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지능의 원리
EQ : 감성지능개발학습법 : Doris Martin, Karin Boeck 지음, 홍명희 옮김, 해냄출판사, 1996 (원서 : EQ qué es inteligencia emocional, Edaf, 1996), page 43 ~ 56.
이성과 감성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두뇌연구의 한 분야는 세 개의 층을 이루고 있는 뇌의 각 층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가를 밝히는 일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뇌의 세 층위란 뇌간 (腦幹), 변연계 (邊緣系), 신피질 (新皮質) 을 말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학계에서는 뇌의 이 세 '부분' 이 서로 뚜렷한 교류없이 각각 고유한 활동을 해나간다는 학설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신경학자인 폴 매클린 (Paul MacLean) 박사를 중심으로 한 이 같은 주장은 최근의 관찰 및 연구 결과들과는 더 이상 일치하지 않는다.
인간의 뇌의 구조는 수백만 년의 진화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다. 따라서 인간의 뇌에는 발전사적으로 매우 오래 되어 개구리나 악어와 같은 파충류들에게도 이미 존재하는 부분들이 있다. 뇌간은 우리의 뇌에서 가장 오래 되고 가장 원시적인 부분으로 척수가 연장되어 생성된 것이다. 뇌의 이 부분은 호흡이나 신진대사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하나 대개 무의식적으로 수행되는 기능들을 담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뇌간은 충동과 본능, 반사작용 등을 조절한다. 예컨대 갓 태어난 아기가 수영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뇌간의 도움 때문이다.
<뇌의 구조>
그런데 뇌간은 나중에 생성된 뇌의 영역들과 긴밀하게 협력한다. 우리가 배우는 많은 것들은 비교적 늦게 형성된 뇌의 층들 속에서 이루어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자동화되어 뇌간 속에 입력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운전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운전에 익숙해지면 우리가 운전을 거의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진화가 진행되면서 파충류의 뇌에서 냄새나 시각적 자극들을 처리하는 일을 맡아보던 감각세포들은 천조각 모양의 신경세포 조직으로 발전되었다. 즉 시각 담당 뇌엽 (腦葉) 과 후각 담당 뇌엽이 그것이다. 둘 중에서 후자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는데, 그것은 원시시대의 생존 조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후각의 기능이 더 절실하게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후자는 특별히 후뇌 (嗅腦) 라고도 불린다. 이 후뇌에는 냄새들을 분류하고 잡아먹기, 뒤쫓기, 달아나기, 교미하기 등 그때그때의 상황에 적합한 반응들을 불러일으키는 과제가 맡겨졌다. 그후 점차로 뇌엽들은 하나로 통합되어 뇌간의 위쪽에 하나의 층을 형성하게 되었고, 이렇게 이루어진 뇌의 구조는 곧 변연계의 선구적 형태가 되었다.
최초의 포유동물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형태의 변연계가 생성되었다. 이 변연계는 우리의 감성생활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므로 뇌의 감성 사령부라 일컬을 수 있다. 변연계는 뇌간을 둘러싸고 있으며 (라틴어로 변연 limbus 은 반지를 뜻함), 진화의 역사상 처음으로 정보를 축적하고 다시 불러내는 일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로써 포유동물은 더욱 분화된 반응양상을 보일 수 있었다. 뇌간과 원시적인 감성 뇌엽들의 자동반응체계는 즐거움이나 고통과 경험들에 의해 보완되었고 본능적인 반응방식과 더불어 이제는 제한된 틀 속에서나마 상황에 더 적합한 '개성적인' 행동 방식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변연계는 구조물, 핵, 합성섬유질 등이 무질서하게 얽힌 덩어리 모양으로 되어 있다. 변연계의 가장 중요한 구조물은 '변연피질' 이며, 그 가장자리 부분에는 '해마돌기층 (Hippocampus - formation)' 과 '편도핵 (Mandelkern)' 이 있다. 해마돌기는 대뇌피질의 몇몇 부분들과 더불어 우리의 실생활 속에서 비롯되는 사실지식과 연관지식들을 축적해 놓고 있으며, 편도핵은 여러 감성의 양상들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예컨대 해마돌기에는 J. F. 케네디가 언제 피살되었으며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는가 하는 것들이 저장되어 있다. 또 그와 동시에, 그때 그 사건을 접한 우리들의 편도핵은 흥분되었고 이 편도핵 흥분 현상이 우리로 하여금 그때의 인상을 평생 동안 잊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
임상 실험과 검사에 의하면 우리의 사회생활과 기억능력에서 편도핵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편도핵이 손상된 환자들은, 예컨대 어떤 사람의 얼굴 표정에서 그 사람이 행복한지 슬픈지를 읽어 낼 수가 없다. 또한 편도핵이 제거된 원숭이들은 다른 원숭이들과 어울릴 때 극도의 장애현상을 보였다. 그 원숭이들은 원숭이 무리의 복잡한 사회적 규칙들에 대한 감각을 상실했던 것이다. 모성적인 행동이라든가 다른 동물들에 대한 감정적 반응 등이 현저하게 침해된 모습을 보였다.
예일 대학의 풀턴 (J. F. Fulton) 박사와 제이콥슨 (D. F. Jacobson) 박사는 더 나아가서 학습과 인지를 하는 데에도 건강한 편도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들은 두 개의 먹이그릇을 가지고 침팬지들을 시험해 보았다. 한쪽에는 맛있는 먹이를 담아놓고 다른 쪽은 비워 두고서 둘 다 천으로 덮어놓았다. 잠시 후 침팬지들을 풀어놓고 천이 덮인 두 그릇 중에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건강한 침팬지들은 목표한 대로 정확하게 먹이가 들어 있는 그릇에 손을 댄 반면에, 편도핵이 손상된 침팬지들은 아무쪽에나 마구 덤벼들었다. 맛있는 먹잇감이 그들에게는 편도핵 흥분 현상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뿐더러 그들은 그 먹잇감에 대한 기억조차 상실해 버렸던 것이다.
변연계는 신피질 및 뇌간, 양쪽 모두와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한다. 신피질의 전엽 (前葉) 과 편도핵의 관계가 특히 긴밀한데, 고속의 신호전달체계가 변연계와 신피질이 서로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게 해준다.
대략 1 백만 년 전에 최초의 고등 포유동물이 나타났다. 그와 함께 뇌의 진화는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 뇌간과 변연계 위에 신피질이 씌워진 것이다. 이성적 뇌의 출현이었다. 그로써 본능, 충동 그리고 감성과 더불어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전체적인 연관을 이해하며 또 의식적인 자아와 복잡한 감성생활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함께 갖추어졌다.
대뇌피질 가운데 가장 늦게 진화된 이 부분은 여섯 겹의 신경세포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먼저 진화된 부분들을 둘러싸고 있다. 이 신피질에 이르러 비로소 각기 다른 감각인상들을 하나의 전체로 통합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다른 고등동물들에 비해 인간이 지적으로 우월한 것은 뇌의 크기가 더 커서라기보다는 각 신경세포층간 및 뇌의 새로운 부분과 오래된 부분을 이어주는 신경삭 (索, Nervenbahn) 의 수가 더 많고 유연하기 때문이다. 순전히 감정 일변도로 흐르던 생활은 신피질에서의 이성적인 해석으로 인하여 보완되고 세련되고 풍부해진 것이다.
따라서 신피질은 우리에게 단지 수학 방정식을 풀고, 외국어를 배우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고 혹은 원자폭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만을 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보다 우리의 감성생활에도 새로운 차원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사랑과 복수, 이타심과 음모, 예술과 도덕, 예민한 감수성과 정치적 참여 등은 변연계의 조야한 인지 체계와 자연발생적인 행동체계를 훨씬 뛰어넘는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들은 감성적 뇌가 함께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이 점은 뇌가 손상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만일에 신피질만 단독으로 일을 하게 된다면 신피질은 하나의 고성능 컴퓨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갖가지 감성이 신피질에서 가공될 때 전엽 혹은 전두엽 (前頭葉) 은 특별한 역할을 한다. 아마 부분에 위치해 있는 전두엽은 감성의 관리자로서 두 가지 중요한 과제를 맞고 있다. 첫째로, 전두엽은 변연계로부터 오는 신호들을 약화시킴으로써 우리의 감성적 반응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둘째로, 전두엽은 감성적 상황에 의해 구체적인 행동 계획들을 만들어낸다. 변연계의 편도핵이 고도의 감성적 상황 속에서 응급처치의 기능을 행한다면, 전두엽은 우리의 감성을 정밀하게 조정하는 기능을 한다. 당신의 절친한 친구가 실연을 당하여 괴로워할 때 당신은 그 친구의 입장이 되어 슬픔을 함께 나눈다든가, 해결하지 못한 채로 쌓여 있는 서류더미를 앞에 두고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든가 혹은 강연을 할 때 느긋함을 가장해 보이는 경우, 거기에는 언제나 전두엽도 함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신피질은 이러한 일들을 뇌의 다른 층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해낼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이러한 목적을 위해 수많은 신경삭들과 고도로 유연한 신경세포 간의 회로들을 자유자재로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연결망을 통해 뇌의 각기 다른 영역들은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뇌의 모든 영역들은 뉴런이라 불리는 신경세포들로 조직되어 있다. 인간의 신경체계는 전체적으로 최소한 100 억 개의 뉴런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뇌 속에 들어 있다. 대뇌피질의 영역들 (예를 들어 신피질과 변연피질) 에서는 이 뉴런들이 서로 포개어져 있고 여섯 개까지의 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 층들간에는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뇌피질 아래에 위치한 영역들에서는 뉴런들이 덩어리 모양으로 된 무리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것을 핵이라 부른다.
뉴런은 다음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상돌기 (樹狀突起) - 초기 자극을 세포핵에 전달하는 부분
세포핵 - 초기 자극을 가공하여 흥분상태로 만들어내는 부분
축색돌기 (軸索突起) - 한 뉴런의 흥분상태를 다른 뉴런들에게 전달해 주는 부분
뉴런들은 다른 뉴런들의 초기 자극을 수용하고 가공하는 한편, 자신의 흥분상태를 자신과 연결된 또 다른 뉴런들에 전달해 줌으로써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신경학자들에 따르면 대략 1 천 개 정도의 뉴런들이 그물처럼 얽혀서 하나의 회로단위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뉴런의 흥분 상태는 뉴런의 중심 돌기인 축색돌기를 통해 전류의 형태로 다른 신경세포들에게 전달된다. 또 하나의 축색돌기는 여러 개의 가지들을 가질 수 있으며 이 가지들이 다른 신경세포의 수상돌기들에 연결된다. 이러한 연결부분을 연접부 (連接部, Synapse) 라고 부른다. 활동전위 (活動電位, Aktionspotential) 가 형성되면 이 연접부를 통해 화학적 전달물질인 자극전달체 (Neuro - transmitter) 가 방출되어 연결된 뉴런들에 다시 초기 자극의 형태로 전달되는데, 이때 연접부는 다음 뉴런에 전달될 자극의 강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연접부의 자극 강도를 포함하여 많은 신경회로들의 기본 구조는 유전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 특히 유전정보는 뇌간과 변연계를 비롯한 뇌의 구 (舊) 영역들의 구조를 결정짓는다. 그 영역들에 들어 있는 신경회로들의 구조는 타고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 유전자들의 기억용량은 다행히도 신피질내 모든 뉴런들의 연결구조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그 연접부들의 조절 강도를 기억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새로운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되는 내용은 매우 제한될 것이며, 특정한 상황 속에서 갖게 되는 감성들에 대한 우리의 반응방식을 의식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또한 불가능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행동모델은 감정에 대한 반응방식이 미리 완전하게 입력되어 있는 개구리나 두꺼비의 그것처럼 전혀 비개성적인 것이 될 것이다.
아주 특정한 사유 혹은 감성의 성과들을 담당하고 있는 신경회로의 부분적인 체계들을 우리는 뇌피질 혹은 그 아래의 영역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뇌 영역에 속하는 그러한 부분적 체계들 (예를 들어 신피질의 측두엽 側頭葉 에 있는 특정한 체계들이나 변연계) 이 서로 그물처럼 얽혀 비교적 큰 규모의 기능체계를 형성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로 인하여 우리는 우리의 지각과 감성 그리고 우리의 신체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하여 뇌와 신체의 의식적인 느낌들로 전환시킬 수 있게 된다.
당신이 자전거를 타고 숲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셰퍼드 한 마리가 당신을 향해 질주해 오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당신은 개를 그리 친숙하게 여기는 편이 아니다. 당신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먼저 당신의 두 눈이 시상 (視床, Thalamus) 에 신호를 보낼 것이다. 그러면 시상은 들어온 자극 (= 신호) 을 뇌의 언어로 옮겨 그것을 다시 뇌의 담당 영역으로 보낸다. 한편으로는 문제를 이성적으로 가공하는 일을 맡고 있는 전엽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편도핵으로 보낼 것이다. 편도핵에 이르는 신호통로는 보다 짧아서 그곳에는 정보가 훨씬 간단한 형태로 전해진다. 신피질은 받아들인 정보를 모든 면에서 상세하게 검토하는 반면에, 편도핵은 당신이 아마도 의식조차 못하는 유아기 때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위험이 임박해 있으니 신속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결정한다.
시상과 편도핵 간의 직통노선을 발견한 사람은 뉴욕의 신경학자 조지프 르두 (Joseph E. Ledoux) 이다. 르두는 신피질이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나마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전에 인간은 특정한 외부의 자극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인간의 몸이 편도핵으로 가는 신피질의 정보를 상황에서는 인간의 몸이 편도핵으로 가는 신피질의 정보를 가로막는 호르몬을 분비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이성적인 성찰은 끼여들 여지가 없어진다. 말 그대로 감성이 이성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다.
다시 앞의 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편도핵은 이제 상황을 위험하다고 판정했다. 하시상 (Hypothalamus), 신경 · 운동 체계, 호르몬 및 펩티드 체계를 통해, 그리고 자극전달체들의 활성화를 통해 편도핵은 일련이 반응들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당신의 심장은 두근거리기 시작하고, 근육은 팽팽하게 긴장되며, 안색도 창백해진다. 내장기관들은 가볍게 경련을 일으키고, 얼굴에는 불안한 표정이 떠오른다. 상황에 대해 이성적으로 대처하려는 의식 없이 편도핵은 선천적으로 갖추어진 위급시 대응책을 발동시킨다. 그 결과 당신은 몸이 굳어지면서 무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몸의 상태가 변하는 내용들은 다시 변연계로 전달되고 그러면 그곳에서는 사태를 관망하다가 적당한 때에 경보 해제신호를 내려보낸다.
그러는 동안에 전두엽은 감성적 사건을 이성적으로 분석하여 효과적인 대응책을 생각해 낸다. 불안감을 내색하지 않은 채 개를 가만히 다독이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그 상황에서 최선책인 듯이 보인다.
이러한 유화적 대응책을 실행해 옮기기 위해서 전두엽은 편도핵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전두엽은 편도핵에 계속해서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편도핵 쪽에서는 감성적인 대응책을 촉진시킨다. 방금 전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게 했듯이 편도핵은 이제 더 나은 대응책을 실행하는 임무를 떠맡는다. 이를 위해 편도핵은 다시 신경 · 운동 체계, 호르몬 및 펩티드 체계, 자극전달체 등을 이용한다. 동시에 전엽은 뇌의 다른 영역들로 전달되던 편도핵의 흥분된 신호들을 약화시킴으로써 당신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결과 당신은 긴장을 풀고 ㅡ 아니면 적어도 그런 모습을 가장하고서 ㅡ 개를 가만히 어르면서 자전거를 천천히 앞으로 밀고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감성적 뇌는 우리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재빨리 그 상황을 인식하여 미리 갖추어진 대응책을 발동시키기 때문에 위기상황에 처한 우리의 생존을 지켜준다. 감성적 뇌는 이성적 뇌가 내린 지시를 생리적으로 실천하는 일을 돌보고 있다. 이 감성적 뇌의 도움으로 우리는 특히 이성적 결정을 비교적 수월하게 내릴 수 있다. 왜냐하면 감성적 뇌는 혼란스러운 가능성들 속에서 우리가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성적 뇌는 들끓어오르는 우리의 감정들을 완화시켜 주고 상대화시켜 주며 감성적 뇌의 비교적 원시적인 반응방식을 좀더 세련되게 다듬어준다.
따라서 감성과 이성은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 우리가 지닌 정서적 잠재력을 얼마나 잘 발휘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 감성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높은 IQ 이외에도 강한 지구력과 낙천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이성은 우리가 얼마나 섬세하고 깊게 느낄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다. 베르디의 오페라가 단지 매혹적인 음들로 짜여진 융단 이상의 것으로 이해되기 위해서는 감정 이입 능력과 상상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분석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음들의 흐름 속에 들어 있는 내적인 논리와 구조에 대한 이해는 음악에 대한 우리의 감성적 체험을 보다 풍부하고 섬세하게 끌어올려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