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과 착시현상
인간행동과 심리학 : 오세진.김형일.임영식.현명호.김병선.김정인.김한준.양병화.이재일.양돈규.최창호.이장한 공저, 학지사, 1999, Page 71~94
2. 지각적 착시와 모호성
(1) 감각 및 지각 수준의 착시
(2) 지각적 착시의 응용
흔히 사람들은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신념이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우리는 단순히 보고 듣고 느끼지만 내부적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외부의 정보는 일단 우리의 감각수용기라는 감각세포를 자극하고 신경계를 따라 뇌에 정보를 정보를 전달한다. 뇌에 전달된 정보는 그대로 해석되지 않고 과거의 경험, 지식, 기대 등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잘못된 해석을 내리면 지각적 오류를 범하게 된다. 우리가 경험하는 감각과 지각의 기초적인 과정을 다루고 있으며 또한 지각 원리에 대한 심리적인 관점을 다루고 있다.
지금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당신은 매우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나무를 보고 지나가는 사람을 감상하고 있지만, 그것을 보기 위한 당신의 내부 과정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다. 우선 망막의 수많은 신경세포(즉, 감각수용기)가 빛의 파장과 크기, 형태, 거리 등을 분석하여 시신경으로 전달하고 시신경은 여러 단계의 화학 작용을 통해 그 정보를 대뇌로 전달한다. 대뇌는 기능이 분화되어 있어 시각 정보를 특별히 처리하는 시각피질(후두엽)이라는 곳에서 보이는 자극의 특징을 분석하고 다른 자극과 비교하며 최종의 해석을 내린다. 일단 유입된 자극 정보에 대한 해석이 내려지면 뇌는 또 다른 반응을 하도록 신체의 각 기관에 명령을 하달한다. 이러한 과정이 감각(sensation)과 지각(perception)의 과정이며 뇌에 의한 자극의 정보 처리 과정이다.
자, 이제 창밖으로 지나가는 여학생을 보았다고 하자. 지나가는 여학생의 다리는 어떻게 정보 처리되는가. 먼저 여학생의 모습이 망막에 비춰지고 동공이 확대되면서 다리 부분이 망막의 감각수용세포들을 활성화시킨다. 그리고 나서 크기와 형태, 색채 등을 분석하고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한다. 전달된 정보들은 뇌에 의해서 다시 분석되는데, 이때 과거의 경험상 기억된 다리에 관한 정보를 인출하고 비교하거나 종합하는 과정을 거쳐 "아, 미끈한 다리군!"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결정에 따라 뇌는 즉각적으로 새로운 반응을 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예를 들어 '동공을 더욱 확대시켜라', '침샘의 분비 작용을 촉진하라' 등과 같이 유입된 자극에 의한 반응 체계를 활성화시킨다.
우리는 단순하게 보고 듣고 말하는 것 같지만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 데도 수많은 감각과 지각 과정을 반복한다. 물론 그 하나 하나의 과정을 모두 생각하고 추적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헛되고 피곤한 일이며, 경우에 따라서 뇌는 정교한 해석을 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지금 당신이 뜨거운 난로의 연통을 잡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손에 있는 감각수용기가 열을 감지하고 세포를 활성화시켜 감각세포를 통해 중추신경으로 전달하고 이를 뇌가 '음, 뜨거운걸!'하고 해석하는 순간, 이미 당신은 매우 낯익고 맛있는 냄새를 맡고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인간의 감각과 지각 체계는 뇌까지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척수 수준의 반사 행동으로 위기를 탈출하게 된다. 즉, 뜨거운 물체의 감각 정보를 뇌가 해석하고 손을 떼도록 명령하기 전에 척수 수준에서 반사적으로 손을 떼는 행동을 하게 한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감각과 지각이라는 생존 체계에 의해 외부의 위험한 자극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는 것이다.
감각과 지각 체계는 인간의 생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흥미롭게도 우리가 느끼고 보는 것이 그다지 믿을 만한 것이 못되는 경우가 많다. 옛말에 '보는 것이 믿는 것' 이라는 말이 있듯이, 오랜 동안 인간은 감각을 마치 외부 현실에 대한 신적인 믿음처럼 여겨 왔다.
그리스의 철학자 Protagoras(BC 450년경)는 "인간은 감각 덩어리에 불과하다."라고 하였으며, 1961년 Thomas Hobbes도 "인간이 최초로 가지게 되는 마음 속의 개념은 감각과 지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라고 함으로써 감각과 지각을 사고의 형성과 지식의 원천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경향은 유럽의 철학적 전통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Condillac, Bonnet와 같은 프랑스의 감각주의와 Biran, Comte와 같은 실증주의 철학자들은 감각과 지각에 기초한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는데 초점을 두었으며, 인간의 정신 활동을 감각 기제들로 해석하고자 하는데 일생을 바쳤다.
그러나 현대의 감각과 지각 연구자들은
이러한 신념을 전적으로 수용하지는 않는다. 다음의 그림 1은 우리의 감각과 지각에
대한 신념이 얼마나 회의적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들이다.
그림 a, b,
c의 사각형은 실제 정사각형이지만 모두 왜곡되어 보인다. d 는 둥근 원이지만 네
개의 꺽임표에 의해 왜곡되어 보인다. e 는 두 개의 평행한 직선이지만 역시 가운데
부분이 굴절되어 보이며, f 는 동일한 길이의 선이지만 한쪽이 더 길어
보인다. a 와 b 의 원을 제거하면 사각형은 정사각형 그대로 보일 것이며, e 와 f
의 배경 선들을 없애면 e 는 평행한 직선으로 보이고, f 는 동일한 길이의
선으로 보인다.

그림 1 감각과 지각의 왜곡 현상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람들은 물체와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도식을 가지고 있고 일련의 의미 있는 조직화를 학습하여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왜곡된 모양으로 지각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완전한 지각을 위해 감각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변의 맥락을 통해 해석하고 기억 속의 정보와 비교하는 종합적인 처리 과정을 거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매우 자동적이고 순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거의 의식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사물에 대한 왜곡된 지각은 사물의 실체와 투영된 이미지의 차이로 설명된다. 즉, 존재하는 모든 실체들은 3차원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것이 눈의 망막에 투영될 때는 2차원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거리나 깊이, 형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물리적 에너지 상태인 감각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기억 속에 저장된 지식에 의존하게 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그림 1의 경우를 다시 생각해 보자. 그림 f에서 물리적인 감각 정보는 두 선을 동일한 선으로 받아들이지만, 우리는 기억속에서 '수렴되는 쪽은 멀다.'라는 지식을 갖고 있어 왼쪽 선은 수렴되는 쪽에 있으면서도 오른쪽과 같게 보이므로 더 길다.'라고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지각된 물체나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개인의 과거 경험, 기대, 지식 등과 감각 정보가 상호 작용을 한 결과로 해석되는 것이 지각의 중요한 특성이다. 특히 자극의 특성이 애매하거나 불명확하여 지식과 경험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할 때는 주변의 맥락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사물을 지각하는 데 있어 물리적 속성에 근거하여 정보를 처리하기도 하고 때로는 맥락이나 지식에 근거하여 정보를 처리하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물리적 속성이 지각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때 정보 처리적 관점에서 지각의 상향식 처리(bottom-up precessing)가 이루어진다고 하고, 맥락이나 기대, 지식 등이 지각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때를 하향식 처리(top-down processing)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지각의 상향식 처리는 정보 처리의 연속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부터 높은 수준으로 이동하는 처리 단계를 말한다. 즉, 감각 정보가 수용기세포(bottom)를 통해 입력되어 뇌(top)로 전달되어 해석되는 일방향적 과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책상을 지각한다는 것은 책상의 물리적 속성(빛의 파장, 형태, 거리)이 망막의 수용기를 자극하고 시신경을 통해 대뇌의 시각피질에 투사됨으로써 뇌는 "책상이다"라고 지각하게 된다.
반면, 하향식 처리는 상향식 처리와 반대되는 과정으로 지각이 시작된다. 즉, 사물의 물리적 속성만으로 파악되지 않을 때 뇌 속의 정보와 보이는 물체를 비교하고 분석하여 결정하게 된다. 애매한 그림을 분석하고 결정하는 단계는 주로 하향식 정보처리에 의해 지배된다. 하향식 처리를 통한 지각은 개인의 과거 경험, 지식, 기대, 기억, 동기, 문화적 배경, 그리고 언어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지각의 하향식 처리는 지각적 추론 과정이라고도 한다. 지각적 추론은 지각 대상과 기억 속의 정보가 무의식적으로 연합되는 과정이다 (Helmholtz, 1924). 만일 밤길에 먼 곳에서 번뜩이는 불빛을 보았다면 순간 기억 속에서는 반짝이는 물건에는 무엇이 있는지 '자동차 불빛' 등으로 지각적 추론을 하게 된다.
현실 세계에 대한 지각 과정은 보통 상향식 처리와 하향식 처리의 두 과정으로 구분되지만, 명확하고 유의미한 지각을 위해 상호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각에서의 상향식 처리와 하향식 처리가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물리적 특성과 지식 혹은 맥락적 특성을 잘 이용하면 훌륭한 시각적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 로고나 엠블렘과 같은 디자인들이 그러한 지각 과정을 고려하여 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에서 감각과 지각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독일의 게슈탈트 학파(Gestalt school)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Max Wertheimer, Wolfkang Köhler, Kurt Koffka 에 의해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연구 대상과 그 의미에서 초기의 생리학적 관점과는 달리 감각적 사상보다는 지각된 사고들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연구하였다. 이러한 게슈탈트 심리학의 발달은 개인의 감각과 지각 과정에 관련한 많은 업적을 남겼으며, 지각 및 인지주의 심리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감각과 지각에 대한 초기 연구는 정신물리학(psychophysics)이라는 학문 분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현대 심리학의 창설 이전에 생리학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데카르트의 철학적 전통이 정신물리학을 탄생시켰으며, 정신물리학 운동은 감각과 지각에 대한 연구에 획기적인 전환점 역할을 하였다. 정신물리학자들의 주된 관심은 정신적 또는 심리적 작용들을 수량화할 수 있다고 믿고 이를 증명할 방법들을 찾는데 있었다. 따라서 이들은 감각적 정보에 대한 탐지(detection)와 두 자극의 차이를 구분하는 변별(discrimination)에 초점을 두고 연구하였다.
탐지란 자극의 존재를 알아내는 정도를 의미한다. 즉, 어느 정도의 자극 강도가 있을 때 사람들은 그 자극이 존재한다고 느끼는가를 탐지라고 한다. 어떤 사람에게 100g의 무게를 들게 하였을 때 그가 무게를 감지하면 100g의 물체는 그 사람에게 탐지된 무게이다. 반면에 0.1g의 무게를 들게 하였을 때 무게를 감지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0.1g의 무게를 탐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여기서 자극을 탐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에너지 상태를 절대역치 (absolute threshold)이라 하며, 탐지를 측정하기 위한 개념으로 사용한다.
절대역치을 측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항등자극법(method of constant stimuli)으로, Fechner에 의한 이 방법은 일련의 자극 강도를 제시한 후 Yes 반응과 No 반응의 50% 지점(Yes 반응수/Yes+No 반응수)을 절대역치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0.1g 부터 10g 의 무게를 무작위로 들게 하였을 때, 2.5g 이 반응의 50% 가 되는 지점이라면 이 사람의 절대역치은 2.5g 이 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저마다의 절대역치을 가지고 있으나 평균적으로 인간이 탐지할 수 있는 감각의 한계가 있다. 그림 2는 인간의 감각 기관이 현실 세계에서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를 나타낸 것이다.
|
감각기관 |
대상 |
조건 |
절대역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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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시각) |
촛불 |
맑은날 밤 |
48.27km |
그림 2 인간의 감각기관이 갖고 있는 탐지 능력
절대역치은 감각의 개인차를 반영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며, 현대의 성격 심리학에서는 이 개념을 성격과 관련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즉 역치가 낮은 사람은 자극에 둔감하고 낙천적이며 외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든지, 역치가 높은 사람은 자극에 민감하고 내성적이며 신경질적 경향성이 있다고 해석한다.
탐지가 자극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정도를 말한다면, 변별은 두 자극의 차이를 알아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탐지보다 더 구체적으로 감각 과정을 측정하는 방법이 변별이다. 변별을 측정하기 위한 개념을 차이역치(differential threshold)이라 하며, 이는 두 자극의 차이를 변별할 수 있는 감각 역치점을 말한다. 또한 두 자극의 차이를 변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차이를 최소가지차이(just noticeable difference : j.n.d)라 하며, 이를 측정하기 위한 방법이 자극에 따른 차이를 강제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강제선택절차(forced-choice procedure)이다.
Brown(1910)에 의하면, 강제선택절차는 무게의 변화에 따른 차이를 보고하게 한 후 반응의 50%를 기준으로 더 무겁다고 보고한 무게(g)는 75% 에 할당하고 더 가볍다고 보고한 무게(g)는 25% 에 할당하여, 그 반응 비율의 차이를 구한다. 즉, [P(.75)-P(.25)]/2 를 함으로써 j.n.d를 구한다. 이렇게 구해진 j.n.d는 그림 3과 같이 자극의 차이를 수량화하였기 때문에 자극의 두 쌍에 대한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다.

그림 3 두 쌍의 자극에 대한 j.n.d의 계산
A의 경우 j.n.d는 0.5 이고 B의 경우는 2 이다. 따라서 A가 B보다 더 좋은 변별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j.n.d는 어쨌든 두 경우 모두 자극의 차이를 감지한 것을 의미하는데, A의 경우는 7g 과 6g 의 차이를 변별하였지만 B의 경우는 9g 과 5g 의 차이를 변별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A가 더 나은 변별을 한 것이다. 따라서 j.n.d가 클수록 빈약한 변별을 한 것이 되는데 이것은 그만큼 변별이 쉽기 때문이다.
j.n.d의 개념은 오늘날 감각과 지각의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측정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많은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특히 광고 및 소비자 심리학의 분야에서는 이 개념을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품 패키지의 변화, 가격의 변화를 소비자들이 지각하는가?
한 예로, 아이보리 비누는 약 100년 간에 걸쳐 제품의 포장을 40여 차례이상 성공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초기 아이보리사의 고민은 현재 매우 시장 지배력이 있는 자사 제품의 포장을 변화시켰을 때 소비자들이 아이보리를 다른 제품의 이미지로 받아들이거나 구매력을 덜 느낄 수 있다는 염려를 하였고, 따라서 종전의 포장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비자들이 큰 차이를 느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포장을 개선하고자 하였다. 이들은 성공적으로 j.n.d 가 최소화되는 변별의 역치를 찾아내었고, 소비자들은 최소화된 j.n.d 로 인해 변화를 거의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약간은 새롭지만 그래도 아이보리'라는 지각을 유도하는 데 성공하였다.
또 다른 예로 맛에 대한 j.n.d 와 그 효과를 살펴보자.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맥주 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H맥주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j.n.d 를 제품의 성공과 연결시킬 수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게 된다. H맥주는 초기 시장경쟁력이 약한 제품이었으나 제품의 컨셉과 맛의 변화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소비자들의 지각적 변화를 유발해 내는 데 성공하였다. 기존의 맥주를 마셔 오든 사람들은 H맥주에서 무엇인가 다름을 느끼게 되었는데, 아마도 제품 컨셉인 '물'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j.n.d 의 관점에서 보면 물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맥주의 맛에 대해 그다지 민감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보통 물맛에 따른 맥주 맛의 변화를 지각할 만큼 술에 대한 변별력이 높지 않다.
그렇다면 맛의 지각에 변화를 가져온 이유는 무엇인가? 그 변화는 실제로 알코올 비율의 변화(0.5%의 차이)에 있었다. 알코올 도수가 맛의 지각에 있어 j.n.d 가 최소가 되는 점에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실제적인 맛의 차이를 거의 감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물맛이 좋아서 맥주 맛이 좋다.'라는 식의 지각적 창조를 이루어 낸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실제 알코올 도수의 변화를 물맛으로 오인하였고 새로운 맛에 대한 지각을 스스로 창조해 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각적 창조에 대해서는 다음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심리학자들과 철학자들은 지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오랜 동안 연구에 몰두해 왔다. 그들은 주로 지각을 작동시키는 원리와 기능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여기서는 가장 잘 알려진 두 가지의 관점 즉, 경험에 근거한 추론과 게슈탈트(Gestalt)의 관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1세기가 넘도록 지각 이론 모델을 지배해 왔던 것이 Hermann von Helmholtz에 의해 확립된 이론이다. 1866년 Helmholtz는 지각에서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은 어떠한 자극을 이해하기 위해 환경에 관한 사전 지식(경험)을 활용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사전 지식 즉, 개인적 경험에 기초하여 사람들은 감각 경험의 의미(감각세포들이 탐지한 자극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추론의 과정을 거친다. 보통 이러한 추론은 상당히 명확하지만, 앞서 보았던 것처럼 모호한 감각 자극과 배열에 의해 지각적인 착시를 유발하고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Helmholtz의 이론은 일상의 감각 자극을 해석하는데 있어 경험이 지각 대상에 대한 가설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전제한다. 예를 들어, 유아들은 사람 얼굴의 배열(코 위의 두 눈과 아래의 입, 양쪽의 귀)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친숙한 사람과 친숙하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고 동물과도 구별한다. 만일 어떤 대상이 사람 얼굴과 비슷하지만 다르다면 경험과 일치하지 않으므로 '사람이다'라는 가설을 기각하고 또 다른 대상에 대한 경험과 비교하는 분석 과정을 거친다. 지각적 추론의 관점에서, 초기의 유아들이 네 발 달린 것을 모두 '강아지'라고 부르는 현상은 제한된 경험에 의한 잘못된 추론이 일반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920년대 독일에서 창설된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은, 심리적 현상이란 일차적인 지각적 요소로 쪼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화되고 구조화된 전체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어로 Gestalt 는 형태 또는 모양을 의미하는 것으로, 만일 사람들이 삼각형을 지각한다면 개개의 요소 즉, 세 개의 선분이나 더 세부적으로 선분을 이루고 있는 하나의 점들을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삼각형이라는 전체의 패턴과 모양을 지각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친숙한 음악을 들을 때 사람들은 수많은 음표의 음조나 정확한 지속 시간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음표의 전체적 패턴으로서의 멜로디를 듣는 것이다. 이러한 전체로서의 지각은 조직화의 원리에 따라 유의미한 자극으로 해석되고 통일된 전체로서 지각된다. 게슈탈트 심리학의 조직화 원리는 크게 영역의 분리, 전경-배경의 구분, 집단화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① 영역의 분리
인간의 눈은 수많은 수용기세포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망막에 투사되는 빛을 부호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 세포는
모자이크 처리를 하듯이 자극 패턴에 반응한다. 지각적 조직화의 첫 번째 단계는
유의미한 영역으로 패턴을 구분하는 것이다. 이때 자극 패턴의 색채와 구조의 변화는
영역의 경계로 지각되는데, 주로 수용기세포의 감각 반응에 의존하여 영역이 결정되지만
추후 뇌의 해석 과정에서 추가적인 정보가 영역의 경계(즉, 형태)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준다.
다음 그림 4의 a 는 흔히 우리가 최종적으로 지각하는 영역 구분에 의한 패턴 지각을 나타낸다. 따라서 사람들은 그림 a 처럼 네모, 화살표, 마름모의 영역을 분리하여 연속적인 것으로 지각하지만, 감각 정보를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그림 b 처럼 모자이크 형태로 정보(색채, 구조)를 분리하여 통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림
4 지각 처리의 영역 분리
② 전경-배경의 구분
영역의 분리 과정이 끝나면 그 다음은 전체 패턴의 전경과 배경을 구분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전경은 우리가 초점을 두고 지각하는 대상이며 주변과 분리하여 특출난 속성을 가진 것으로 지각하는 대상이다. 배경은 전경을 받쳐주는 속성을 갖는다. 예를 들어, 책을 읽을 때 글자는 전경이 되고 종이의 바탕은 배경이 된다.
그러면 그림 4의 a 를 전경과 배경으로 구분해 보자. 먼저 그림 a 가 총 10개의 영역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아홉 개의 작고 검은 패턴(세부적으로는 네모, 화살표, 마름모)과 원으로 구성된 크고 밝은 패턴이다. 여기서 전경은 아홉 개의 검은 패턴이고 원으로 구성된 밝은 패턴은 배경이 된다. 왜냐하면, 전경은 항상 배경에 비해 두드러지고 더 명도가 높고 가깝게 지각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경과 배경이 동일한 정보적 속성을 가지고 있을 때는 전경과 배경을 분리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된다. 전경과 배경이 동일한 양의 정보를 갖고 있어 뚜렷히 구분되지 않을 때는 패턴의 지각과 함께 개인의 지식과 기대, 경험의 요소가 더 많이 반영된다. 동물들이 위험에 직면했을 때 나무색이나 주변의 색으로 위장하는 것은 적으로 하여금 전경과 배경을 구분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신을 은닉시키는 수단이며, 군인들이 매복할 때 위장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숨은그림찾기' 역시 찾아야 할 그림(전경)을 배경과 구분되지 않게 조작한 것으로, 우리들에게 친숙한 예들이다.
③ 집단화
사람들은 어떤 것을 지각할 때 집단화하여 지각하려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즉, 서로 근접해 있는 대상은 한 집단 혹은 하나의 형태로 지각하며, 서로 유사한 자극끼리 묶여서 같은 패턴으로 지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림 5의 a 에서 g 까지는 36개의 작은 원을 배열을 달리해 제시한 것으로, 약간씩의 배열적 변화에 따라 유의미하게 집단화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각각의 배열 방식에 따라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집단화의 법칙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림 a 는 동일한 배열 속성을 갖고 있어 하나 하나의 개체로 지각되지만, 그림 b 와 c 는 수평으로 혹은 수직으로 원들이 가깝게 근접해 있어 다섯 개씩의 단위로 지각된다(근접성의 법칙), 또한 그림 d 는 흰색과 검은색 원으로 배열되어 있어 흰색은 흰색끼리 검은색은 검은색끼리 묶어서 지각하게 되고, 그림 e 는 크기가 약간 다르게 배열되어 수직 방향으로 지각된다(d 와 e 는 유사성의 법칙). 그림 g 는 공동 운명의 법칙이라고 한다. 다른 그림과 비교해 볼 때, 그림 g 는 오른쪽 위의 방향으로 쏠려 있어 모든 원이 한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지각된다. 운동 방향의 유사성은 강한 집단화 경향을 유발하는데, 발레를 할 때 몇 명이 동시에 한쪽 방향으로 이동할 때 쉽게 관찰되는 현상이다.

그림 5 집단화의 법칙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집단화의 원리를 통해 전체의 자극 패턴을 지각하는 것은 개개의 요소를 조합하는 방식에 의존한다고 가정한다. 즉, 전체의 지각은 부분을 단순히 합한 것과 다르다고 전제한다(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다). Prägnanz(meaningfulness)법칙이라 한다. 사람들은 어떤 대상을 지각할 때 개개의 요소를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단순화된 형태로 지각적 통합을 이루려고 노력하며 그러한 인지적 노력의 결과가 전체적 지각이다. Prägnanz 법칙은 지각의 최소 원리(minimum priciple of perception)라고도 한다.
유아들에게 있어 지각 능력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갓태어난 아이들도 어느 정도의 지각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맛과 향기 그리고 청각적 지각이 민감한 반면, 시각적 기능은 다소 성장 후에 발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DeCasper와 Fifer(1980)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후 3일이 지난 신생아들이 어머니의 목소리와 다른 여자의 목소리를 구분한다고 한다. 또한 생후 2시간이 지난 신생아에게 신맛을 맛보게 하였을 때 불쾌한 반응을 보이며(Rosenstein & Oster, 1988), 향기에 대해 불쾌와 쾌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Steiner, 1979).
시각적 기능은 생후 2개월 정도가 지나야 발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1~15 `주된 유아는 평면의 사각형을 선호하고 직선과 곡선을 구별할 수 있으나 모양, 색깔, 원 등은 선호하지 않는다(Fantz, 1961). 또한 삼원색을 구별하는 것은 생후 2개월 정도가 되면 가능한 것으로 보이며, 깊이 및 거리 지각ㆍ지각적 항상성은 2세 정도가 되면 발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아들의 시지각에 대한 통합적 정보 처리 능력은 다른 지각적 능력에 비해 다소 늦게 발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생후 2개월 정도가 되면 통합능력이 분화되기 시작하여 완벽한 통합적 정보 처리는 5~6세 정도가 되어야 완성된다(Salapatek, 1975). 더욱이, 유아들은 상하 변별보다는 좌우 변별을 더 어려워한다. 예를 들어 p 와 b, q 와 d 보다는 p 와 q, b 와 d를 더 혼동하며 10~11세 정도가 되어야 점차 이러한 혼동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Clark & Whitehurst, 1974).
한편,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반적인 지각 능력은 감각 구조의 효율성의 저하와 더불어 서서히 저하되지만, 복잡한 지각과 변별 능력, 정보 처리의 통합적 능력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계속적으로 발달한다. 그러나 노화와 더불어 모양근의 이상으로 수정체의 조절 능력을 상실하는 노안이나 고음에 대한 급격한 청각 능력의 상실(난청) 등과 같은 감각 기능의 퇴화가 시작되면서 지각 능력의 저하를 경험하게 된다. 이 시기의 지각 능력의 저하는 인지적 능력의 저하와 더불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