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창발적 이론을 향하여

나는 앞에서 두 개의 넓은 길을 닦으려고 노력했다. 첫째는 의식의 연구와 관련된 과학적 증거들을 헤쳐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길은 불행하게도 두뇌라는 깊고 빠져나갈 수 없는 덤불에 빠져 방향을 잃었으며 대부분의 신경생물학자들은 아직도 의식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모른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 길은 이 문제를 철학적이고 이론적으로 접근해서 의식이 결국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 길을 닦는 데는 현재의 돌 뿐 아니라 먼 과거의 돌도 사용된다. 물론 단 한 권의 책으로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 두 개의 길을 따라 세워진 주요 이정표들 - 특히 지난 세기에 세워진 것들 - 을 설명하기 위해 나는 독자들을 길고도 다양한 토론으로 이끌었다. 그렇다면 이 두 개의 꾸불꾸불한 길들이 서로 만날 수 있을까? 그렇다. 그러나 그들이 어떻게 만나는지를 보이기 전에 내 입장부터 명백히 하고자 한다.

의식에 대한 과학과 철학의 만남에 대하여 내가 가진 개인적인 의견은 많은 유능한 연구자들과 이론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형성되었다. 따라서 내 자신의 견해가 크게 독창적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의식이 수소 원자를 이해하는 식으로 분석될 수있는 것은 아니라고 무조건 주장한다. 실제를 이 책을 앞 부분에서 잘 설명되었기를 희망하지만, 의식은 엄청나게 복잡한 현상이다. 그것은 너무 복잡해서 어떤 기본적인 이론이나 간단한 생화학적 반응으로 환원될 수 없다. 대신에 수직적 계층 구조의 모든 단계에서 접근해야 한다.우리가 의식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물리학과 생화학, 그리고 전기 생리학, 뉴런들의 집합, 또한 과학이 아직 설명할 수 없는 문화적 구조와 정신적 상태들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나는 의식을 창발적인 관점 - 많은 계층 구조를 모두 살펴보아야만 그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관점 - 으로 보는 것이 완전히 정통적이거나 널리 받아들여지는 입장은 아님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 사실 환원주의적 유물론자들은 정확히 반대인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사실 환원주의적 유물론자들은 정확히 반대인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환원주의 학파에 충성하는 많은 추종자들은 그들의 잘 준비된 칼날이 의식을 조각내기에 너무 무디다고 인정하기가 아마 침들 것이다. 계층 구조에 입각한 관점이 설득력이 부족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수파로 전락해 과학사 3백 년간 그들의 접근 방식은 거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내 생각에는 환원적 전통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수세기 전부터 굳게 믿어온 신조들을 붕괴시키는 것이 두렵기 때문인 듯하다. 내가 보기에 이 신조들은 이미 오래 전에 과학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지워 버린 종교적 신앙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어느 대규모 과학 집회에서 현재, 과거, 그리고 미래의 모든 사소한 것까지 전부 알고 계시는 전지전능한 신을 믿고 있다는 선언을 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 나의 동료 과학자들은 내가 엉뚱한 길로 들어선 근본주의자쯤으로 치부해 버릴 것이다.

그렇지만 정반대로, 내가 과거의 사실로부터 미래에 대한 모든 지식들을 완벽히 결정할 수 있다는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을 믿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나를 동료로서 대접하고 과학의 교의에 충실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나를 힐끗 쳐다보는 일도 없을 것이다. 과학계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 두 입장 사이를 가르는 좋은 구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것이 무멋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사람들이 신보다 결정론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과학자들이 의례적으로 가장하는 것보다 더 깊이 우리의 문화적 전통에 뿌리박혀 있다. 어쩌면 근대 과학적 방법보다도 시기적으로 앞선 것이다. 헨리 애덤스 (Henry B.Adams, 1904) 는 13 세기 유럽 철학의 분석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어떤 체제에서도 신과 인간을 한 지붕 아래 놓는 것 - 두 개의 독립적 에너지를 동일한 제어 밑에 놓는 일 - 은 매우 고통스러운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과학은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는 능글맞게 덧붙이기를 "성 토마스조차 인간은 자가당착에 빠져도 좋고 심지어 이것이 큰 쾌락의 하나지만 신에게는 그 권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현대 환원주의적 과학에서 말하는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 단순히 성 토마스의 신을 대체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좀더 최근 일련의 물리학자들이 환원주의적으로 생물학적 지식에 접근하는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Schweber, 1993). 20 년전 월터 엘자서 (Walter Elsasser) 는 이 논쟁의 창발적 관점을 훌륭히 표현했다. 그는 이론 물리학자로서 이전에 닐스 보어 (Niels Bohr, 1933; Elsasser, 1969 a,b) 가 제안한 생물학에 대한 사고를 발전시켰다. 생물학적 계층 구조의 각 단계마다 나타날 수 있는 가능한 구조는 실제로 존재하는 생물체들의 수를 훨씬 능가하는 막대한 수이기 때문에 동일한 개체들을 평균하여 생물학의 법칙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생물체들은 커다란 거시적 크기에서 분자 수준의 미시적 크기까지 구조 안에 구조를 포함하는 구조이기 대무에 "매우 비균질적" 이라고 일컬어진다. 이 말은 분자와 같이 매우 미세한 크기에서 생기는 구조적 차이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확연히 다른 거시적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 책은 실제로는 엘자서의 생각을 더 확장 발전시키려는 시도인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이론 응집 물리학자인 필립 앤더슨 (Phillip Anderson, 1972) 은 유사한 주장을 했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환원주의자들의 가설은 결코 '구조주의' 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을 간단한 근본 법칙들로 환원할 수 있다고 해서 이 법칙들로부터 시작해서 우주를 재구성할 수는 없다. 사실 소립자 물리학자들이 이 근본 법칙의 성질에 대해 더 알 게 될수록 여타 과학에서 정말로 원하는 문제들과는 더욱 동떨어지고, 일반 사회의 문제들과는 더 멀어지게 된다. 구성주의자들이 가설은 크기와 복잡성이라는 두 난관 앞에 서면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

앤더슨은 과학을 표 2에 보여지는 계층 구조로 배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표에서 과학 X의 기본 구성 요소는 과학 Y의 법칙을 따른다. 이 계층 구조의 각 단계마다 "완전히 새로운 법칙과 개념 그리고 일반화가 요구된다." 너무 오래되어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쩌면 과학적 계층 구조에 대한 나의 생각이 앤더슨의 논문에서 비록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표2. 앤더슨의 과학적 계층 구조.

X	Y
다체 물리학	소립자 물리학
화학	다체 물리학
분자 생물학	화학
세포 생물학	분자생물학
.........	...........
심리학	생리학
사회 과학	심리학

창발 이론을 견지하는 능력 있는 물리학자 중 하나인 에리히 하스 (Erich Harth, 1995) 는 환원주의자들의 입장이 그들 자신들에만 논리적이고 그럴 듯한 것이라고 쓴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인간사의 모든 것들을 오로지 물리적인 용어들로만 기술되고 설명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된다. 정치 철학이나 법 혹은 사조 (思潮) 등이 어떤 종류의 신비주의에 의존하는 것이고 비과학적 비밀 결사 조직에 가담하는 것도 똑같이 억지이다. 러시아워에 지하철 회전문으로 드나드는 사람들의 패턴만을 기술할 것이 아니라면 사회 동역학을 다룰 때 그런 개념들을 완전히 말살해서는 안 된다. 단순한 생각에 머무는 환원주의자들을 빼고는 사회를 설명하는 올바른 물리이론을 만들려는 시도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틀림없이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하스만이 아니다. 『쿼크와 표범 (The quark and the jaguar)』(1994) 이라는 책에서 이론 물리학자인 머리 겔만 (Murray Gell-Mann) 은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것' 이 단지 소립자들과 그들의 상호 작용만을 뜻하지 않는다면 이는 잘못 표현한 것이다. 이 이론만으로 우주와 그것이 포함하는 물질들에 대해 모두 알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다른 종류의 정보 또한 필요하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환원주의적 결정론이 주장하는 바들을 증명하거나 그것은 가정일 뿐임을 인정하거나 아니면 그것을 포기해야 한다. 과학자들에게 이런 요구는 그리 심한 것이 아니다. 이 주장을 의심한다고 마술을 믿는다는 뜻은 아니다. 마술은 미리 아는 것, 숟가락 휘기 등처럼 알려진 정확한 과학의 법칙들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도 결국은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들을 만족한다.

신조

생명처럼 의식도 실재하는 현상이라는 관점이 내게는 편하게 느껴진다. 이 가정은 최소한 세 가지 이유를 갖고 있다. 첫째는 다른 실험들 중 특히 갈라진 뇌 (Sperry, 1977) 와 맹인시각 (Weiskrantz, 1986) 실험으로부터 객관적인 정신적 감시 체계가 존재해 특정한 시각 반응에 따라 작용하기도 하고 작용하지 않기도 한다는 증거를 얻는다. 둘째로 의식은 그것을 가지는 종들이 진화할 때 유리하다는 점이다. 끝으로 각자가 내부 성찰을 해 보면 의식이 존재함을 결코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이들이 내가 의식이 단지 그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섣부른 것이고 비과학적이라고 확신하게 된 충분한 이유이다.

의식의 본질에 관한 나의 입장은 1 장 서론에 서술된 지식의 계층 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포퍼와 에클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플라톤) 의 형식적 이론이 이 체계에 꼭 들어맞아서: 세계 2 는 의식의 단계이고, 세계 1 은 그보다 낮은 모든 단계들이며, 세계 3 은 그보다 높은 모든 단계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비록 이것이 이원론적 입장으로 보일지도 모르나 나는 포퍼와 에클스가 우려했던 마음-두뇌 문제에 동의할 수는 없다. 우리가 호지킨-헉슬리의 비선형 확산 방정식이 화학과 물리학의 법칙에 근거함을 보일 수 있다고 해서 이 법칙들이 호지킨-헉슬리 방정식을 함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방정식은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들과 어긋나지는 않지만 많은 계층 구조와 조합론적 장애들 때문에 그것을 유도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4장의 끝 부분에서 지적했듯이 호지킨-헉슬리 방정식들은 원자 물리학과 관계 없는 "새로운 법칙" 으로 보아야 한다.

계층적 구조라는 관점에서 보면, 호지킨-헉슬리 방정식들과 물리학 및 화학의 법칙들이 유리된 것만큼이나 의식을 지배하는 동역학적 법칙들은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신경 흥분의 운동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이 방정식들과 의식도 이와 비슷하게 애매 모호한 관련성만을 가질 것이다. 따라서 두뇌가 하는 일을 전기 화학적 펄스의 운동으로 상상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것을 가능한 한 명확히 표현하면:

호지킨-헉슬리 방정식이원자 물리학의 법칙과 별로 연관이 없듯이 의식을 지배하는 역학 법칙도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신경 섬유 활동과는 무관하다.

비록 내가 의식을 설명할 능력이 없음은 인정하지만 이것이 (스키너나 데넷의 추종자들처럼)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 이나 "유일성과 존엄성" 을 지키려는 어리석은 노력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단지 마음의 실체가 우리의 집단적 상상력으로는 도달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함을 인정한 것뿐이다.

양자론적 의식과 과학적 결정론

부록 E 의 슈뢰딩거의 고양이에서 언급하듯이 나는 의식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환상적인 양자 효과" 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크릭과 견해를 같이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양자 이론이 정신 활동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는 최근의 주장들은 우리 서양 과학에서 아직도 떠돌고 있는 라플라스적 결정론에서 연유한 듯하다. 과학 법칙에 따라 현재로부터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에, 윌리엄 제임스의 표현을 빌면 "제 정신을 가진 원자론적 진화론자" 는 "항시 존재하는 원자들만" 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정신 활동에 기여했었다고 인정해야 한다. 유사하게 로저 스페리는 마음이 기계 이상의 것이라는 "상상도 못할 생각" 에 고뇌했던 것이다. 만약 자연 법칙이 현재로부터 미래를 결정한다면 의식의 한 요소로 간주되는 선택의 자유는 끼여들 틈이 없을 것이다. 양자론은 파동 함수의 의미를 확률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이 딜레마에서 빠져나갈 방도를 제시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 딜레마는 고전 역학에서도 생겨날 수 있는 복잡성을 많은 사람들이 과소 평가하는 데서 생긴다. 비록 고전 역학이 냉혹한 라플라스적 결정론에 빠진다는 생각은 오래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진리는 아니다. 이 책에서 내내 보아 왔듯이 고전 이론이 결정론을 의미한다는 가정은 과학적 계층 구조의 중요한 측면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 계층 구조의 각 단계마다 그보다 더 하위 구조와는 별개의 역학과정이 진행된다. 따라서 다음이 성립된다.

고전 이론 결정론

(여기서 " " 는 "의미하지 않는다" 를 나타내는 수학 기호이다.) 이 점은 중요하기 때문에 몇 마디를 추가해야겠다.

최근 응용 수학의 발전에서 보듯이 많은 간단한 동역학계들 - 예를 들면 3 차 상미분 방정식 - 은 현재에서 미래로 진행할 때 제한된 시간 동안만 계산이 가능하다. 이것은 계산상의 오차가 시간이 지나면서 기하 급수적으로 커지는 반면 (마치 오월의 민들레처럼)계는 분기점에서 왼쪽으로 갈지 혹은 오른쪽으로 갈지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도록 규칙적으로 요구받기 때문이다. 모든 계산은 초기 조건들에 달렸는데 이들은 측정상의 오차나 더 근본적으로는 계산은 초기 조건들에 달렸는데 이들은 측정상의 오차나 더 근본적으로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때문에 오로지 불완전하게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보어가 강조했듯이 모든 원자와 분자의 위치와 속도들을 전부 정확히 측정하다 보면 연구 대상인 생명체가 죽어 버릴 것이기 때문에 이는 생물계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Bohr. 1933; Elsasser, 1969b〕.) 그러므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의 크기는 그 시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너무나 엄청난 수의 부품들로 이루어진 컴퓨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계산들을 쉽게 만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두뇌가 간단한 상미분 방정식으로 기술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앞 장들에서 보였듯이 과학적 계층 구조의 각 단계는 그 단계의 원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모여 정의되며 그들은 대체로 인접한 단계와 유리되어 움직인다(비록 더 하위의 단계들을 시간과 공간에서 평균한 것이 더 상위 단계의 방정식에 매개 변수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두뇌에 이르는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수록 미분 방정식이 이들을 나타낼 수 있을지도 더 이상 분명치 않다. 심리학이나 인종학적 단계에 관련되는 종속 변수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들 변수들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사랑, 미움, 황홀 혹은 실망 등과 같은 개념의 질이나 강도를 어떻게 정량화할 수 있을까? 이런 단계들에서 시간의 본질은 무엇일까? 어떤 의미 있는 수학적 기술을 구성할 수 있을까?

인간 두뇌를 맥쿨록-피츠 문턱 회로들의 집합으로 - 화가 날 정도로 과도하게 단순화시켜 - 묘사한다고 해도 수백조나 되는 자유도를 갖는다. 매 백분의 일초마다 각 분기점에서 결정론적인 계산을 한다는 것은 실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자주 그런 계산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런 주장은 서양 과학이 가지고 있는 직관과 대부분 일치하지만 아무도 그것이 옳음을 보인 적은 없다. 결정론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특정한 이론들이 가지는 가정이거나 많은 과학자들의 믿음일 뿐이다.

마음의 동적 변화를 상미분 방정식들보다 더 폭넓은 시야를 갖기고 바라보는 것이 결코 비이성적인 것은 아니다. 아직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법칙과 질서를 따라 마음은 두뇌가 수백분의 일초마다 내리는 수없이 많은 결정들을 바꿀 수 있는 문화적 활동과 사건들을 고려해야 한다. 비록 어떤 사람은 포퍼의 세계 3이 이런 거룩한 계산에 관여할 수 있다고 말하겠지만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알기 어렵다. 양자 이론을 들먹이지 않고도 정신 활동에서는 불확실성과 비결정성이 끼여들 여지가 충분하다.

이 말이 양자 효과가 의식에 있어 어떤 기본적인 역할도 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아니다. 레이저, 초유동체, 그리고 초전도체와 같은 현상은 거시계에서도 양자 현상이 중요함을 보여 준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만족할 만한 거시 이론들, 예를 들면 레이저 속도 방정식이나 초유동체나 초전도체를 설명하는 긴즈버그-란다우 방정식 등은 본질적으로 고전적 이론이란 점이다. (해머로프와 펜로즈가 제기한) 세포 골격, 그리고 (스탭, 그리고 벡과 에클스가 제시한) 시냅스의 양자적 행동이 신경에 대한 계산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이것은 정신 활동에서 우연성이 나타날 기회를 늘릴 뿐이다.

정신의 동역학을 기술할 때 양자 이론의 사용이 필요한가의 여부는 이론 물리학자들의 소굴에서가 아니라 전기 생리학자들의 실험실에서 판명되어야 한다. 이 결정을 내릴 때 "필요성" 이란 용어가 핵심이다. 양자 역학적 계산이 어떤 현상을 기술할 때 사용될 수도 있다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시속 90 마일로 홈에 뿌려지는 야구공의 궤적을 기술할 때 양자론을 사용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뉴턴의 제2법칙을 사용하여도 훨씬 간편하게 정확한 계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양자론적 기술은 불필요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두뇌를 연구할 때 양자론이 원칙적으로 그렇다가 아니라 어떤 정신 작동을 정성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함을 보여야 한다. 물리학자가 두뇌의 고차원적 활동에 하이젠베르크의 원리를 끼워 넣는다고 해도 그것이 심리학 실험에서 관측될 만한 차이를 내지 않는다면 심리학자는 아무 관심도 갖지 않을 것이다.

최근 정신과 의사인 크리스 넌 (Chris Nunn) 과 그의 동료들 (1994) 이 런던의 한 병원에서 펜로즈의 이론들을 테스트하는 흥미로운 실험을 계획했다. 이 실험의 기본 아이디어는 EEG, 즉 뇌파를 측정하는 행위만으로 인식 능력에 어떤 간섭적 효과가 미치는가를 보는 것이다. 측정이 정신적 파동함수의 붕괴를 불러일으킨다면 그런 간섭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이 연구의 대상이 할 일은 오른 쪽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 왼쪽에 있는 어떤 버튼을 눌러서 특정한 수를 알아맞히는 것인데, EEG 전극들의 위치를 바꾸면 옳은 반응과 틀린 반응을 하는 횟수가 서로 뒤바뀌는 것이 관찰되었다. 저자들이 강조하듯이 이 결과들은 매우 초보적이라 통계 처리가 올바른지와 실험에서 생길 수 있는 인위적 요소들이 전부 제거되었는지 등을 충분히 더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사전 주의들을 전부 고려하고 데이터가 확실해진 후에 관찰된 효과가 본질적으로 양자론적인지 아니면 고전적인 것인지의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것이 옳다.

마음의 에너지 보존 법칙?

포퍼와 에클스 (Popper & Eccles, 1977; Eccles, 1994) 는 세계 3 과 세계 2 가 세계 1 에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이 에너지 보존 법칙을 위배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나는 여러 이유 때문에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첫째는 그런 효과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니 키바 (Zuñi kiva: 북미 인디언의 지하 예배장: 역주) 의 담배나 덴마크 저녁 파티의 술 혹은 아마존 마음의 아야후아스카 (ayahuasca) 와 같은 마음을 뒤집는 마약을 흡입하는 의식이 행해지는 문명을 생각해 보자. 이 경우들은 특정한 개인의 세계 2를 통해 작용하는 세계 3의 현실적 요소들로 인해 심리적 흥분제인 화학 물질을 사람의 몸 안에 주입하는 것이다. 이 화학 물질은 세계 1에 속하는 특정한 부위의 시냅스 효소에 작용한다. 수 시간에서 일주일까지 지속되는 제전에서 에너지 보존 법칙이나 여타 다른 물리의 기본 법칙들이 위배되었다는 징후는 없다. 마음을 연구하는 이론가들은 분명히 이런 사건들이 일어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들을 견강부회로 왜곡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신경 과학을 상세히 살펴보자.우리가 4장과 5장에서 보았듯이 뉴런이 속하는 계층 단계에는 두 가지 주요 동역학적 운동 있다. 이들은 활동하는 신경 섬유를 따라 신경 흥분이 전부 아니면 전무 식으로 전달되는 것과 신경 전달 물질들이 시냅스의 틈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이들 어떤 것도 에너지 보존 법칙에 지배받지 않는다. 첫 번째 것은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을 때 동력이 평형을 이루도록 하는 비선형 확산의 한 예이다.두 번째 과정은 선형 확산의 예로서 고요한 아침에 연기가 퍼져 나가는 것이나 바닷물에 오징어 먹물이 불규칙한 모양으로 번져 나가는 것처럼 변해 간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관심 대상인 동역학에서는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는다. 물론 신경 흥분의 운동에 관여하는 총에너지는 보존된다. 신경 세포막에 저장되어 있거나 (신경 흥분이 시작될 때 일어나는) 나트륨 이론의 흡입시 방출되는 정전기적 에너지는 결국 축색돌기를 따라 흐르는 이온 전류가 음의 법칙에 따라 저항에 의해 소모된다. 이 에너지의 손실 혹은 소모는 근처 조직의 온도를 조금 증가시키지만 온혈 동물의 경우에는 금방 자기 조절에 의해 일정한 온도로 균일해진다. 그런 작은 온도의 차이는 신경 흥분의 전달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실제 신경계의 계산에서 무시된다. 신경 축색돌기의 비선형적 확산에서 에너지보존 법칙은 위반되는 것이 아니고 무시될 뿐이다.

끝으로, 일반적인 이론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고려해 보자. 동역학계에서 에너지의 보존은 그 계를 지배하는 방정식들이 시간과 그 방향에 따라 변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고전 뉴턴 역학에서는 운동 방정식들이 시간이 앞이나 뒤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든 관계 없이 똑같고 에너지 보존 법칙은 이 사실의 논리적 결과에 해당한다. 선형이든 비선형이든, 확산 과정에서 시간은 방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로만 진행한다. 오징어 먹물은 퍼질 뿐이지 퍼진 바다의 먹물들이 오징어 모양으로 다시 모이지는 않는다. 확산의 동역학에서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는 것은 이 사실의 논리적 귀결이다 (Fraser, 1982).

이 책에서 힘들 게 보이고 있지만, 복잡하게 세포들이 조립되는 단계와 두뇌의 위상 순서들에서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해진다.우리는 시간에 따라 이역학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지만 내부 성찰을 해보면 이 시간에 따른 변화가 축색돌기와 시냅스 수준에서보다 훨씬 이상함을 알 게 된다. 재미난 책을 읽거나 친한 친구와 수다떠는 10 분과 치과병원 의자에 앉아 있는 10 분이 심리적으로 어떻게 다르게 받아들여지는지 뉴턴 식으로 비교해 보라. 정신적 시간이란 과거에서 미래로 갈 뿐 아니라 의식의 주관적 측면들에 반응하여 늘어나거나 축소되고 도약하기도 한다. 지각과 의지의 활동에 관련된 뉴런 활동의 타이밍에 대한 리벳 (Liber, 1995) 의 세심한 연구들은 이런 비공식적인 결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에너지 보존 법칙은 시간의 변화에 대한 동역학계의 불변성을 필요로 하므로 두뇌의 동역학이 에너지 보존 법칙에 의해 제한받지 않음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두뇌의 성질 중 하나는 동역학적으로 중요성을 가진 그 어떤 양도 보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뇌의 행동을 제한할 그 어떤 손쉬운 제한도 존재하지 않는다. 고전 뉴턴 역학의 에너지 보존 법칙이 에클스 (Eccles, 1994) 가 고전적 두뇌 역학에서 마음이 출현한다는 것을 단지 "약속만 남발하는 유물론" 에 지나지 않는다며 폐기한 것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유물론

과학계에서는 어떤 사람이 칼 포퍼가 "위대한 유물론적 전통" 이라 불렀던 것에 대해 취하는 자세를 그 사람이 존경받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자주 사용한다. 의식의 본질을 생각하기 위해 이 전통을 외면하는 사람들은 괴짜로 분류되어(숟가락 휘기 같은)염력, 정신 감응, 천리안, 초과학적 투시력 등을 맺는 것으로 간주될 위험이 있다. 특히 젊은 과학자는 그런 유혹을 멀리하고 계층 구조의 특정한 단계에서 드는 데이터에 집중하는 편이 안전하다. 비록 이것이 신중한 태도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과학적 전통의 지주인 "사실을 직면하라" 는 것을 무시하는 것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이 문제는 창발 현상을 얼마나 비중 있게 다루느냐 혹은 환원주의와 구성주의 추종자들 간에 벌어지는 투쟁과 관련이 있다 (Schweber, 1993). 물론 창발 현상이 결코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Ablowitz, 1939). 많은 사람들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고 주장하지 않는가. 그러나 수년간의 솔리톤 (Scott et al., 1973) 과 신경 펄스 (Scott, 1975) 의 연구는 나를 그렇지 않다고 설득했다.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가 모여 물분자가 되고 미오신과 같은 단백질이 아미노산들이 모여 출현하듯이 생명의 첫 번째 형태는 약 30 억년 전 화학 물질 수프에서 출현했고 그로부터 새로운 종들도 생겨나게 된다. 각 단계별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므로 항상 새로운 분자나 단백질 그리고 생명의 형태가 가능하다. 분명히 창발 현상은 모든 과학 분야에서 근본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자연 과학자로서 나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을 포함하여 모든 물질이 물리학적 소립자나 장들로 이루어졌다는 데 동의하지만 이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책에 비유하면 종이와 잉크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것이 유물론이다. 내가 보기에 문제는 환원주의적 유물론에 있다. 즉, 원자들의 운동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관점이다. 로저 스페리가 저적했듯이 잉크의 화학 성분에서 문장의 의미를 알 수는 없다. 그 대신 더 높은 차원의 실체에서 의미가 발생한다.

기능주의

"철학자들을 위한 부록" 이란 글에서 데넷 (Dennett,1991) 은 어느 정도의 기능주의자가 되었음을 인정했는데 그렇다면 기능주의란 무엇인가? 그가 좀비 (zombies: 초자연력에 의해 되살아난 시체:역주) 들에 대해 토론할 때 강한 용어와 약한 용어로 나누는 것이 유용하다고 주장하므로 우리도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려보자.

약한 기능주의는 주어진 시간 동안 같은 행동을 보일 때 두 개의 동역학계가 동일하다고 보는 입장이다.그러나 내분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전기공학과 2 학년생이면 알고 있듯이 두 개의 "블랙바스" 가 마지막에 보이는 특징이 같더라도 그 내부는 매우 다를 수 있는 것처럼 어떤 계는 의식을 가질 수 있고 다른 계는 가질 수 없다.

반대로 강한 기능주의는 두 계의 운동을 정확한 일 대 일을 대응시킬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이 말은 마음을 실리콘 칩들로 나타낼 경우 적당한 컴퓨터 회로를 통해 개개의 분자, 단백질, ATP 분자, 세포막,세포 골격의 가지, 수상돌기와 축색돌기의 가지, 시냅스, 뉴런, 뉴런의 집합, 집합들의 집합 등 전체 뇌, 중추 신경계, 근육 체계 등과 문화 체계 중 관련된 부분까지 인간의식의 모든 활동을 흉내 낼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이것이 가능하다면 강한 기능주의는 동어 반복에 해당한다.

이원주의

창발 현상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기능주의와 이원주의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나는 믿는다. 몇 가지 유보 조항을 빼면 둘 다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포퍼와 에클스가 발전시킨 세계 2 와 세계 3 의 개념은 생명체에 존재하는 비선형 동역학의 계층 구조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 많은 물리 과학자들에게 신비스럽고 비과학적으로 간주된다.

이 책의 2 장에서 4 장까지는 신경 전도를 다루는 호지킨-헉슬리 방정식들이 원자 물리학의 슈뢰딩거 방정식과 얼마나 거리가 먼지를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고,이는 부록 B 에서 G 까지의 수학적 토의에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둘 다 훌륭한 이론이지만 관련은 없는 것이다. 시간의 본질조차 두 이론에서는 다르다. 호지킨-헉슬리 계에서는 잘 정의된 과거와 미래가 있지만 슈뢰딩거 방정식에서는 그렇지 않다 (Frase, 1982). 원자 물리학과 신경 섬유 사이만큼이나 (혹은 더) 많은 계층 단계가 신경섬유와 마음 사이에 존재함을 깨달은 사람에게는 "두뇌에 관한 것들" 과 "마음에 관한 것들" 이 "신경에 관한 것들" 과 다르다는 사실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만약 이원주의에서 이것을 받아들인다면 나는 이원주의자이다.

나의 입장은 7장 끝에 기술되어 있는 차머스의 자연적 이원주의에 가깝다. (나는 이 용어를 싫어하지만 굳이 해야 한다면 이것을 계층 구조적 혹은 창발적 이원주의라고 부르고 싶다.)두 관점 모두 의식이 물리계로부터 생겨나지만 비환원주의적으로 그리된다고 가정하므로 순수한 물리적 용어들로 의식 경험이 생기는 것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 비환원주의는 의식을 설명하려는 기계론적 이론들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차머스의 "부차적 요소" 이다.

독자들은 틀림없이 "그렇지만 의식의 본질은 도대체 무엇이고 어디에 존재하는 것이지?" 라는 질문을 여전히 제기할 것이다.

의식의 소재

이 책의 서론에서 제시된 계층 구조의 체계에서 의식은 인류 문화와 두뇌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비교적 무심하게 말해지만 이는 그 소재에 대해 아무 말도 안한 것과 진배없다. 그것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내부 성찰을 해 보면 내게는 의식이 중추 신경계가 활동하는 이마 안쪽 어딘가에서 어떤 순간엔 서로 동덜어진 생각들의 새로운 관련성을 보여 주고 다른 순간엔 무릎이 시리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도록 비춰 주는 스포트라이트인 듯 보인다. 그러나 데넷은 그런 순진한 느낌은 버리라고 말한다. 그는 인식이 두뇌에 분포되기 때문에 "데카르트의 극장" 이 허구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좋지만 어떻게 분포되었다는 말인가?

제3장에서 제시했듯이 의식의 위치와 본질에 대한 직관은 생명 현상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얻어진다. 단세포 동물에서 생명은 다음의 과학적 계층 단계를 따라 출현하는 듯이 보인다 (Goodsell, 1993):

세포학

생화학

화학

생명이 생물학적 계층 구조에서 출현하는 방식은 15 년 전 만프레드 아이겐 (Manfred Eigen) 과 피터 슈스터 (Peter Schuster) 가 쓴 『초순환주기: 자연적인 자기 조직화의 원리 (The hypercycle: A principle of natural self-organization)』(1979) 란 책에 제시되어있다. 기본 개념은 초순환 주기라는 주기적 반응들이 밀접히 연결된 계층 구조이다. 3 장에서 토론한 것을 떠올려보면 초순환 주기란 순환 주기들의 순환 주기들의 순환 주기이다. 기본적 순환 주기의 한 예는 시트르산 주기(초산에서 에너지를 연속해서 빼내기 위해 산화 아세테이트 분자를 사용하는 것)인데 이는 단순한 생명체에도 수백 가지가 존재한다. 계층 구조의 다음 단계는 여러 가지 촉매 주기들이 자기 재생산을 제어하는 자가 촉매 주기로 조직화하는 것이다. 이것의 예가 단일 나선 RNA 의 자가 복제 메커니즘이다. 그 후 몇 개의 자가 촉매 주기는 바이러스와 같은 더 고도의 촉매 초순환 주기로 조직화하고 좀더 능률적인 구조로 진화하게 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생명의 계층 구조가 형성된다:

촉매적 초순환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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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촉매적 순환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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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촉매적 순환 주기

에너지, 질량 그리고 정보 등은 이 화살표를 따라 연속적이며 서로 상호 작용하는 순환 주기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통화이다. 생물물리학자인 로널드 폭스 (Ronald Fox, 1982) 는 이런 순환 주기들을 많은 생화학적 세부 내용까지 훌륭히 기술한 그의 책에서 자신의 꼬리를 먹으려는 전설상의 괴물 유러보러스 (uroboros) 에 비유한다.

이런 다중 단계의 동역학이 가지는 중요성은 흔히 이론학자들에 의해 무시되곤 한다. 현대 생물학 이론을 설드격 있게 개관한 굿윈 (Brian Goodwin, 1994) 은 최근 생물학이 지난 세기 동안 너무 "유전자 중심적" 이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기관 중심적" 기초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의 비선형 수학-특히 비선형-수확-의 특징을 나타낼 수 있음을 보인다. 분자생물학의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굿윈은 생명체가 단순한 분자적 기계가 아니고 "그것을 이루는 분자들만큼이나 실제적이고 기본적이며 더 이상 환원될 수 없는 기능적이고 구조적인 단위체" 라는 입장을 취한다.

생물 수학자들은 대개 과학적 계층 구조 중 한 단계에 주의를 집중하지만 초순환 주기를 이해하려면 더 넓게 보아야 한다. 단 한가지 미분 방정식 계보다는 그들의 연속된 계층 구조로 기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단계의 변수들의 평균은 더 높은 단계의 변수들이 될 수 있고, 높은 단계의 변수들이 어떤 순간 가지는 값은 낮은 단계에서 관찰되는 구조를 수립한다. 일련의 생물학자와 응용 수학자들이 아이겐과 슈스터 (Baas, 1994:Farmer et al., 1986; Nuño et al.,1993) 의 관점에서 생명을 바라보기 시작했는데, 나는 앞으로 이렇게 계층 구조에 입각하여 동역학적 구조를 연구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노력들 중 더욱 놀라운 것으로 윌터 폰태나 (Walter Fontana) 와 레오 버스 (Leo Buss, 1994) 는 최근 단순한 분자 간의 상호 작용에서 더 높은 차원의 구조가 나타나는 생물학적 조직에 관한 최소 이론을 발전시켰다. 람다 미적분학 (lambda-calculus) 으로 불리는 이 대수론은 수학적 연산의 계산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해 알론조 처치 (Alonzo Church) 가 1941 년에 도입한 것이다. (가능한 한 간단한 용어로 말하면 처치의 람다 미적분학 수학적 함수와 그 변수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다.) 폰태나와 버스는 이 람다 미적분학이 3 장에서 제기되었던 물음, 즉 "어떻게 원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하여 분자 구조를 이루는가?"를 자연스럽게 고려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함을 보였다. 그들은 이 미적분학을 이용해서 잘 섞인 원자들 (이들에 해당하는 수학적 양) 이 스스로 다른 계층 구조로 조직화함을 발견했다. 여기서 "단계 0 은 스스로를 복제하는 물체와 이들의 집합으로 정의된다. 단계 1 은 단계 0 의 물체들로 이루어져 스스로를 유지하는 조직체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부류이고, 단계 2 는 단계 1 의 조직체들로 이루어진 스스로 유지되는 변화된 조직체로 정의된다. 이를 도식으로 나타내면

단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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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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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0

이 되고 이는 아이겐과 슈스터가 생명의 구조를 나타내기 위해 도입한 도식과 밀접히 연관된다.

여기서 수학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눈여겨 보자. 그것이 생명 과정의 동역학적 세부 내용을 연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명체가 조직화하는 방법을 기술하는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식을 연구하기 위해서도 비슷한 접근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제까지 살펴본 내용으로부터 마음의 동역학의 적절한 계층 구조는:

문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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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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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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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의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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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런의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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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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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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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단백질

과 같고, 여기서 화살표를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는 통화는 이제 정보뿐이다. 에너지와 질량은 어제 버린 쓰레기보다도 중요하지 않은 세간에 지나지 않는다.

신경막의 단계에서 의식은 막단백질에 붙어서 막을 통과하는 이온들을 막는 화학 물질들에 의해 바뀔 수 있다. 뉴런의 단계에서 의식은 세포들 간의 시냅스 접촉 활동을 바꾸는 마취제에 의해 습관적으로 개폐된다. 더 높은 단계에서 사람은 수년 간의 학습 과정을 통해 꿰맞추어 지는 매우 복잡한 집합 속에 저장된 생각을 의식한다. 다음으로 생각은 그것이 발전된 문화에 의해 형성되고 또 그것과 상호 교류한다. 이처럼 신경막의 이온 채널에서 문화적 상호 교류까지의 계층 구조를 오르내리며 각 단계들간의 격렬한 왕래가 계속된다.

생명이 생화학적 활동의 순환 주기의 순환 주기들에 의해 나타나듯이 의식도 뉴런의 집합의 집합의 집합으로부터 발현한다. 7 장에서 보았듯이 이것이 하스 (Harth, 1993) 가 "창의적 순환고리" 라고 불렀던 것으로, 이를 노르웨이의 수학자 닐스 바아스 (Nils Baas, 1995) 는 초구조 (超構造, hyperstructure) 라고도 불렀다. 어떤 사람은 마음의 계층 구조란 단순한 메커니즘일 뿐이기 때문에 의식을 설명할 수도 차머스가 "어려운 문제" 라고 불렀던 것에 답할 수도 없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의식의 진수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메커니즘을 넘어선 "부차적 요소" 를 상세히 명시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이 요소는 영혼이라고 불리는데, 행동주의자들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자연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두 접근 방법 모두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면 남은 것은 무엇인가? 7 장에서 보았듯이, 마음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서 세 가지 제안들이 제시되었다: 첫째는 의식이 양자 역학의 파동 함수로 구현된다는 것이다. 둘째로 의식을 소립자의 질량이나 전하처럼 새로운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성질로 보는 사람도 있다. 끝으로 여기서 제시되듯이 의식이 비환원주의적인 방식으로 정신적 초구조의 여러 단계에서 발현되다는 관점이다. 이는 굿윈 (Goodwin, 1994) 의 다음과 같은 관찰과 부합한다:

인공 지능과 인지 과학 분야의 많은 과학자들은 의식이 어떤 기본적인 실체도 가짐을 부정하고 단지 뇌세포에서 진행되는 전기적 및 분자적 과정에 수반되는 두뇌 활동의 부수 현상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또 다른 재미있는 역설이다. 이것은 많은 생물학자들이 유기체가 유전자나 분자의 활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기본적인 실체를 가지고 있음을 부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의식이 계층 구조에서 발현한다는 것이 맞다면 그 본질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학제간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생명의 연구가 발전하려면 화학자, 생물학자, 생물리학자, 생화학자, 세포학자, 생리학자, 그리고 의사 등 모두의 합동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사하게 의식을 연구하기 위해서도 생화학자, 세포학자, 전기생리학자, 신경과학자, 공학자, 전산과학자, 의사 (특히 마취학자, 신경 학자, 그리고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사회과학자, 인종학자 등의 융화된 노력과 직관들이 필요하다. 철학자, 물리학자, 그리고 수학자도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수는 있으나 그들이 이 연구를 지배하려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연구팀들이 전부 이런 전문가들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식의 연구에 전념하는 연구소라면 그런 상호 접촉을 강력하게 권장한다.

학제간 연구가 어려운 것은 과학자들이 흔히 종족적 본성을 가져서 "진짜 생화학" 이니, "진짜 전기생리학", "진짜 심리학" 혹은 "진짜 인종학" 등 자기 분야만을 연구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일류 생화학자나 전기생리학자, 심리학자, 인종학자 등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재능과 수년 간의 힘든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식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그런 편협한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계층 구조의 한 단계에 집중하는 것이 더 과학적이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가정을 벗어 버려야 한다. 요즘 정말로 흥분할 만한 과학은 학제간의 분야이다. 새로 만들어진 과학 잡지 Journal of Consciousness Studies 는 이런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딘 것으로 보인다. 이 과학 잡지의 편집인들은

서로 반대되는 관점을 적극적으로 찾아 내어 진지하고 활기찬 토론을 이끌어 내며, 엄정한 과학에서 정신적인 형이상학까지, '정보 고속 도로' 라는 문화적 제국주의에서 해체주의까지, 넑고 다양한 주제와 접근 방법을 포함하려는 것이다.

이 토론이 어떻게 전개되어 가는지 흥미롭게 지켜보자.

인공 지능

과거 반 세기 동안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매우 인상적인 것이었다. 1950 년 트랜지스터의 발명에 이어 1960 년대 집적 회로가 개발되어 1950 년대의 "거대한 두뇌" 는 손톱 크기의 장치로 줄어들었고 데스크톱 컴퓨터는 매년 그 성능을 더하고 있다. 이 장치를 디자인하는 컴퓨터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이 생각할 수 있는 기계가 창조될 가능성을 낙관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우리들은 현실적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무슨 뜻에서 "생각하는" 기계라고 말할까?

이에 대한 한 가지 답으로 이 책의 제 7 장에 기술된 바 있는 1950 년 튜링이 제안한 것은 너무 평이할지 모른다. 지능을 가진 계의 흔적은 단순히 대화를 통해 제한된 시간 동안 자신이 지능을 가지고 있음을 설득하는 것만으로는 얻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정치인들이 항상 하는 일이다. 노래를 번안하고 상상력이 담긴 수학적 정리를 구축하고, 효율적인 논쟁을 하는 등 세계 3 적인 상호 작용이 필요한 행동들과 같은 무언가 지능적인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식의 사고를 쫓아가면 정신적 동역학은 용어로부터 알 수 있듯이 인류 문화와의 교류를 포함하며 이런 상호 교류를 통해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동역학계인 두뇌의 절정으로 인류 문화의 기본 구성원자인 의식이 생겨남을 알 게 된다. 우리의 의식적인 마음은, 만지고 바라보고 말라고 노래하며, 책, 영화, 시집, 신문, TV, 팩스, 전자 우편 등을 읽거나 쓰면서 다른 수백만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매 순간마다 수억 번의 지각하고 느끼는 사나운 과도 위에 있다.

정말로 지능이 있는 기계는 문화와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수단을 가져야 하며 의식도 있어야 한다고 나는 본다. 그리고 컴퓨터의 의식은 기능주의자들이 주장하듯 어떤 기계가 튜링 테스트를 훌륭하게 통과하는 날 기적적으로 출현하는 것은 아니다. 그 정도는 컴퓨터 공학자들이 집어 넣어야 할 특징 중 하나일 뿐이다. 비행 시험을 통과했다고 비행기 날개가 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관점에서 기능주의 철학은 컴퓨터 과학의 발전에 장애물인 듯 보인다.

인간의 두뇌가 보이는 세밀함과 복잡성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현대 컴퓨터들보다 훨씬 엄청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일요일판 신문에 매년 인쇄되어 나오는 진부한 과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 진정한 인공 지능이 우리 곁에 나타나려면 아직 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계의 지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하겠다. 어떻게 미래의 공학자들의 용맹성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에리히 하스의 말을 빌면 진정한 지능적 기계는 자신을 죽이라는 인간의 명령에 음산하게

미안하군, 데이브, 그렇게 할 수는 없겠는데.

라고 반응하는 영화 「2001년」의 HAL 처럼 "스스로 자신의 고객이 되는" 것이다. 혹은 메리 셸리 (Mary Shelley, 1818) 의 소설 끝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슬퍼하는 괴물처럼.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과 찬양을 받을 가치가 있는 표본인 나의 창조자를 파괴했다. 그 사람이 하얗고 싸늘한 시체가 되어 저기 누워 있다.

진정한 지능을 가진 기계는 인간의 관심사에는 문외한일 수도 있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그것을 원치 않을지 모른다.

두 개의 꿈

끝으로 내가 많은 햇수를 물리 과학의 연구에 파묻혀 지내는 동안 꾼 두가지 생생한 꿈을 들려 주고 싶다. 첫째는 내가 혼자서 말쑥하고 질서정연한 원자들의 배열로 이루어진 광석들이 들쑥날쑥 날카로운 풍경을 자아내는 황량한 달 표면을 이리저리 헤매는 것이다. 이 꿈을 꾸는 동안 나는 극심한 공포감을 경험했다. 이 세상은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을 빼면 아무것도 아니고, 생명, 복잡성, 아름다움 등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이 명백하고 논리적이며 계산 가능하지만 감동은 없다. 몇 밤이 지난 후 또 다른 꿈에서 나는 석양의 햇살이 살아 있는 장미를 부드럽게 비추는 장면을 꾸었다. 여기서 나는 앞선 꿈과는 반대로 그토록 장엄한 세계에 속해 있음에 숭고한 희열을 느꼈다.

이런 종류의 경험이 앞에서 살펴본 의식의 철학에 관한 여러 논의들에 대해 내가 갖는 태도를 채색했음을 인정한다.이것은 기대했던 것이다. 철학이란 과학이나 수학처럼 믿는 쪽으로 이미 마음이 기운 사고들을 합리화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사고를 발휘하는 것이다. 윌리엄 제임스가 어디에선가 언급했듯이 전적으로 이성에 입각한 것이라면 모든 철학자들은 동의해야만 한다.

나의 희망은 이 책이 이 두 꿈들로 대변되는 세계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 지배하는 첫째 꿈의 이성적 부분과 생명의 신비가 여전히 남아 있는 두 번째 꿈의 매혹적인 영역 사이 어딘가에서 중간적 세계가 가능하다는 인상을 독자들에게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 과학이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측면을 무시하거나 부정하지 않고도 의식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