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적 세계와 인공적 세계의 이해
인공과학 : Herbert Simon 저, 이종범 역, 삼영사, 1987 년 (원서 : The Science of the Artificial, 2nd ed, MIT Press, 1981), Page 19~50
(1) "상응성" (interface) 으로서의 인공물
뉴튼 이후 약 300 년 동안에 우리는 자연과학의 개념에 철저히 익숙하게 됐다. 특히 물리학과 생물학에 대해서 분명히 그렇다. 자연과학이란 세계 속에 있는 사물, 즉 대상 또는 현상들의 몇몇 종류에 관한 지식의 체계이다. 즉, 그것들이 갖고 있는 물질과 속성에 대한, 그리고 어떻게 행동하고, 상호작용하는가에 대한 지식의 체계이다.
자연과학의 중심과제는 경이로운 것을 평이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즉, 올바르게 보면 복잡한 것은 단지 단순함의 위장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겉으로 보기에는 혼돈같은 것속에 감춰진 유형 (pattern) 을 발견하는 것이다. 일찍이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사이몬 스테빈 (Simon Stevin) 은 "사면의 법칙" (the law of the inclined plane) 은 영원한 운동의 불가능성으로부터 "자명한 방식" 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그림 (도표 1) 으로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성이나 경험에 의해서 그림속의 공들의 고리는 좌로도, 우로도 돌지 않고 정지한 채 있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회전해도 그림 속에서 아무 것도 변화하지 않으므로 공들의 고리가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그것은 영원히 움직이게 될 것이다.) . 그림 속에 늘어져 있는 부분의 고리가 대칭으로 걸려 있기 때문에 형평을 깨뜨리지 않고 그것의 가운데를 가위로 잘라 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평면의 긴 변 위의 공들은 짧고 가파른 변 위의 공들과 균형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상대적 숫자는 평면의 기울어진 각도의 싸인 값에 반비례한다.

도표 1 사이몬 스테빈이 사면의 법칙의 유도를 도해한 삽화
스테빈은 자기의 설명에 매우 만족하여 그 내용을 무늬장식 안에 그려 넣고 그 위에 다음과 같이 썼다.
"경이로우나, 이해 못하지는 않는다" (WONDER, EN IS GHEEN WONDER).
이것이 바로 자연과학의 과제이다. 즉, 경이로운 것이지만 이해 못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어떻게 그것이 이해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 그러나 경이로움을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경이로운 것을 설명하고 숨겨진 유형의 가면을 벗길 때, 어떻게 복잡한 것이 단순한 것으로부터 엮어지게 되었는가에 대해 새로운 경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자연과학과 수학의 미학은 음악과 회화의 미학과 일치한다. —— 두 미학의 본질은 부분적으로 감추어진 유형의 발견 속에 내재한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자연세계라기보다는 훨씬 더 인간이 (이 책 전체에서 나는 "사람" 이라는 용어를 양성을 나타내는 명사로, "그는" "그의" 및 "그에게" 도 역시 양성 대명사로서 사용하겠다. 나는 우리가 이 대명사의 사용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그 범위 속에서 여자와 남자를 동등하게 포함해야만 한다고 믿는다.) 만든, 즉 인공적 세계이다. 우리의 환경 속에 있는 거의 모든 요소들의 인간의 솜씨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의 온도는 인위적으로 70 °F 에 고정되어 있다. 우리가 호흡하는 대기의 습도는 높여지거나 낮추어진다. 우리가 들이마시는 불결한 것의 대부분을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여과되어진다.).
더군다나 화이트 칼라인 우리들 대부분에게 있어서, 환경의 의미가 있는 한 부분은 주로 우리가 말로나 또는 쓰여진 언어의 형태로 눈이라 귀를 통해 받아들이고 입이나 손으로 ——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 환경 속에 쏟아 넣는 "상징" 이라 불리는 인공물의 끈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상징의 끈들을 지배하는 법칙과 그것들을 우리가 보내고 받아들이는 각 경우를 지배하는 법칙과 그러한 내용을 결정하는 것들은 모두 우리의 집합적 인공작업의 결과이다.
어떤 사람은 내가 이 세상의 인공성을 지나치게 과장한다고 반대할지도 모른다. 인간은 돌과 마찬가지로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야 하며,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인간은 음식물에 대해, 그리고 여러 가지 면에 있어서 생물현상세계에 의존해야 한다. 내가 지나친 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과장은 아주 미미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우주 비행사 또는 심지어 비행기 조정사가 인력의 법칙에 따르며, 따라서 완전한 자연현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진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이려면 우리가 자연법칙을 "따른다" 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무거운 물체가 올라가고 가벼운 것이 떨어지는 것이 자연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Physics, 4 권) . 그러나 아마 우리는 "자연적" 이라는 것에 대해 그가 가졌던 것보다는 더 깊은 이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생물학적" 이라는 것과 "자연적" 이라는 것을 동일시하는 데에도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숲이라는 것은 자연현상일지 모르나 농장은 분명히 아니다. 인간이 먹는 옥수수나 가축과 같은 것들은 인간의 독창성이 만든 인공물이다. 경작된 농토는 아스팔트 길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부분은 아니다.
우리가 인공물이라고 하는 것이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예들은 우리의 문제의 테두리를 규정해준다. 인공물들은 자연법칙을 무시하거나 침범할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갖지 못한다. 동시에 그것들은 인간의 목표나 목적에 맞추어졌다. 그것들은 인간이 날아다니거나 잘 먹고 싶어하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존재한다. 인간의 목적이 변하면, 인공물도 역시 변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과학이 자연법칙 뿐 아니라 인간의 목적이 구체화된 대상이라 현상들을 모두 포함하려면, 이 별개의 두 성분들을 연결시키는 수단을 가져야만 한다. 이러한 수단의 성격과 이 수단이 지식의 일정한 영역 —— 경제학, 심리학 특히 설계 —— 에 대해 지니는 함축을 연구하는 것이 이 책의 주요 관심사이다.
자연과학은 자연의 대상과 자연현상에 대한 지식이다. 인공의 대상과 인공현상에 대한 지식, 즉 "인공" 과학은 존재할 수 없는가? 불행히도 "인공적" (artificial) 이라는 용어는 우리가 논의를 펴기 이전에 없애 버려야만 하는 어떤 경멸적인 어감을 갖고 있다.
내 사전에서 "인공적" 이라 말은 "자연보다는 기술 (art) 에 의해 생산된, 순전하거나 자연적이 아닌, 영향을 받은, 사물의 본질에 속하지 않는" 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또 동의어로 영향을 받은, 꾸며낸, 제조된, ~인 체하는, 가짜의, 흉내낸, 위조의, 조작된, 자연스럽지 못한 등을 제시하고 있다. 반의어로는 실제적인, 순수한, 정직한, 자연적인, 진정한, 진실된, 영향받지 않은 등을 들고 있다. 우리의 언어는 자기 자신이 만든 생산품에 대한 인간의 깊은 불신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평가의 타당성을 검토하거나 그 말의 가능한 심리학적 뿌리를 찾아보고 싶지는 않다. 단지 내가 가능한 한 "인공적" 이란 말을 중립적인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는 점을 이해하기 바란다. 즉, 자연적인 것에 반대되는 인간이 만든 것이라는 의미로서 이해해야 한다. (특별히 이 용어를 선택한 데 대한 책임은 부인하겠다. 내 생각에 "인공지능" 이란 표현은 M.I.T 의 Charles River에서 만들어졌다. RAND 와 카네기 - 멜론 대학의 우리 연구팀은 "복합정보과정" 과 "인식과정의 모의실험" 등과 같은 표현을 더 좋아했다. 그러나 그 때 우리는 용어상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왜냐하면 사전에 "모의실험한다" (to simulate) 라는 말은 "실체가 없이 단순히 외모나 형태만을 갖거나 꾸민다, 모방한다, 위조한다, ~인 체한다" 라는 의미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인공지능" 이란 말은 그대로 두는 것이 낫고, 그 표현을 없애 버리느니, 그것을 세련시키는 것이 보다 더 쉬운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그것은 충분히 관용구처럼 되어서 더 이상 값싼 말장난의 표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공" 과 아울러 "합성" 을 소개하자마자, 우리는 공학의 영역에 들어오게 됐다. 왜냐하면 "합성적" 이란 종종 "설계된" 또는 "구성된" 과 같이 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되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학을 "합성" (synthesis) 과 관련시키는 반면, 과학은 "분석" 과 관련시켜 말한다. 합성적 또는 인공적 —— 보다 더 구체적으로 기대되어지는 속성을 가진 예견할 수 있는 인공적 —— 은 공학과 기능의 주요 대상이다. 엔지니어보다 일반적으로 설계자는 사물이 어떻게 되어져야만 하느냐, 즉 목표를 달성하고 기능을 다하기 위해 어떻게 되어져야만 하는가에 관심이 있다. 따라서 인공과학은 공학 (a science of engineering) 과 매우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5 장에서 보겠지만, 요즘은 응용공학 (engineering science) 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것과는 아주 판이하게 다르다.
목표와 "당위" 의 문제와 더불어, 우리는 규범적인 것과 서술적인 것의 이분법도 소개하고자 한다. 자연과학은 규범적인 것을 배제하고 순전히 사물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을 찾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연현상에서 인공현상으로, 분석에서 합성으로 옮겨갈 때도 이러한 규범적 요소의 배제을 계속 유지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하는가? (이 문제 또한 제 5 장에서 자세히 논의되어질 것이다. 독자들의 의혹을 없애기 위해서, 내 책「행정행태」 (Administrative Behavior, New York: Macmillian, 1976) 제 3 장에 있는 것과 같이 "당위" (ought) 는 "사실" (is) 로 바뀔 수 없다는 원래의 실증적 입장을 고수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 입장은 조직목표에 따르지 않고 현상으로서 자연적 또는 인위적으로 목표를 추구하는 체계를 다루는 것과 전적으로 일치한다. 동서, 부록. 또한 A. Rosenbluth, N. Wiener, and J. Bigelow 의 유명한 논문, "Behavior, Purpose, and Teleology," Philosophy of Science, 10 (1943) pp. 18~24를 보라.)
우리는 자연적인 것으로부터 인공적인 것을 구별하는 네 가지 표지를 확인하였다. 따라서 이제 인공과학의 경계를 다음과 같이 정할 수 있다.
1. (비록 충분한 사전고려에 따른 것은 아니지만) 인공적은 인간에 의해 합성되어진 것이다.
2. 인공물은 한 측면 또는 여러 측면에서 자연물의 실체는 결여되고 있지만 그것의 외양은 모방할 수 있다.
3. 인공물은 기능, 목표, 적응이라는 면에서 특징 지워질 수 있다.
4. 인공물은, 특히 그것이 설계되어지고 있을 때,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불가피한 측면 (imperatives) 에서 종종 논의되어진다.
인공물의 기능적인 면이나 의도에 관한 면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의도의 성취나 목표에 대한 적응은 다음 세 가지 사항 사이의 관계를 포함하고 있다. 즉, 의도 또는 목표, 인공물의 성격, 인공물이 작동해 나가는 환경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시계를 의도의 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어린 아이의 정의를 사용해 볼 수 있다.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시계 그 자체로 관심을 돌릴 때, 톱니바퀴의 배열과 용수철의 힘이나 추나 진자에 작용하는 동력의 적용이라는 관점에서 시계를 기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시계를 그것이 사용되어지는 환경과 관련시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해시계는 햇빛이 있는 기후에서 시계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것은 보스톤에서보다 피닉스에서 더 유용하고, 북극의 겨울에는 전혀 쓸모가 없다. 흔들거리고 곤두박질치는 배 위에서 아주 정확하게 경도를 결정해 주면서 시간을 알려 주는 시계를 만든다는 것은 18 세기 과학과 기술의 위대한 모험 가운데의 하나였다. 이 어려운 환경속에서 시계가 잘 가기 위해서는, 그것들 가운데 몇몇은 풋나기 뱃사람의 시계가 가는 데에는 거의 또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매우 정교한 부속품들을 그 시계는 갖고 있어야만 했다.
자연과학은 그것은 특징지우는 세 가지 가운데 두 가지를 통해 인공물과 부딪치게 된다. 즉, 인공물 자체의 구조와 그것이 작동하는 환경이다. 시계가 시간을 제대로 알려 주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시계의 내부 구성과 어디에 그것이 놓여졌느냐에 달려 있다. 칼이 잘 드느냐의 문제는 칼날의 재료와 그것이 자르고자 하는 물체의 굳기에 달려 있다.
문제를 아주 대칭적으로 살펴볼 수도 있다. 하나의 인공품은 "내부" 환경, 즉 인공품 그 자체의 속성과 조직과 "외부" 환경, 즉 인공품이 작동하는 데 둘러싸고 있는 것 사이와의 접점, 요즘 표현으로는 "상응성" 으로서 생각되어질 수 있다. 만약 내부환경이 외부환경에 적합하다면, 또는 외부환경이 내부환경에 잘 들어맞는다면, 그 인공품은 뜻한 바 의도대로 움직일 것이다. 이와 같이 만약에 시계가 충격에 끄떡없다면 항해용의 전용시계 역할을 해낼 것이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다면, 가정에서 벽난로 선반 위에 올려 놓고 그것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인공물을 파악하는 것이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닌 많은 사물에, 사실상 어떤 상황에 "맞추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에도 다 잘 적용되며 특히 유기적 진화의 힘을 통해 진화된 살아 있는 체계에 적용된다는 점을 주목하라. 비행기의 이론은 내부환경 (예를 들어 동력장치) 과 그것의 외부환경 (상이한 고도에서 대기의 특성) , 그리고 내부환경과 외부환경과의 관계 (기체를 통과하는 프로펠러 날개의 운동) 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 자연과학을 끌어들인다. 그런데 새에 대한 이론도 아주 똑같은 방식으로 나뉘어질 수 있다. ("내부환경" 으로부터 "외부환경"을 분리한 논의를 일반화시켜 보면 그 체계가 인공적이건 자연적이건간에 모든 거대하고 복합적 체계에서 어느 정도는 이런 분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게 된다. 일반화시켜 표현하면 모든 자연은 층 (levels) 으로 조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보다 자세한 일반적인 논의는 이 책의 제 7 장에 있는 내 논문 "복합성의 구조" 에서 전개될 것이다.)
비행기이건, 새이건, 우리는 그것들을 의도나 적응성에 대한 어떤 특별한 생각 없이, 소위 내부환경과 외부환경 사이의 상응성에 대한 언급없이, 자연과학의 방법에 의해 그것들을 분석할 수 있다. 어쨌든 그들의 행태는 다른 어떤 것의 행태나 마찬가지로 자연법칙에 의해 지배된다 (적어도 우리들 모두는 비행기에 대해서 이런 사실을 믿고, 우리들 대다수는 새에 대해서 그것을 믿는다.).
다른 한편, 비록 새나 비행기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내부 환경과 외부환경 사이의 구분이 필요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것은 매우 편리하다. 이에 대한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다음의 예로 분명해질 것이다.
북극에 사는 많은 동물들은 흰 털을 갖고 있다. 우리는 보통 하얀 짐승이 다른 것들보다 잘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북극의 환경에서는 흰색이 가장 좋은 색깔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것은 자연과학적 설명은 아니다. 그것은 의도나 기능에 의거한 설명이다. 이런 동물들이 상기의 환경 속에서는 "활동한다", 즉 살아남게 된다고 말할 뿐이다. 그 말을 하나의 설명으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그것에다 자연도태 (natural selection) , 또는 그것에 상응하는 메카니즘을 덧붙여야만 한다.
이러한 종류의 설명에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 주로 외부환경의 이해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눈덮힌 주변을 돌아봄으로써 우리가 쉽게 만나는 동물들의 지배적인 색깔을 예측할 수 있다. 우리는 그 동물들의 종종 서로 적대적이고, 행동할 때에는 시각작용을 따르며 (자연도태 또는 어떤 다른 메카니즘을 통해)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 말고는 그 동물들 자체의 생태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가 별로 없다.
인간행태과학에서 합리성은 자연도태의 개념이 진화론적 생물학의 설명에 있어서 수행하는 역할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기업조직이 이윤극대와 체계라는 것을 알기만 한다면, 그것의 환경을 변화시켰을 때, 그 행태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종종 예측할 수 있다. 즉, 상품에 대해 판매세가 징수된다면 기업이 그 가격을 어떻게 바꿀까 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기업의 내부환경을 이루는 정책결정 장치나 적응력법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가정이 없이도 우리는 이런 예측을 할 수가 있고, 실제로 경제학자들은 되풀이하여 이러한 예측을 한다.
그러므로 적응체계나 인공체계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내부환경에서 외부환경을 구분짓는 첫 번째 이익은 내부환경에 대해서는 단지 최소한의 가정만을 갖고도 체계의 목표와 외부환경에 대한 지식에서 종종 행태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로부터 아주 서로 다른 내부환경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외부환경에서 동일하거나 비슷한 목표를 성취한다는 점을 당장 추론할 수 있다. 즉, 비행기와 새, 돌고래와 다랑어, 추로 가는 시계와 용수철로 가는 시계, 계전기와 트랜지스터 등이 그것이다.
내부환경의 입장에서 구분을 해봐도 그게 상응하는 이익이 종종 있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어떤 특별한 체계가 특별한 목표나 적응의 성취 여부는 외부환경의 상세한 면보다는 단지 몇가지의 특성에 달려 있다. 생물학자들은 호미오스타시스 (homeostasis) 라 부르는 이 적응체계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생물학적이건, 인공적이건간에 대부분의 좋은 설계의 중요한 특성이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설계자는 내부 체계를 환경과 격리시킨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부체계와 목표 사이에 외부환경을 특징짓는 대부분의 매개변수의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변화와는 관계가 없는 일정한 관계가 유지된다. 배의 크로노미터 (chronometer) 는, 배의 움직임과는 상관없이 시계판 위의 바늘들과 정확한 시간과의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소극적인 면에서만 배가 곤두박질치는 데 대해 반응을 한다.
외부환경으로부터의 표면상의 독립은 다양한 형태의 소극적 격리 (가장 빈번히 논의되는 격리형식인) , 반응중심의 소극적 피이드 백, 예견적인 적응, 또는 이런 것들의 다양한 조합에 의해 유지되어질 수 있다.
최상의 세계 —— 최소한 설계자들에게 —— 를 위해서 우리는, 적응체계를 목표와 외부환경과 내부환경으로 분류한 것에서 나온 두 가지 이점을 조합해 보고 싶은 희망을 가질 수도 있다. 외부환경 또는 내부환경, 어느 하나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서도 그 체계의 주요 특성과 그것의 형태를 특징 지울 수 있기를 바랄 수도 있다. 우리들은 추상과 일반화의 주요한 근거로 상응성의 상대적 단순성에 의존하는 인공과학을 기대할 수도 있다.
계산기 역할을 하는 하나의 물리적 장치의 설계를 생각해보자. 만약 그 장치가 이를테면 1,000 가지 상태 가운데 어느 하나를 상정할 줄 알아야 하고, 어떤 한 상태로부터 "다음" 상태로 옮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 그와 같은 장치로서 수십 가지의 서로 다른 내부환경들이 사용될 수 있다. 또 실제로 사용되어 왔다. 1 ° 의 20 분마다 홈이 파여져 있고, 그것이 돌아갈 때 역회전을 방지하는 미늘 톱니장치를 가진 바퀴는 그런 재주를 피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 진법의 숫자들을 나타내도록 적절히 연결되어진 10개의 전기 스위치들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스위치 대신에 트랜지스터나 또는 다른 반도체 장치를 흔히 사용한다. (계산기계의 함수등식에 대한 이론은 최근 몇 년 동안 놀랄 만하게 발전되어 왔다. Marvin L. Minsky, Computation: Finite and Infinite Machines (Englewood Cliffs, N.J.: Prentice - Hall, 1967) , 1 ~ 4 을 보라)
우리의 계산기는 그것이 기계적이건 전기에 의한 것이건 외부환경의 어떤 자극에 의해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환경들 사이에 적절한 변환기를 세움에 따라 내부자극의 물리적 특성은 외부자극의 물리적 특성에 대해 독립적으로 다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즉, 계산기는 어떠한 것도 셀 수 있도록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인공물을 그것의 조직과 기능, 즉 내부환경과 외부환경 사이의 상응성의 면에서 서술하는 것이 발명과 설계활동의 주요목표이다. 공학자들은 개량된 모터 제동기에 대한 1919 년의 한 특허에서 인용한 아래 주장의 말투에 익숙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새롭다고 주장하고 전매특허를 받고자 하는 바는 :
1. 하나의 모터 제동기에 있어서, 역회전장치, 효과적인 자장약화장치와 그리고 역회전장치를 보완하는 장치로서 시동시에는 자장약화장치를 가동시키고 그 후에는 역회전장치를 가동시키는 부수적 장치의 조합과 관련되는 것으로서 ... ( 1919 년 6 월 24 일 Arthur Simon 에게 승인된 미국 특허 1, 307, 836.)
발명품이 전기모터의 제동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 이외에, 여기에는 특정하고 구체적인 대상이나 현상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다만 "역회전장치" 와 "자장약화장치" 에 대한 것만 있는데, 그 이상의 목적은 특허성의 주장 앞 문단에 분명히 나타나 있다.
앞에서 설명한 특별한 종류의 모터와 그것의 통제장치의 이점은 이 기술의 숙련공에게는 쉽게 이해될 것이다. 그와 같은 이점들 가운데에서 시동할 때의 강력한 비트는 힘과 모터의 급속한 역회전을 특별히 언급할 수 있다. ( 윗글.)
이제 문제의 모터가 평삭기 (도표 2 참조) 에 붙어 있다고 하자. 발명가는 그것의 작동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도표 2 제동기의 특허에 관한 도해
[도표 2 ] 에 비추어 보면, 제동기는 모터 M을 통제하도록 부착되어 있고, 평삭반의 왕복운동을 하는 깔판 (101) 에 의해 자동적으로 작동되게 되어 있으며, 모터 M 에 의해 작동되는 평삭반 (100) 과 연결되어 간략하게 그려져 있다. 제동기의 주축에는 레버 (102) 가 있다. 이 레버는 연결쇠 (103) 에 의해 레버 (104) 에 연결된다. 이 레버 (104) 는 평삭대 위의 손잡이 (105 와 106) 를 통해 평삭기 프레임에 이어진다. 앞으로 이해하게 되겠지만, 이런 배치에 따라 앞에서 설명한 연결을 통해서 평삭대의 역운동은 제동기의 주축을 그것들의 양극 사이를 앞뒤로 밀게 되고, 그 결과로 역회전스위치 (1) 과 (2) 를 선별적으로 작동케 하고 앞서서 설명한 방법으로 다른 스위치들을 자동적으로 작동하게 할 것이다. (윗글.)
이런 식으로, 내부환경이 가진 특성은 외부환경의 맥락속에서 목표에 봉사하도록 장치된다. 모터는 평삭대 위치의 조정에 따라 주기적으로 역회전하게 될 것이다. 그것의 작동이 나타내는 "모양". 즉 모터에 연결된 변화매체의 시간적 행로 (time path) 는 외부환경의 "모양", 즉 평삭대 위에 있는 손잡이 사이의 거리의 함수이다.
위의 발명품은 인공물의 성격을 축도로서 설명해 준다. 그 서술의 요점은 외부체계에 내부체계를 연결하는 목표에 관한 것이다. 내부체계는 일정범위의 환경 속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자연현상을 조직화한 것이다. 그런데 기능적으로 이와 동등한 자연체계들은 많이 있을 것이다.
외부환경을 목표성취의 조건들을 결정한다. 만약 내부체계가 적절히 설계되어졌다면, 그것은 외부환경에 적응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됨으로써, "경제인" 의 경우와 똑같이 대부분 외부환경의 행태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움직일까 하는 것을 예언하기 위해서는 단지 "이러한 상황하에서 합리적으로 설계된 체계가 어떻게 움직이게 될까?" 하는 질문만 하게 된다. 그 행태는 주어진 환경의 모양을 띠게 된다. (경제학과 조직이론에 있어서 적용과 합리성의 결정적 역할, 그리고 그 한계는 나의 Models of Man (New York : Wiley, 1957) 의 4 장, "합리성과 행정정책결정" 의 서론과 Administrative Behavior 의 pp. 38 ~ 41, 80 ~ 81, 240 ~ 244, 그리고 이 책의 제 2 장을 보라.)
그러나 사정은 위의 설명이 암시하는 것보다 약간 더 복잡한 것임에 틀림없다. "만약 소망대로 된다면 거지들도 모두 말을 탈 것이다." 만약 우리가 주어진 환경의 모양을 꼭 따르는 변화무쌍한 내부체계를 언제나 구체화할 수 있다면, 설계한다는 것은 원한다는 것과 동의어가 될 것이다. "다이아몬드를 짜르는 수단" 이 많은 물질들을 사용하므로 성취될지도 모르는 설계의 목표를 규정한다. 그러나 그 설계는 우리가 일반적인 자연법칙을 따를 때 최소한 하나의 실현될 수 있는 내부체계, 즉 다이아몬드를 짜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딱딱한 하나의 물질을 발견할 때까지는 이루어질 수 없다.
종종 우리는 단지 근사치로만 설계목표를 충족시키는 데 만족해야만 할 것이다. 그때 내부체계의 특성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즉, 체계의 행태는 주어진 환경에 부분적으로만 반응할 것이다.
그러므로 앞에서 서술한 모터제동기는 모터가 "급속한" 역회전을 하도록 설비되어져 있다. 그 모터는 전자기와 기계의 법칙을 따라야만 한다. 체계는 모터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른 역회전을 요구하는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환경이 순조로우면, 모터에 요구된 것이 무엇이었던가만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환경의 요구가 가혹하면, 우리는 모터의 내부구조에 대해서 특히 제한된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크게 도구적이었던 내부구조의 측면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배우게 될 것이다. (행정조직이 설계에 있어서 관련된 주장을 비교해 보라 : "합리성이 행태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합리성의 범주 안에서 행태는 동력, 목표, 지식에 대해 완전히 융통성도 있고, 또 적응할 수도 있다. 그보다도 행태는 오히려 합리성의 범주를 제약하는 비합리적이고 불합리한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 ... 행정이론은 합리성의 한계에 대해서, 그리고 결정을 내리는 사람에 대해서 조직이 이 한계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Administrative Behavior, p. 241.)
일반적 조건하에서 교량은 차량이 움직일 수 있는 비교적 부드러운 평면으로 탈없이 기능을 한다. 단지 차량의 중량이 과중하게 되었을 때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그 구성물질의 물리적 특성에 대해 알게 된다.
인공성은 본질적으로는 다른, 그러나 지각상의 유사성을 함축한다. 내면보다는 외면의 닮은 꼴을 의미한다. 앞 부분의 논조에 따라 우리는 인공물이 외부체계에 대하여 똑같이 대처함으로써, 또 동일한 목표를 갖고 외부환경의 비슷한 영역에 적응함으로써 현실을 모방한다고 말할 수 있다. 모방은 상이한 물리적 체계가 거의 동일한 행태를 나타내도록 조직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다. 진폭을 감소시킨 용수철과 진폭을 감소시킨 회로는 똑같은 2 차선형미분 방정식을 따른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를 모방하기 위해 다른 하나를 사용할 수 있다.
계수형계산기는 추상적 성격과 상징조작적인 일반성 때문에 행태가 모방되어질 수 있는 체계의 영역을 크게 확장시켰다. 이제 우리는 모방을 "모의실험" 이라 부르고 다양하게 모의, 또는 모방되어진 환경 속에서 모의실험을 해봄으로써 모방된 체계를 이해하려고 한다.
체계의 행태를 이해하고 예측하도록 하는 기술로서의 모의실험은 물론 계수형계산기 이전에도 있었다. 모형 웅덩이와 바람터널은 커다란 체계를 작게 모형화함으로써 거대한 체계의 행태를 연구하는 데 값진 수단이 된다. 또한 음 (Ohm) 의 법칙이 간단한 수력현상의 유추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모의실험은 동적으로 직접 수행되지 않는 사고실험의 형태를 취할 수 있다. 대공황에 대한 나의 생생한 기억 가운에 하나는 아버지 서재에 있는 여러 가지 색칠을 한 커다란 도표에 대한 것이다. 그 도표는 (돈과 재화를 서로 다른 흐름으로 표시한) 경제체제의 수력모형이었고, 이 모형은 달버그 (Dahlberg) 라고 하는 기술관료 성향을 띤 공학자에 의해 고안된 것이었다. 그 모형은 그 당시 펜과 페인트로 그린 상태를 넘어서지 못했지만, 그 이론이 맞다면, 특별한 경제적 조치나 사건에 따르는 결과를 추적하는 데 사용될 수 있었을 것이다. ( 이 모델이 발표된 것으로는 A. O. Dahlberg, National Income Visualized (N.Y.: Columbia University Press, 1956) 를 보라.)
경제학에 대해 정규교육을 받으면서 나는 그 소박한 모의실험에 대해 경멸감을 갖게 되었고, 제 2 차 세계대전 후 유명한 경제학자 필립스 교수가 실제로 모니악 (Moniac) 이라는 케인즈 경제학을 흉내낸 수력모형을 만들었다는 (A.W. Phillips, "Mechanical Models in Economic Dynamics," Economica, New Series, 17 (1950), pp. 283 ~ 305).) 사실을 알아냈다. 물론 필립스 교수의 모의실험은 초기의 것보다 훨씬 더 정확하였고, 또한 실제로 만들어 작동되어졌다. 이 두 가지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모니악은 학습도구로서는 유용했지만, 케인즈 이론의 단순한 수학적 설명으로부터 쉽게 추론 할 수 없는 것은 알려 주지 못했다. 또한 경제학에 컴퓨터 모의실험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곧 시세를 잃고 말았다.
이리하여 모의실험에 대한 결정적인 질문이 제기되었다. 즉, 어떻게 모의실험이 우리가 이전에 알지 못했던 것을 말해줄 수 있는가 ? 질문은 일반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사실상, 내가 곧 발전시키겠지만, 우리가 자주 듣는 컴퓨터와 모의실험에 대한 두 가지 주장 사이에는 재미있는 일치점이 있다.
1. 모의실험은 그 가정들보다 나은 것이 전혀 없다.
2. 컴퓨터는 프로그램이 된 것만을 할 수 있다.
둘 다 나에게는 사실처럼 보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라도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주장에도 불구하고 모의실험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말해 줄 수 있다.
모의실험이 새로운 지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두 가지의 관련된 방법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명백하고, 다른 하나는 약간 알아채기 힘들다. 명백한 점은 우리가 올바른 전제를 갖고 있을 때라 하더라도 그 전제들이 무엇을 내포하고 있는가를 알아내기는 매우 어려울지 모른다는 것이다. 모든 올바른 추론은 하나의 거대한 동어 반복의 체계이다. 그러나 단지 신만이 그 사실을 직접 이용할 수 있다. 우리는 전제로부터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서 몹시 힘을 들이고 애를 써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는 모의실험이 기체의 행태를 지배하는 메카니즘에 대한 지식으로부터 날씨에 대한 이론과 일기예보방법을 유도해 내는 강력한 기술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이 기술을 적용시켜 보려는 시도가 여러 해 동안 진행되고 있다. 아주 단순화시켜 본다면 우리는 이미 올바른 기본 가정과 각 지역의 기상 상태에 대한 방정식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초기 조건을 가진 수많은 변수의 상호작용에 따른 결과를 알려면 컴퓨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기상 모의실험을 이끄는 생각이다. 이것은 현대 컴퓨터의 규모로 볼 때, 우리가 대수로 두 개의 연립방정식을 풀 때 사용하는 개념의 유추에 불과하다.
모의실험에 대한 이러한 접근방법은 공학설계에 있어 많이 응용된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설계문제에 있어서는 내부체계의 요소들의 행태에 관한 근본법칙들 (기계, 전기 및 화학적인) 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설계문제의 어려움은 그와 같은 요소들이 결합하면 어떤 작용을 할까 하는 것을 예측하는 데 있다.
보다 흥미롭고 알아채기 힘든 문제는 우리가 내부체계의 행태를 지배하는 자연법칙들에 대해 애초에 아는 것이 별로 많지 않을 때, 모의실험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질문 역시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겠다.
먼저 문제를 단순화시키는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즉, 우리는 현상들의 모든 특수성을 설명하거나 예측하는 데 별로 흥미가 없다. 단지 복잡한 현실을 추상화한 몇 가지 속성에만 대체로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간이 발사한 위성은 분명히 인공물이지만 우리는 보통 그것을 달이나 혹성을 "모의실험한 것" 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공위성은 대부분의 다른 속성들을 배제한, 관성과 중력의 질량에만 관계되는 물리법칙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인공위성은 하나의 달이다, 마찬가지로 쉬핑포트 (Shippingport) 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내 집에 들어오는 전기는 화력발전소나 풍력에 의해 나오는 에너지를 "모의실험" 한 것은 아니다. 맥스웰 (Maxwell) 의 방정식은 양쪽에 다 적용된다.
현상의 세세한 부분을 더 많이 추상화하면 할수록 그 현상을 모의실험하기는 더 쉬워진다. 더군다나 그 체계의 내부구조 전부를 알거나, 추리해 볼 필요없이 그 추상화에 결정적인 일부만을 알면 모의실험은 가능하다.
그것은 참 다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지난 300 여년간 자연과학을 형성해 온 위에서 아래로의 전략은 수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분자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기 전에 물질의 전체적인 물리적. 화학적 성격에 대해 많이 알았고, 원자이론을 갖기 전에 분자화학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았고, 소립자이론이 있기 전에 원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았다 (오늘날 그와 같은 이론을 실제로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천장에서 시작해 아직 건설되지 않은 기초로 내려가는 전략에 따라서도 하늘로 치솟은 눈부신 과학의 건설이 가능했던 것은 각 수준의 체계 행태가 바로 그 밑 체계의 대략적이고 단순화된 추상적 성격에만 의존했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이 책 제 7 장의 "복합성 구조"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어진다. 50 여년 전 버트란드 러셀은 수학의 구조에 대해 똑같은 견해를 제시했다. 「수학의 원리」 (Principia Mathematica) 서문 참조. "... 수학의 원리에 따른다면 어떠한 이론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논의는 언제나 귀납적이어야 한다. 즉, 그것은 문제의 이론이 우리들로 하여금 일반적인 수학을 연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에 있다. 수학에 있어서 가장 자명한 것은 대체로 처음에는 잘 나타나지 않고 얼마 후에야 나타난다. 따라서 이와 같이 자명한 곳에 이르기까지는, 초기의 연역은 결과가 전제들에서 나오기 때문에 결과를 믿는다기보다는 진정한 결과가 전제들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 전제들을 믿게 한다고 할 수 있다. " 오늘날 연역적 형식주의에 대한 선호가 종종 우리로 하여금 이와 같은 중요 사실을 깨닫지 못하게 막는다. 그러나 그것은 1910 년과 다름없이 오늘날에도 중요한 사실이다.) 이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비행기와 교량의 안전은 소립자를 바라보는 "8 겹의 방법" 이 정확한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인공체계와 적응체계는 단순화된 모형을 통하여 그것들을 아주 쉽게 모의실험할 수 있도록 하는 특성들을 갖고 있다. 이 장의 앞 부분에서 논의한 체계의 성격이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만약 우리가 관심을 갖는 측면이 개별요소들의 거의 모든 특성과는 관계가 없는 부분들의 구성 (organization) 에서 발생한 것이면, 내부체계가 같지 않아도 체계의 행태가 비슷할 가능성은 대단히 크다. 따라서 의도는 다양하겠지만 우리는 단지 물질의 장력이나 압축력의 강도와 같은 특성에만 관심을 기울여도 될 것이다. 그 물질의 화학적 특성, 심지어는 그것이 나무인지 철인지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앞에서 예를 든 모터 제동기 특허는 구성상의 특성에 대한 추상화를 설명해 준다. 그 발명품은 "역회전장치" 와 "자장약화장치" 의 "조합" 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구성된 전체 속에서 기능에 따라 명시된 요소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모터를 역회전시키고, 자장을 약화시키는 방법은 얼마나 많이 있을까? 우리는 위에서 서술된 실제의 물질적 장치와는 거의 조금도 닮지는 않은 장치로도 특허권청구서에 서술된 체계를 다양하게 모의실험할 수 있다. 조금만 더 추상화시키면 특허권청구서는 전기장치뿐 아니라 기계장치도 포함하게끔 고쳐질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버클리, 카네기 - 멜론 대학이나 M.I.T 에 있는 학부의 공대생들도 누구든지 특허품의 체계가 요구하는 대로 역회전 가능성과 다양한 출발 때의 비트는 힘을 가진 기계적 체계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 의해 고안된 인공물 가운데 이러한 종류의 기능적 서술을 하는 데 있어서 계수용계산기만큼 편리한 것은 없다. 적절히 작동되기만 하면 그 행태에서 발견되는 속성들이 각각 구성상의 속성이기 때문에 계산기는 정말로 변화무쌍하다. 그것의 기본적인 업무수행속도를 보면 그 물리적 요소들과 자연법칙들에 관해서 무언가를 추론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빠른 자료처리는 우리로 하여금 "느린" 요소들을 배제토록 한다. 그 밖에도 컴퓨터에 관한 흥미있는 내용 가운데 하드웨어의 구체적인 특성과 특별히 관계있는 것은 거의 없다. 컴퓨터는 기본적인 기능적 요소들의 구성체로서, 체계전체의 행태가 거의 모두 이들 요소에 의한 기능과 관련된다. (이 문단과 아래 문단의 주제에 대해서는 M.L. Minsky 의 앞의 책을 보라. 그리고 John von Neumann, "Probabilistic Logics and the Synthesis of Reliable Organisms from Unreliable Components," in C.E. Shannon and J. McCarthy (eds.), Automata Studies (Princeton :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56) 참조)
컴퓨터가 지닌 고도의 추상화하는 성격은 자신의 이론적 연구에 수학을 원용하는 것을 용이하게 했으나, 나아가서 컴퓨터 공학의 성격을 경험과학이라기보다는 수학으로 규정하는 그릇된 결론에 이르게 했다. 이 두 가지 사실들, 즉 컴퓨터에 대한 수학의 관련성과 경험적으로 컴퓨터를 연구하는 가능성을 차례로 다루어 보겠다.
존 노이만 (John von Neumann) 은 컴퓨터의 신뢰성에 관하여 중요한 이론화를 시작했다. 문제의 초점은 신뢰할 수 없는 부분들을 어떻게 신뢰할 만한 체계로 만들 것인가 하는데 있다. 이것은 물리학이나 물리공학의 문제로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하라. 구성요소들을 다루는 기사들은 자기의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되지만, 부품들은 그래도 믿을 수 없다 ! 우리는 그것들을 구성하는 방법에 의해서만 그 믿을 수 없는 것에 대처할 수 있다.
이것을 의미있는 문제로 만들기 위해. 믿을 수 없는 부분들의 속성에 관해 몇마디 더 해야만 하겠다. 어떠한 컴퓨터도 단순하고, 기본적인 요소들을 배열하여 조립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그 속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피츠 - 맥클로흐 신경세포 (Pitts - McCulloch neurons) 라고 불리워진 초창기의 것을 예로 들어보자. 그것의 이름이 뜻하는 바와 같이 이 요소들은 뇌신경세포의 해부학적이고 기능적이라고 생각된 특성들의 유추에 의해서 고안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고도로 추상화되었다. 그것들은 가장 간단한 종류의 스위치 회로, 즉 "그리고" (and) , "또는" (or) , "아니다" (not) 의 회로와 형식적으로 똑같은 것이다. 이제 그러한 요소들이 하나의 체계를 만들고 각각의 기본적인 부분들은 잘못 작동될 구체적인 확률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문제는 그 요소들과 그들의 상호 관련을 잘 조정해 전체체계가 신뢰성 있게 작동하도록 하는 일이다.
현재 우리의 논의에서 중요한 점을 그 부품들은 트랜지스터뿐만 아니라, 계전기가 될 수도 있고, 계전기뿐만 아니라 신경세포도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계전기를 지배하는 자연법칙은 매우 잘 알려져 있으나, 신경세포를 지배하는 자연법칙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재의 이론에 대해서 의미있는 것은 요소들이 일정수준의 비신뢰성을 나타내며 구체화된 방법으로 상호연결된다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를 보면 한 체계의 수학적 이론을 세우거나, 그 체계를 모의실험하는 가능성은 체계의 요소를 지배하는 자연법칙에 관한 적절한 미시이론을 가졌다는 데 달려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미시이론은 사실상 전혀 관련이 없을 것이다.
이제 반도체 물리학이나 그들이 성분에 대한 생리학과는 별개의 것으로서 경험적 컴퓨터 과학의 실현가능성을 살펴보자. ( A. Newell and H.A. Simon, "Computer Science as Empirical Inquiring" Communications of the ACM, 19 (March, 1976), pp. 113 ~ 126.) 경험적인 사실로 볼 때, 고안되어진 거의 모든 컴퓨터들은 어떤 공통적인 구성상의 특징을 갖고 있다. 그것들은 거의 모두 투입과 산출 장치와 연결되어 실제 처리자 (배버지 (Babbage) 의 "인장" ) 와 기억 (배버지의 "상점") 으로 나뉘어질 수 있다 (몇몇의 거대한 체계는 군거하는 해조류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요소들의 일부나 또는 전부를 가진 작은 체계들의 집합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친 단순화일 수도 있다.). 그것들은 모두 프로그램 - 통제 요소에 의해 해석되고, 실행될 수 있는 상징들 (프로그램) 을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병렬적으로 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거의 모두가 극히 제한된 능력만을 갖고 있다. 즉, 그것들은 근본적으로 한번에 하나씩만 하는 체계들이다. 상징들은 일반적으로 작동되지 전에 거대한 기억요소들이 중앙 처리기로 옮겨져야만 한다. 그 체계들은 단지 간단한 기본적 활동들, 즉 상징의 재부호화 ? 저장 · 복사 · 이동 · 삭제 및 비교만을 할 수 있다.
이제 세상에 그러한 장치들이 많이 있고, 또한 그것들을 묘사한 속성들을 인간의 중추신경계도 가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것들의 역사를 논의하는 데 아무런 장애도 없다. 우리는 토끼나 다람쥐에 대해서 하는 것처럼, 그것들을 연구할 수 있고 또한 서로 다른 형태의 환경적 자극하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알아낼 수 있다. 그것들의 행태가 하드웨어의 세부사항과는 독립적으로, 우리가 서술한 다양한 기능적 특성들을 반영하는 한,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 일반적인 그러나 경험적인 이론을 만들 수 있다. 컴퓨터 시간 - 분배체계 (time - sharing systems) 의 설계에 대한 연구는 경험적 현상으로서의 컴퓨터 행태 연구의 좋은 실례이다. 시간 - 분배체계의 설계를 지도하는 데 쓸 수가 있었고, 구체화된 설계의 체계가 그 체계에 자신들의 요구를 가하는 사용자의 환경 안에서 실제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하는 것을 예견하는 데 쓸 수 있었던 것은 이론의 단편들뿐이었다. 대부분의 실제 설계들은 초기에는 심각한 결함들을 나타내는 것으로 판명되었고, 대부분의 실제 수행에 대한 예측은 놀랄 정도로 정확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시간 - 분배체계들의 개발과 개선에 열려진 주된 통로는 그런 체계를 세우고, 어떻게 그것들이 행동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연구되어 온 것도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러한 체계들은 연속적으로 수립, 수정 개선되어 왔다. 아마 이론이 있었다면, 그 이론으로 실험들을 예상할 수 있었고, 그 실험들은 필요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러지를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되었어야 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며, 극도로 복잡한 이 체계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 체계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을 만들어, 그 행태를 관찰해야만 했다. (컴퓨터 연구의 경험적이고 실험적인 성향은 1967 년 튜링 강좌 (Turing Lecture)에서 행한 Maurice V. Wilkes 의 설명, "Computers Then and Now." Journal of the 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 15 (January 1968), pp. 1 ~ 7 에 깔끔하게 나타나 있다.)
이와 비슷하게 게임을 하거나, 수학의 정리들의 증명을 위해 고안된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극도로 거대하고 복잡한 환경 속에서 모든 시간을 보냈다. 프로그램이 거대한 컴퓨터의 모니터나 작동체계와 비교해 볼 때 약간 더 크고, 복잡한 경우에 컴퓨터가 어떻게 작동할 것이며, 어떻게 선별적으로 문제의 해결안을 탐색할 것인가에 대해 정확히 예측할 만한 지식은 거의 없다.
이론적 분석에는 많은 양의 실험적 작업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점차 많은 실험보고들이 문제영역의 규모를 줄이는 특수한 교시적 장치 (heuristic device) 들의 탐색능력의 정도에 정확한 지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정리의 증명에 있어서 경험적 탐구에 의해 기초하고, 유도되어 교시적인 능력에 일련의 발전을 이룩하였다. 허브란드 정리 (Herbrand theorem), 즉 해결원칙과 일련의 도움을 주는 원칙 등의 사용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Lawrence Wos, George A. Robinson, Daniel F. Carson, and Leon Shalla, "The Concept of Demodulation in Theorem Proving." Journal of the 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 14 (October 1967) , pp. 698 ~ 709 와 그 논문에 언급된 이전의 몇몇 논문들의 경험적 자료 참조, 또한 Edward Feigenbaum and Julian Feldman (eds.), Computers and Thought (New York : McGraw - Hill, 1963) 의 일련의 프로그램을 보라. 교시적 프로그램들에 관한 논문들에 "XYZ 프로그램에 의한 실험" 이라는 제목을 붙이는 것은 이 분야에 있어서 흔히 있는 일이다.)
우리가 컴퓨터에 관한 이론적이고 경험적인 지식을 넓히고 깊게 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우리는 대부분의 그것들의 행태가 단순한 일반 법칙들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을 알 게 될 것이다. 또 그 법칙들이란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복잡성으로 보이는 것은 상당한 정도에 있어서는 프로그램이 자기의 행태를 적응시키고자 하는 환경의 복잡성이라는 것을 알 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전망이 실현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컴퓨터 모의실험은 인간행태를 보다 깊이 이해하도록 하는 수단으로서 극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만약 행태를 주로 결정하는 것이 체계요소들의 물리적 속성들이 아니라, 바로 요소들의 구성이라면, 그리고 컴퓨터가 어느 정도 인간의 형상을 따라 조직되어졌다면, 컴퓨터는 인간행태에 대한 대안적인 이미지의 가정이 가져올 결과를 탐구하는 데 아주 좋은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심리학은 구성요소의 설계의 문제에 대한 신경학에 의한 해결 (아무리 이 구성요소들이 재미있고 중요한 것으로 판명된다 할지라도) 을 기다리지 않고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전자계산기는 상징체계, 더 구체적으로는 물리적 상징체계라고 불리우는 중요한 인공물 집단에 속한다. (문헌 속에서는 정보처리체계라는 용어가 상징체계라는 것보다 더 자주 사용된다. 나는 두 용어를 동의어로 사용하겠다.) 이 집단에 속하는 다른 중요한 요소 (어떤 사람은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그것이 최고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로서는 인간의 마음과 두뇌를 들 수 있다. 우리가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이러한 인공물집단, 특히 인간이란 인공물에 관한 것이다. 환경에의 적응이 그들의 전 존재이유이기 때문에 상징체계는 가장 핵심적인 인공물이다. 그것들은 일상적으로 그들이 포함되는 보다 큰 체계에 봉사하는 목표추구체계이다.
물리적 상징체계는 상징이라 불리우는 일련의 실체를 갖고 있다. 상징이란 상징구조 (종종 "표상" 이라 불리운다) 의 구성요소로 나타나는 물리적 유형 (예컨대 칠판 위의 분필 표시) 이다. 전자계산기에 대하여 내가 이미 지적했던 것처럼 상징 체계는 상징구조에 작동하는, 즉 상징을 창조하고 수정하고 복사하고 또한 파괴하는 몇 개의 단순한 과정을 갖고 있다. 물리적 상징체계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진화하는 상징구조의 집합체를 만들어내는 기계이다. (Newell and Simon, "Computer Science as Empirical Inquiry," p. 116. ) 상징구조는 상징체계가 적응코자 하는 환경의 내적 표상 (예, 정신적 이미지) 으로서 봉사할 수 있고 또한 종종 봉사한다. 상징구조는 상징체계가 다소간의 현실성을 가지며 또한 다소 구체적으로 환경을 모형화하는 것과 또한 논리적으로 환경에 대해 추론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물론 이러한 능력이 상징체계에 활용되려면 상징체계가 세상에 대한 눈과 손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외부환경에서 정보를 획득하고 그것을 내부적 상징으로 재부호화 시킬 수 있는 수단과 환경에 대한 행동을 야기시킬 수 있는 상징을 만들어내는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것은 체계 밖의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 관계와 행동들을 지시할 수 있는 상징들을 사용하여야만 한다.
또한 상징들은 상징체계가 해석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지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상징체계를 지배하는 프로그램들은 다른 상징구조들과 함께 체계자체의 기억장치 속에 저장될 수 있고, 또한 행동이 요청될 때 실행될 수도 있다.
상징체계를 "물리적" 체계라고 부르는 것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것들이 실세계의 고안물로서 유리나 금속으로 만들어졌거나 (컴퓨터) 또는 피와 살로 구성되었다는 (두뇌) 것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들은 수학과 논리학의 상징체계는 추상적이고,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이를 활용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종이와 연필, 인간의 정신등은 고려하지 않는 데 익숙해 있었다. 컴퓨터는 상징체계를 플라톤적 이념의 세계로부터 기계, 혹은 두뇌 또는 양자의 공동작업에 의해 수행되는 경험적인 실제과정의 세계로 옮겨 놓았다.
다음의 세 개장은 지능이 상징체계의 소산이라는 가설에 그대로 입각하고 있다. 좀더 형식적으로 표현한다면, 그 가설은 내가 이제까지 서술했던 물리적 상징체계는 일반적인 지능활동을 위해 충분한 수단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경험적 증거에 의해서 맞고 틀리는 것이 가려질 수 있는 명백히 경험적인 것이다. 제 3 장과 제 4 장의 과제 가운데 하나는 두 가지 종류의 상징체계에 대한 약간의 증거들을 개관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능활동을 할 수 있는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만듦으로써 우리는 가설의 충분조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한다. 다른 편으로는 인간 두뇌가 상징체계로서 작동하는 것을 보여주는 인간의 사고과정에 대한 실험적 자료를 수집함으로써 우리는 가설의 필요조건에 대한 주장에 신빙성을 추가하려 한다. 그러한 자료들은 모든 알려진 지능체계는 (두뇌와 컴퓨터) 상징체계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능을 물리적 상징체계의 소산으로 보는 우리의 생각의 서론으로서 제 2 장은 대담한 추상화와 이념화를 소개한다. 근대경제학 특히 신고전학파의 경제이론이 간직하고 있는 인간합리성의 이념화에서 우리의 논의를 시작한다. 그 이론들은 인간사고의 외적 환경과 적응체계의 목표 (효용이나 이윤의 극대화) 를 위한 최적화 결정에만 주된 관심을 표명하기 때문에 이념화이다. 그들은 외적 환경에 의해 규정되는 상황 속에서 실질적으로 합리적일 수 있는 결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경제학이론들이 내부환경 (물리적 상징체계의 성격) 에 의해서 부과되는 합리성의 한계를 다루는 방식은 실제적이고 심지어는 편의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취급한다.
일반 균형에 대한 좀더 공식적인 취급과 소위 적응에 대한 "합리적 기대" 접근 방법에 있어서는 정보처리체계가 적응을 위해서는 매우 제한된 능력만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거의 무시된다. 반대로 시장기구에 대한 근거를 논의함에 있어서 또는 불확실성하에서의 정책결정이론에 있어서는 합리성의 과정적 측면이 좀더 중요한 취급을 받고 있다.
제 2 장에서 우리는 합리성의 한계에 대한 무시와 관심의 예들을 모두 볼 것이다. 그리고 제 3 장과 제 4 장에서는 경제학의 이념화를 사고의 내부환경에 대한 좀더 체계적인 연구로 옮겨갈 것이다. —— 즉, 두뇌와 같은 물리적 상징체계의 파라미터들에 의해서 부과되는 제약범위 내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사고과정의 내부환경으로 옮겨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