에 과분극 전위 (hyperpolarizing potentials) 는 임펄스의 발생가능성을 감소시키는 경향을 갖기 때문에, '억제성 시냅스후 전위' (inhibitory postsynaptic potentials : IPSPs) 라고 한다 (그림 2.14).

활동전위 (Action Potentials)

축삭은 가늘고 긴 돌기로 불과 몇 밀리미터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1 미터가 넘는 경우도 있다. 메시지 (message) 가 축삭의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도중에 소멸하지 말아야 하며, 그 끝에 처음과 같은 메시지가 전달되어야만 한다. 그 원거리 전달 능력은 축삭 세포막을 따라 나트륨 (Na+) 채널의 밀집도가 증가됨으로써 가능하다. 나트륨 (Na+) 채널은 전압 - 감응성 (voltage - sensitive) 을 갖도록 전문화되어 있어, 탈분극되면 순간적으로 채널들이 나트륨 (Na+) 의 통제를 중단한다. 그러면 세포 내로 나트륨 (Na+) 이 급속히 유입되어 전기경사와 농도경사를 낮추게 된다 (그림 2.15). 이에 관련된 연구에서 각 채널들이 약 1 ~ 2 피코 암페어 (picoamps : 10-12A) 의 평균채널전류를 가지며, 평균 0.7 밀리 초 (msec) 동안 개방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Sigworth and Neher 1980). 채널 밀집도가 충분히 높으면, 1 밀리초 내에 세포막 통로를 지나가는 전류가 상당한 정도가 되며, 채널들이 전압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그 자체로 특수한 자기 증폭 (self - amplifying) 효과를 일으킨다.

들어오는 신호들이 약 10 mv 로 축삭소구 세포막을 탈분극시켜, 나트륨 (Na+) 이온들이 세포 내부로 들어오면, 세포 내부의 나트륨 (Na+) 전류는 축삭 세포막에 있는 다른 나트륨 (Na+) 채널들에 전이를 일으켜, 더욱 많은 나트륨 (Na+) 을 세포 안으로 끌어드리게 되어, 세포막이 더욱 탈분극되고, 그러면 더 많은 나트륨 (Na+) 채널들이 더 많은 나트륨 (Na+) 유입을 일으킨다. 그래서 자발적 폭발 효과 (self - generating explosive effect) 가 발생한다. 초기 탈분극 전류가 충분하여 나트륨 (Na+) 순유입이 칼륨 (K+) 이온 유출보다 클 경우, 그 양성피드백 (positive feedback) 은 갑자기 큰 나트륨 (Na+) 유입을 일으킨다. 실제로 세포막을 통과하는 이온들의 수는 아주 적지만, 세포막 극성을 대략 -70 mv 에서 대략 +55 mv 로 극적으로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 (Kuffler, Nicholls, and Martin 1984).

평균채널개방시간이 단지 0.7 밀리 초에 불과하기 때문에 임의의 세포막 채널에서 나트륨 (Na+) 에 대한 투과성의 합산 증가는 아주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세포막 전위가 -70 mv 에서 +55 mv 로 역전되기 때문에 나트륨 (Na+) 전도는 갑자기 비활성화되며, 칼륨 (K+) 은 세포 밖으로 이동하고, 그렇게 해서 휴지전위로 복원된다. 따라서 10 mv 로 탈분극되면, 세포막 투과성에 전압 - 감도 변화의 일시적 연속동작이 일어난다. 즉 나트륨 (Na+) 투과성이 갑자기 증가하면, 나트륨 (Na+) 투과성이 갑자기 비활성화되어, 결국 외부 칼륨 (K+) 전류가 증가한다 (그림 2.16). 이런 세포막 사건들의 정확한 시간 연속동작을 '뉴런 임펄스' (neuron impulse) 라 하며, 임펄스를 발생하는 세포막의 능력은 흥분에 의해 유발된다. (이것은 단지 세포막 사건들의 연속동작을 단순화한 해석이다. Llinás 1984a 참조)

이 임펄스 또한 '활동전위' (action potential) 라 하며, 여기에서 수정 '활동' (action) 이란 자극에 의해 세포막 분극이 크게 발생하여 충분히 탈분극시킨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우리가 축삭 내부에 기록할 전극을 삽입하고 그 전극을 오실로스코프 (oscilloscope) 에 연결하면, 임펄스에 의해 만들어진 모양이 스크린 상에서 극파 (spike) 로 나타나기 때문에, '임펄스' 를 '극파' 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림 2.16).

세포막에서 나트륨 (Na+) 이 투과되는 짧은 순간 동안 관련 부위의 세포막 사이 전위는 내부 나트륨 (Na+) 전류의 연속동작과 같은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 그 전류는 세포막을 따라 퍼져나가며, 세포막 인접 부위에서 탈분극을 일으키고, 이어서 그곳의 나트륨 (Na+) 채널이 나트륨 (Na+) 이온 유입을 허락하는 변화가 발생하며, 이런 활동은 축삭 세포막 길이에 따라 계속된다 (그림 16). 따라서 축삭에서 극적인 사건은 국지적인 극파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데, 이것은 활동전위가 축삭소구에서 만들어질 때 퍼져나가는 전류가 인접 세포막 줄기를 따라 탈분극하기 때문이며, 그러면 다시 활동전위가 만들어지고 인접 세포막 줄기를 따라 탈분극하기 때문이며, 그러면 다시 활동전위가 만들어지고 인접 세포막 줄기를 따라 탈분극하는 식으로 계속된다.

이렇게 탈분극과 재분극 파동은 축삭소구 격발 구역 (trigger zone) 으로부터 축삭을 따라 이동한다. (그 파동은 역방향으로 이동할 수도 있으며, 실험실에서 그렇게 하도록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조작되지 않은 뉴런에서는 그렇지 않다.) 전달신호는 축삭을 따라 내려가는 중에 변화되지 않는데, 파동의 진폭이 이동 중에 감소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의 극파가 발생하면, 인접한 세포막이 그 시작점 이상으로 탈분극하고, 연이어 격발하는 식으로 섬유 끝까지 진행된다. 격발하는 동안에 축삭은 다시 격발하지 않는데, 이것을 '불응기' (refractory period : 복구기간) 라고 부른다 (그림 2.16). 혹자는 이것을 고무총에 비유해서 고무총을 사격하고 나면 다시 장전하고 고무줄을 당겨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기간과 같이 비유하기도 한다. 단일채널이 재배열되고, 나트륨 (Na+) 이 펌프로 배출되고, 뉴런 세포막이 다시 전기적 평형을 얻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신경계에 부과된 시간제약의 중요성을 모델링에 적용해서 말하자면, 뉴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 극파의 경과시간은 약 0.2 ~ 0.5 밀리초이며, 이런 점은 어느 뉴런이라도 격발 주파수 (spiking frequency) 에 상한선이 있음을 의미한다. 사람의 뉴런은 1 초에 500 번 격발한다. 대략적인 계산으로도 극파 하나는 약 1 밀리 초 걸린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만약 한 지각재인과제 (perceptual recognition task) 에 약 100 밀리 초 걸린다고 볼 때, 입력과 출력 사이에 기껏해야 100 단계의 정보처리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모델링 실험에서 1 만 내지 1 백만 단계로 처리되는 일은 실제로는 단지 몇 단계로 끝나는 일이다.

1952 년에 호지킨 (Hodgkin) 과 헉슬리 (Huxley) 가 전기생리학 (electrophysiology) 에 기초해서 뉴런을 설명하려 하였지만, 최근까지 뉴런의 전기생리학적 속성에 대한 기초 구조가 이해되진 않았다. 뉴런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 가히 혁명이라고 할만한 정도로 (Junge 1981, Kuffler, Nicholls, and Martin 1984 참조) 연구자들은 극파와 시냅스 전위와 같은 기초 분자생물학적 속성들을 세포막의 기초 분자생화학으로 환원하기 시작했다. 좀더 엄밀히 말해서 '활동전위, 시냅스 전위, 불응기 등등과 같은 전자생리학적 이론으로 설명된 것들' 을 '분자생물학으로 기술된 단일채널 전류' 와 '단일채널 거대분자 조직에 관한 역학 (kinetics)' 으로 환원시킨 것이다. 이것은 분명 의미 있는 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신경생리학과 생화학 사이의 환원적 연결을 부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들이 '행동' 을 '신경생리학' 에 기초해서 설명할 수 있다면 (아래를 보라), 우리는 일반적이고 통합적 체계로 '신경계 기능의 본성' 을 설명해 줄 개념적 윤곽을 틀림없이 보게 될 것이다 (Llinás 1984a).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은 '뉴런' (neuron) 이라는 말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뉴런의 서로 다른 유형들이 대단히 많으며, 결코 전형적인 뉴런 형태는 없다는 점이다. 뉴런들 간에 '세포막 속성', '채널 밀집도' 그리고 '채널 속성들' 이 다른 만큼 그것들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질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리나스 (Llinás 1984a) 가 강조한 바와 같이 단지 나트륨 (Na+), 칼슘 (Ca++) 그리고 칼륨 (K+) 전도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세포체에는 '전압 - 의존 칼륨 (K+) 전도' 는 물론 '칼슘 (Ca++) 의존 칼륨 (K+) 전도' 와 '빠른 일과성 칼륨 (K+) 전도' 또한 발견된다. 특정 뉴런에 있는 수많은 '전압 - 의존 이온 전도' 는 10 배나 더 많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수상돌기는 격발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리나스의 1970 년대 중반 연구 결과에 따르면 (Llinás and Hess 1976), 소뇌에서 푸르키니에 세포에 격발하는 수상돌기가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림 2.17). 그 이후로 수상돌기 격발이 해마 (hippocampus) 와 척수의 뉴런은 물론 폭 넓은 범위의 중추신경계 (CNS) 뉴런에서 발견되고 있다. (좀더 깊은 논의를 Llinás 1984a 참조) 그런가 하면 짧은 축삭을 가진 망막 (retina) 의 아마크린 세포 (amacrine cell) 는 전혀 격발하지 않는다. 그래서 격발 여부로 뉴런 돌기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너졌다. '무격발 축삭' (nonspiking axon) 과 '격발 수상돌기' (spiking dendrite) 가 모두 존재하기 때문이다.

파동의 진폭은 큰 변동이 없어 자극에 따라 크게 증가하거나 감소하지 않는다. 극파 주파수 (frequency) 를 수정함으로써 또는 과분극하는 전류와 탈분극하는 전류를 결합하여 특정한 임펄스 패턴을 만들어냄으로써 신호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 종종 뉴런은 (어쩌면 나트륨 혹은 칼슘의 내부 유출에 의해서 외부로 탈분극을 유도하지 않는 격발인) 자발성 격발 (spontaneous spiking) 을 적은 비율로 보여주며, 이 격발 비율은 탈분극하는 전류에 증가하고 과분극하는 전류에 이해 감소한다 (그림 2.18, 그림 2.19).

뇌가 왜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이제 분명하다. 뉴런들은 정보를 받고 보내기 위해 필수적인 이온 경사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만약 하나의 뉴런이 약 1 초 동안에 천 개의 탈분극 신호를 다루어야 한다면, 그리고 1 초에 수백 번의 극파를 만들어내야 한다면, 그 에너지 소모는 엄청날 것이다. 진화가 만들어낸 에너지 절약 장치는 바로 마이엘린이다. 그 절약 방법은 다음과 같다. 아교세포가 축삭을 둘러싸게 되면 하나의 활동전위로부터 탈분극하는 전류가 축삭을 따라 더 멀리 옮겨가고, 에너지가 집약된 활동전위는 더 넓은 간격으로 일어나게 된다. 이것을 극파가 긴 보폭으로 축삭을 따라 뛰어넘는다는 의미에서 '도약전도' (saltatory conduction) 라고 한다 (그림 2.14).

돌돌 말린 슈반세포 (Schwann cells) 는 줄에 매달린 소시지처럼 말초섬유에 매달려 있으며, 그 활동전위는 슈반세포들 사이에 드러난 세포막, 즉 랑비어 마디 (nodes of Ranvier) 에서만 발생한다. 인간의 운동뉴런에서 수초가 잘 발달된 큰 축삭은 1 초에 130 미터까지 임펄스를 전도할 수 있지만, 수초가 발달되지 않은 섬유는 훨씬 느려서 1 초에 약 0.5 미터로 임펄스를 전도한다. 이런 것들이 뉴런 내에 신호를 전파하는 것과 관련된 요소들이며, 하나의 뉴런으로부터 다른 뉴런으로 신호를 보내는 데에는 그 이상의 일들이 있다.

뉴런 통합 (Neural Integration)

뉴런들을 서로 연결하는 두 가지 기초 유형은 전기시냅스 (electrical synapses) 와 화학시냅스 (chemical synapses) 이다. 전기시냅스는 다시 두 유형으로 나눠지는데, 우선 (1) 자기장전위 (field potentials) 를 만드는 것으로, 신호를 보내는 뉴런과 신호를 받는 뉴런이 아주 근접해 있어 한 뉴런 내에 흐르는 전류가 인접 뉴런에 자기장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있고, 다른 하나는 (2) 간극 연접 (gap junctions) 을 이루는 것으로 한 뉴런의 축삭이 매우 가는 단백질 관을 통해 다른 뉴런의 축삭이나 수상돌기와 연결을 이루는 경우이다 (그림 1.8). 그 관은 극히 가늘어서 Na+ 혹은 K+ 와 같은 아주 작은 이온들만을 전달하며, 이런 이온들의 전달로 뉴런들 사이에 신호 전달이 이루어진다.

한동안 전기시냅스들이 오직 원시신경계 (primitive nervous system) 에만 있다고 믿어졌고, 포유류의 중추신경계 (CNS) 에서는 그 존재를 찾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십여 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해마 세포에서 그리고 소뇌의 돌출된 하올리브핵 (inferior olive) 세포에서 전기 접합부를 발견했다 (Llinás, Baker, and Sotelo 1974). 그렇다면 이제 다음과 같은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하게 된다. 전기적으로 연결된 신경세포들이 신경계에서 어떤 특별한 기능을 하는가?

화학적으로 연결된 신경세포들과 전기적으로 연결된 신경세포들의 차이점은, 전기적으로 연결된 뉴런에서 시냅스 지연 (synapse delay) (아래 참조) 없이 동시적으로 시냅스 격발이 일어난다는 가설이다. 양성 피드백 (positive feedback) 에 수반하는 동시성은 전형적으로 중추신경계 (CNS) 의 다양한 구조에서 규칙적 패턴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Bower and Llinás 1983, MacVicar and Dudek 1980). 하올리브핵 세포의 경우 전기 접합부는 소뇌의 푸르키니에 세포 덩어리가 동시에 격발하도록 지원할 것이다. 푸르키니에 세포들이 주로 감각운동조절을 지원하므로, 뉴런 집단이 동시에 규칙적 패턴으로 격발하는 것은 감각운동을 조절하는 뉴런 조직에 대한 기초 원리를 설명해 줄 듯하다 (Llinás 1984b, 1984c).

화학시냅스 (그림 1.7, 그림 2.20) 에 대한 연구는 오징어의 거대한 시냅스를 통해 심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시냅스 종말에서 '칼슘 (Ca++) 이온' 과 '칼슘 (Ca++) 채널' 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Llinás 1982). 탈분극하는 파동이 축삭 종말 팽대부에 도달하면 전압 - 감응성 칼슘 (Ca++) 채널이 열린다.

그러면 칼슘 (Ca++) 이온이 세포 내부로 들어가 신경전달물질을 담고 있는 미량의 소포로 하여금 전문화된 구역에 있는 외부 세포막에 접촉하게 한다 (Heuser and Reese 1972). 소포막이 세포막과 접촉하면, 신경전달물질이 축삭과 인접한 뉴런 돌기 사이의 외부 공간으로 나온다. 그렇게 되면 일부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어 시냅스 간극을 지나 신호를 받는 세포, 즉 시냅스후 세포막의 전문화된 부위에 결합한다 (그림 2.21, 그림 2.22).

신호가 시냅스 종말에 도착해서 시냅스후 전위를 발생시키기까지의 시간을 '시냅스 지연 (synapse delay) 이라고 한다. 이것은 (1) 칼슘 (Ca++) 채널이 열리고, (2) 소포가 시냅스 세포막에 접촉하여 신경전달물질을 내놓고, (3)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 간극으로 발산되는 세 가지의 지연 요인을 갖는다. 시냅스 지연의 실제 시간은 대략 1 밀리 초이며, 그 복잡한 과정을 생각해 볼 때 놀라울 만치 짧다고 할 수 있다 (Llinás 1982).

신경전달물질은 그것을 전달하는 장치와 수용하는 장치의 성격에 따라서 탈분극 (EPSP) 하기도 하며 과분극 (IPSP) 하기도 한다. 그러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신호를 받는 세포에서 전류가 혼합되어 통합이 이루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사용되지 않은 신경전달물질은 파괴되어 그 조각들이 시냅스전 세포막으로 회수되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어떤 경우에는 근처에 있는 아교세포로 회수되기도 한다. 시냅스후 수용기에 흡수된 신경전달물질이 지속적으로 그 효과를 발휘하지 않도록 하려면, 흡수된 전달물질이 효소활동  (enzymatic activity) 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어야 한다.

만약 전기 연결장치를 가지는 뉴런의 기능이 '동시성' 이라면, 화학시냅스로 연결되는 신경시스템이 갖는 기능은 무엇일까? 아마 그 대답은 신호의 증폭일 것이다. 작은 축삭이 커다란 세포체로 전달한 전류는 미미하여 영향력이 없을 수 있다. 그렇지만 만약 축삭 신호가 종말 팽대부에서 수많은 신경전달물질 분자들을 내놓게 만들고 이것이 세포막 간극을 넘어 시냅스후 세포막의 관련 지역을 탈분극시킨다면, 그 전달받은 신호는 결코 사소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뉴런의 종말 팽대부에 주어진 칼슘 (Ca++) 전류는 다른 세포막을 효과적으로 탈분극시킬 수 있다. 따라서 뉴런은 아마도 관련 신경계의 필요에 따라 전기적 혹은 화학적으로 연결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칼슘 (Ca++) 은 시냅스 신호 전달을 위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일부 뉴런에서는 수상돌기 격발이 칼슘 (Ca++) 에 의존한다. 더구나 칼슘 (Ca++) 은 배아 뉴런의 격발에 영향을 주어, 배아 뉴런 끝에 있는 성장원추 (growth cone) 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렇게 칼슘 (Ca++) 의 다양한 역할들로 인하여 시냅스 연결이 더욱 긴밀하게 된다는 생각과 시냅스와 성장원추에서의 칼슘 (Ca++) 통합기능을 보고 리나스 (Llinás 1979, 1982) 는 시냅스 종말이 변형된 성장원추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의 생각은 개념을 통합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다음과 같은 간결한 해석을 추론하도록 만들었다. 발달과정에서 칼슘 (Ca++) 은 소포막과 뉴런막이 접촉하도록 함으로써 성장원추에 새로운 세포막 추가를 하게 되고, 성장한 후에는 뉴런의 성장이 억제되어, 시냅스 신호에 의해 세포막 내부에 만들어진 새로운 세포막은 그대로 있지 않고 재활용될 것이다 (Llinás and Sugimori 1979).

화학시냅스에서 신호전달은 여러 다양한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런 민감한 반응이 특정한 조건 아래에서 신경계에 유리함을 제공한다 (Cooper, Bloom, and Rath 1982, Snyder 1980). 신호전달은 시냅스 전 세포막으로부터 방출된 신경전달물질 양의 변화, 신경전달물질이 회수되는 양과 회수 효율성의 변화, 신호를 내보내는 세포 내에 신경전달물질 합성의 변화, 수용기의 수, 그리고 신호전달물질을 받는 수용기 세포 내에 반응하는 화학물질의 변화 등등에 따라서 영향받는다.

아마 기억의 가장 단순한 형태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뉴런이 시냅스전 종말에 도달하는 높은 임펄스로 인하여 (강직자극 tentanus), 뉴런 내부에 칼슘 (Ca++) 농도가 증가되면, 더 많은 신경전달물질이 유출되고, 그 결과 시냅스후 세포막의 응답 패턴이 변화된다. 이 변화는 그 자체가 흥분성 시냅스후 전위 (EPSPs) 의 진폭 증가를 지속시킨다 (그림 2.23). 이런 현상을 '강직 자극후 증강' (post - tetanic potentiation) 이라고 하며, 그 변화는 수십 분 또는 (세포에 따라서) 한 시간 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전자현미경의 출현으로 수용기를 셀 수 있게 되었는데, 시냅스 수는 나이와 자극 정도에 따라 증가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높은 주파수의 자극에 대해 주변의 시냅스가 재빨리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것은 기억에 대한 더 깊은 설명을 암시한다 (Lee et al. 1980). 또한 어떤 화학물질들은 특정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하지 않고, (시냅스후 전위를 실제로 유도하지 않으면서) 시냅스후 뉴런의 민감도 (sensitivity) 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조절자 (neuromodulators) 로 기능한다는 점이 관심을 끈다.

시냅스 변화가 행동의 변화 (가소성) 를 어떻게 일으키는지 설명해 줄 가장 탁월한 발견 중에 하나는, 칸델과 그의 연구원들 (Kandel 1979, Hawkins and Kandel 1984) 이 밝혀낸 것으로서, 아플라시아 (sea hare, Aplysia Californica : 군소) (그림 2.24 참조) 에서 칼슘 (Ca++) 전류 변화에 따라 방출된 신경전달물질 양의 변화가 '습성화' (habituation) 와 '민감화' (sensitization) 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그 예에 대해서는 다음절에서 더욱 상세하게 논의된다.)

화학시냅스는 여러 화학물질에 의해 수정될 수 없는 취약함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유기체들은 (그런 화학물질을 마치 무기처럼 사용할 수 있게) 신경독물 (neurotoxins) 을 생산하는 능력을 갖도록 진화하기도 했다. 뱀의 독인 알파 - 벙갈로독소 (alpha - bungarotoxin) 는 마치 아마존 원주민들이 독화살에 사용하는 큐라레 (curate) 처럼 근육의 특별한 수용기에 결합하여 떨어지지 않는다. 이 작용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acetylcholine) 이 시냅스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여, 근육수축을 일으키는 탈분극 전류를 만들어낸다. 그 결과 근육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흔히 식중독을 일으키는 보툴리누스 독소 (Botulinus toxin) 역시 근육마비를 일으키는데, 이것은 시냅스전 세포막에 아세틸콜린이 방출되는 것을 막아 마비를 일으킨다. 이 경우에 수용기는 가용상태이지만 그 수용기에 결합할 아세틸콜린이 없어서 근육이 마비되는 것이다. 검은과부거미 (black widow spider) 의 독은 시냅스전 세포막의 방전을 증가시켜 근육세포가 과도하게 자극되도록 하며, 그 결과 근육이 굳는 경련을 일으킨다.

비록 인간의 신경계는 독주머니를 갖도록 진화되지 못했지만, 실험실에서 특정 신경화학물질을 합성할 수 있으며, 뉴런들이 신경전달물질 전달 과정에 직접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신경약리학 (neurophar - macology) 은 뉴런에 영향을 주는 화학물질을 연구하여, 신경계의 질병을 효과적으로 처방하는 방법을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치료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만큼 신경약리학은 신경과학 영역에서 더욱 거대한 분야로 성장해 왔다. 특히 다음 세 가지 발견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첫째 발견은 1950 년대에 이루어졌는데, 어떤 약물은 많은 환자들에게 정신병 증상을 감소시키며, 비록 완전히 정상적인 생활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수용소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한다. 그 약물들은 난폭하게 구는 환자를 진정시키고, 환각증상을 없애주며, 사고 장애 (disorder of thought) 를 개선시킨다. 정신분열 (schizophrenia) 은 사람들을 황폐하게 하는 흔한 정신질환이며, 치료약 개발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약물을 이용하여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은 당연히 사람들로 하여금 정신질환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예방 지식을 주기도 했다.

둘째 발견 역시 1950 년대에 이루어졌는데, 진전마비 (몸을 떠는 신체마비 : shaking palsy) 로 알려진 파킨슨병 (Parkinson's disease) 에 대한 치료를 가능하게 했다. 파킨슨병은 근육이 굳고 떨림이 오며 (환자가 원하는 동작을 잘하지 못하는) 운동마비 증세를 보인다. 부검을 통해 밝혀낸 바에 따르면, 파킨슨병에 걸린 환자의 뇌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dopamine) 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았으며, 도파민을 생산하는 뉴런 (흑질 substantia nigra) 이 많이 있는 뇌 운동영역 (motor area) 이 퇴화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서 도파민 결핍이 파킨슨병의 근본적인 원인이며, 환자에게 (뇌 안에서 도파민으로 전환되는) 엘 - 도파민 (L - dopa) 약물을 투여하면 운동기능 장애가 완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생각은 실험에서 완전하진 않지만 상당한 정도 성공을 거두었으며, 엘 - 도파는 이제 파킨슨병 증상을 감소시키는 약으로 사용된다. 이것 역시 중요한 발견으로 생각되는 것은 지금도 파킨슨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파킨슨병 치료에 대한 최근의 발달에 관련된 논문으로, Larsen and Calne 1982 참조.)

셋째 발견은 1970 년대 후반에 있었던 것으로, 신경계가 아편 같은 물질인 내인성 아편제 (endogenous opiates) 를 만들어내고 이용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Hughes et al. 1975). 내인성 아편제로 최소한 다섯가지 이상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중 세 가지는 엔돌핀 (endorphins : 마취제) 으로 분류되고 두 가지는 엔케팔린 (enkephalins : 진통제) 으로 분류된다. 이 발견으로 고통을 어떻게 감소시킬 수 있으며, 기분조절을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다음과 같은 많은 의문들이 제기되었다. 뇌에서 아편제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우리가 내인성 신경안정제 (endogenous tranquilizers) 와 내인성 항우울제 (endogenous antidepressants) (주석 : 벤조디아제핀 (benzodiazepines : 안정제 화합물) 수용체들 (예를 들어 Valium 과 Librium) 이 뇌에서 발견되었으며 (Braestrup and Nielsen 1980 에 논의), 뇌에서 작용하는 펩타이드 (peptide) 는 벤조디아제핀 수용체에 작용하여 불안감 (anxiety) 을 증가시킨다 (Ferraro, Guidotti, Conti - Tronconi, and Costa 1984).) 를 찾아낼 수 있을까? 정신질환은 이런 화학물질들의 균형이 어긋남으로써 발생하는 것인가? 우리가 자신의 화학물질에 중독될 수 있는가?

시냅스 신호전달에 특정한 역할을 하는 신경화학물질에 대한 탐구는 단지 세포 차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세포 차원에서의 화학적 신호처리 (chemical event) 는 뇌가 하는 역할을 심리학적 차원에서 어떻게 기술할 것인지 규정하는 일에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은 마음 - 뇌를 통합하는 과학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그 까닭은 그들이 마음을 '판명한 (distinct) 실체' 라고 믿거나, 혹은 심리적 속성들이 '창발적' (emergent) 이라고 믿거나, 적어도 심리학적 이론들이 신경생물학적 이론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고 믿기 때문이다 (역주 : '우리 의식을 우리가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는 의미에서 마음이 '판명한' (distinct) 것으로 구분되는 실체라고 생각한 철학자들 (실체 이원론 : 데카르트) 이 있으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마음은 '물질과 구분되는 독특한 속성을 가진다' 는 의미에서 '창발적' (emergent) 이라고 생각하는 철학자들 (속성 이원론) 도 있고, 최소한 마음이 물질로 판명될 수 없으므로 심리학 이론이 신경생물학 이론으로 설명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많은 철학자들 (환원불가론) 이 있다.). (7 ~ 9 장을 보라.) 신경약리학이 그런 견해들에 대해서 틀렸음을 결정적으로 증명해 보일 수는 없지만, "뇌 상태와 심리상태가 그렇게 많이 다르며, 따라서 구별해야 한다" 라는 논제를 무너뜨릴 수는 있을 것이다. 자아 (self) 란 해골 속에 감춰진 생물학적 덩어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형이상학적 확신을 조금씩 부식시킬 것이며, 적어도 마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주장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위의 약리학적 반증들을 증명하도록 하는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그물망 (networks) 내의 뉴런들에 대한 간단한 예를 보여준 후에 신경약리학 입장에서 내 생각을 더 깊이 개진하겠다.

단순한 회로 모형도

뇌가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각말초 (sensory periphery) 뉴런과 운동말초 (motor periphery) 뉴런 사이의 연결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서 뉴런들이 어떻게 회로를 이루어 정보전달시스템을 구축하는지 이해해야만 한다. 신경그물망은 극도로 복잡하기 때문에, 감각 입력과 행동 출력 사이의 뉴런 연결이 단순한 사레를 연구하는 것은 입력 - 출력 효과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리고 정보처리 모델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거쳐야 할 중요한 단계이다. 무척추동물 연구를 통해 행동패턴에 따른 회로에 대해 약 20 여 가지가 알려졌다. 예를 들면 거머리와 가재의 수영과 메뚜기의 보행에 대한 연구가 있으며, 아플라시아에서 '물 쏘기', '알 낳기', '아가미주름 수축하기', '습성화 (habituation) (주석 : 자극이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경우 그 자극에 대한 반응의 강도가 약해지는 경우.), '민감화' (sensitization) (주석 : 자극이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경우 그 자극에 대한 반응의 강도가 강해지는 경우.) 등등과 같은 수많은 행동 패턴에 대한 연구들이 있다 (Bullock 1984).

단순한 '습성화' 와 '민감화' 를 뉴런에 기초해서 더욱 상세히 설명하기 위한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신경생물학적 발견의 예가 있다 (그림 2.24). 아플라시아는 뉴런의 회로를 통해서 행동하며, 흡수관에 자극을 주면 아가미주름을 수축하는데, 여기에 약한 자극을 주면 '습성화' 가 일어나고, 머리에 고통스러운 자극을 주면 '민감화' 가 일어난다. 이 실험에서 '습성화' 는 반복적이고 약한 자극에 대한 반응의 감소로 나타나며, '민감화' 는 고통스러운 자극을 받고 난 후에 약한 자극에 대해서도 반응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아플라시아에서 흡수관의 감각말초로부터 아가미주름의 운동말초까지 연결된 회로는 아주 단순하며, 그림 2.25 에서 그 모형도를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서 흡수관을 자극하는 24 개의 감각뉴런 중 하나는 아가미주름을 자극하는 뉴런과 직접 시냅스 연결을 이룬다. (실제 6 개의 운동뉴런 중에 단지 하나만을 그렸다.) 흡수관의 감각뉴런과 아가미주름 근육의 운동뉴런 사이의 연결은 단지 하나의 시냅스가 입력과 출력을 중재하기 때문에 '단일시냅스' (monosynaptic) 라고 한다. 아플라시아는 감각 축삭의 가지에 의해 형성된 제 2 의 연결 통로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감각뉴런과 운동뉴런 사이에 있으면서 촉진하는 중간뉴런을 통해 연결되기 때문에 '이중시냅스' (disynaptic) 라고 한다.

'습성화' 실험에서, 아플라시아 흡수관에 바닷물을 주사기로 쏘는 약한 자극을 반복해서 여러 번 주었더니 아가미주름 수축이 감소하는 반응을 보였다. 간단히 말해서 칸델 (Kandel) 과 그의 동표들이 발견한 추론은 다음과 같다. '습성화' 를 실험하는 동안에 감각뉴런 종말 팽대부에 내부 칼슘 (Ca++) 전류가 감소하여, 그 결과 시냅스 연접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분출이 감소되었고, 운동뉴런이 더 적게 탈분극하여, 아가미주름 근육이 조금 수축되었다.

'민감화' 는 대충 그 반대로 작용한다. 칼슘 (Ca++) 전류가 증가하고, 그래서 시냅스 간극에 신경전달물질이 더 많이 방출된다. 그런데 이런 효과를 내려면 촉진성 중간뉴런 (facilitatory interneuron) 의 개입이 요구되며, 중간뉴런의 축삭은 감각뉴런 (시냅스전 촉진성) 의 종말 팽대부에 닿는다 (그림 2.25). 꼬리가 강하게 자극되면, 촉진성 중간뉴런은 세로토닌 (serotonin) 을 방출하고, 그러면 네 단계의 화학적 신호처리가 이루어진다. (1) 감각뉴런 종말 팽대부에 순환 일인산아데노신 (AMP : adnosine nomophosphate) 정도가 높아지면, 그 결과로 (2) (순환 AMP - 의존 단백질 키나아제 kinase) 효소 (enzyme) 가 증가하며, 결국 (3) 개방되는 칼륨 (K+) 채널 수는 감소하고, 마침내 (4) 개방되는 칼슘 (Ca++) 채널 수가 증가한다.

'민감화' 에서처럼 '고전적 조건화' (classical conditioning) (주석 : 동물들이 반사적 반응으로 학습하는 경우. 4 장 주 1) 에서 설명.) 에서도 촉진성 중간뉴런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그 경우 조건화는 훨씬 복잡한데, 신경 시스템이 민감해질 특정 자극을 선별하기 위해서는 조건자극 (conditioned stimulus : CS) 과 무조건자극 (unconditioned stimulus : UCS) 을 구분할 단속시점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건자극 (CS) 과 무조건자극 (UCS) 이 일시적으로 지속될 경우 후자의 경우에 감각뉴런내에 칼슘 (Ca++) 전류가 높아지는데,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습성화', '민감화' 그리고 '고전적 조건화' 와 같은 형태의 가소성은 비교적 작은 일련의 특정 세포 신호처리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보이며, 이것을 통해 호킨스와 칸델 (Hawkins and Kandel 1984) 은 다음과 같은 암시를 가지게 되었다. 틀림없이 일반적인 뉴런에 대한 '기초원리' 가 있을 것이며, 그런 점에서 여러 다양한 형태의 행동 가소성 (변화) 은 기초 뉴런 신호처리 패턴의 조합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2.26).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아마도 '연합학습' (association learning) (주석 : 동물들이 행동적으로 두 가지 조건이 주어질 경우, 그 두 조건 사이에 연관성을 학습하거나 한 조건은 다른 조건의 원인이라고 학습하게 된다.), '기억 소멸' (extinction) 그리고 '자극 일반화' (stimulus generalization) (주석 : 이전에 학습한 것과 유사한 자극에 반응하는 경우를 말한다.) 와 같은 다른 양태의 가소성들 또한 세포사건들을 연결함으로써 환원적 설명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호킨스와 칸델은 이런 가설에 기초하여 여러 종류의 가소성에 대한 실험 평가모델을 보여주었다.

뉴런 덩어리가 서로 결합하여 어떻게 복잡한 효과를 낼 수 있는지 그림 2.27 의 회로를 살펴보자. 그 회로는 '대비강화' (contrast enhancement) 를 설명하는 모델이다. 연구된 모든 유기체에서 감각뉴런은 전형적으로 측부가지 (collaterals : 축삭 가지 axon branches) 를 중간뉴런과 연결하여 주변의 감각뉴런에 억제효과를 보낸다는 점이 발견된다. 이것을 '외측억제' (lateral inhibition) 라고 하며, 이것은 신경조직 구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망막, 피부, 후각상피 (olfactory epithelium) 그리고 미각상피 (gustatory epithelium) 에서 발견된다. 외측억제 회로의 효과는 강하게 자극되는 뉴런과 근처의 자극되지 않은 뉴런과의 대비를 강화하는데, 자극된 세포가 높은 비율로 격발하고 억제된 세포는 기준보다 낮은 비율로 격발하기 때문이다. 망막에서 그런 효과를 내는 배열은 '마하 띠' (Mach band) 라고 알려진 지각효과를 나타낸다고 믿어진다. 이것을 그림 2.28 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밝은 영역과 어우운 영역 사이의 경제 영역을 보여주는 마하 띠는 실제 얻을 수 있는 빛의 밀도보다 더 심한 변화를 보여준다.

이 가설적 회로에서 '대비 강화' 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림 2.27 에서 관찰할 수 있다. 모든 세포들은 나름대로의 기본 격발률을 가지고 있으며, 빛에 의해 자극된 세포는 격발률을 증가시키고, 억제 뉴런은 시냅스후 세포의 격발률을 특정 양만큼 감소시킨다. 자극 밀도가 증가되는 경계 영역에 있는 세포를 생각해 보자. 그 세포가 자극에 의해 흥분되면 기본 격발률보다 높게 격발할 것이며 그래서 가까운 이웃 세포들과 신경연결을 이루고 있는 억제성 중간뉴런들을 흥분시킬 것이다. 그 이웃 세포들 중에 하나는 빛 자극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 억제성 중간뉴런에 의해 감소된 기본 격발률을 가지게 되고, 반면에 다른 쪽의 세포들은 빛 자극에 흥분됨에도 불구하고 경계 영역에 있는 세포들보다 훨씬 낮은 격발률을 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세포는 흥분된 이웃 세포들로부터 양쪽에서 억제 자극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극을 받는 경계 영역에 있는 세포들은 이웃 세포들에 의해서 오직 한 쪽에서만 억제되기 때문에 가장 높은 격발률을 보일 것이다. 비록 뉴런 그물망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여 '대비 강화' 를 만들어내는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한 도식적 설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적절히 연결된 단순한 유닛들로부터 복잡한 효과가 어떻게 유도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단순한 회로는 뉴런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정보처리하고, 학습 그물망을 구성하는지 기초적인 예를 보여주려는 것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것을 통해서 '신경계의 구조와 신경생리학적 속성들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고 신경생물학자들이 왜 주장하는지 분명히 납득할 수 있다. 그 까닭은 '외부세계' 와 '내부 신경계 세계' 에 대한 복잡한 '표상' 을 어떻게 창출하는지 그리고 뉴런들의 상호 연결된 많은 층들에 의해서 수행되는 '계산' 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에 신경생리학적 속성들이 핵심적인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3 장에서 나는 신경 그물망 기능의 본성에 관한 이론을 구성하는 데 특별히 의미가 있다고 믿어지는 몇 가지 신경계의 '구조적' 속성들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겠다. 그리고 10 장에서는 신경해부학과 신경생리학으로부터 나온, 혹은 적어도 고무되었다고 보이는 몇 가지 이론적 발달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맺는 말

신체의 모든 '세포' 는 세포막을 분극시킬 수 있으며, 따라서 탈분극과 재분극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뉴런' 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에서 특히 다르다. 하나는 뉴런의 단일채널 배열은 뉴런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조정하고 체계화시켜 분극하는 능력을 개발한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뉴런들이 그물망 속에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뉴런들은 세계에 대한 특징들을 표상할 수 있으며, 그 특성에 따라서 근육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다.

그 기초 원리는 극도로 단순하지만, 동시에 변화무쌍하다. 복잡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유형을 갖는 기초 요소들을 추가하는 일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편형동물의 뉴런과 인간 뇌의 뉴런은 기능적인 면에서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 뇌의 능력이 단지 편형동물의 신경절 (ganglia) 을 잔뜩 뭉쳐놓은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아니다. 전기회로와 관련해서 놀라운 점은 요소를 추가한다는 것이 단지 시스템을 크게 확장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색다르고 놀라운 방법으로 그 시스템의 능력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감각뉴런과 운동뉴런 사이에 대한 기초 표상을 세우는 일이 가능하며, 그 표상들은 학습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개선된다. 중간뉴런들의 밀집 덩어리가 진화를 거치며 증식되면, 그에 따라 세계에 대한 내적 표상이 증진될 것이며, 다양한 차원의 가소성들은 수많은 가지를 뻗어 내며 다양한 능력을 만들어낼 것이다.

4. 신경전달물질과 그 밖의 신경화학물질

단순히 생각한다면, 신경계는 신경전달물질로 사용할 단 두 가지 화학물질만을 생산해도 충분할 것 같아 보인다. 뉴런을 흥분시키거나 억제시키는 작용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조금씩 개선해야 하는 '자연' 의 속성상 그런 기대는 어긋날 수밖에 없다. 신경계를 돌아다니는 활동물질은 적어도 40 가지가 넘게 발견되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신경전달물질들이 발견될 것이라는 점 또한 거의 확실하다. 그 물질들이 모두 뇌에서 어떤 일을 할까? 자연은 그렇게 다양한 것들을 생산하는 사치스런 낭비를 해야 하는가? 아니면 신경전달물질들이 그렇게 다양한 만큼 그 기능들 또한 다양한 것일까?

이 질문이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점은 그 신경전달물질들 중에 어떤 것들은 신경 활동을 약화시키거나 강화시키고 혹은 방해하기도 하며, 더구나 꽤 지속적으로 뚜렷한 심리 효과를 주기도 하는 약물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약품은 환각을 일으킬 수 있고, 다른 것은 환각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어떤 것은 도취에 의해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고, 다른 것은 좌절감, 불안감 그리고 절망감을 낳을 수도 있다. 또 어떤 것은 각성을 높이고, 다른 것은 안정감을 찾게 할 수 있으며, 어떤 것은 건망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다른 것은 기억을 촉진시킬 수도 있으며, 어떤 것은 고통을 증가시키고, 다른 것은 과음과 과식을 유발할 수 있으며, 꼴사나운 성적 행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런 약물들은 주로 뇌에서 시냅스 연접을 변화시키고, 신경계를 간섭할 수단을 제공하므로, 우리들이 뇌의 다양한 부분들에 대한 이해를 하도록 도와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내인성 (endogenous) 신경화학물질들은 뇌에서 아무렇게나 분산되지 않는다. 첫째, 데일의 법칙 (Dale's law) 으로, 특정 뉴런은 오직 한 가지 신경전달물질만을 결합하고 방출한다. 그러자면 그 뉴런은 각각의 신경전달물질에 적합한 여러 수용기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법칙은 일반적으로 성인의 뉴런에 적용되며, 어린아이의 성장하는 뉴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만약 특정 뉴런이 전형적인 신경전달물질로 도파민을 방출한다면 그 세포는 도파민성 (dopaminergic) 으로 분류되며, 만약 아세틸콜린을 방출한다면 콜린성 (cholinergic) 으로 분류되는데, 이것은 다른 신경전달물질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특정 신경전달물질을 가진 뉴런에 대한 몇 가지 연구방법이 고안되었다. 예를 들어 특정 신경화학물질을 형광 처리함으로써 연구자들은 그 물질이 농축된 뇌 부위를 볼 수 있으며, 그로 인해서 그 물질을 방출하는 뉴런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실험에서 도파민은 '흑질' (substantia nigra) 이라는 뇌 영역과 중뇌외피 (midbrain tegmentum) 에 농축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그림 2.29). 그 중 일부 뉴런들은 전뇌 (forebrain) 로 신경 연결하고 있으며, 그 곳에서 기분을 통제하기 위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었다. 그렇지만 도파민은 그 영역에서만 발견되는 물질은 아니며, 적은 양이지만 척수를 포함하여 여기저기에서 쉽게 발견된다.

특정 신경화학물질들이 오직 특정한 경로에서만 발견될 것이며, 그 영역의 기능이 잘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 적이 있었지만, 그런 기대는 좌절되었다. 예를 들어 통증 정보를 전달하는 엔케팔린 (enkephalins : 내인성 마취제) 이 고통에 반응하는 곳에서만 발견된다면 그런 기대를 가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비록 엔케팔린이 특정 지점에 농축된닥고 하더라도 (즉 농축된 위치를 안다고 해서), 그 지점이 통각계 (nociceptive system) 를 지배하는 화학물질이 나오는 지점으로 예상된 곳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엔케팔린은 왕새우 (spiny lobster : 대하) 의 일차 광수용기 (primary photoreceptors) 에서도 발견되었다. 그리고 엔돌핀은 거머리, 거미, 새우, 쥐 그리고 원숭이 등등에서 폭넓게 발견된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뇌에서 발견되는 화학물질과 신체에서 발견되는 호르몬 (hormones) 을 분명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내분비계 (endocrine system) 에서 선 (glans : 분비선) 의 분비물 펩티드 (peptides) 와 시냅스 종말의 분비물 펩티드를 구분했던 과거 기준은 이제 무뎌지고 말았다. 모든 말초 펩티드 호르몬, 예를 들어 장 펩티드인 콜리시스토키닌 (gut peptide cholecystokinin) 과 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 (estradiol) 이 뇌에서 발견되었으며, 처음에는 뇌에서만 발견된다고 믿었던 펩티드, 예를 들어 베타 - 엔돌핀 (β - endolphin) 은 신경계 외부에서도 발견되었다 (Rehfeld 1980).

더구나 신경전달물질 각각이 시냅스후 뉴런에서 단지 흥분이나 억제 효과 중 한 가지만의 기능을 갖는다는 가정도 틀렸다. 적어도 세로토닌 (serotonin) 이란 신경전달물질은 아플라시아에서 시냅스후 뉴런을 흥분시키거나 혹은 수용기 구조에 따라 억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융통성은 신경전달이 갖는 일반적인 특성이라고 짐작되나, 아직 그 까닭을 밝혀내지 못했다 (Paupardin - Tritsch and Gerschenfeld 1975).

비록 40 여 개 정도의 물질들이 시냅스 연접에 특별한 신경효과를 일으킨다고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단지 11 개만이 신경전달물질로 인정되었다. 어떤 물질이 신경전달물질로 판정되기 위해서는, 다음 네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1) 시냅스전 뉴런에서 합성되어야만 하며, (2) 시냅스전 종말에서 방출되어야만 하고, (3) 흥분성 시냅스 전위 (EPSPs) 과 억제성 시냅스 전위 (IPSPs) 를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되어야만 하고, (4) 활동되고 나서 사라지는 장치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그림 2.30).

 

신경화학물질이 위의 네 조건을 모두 갖추기 극히 어렵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단지 11 개만이 신경전달물질로 밝혀졌으며, 많은 다른 것들은 일부 조건만 맞기 때문에 그것들이 신경전달물질인지는 아직 유보된 상태이다. 신경전달물질에 아세틸콜린 (운동뉴런에서 흥분성 물질로 방출되며, 중추신경계와 같은 다른 뉴런에서도 방출), 도파민 (지금까지 억제성 물질로 발견), 노에피네프린 (노아드레날린 noradrenalin 이라고도 함), 세로토닌, GABA (γ - aminobutyric acid 라고도 하며, 역시 억제성 전달물질) 등등이 있다 (표 2.1, 표 2.2).

정전신경전달물질 (Canonical transmitter substances)

Acetylcholine

Dopamine

Norepinephrine

Epinephrine

Serotonin

Histamine

γ - Aminobutyric acid (BABA)

Blycine

Glutamate

Aspartate

Taurine

 

출처 : Feldman and Quenzer (1984). Fundamentals of Neuropsycho - pharmacology.

신경활동성 펩티드 (Neuroactive peptides)

장관 - 뇌 펩티드 (Gut - brain peptides)

 

vasoactive intestinal polypeptide (VIP)

cholecystokinin octapeptide (CCK - 8)

substance P

neurotensin

methionine enkephalin

leucine enkephalin

insulin

glucagon

시상하부 - 방출 호르몬 (Hypothalamic - releasing hormones)

 

thyrotropin - releasing hormone (TRH)

luteinizing hormone - releasing hormone (LHRH)

somatostatin (growth hormone release - inhibiting factor, SRIF)

뇌하수체 펩티드 (Pituitary Peptides)

 

adrenocorticotropin (ACTH)

β - endorphin

α - Melanocyte - stimulating hormone (α - MSH)

기타

 

angiotensin II

bradykinin

vasopressin

oxytocin

carnosine

bombesin

출처 : Snyder (1980). Brain peptides as neurotransmitters. Science 209:976 ~ 983.

그런데 엄밀히 말해서 모든 억제성 전달물질들이 같은 인과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노에피네프린은 세로토닌보다 더 길고 느리게 작용한다 (Taylor and Stone 1981). 어떤 신경화학물질들은 전달물질 효과를 조절하는 조정자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며, 어떤 신경전달 물질들은 표준 수용기에서처럼 전압감도 채널에서도 작용한다는 증거가 발견되기도 했으며, 따라서 그 영향을 받는 뉴런들의 반응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Nicoll 1982). 중간뉴런들의 신호전달은 미묘하고 복잡하여 '흥분 - 억제' 양태로만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며, 우리들은 이제 겨우 어떤 종류의 화학물질들이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는 문턱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Taylor and Stone 1981, Dismukes 1980).

다양한 신경화학물질들에 대한 '분자구조', '위치', '합성', '방어 장치', '강화 장치' 등등과 관련하여 세세한 것들이 밝혀지고 있지만, '그 물질들이 무엇을 하며, 그 물질들을 조작하면 어떤 심리 효과가 나타나는지' 와 같은 포괄적인 '이론' 에 접근하기까지는 아직 할 일이 많다. 코카인 (cocaine) 은 노에피네프린이 수용기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며, 시냅스 간격에 노에피네프린을 잔류시켜 그 효과가 계속 작용되도록 한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도취감 (euphoria) 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이론의 부재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첫째, 뇌가 하는 일에 대해 상세하게 훨씬 더 많이 알 때까지, 그리고 노아드레날린성 (noradrergic) 뉴런이 더 큰 이론에 어떻게 맞아떨어지는지 알 때까지는 단지 코카인이 만들어낸 하나의 사례를 가지고 앞으로 많은 것들을 알게 될 것이라고 함부로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뉴런들의 구조가 어떤 일을 하는지 기술할 더 높은 차원의 개념을 알 때까지 우리들은 분자 차원의 기술과 물질보다 큰 차원의 기술 사이의 틈새를 메워줄 수단을 갖지 못할 것이다. 그 비밀은 단지 배배 꼬인 신경화학물질의 상세한 분자구조를 밝혀낸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그 상세한 구조들에 대해 알지 않고서는 더구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Miczek, Thompson, and Shuster 1982, Mayer 1975, Cooper, Bloom, and Roth 1982 참조).

신경이완제 (Neuroleptics)

진료의 중요성으로 인해서 항정신성약물 (antipsychotic drugs : 뉴런에 작용하기 때문에 '신경이완제' neurolepetics 라고 부른다) 은 집중적인 연구 대상이 되어 왔다. 정신분열증 (schizophrenia) 을 치료하기에 클로프프로마진 (chlorpromazine : 정신분열진정제) 으로 가장 잘 알려진 페노티아진 (phenothiazines) 은 광범위하게 이용되어 이미 약 5 천만 명의 환자들에게 처방되었다. 대략 10 년 동안 그 약물이 중추신경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즉 심리적 효과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분명히 알지 못한 상태로 이용되었으며, 따라서 주로 행동으로 드러나는 효과만을 위해 처방되었다. 리브리움 (Librium) 과 발리움 (Balium) 이란 (상표로 팔리는) 항불안제 (antianxiety) 역시 여전히 그렇게 이용되고 있다 (Kolata 1979a).

최근의 연구를 보면 페노티아진이 도파진 수용기 부위를 차단하며, 그 증거가 행동을 물론 세포 수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유리체 (vitro) 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클로르프로마진은 도파민 수용기에 결합하지만, 그 결합이 노르에피네프린 교체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킨다. 클로르프로마진의 치료가 도파민 결합과 관련하여 일으키는 부작용으로, 그 진정제 처방을 지속적으로 받은 환자는 경우에 따라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유사한 (운동) 증세로 발전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반면에 도파민 수용기를 자극하는 암페타민 (amphetamine : 각성제) 은 '암페타민 정신병' (amphetamine psychosis) 을 유발할 수 있어, 약한 정신분열증세를 가진 환자를 급성 정신질환 증세로 발전시킬 수 있다. (Feldman and Quenzer 1984 참조)

페노티아진 (즉 클로르프로마진) 은 그 자체로 신경 효과를 완전히 없앤다기보다는 단지 뇌를 진정시키거나 안정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 가능성이 완전히 해명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기에 반대되는 증거가 바르비투르산염 (barbiturates) 과 같은 진정제와 신경이완제에 의한 효과를 비교하는 가운데 발견되었으며, 그 둘은 확실히 구분된다. 비록 신경이완제가 정신분열증을 위한 치료약으로 널리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특별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치료약은 물론 그 질병에 대한 예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낙관론을 탄생시켰다.

한때는 도파민과 관련해서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가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만약 신경이완제가 도파민을 중화시킨다면, 아마도 정신분열증은 중추신경계에 도파민의 양이 과도한 경우와 같이 도파민성 뉴런의 기능부전으로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정신분열증은 '과 - 도파민' (hyper - dopamine) 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 가설을 입증하려는 노력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그 단순한 해답은 이미 풀린 것과 다름없다' 고 흥분했던 지난날의 기대는 '아마도 신경생물학에서 더욱 포괄적인 이론을 얻게 되면 언젠가 풀릴 것' 이라는 상당히 온건한 믿음으로 바뀌어졌다.

도파민 과잉이 정신분열증의 근본 원인인지 아닌지는 아직 밝혀진 것이 아니며, 심지어 도파민성 뉴런이 범인이라고 추측하긴 해도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뉴런이 과도하게 활동해서 너무 많은 도파민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도파민을 합성하는 장치가 비정상적으로 왕성할 수도 있으며, 혹은 비정상적으로 기능불능일 수도 있고, 또 시냅스후 뉴런이 도파민에 과도하게 민감해졌기 때문이거나, 너무 많은 수용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가능성들은 병세를 감소시킨다고 입증된 클로르프로마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물론 클로르프로마진이 도파민 전달에 변화를 주기 때문에 도파민성 뉴런을 우선 의심하게 하는 점이 있지만, 그런 사실로 도파민성 뉴런이 바로 원인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효소 장애와 같은 상부의 어떤 생화학적 부적절함이 하부 여러 요소들 중에 하나가 그 원인이라고 단정 지어줄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복잡한 심리적 요소들이 화학적 혼합물의 균형을 바꿔줄 수도 있으며, 심지어 그 반대로 그 혼합물의 변화가 심리적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정신분열증', '임상 우울증' (clinical depression), '성격 이상자' (sociopathy) 등등에 대한 만족스러운 설명은 생물학적이면서도 동시에 심리적인 설명을 필요로 한다 (Kety 1978).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희망을 갖게 하는 점은 그 여러 가능성들이 결국은 '경험적' 이며 '시험 가능' 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신분열증이 '죄의식', '부끄러움', '좌절' 등등과 같이 엄격한 심리적 요소들로 인해 발생되는 병이 아니라 파킨슨병이나 당뇨병과 같은 유전적인 질병이라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그 첫째 증거가 페토티아진 치료 효과와 심리치료와 같은 다른 치료 기술들과의 비교로부터 나왔다. 일반적으로 아주 심각한 중증 환자에 대해서는 약물치료가 심리적 치료 즉 플라시보 (placebos : 심리효과용 거짓 약) 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Davis and Garver 1978). 비교적 약한 증세의 환자들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둘째 증거는 정신분열 환자의 부검이나 3 차원 영상기술 (5장에서 설명) 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환자의 뇌와 정상인 뇌 사이에 체계적인 차이가 발견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만성 정신분열 환자의 뇌실 (ventricles) 은 전형적으로 크고 전뇌 (forebrain) 의 활동 정도가 상당히 감소된다. 또한 정상적인 피검자와 만성 정신분열 환자는 대뇌혈류 (cerebral blood flow) 공급에서 차이가 나며, 뇌파전위기록장치 (electroencephalograph) 로 측정된 뇌 전기적 활동에서도 차이가 있고, 양전자방출 X 선 단층촬영으로 측정된 뇌의 포도당 흡수패턴에서도 차이가 난다 (Ingvar 1982, Buchsbaum et al. 1982, Buchsbaum et al. 1984). (이 기술에 대한 설명은 5 장을 참조.) 이런 발견들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다른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셋째 증거는 정신분열증이 가계 유전에 의한 것으로 짐작케 하는 유력한 보고가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만약 일란성 쌍둥이 (monozygotic twin) 중 한 명이 정신분열증이면 다른 한 명도 정신분열증이 될 확률이 45 퍼센트이다. 보통 사람들에게서 정신분열증 발병률은 대략 1 퍼센트이다. 덴마크에서 입양된 어린이에 대한 보고에 따르면 이 질병이 유전적이라는 의심을 증가시킨다 (Kety et al. 1975). 다른 연구도 있었다. 정신분열 환자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어린이가 정상적인 부모에 의해 양육된 경우와 그 반대 상황 (정상적인 부모에 의해 태어났지만 정신분열증에 걸린 부모에 의해 양육된 어린이) 을 비교한 경우하고, 정상적인 부모에게서 태어나고 정상적인 부모에 의해 양육된 경우를 비교하였다 (Wender, Rosenthal, and Kety 1974). 그 결과는 유전적 효과가 있었음을 알려준다. 첫째 집단은 약 18 퍼센트 정신분열증세를 보였으며, 반면에 둘째 집단과 셋째 집단에서의 정신분열증세 발병률은 모두 약 10 퍼센트였다 (정신분열증세를 신체유전 질병으로 보는 논문 모음으로 Henn and Nasrallah 1982 를 참조).

가계의 역사와 정신분열에 대한 연구 결과로써 '정신분열증이 유전된다' 는 가설은 비록 그 자료에 대한 실험 및 해석과 관련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옳다고 생각된다. 정신분열에는 환경적인 요소도 분명히 관련되기 때문에 정신분열증이 유전적 요소에 의해서만 일어난다고 누구도 주장할 수 없지만, 분명히 유전이 그 질병에 인과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일란성 쌍둥이에서 첫째 아이가 정신분열이면서 둘째 아이가 정신분열일 가능성이 45 퍼센트가 아니라 100 퍼센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신분열증은 페닐케톤요증 (phenylketonuria : PKU : 유아기에 지적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 과 같을 수 있는데 이 퇴행성 장애는 효소 결핍으로 일어나며, 뇌에서 페닐알라닌 (phenylalanine) 의 수치가 올라간다. 이 질병은 페닐알라닌을 포함하는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발병하지만, 육식을 제한하면 발병하지 않는다 (Rosenberg 1980). 이것을 보면 특정한 환경 조건들이 정신분열증세를 유발시키며, 그 요소들이 제거되면 유전인자들은 질병을 크게 감소시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정신분열증세의 부모에게서 양육되는 것이 상대적인 환경 조건으로 작용했다고 보인다.

어쩌면 문제가 상당히 복잡해질 수 있다. 정신분열증이라는 단일 장애로 분류된 것이 실은 서로 관련 없는 수많은 유형의 질병일지도 모르며 (Crow et al. 1982), 비록 여러 유형의 정신분열증이 유전적 요소를 갖는다고 할지라도 그 전달 양태와 유전 외적 요소들이 규정되어야 한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산필리포 증후군 (Sanfilippo's syndrome) 과 같은 유전적인 질병은 임상적으로 하나의 증세를 보여주지만, 구분되는 두 유전자 중에 하나에 의해서 나타날 수도 있는데, 현 시점에서 우리들은 단지 정신분열에 대해서만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관련된 논문으로, Buchsbaum and Haier 1978 and Crowe 1982 를 참조).

정신분열증을 신경화학적 질병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에 대한 이런 논의는 산재해 있는 현대의 발달단계들 중 단지 하나만을 그것도 피상적으로 건드렸을 뿐이다. 그리고 정신분열증만이 유일하게 연구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우울증 질환' (depressive disorder), '치매' (dementias), '실독증' (dyslexia) 그리고 '수면 질환' (sleep disorder) 등등이 유전학적 연구와 신경화학적 연구를 통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 예로 Whitehouse et al. 1982 를 참조). 이런 범주에 드는 것은 비단 정신질환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운동 시스템을 포함하는 여러 질병들 (파킨슨병, 헌팅턴무도병, Huntington's chorea 그리고 근무력증 myasthenia gravis) 또한 신경화학적 연구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예가 된다 (Spokes 1981). 좀더 폭넓은 논의를 보려는 독자는 참고도서 목록에서 추천하는 연구들을 찾아 보라.

직접적으로 뇌를 변화시킬 수 있어서, 뇌 질환으로 인한 끔찍스런 결과를 줄일 수 있는 이 발견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중요성을 가진다. 뇌 질환은 만연해 있으며, 인구통계학에서 알 수 있듯이 노인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환에 걸릴 환자의 수 또한 증가추세에 있다. 뇌 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 개인적 비용은 엄청나며, 우리가 그 원인이 되는 일부 조건들을 실제로 이해해서 다룰 수 있을 가능성 또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기술이 발전되고 있으며, 그 기술이 특히 다른 질환에도 폭넓게 적용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중요한 도덕적 쟁점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 쟁점은 다음과 같다. 신경조직 이식에 대한 연구 결과로써 쥐 뇌의 특정 영역에서 축출한 배아 뉴런을 다른 쥐 뇌의 같은 영역에 이식했더니 그것이 신경계의 기능 요소로써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쥐 배아의 흑질에서 축출한 뉴런을 흑질에 장애가 있는 (흑질의 파괴로 신경전달물질이 결핍된) 다른 쥐 뇌에 삽입했더니 계속 생존했으며, 도파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뇌 손상이 있는 쥐가 겪는 도파민 결핍증이 어느 정도 개선되었으며, 운동 장애 또한 완전하진 않지만 감소되었다. (뉴런은 혈관으로부터 직접 영양분을 공급받지 않고 아교세포를 통해서 공급받는) '혈뇌장벽' (blood - brain barrier) 으로 인해서, 뇌가 면역 시스템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관계로 (뇌 이식으로 발생된 외부 침입 세포에 대한 면역 시스템에 대해) 거부증세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면역학적 특성이 쥐 실험에서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장류 뇌 역시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어 외부 뉴런을 수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지 못하고 있다 (Barker and Billingham 1977).

지금 이 연구는 파킨슨병을 가진 인간의 뇌에 배아 뉴런을 삽입하는 시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 시술은 엘 - 도파 (L - dopha) 로 치료하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뇌는 도파민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지만 약에 의한 처방은 간헐적이며, 그 약을 장기 복용한 파킨슨병 환자들은 (정신성 증후군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일부 운동 결핍이 재발할 수 있고, 그 약의 효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쇠약해진 뉴런들을 건강한 뉴런들로 교체하는 것은 크나큰 발전이다. 이제 그와 유사한 방법으로 췌장 (pancreas) 에서 축출한 배아 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으로 당뇨병 (diabetes) 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해마 (hippocampus) 의 뉴런들을 교체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을 가진 환자를 도울 수 있다. 해마에 이식된 배아 뉴런들은 이식된 뇌에서 돌기 (projections) 를 형성하며, 놀랍게도 시냅스로 기능하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아직 연구 단계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Bjorklund and Stenevi 1977 and 1984, Freed 1983).

가장 효과적인 이식 세포는 배아 세포인데, 만약 인간에게 이식한 세포가 동물 배아가 아닌 인간 배아로부터 축출한 것이 밝혀진다면, 도덕적 논란이 일어날 만하다. 지금까지 어떤 인간 배아 세포도 신경 이식에 사용되진 않았으며, 파킨슨병을 앓는 인간 뇌에 이식되는 실험에는 환자 자신의 부신수질 (adrenal medulla) 에서 추출한 세포가 이용되었다 (Bjorklund and Stenevi 1984). 이 실험은 그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지만, 인간 배아 세포는 훨씬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여기에서 제기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유산된 인간 배아로부터 얻은 뉴런 조직을 이용하는 것이 허락될 수 있는가?' 이 논의와 관련해서 낙태의 도덕적 정당성이 인정된다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배아 세포가 이용될 수 있는가?

위 논란은 만약 어느 똑똑한 신경생물학자가 조직배양으로 원하는 세포를 생산하는 방법을 발견한다면 어느 정도 빗겨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념적인 문제로 관심을 돌려보면, 인간 영혼이 상실배 (morula) 에도 들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조직 배양기 안에 있는 배아 뉴런에 '혼이 들어 있다' 는 생각에서 조직배양도 비도덕적임을 지적할 수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오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실험을 하는 데에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합리적이며 미신이 개입되지 않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지에 관한 더 깊은 사회적 · 정치적 논란이 제기된다. (유물론 materialism 과 이원론 dualism 에 대해서 7 장과 8 장의 논의를 보라.) 하여튼 인간 배아 뉴런을 이식함으로써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장애를 치료하는 데에 얼마나 효용성이 있는지 실험적 연구를 계속할 필요는 없다.

비록 이런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이 책에서 더 논의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단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그치고자 하는데,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인간 배아 이용에 대한 논란이 가까운 장래에 입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간 배아 이용에 관한 논란은 실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신경과학자와 철학자 사이에 협력이 꼭 필요한 부문이다. 나는 이 논란에 대해 선험적 (a priori) 대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더 많은 경험 정보를 가질수록 더 나은 결론이 내려지리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정신분열증과 같은 질병이 지니는 생물학적 요소에 대해 우리들의 이해가 깊어진다면 상당히 다른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미친 병' 에 대한 이해가 16 세기에서 18 세기까지도 흔히 생각되었던 '악마지배 이론' 에서 프로이트 (Freud) 에 의해 주창되고 20 세기에 폭넓게 적용된 '심리분석 이론' 으로 발전되었고, 현재는 '생화학 이론' 으로 발전되었으며, 이 이론은 단지 임상적 접근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개념에까지 끼어 들었다.

정신분열증과 같은 질병이 이제 생화학적 용어로 기술될 수 있고, '미친 것' 과 마찬가지로 '제정신' 에 대해서도 그렇게 될 구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서', '기분', '욕망' 그리고 '인지발달' 과 '인지기관' 에 대해서도 생화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기대이다. 만약 미친 사람의 '욕망', '두려움', '편향성' 과 '성향' 이 뇌의 신경화학물질의 기능으로 어느 정도 설명된다면, 제정신인 사람에게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심리학 이론' 과 '신경과학 이론' 의 '통합' 에 관한 폭넓은 문제가 제기되며, '환원가능성' 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이런 문제들은 철학적이고 신경과학적 논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8 장에서 10 장의 논의로 미루겠다.

성과 신경화학물질

유기체에서 신경화학물질들은 '생식' 과 '생식에 관련된 행동패턴' 을 '심리적' 으로 통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정 스테로이드 (steroids), 즉 생식선 호르몬 (gonadla hormones) 은 암수 결정에 중요하다. 최근까지만 해도 생식선 호르몬은 중추신경게 (CNS) 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폭넓게 인정되었지만, 현재는 뇌의 특정 영역에서 생식선 호르몬이 발견되었으며, 그 호르몬의 지시에 따라 뇌의 남녀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McEwen et al. 1974, Pfaff and McEwen 1983).

자연선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성 (sex) 은 이로운 것이다. 성은 유전물질을 혼합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다양성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유성생식 (sexual reproduction) 을 위해서는 동종이형 (dimorphism : 암수 두 형태) 을 가져야 하며, 모든 포유류를 포함한 많은 동물들에서 서로 다른 '생식기관' 과 '신체적 특징' 은 물론 '행동' 에 있어서도 동종이형을 보여준다. 행동의 동종이형, 즉 암수의 행동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는 분명히 서로를 적절한 짝으로 인식하고, 짝짓기 시기가 적절함을 안다. 또한 분명 성공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해야 한다. 부모의 양육 행동 또한 (종족보존을 위해) 유리하게 작용하여 많은 동물들의 뇌는 '둥지 만들기', '새끼 키우기', '포식자로부터 보호하기' 등등을 위한 타고난 성향을 갖는다.

정상적으로 성장한 동물에서 (쥐와 말이 잘 알려진 예인데) 수컷의 안드로겐 (androgen) 과 암컷의 에스트로겐 (estrogen) 이라는 생식선 호르몬이 생식행동 (reproductive behavior) 을 유발한다. 반면에 성장 초기 유기체 내에 생식선 호르몬이 나타나면 알 수 없는 어떤 영향을 미친다. 성장 초기에는 호르몬으로 인해 뇌가 자신의 성에 맞게 자라도록 한다. 그래서 성장 초기 유기체의 뇌가 암수를 가지게 되고 나면, 성장한 후에 호르몬을 지속적으로 유입한다고 해도 이미 뇌에 작용된 그 변화를 바꾸지는 못한다.

XY 염색체 (chromosome) 쌍을 가진 유기체는 유전적으로 수컷이며 (주석 : 이 말은 '수컷이 X 와 Y 염색체를 가지고 암컷은 두 X 염색체를 가지는' 포유류에 대해서 참이다. 그렇지만 조류의 경우에는 암컷이 이형 - 성 (heterogametic) (XY) 을 가지며, 수컷이 동형 - 성 (homogametic) (XX) 을 갖는다. 어떤 파충류에서는 새끼의 성이 유전적으로 결정되지 않고 알을 배양하는 모래의 온도와 같은 환경 요소에 의해서 결정된다. 악어거북 (snapping turtle : 북미산 거북) 의 경우에 만약 어미가 모래 안이나 위에 알을 낳아 그 곳의 온도가 섭씨 20 도 아래로 지나치게 낮거나 섭씨 30 도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아지면, 그 알들은 암컷이 되고, 만약 그 온도가 그 사이에 있게 되면 수컷이 된다.), 성장 초기에 테스토스테론 (testosterone : 남성호르몬) 이 고환 (testes) 에서 만들어져 신체로 방출된다. 방출된 남성호르몬은 생식선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며, 일부는 중추신경계에 도달하기도 하는데, 특정 뉴런들이 테스토스테론에 극도로 민감해지는 성 결정 시기에 뇌기관에 변화를 일으켜 중추신경계를 '남성화시킨다.' 성 결정 시기는 종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의 동물에서는 변화가 배아 단계에서 나타나고 사람의 경우 임신 3 ~ 4 개월에 일어난다고 한다. 쥐의 성 결정 시기는 출생 후 수일에 걸쳐 일어난다.

테스토스테론이 유입되기 전에 '뇌' 는 양성가능성 (bipotential), 즉 수컷 또는 암컷이 될 수 있다. 이 말은 '뇌의 성' (brain sex) 이 단순히 '유전적 성' (genetic sex) 의 문제가 아님을 의미하며, 이 둘은 분리될 수 있다. '유전적 수컷' 이 '암컷의 뇌' 를 가질 수 있으며, '유전적 암컷' 이 '수컷의 뇌' 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자연의 실험' 이란 것이 이런 분리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프리마틴' (freemartin) 은 수컷 쌍둥이와 함께 태어난 '유전적' 암송아지를 말한다. 그 송아지는 임신할 수 없으며, 암소보다는 수소에 가까운 행동을 보여준다. 수컷과 암컷의 신경기관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하는 뇌의 미세구조 연구가 있기 전부터 프리마틴 현상은 암송아지가 쌍둥이 수송아지와 함께 태아 내에서 같은 환경을 가짐으로써 암컷의 뇌가 남성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인간의 경우 '유전적 남성' 이 '안드로겐 불감증' 이라고 하는 병으로 여성의 성 기관을 지닌 남성이 될 수 있다 (Ehrhardt and Baker 1974).

성 결정 시기에 테스토스테론을 제거한 수컷 쥐는 수컷의 생식행동 (올라타기, 삽입행위) 을 보이지 않고, 암컷의 생식행동을 보이는데, 이것을 척주전만 (lordosis : 암컷의 몸짓으로 엉덩이를 올려 등 휘는 동작) 의 횟수로 측정할 수 있다. 이런 동물에서는 성 결정 시기 이후에 테스토스테론을 조치해도 올라타기를 하지 않는다. 성 결정 시기에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된 암컷은 남성화되어 성장 후 수컷 행동을 보이고 척주전만 지수 (lordosis quotient) 도 낮은데, 에스트로겐을 투여해도 잘 회복되지 않는다. 성장하는 뇌에는 남성호르몬 유입이 꾸준히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올라타기' 나 '삽입행위' 와 같은 행위를 수컷 생식행위 항목이며 척주전만을 암컷의 생식행위 항목이라고 한다면, '뇌의 성' 은 성호르몬의 조정을 통해서 결정된다고 생각된다. 언급된 항목들은 분명히 다소 제한적이며, '치장 행태', '새끼 돌보는 행동', '노래하기', '적당한 장소에 둥지 만들기' 등등과 같은 다른 행동항목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컷과 암컷의 특징적인 행동항목들을 결정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개척 단계의 연구자들은 관습적이며 조잡한 묘사를 하기 마련이다. 인간에게 동물 연구가 얼마나 적용될 것이며, 남성화와 여성화의 특징적 행동항목들을 어떻게 다듬고 교체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그런 연구가 어떻게 비 - 생식행동에 대한 연구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남겨진 연구과제이다. 하여튼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하고 싶다. 상당히 제한된 남성화와 여성화의 행동항목들을 놓고 보면 성장시기의 뇌에 테스토스테론이 방출되면 성장 후의 행동항목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며, 또 성호르몬에 노출됨으로써 특정 생식행동을 일으키는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뇌가 여성화되는 일이 분명히 있으며, 이것은 여성의 뇌가 단순히 남성호르몬을 받지 못한 결과는 아니다 (Goy and McEwen 1977, Feder 1984).

테스토스테론이 정확히 뇌에 어떤 일을 하며, 뇌가 남성화될 경우 신경 구조와 기관에 어떤 영향이 있는가? 쥐 연구를 통해서 테스토스테론이 시상하부 (hypothalamus), 전시각영역 (pre-optic area), 편도 (amygdala), 중뇌 (midbrain) 그리고 척수 등에 집중됨을 알 수 있다. 이런 영역에는 에스트라디올 (estradiol : 여성호르몬) 에 적합한 단백질 수용기를 갖는 뉴런들이 있다. 테스토스테론 분자가 이런 세포로 들어가면, 에스트라디올로 전환되어 수용기에 결합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단백질 호르몬 쌍 (즉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 이 세포핵으로 옮겨가면, 유전자와 상호 작용하여 단백질 합성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친다 (그림 2.31, 그림 2.32).

역설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로 전환되면서도 그 여성의 뇌를 남성화시킨다. 그렇다면 발달하는 여성에서 흔히 만들어지는 에스트라디올 자체는 왜 뇌를 남성화하지 않을까? 태아의 간 (liver) 에서 방어 단백질 (protective protein), 즉 알파태아단백질 (alphafetoprotein) 을 만들어 혈액에 잇는 에스트로겐과 결합함으로써, 에스트로겐이 뇌척수액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여 뇌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테스토스테론은 그렇게 결합하지 않기 때문에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찾아 뇌에 도달한다. 어린 암컷 쥐의 뇌에 직접 에스트라디올을 투여하면 수컷에서 보여주는 특정한 남성화 행동이 유발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 있었다. 실험 결과는 유전적 암컷의 뇌가 남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McEwen 1976, McEwen et al. 1974).

엄밀히 말해서 '호르몬 - 단백질 쌍' (남성의 테스토스테론과 여성의 에스트로겐) 이 단백질 합성을 위한 '유전 프로그램' 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경전달물질 생산과 관련이 있다고 짐작된다. 헤리테이지와 스툼프 (Heritage and Stumpf 1980) 는 '호르몬 - 회수 세포' (hormone - sequestering cells) 와,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부신수질 호르몬) 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는 '뉴런' 사이에 유사성을 발견하였다.

한편 뉴런의 가지 (arborization) 와 연결 패턴이 수정될 가능성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토란 - 올러랜드 (Toran - Allerand 1978) 의 발견에 따르면, 유리체 (vitro) 의 호르몬 - 감각뉴런에 에스트라디올을 투여하면 수상돌기와 축삭이 왕성하게 성장하는 반응을 보여준다. 라이스만과 필드 (Raisman and Field 1973) 는 수컷 쥐 뇌의 전시각영역 (pre - optic area) 에서 선명한 시냅스 연결 패턴을 발견했다. 만약 유전적 수컷 쥐들에게서 성 결정 시기에 테스토스테론을 제거하면, 전시각영역의 시냅스 연결이 암컷 패턴과 유사한 특징을 보여주었다. 이 증거는 암컷과 수컷 뇌가 회로와 연결에서 서로 다른 패턴을 갖는 것이 테스토스테론에 의한 결과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수컷 쥐와 암컷 쥐의 뇌가 형태적으로 서로 다른 것은 육안으로도 알 수 있다. 고르스키 (Gorski et al. 1978) 의 발견에 따르면, 염색 처리한 수컷 뇌의 시상하부 근처에서 크고 잘 발달된 세포핵을 볼 수 있으며, 암컷의 뇌에서는 훨씬 작고 흩어진 패턴을 볼 수 있다 (그림 2.23). 이 점에 관련해서 다소 의혹이 제기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암수 뉴런의 형태적 차이가 행동에서 동종이형을 설명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단편적인 설명들의 조금씩 보태짐에 따라, '스테로이드 - 감각뉴런' 과 '생식행동' 사이의 관련에 관한 연구는 고무적인 결과를 내놓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조류의 종들마다 조금씩 다른 수컷의 짝짓기 발성 (vocalizations) 은 스테로이드와 결합하도록 전문화된 뉴런의 핵과 관련한다. 노테봄 (Nottebohm) 이 카나리아 뇌에서 발견한 것으로, 한쌍의 전뇌핵 (forebrain nuclei) (주석 : 과선조 복측 (hyperstraitum ventrale) 과 꼬리 부분 (pars caudale (hvC)) 그리고 원시선조의 신경핵 부리쪽 (robust nucleus of the archistriatum (RA)).) 은 수컷에서 크고, 암컷에서는 작았는데, 그 크기는 테스토스테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조작될 수 있다 (그림 2.34) (Nottebohm 1981, DeVoogd and Nottebohm 1981). 예를 들어 카나리아는 수컷만이 울새 (songster) 를 가지고 있는데, 노테봄의 연구에 따르면, 잘 발달된 신경핵 (nuclei) 은 카나리아가 노래를 학습하고 부를 수 있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거세된 수컷은 '노래조절 신경핵' 을 상실하여 노래를 부르지 못했으며, 암컷의 난소를 제거하고 테스토스테론을 조치하였더니, (수컷만큼 아름답지는 않지만) 노래조절 신경핵이 성장하여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그와 유사한 결과를 코니쉬와 구르네이 (Konishi and Gurney 1982) 의 지브라 되새류 (zebra finches) 에 대한 연구, 파인 (Fine et al. 1982) 의 진주복어 (oyster toadfish) 에 대한 연구, 그리고 켈리 (Kelley 1980) 의 개구리에 대한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뇌는 어떤가? 인간들도 성별에 따른 뇌의 차이가 있을까? 현재 인간 뇌에 성적 동종이형이 있는지 없는지는 의심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다만 인지 능력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행동 차원에서 어떤 차이를 보여줄지가 문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연구는 본질적으로 성호르몬이 결합하는 뇌의 특성과 뇌의 성적 발달 내지 성숙 절차를 관련시켜 탐구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성은 명백히 기초적인 것이라서, 비록 생식활동의 겉으로 보이는 작은 특징들에 대한 조정은 가능하겠지만, 예를 들어 '인간', '피그미 침팬지' (pygmy chimpanzees), '붉은털 원숭이' (rhesus monkeys), '짧은꼬리 원숭이' (macaque monkeys) 에서 암컷들이 발정기가 아닌 시기의 수태와 같은 작은 변화는 일으킬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구조가 바뀌는 근본적 변화는 있을 수 없다. 인간의 내분비학 (endocrinology) 에 대한 임상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간과 다른 동물들이 모두 뇌의 성적 구별을 가지고 있다" 는 가설이 틀리기는커녕 확신을 주고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유기체가 안드로겐 불감증이란 조건에 놓이게 되면 자신이 만들어낸 테스토스테론을 활용하지 못한다. '유전적 암컷' 에게는 아무런 효과를 미치지 못하겠지만, 안드로겐 불감증이 된 '유전적 수컷' 은 형질적으로 암컷이 되며, 암컷의 성적 행동을 보일 것이다. 인간 여성에게 부신선 (adrenal gland) 기능의 유전적 결함이 있게 되면, 비록 몸 속에는 여성 생식기관을 가지지만 외부 형태는 남성화한다. 이런 난투극을 잘 벌이며', '강한 힘을 쓰는' 등등의 남성적 행동을 보인다. 이런 경향은 외과 수술로 남성의 성기를 제거하고 호르몬 교체 치료를 해서 여성화시켜 준다고 하더라도 지속되는데, 그럼에도 대부분은 이성애 (heterosexual) 를 가진다 (Ehrhardt and Baker 1974).

기능의 측성화 (lateralization : 뇌의 좌우 기능이 전문화되는) 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 어린이 사이에 반구 전문화 (hemispheric specialization) 차이로 인한 행동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남자 어린이 뇌가 여자 어린이 뇌보다 훨씬 더 측성화되기 (좌우 뇌의 기능이 분업화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Witelson 1976, Waber 1976). 골드만 (Goldman) 과 그녀의 연구원들 (1974) 은 붉은털 원숭이의 전두엽 피질 (prefrontal cortex) 에 손상을 주어 성의존 효과 (성에 따라서 공간 식별력이 다른) 를 발견했다. 수컷 원숭이는 어른이든 새끼든 전두엽 피질에 손상을 주는 실험에서 공간식별력이 낮아지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암컷의 경우에는 오직 어른 원숭이만 영향을 받았다. 이 실험 결과는 공간 식별력에 필요한 인지 처리를 담당하는 전두엽 피질의 성장 시기에 동종이형이 생긴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출생 전의 암컷이 안드로겐에 노출되는 경우 그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인간 뇌량 (corpus callosum) 의 꼬리부분 (caudal (real) portion) 에서 해부학적 차이가 있음이 발견되었다. 즉 여성이 남성보다 크고 두툼하게 되는 경향을 가진다 (de Lacoste - Utamsing and Holloway 1982). 그렇지만 이것이 심리학적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대부분 남성의 뇌가 남성화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으며 여성의 뇌 또한 다양하게 여성화되는데, 어떻게 '인지적 능력', '정서적 반응', '사회적 상호활동' 등등에서도 차이를 보여주는지는 경험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그 차이가 (남성화되는 행동이 무엇이며 여성화되는 행동이 무엇인지에 관련해서) '현재 북부 아메리카 사람들에게 적절한 기준으로' 제시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묘한 신경 형태학적 차이가 '어떤 특정한 문화가 반영된' 미신을 다시 불러들이지 말아야 한다. 경쟁적으로 스포츠를 즐기며 친구들과 술집에 드나드는 것을 남성다운 행동으로 규정하고, 여성의 행동을 레이스 치장이나 어린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으로 규정하는 '통속적 이야기' 는 분명 경험적 연구에서 참인 것처럼 오용되지 말아야 한다.

행동학적 연구는 너무나도 중요하지만, 유용한 자료가 통속 사회학의 기존 속설들을 확인시킬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심지어 영장류에서조차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성적 동종이형의 행동을 보여주는 사회적 구조가 있는 예를 들어 하마드리야스 개코원숭이 (haamadryas baboon) 는 새끼 돌보는 일을 암컷이 맡으나 (Kummer 1968), 명주원숭이 (marmoset) 는 모유를 먹이는 일 말고는 새끼 돌보는 일을 암수가 나누어 맡으며 (Jolly 1972), 바르바리 짧은꼬리 원숭이 (Barbary macaque) 는 무리의 모든 수컷들이 새끼 돌보는 일을 함께 맡기도 한다. 오랑우탄은 독신으로 생활하며, 짧은꼬리 원숭이는 일부일처 (monogamous) 로 짝을 맺고, 하마드리야스 개코원숭이는 일부다처 (harems) 이며, 아누비스 개코원숭이 (Anubis baboons) 는 난잡한 짝짓기 (promiscuous) 를 하기도 하고, 바르바리 짧은꼬리 원숭이는 암컷이 적당한 수컷 여럿과 차례로 짝짓기를 하기도 한다.

암컷에게서 보이는 경쟁심 (시기심) 은 '종의 기능', '사회적 구조', '침입자의 성', '식량과 적정한 수컷의 이용가능성' 등등과 관련되어 보이며, 경쟁심이 없다면 종족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성적으로 동종이형은 일부다처 (polygynous) 를 갖는 종에서 두드러진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인간에 대해서 무엇을 말해 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Hrdy 1981, Krebs and Davies 1978).

인간의 성적 동종이형을 연구하기 어려운 점은 객관성 때문이다. 왜냐하면 가설을 확증시켜 줄 사실들을 선별적으로 연구하기 쉬운 (치명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허술한 과학은 나쁜 과학이며, 선별적 연구 역시 그렇다. 그런 만큼 문화와 교육이 기존의 굳어진 경향에 어느 정도로 작용할지는 경험적으로 탐구해야 할 문제이지, '문화적으로 선택한 인류학' 에 의해서 혹은 '종족 선택적 행동학' 으로 설명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모든 사회적 행위가 고착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선택한 교육과 문화적 덮개는 우리가 가치를 두는 것, 즉 도덕의 문제이다. 모든 면을 고려해 볼 때, 내 생각으로는 '성적 차이' 에 대해서 '신경 형태학적' 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분명히 대중들은 우리들의 열정을 꺾으려고 할 것이다. 그래도 알지 못하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