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와 카오스
경기순환, 즉 '경기의 되풀이'에 관한 이론에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생각은 콘드라테프(N. D. Kondrat'ev, 1892~1938)의 54~60년으로 보는 장기주기설이 있으며, 9~10년의 중기 주기설, 또는 40개월의 단기 주기설이 있다. 장기주기는 기술혁신, 중기주기는 설비투자, 단기주기는 재고투자 등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직접적인 다양한 경제 요인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설득력이 없다. 실제로 이들 주기설을 주장한 3명의 경제학자들도 기술혁신, 설비투자, 재고투자 등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1876년, 영국의 경제학자 제번스(W. S. Jevons, 1835~1882)가 자연과학잡지 Nature에 <경제공황과 태양흑점>이라는 논문을 냈다. 거기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우리는 지금 호황의 시기를 지내고 불황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일은 최근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1817년, 1806년, 1796년의 상태가 그러했다. 떠들썩한 대호황의 시대가 순식간에 지나고, 혼란과 손실의 시대로 변하는 것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며, 기록에도 나타나 있는 현상이다.」
이 글에서 「호경기의 시대」가 10년 주기로 되풀이됨을 지적하고, 그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주기적인 반복현상을 일으키는 물리학적 원리가 분명히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것을 과학적인 용어로 「물리 경제학」(Physical Economy)이라고 개칭해 부른 것은 상징적이다.
제번스의 태양흑점설은 1701년 이후 영국의 경기공황 발생의 평균 주기가 10.466년이고, 이것이 태양흑점 활동의 주기인 10.45년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제번스가 죽은 후, 그의 아들 H. 제번스는 <실업의 원인-경기변동과 태양활동>이라는 논문을 발표(1909)하여 10~11년 주기에 집착한 아버지의 학설을 보강했다. 그 논문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미국 농업생산에 관한 단기주기의 평균적인 기간을 계산한 결과 대략 3.7년임을 발견했다. 그것이 태양흑점 주기의 1/3, 즉 11.125÷3=3.71과 일치한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W. 제번스는 태양의 활동에서 출발하여 기후 변동 →곡물의 생산→수출액의 변화→경기 순환이라는 관계를 유도하려 했다. 그러나, 경기변동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그 외에도 많다. 무역경쟁, 과잉생산, 노동조합의 활동, 전쟁, 평화, 귀금속의 과잉생산, 정부정책, 기술혁신, ...등등 어느 하나라도 무시하지 못하는 요인들이다.
경제에 관한 전문인이 아니라도 단순한 요인으로 야기된 몇몇 인과의 고리만으로는 경기변동의 주기 (되풀이) 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그만큼 경제의 실상은 카오스적이며, 수많은 요인들은 '나비 효과' 를 발생시키고, 이들의 복합적인 작용 안에서 미묘한 되풀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현상은 어떤 학설로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카오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경기의 침체, 또는 호경기에 대해서는 물리경제학에서 말하는 물리현상과 경기변동의 관계를 비롯하여 여러 이론의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일단, 카오스 이론의 입장에 서서 관찰하면 이해가 훨씬 쉬워진다. 곧, 이것들은 카오스적 현상의 되풀이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르면 더 이상 투자자 수는 늘지 않고, 기왕의 투자자도 주가가 오르고 있을 때 주식을 팔기 때문에 투자자 수는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래도 주가는 계속 오른다. 한편, 주가가 오르는데는 한계가 있고, 투자자도 이미 상당히 줄어들었다. 주가는 이제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한다.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투자자는 더욱 줄어들어 간다. 주가는 계속 바닥세를 향해서 떨어져 가지만 주가 반등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다시 투자자도 서서히 늘어가기 시작한다. 드디어 주가가 바닥세에 도달하면 투자자도 급격히 늘 게 된다. 이 때문에 주식은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이렇게 투자자와 주가는 어느 한계 안에서 서로 오르내림을 되풀이하면서 안정성을 유지한다. 이러한 상태의 주식시장은 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 외부에서 생기는 사건, 이를테면 원유파동이나 쿠데타 등의 외부 요인으로 주가가 폭락하기도 하는데, 이런 때는 불안정한 상황으로 인해 주가변동에 카오스가 발생한다. 주식시장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돌발사태가 수습되면, 다시 주식시장 자체 내의 문제만이 주가 변동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원래의 안정 상태로 회복되어 간다. 주식시장을 진자에 비유한다면 진자의 추는 회사이고, 운동에너지 (속도) 와 위치에너지 (진폭) 는 각각 주가와 투자자 수일 것이다. 회사의 경영은 이 흔들림을 잘 타야 하는 것이다. 회사는 계속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여 투자자의 시선을 끌어서 주가를 올리는 일에 힘써야 한다. 신상품이 나오지 않는 회사는 점점 활력을 잃고, 주가가 최저 바닥값일 때 더 이상 반등을 하지 못하고 부도를 내게 된다. 즉, 주식시장도 주어진 에너지가 보존되는 '보존계'가 아니라, 에너지가 부단히 흩어지는 '산일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