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있기 때문이다.) 고 했다.두뇌-마음 이론의 한 세기
마음에 이르는 계단 : Alwyn Scott 지음, 안창림. 백은경 옮김,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2001 (원서 : Stairway to the Mind, Springer-Verlag, 1995), Page 157 ~ 209.
공학자가 시인이 되던가
시인이 공학자가 되어야 한다. -노버트 위너
시인들에 의해 소중히 간직되었고, 식도락가들이 풍취를 더했으며, 연인들이 존경하고, 신비주의자들이 숭배하지만 의식은 또한 죄의식과 번뇌, 양심의 가책과 고통이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수세기 동안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의식은 과학자와 철학자에게 여전히 설명하거나 이해하기 위해 도전해야 할 흥미로운 주제이다. 여전히 우리는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것이다.
과학계에서는 그 현상의 본질은 차치하고라도 아직 의식의 정의에 대해서 조차 일치된 여론이 없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의식에 대한 설명을 제시하기보다는 맛보기용 전채 요리 접시처럼 마음-두뇌 문제에 대한 연구들을 많은 인용을 통해 절충 형식으로 소개하기로 한다.이 접시에서 독자들은 과거 한 세기 동안 제시되었던 다양한 이론들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사상가들과 작가들 간에 많은 의견 차이가 존재하고 어떤 것들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내가 취할 일반적인 입장은 접시를 들고 서서 적당한 해설을 곁들이며 빵과 파이 등을 권하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도 있을 것이다. 독자들에게 이 달팽이는 맛이 갔고 그 조개는 좀 의심스럽다는 주의를 줄 필요가 있을 때는 그렇게 할 것이다. 이 요리들을 제대로 먹기 위해 인용 문헌을 찾아보지는 말기 바란다. 이들은 의식을 진지하게 공부하는 학생도 사려 깊게 읽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지 독자들의 식욕을 돋우려는 목적으로 계획되었을 뿐이다.
끝으로 이 개관이 의식에 대한 과학과 철학적인 기반들의 연구에만 제한되었음을 강조해야 하겠다. 의식의 본질과 영혼적 측면은 수백 년간 유심론자들과 신비주의자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문제였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 토의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포먼 (Robert Forman, 1994) 이 최근 쓴 논문은 의식의 연구와 신비주의 전통 간의 많은 관련성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입문서이다.
우리는 윌리엄 제임스 (William James: 소설가인 헨리 제임스의 형제) 가 100 여 년 전 처음 발간한 『심리학의 원리 (The principles of psychology)』라는 책을 한 입 맛보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이 기념비적 업적에는 마음-두뇌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두 장이 있는데, 그 첫 장은 "로봇 이론" 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제임스는 잘 알려진 척수의 반사 작용처럼 두뇌란 많은 반사 작용을 하는 복잡한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고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는 마음이 "자력으로 행동할 수 없는 방관자" 이거나 "부수 현상" 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것의 결과를 잘 보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예에 적용해 보아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만약 우리가 셰익스피어의 신경계외 주위 환경을 완벽히 알 수 있다면 왜 그의 인생 중 어떤 기간 동안 햄릿의 원고라고 간단히 부를 수 있는 작은 검은 자국들이 가득한 종이조각들 위에서 그의 손이 움직이고 있었는지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되면 셰익스피어의 마음 속에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도 여기저기 삭제한 부분과 수정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장과 어휘들을 그들을 초월하는 그 무엇의 징표가 아니라 순수하고 간단히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이것이 환원주의적 유물론자들이 견지하는 입장이고 우리는 뒤에서 다시 이 주제로 돌아가기로 한다. 이것이 우리가 셰익스피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전부일까? 제임스는 이를 부정한다.
셰익스피어의 모든 사고와 감정의 편린들이 제자리를 찾아 그의 정신사를 완벽히 기술할 수 있는 또 다른 설명이 불가능할 어떤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정신의 역사란 육체의 그것과 나란히 진행되며 각각의 경우는 다른 쪽과 대응되지만 서로 작용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일단 하프의 현에서 나온 멜로디가 공중에 퍼지면 그 진동을 더 빠르게 할 수 없고, 나그네의 옆에 생긴 그림자는 그의 발걸음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법이다.
여기서 제임스는 현재까지도 의식의 연구를 복잡하게 만드는 문제를 똑바로 지적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행동거지의 어떤 기계적인 설명이나 그의 햄릿을 설명하는 어떤 환원주의적 이론도 그의 사고와 감정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환원주의적 유물론자들에게 어색한 상황이다.
로봇 이론을 증명할 수 있을까? 환원주의적 관점을 지지하기 위해서 (개구리의 중추 반사에서 시작하여 더 나아간) 연속성을 주장한 사람도 있지만 이는 양쪽으로 작용될 수 있다.즉 완전히 발달된 의식에서 출발해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것이다. 제임스는 또한 측정할 수 없는 감정을 무시하는 과학자들의 경향이 필수적인 문제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깎아 내린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물질적 인과론에 빠져 버린 것이다. 그는 지금처럼 순전히 선험적이고 준(準)형이상학적 바탕 위에서 우리에게 로봇 이론을 강요하는 것이 "현재의 심리학 상황에서 "인정할 수 없는 건방진 짓" 이라고 결론짓는다. 또한 제임스는 의식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 생존을 위해 유용하기 때문이고, 유용하기 때문에 "로봇 이론은 상식적 이론에 굴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봇 이론을 해치운 다음 그는 "마음들의 이론" 으로 돌아간다. 나는 여기서 그가 선형과 비선형 상호 작용을 혼동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20 세기 초의 과학자들에게 드문 일은 아니었다. 이 혼동된 관점에서 그는 "스스로 복합하는" 혹은 "합치는" 정신 단위의 이론을 논리적으로 알아 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말로 하면 (그것을 힘, 물질입자, 정신 요소 등 무엇으로 부르든) 어떤 것도 스스로 합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합해도 각각은 항상 자신을 유지한다. 그래서 합이란 단위들을 간과하거나 합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방관자에게만 존재한다. 혹은 합 자체와는 별개인 양에 영향을 미친다. H2 와 O 가 합해서 '물'이 되어 새로운 성질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물이란 원래의 원자들이 H-O-H 의 배열을 가진 것일 뿐이다. '새로운' 성질이란 단지 그들이 합친 효과로서 우리의 감각 기관이나 여러 반응물처럼 외부 매개물을 만나면 물의 알려진 성질을 발휘하는 것이다.
내가 이 점을 강조하는 것은 당대의 뛰어난 미국 철학자로서 제임스가 우리의 사고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이 영향은 현대까지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관점은 이 책의 전반적 주제, 특히 물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모순된다. 우리가 2 장에서 본 것처럼 물의 젖는 성질과 높은 유전 상수는 수소와 산소 원자는 갖지 못하는 창발적 현상이다. 제임스가 아마도 화학 공부한 것을 잊었던 모양이다. 그는 계속해서 주장하기를:
관념 연합론자들은 마음이 다수의 독립된 '생각들' 이 하나로 연합된 것이라고 말한다. 생각 a 와 b 가 있다고 하지, 그들에 따르면, a + b 라는 생각, 즉 a 와 b 가 합한 생각이 따라서 존재한다. 이 말은 a 와 b 를 더한 것을 제곱한 것이 a의 제곱과 b의 제곱의 합과 같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a 라는 생각과 b 라는 생각이 (a + b) 라는 생각과 같은 것이 아니다. 후자는 하나지만 전자는 둘이다. 후자에서는 a 를 알면 b 도 아는 것이지만, 전자에서는 a 를 알 때 b 는 알지 못함을 가정한다. 간단히 말해, 두 개의 독립된 생각들은 어떤 논리를 내세워도 하나의 '연관된' 생각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말에도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동일한 문제를 현대 비선형 이론 관점에서 기술한 것이 부록 A에 있다. 만약 트램폴린에서 뛰는 a 라는 아이의 운동 에너지를 a2, 다른 아이 b 의 그것을 b2 라고 할 때, 두 아이를 합한 경우의 에너지는 (a + b)2 이다. 그리고 (a2 + b2) 이 (a + b)2 과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a2 + 2ab + b2) 과는 같은데 바로 이것이 요점이다. 두 아이들이 동시에 트램폴린 위에 있을 때 생기는 2ab 만큼의 운동 에너지 차이가 두 아이들을 붙들고 있는 결합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비록 관념 연합론자들이 옳기는 한지만 제임스는 결합 문제라는 인지 신경 과학의 연구를 계속해서 괴롭히는, 그럴 듯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 관점에서 그는 한 틀린 결론에 도달하는 데 한 세기가 지나도록 계속 회자되기 때문에 여기 인용한다. 그는 그의 논리가
넘쳐나는 원리들 없이도 원래의 구성 요소들에서 벗어난 의식을 가정한, 감정들이 스스로 합성되거나 "섞인다" 거나 "복합화", "정신적 화학 작용" 혹은 "심리적 종합" 등의 담론에 대항하기에 적합한다. 간단히 말해 마음류 (類) 의 이론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물질의 원자가 물질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듯 감정의 원자들도 더 복잡한 감정을 이루지 않는다! 제 정신을 가진 원자적 진화론자들에게 "물질" 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영원 불변하는 원자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렇게 제임스는 환원주의적 유물론과 이원주의라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의식을 무시하기에는 너무 현실주의자였으므로 그는 조심스럽게 다음과 같은 말로 이원주의로 기울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의 두뇌 상태에 의해 어떤 신비로운 방법으로 영향을 받고 의식적인 방식으로 반응하는 영혼을 가정하는 것이 우리가 여태껏 도달한 방법 중 가장 논리적 저항을 적게 받는 것이라고 나는 고백한다.
평상시에 경험할 수 있는 의식의 한 가지 중요한 속성은 아름다움을 지각할 수 있는 심미적 감각이다. 약 한 세기 전 제임스의 제자이자 젊은 동료였던 조지 산타야나 (George Santayana) 는 이 주제에 관해서 『미적 감각 (The sense of beauty)』(1896) 이란 작은 책을 출판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행한 강연들을 바탕으로 자연 철학적 관점에서 쓴 이 책은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게 된다.
"미학과 윤리학이 모두 주관적인 것에 대한 편견 때문에 피해를 입었음" 을 인정하면서,그는 이 주제를 마음의 현상과 정신 진화의 산물이라는 심리학적 측면에서 접근한다. 그는 "마음 속에서 어떻게 관념이 형성되는가" 를 이해하고자 했다.
철학적 관점에서 미학은 "궁극적으로 비이성적인" 가치에 관한 이론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그는 먼저 "가치의 의미와 조건" 을 세우는 작업을 고찰했다. 따라서
데카르트의 시대 이후 자연에서 관찰되는 모든 사건들이 그 전에 관찰된 사건들을 통해서 설명될 수 있음은 철학자들에게 익숙한 생각이 되었다. 예를 들어, 말할 때의 혀나 그림 그릴 대의 손의 움직임은 단순한 물리적인 원인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의식이 생명에게 필수가 아니라 장식적인 것이라면 인류는 어떤 감각이나 생각, 감정을 갖지 않고서도 생존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습득하면서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주위 환경에 적절히 반응하는 이런 기계들은 자연 선택에 의해 잘 살아남았을 것이다. 자기 보존 본능도 발달될 수 있었을 것이고 무서움을 느낌이 없이 위험을 피하고 아무런 감정도 없이 보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제임스가 셰익스피어의 활동과 관련하여 제시했던 것이다. 확실히 한 세기 전의 철학계에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산타야나는 계속해서
그런 세계에 가장 완벽한 조직체가 있었을 수 있다. 심오한 관심의 표현, 그리고 좋다고 간주된 것들에 대한 분명한 추구라고 부를 만한 것도 있었을 수 있다. 왜냐 하면 어떤 우연성들은 피하고 다른 어떤 것들은 만들려는 자발적 경향이 뿌리 깊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어리석은 연극이나 사고의 흔적은 모두 명백히 포착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어떤 종류의 사고도, 어떤 종류의 기대도, 그리고 어떤 종류의 의식적인 성취도 분명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자기 자리를 찾는 물이나 자연이 혐오하는 진공의 경우에서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구경꾼들에게는 가장된 목표나 사전 의도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은 그들의 배처를 의식하지 못하며 자연의 만물도 달라진 배열에 대해 무감각했을 것이다. 그 과정을 바라볼 수 있는 우리만이 우리 자신의 관심과 습관 덕분으로 거기서 일어나는 발전과 극치를 볼 수 있다. 우리는 얻어진 결과가 우리의 심미적 요구를 실제적으로 만족시킬 때에는 극치를, 그런 만족에 다가갈 때에는 언제든 발전을 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 인간의 성향을 떠나서는 그러한 기계적 세계에서 우리는 어떠한 조그마한 가치도 찾을 수 없다. 의식을 없앤다면 우리는 가치의 가능성을 없앤 것이 된다.
20 세기가 밝아올 무렵 씌어진 이 글은 20 세기가 끝나가는 요즘 열정적으로 진행중인 로봇 공학과 전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가치(혹은 무가치) 의 문제는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산타야나가 다음 글을 썼을 때 인간에게 다가오고 있는 공포를 예견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놀라움이 생긴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의식이 다 없을 때만 그런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 경험의 전체성 (totality) 으로부터 약간만 추상하여 우리는 순수하게 지성적으로 만들어진 존재, 자연의 여러 변화들을 아무런 감정 없이 그대로 담아 내는 마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마음에게 모든 사건들은 알려지고 그들 사이의 관계도 관찰되며 언제 다시 재발할지도 예측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어떤 욕망이나 즐거움, 후회의 흔적 없이 일어난다. 어떤 사건에도 반발이 없고 어떤 상황도 끔찍하지 않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의지의 세계의 흔적 없이 관념만의 세계를 가질 것이다 이럴 경우 마치 의식이 전혀 없는 듯이 완전하게 모든 가치와 수월성은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형태이든 선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단지 의식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의식이 필요하다. 관찰로는 안 되며 평가가 요구된다.
산타야나에 따르면 의식은 종의 생존뿐 아니라 인류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의식은 어떤 식으로든 내부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가 당신의 느낌을 경험할 수 없고, 당신 역시 내 것을 경험할 수 없다. 이 주제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만을 다루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마음의 기계론적 서술과 이원론적 서술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차이를 다루어야 할까?
한 방법은 그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런 입장이 1924년 존 왓슨 (John Watson) 이 주장한 행동주의 (behaviorism) 이다. (이 사람을 프란시스 크릭과 함께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규명한 제임스 왓슨과 혼동하지 말기 바란다.)행동주의자들은 제임스의 영혼에 관한 말에서 물활론적 뉘앙스를 제거한 로봇 이론을 이용해서 심리학을 과학적 토대 위에 올려 놓았다. 버러스 스키너 (Burrhus F. Skinner) 가 쓴 『자유와 존엄성을 넘어서 (Beyond freedom and dignity)』(1972) 라는 책이 "행동에 관한 실험적 분석"을 가장 훌륭히 지지하고 있다. 그의 상당했던 영향력이 점차 쇠퇴하던 무렵 씌어진 이 책은 9 판이나 나왔고,『뉴욕타임스』에서 "올해 책을 한 권만 읽을 생각이라면 이것을 선택해야 한다" 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 책에서 스키너는 공개적으로 관찰될 수 있는 것만을 고려하는 "방법론적 행동주의" 와 거리를 둔다. 행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의식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흔히 받는데 그는 이런 비난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정신적 과정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본질상 과학적 고려의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는 생각은 허용된다.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 집단의 도움이 없다면 모든 행동은 의식되지 않을 것이므로 더 확실하게 그는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모든 의식은 사회적 산물이다.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스키너는 "내부적 인간, 호먼큘러스 (homunculus: 사람의 뇌 속에서 정신을 조종한다고 믿어지는 작은 난쟁이: 역주), 홀리는 악마, 자유와 존엄성에 관한 문학에 의해 옹호되는 인간"등 스스로를 지배하는 자율적 인간 (autonomous man) 이라는 개념을 폐지하는 데 열중한다. 허구적인 내부적 인격을 이해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대신 그는 인간의 행동을 우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과학적 심리학을 완성하기 위해 물리학과 생물학적 방법들에 의존한다. 이는 단순히 과학적 진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 (이 문제들은 1970 년대 미국에서 특히나 심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주장하기를:
우리가 필요한 것은 행동의 과학 기술이다. 우리가 소립자를 가속하거나(비록 이를 완전히 달성하지는 못하겠지만)절대 온도0도를 향해서 꾸준히 나아가는 자신감으로 우주선의 궤도를 수정하고 농업과 산업을 향상시키는 것과 똑같이 인구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면 이 문제를 충분히 빨리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능력이나 정확성에서 물리학이나 생물학적 기술에 필적할 행동 공학 기술은 없고 그 가능성을 우습게 보지 않는 사람도 그 가능성에 대해 안심하기보다 불안해한다. 이것이 우리가 "인간의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 물리학과 생물학에 비해 얼마나 뒤져 있는지, 따라서 이 세계가 냉혹하게 멸망으로 움직이는 것을 막기에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 보여 준다.
그러므로 행동주의자들에게 마음은 우리가 처한 혼돈 속에서 스스로를 조절할 필요성에 대한 응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임은 분명하다.
비록 도널드 헵은 행동주의자들의 신조를 손상시키는 데 많은 역할을 했지만 그는 심리학 연구를 발전시키는 데 그들이 공헌한 것을 존중하고 있다. 1980 년 발간된 『마음에 관한 에세이 (Essay on mind)』 중 "행동주의에 관한 난센스" 라고 명명된 절에서 그는 행동주의와 왓슨을 따돌리는 사람들을 비난했다:
이들은 지적으로 말해 논리적인 비판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왓슨은 그냥 틀린 것이 아니라 사악하게 틀렸다. 이런 그에 대한 의견은 사실과 어긋나는 것이고 더 현명한 판단을 요하는 문제들에서 극단적인 자세를 취하는 심리학과 사회과학의 대표적 약점을 보여 준다. 왓슨에 대한 그런 견해는 만약 그들이 이류나 삼류적 비판에 만족하지 않고 기록을 조사하는 수고를 한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헵은 왓슨이 두 가지 일을 했음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첫째로 내부 성찰 없이 전적으로 객관적 증거에 기초한 심리학 연구의 일반적 방법을 공식화했다. 이것에 불평할 사람은 없다. 실험 과학자는 적당하다고 여겨지기만 하면 어떤 규칙을 쓰든지 자유롭게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그러나 왓슨은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그는 "불유쾌하고" "잔인무도한" 이론을 제기했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비판자들은 이에 대해 이성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인간의 복지를 위해 귀중한 공헌을 한 경력이 있는 훌륭한 실험학자로서 이는 사회 과학 잡지의 논평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것이다. 나 역시 그의 급진적 실증주의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이것 때문에 비판자들이 그의 빼어난 업적에 눈멀어서는 안 된다.『자유와 존엄성을 넘어서』에서 긍정적인 보상으로 벌을 대신하고 범죄자들이 다시는 범죄 행위를 하고 싶어하지 않도록 하자는 제안이 넓은 영역의 사회 과학자들에게 사고를 억제하는 악의에 찬 계획으로 비쳤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행동주의를 맹목적 무능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지나 편견 아니면 그 둘 다이다. 그것은 결코 학자적 태도가 아님이 분명하다.
그러면 도널드 헵 (Donald Hebb) 은 두뇌와 마음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는 1949 년 개인의 학습이 실제의 심리 실험에서는 단조로운 곡선이 아니라 매일 매일 오락가락하는 모양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습을 통해 꾸준히 향상되는 교과서적인 단조로운 곡선은 많은 주제들에 대해 측정한 것을 평균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비록 이런 가변성을 다양한 이론적 관점을 가진 작가들은 서로 다르게 설명하고 있지만, 그것의 대부분은 대상이 학습 목표에 대해 갖는 자세의 변화에서 생겨난다고 헵은 생각했다. 신피질 중 지각 부위가 차지하는 면적의 비율로부터 기대할 수 있듯이, 쥐보다 개나 고양이가 더 오래, 사람은 더욱 오랫동안 지시받은 행동이나 자발적 유희를 지속하는 현상이 이 효과와 관련되어 있다. 그는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만 활동을 계속 유지하는 중추 신경의 영향을 배제하고서는 포유 동물의 학습과 문제 해결 능력을 설명할 수 없다" 고 주장했다 (Hebb, 1949).
실험적으로 행동에서 나타나는 의식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목적', '수단-목표의 준비', 즉 운동 동일성 등과 더불어 친숙한 환경의 서로 다른 측면들에 연속적으로 변하며 선택적으로 대응하는, 비정상적이거나 뜻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변함 없는 대응이다.
1949 년의 헵은 의식의 메커니즘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1980년 그가 마음과 의식을 자기 식으로 사용하면서 그의 입장을 좀더 자세히 기술했다. 그는 마음을 그것의 행동을 통제하는 두뇌의 한 양상으로 보았고 그러한 통제의 본질이 "정신적이거나 비물질적" 이거나 "두뇌의 물리적 활동" 이라는 데 주목했다. 마음을 영혼으로 보는 것이 생기론 (生氣論) 인데, 현대 생물학의 과학적 이론들에는 끼어들 틈이 없다. 그래서 그는 이원주의를 "인간을 이해하는 과학적 방법에 방해만 되는" 것으로 폄하한다. 비록 이원주의가 틀림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과학의 역할은 이것이 틀리다는 가정에서 출발하여 어디까지 진보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헵은 그의 일반적 입장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마음은 사고 능력이며 의식은 현재의 사고 활동이고 사고 자체는 두뇌의 활동이다.
에르빈 슈뢰딩거 (Erwin Schödinger) 의 과학적 활동들은 이
책에서 다루는 모든 주제와 만나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의 제2장을 그의 기념비적인
원자 구조의 이론과 양자론에 바탕하여 생물학적 실체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흥미로운 주제인 유명한 그의 고양이에 할애했다. 3 장에서는 슈외딩거의 유전자
암호의 위치를 지정하는 제안에 주목한 바 있다. 그는 1943년 강의록을 출판하면서
(Schödinger,1944). "결정론과 자유의지에 대하여" 라는 제목을 가진
후기를 첨가했다. (로마 카톨릭 교회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책의 출판을 미뤘지만
결국 10만 부 이상이 팔리게 된다.) 이 후기에서 그는 양자적 비결정성이 생물 현상과는
무관하며(부록 E를 참조할 것), "마음의 활동, 스스로의 의식, 혹은 기타 다른
행동들과 관련된 생명체의 시공간적 사건들은 완벽히 결정론적이지는 않더라도 좌우간에
통계적으로는 결정론적이다." (표본의 수가 n 인 여론 조사는 통계적 오차 가 있기 때문이다.) 고 했다.
그 후 그는 두 가지 전제 위에서 이 장의 중심 주제로 옮겨간다. 첫 번째는 "나의 신체는 자연의 법칙을 그대로 따르며 작동한다" 이다. 이것은 제임스의 로봇 이론을 가로막은 난관이었다. 정신적 실체에 대한 퇴로를 막는 난관은 두 번째 가정이다. "그럼에도 내부 성찰의 경험에서 나의 신체를 움직여 치명적이거나 매우 중요한 효과를 예견하는 것은 바로 나이고 그래서 내가 나의 행동에 전적인 책임감을 느낀다." 이 두 가정은 "내가 자연의 법칙에 의거해서 '원자들의 운동' 을 조정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라는 그의 추론이 불가피했다.
1956년 슈뢰딩거는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의 타너 강연 (Tarner Lectures) 의 연사로 초청을 받았는데, 그가 행할 강연의 주제는 "마음과 물질" 이었다. 비록 건강이 나빠져 강연을 할 수는 없었지만, 대신 강의 노트를 읽어 주는 것으로 대체되었고 이는 그의 앞선 책에 대한 후속편에 해당하는 짧은 책으로 출판되었다 (Schödinger, 1958). 『마음과 물질 (Mind and matter)』의 첫 장은 "의식의 물리학적 기초" 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여기서 그는 곧바로 다음의 질문을 제기한다.
어떤 종류의 물질적 과정이 의식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가?
의식은 신경 활동에서 생겨난다는 환원주의자들의 견해를 지적인 "파산" 으로 일축하고 그는 뉴런의 많은 활동이 의식을 수반하지 않음을 지적한 후 "의식은 생명체의 교육을 관장하는 개인 교사지만 학생들이 충분히 숙련되어 있는 과제들에 대해서는 그들 스스로 처리하도록 내 버려 둔다" 는 결론을 내린다. 다른 말로 하면:
의식은 생명체의 학습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배우는 과정에는 의식이 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진화는 의식의 한 형태를 포함하고, 그라 비록 "나는 과학자이지 윤리 교사는 아니다" 라고 항의하기는 했지만 이 시각으로부터 윤리학의 과학적 체계를 그렸다. 이 이론은 독립적인 동물의 이기주의와 사회적 동물의 이타적 공유감 사이의 투쟁이라고 묘사할 수 있다. 이 질문은 8 장에서 다시 논하기로 한다.
명백히 셰링턴의 영향을 받은 슈뢰딩거는 "객관화의 원리" 혹은 우리를 둘러싼 실제하는 세계의 가설에 대해 논했다. 이 세계를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우리는 "이 세계에 속하지 않는 관망자의 입장으로" 한 걸음 물러서지만 이것의 논리는 다음 두 상황에 의해 가려진다고 그는 논한다:
첫째로 (내 자신의 정신 활동과 매우 직접적이고 밀접하게 연관된) 나의 신체는 내 지각, 감정, 그리고 기억으로부터 내가 구성한 객관적 대상 (나를 둘러싼 실재하는 세계) 의 일부분이다. 둘째로 다른 사람들의 신체는 이 객관적 세계의 부분을 형성한다. 또 나는 다른 사람들의 신체도 의식 영역의 자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혹은 사실상 신체가 그 자리임을 믿을 만한 매우 훌륭한 근거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의식에 결코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없어서 그것들을 내 주위의 실재 세계의 일부를 형성하는 객관적인 무엇으로 간주하게 된다. 그러므로 말하자면 나는 (이 세계를 심리적 산물로 구성해 낸) 내 마음을 다시 그 세계 안에 갖다 놓은 셈이다. 이 연쇄적인 잘못된 결론들에서 비참한 논리적 결과들의 아수라장이 나타난다.
그가 주목한 두 개의 "가장 시끄러운" 모순들 중 첫째는 우리의 세계가 "무색의 차갑고 침묵하는 " 것임을 발견하고 이에 놀라는 것이다. 우리는 오후의 햇살에 느껴지는 장미의 색, 등산을 마친 후 모닥불에서 느끼는 온기, 별들에 이르려는 바이올린의 소리 등 우리 모두가 지각할 수 있는 것들이 우리 자신이 없어진 세계에서는 사라져 버린다는 것에 놀라서는 안 된다. 두 번째 모순은 마음의 위치를 찾으려는 우리의 헛된 노력에서 발견된다. 우리의 객관적 세계는 그것에서 마음을 제거함으로써 얻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거기서 그것을 발견할 수 없음에 놀라서는 안 된다.
슈뢰딩거는 신체 내에서 의식의 위치를 찾으려는 습관을 단순히 상징적인 것으로 보았다. "아무리 생리학이 발전하여 "머리를 들여다보아도" 1초에 수만 번 열렸다가 닫히는 접촉들" 은 보이지만 어디에도 우리 모두의 현실을 구성하는 감정들을 발견할 수는 없다. 이 문제가 정확히 별을 바라보는 것과 관련해서 셰링턴이 제기했던 것임을 앞 장에서 살펴보았다. 또다시 환원주의적 유물론과 심리적 실체 사이의 틈이 크게 입벌리고 있는 것이다.
슈뢰딩거에 따르면 우리가 과학적 세계관에서 정신적 자아를 발견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히 표현해 다음과 같다:
객관적 세계가 원래 그렇기 때문이다.
1950 년 앨런 튜링 (Alan Turing) 은 이 자극적인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지만 그에 대해 답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이와 연관된 질문: "모방 게임에서 기계가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를 제기한다.
이 게임에서 대상 (사람이나 테스트를 받는 기계) 은 질의자들에게 가려져 있고 인쇄 매체로만 대화한다. 질의자는 그 대상이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별해야 하는데, 만약 기계가 사람처럼 잘 한다면 그 기계는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판정받는다.
지금은 튜링 테스트 (Turing test) 라 불리는 이 방법은 생각한다는 동사의 사용상의 정의를 제공하지만, 더 어려운 점은 기계라는 용어의 정의이다. 비록 아직 완전히 기술되지 못하는 것을 포함해 어떤 종류의 조립 방식도 허용되어야겠지만, 컴퓨터 공학자나 복제 인간 등은 제외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어려운 점들을 피하기 위해 튜링은 기계란 디지털 컴퓨터이어야 한다고 제한했다. 따라서 앞의 질문은 좀더 제한되고 정확하게 다음과 같이 다듬을 수 있다:
디지털 컴퓨터가 모방 게임에서 인간으로 판정될 수 있을까?
튜링은 "50 년 내에 약 109 정도의 저장 능력을 가지는 컴퓨터가 평범한 질의자가 5 분간 질의하여 올바른 결정을 내릴 확률이 70 퍼센트를 초과하지 않도록 잘 행동하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할 것이다" 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튜링은 그의 믿음에 반대하는 여러 의견들을 고려해 보았다. 이들 가운데 생각은 신이 내린 영혼에 의한 것이라거나 생각하는 기계들이 일으키는 공포 등에 기초한 반대는 즉각 배격했다. 괴델의 정리 (쿠르트 괴델〔Kurt Gödel〕이 1931 년 증명한 대수학과 같은 논리 체계가 주어진 공리들로는 증명할 수 없는 참인 명제를 포함한다는 정리) 를 바탕으로 한 수학적이 반대, 기계는 의식이 부족하다거나 신경계는 디지털 컴퓨터 아니라는 생물학적 반대도, 그리고 초감각적 지각이 관찰되었다는 것과 관련한 반대도 있었지만, 그는 이들이 어느 방향으로든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튜링이 볼 때 더욱 심각한 반대는 기계란 오로지 지시받은 것만을 한다는 것, 새로운 것을 스스로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생각은 창조적인 행위여서, 다시 의식의 문제로 되돌아게 된다. 이런 반대를 전개하는 사람들은 모방 테스트의 결과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제 "약 50 년이라는 세월" 이 흘렀으니 우리는 튜링의 예언을 심사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한 가지는 그가 확실히 옳았다. 즉, 보통의 노트북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기억 용량도 1 기가바이트 이상이어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저장하기에도 충분하게 되었다. 비록 인터넷 정보 고속 도로를 질주하는 컴퓨터들이 사이버공간에서 가상 집단을 이룬다 하더라도 -나는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가 컴퓨터의 지능에 대해 예언했던 것은 너무 낙관한 것이었다. 아직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자연스럽게 통역할 수 있는 프로그램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1969 년 『미국철학회보 (Proceedings of the American Philosophical Society)』 에 실린 짧지만 사려 깊은 논문에서 저명한 수리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 (Eugene Wigner) 는 "우리가 기계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논문에서 그는 생명의 본질에 관한 두 가지 표준적이 관점들을 이야기했다. 첫째는 기계적이다. 생명은 "보통의 물리학 및 화학의 법칙들" 을 바탕으로 설명되는 과정이다. 위그너는 1940 년대까지 대부분의 물리 과학자들이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있음에 주목했다. 두 번째 관점은 비기계적인 것이다. "무생명체 외에도 마음, 의식등이 존재한다. 그래서....생명체를 이루는 원자와 분자들의 운동만 가지고는 생명을 완벽히 기술할 수 없다."
위그너는 물리학자의 관점에서 보통의 물리학과화학적 법칙은 양자 역학의 법칙들로 대체되었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2 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원자들의 속도와 위치는 정확히 결정될 수 없으므로 이 새로운 이론은 정확한 초기 데이터가 아니라 "앞선 측정의 결과와 특징을 알 경우, 새로운 측정을 할 때 얻어질 결과에 대한 확률" 이라는 양으로 표현된다. 비록 원자들의 위치라는 개념이 흔히 유용하기는 하지만,
양자 역학 이론에 따르면 가장 기본적 개념은 위치가 아니라 분자의 상태에 대한 관찰자의 지식이고 이 기본적 개념 - 관찰자의 의식이 갖는 내용 - 을 원자의 위치와 같은 어떤 조건에서만 유효한 파생된 개념을 이용해 기술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위그너는 진공에서 자기장의 세기를 모르고 전기장의 세기를 파동 방정식 - 부록 I 를 볼 것 - 으로부터 얻으려는 것을 부적절하거나 불완전한 이론에 대한 간단한 예로 들고 있다. 그는 생명의 기계적인 모형도 이와 비슷하게 실체의 부분적인 기술만을 우리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불완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말하기를 "우리의 두뇌에서 진행되는 복잡한 화학 반응에 별로 흥미로운 점은 없고,"
이런 반응들로부터 내가 느끼는 즐거움이나 고통과 같은 마음의 상태를 추론해 낼 수 없는 한, 좀 반응이 달려져도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물리 이론을 바탕으로 이런 추론이 불가능함을 증명할 수는 없다. 현재로선 이런 물리-화학 반응들이 마음의 상태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티끌 만한 아이디어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위그너가 이 글을 쓴 이래 심리 약리학의 분야에 약간의 발전이 있었다.알코올, 프로작 (Prozac), 코카인 세로토닌, 카페인 등이 두뇌에 작용하는 영향에 관한 지식들이 축적되고 있지만, 이직 그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여전히 모른다.
현재의 물리학 법칙들이 마음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충분할지도 모른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의식과 실재하는 물리적 세계를 연결하는 방정식을 발견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것은 이들의 재해석이 아니라 물리 법칙을 수정하는 것이라고 위그너는 믿는다. 과학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수정이 현재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는 미묘한 성질이나 추상적 개념들이 도입되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우리가 기계인가? 위그너의 답은 이것이다:
만약 예측 가능함이 기계임을 말해 주는 필요 조건이라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사람의 두뇌는 두 개의 반구로 나누어져 있고, 이들은 뇌량 (腦梁) 이라고 불리는 수억 개의 섬유 다발로 연결되어 있다(그림 20). 1940년대의 여러 의학 보고서들은 이 뇌량을 외과 수술로 완전히 잘라 내어도(전뇌 접합부 절제 수술)어떤 명백한 심리적 결함도 나타나지 않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한 관찰에 고무되어 로저 스페리 (Roger Sperry) 와 그의 동료들은 영장류와 인간에 대한 일련의 심리 연구를 시작하여, 4반 세기 동안의 연구 결과를 그의 책(1977)에서 보고하고 논평했다. (인간 환자에 대해서는 난치병인 간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 수술을 시행했다.)
실험 대상의 왼쪽 두뇌 반구는 오른쪽 반구와 다른 이미지를 받도록 한다. 인간에게는 얼굴 사진을 반으로 찢어서, 영장류에게는 가위와 동그라미를 각각의 반구가 "독립적으로 느끼고, 자각하고, 배우고 그리고 기억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왼쪽 반구의 측두엽은 인간의 언어 능력의 중추이기 때문에, 이 "음성 반구" 와 지각한 것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오른쪽 반구는 왼쪽 반구의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해서 대상자가 자주 "머리를 혐오스럽게 흔들거나 지겹다는 얼굴 표정" 을 짓게 한다. 반면에 감정은 한쪽에서 다른 반구로 뇌간을 따라 빠르게 전달되는 듯이 보인다. 이 실험들을 바탕으로 스페리는 비록 반론이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접합부 절제 수술 후에는 두 반구들이 독립적으로 의식한다고 결론지었다.
두 반구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의식에 대한 더 극적인 증거는 뇌량을 완전히 절단해 내는 수술을 받은 33 세의 대학 교육까지 받은 여성에 대한 신경의학자 빅터 마트 (Victor Mark) 의 최근의 임상 실험에서 제공된다 (Mark, 1995). 이 여성은 글은 항상 왼손으로 쓰지만 다른 활동은 오른손을 선호했고 수술하기 전에는 양쪽 반구 모두가 그녀의 말하는 능력에 관계한다는 증거가 있었다. (이 증거는 바비투르산염을 각각의 경동맥에 분리해 주사하여 언어와 주로 관련된 반구를 결정하는 와다 테스트〔Wada test〕에 서 그녀가 보인 반응을 통해서 얻어졌다.) 어떤 상황에서 이 환자는 자기 모순에 빠지곤 했다. "간질병에 대한 질문에 답할 대는 힘든 심리 테스트를 받을 때, 그녀는 '예' 와 '아니오', 혹은 '맞지 않아요!' 하는 응답들을 빠르게 자주 번복하는 경향이 있엇다. 그녀는 자신의 그런 행동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고 자주 속이 상해하거나 대답을 회피했다.
어떤 경우엔 그녀가 자신의 왼손에 감각이 없다고 산 적이 있었다. 마크가 그녀의 말을 되풀이하자, "자신이 마비된 것이 아니라고 말했고, 바로 '예!' 와 '아니오!' 하는 대답을 격렬히 반복하더니, 자포자기한 듯이 '나는 모르겠어!' 라고 말했다." 마크는 수술 때문에 그녀의 왼쪽 반구가 왼손의 감각을 못 느끼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더 뒷받침하는 증거가 "당신의 왼손이 마비되었나요?" 라는 질문에 예와 아니오를 가리켜서 답하도록 요구했을 때 나타났다. "왼손은 '아니오' 라는 말을 가리키는데 오른손은 '예' 를 가리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환자는 일치가 되지 않음에 감정이 상해서, 격렬히 반복적으로 '옳은' 답을 가리키려고 힘써 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왼손이 강제로 오른손을 치워서 '예' 라는 말을 가려 버렸다.
미록 모든 접합부 절제 수술 환자가 이런 정도까지 상충됨을 보이지는 않지만, 이 여성은 두 반구가 "동시에 자극을 해석하고, 의견을 형성하며, 명백한 기호적 방법으로 의사 소통을 하는" 독립적인 신경 구조를 가진 듯했다. 이 관찰을 통해서 마크는 비록 뇌량이 두뇌가 방심하지 않고 주의 깊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지만, "의식의 필수적인 구조는 뇌간과 연결된 각각의 반구" 라고 결론지었다.
보통의 두뇌에서 생기는 의식의 본질을 얻기 위해 이런 분리된 두뇌에 대한 실험의 의미를 고려해 본 후 스페리는 이 책의 주된 요점에 가까운 결론을 도출했다. 그는 처음에 행동주의와 환원주의적 유물론에 깊은 영향을 받아 의식적 마음이 행동에 인과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가치도 없는 사고" 라고 반대했지만,결국 그는 의식이
두뇌의 활동이 역동적으로 출현한 것으로 그것을 이루는 뉴런의 활동과 동일하지도,그것으로 환원할 수도 없음을 알 게 되었다. 더 나아가 의식은 부수 현상이나 내부적 측면, 혹은 여타 두뇌의 수동적 상관물이라기보다, 대뇌에서 진행되는 과정 그 자체인 주체적 완성체로서 두뇌의 상호 작용에 잠재적인 인과적 영향을 미친다. 두뇌의 계층적 구조에서 가장 위쪽에 위치한 최고의 명령 체계로서 그 하부 단계들인 생물물리적 그리고 화학적 활동들을 조종하는 주체적 특성을 발휘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비록 행동주의자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의식이 "진화의 업적 중 가장 훌륭한 것" 이라는 견해에 이르게 되었다. 더 나아가 그는
주관적인 특성들에 부여된 인과적 힘은 신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 완성품이 자신을 이루는 부품에 대해 가지는 보편적인 힘과 함께 신경계의 계층 구조 안에 존재한다. 한 단위로서 행동하고, 반응하며,그리고 상호 작용하는 완성된 계는 전체로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체계적 조직성을 갖고 자신의 부품들이 나아갈 방향과 운명을 조절한다. 전체가 하나의 계 (系, system) 로서 가지는 특성들은 그것을 이루는 부품들의 성질로 환원할 수 없으며, 높은 단계의 성질들은 낮은 단계가 가지는 성질들에 인과론적 영향을 미친다. 두뇌의 작용에서 높은 수준의 두뇌 활동 가지는 의식적 성질들은 낮은 단계인 뉴런들에서 생기는 현상들을 결정한다.
고 주장했다. 이를 비유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잉크의 화학적 특성을 안다고 해도 그것으로 씌어진 문장의 의미를 알 수는 없다.
마음-육체의 문제에 흥미를 가진 모든 사람들은 칼 포퍼 (Karl Popper) 와 존 에클스 (John Eccles) 의 섬세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저술 『자아와 그 두뇌 (The self and its brain)』(1977) 라는 책을 꼭 읽어야 한다. '상호 작용주의에 대한 주장 (An argument for interactionism)' 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포퍼의 철학적 직관들과 저명한 전기 생리학자인 에클스의 과학적 지식을 각자가 쓴 부분과 둘 사이에 나눈 12 번의 대화 등을 재치 있게 엮고 있다. 처음에 포퍼는 자신의 중심적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립한다:
나는 내가 자아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음을 분명하고 어떤 모호함도 없이 표명하고 싶다.
그 후 그는 실체를 세 가지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고 기본적으로 생각했다.
세계 1. 이것은 슈뢰딩거의 객관적 세계로서 이 책의 2 장에서 6 장까지 살펴본 영역이다. 포퍼의 말을 빌면, 이것은 "물리적 실재들의 우주" 로서 여러 단계들의 물리 과학이 적절한 동역학적 법칙을 통해 서로 상호 작용한다. 환원주의적 유물론자들은 이것이 모든 실체를 포함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세계 2. 인정하든 안하든 우리는 물리적 실재의 우주를 넘어서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희망이나 두려움이 범벅이 된 욕망, 생각, 고통, 기쁨, 슬픔, 사랑, 계획, 노력, 그리고 노래 등 내적 삶의 심리적 실체를 경험하고 있다. 이 내적 실체를 세계 2라고 부르는데 물론 각자에게 하나씩 매우 많은 세계 2 가 존재한다.
세계 3. 넓은 뜻에서 인간의 문화적 세계를 세계 3 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소설, 신화, 수단, 과학 이론 (옳든 아니든), 과학적 문제들, 사회단체, 그리고 예술 작품 등 인간의 마음의 산물들" 이 모두 포함한다.
포퍼는 유사한 관점이 "가시계" (세계 1), "가지계" (세계 3), 그리고 "영혼의 상태" (세계 2) 로 구분한 플라톤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음에 주목한다.
세계 1, 2, 3 사이의 상호 작용은 다음과 같이 고려할 수 있다. 세계 3 의 항목들은 자주 세계 1의 물체로 구체화된다. 소설은 (각 페이지의 글자를 형성하는 잉크로 씌어진) 인쇄된 책으로서 존재하거나 플로피 디스켓에 담겨 있다. 그러나 세계 3의 물체들은 그것을 표현한 세계 1 과는 별개의 것이다. 세계 3 의 어떤 항목들은 세계 1과 무관하게 존재할 수 있다. 문자가 발견되거나 사용되기 전에 원시적으로 구전되어 오던 이야기들을 예로 들 수 있는 데, 이 때 이야기는 마을의 노인의 마음 (세계 2) 속에 존재한다. 세계 3 의 항목들은 세계 1 이나 세계 2 와 무관하게 아직 형체를 띠지 않아 발견되지 않은 채로 존재할 수도 있다. 포퍼는 자연수에 대해서 알려진 후 아직 그 성질이 규명되지 않은 소수를 이에 대한 예로 들고 있다. 세계 2 가 실재하는 이유는 그의 존재가 세계 1 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두려움과 사랑의 감정은 어떤 사람이 예기치 못한 행동을 하도록 하여 뜻하지 않았던 효과를 세계 1 에 미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야만족의 왕자가 외국 신부와 결혼함으로써 그 영토에 새로운 유행 (세계 3) 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세계 1 에서 새로운 물체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이런 의미로 아직 형상화되지 못한 세계 3 적 물체들도 역시 실재한다. 예를 들어 원자 폭탄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결국 그것을 만들게 되었고 이는 아직 우리가 충분히 알아차리지 못한 결과를 세계 1 에 주었다 등등이다.
포퍼에 따르면, 세계 3 을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마음-육체 문제를 밝힐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견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세 가지 주장을 하는데 그 첫 번째는 다음과 같다. 비록 세계 3 적 물체들이 (물리적인 힘보다 더욱) 추상적이긴 하지만 그들은 세계 1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역시 실재한다. 그러나 세계 3 은 세계 2 의 과정이 포함되므로 인간이 개입해야만 세계 1 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비록 유물론의 위대한 전통에 복종하고 있는 우리가 받아들이기 싫을 지 모르지만 우리는 세계 3의 물체들과 세계 2 적 과정들 모두 실재함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포피의 두 번째 주장은 세계 3 과 세계 2 의 관련성을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세계 2 와 세계 1 사이의 관계, 즉 마음-육체 문제의 한 측면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세 번째 주장은 인간 언어의 본질과 관련되어 있다. "어떤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 - 그리고 언어를 배워야 하는 강한 필요성 - 은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특정한 언어를 실제로 배우는 것은 세계 3 적인 문화적 과정으로서 자연 도태에 의해 얻어진 유전자 배열이 문화적 진화에 바탕을 둔 탐구와 학습이라는 의식적 과정과의 부분적인 중복과 상호 작용이다. 이것은 세계 3 과 세계 1의 상호 작용이라는 생각을 뒷받침해 주며 앞의 논지에서 보면 세계 2 의 존재를 지지한다."
포퍼의 견해로는 자아의 개념이 세 개의 세계 모두에 바탕을 두지만 특히 세계 3 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우리가 자아를 갖기 위해서는 학습해야 함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장에서 나오는 폰 센덴의 "보기 위해 학습해야 하는 것" 과 비교하라.) 사회가 없는 곳에서는 완전히 성숙한 인간으로 진화하지 못한다: 사회적 상호 작용이 없다면 인간은 야만적인 호모 페루스 (Homo ferus) 로 퇴화된다.
포퍼는 "의식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흔히 그가 피하고자 하는 말장난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는 의식과 관련된 문제들을 풀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신 그 개념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는 연구 계획을 말하고자 한다. 그의 입장에는 어떤 신비로운 점도 없다. 그는 "자아의 정체성과 완전성이 물리적 기반을 가지고 있음은 꽤 명백하다. 이들은 우리의 두뇌에 집중되어 있다" 고 말한다. 계속해서 그는 " 만약 완전무결한 두뇌의 이식이 가능하다면, 이는 자아와 마음도 완전히 옮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 가정한다. "나는 물리주의자 (physicalist) 이든 아니든 의견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의 도움으로 생물들이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포퍼는 세 가지 답들을 제시한다. 첫째는 일상적이지 않은 문제들을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좋은 예가 글을 쓰거나 지적인 연설 등, 계속 새로운 문장을 구성해야 하는 경우이다. (아마 컴퓨터가 언어를 번역하고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의식을 갖는 방식으로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의식은 새로운 이론적 관점이나 예측을 하기 이해 필요하다. 예기치 않았던 사건에는 의식적 주의가 필요해진다. 끝으로 어떤 목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양자 택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때 , 이 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클스가 집필한 부분은 전기 생리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논의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과거에는 자각하는 마음의 여러 가지 징후들과 관련된 뉴런의 역할이 너무 고려되지 않았다. 두뇌-마음의 문제에 대해 유물론적 이론을 제시하는 철학자들은 이제 과학이 제공할 수 있는 두뇌에 대한 최고의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철학을 정리해야 한다. 불행히도 그들은 아직 오류에 빠진 생각으로 쉽게 빠질 수 있는 조잡하고 낡은 정보에 만족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과 과학 저술가들조차 두뇌의 과학적 지식을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에클스는 현 단계의 과학 지식으로 두뇌-마음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현재의 지식만으로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이론들을 불신임할 수 있고 의식적 인지, 자발적 행동, 그리고 의식적 기억 등 근본적인 문제들을 새롭게 직관할 수 있다" 고 말한다.
그는 대뇌 피질의 거시적 및 미시적 특징을 살펴보는 데에서 출발하는데, 이것은 6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수평 방향으로 운동부와 지각 전달부로 나뉘어져 두뇌를 감싸는 커다란 층구조이다. 대뇌 피질은 각각 약 104 개 뉴런들로 이루어지고 표면과 수직한 모듈들 (길이는 3 mm, 폭이 0.1 에서 0.5 mm) 로 더 세분된다. 이 모듈들은 상호 연결부에 의해 붙어 있어서 주위의 다른 모듈은 억제하면서 각각이 "동력" (혹은 뉴런의 발화 활동) 을 발동한다. 에클스는 이 모듈들 각각이 뉴런 활동을 하기 위해 서로 다투는 "동력 단위" 로 간주하는데, 이 경쟁은 항상 통제되고 있다.
우리가 인간의 대뇌 피질을 각각 만 개 정도의 뉴런들로 이루어진 모듈들이 약 백반 내지 2백만 개 모여 이루어진 민감한 뉴런들의 장치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이런 연속적인 상호 작용 때문이다. 인간이나 고등 동물의 대뇌 피질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지만, 그 복잡성은 지금까지 우주에서 발견되었거나 컴퓨터 기술로 만들어진 그 무엇보다도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휠씬 더 복잡한 동역학적 복잡계이다.
에클스가 추정한 모듈의 개수는 신피질에 있는 뉴런의 수 (2 × 1010) 를 한 개의 모듈에 포함된 뉴런의 수 (104) 로 나눈 것이다. 만약 한 개의 세포가 하나 이상의 모듈에 참가하기 때문에 앞장에서 설명한 레젠디나 홉필드의 계산을 도입해야 한다면, 모듈 개수는 몇 자리수 더 늘어날 것이다.
에클스는 장애를 가진 두뇌에서 알 게 된 사실들, 특히 스페리 (Sperry, 1977) 의 연구에 입각해서 "의식적 경험은 주도적인 두뇌 반구에서만 유일하고 배타적으로 발생하다" 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결론은 그가 쓴 부분의 중심인 "스스로 자각하는 마음과 두뇌" 라는 제목의 장에서 "자각하는 마음은 독립적인 존재" 라는 그의 가정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그는 이 존재가 운동하는 (때때로 "거대한 집단" 이나 "식민지" 로 불리는) 대뇌 피질 모듈들을 활발히 살펴보고 감독한다고 말하며, "의식적 경험의 독특한 특성이 뉴런 장치의 궁극적인 합성에서가 아니라 손상된 두뇌의 매우 다양한 뉴런의 활동들이 총체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고 제안한다.
이것은 자각하는 마음이 "뉴런의 장치와 포개져 있다" 고 가정하는 이뤈론자 -상호 작용론자적 설명이다. 두뇌 피질 어디선가(손상된 부위)마음과 두뇌 간의 양방향 상호 작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세계 1 ⇔ 세계 2
로 표시할 수 있는 연속적인 주관적 상호 작용이 문화적 상호 작용인
세계 1 ⇔ 세계 2 ⇔ 세계 3
에 추가하여 존재하는데, 이 때
세계 1 ← 세계 2
는 자발적인 행동을,
세계 1 → 세계 2
는 인식을 나타낸다.
에클스는 이 가설이 이전의 이원론적 가정들보다 더 강력하고 명백하다고 주장하며, 그 증거로 네 가지를 인용한다. 첫째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스스로를 의식하는 마음은 주어진 시간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일원적 특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둘째는 비록 자각하는 마음의 경험과 두뇌의 뉴런이 일으키는 사건들이 어떤 관련을 갖겠지만, 같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신호들이 자각하는 마음과 직접 연관이 있다고는 상상할 수 없다." 셋째로 뉴런의 사건들과 정신적 경험 사이에 시간적 차이가 관찰된다는 점이다. (그림 17 에서 보이는 것처럼 신호가 나오는 시간은 하나의 뉴런에 대해서도 잡아 내기 힘들다.) 특히, 생리학자 벤저민 리벳 (Benjamin Libet) 과 그의 동료들은 "주관의 시간 선행", 즉 의식적 인지가 시간상으로 과거 사건에 관계하는 것의 증거를 제시했다 (Libet, 1973: Libet et al., 1979). 에클스는 잠정적으로 이 연구 결과가 자각적 마음이 두뇌와 다른 동역학을 따르는 증거라고 인정했으나, 이 실험 결과는 다른 방식으로도 해석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Honderich, 1984; Libet, 1985). 마지막으로 자각적 마음이 두뇌에서 작용함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이런 상호 작용이 발생하는 위치는 활동중인 모듈 중 일부분인데 모든 모듈에서 한꺼번에 일어나지는 않는다. "이렇게 연합할 때만 신뢰와 효율이 생긴다."
포퍼와 에클스는 자각적 마음의 본질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이 있는 듯 하다. 포퍼가 말한 "자아의 정체성과 완전성이 물리적인 바탕을 가짐은 매우 분명하다" 를 에클스의 "나는 사람의 두뇌에서 진행되는 고도의 의식 단계를 설명하려는 환원주의자의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와 배교해 보자. 이 질문은 에클스와 포퍼가 세계 1과 세계2의 관계를 토론한 대화 10 편에서 다루어진다.
포퍼는 이 문제가 어려워서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론이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세계 2 를 가정한 것이 물리학의 근본 법칙들, 특히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상충되지 않는지 살펴보고 있다. 대략적인 모형으로 도태가 돌연변이에 미치는 영향을 예로 들고, 뉴턴 역학이 전자기력에, 전자기 역학이 핵력과 약력에 열려 있음을 주목하면서, 그는 다음과 같은 잠정적 결론을 내린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세계 1 이 세계 2 에 대해 열려 있음을 가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세계 1 이 세계 1 중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단지 열려 있다고 하여 세계 3 적인 계획과 이론들이 세계 1에 변화를 가져 온다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에클스는 생명이 물리학과 화학의 평범한 법칙들로 설명될 수 없다는 슈뢰딩거와 위그너의 견해를 상기시키는 것으로 대응한다.
(주석 : blindsight : 눈으로 볼 수는 없으나 광원이나 가시적인 자극물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맹인의 능력.)
어떤 사람은 의식이 두뇌가 하는 일의 수동적인 산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마치 "하프의 현에서 멜로디가 흐르듯이"), 정신 활동의 자각이 변경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실험은 흥미롭다. 그런 현상 중 하나는 - 로렌스 바이스크란츠 (Lawrence Weiskrantz, 1986) 가 맹인시각이라고 부르는 - 시신경 피질의 일부분을 외과 수술로 절제한 환자나 실험 동물이 보이는 예기치 못한 능력들이다. 아마 가장 좋은 기록은 1940 년생 영국 남자 D.B. 의 경우일 것인데, 그의 심한 두통은 그가 20대 후반이 되었을 때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1973 년 외과 수술로 시각 피질의 이상 부위를 제거하자 그는 고통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삶을 계속할 수 있었지만 기대했던 대로 양쪽 눈의 왼쪽 시야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보이지 않게 된 부분에 시각적 자극을 줄 때 D.B. 가 보인 반응을 우연히 관찰한 후 바이스크란츠와 그의 동료들은 1973 년에서 1985 년 사이에 일련의 자세한 실험을 수행했다 (Weiskrants, 1986). 이 연구에는 임의의 곳에 위치한 과녁을 찾는 것을 계속 관찰하고,시각 자극의 "있음" 과 "없음"의 탐지,시각적 예민함, 운동의 문턱 에너지,방위의 선호, 형태에 대한 차별 (X 대 O,T 대 4, A, C, D, R 혹은 S, 굽은 삼각형 대 직선 삼각형, 정사각형 대 직사각형, 정사각형 대 다아아몬드형), 반응이 느린 정도를 탐지하는 것, 그리고 대조되는 방향의 탐지 등이 포함되었다. 이런 모든 실험들은 맹점 부위가 통계적인 의미를 가지는 수준으로 반응함을 보여 주었으나 D.M. 은 자신이 그런 자극들을 지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단지 "추측" 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오른쪽(정상)시야를 자극하면 D.B.는 "보인다"거나 "안 보인다" 라고 말하는데 반해 왼쪽(맹점) 시야를 자극하면 "x라고 추정된다" 라거나 "x는 아닌 것 같다" 라고 말해 실증주의자라면 둘 다 즉흥적 반응으로 치부해 버릴 것을 바이스크란츠는 지각과 비지각에 대한 응답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뜻에서 맹인시각은 "무의식에서 손상된 시야가 볼 수 있는 능력" 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시각 처리의 자각은 맹인시각에서 끝나는 듯 보이는데 이는 의식이 어느 정도까지 뉴런들과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임을 증거한다. 최근에는 맹인 시각 환자가 색에도 민감하다는 연구들이 있다 (Stoerig & Cowey, 1989).
로저 펜로즈 (Roger Penrose) 는 그의 베스트셀러 『황제의 새 마음 (The emperor's new mind)』(1989) 에서, 인공 지능학계의 기능주의자들의 주장, 즉 두뇌가 하는 일을 연산으로 환원시켜 디지털 컴퓨터로 재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배격한다. 이를 위해서 그는 독자들을 컴퓨터 연산, 비선형 수학의 본질, 복잡성과 계산 가능성 이론(튜링 기계와 처치의 람다 미적분학), (일반 상대성 이론을 포함한)고전 역학, 양자 이론과 슈뢰딩거의 고양이, 우주론, 양자 중력, 괴델의 불완전 정리, 그리고 인간 두뇌의 구조 등으로 아주 재미있게 안내한다. 우리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컴퓨터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라는 제목의 첫 장과 "마음의 물리학은 어디에 존재할까?" 라는 마지막 장이다.
"모든 것이 디지털 컴퓨터" 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는데 그의 목표는 "이것이 왜 그리고 어떻게 그렇지 않은지를 밝히는 것" 이라고 그는 쓰고 있다. 그는 의식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시도하는 것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고, (특히 제임스, 셰링턴, 헵, 슈뢰딩거, 그리고 포퍼와 에클스처럼) 의식을 향해 진화하는 종들이 자연 도태에서 어떤 유리한 점들을 가질 수 있는지를 고려하고 있다.
의식이 연산적인 것이 아니고 따라서 연산적 컴퓨터는 이를 얻을 수 없다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수학적 영감과 비언어적인 사고의 몇 가지 예들을 제시한다. 펜로즈의 관점에서 수학은 발명된 것이 아니라 발견된 것으로 수학적 사고의 필수적 요소들은 처음에 정확하기보다는 오히려 모호하고 묘사적인 방식으로 전달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는
어떤 수학적 사고를 인지할 때마다 마음은 수학적 개념들의 플라톤적 세계와 접촉한다. (수학적 사고들이 그 자체로 존재하며 오로지 지성으로만 접근 가능한 이상적 플라톤 세계에 살고 있다는 플라톤의 견해를 기억하자.)수학적 진리를 '발견' 할 때 그의 의식은 이 이데아의 세계로 뚫고 들어가 그것과 직접 접촉하게 된다. ('지성을 통해서 접근함.')
라고 상상한다.
이 "이데아의 세계" 는 플라톤의 "가지계 (可知界, world of intelligible objects)" 로서 포퍼의 세계 3 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펜로즈는 고전 역학이 "원칙적으로" 계산 가능한 반면 양자 이론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양자 이론이 의식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모른다고 제안한다. 그는 하나의 광자 (혹은 몇 개) 도 뉴런의 활동 - 망막의 로돕신 단백질 - 을 일으킬 수 있음에 주목하고 이것이 다른 세포들도 비슷한 민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최근 한 인터뷰 (Penrose, 1994a) 에서 지적했듯이 그 자신도 이 제안에 결코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
『황제의 새 마음』에서 제기한 모든 관점들 중 가장 확신이 안 서는 것이 신경 신호가 정말로 양자 역학적으로 다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나 자신이 어떻게 그것을 믿게 되었지만 그것은 항상 좀 믿기 힘들었다.
좀 더 최근 예 펜로즈는 양자 의식의 문제를 『마음의 그림자": 잃어 버린 의식의 과학을 찾아서 (Shadows of the mind: A search for the missing science of consciousness)』(1994b) 라는 앞선 책의 후편에 해당하는 책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전반부에서 그는 정신 활동이 계산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을 되풀이한다. 문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 그는 네 가지 가능한 철학적 입장들을 약술한다.
A. 모든 사고는 계산이다. 특히 의식적 자각의 감정은 단지 적절한 계산을 수행함으로써 일으킬 수 있다.
B. 자각은 두뇌의 물리적 행동의 한 특징이다. 물리적 행동은 계산적으로 흉내 낼 수 있지만 이것으로 의식 자체를 불러일으킬 수는 없다.
C. 두뇌에 적당한 물리적 행동을 취하면 의식은 일어난다. 그러나 이 물리적 행위는 계산적으로 적절히 흉내 낼 수 없다.
D. 의식은 물리적, 계산적, 그리고 그 어떤 과학적 용어로도 설명될 수 없다.
A 는 강한 인공지능, 즉 기능주의적 입장이고 D는 신비주의적 입장이다. 펜로즈는 둘 다 배격하고 B 와 C 만을 고려한다. 그는 B 가 일반적으로 "과학적 상식" 으로 간주되는 관점인데 그 이유가 물리적 과정을 흉내 낸 것은 실제와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태풍을 컴퓨터로 흉내낸 것이 진짜 태풍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펜로즈가 진리에 가깝다고 믿은 것은 C 입장이다.
C 의 관점은 모든 물리적 행위를 컴퓨터로 흉내 낼 수 없기 때문에 성립되고 위그너처럼 펜로즈는 그러한 계산 불가능한 물리 법칙들이 현재 물리학의 한계밖에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의 후반부에서 펜로즈는 이런 계산 불가능한 물리적 행위가 존재하는 곳을 찾기 위해 물리학과 생물학으로 눈을 돌린다. "의식: 새로운 물리학인가 아니면 '창발적' 현상인가" 라는 제목을 가진 짧은 섹션에서 그는 의식이 두뇌에서만 나타나는 이유가 "두뇌의 미묘하면서 복잡한 구조와 어떤 관련이 있음" 은 인정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두뇌 조직은 계산이 불가능한 물리적 효과를 사용해야 한다.
이 관점은 의식과 자각의 본질이 어느 정도 이상의 복잡성이나 행위의 정교함에서 발생하는 특징에 불과한 일종의 '창발 현상' 이라는 더 널리 받아들여지는 관점 (기본적으로 A )과는 분명히 다르며 우리가 이미 친숙한 무생명체의 행위와 근본적으로 다른 어떠한 새롭고 특정한 물리적 과정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기서 제시된 것은 다른 주장으로서, 계산이 불가능한 물리학을 이용할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된 어떤 종류의 미묘한 두뇌 조직을 필요로 한다.
이 계산 불가능한 물리학이란 무엇인가? 이것을 어디에서 발견할 것인가? 뉴런 수준은 아닌 것이 뉴런의 흥분이 양자 효과에 제한받지 않는 거시 물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짚신벌레 등의 단세포 동물은 매우 가는 발사체 (섬모〔cilia〕) 를 사용해서 신경계 없이도 자신이 만난 장애를 뚫고 나가고, 3장에서 소개된 세포 골격의 미세 소관도 이런 주목할 만한 행동을 하는 듯하다. 신경 세포의 축색돌기, 수상돌기, 시냅스 등은 세포 골격 구조를 충분히 많이 갖기 때문에 (그림 8), 펜로즈는 미세 소관이 마음의 계산불가능한 물리학이 위치하는 곳으로 믿는다.
이제 우리 두뇌 안에 많은 뉴런들이 모여 있는 세포 골격의 미세 소관 전체가 전체적인 양자 연관성에 참여할 수 있음을 받아들여 보자. 아니면 최소한 두뇌를 가로질러 서로 다른 미세 소관의 상태들 간에 충분한 양자적 얽힘이 존재해서 이 미세 소관들의 집단 행동을 고전 물리를 바탕으로 기술하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는 최소한 인정하자.
........
내가 임시적으로 제시한 관점에서 보면 의식은 이렇게 양자적으로 얽힌 내부 세포 골격 상태가 나타나서 양자적 단계와 고전적 단계 사이의 상호 작용에 관여하는 것이다. 컴퓨터와 같이 뉴런들이 서로 고전적으로 얽혀 있는 계는 이 세포 골격 활동에 의해 계속적인 영향을 받아서 우리가 '자유 의지' 라고 부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묘사에서 뉴런의 역할은 작은 크기의 세포 골격 활동을 근육과 같은 신체의 다른 기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바꾸는 증폭 장치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유행하듯이 두뇌와 마음을 뉴런 단계에서 기술하려는 것은 단지 더 심층적인 세포 골격 활동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가 마음의 물리학적 바탕을 찾기 위해서는 이 심층적 단계를 연구해야 한다.
C 관점이 철학적 관점에서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펜로즈의 의견에는 동의하면서도, 나는 컴퓨터로 흉내 낼 수 없는 물리적 행동을 다른 곳에서 찾고 싶다. 그는 이 책에서도 논의의 바탕으로 삼고 있는 창발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지만 이를 마지막 고백 정도로만 짧게 사용하여 색인에도 수록하지 않았다! 그가 뉴런 조직의 가장 낮은 단계에서 (축색돌기, 수상돌기, 그리고 시냅스 등에 존재하는 세포 골격) 마음을 찾고자 하는 반면, 나는 복잡한 세포 집합들 간의 상호 작용, 그들의 위상순서, 그리고 인간 문화의 부침 (浮沈) 등 가장 높은 단계들에서 그것을 찾고자 한다. 어떻게 이런 커다란 차이가 생겼을까?
나의 지적 한계, 다른 문제에 대한 관심, 일반적인 게으름, 혹은 이들이 합해져, 내가 펜로즈의 논지들을 상세히 쫓아갈 수 없었다는 것도 이에 대한 한 답변일 수 있다. 어쩌면 그가 옳고 내가 단지 그것을 이해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비록 그렇다 할지라도 우리의 의견차는 더 깊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계에 환원주의적 유물론은 강하게 뿌리박혀 있다. 너무나 강해서 모두는 아닐지 모르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를 믿음으로 보지 않고 자연의 명백한 사실로 생각한다. 정말 이것이 명백한가? 의식의 과학적 기술이 갖는 본질적 어려움은 이런 결정론적 믿음이 일상적 관찰 사실과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왜 과거의 많은 신화들을 깨부술 수 있었던 과학자들이 "생각할 수도 없는 사고" 를, 즉 자연에는 물리학의 법칙들로 환원할 수 없는 측면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이다지도 어려운가?
한 단계를 기술할 때 나타나는 규칙성들이 그보다 하위 단계들과 관련이 없다고 가정한다고 해서 과학을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3 장 끝부분의 인용에서 슈뢰딩거가 지적했듯이, 이 말은 로저 펜로즈의 철학적 메뉴들 중 D관점을 선택하는 것과는 다르다. 다음 장에서 프란츠 보애스 (Franz Boas) 가 학부 시절에 환원주의적 유물론에 의문을 품었다고 하여 그가 덜 훌륭한 과학자가 된 것이 아님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여태껏 철학적 토의를 진행해 왔으므로, 분위기를 바꿔서 짧지만 많은 내용을 포함한 프란시스 크릭 (Francis H. Crick) 과 크리스토프 코흐 (Christof Koch) 의 논문 「의식의 신경생물학적 이론을 향하여」(1990) 를 읽어 보자. 이 중요한 주제에 대한 이해가 매우 빈약함을 감안하여 저자들은 신경과학의 대부분의 업적들에서 의식이나 자각은 언급조차 되고 있지 않음에 주목하고, "이제 뉴런에 입각하여 의식을 공략할 시점이 되었다" 고 제안한다. 이 논문의 가치가 있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되는 질문들은 제쳐두고 유용한 실험적 결과들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을 중점적으로 고려한 데있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가정들에 근거하여 접근한다: 첫째는 연구할 어떤 대상이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의식의 서로 다른 측면들 모두가 하나의 공통적 메커니즘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의식의 한 형태에 대한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면 모든 형태들에 대한 메커니즘도 이해 가능하다고 일단 가정한다. 이 두 번째 가정 뒤에는 의식이 (『모르규가의 살인』(에드거 앨런 포〔Edgar Allen Poe〕의 추리 소설의 제목) 처럼) 매우 특이한 현상으로 단지 특정한 설명만 가능하리라는 이유가 깔려 있다.
이들이 제쳐둔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두가 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막연한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이해한 사람은 없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정의하는 것은 섣부른 것이고 마찬가지로 의식의 기능도 시기상조이다. 둘째, 고등 포유류보다 열등한 동물들 역시 의식을 가지는지 논의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자각도 의식의 한 특별한 경우이기 때문에 이 또한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셋째, 어떤 뉴런 이론도 의식 전부를 설명할 수 없으므로 어떤 측면만을 성명하는 대략적 이론부터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다. 끝으로 감각질 (즉, 당신에게 빨간색이 내게도 똑같이 인식되는가) 의 문제는 우리가 색을 본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할 것인지 결정했으므로 저자들은 유익한 질문들을 제안한다. 동물은 언제 의식을 갖게 될까? 두뇌 어디에 뉴런으로 이루어진 의식의 매개물이 위치하는가? 의식과 관련된 뉴런들의 일반적 행동은 무엇인가? 이런 뉴런들은 두뇌 어디에 있는가? 이들은 뉴런들 중에서도 특별한 형태인가? 그렇다면 그들의 연결은 어떻게 특별한가? 그들이 신호를 발화할 때도 특별한가?
이 시점에서 크릭과 코흐는 임의로 포유 동물의 시각 신경계를 선택한다. 이 선택은 언어가 관계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 아닌 동물을 가지고 실험할 수 있고, 갈라진 두뇌 (Sperry, 1977) 와 맹인시각 (Weizkrantz, 1986) 실험의 결과로부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들을 조사한 후, 그들은(내가 막대한 수라고 말할) "거의 무한대" 의 시각 패턴들이 존재함을 확인하여 각각의 패턴에 해당하는 "할머니 세포" 란 있을 수 없음을 알 게 되었다. 따라서 인식은 뉴런들 집합의 활동과 관련되어야 하지만 한 가지 패턴을 인식하기 위해서도 여러 다른 시각 부위가 관여해야 하고 이는 곧바로 결합 문제에 빠져든다. 이들을 한데 묶어 두기 위해 참가하는 뉴런들이 공통의 꼬리표를 가져야 하는데, 저자들은 40 ~ 70 헤르츠대의 전기 화학적 진동들이 관련된 뉴런들을 몇 초간의 단기 기억으로 묶어 둔다고 주장하고 이런 생각은 윌리엄 제임스 (William James, 1890)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한다. 이 진동수 대역이 앞장에서 와일더 펜필드가 발견한 실험 반응에 대한 전기적 점화의 그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그들의 말을 빌면:
우리는 의식의 기능 중 하나가 여러 가지 관련된 계산들의 결과를 제시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 40 헤르츠의 진동으로 뉴런들을 동조해 두는 메커니즘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 진동은 기존의 정보를 묶어서 조리있는 지각을 만들어 내는 것말고는 새로운 정보를 포함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형태의 자각을 "잠정적인 자각" 이라고 부를 것이다. 우리는 더 나아가 결합 문제를 해결한 패턴들은 잠정적으로 기억된다고 가정한다 다른 말로 하면, 특정한 뉴런들의 위치와 관련을 맺은 특성들은 자동적으로 잠시 동안 기억된다.
잠정적인 자각을 연구하기 위해 최소한 세 가지 실험적 접근이 가능하다 1) 분명치 않은 그림들 사이의 대립 (예를 들면 그림 25 의 네커 정육면체와 슈뢰더 계단), 즉 양쪽 눈 사이의 대립. 이런 효과들은 짧은 꼬리원숭이를 이용해 연구될 수 있다. 2) 고양이가 잠잘 때와 깨어 있을 때 각각 같은 패턴을 보게 하여 시각 뉴런의 결과를 기록하는 것. 3) 인간의 자각이나 기억, 그리고 원숭이의 뉴런적 반응에 미치는 마취제의 효과 연구.
결론적으로 크릭과 코흐가 자신들의 의식 모형이 두뇌에 퍼져 있는 많은 정보 항목들이 매우 빨리 합쳐져 지각을 형성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계획으로서는 그리 자세한 것이 되지 못함을 인정한다. 그들은 "환상적 양자효과" 가 이 연구에서 필요 없음을 보았고, 의식의 신비 대부분은 " 우리가 그런 기계를 만들어 그 행동을 자세히 이해하게 되면"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제안했다.
고르디우스 (Gordius) 왕의 매듭 (Gordian Knot: 매우 어려운 문제, 알렉산드로스 〔Alexandros〕 대왕은 이를 잘라 해결했다고 함: 역주)을 자를 수 있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대니얼 데넷 (Daniel C. Dennett) 의 책 『의식, 설명되다 (Consciousness explained)』 는 1991 년 출판된 이래 많은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저자는 이 책의 대부분을 할애하여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아이디어들을 기술했는데, 이들은 다음과 같다:
의식의 신비화, 데넷은 이런 경향이 인류의 유일성과 존엄성을 유지하려는 그릇된 시도로서 유전 암호와 천체 물리학의 신비를 벗겨 낸 과학의 성공을 간과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원주의의 매혹적 노래. 이 세상에는 단 한 종류, 즉 물리학자와 화학자들이 다루는 물질적인 것만이 존재하고, 포퍼와 에클스의 이원주의는 마음류 (類) (세계 2 와 3 적인 것) 는 물리적으로 측정되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의당 논쟁의 대상" 이 된다.
데카르트의 극장. "두뇌에 특별한 중심이 있다는 생각은 우리의 의식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끈질기게 방해하는 가장 나쁜 것이다." 데넷은 지각과 조절은 어떤 부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두뇌 전체에 분포되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감각질 (qualia). 색, 향기, 맛, 그리고 소리와 같은 2 차적인 성질들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보일 뿐이다.
그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원주의를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의식의 중심 (데카르트 극장) 의 존재도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감각질 실격당하다" 라는 좀 길 게 쓴 장에서 그는 "색이 밖에 있을 수 없고 따라서 두뇌 안에 존재해야 함을 과학이 입증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감각질이 존재하는 듯이 보이겠지만" 그는 이 논리가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그는 어떤 그림에서 색이 칠해진 곳마다 각기 숫자를 부여해서 이를 기억하는 로봇을 상상하고, "로봇의 이런 동작과 우리 자신과 사이에 어떠한 질적인 차이도 없다" 고 주장한다. 따라서 데넷은 제임스의 진퇴양난을 앞뒤 장애물이 실은 동일한 것으로 봄으로써 빠져 나간다.
테카르트 극장을 대체하기 위해 그는 다중 설계도 이론을 제안하는데 이는 1959 년 인공 지능 분야에서 셀프릿지의 범신전 건축 구조 (Selfridge, 1959) 와 유사하다. 그는 실험자가 언어적 내용만 분석하는 이형 (異形) 현상학 "이종 (異種) 현상학 (heterophenomenology)" 이라고 자신이 명명한 한 실험을 제안했다.
맹인시각의 관찰 (Stoerig & Cowey, 1989; Weiskrantz, 1986 은 데넷에게 문제가 되기 때문에 그는 여러 페이지를 이에 할애한다. 그는 실험 대상이 "꾀병을 부리거나" "의식이 없는 척할" 가능성까지 제기하다가 (이는 칭찬할 자세가 아니다) 그들이 뉴런의 활동을 어느 정도 의식할 수 있도록 돕는 실험적 방법을 제안했다. 이 방법은 의식의 메커니즘이 다시 일어나도록 돕는 진료 행위로서는 흥미로운 것이지만 이것으로 어떻게 맹인시각 실험의 이론적 암시를 피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데넷의 책을 읽는 사람은 그가 여러 동료 철학자들로부터 본질적으로 기능주의자라는 강한 비판을 받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버나드 바아스 (Bernard Baars) 와 캐더린 맥고번 (Katharine & McGovern, 1993) 은 "우리가 그의 저작을 근본적 주제에 대한 지침서로 읽어야 할까? 그의 생각들은 과학적으로 중요한가 아니면 지엽적인 것인가? 주로 엉성한 것들이 아닌가? 아니면 그들이 생산적인 과학이라면 피해야 할 개념적 함정을 판 것은 아닌가?" 브루스 망간 (Bruce Mangan, 1993) 은 이를 행동주의교리가 부활한 것으로 보았고, 조세파 토리비오 (Josefa Toribio, 1993) 은 "데넷의 이론이 의식의 주관적 현상과 연관된 문제를 피하려기보다 해결하려고 한다면 더 나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고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우리가 색을 기억하는 것이 가상적인 로봇의 방식과 질적으로 아무 차이가 없다는 데넷의 주장에 공학자는 탄식한다. 이것은 "조잡하고 낡은 정보"를 바탕으로 이론을 만드는 에클스류 철학자의 좋은 예가 된다.
존 서얼 (John R. Searle) 은 최근 저서 『마음의 재발견 (The rediscovery of the mind)』(1992) 이란 책에서 마음-육체 문제에 사용되는 용어들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혼동스럽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며 "한 세기 전 두뇌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시작된 이래 교육받은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것은 이렇다:
정신 현상은 두뇌의 신경 생리 과정으로부터 야기되며 그 자체가 두뇌의 특징이다.
그는 이런 관점을 "생물학적 자연주의" 라 부르고 "정신 활동은 소화, 유사 분열, 감수 분열, 효소 분비 등과 같이 생물학적 자연사의 중요한 부분" 이라고 주장한다.
서얼은 유물론만이 마음을 연구하는 데 유일한 이성적 방법임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의 최근 지성사를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현대 유물론은 정신 상태란 존재하지 않는다(제거적 유물론)는 주장에서부터 인간의 행동을 흉내내는 데 성공한 컴퓨터는 "사고, 감정, 그리고 이해" 를 가져야 한다는 관점까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서얼은 그런 자세들의 바탕이 되는 흔히 언급되지 않는 가정들을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이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것임을 알 게 되었다.
그럼에도 의식은 우리 모두가 쉽게 묘사할 수 있는 실재하는 사실이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만 빼고는 의식에 이상스러운 점은 없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생물 현상이고 현재 "그것이 신비로 남아 있음은 마치 분자 생물학이 발전하기 전의 생명의 신비, 혹은 맥스웰 방정식들이 알려지기 전의 전자기 현상이 신비로웠던 것과 비슷하다."
창발적 성질들에 관한 부분은 특히 이 책에서 개진하는 관점과 관련된다. 의식은 H2O 분자에서 물의 성질들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두뇌의 뉴런계들로부터 "조심스럽게 발현되는 " 특징이다. 그래서
의식의 존재는 미시적 단계의 두뇌를 이루는 요소들 간의 우연한 상호 작용에 의해 설명이 가능하지만 인과 관계에 대한 어떤 부가적인 설명이 없이 의식 자체를 뉴런의 단순한 물리적 구조에서 연역하거나 계산할 수는 없다.
비록 많은 심리학자들과 철학자들이 이 장 첫 부분에서 윌리엄 제임스가 셰익스피어의 예를 통해 풍자하고 서얼이 자세히 분석한 정통 유물론에 동의하지만, 물리과학자들은 흔히 이 관점을 회의하고 있다. 원자 수준의 예측 가능성을 부정하는 양자 이론과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뒤섞는 상대성 이론에 익숙한 물리학자들에게 19 세기 과학에 기초한 철학적 결론들은 별로 감명을 주지 못한다. 에리히 하스 (Erich Harth) 는 최근 저서 『창조적 순화 (The creative loop)』(1993) 에서 마음-두뇌 문제를 상세히 다루면서 이런 정보에 입각한 회의론에 대해 매우 효과적인 예를 들고 있다. 그는 물리학자면서 수년간 신경동역학의 메커니즘을 연구했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었다.
칼 포퍼 및 프란시스 크릭과 마찬가지로 하스는 의식을 정의하려 하지 않고 바이스크란츠의 맹인시각 실험을 단절된 수 있는 "신비한 모니터" 의 증거로 인용했다. 따라서 의식은 세부 사항은 별도로 제외하면 다음과 같은 속성들을 가진 실제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선택성. 이는 수많은 뉴런들이 일으키는 일들 중 몇 개만이 의식에 의해 비춰지고 이 선택된 것들이 어떤 종류의 계층 구조를 이룬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배타성. 이는 그림 25 의 네커 정육면체와 슈뢰더 계단에서 예를 든 바 있다. 즉, 의식은 어떤 순간 단 하나의 지각만을 다룬다. 연쇄화. 이는 헵의 위상 순서의 기본적 특성으로 앞장에서 제임스 조이스를 인용하여 예시했다. 끝으로 단일성, 선택된 뉴런적 사건 위로 의식의 빛이 지나가면 우리는 이 시점, 어제, 그리고 기억이 남아 있는 먼 과거 모두 우리가 같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
하스는 포괄적 차원의 포지티브 피드백이 의식의 메커니즘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포지티브 피드백을 이해하려면 이것이 더 잘 알려진 네거티브 피드백과 근본적으로 다름을 알아야 한다. 네거티브 피드백은 증기 엔진의 조절기나 온도계에서 구체화되는데, 미국의 수학자 노버트 위너 (Norbert Wiener, 1961) 가 인공 두뇌가 "인간과 기계의 의사 소통과 조절" 을 다루는 과학의 기본으로 제안한 것이다. 네거티브 피드백은 출력과 입력 (원인과 결과) 간의 관계가 고정되기 때문에 시스템을 안정화할 수 있어서 장거리 전화에 사용되는 반복 증폭기를 설계할 때 필수적이다 (Bode, 1945).
반면에 포지티브 피드백은 입력과 출력 간의 인과적 관계가 막 깨지려는 불안정한 경계선상에서 작동한다. 우리는 이런 효과를 강당의 음향 시스템에 자가 발진이 일어나거나 막노래를 부르기 시작할 때 느낄 수 잇다. 이때는 조그만 소리도 마이크를 통해 증폭되고 강당에는 더 큰 소리가 지속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소리는 매우 귀에 거슬린다.
(내가 처음 이런 포지티브 피드백을 접한 것은 고등학교 때 아마추어 무선 활동을 하면서 였다. 돈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거의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슈퍼헤테로다인 (superheterodyne) 수신기 대신 부속이 적게 드는 초재생적 설계를 사용해 만들었다. 이 작은 장치는 두 개의 손잡이가 달렸는데 하나는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다른 것은 포지티브 피드백을 자가 발진 수위보다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희미한 음파 신호를 잡으면 나는 한 손으로 주파수를, 다른 손으로 포지티브 피드백을 기기가 가장 예민하고 신호를 잘잡는 자가 발진 바로 직전 수준으로 조절하곤 했다.)
포지티브 피드백은 셉의 세포 집합 개념에도 존재한다. 앞장의 모닥불 비유에서는 이것이 세포에 점화하는 원인이다. 하스는 이를 선택적 증폭의 수단으로 보는데 이는 중요하고 새로운 생각이다. 그는 시각 인식의 피드백 순환이 고도의 피질 부위와 외측 슬상핵 (LGN) 및 일차 시각 부위 등이 포함된 (그의 책제목대로) 창조적 순환이라고 제안한다. 두뇌의 계층 구조와 관련하여 이 포지티브 피드백 순환은 다음의 그림으로 나타내지는데 여기서 화살표는 인과적 상호 관련성을 의미한다.
복잡한 집합
↑↓
：
↑↓
삼차 집합 (V3 부위)
↑↓
이차 집합 (V2 부위)
↑↓
일차 집합 (V1 부위)
↑↓
LGN
↑
망막
이러한 순환은 일차 시각 부위 (V1) 에 사영되는 기본적 망막 데이터와 계속 접촉해서 원래 그림과 피질의 밀림과 같은 신경들 안에 있는 계층 구조 형태 사이에 관련성을 잃지 않도록 한다. 망막에 자극이 없을 때, 같은 순환이 활성화되면 꿈에서와 같은 시각 패턴의 정신적 느낌이 얻어진다. 최근의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실험은 대상이 어떤 이미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V1 에서 뉴런이 활동함을 보여 줌으로써 하스의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Kosslyn et al., 1993). 따라서 엄청난 복잡성을 지닌 각 단계들이 하나의 동역학적 개체로서 다른 모든 것들과 상호 작용하면서 전체적인 순환 주기가 작동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포지티브 피드백은 덴마크 글자에 있는 A 처럼 무관하거나 현혹시키는 내용에 숨어 있는 패턴을 인식해 내는 데 유용하다. 하스는 구름, 나무 산 그리고 도로 등이 포함된 풍경에서 나무 뒤에 숨은 군대 탱크를 찾는 것을 예로 든다. 이 임무는 6 자에서 언급한 퍼셉트론 (Perceptron) 과 같이 일상적인 컴퓨터 코드에게는 특히 힘들다. 초재생적 수신기를 조심스럽게 조절하여 희미한 신호를 골라 주파수를 맞추고 증폭할 수 있듯이, 창조적 순환은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다른 것은 전향적으로 무시하고 풍경 중 관심 있는 것 (탱크) 만 강조한다. 하스도 인정하듯이 이것이 의식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인식 과정에서 의식을 이용하는 메커니즘을 제시할 수는 있다.
이 메커니즘에서 고유하게 나타나는 "배타적 선택 과정" 은 "지각의 피라미드 구조 중 가장 높은 곳에 지적 모니터를 위치시키는 잘못된 방식으로 찾고자 했던 인식의 유일성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데넷이 옳게 지적한 것처럼 이런 줄거리를 보여 줄 호먼큘러스 (난쟁이) 도 없고 이를 공연할 극장도 없다. 데넷과 다른 사람들은 이로부터 어떠한 통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결론짓는다. 인식은 한 무리의 호먼큘러스들의 공통적 특징인 의식이라는 많은 초안들에 따라 연출된 것이다."
하스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피할 수 없는 듯 보이는 이 결론들은 단일한 나를 선호하는 우리의 직관에 이의를 제기한다. 현재 내가 제안한 자기 지시적 모형에는 극장이 존재하며 그 무대 위의 연기는 관찰자에 의해 자세히 관찰되고 있다. 두뇌의 활도에서 극장을 가장 상위에 놓았던 앞의 시도들과 달리 동일성이란 지각 패턴이 여전히 전체로 남아 원래 풍경의 공간적 관계를 유지하는 곳에만 위치하며 이는 지각 피라미드의 상층부가 아니라 바닥 부분이라고 나는 믿는다. 여기서 모든 지각의 단서들과 두뇌의 상상들이 공모하여 풍경을 그려 낸다. 여기도 관찰자가 있는데 그것은 두뇌의 다른 부위로서 자신이 그려 낸다. 여기도 관찰자가 있는데 그것은 두뇌의 다른 부위로서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을 내려다보고 있다. 자기 지식적 과정에서 일어나는 의식은 직접적 감각 메시지들을 통일할 뿐 아니라 우리 중위의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 모두를 결합한다.
하스 (Harth, 1995) 에 따르면 이원주의는 비록 비과학적 혹은 과학에 반하는 것이라고 흔히 회피되지만 "우리가 믿는 것만큼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인간 사회에서 물리 이론은 맞지 않는다. 왜 어떤 사람은 왕이 되는데 다른 사람은 교수형에 처해져야 하는 지와 같은 사회적 현실들을 다루어야만 한다. 유사하게 "의도나 의식과 같은 요소들이 더 이상 신비롭거나 과학에 반하지 않는 유효한 개념들임은 법칙이나 정치가 사회에 대해 유효한 것과 같다."
끝으로 하스는 디지털 컴퓨터와 두뇌를 비교하면서 가장 강력한 컴퓨터조차 실제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대로 미리 정해진 계산 임무를 수행할 뿐임에 주목한다. 이 계산들이 완결되면, 고객은 결과를 살펴서 그것이 주는 의미를 찾아 내야 한다. 반면에 두뇌는 그것을 스스로 한다.
헨리 스탭 (Henry Stapp) 역시 물리학자로서 양자 물리학이 의식의 신비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라고 믿는다. 그의 주장은 고전 물리학이 환원주의적 유물론을 의미한다는 굳은 믿음에 기초한다. 따라서 그는 고전 뉴턴 역학에서 출현하는 동역학적 복잡성을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 그의 최근 저서 『마음, 물질, 그리고 양자 역학 (Mind,matter, and quantum mechanics)』(1993)에서 그는 "고전 물리학의 어떤 것도 부분의 집합보다 본질적으로 더 커지는 현상을 만들 수 없다" 고 단언한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바 있고 그도 널리 인용하는 윌리엄 제임스의 관점과 일치한다.
고전 역학은 마음의 특성을 설명하는데 사용될 수 없으므로, 의식의 특성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하이젠베르크가 구축한 양자 역학에 기대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얻어진 기술을 하이젠베르크-제임스 이론이라 부른다.
그는 "통일된 전체로서 결합력 있게 행동하는 집단들" 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집단들이 자신의 부분들을 조절할 수 있지만, 그 자체도 결정론적으로 조절되는 것들만이 물체의 동역학을 "고전 물리학의 유효 범위 내에서"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전 물리학의 유효범위 내에서" 라는 경고가 이 주장의 핵심이다. 스탭의 관점에서 고전 역학은 양자 역학에 의해 대체되었으므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양자 역학이 없었더라면 " 주관적 의식이 존재하든 하지 않든 간에 우주는 정확히 똑같은 방식으로 진화해 왔을 것이다."
하이젠베르크-제임스 이론은 "개개의 의식 경험을 창조적 행위와 일치시킨다." 이 행위는 양자 역학에 따른 물리적 세계의 동역학적 진화가 만들어 내는 많은 가능성들 중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구체화된다. 어떻게 이것이 나타날까? 하이젠베르크의 관점에서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따라 진화하는 우주의 파동 함수가 존재하고,이는 실제 사건들이 일어날 "객관적 경향들" 과 "선호도"를 나타낸다. 실제로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이 우주 파동 함수의 한 부분이 붕괴하는데,이 붕괴는 우연성에 의해 지배된다. 따라서 한편에서는 결정론적 법칙(슈뢰딩거 방정식) 이, 다른 쪽에서는 우연성 (파동의 붕괴) 이 우주를 지배하고 있다.
이 실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어떻게 두뇌의 동역학과 통합될 수 있을까? 스탭에 따르면, 첫 번째는 시냅스 (그림 18) 내부로서 입력 활동 전위 (신경 흥분) 에 의해 방출된 칼슘 이온이 전달 물질이 있는 곳으로 매우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양자적 보정이 필요해지는 경우이다. 만약 N 개의 시냅스가 짧은 시간 동안 흥분들을 받아들여 소포를 방출할 확률이 50 퍼센트라면 2N 가지의 가능한 방법으로 소포가 방출된다. "각각의 가능성들이 모두 양자 역학적으로 진화하는 파동 함수에 의해 표현된다."
두뇌에서 이런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는 곳은 어디일까? 어느 지점에서 하이젠베르크의 우주 파동 함수가 붕괴한 후 다시 결정론적 진화가 시작될까?
존 폰 노이만 (John von Neumann) 은 이 붕괴가 동역학적 활동의 계층구조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보았다. 어떤 특정한 단계에서 붕괴가 일어나면 이를 그 단계에서 하이젠베르크 단절 (Heisenberg cut) 이 만들어 졌다고 말한다. 독자가 2장에서 언급한 것을 기억하겠지만, 슈뢰딩거의 고양이에서 이 단절은 상자가 열리는 순간 이를 의식하는 관찰자 단계에서 일어난다.
이 관점에서 두뇌는 시냅스, 축색돌기, 뉴런 등등 파동 함수의 붕괴(즉 양자와 고전적 관점 사이의 하이젠베르크 단절)가 일어날 수 있는 각 단계들이 측정 도구들로 행동하고 이들이 연속적인 계층 구조를 이루는 것이다. 스탭은 두뇌의 동역학적 활동의 가장 높은 단계에서 의식 활동에 관계되는 단절이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따라서 "의식은 이 가장 높은 단계의 사건들이 일으키는 느낌이며 뉴런 활동이 만들어 내는 거시적 패턴들을 현실화한다."
나는 이 연구가 몇 가지 어려움을 갖는다고 본다. 우선 스탭은 스페리의 저술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자유롭게 인용하지만, 스페리가 마음의 특성들은 두뇌의 고전적 조직이 갖는 복잡성에서 창발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좀 이상하다. 둘째로 "고전 물리학의 어떤 것도 부분의 집합보다 본질적으로 더 커지는 현상을 만들 수 없다"는 단언은 말 그대로 단언일 뿐이다. 로저 펜로즈처럼 그도 고전 이론의 뱃속에 숨어 있는 풍부한 신비를 보는 데 실패하고 있다. 아마 그는 목성의 거대한 붉은 점이나 보스니아 전쟁이 그 구성원들의 합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겠지만 누가 이에 동의 하겠는가? 이들은 양자 이론에 의해 설명될 수 없는 것들이다. 셋째로, 우주의 파동 함수는 - 2장의 꽃장식가/화학자를 포함하여 -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다.
제9장에서 나는 과학자들이 이런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이유들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스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존 에클스 (John Eccles) 는 최근 양자 이론 (1992)을 다시 집어들고 이원주의를 힘차게 옹호하는 『어떻게 자아가 두뇌를 조절할까? (How the self controls its brain)』(1994) 라는 책을 발표했다. "모든 유물론자들에 대한 도전" 이라면 에클스는 특히 크릭과 코흐 ("야한 종류의 과학 소설"), 데넷 ("헐벗고 공허한 이론"), 서얼 ("마술을 기대하는 것!"), 그리고 스페리 ("조잡한 비유들에 근거한 주장들") 등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에클스는 이 책에서 내내 "자아" 나 "영혼"을 물리학의 법칙, 특히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위반하지 않고 설명하는 문제로 걱정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세계 2 에 살고 있는 자아가 두뇌와 자아 사이의 경계 너머로 에너지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위반하지 않고 세계 1 에 사는 두뇌의 동역학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에클스의 철학적 입장은 윌리엄 제임스와 가깝지만 그는 더 나아간다. 심리적 실체라는 분명한 사실들을 설명하기 위해 영혼을 가정한 것 외에도 그는 에너지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위반하지 않고도 두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안한다. 이 메커니즘은 양자 이론에 바탕을 둔 것으로 슈뢰딩거의 파동 함수가 특정한 에너지를 갖지 않는 확률 진폭임을 이용한 것이다.
이론 물리학자인 프리드리히 벡과 함계, 에클스는 소포가 시냅스 단절로 전달 물질 분자를 방출하는 것(그림 18 을 보라)이 양자 과정이라고 제안했다 (Beck & Eccles, 1992). 따라서 시냅스 단절 너머로 신호가 전달될 확률은 세계 2 의 정신적 활동(심리 입자라고 부르자) 이 세계 1 의 피질 수상돌기의 묶음 (수상돌기 입자라고 하자) 에 미치는 작용에 영향을 받는다.
결론부에서 에클스 (Eccles, 1994) 는 "유물론자들이 어떻게 감히 이를 거부할 수 있을까? 라고 묻고 있다.
마치 에클스의 도전에 응하는 것처럼, 프란시스 크릭 (Francis Crick) 은 『놀라운 가설 (The astonishing hypothesis)』(1994a) 을 출판했다. '영혼의 과학적 탐구 (The scientific search for the soul)' 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에서 크릭은 놀라운 가설을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당신', 즉 당신의 기쁨, 슬픔, 기억들, 야망, 자기 정체성, 그리고 자유 의지 등은 사실 신경 세포들의 커다란 집합과 관련된 분자들이 보이는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크릭은 창발 현상이라는 두 가지 뜻을 지닌 용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첫째는 어떤 방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의미하는데 이는 신비로운 뉘앙스를 풍긴다. 두 번째는 그가 선택한 것으로 "전체가 부분의 단순한 합은 아니지만 최소한 원칙적으로는 전체의 행동이 각부분의 성질과 행동 및 부분들 간의 상호 작용에 대한 지식을 통해 이해될 수 있다" 는 의미이다. 크릭은 여섯 개의 탄소 원자와 수소 원자들로 이루어진 벤젠 유기 분자를 간단한 예로 들며 " '벤젠 분자가 원자들의 합 그 이상이다' 라고 말하더라도 아무도 신비로운 만족감을 얻지 못하지만, 똑같은 말을 두뇌에 대해 한다면 자신이 현명한 척하며 머리를 끄덕인다" 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는 크릭의 두 번째 의미로 창발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우리가 2 장에서 4 장까지 신경 축색돌기의 전기 화학적 신호가 출현하는 과정을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들을 통해서 이해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일반 독자들을 위해 씌어진 이 책은 시각의 심리학에 대한 네 개의 장들을 포함하고 일곱 개의 장들에 걸쳐 시각 피질의 구조에 대한 현재의 지식을 훑고 있는데 매우 전문적인 독자들을 제외한 모두가 흥미롭고 유용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시각 과정의 계층 구조적 성질에 대한 증거를 자세히 살펴보고 이로부터 크릭은 "신피질의 비밀은 (비밀로 부를 만한 것이 있기나 하다면)아마도 그것이 시각 피질층들을 시각 처리 과정, 특히 상층부의 과정으로 이루어진 계층 구조로 발전시키는 능력일 것" 이라고 결론을 맺는다. 이 층들에 의해 더 지능적인 포유 동물과 하등 동물들이 구별된다.
그의 책에 관해 Journal of Consciousness Studies 와 인터뷰하면서 크릭 (Crick, 1994b) 은 최근 제기되는 마음의 양자 역학적 모형에 관한 그의 의견을 질문받고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한 개의 뉴런을 모형화하려는 시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덕분에 나는 여러 가지 수용체들과 소포들 및 기타 등등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우리 모두는 양자 역학이 화학의 기본임도 잘 알고 있어서 양자 역학이 중요한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말하려는 것은 거기에 화학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인데, 나는 아직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를 알지 못한다. 그들은 아직 윤곽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설혹 이런 종류의 것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두뇌의 신비로운 기능들 중 무엇을 설명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이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이 책의 여러 가닥들은 "크릭 박사의 일요일 아침 예배" 라는 이름의 마지막 장에서 합쳐지고,여기서 의식 문제를 과학적으로 진지하게 고려할 때가 되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 뉴런에 바탕을 둔 이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두뇌의 언어가 뉴런에 기초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놀라운 가설은 가설일 뿐이지만, 대부분 교육받은 사람들이 별로 놀라지 않을 정도로 그럴 듯하다고 말한다.
비록 나는 크릭이 말한 것들 대부분에 동의하지만, 일반 독자들은 그가 놀라운 가설에 대해 처음 서술한 것과 뒤에 나오는 것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듯 보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한 사람의 기쁨, 슬픔, 기억, 정체성, 그리고 자유 의지가 거대한 신경 세포 집합의 행동에 불과하다고 쓰는 것은 두뇌가 벤젠 분자처럼 그 부분들의 합 이상이라는 서술과 달라 보인다. 신비적 이원주의와 양자 의식의 두 진영에서 자신을 멀리하려는 것이 그의 목표임을 분명해 보이지만, (마치 말로는 씁쓸한 것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달착지근한 와인을 마시는 와인 애호가처럼) 크릭은 자신이 기능주의자라고 말하면서 창발적 이원주의자의 입장을 수호한다.
의식은 여러 의미를 가진 단어로서, 잠자는 것의 반대인 깨어 있는 것, 자신의 행동을 다스리는 것, 자아와 세계에 대한 개념, 등등 다양한 정신 현상을 기술하는 데 사용된다. 호주의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 (David Chalmers) 에 따르면 의식의 어려운 측면은 의식의 경험과 관련이 있다. 이 책의 처음에 나온 과수원의 사다리를 자각하는 것이 이 예이다. 따라서 차머스 (Charlmers, 1995) 는 우리가 의식에 대한 질문들을 "쉬운" 문제들과 의식 경험의 본질을 이해하는 "어려운 문제" 로 나누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마취 시술을 예로 들어 보자. 수술을 시작할 때 당신의 몸에는 신경적으로 활발한 특정한 분자들이 가득 차서 당신 두뇌의 여러 영역에서 단백질의 활동 부위를 묶어 두기 때문에 당신의 심장이나 폐는 계속 작동하지만 얼마동안 의식을 잃게 된다. 어떤 단백질 분자들이 두뇌의 어떤 부위에서 영향을 받게 되는 지와 두뇌의 구조 둥 가장 낮은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런 변화로 인해 어떻게 "의식을 잃는 것" 과 같은 전체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흥미롭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의학이 이 문제에 답하려면 아직 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차머스가 말한 "쉬운" 문제에 속한다. 이와 관련된 "어려운" 문제는 당신이 수술을 경험한 것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즉, 당신이 방부제 냄새나는 복도를 통해 수술실로 이동될 때 느끼는 가슴속의 돌연한 공포와 체념, 아플 정도로 밝은 빛, 천장의 특이한 틈으로 누군가 불길하게 내려다보는 것, 누군가 내 팔을 잡고 사랑스럽게 당신의 눈을 들여다볼 때 느끼는 따뜻한 자신감 등.
비록 "쉬운" 문제들이 어렵게 보일지라도 -실제로 어렵지만-, 그들이 과학자의 사고 방식을 바꾸도록 하지는 않는다. 그런 문제들에 대한 답들은 일종의 기능적 메커니즘들로서 과학자들이 이론이나 실험실에서 파고들기 좋아하는 것들이다. 차머스에 따르면 의식 경험의 문제는 새로운 사고 방식을 필요로 하는데 그 이유는 단순한 기능의 문제를 넘어서 존재의 본질적 성질까지 관련되기 때문이다.
인지 과학자들은 의식 경험의 무제를 다루기 위하여 다양한 전략들을 발전시켜 왔다. 어떤 이들은 의식 경험에 잠시 끄덕이다가 다른 것을 설명하기도 하고, 다른 이들은 그것의 존재를 부정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의식 경험을 설명했다고 주장하지만 들여다보면 논리적 결함이나 마술에 의존한 이론을 사용하고 있으며, 여전히 경험의 구조를 설명하거나 그 내용물을 분리시키려는 사람도 있다. 차머스는 이들이 항상 "별도의 구성 요소" 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어떤 방법도 성공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별도의 구성 요소는 매우 많다. 비선형 및 카오스적 동역학을 만병 통치약처럼 제시하는 응용 수학자들도 있고 비연산적 정보 처리나 신경 생리학의 새로운 발견들을 지목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는 양자 역학이 이 별도 구성 요소로 각광받고 있는데, 이는 "의식과 양자 역학 모두 신비스럽기 때문에 이 둘이 무엇가 공통점이 있을지 모른다" 는 신비 최소화의 법칙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Chalmers, 1995). 2장에서 보았듯이, 양자 이론의 한 특성은 의식이 파동 함수를 붕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나 이 현상이 어떻게 의식의 주관적 본질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결국 어떤 물리적 과정을 지목하든지 물리 이론이 답할 수 없는 문제가 남게 된다. 즉, 왜 이런 과정이 경험에 이르게 되는가? 어떠한 과정들도 의식 경험 없이 일관된 설명이 가능하다. 따라서 단순한 물리적 과정으로는 왜 경험이 생기는지를 우리에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라고 차머스는 결론짓는다. 간단히 말해
값싸게 의식적 경험을 설명할 수는 없다.
물론 이 점이 윌리엄 제임스와 조지 산타야나가 이 장의 첫 부분에서 지적한 것이다. 한 세기 동안 의식에 관한 연구가 해놓은 일이 도대체 무엇일까 하고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차머스는 자신의 입장이 생명은 물리학적인 설명을 초월하는 것이라는 18 세기 생기론자의 주장처럼 들릴지 모른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생명의 본질은 이 상황과는 다르다고 본다. 그 당시에는 단지 물리적인 메커니즘으로도 생명의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음이 현재처럼 분명하지 않았다. 의식은 기능면에서도 물리적 설명을 초월하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의식의 문제가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구조와 기능들을 설명하는 문제가 아니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