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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시각 기능 (The Visual Brain)

- 제4장: 공룡의 원시 시각에서 포유류의 감각 융합, 그리고 개구리와 컴퓨터의 패턴 인식 -

파충류의 단순 반사 시각에서 포유류의 정교한 감각 융합으로의 진화적 도약, 무질서한 망막 모자이크 속에서 '개(달마티안)'를 즉각 간파하는 대뇌피질의 패턴 일치 회로, 그리고 움직이는 파리만 인식하여 눈앞에 먹이가 쌓여도 굶어 죽는 개구리의 고정 프로그램과 인공지능 컴퓨터의 수학적 비교 분석.

THE ENCHANTED LOOM
요술베틀
우주 속의 정신
Robert Jastrow 저 · 최광복 역
🌐 번역 / 출판 최광복 역, 범양사 출판부 (1986년, 원서 Simon & Schuster 1981년)
📄 수록 위치 제4장: 뇌의 시각 기능 (Page 65 ~ 77)
🎯 핵심 테마 망막 모자이크 · 형태 항상성 · 상식적 오차 허용 · 시각피질 회로 · 개구리의 4대 생존신호 · 자연선택과 컴퓨터 알고리즘
Part 01

🦕 1. 진화의 도약 : 공룡의 단순 시각에서 포유류의 감각 융합으로

파충류가 지배하던 기나긴 세월 동안 밤의 생활에 익숙해진 포유류의 뇌는 더욱 발달되고 정교해져서 냄새와 소리가 제공하는 외부세계의 정보를 거뜬히 분석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시각에만 의존하였던 공룡의 무리들은 단순히 눈에 띄는 외부의 정보만을 해석하면 되었으므로 작은 뇌로서도 생활에 큰 불편이 없었고 뇌 기능의 발달도 거의 없었다. 공룡은 눈 앞에 보이는 것이 먹음직스러운 것이면 덮치고 위험한 것이면 피하는 식으로 단순하고 직선적인 행동만 하면 되었으므로 작은 뇌로서도 충분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포유류가 살았던 생활 무대는 더 복잡한 세계였다. 따라서 포유류는 파충류보다 더 지능적이며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 되었다. 포유류가 먹이를 획득하는 방법은 복잡하고 정교한 것이었기 때문에 예리한 감각 기능의 발달은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에 한하여 자동반사적 행동을 하는 원시적 뇌의 기능으로서는 더 이상 생존 경쟁에서 버틸 수가 없었다. 물론 파충류의 주요 뇌 기능이었던 시각 기능은 중요한 생활 무기였지만 포유류는 보다 정교한 뇌 기능이 필요하였다. 이러한 필요성에서 생긴 포유류의 새로운 뇌는 지능의 진화에 있어서의 제2의 비약이라고 할 수 있다.

🌟 지능 진화의 제2의 비약 (Second Leap of Intelligence) :

포유류는 냄새·소리·시각을 단일한 지각 체계로 통합하고, 기억과 분석을 통해 다차원적인 환경에 적응함으로써 파충류의 단순 반사 뇌를 뛰어넘는 거대한 진화적 도약을 이룩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천만 년 내지 6천만 년 전에 숲속에서 살았던 한 마리의 작은 포유동물을 상상해 보자. 때는 바햐흐로 포유류 시대였으므로 숲속에 사는 동물은 모두 영리하고 행동이 민첩하였으며 그 중에는 이 작은 동물의 적도 많았다. 이 작은 동물은 나무 밑을 재빨리 지나치면서 머리 위에 드리워진 나뭇가지 잎파리의 얼룩얼룩한 명암의 무늬를 틀림없이 눈여겨 보았을 것이다. 저 나무 뒤에 야수가 숨어 있지 않을까, 잎으로 뒤덮인 나뭇가지 위에 표범이 숨어 있지 않을까 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나무 밑을 지나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Part 02

🌲 2. 객체의 식별과 대뇌피질 : '상식적 오차'의 허용과 생존 전략

이 작은 동물이 나무 밑을 지나치면서 나무를 주의 깊게 쳐다 보았을 때, 나무는 고정되어 있고 동물은 움직이므로 나무의 모습이 순간순간마다 다른 각도에서 보이며, 눈의 망막에 들어오는 나무의 모습도 시시각각으로 다르게 보인다. 하나의 나무라고 하더라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 포유동물의 뇌는 어떻게 이 나무가 1초 전에 다른 각도에서 보았던 나무와 같은 나무인 것을 알 수 있을까. 하나의 객체를 각도가 다르고, 거리가 다르고, 명암이 다른 상태에서 보았는데도 그것이 하나의 같은 나무임을 간파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하나의 객체가 일정한 형태와 고유한 본성을 지니고 있어 관찰자와는 독립되어 있는 실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지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포유류의 뇌는 많은 정보를 기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억된 정보를 경험에 의하여 분석할 수 있었으므로 객체의 식별이 가능하였다. 숲속에서 사는 이 작은 덩치의 젖먹이동물은 일생을 통하여 온갖 종류의 나무를 보았겠지만, 각 종류의 나무에 대한 인상을 뇌 속에 기억시켜 놓았으므로 각도의 명암과 거리에 따라 나무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알아 낼 수가 있었다. 뇌 속에 기억된 정보를 순간적으로 끄집어 낼 수 있었으므로 이 포유동물은 의식적 사고를 거치지 않고서도 나무의 모습이 순간순간마다 어떻게 변하는 가를 계산해 낼 수가 있었다. 눈앞에서 전개되는 정보에 대한 이와 같은 순간적 계산에 의하여 "이것은 내가 일순간 전에 본 나무와 같은 것이구나. 안심해도 되겠다" 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새로운 각도에서 본 이 나무는 조금 전의 모습과 다른 데가 있다, 아, 적이 나뭇가지 뒤에 숨어 있구나. 위험하다. 도망가자" 라는 판단도 하게 된다.

⚖️ 생존을 결정짓는 '상식적 오차의 허용' :

"뇌의 판단 기능이 한치의 오차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매 순간순간을 불안과 공포에 떠는 패배자가 될 것이며, 반대로 오차의 허용치가 너무 크면 나뭇가지 뒤에 숨은 적을 결코 발견하지 못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뇌의 계산 기능은 단순하지가 않다. 눈앞에 전개된 정보와 뇌 속에 기억된 정보의 순간적 비교를 할 때 뇌의 판단은 너무 정교하여서는 안 된다. 뇌의 판단은 작은 실수를 허용하는 상식적인 선에서 그쳐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마다 바뀌는 정보와 기억된 정보의 비교 판단에 한치의 실수나 어긋남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약한 바람에 살랑이는 잎사귀 하나에 움직임에도 깜짝 놀랄 것이며, 매 순간순간을 불안 속에서 떨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뇌의 판단 기능이 한치의 오차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뇌를 가진 동물은 생존 경쟁에서 승리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루종일 불안과 공포에 떠는 패배자가 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오차의 허용치가 너무나 큰 뇌를 가진 동물은 나뭇가지 뒤에 숨어 있는 적을 결코 발견하지 못할 것이므로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약간의 오차를 허용하면서도 객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뇌의 기능은 고정된 반사 작용만을 하는 파충류의 뇌보다 훨씬 발달된 것이다. 이러한 뇌의 작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정보를 가려 내는 기능과 경험에 의하여 판단하는 기능 이외에도 과거의 수많은 경험을 기억시키는 대뇌 피질이 추가로 필요하다. 또한 눈에 비친 상세한 정보를 뇌에 전달해야 하는 고도로 정교한 눈이 필요하다. 그러나 포유류는 눈에 들어온 모든 정보를 그대로 뇌에 전달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나무를 보았을 때, 수많은 시각적 정보가 담긴 나무의 모습이 눈의 망막에 그대로 찍힌다. 숲속에는 수많은 나무가 있으며 각 나무는 그 모습과 형태가 틀리므로 눈의 망막에 들어오는 정보의 수는 엄청나다. 어떠한 뇌도, 인간의 뇌라 하더라도, 이처럼 많은 정보를 수용할 수는 없다. 포유류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진수만을 추출하여 뇌 속에 기억시킨다. 숲속에 살았던 포유동물은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였을까. 인간의 뇌는 어떻게 눈의 망막에 비친 무의미한 정보에서 실재를 파악할 수 있는가.

Part 03

🐕 3. 망막 모자이크와 패턴 매칭 : 달마티안 개의 지각과 시각피질 회로

달마티안 개 모자이크 지각

▲ 눈의 지각 : 눈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명암의 모자이크를 뇌에 전달한다. 뇌는 그 즉시로 이것이 개 (달마치아 <Dalmatia> 종) 라는 것을 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인간의 뇌가 기억 용량이 많고 따라서 과거에 보았던 것을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위 그림의 무질한 점들이 달마치아종의 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이유는 이전에 개의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뇌 속에 저장되어 있던 개의 형상과 눈에 비친 개의 형상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 뇌의 기억 능력이 다르다. 위의 그림을 보고 달마치아 종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 맞추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뇌에 짜여져 있는 연결 회로의 짜임새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 뇌와 컴퓨터의 전자회로 유사성 :

"눈에 들어온 형상은 플러스·마이너스 전기 신호로 시각 피질에 전달된다. 시각 피질의 신경세포 회로는 마치 컴퓨터 전자회로처럼 서로 연결되어, 새로 들어온 정보와 기억된 패턴의 무늬를 '그림맞추기'처럼 대조하여 판정한다."

이에 대한 해답은 뇌의 컴퓨터와 같은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 뇌는 마치 컴퓨터처럼 작동한다. 눈에 들어온 형상은 전기의 포스 마이너스 신호와 같은 형태로 뇌에 전달된다. 이 전기 신호는 뇌의 뒷부분에 위치해 있는 시각 피질에 전달된다. [주석 : 뇌는 크게 큰골 (대뇌 피질) 과 작은 골, 뇌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큰 골은 뇌간 및 작은 골의 위를 뒤덮고 있으며, 그 대부분 주름살이 많은 회색의 피질로 되어 있다. 대뇌피질은 여러 가지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 위치에 따라 기능도 다르다. 시각 정보를 해석하는 부분을 시각 피질이라고 부른다.] 시각 피질을 구성하고 있는 신경 세포들은 마치 컴퓨터의 전자회로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신경 세포의 회로는 눈에서 들어온 정보를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뇌에 기억되어 있는 정보와 일치하는 가의 여부를 판단한다. 이는 마치 그림맞추기와 같이 새로 들어온 정보와 기억되어 있는 정보의 무늬 (패턴) 가 맞는가를 파악하는 것과 비슷하다. 만일 무늬가 맞으면 시각 피질의 세포 회로는 뇌의 종합 센터에서 "지금 들어온 정보를 파악하여 송신하오니 종합적 판단을 내려 주십시오" 라는 뜻의 신호를 보낸다.

최근 뇌의 신경 세포 회로와 그 기능에 대하여 과학적 연구가 상당히 진전되었다. 뇌의 시각 기능뿐만 아니라 뇌 전체의 기능을 이해하고자 수많은 과학자들이 온갖 열과 성을 쏟아 왔다. 인간의 뇌는 어떤 방법으로 사고 기능을 수행하는가. 인간의 학습 능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기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런 질문은 간단한 것 같지만 실은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인간의 뇌 구조는 우주보다도 더 복잡하다. 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가 어려운 존재이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하여 상당히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Part 04

🐸 4. 원시적 뇌의 시각 모델 : 개구리의 망막과 4대 생존 신호

우선 그 구조가 매우 단순한 개구리의 뇌에 대하여 알아 보기로 하자. 양서류인 개구리의 뇌는 파충류의 뇌와 비슷하지만 개구리는 파충류보다 2천 5백만 년이나 먼저 살았으므로 파충류보다 더 원시적인 뇌를 가졌다.

파충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개구리의 행동은 어느 정도는 냄새와 촉각에 의존하지만 시각이 개구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다시 말해서 개구리는 주로 시각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동물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개구리는 자신의 먹이감이 되는 작은 곤충과 자신의 천적이 되는 독수리와 뱀을 모두 눈으로 파악한다. 개구리의 눈은 시각 신경을 통하여 뇌와 연결되어 있다. 개구리 눈의 망막에는 명암을 파악하는 세포가 있는데 여기에서 감지된 정보는 시각 신경을 통하여 뇌로 전달된다. 눈의 망막은 마치 카메라의 후면에 설치되어 있는 필름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눈의 망막은 명암의 정보를 담고 있는 빛을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카메라 필름에서처럼 사진 찍듯이 이를 그대로 전달하지는 않는다. 눈의 망막에 들어온 빛은 전기 자극을 일으켜 이 전기 자극은 시각 신경을 통하여 뇌로 전달된다. 눈앞의 광경이 바뀌거나 눈의 방향을 돌릴 때마다 이 전기 자극 신호가 바뀐다.

이렇게 하여 개구리의 뇌에 들어온 시각 정보는 마치 우리가 텔리비전 화면을 보듯이, 상세한 광경을 제공하는 것 같이 생각되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 개구리는 텔리비전 화면과 같은 생생한 그림을 결코 보지 못한다. 개구리의 망막 뒤에 있는 각 신경 세포 (뉴론) 는 망막의 극히 작은 부분에만 연결되어 있으므로 전체 화면의 극히 작은 일부분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이는 마치 컴퓨터에서 하나하나의 전자 회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각 신경 세포는 자신이 보는 부분만을 파악하여 이를 뇌에 전달할 뿐이지 화면 전체를 보내지는 못한다.

눈의 망막에 있는 신경 세포가 개구리의 뇌에 전달하는 정보는 다음 네 가지 중의 하나이다.

신호 1 · 경보
움직이는 물체 진입
움직이지 않는 바위·나무는 무시하나, 움직이는 것은 우선 위험한 적으로 간주하여 주의를 환기합니다.
신호 2 · 1급 위험
움직이다 갑자기 정지
적이 눈앞에서 나를 붙잡기 위해 표적을 겨누고 노려보고 있다는 즉각적인 위험 신호입니다.
신호 3 · 특급 위험
시야의 급격한 암전
독수리·왜가리 등 천적이 머리 위를 덮쳤다는 신호로, 즉시 팔다리 근육에 도망 명령(점프)을 하달합니다.
신호 4 · 먹이 신호
불규칙한 검은 점
밝은 시야에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검은 점(파리) 발견 즉시 혀 근육에 체포·낚아채기 명령을 발동합니다.

첫째 정보 즉 움직이는 물체가 시야에 들어왔다는 정보가 개구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위험하다는 신호이다. 움직이지 않는 물체 즉 바위나 나무와 같은 것들은 개구리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다. 그러나 움직이는 것은 우선 위험한 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두 번째의 정보 즉 움직이는 물체가 개구리의 시야에 들어왔다가 갑자기 정지하였다는 사실은 위험이 바로 눈앞에 닥쳐 왔다는 1급 위험 신호이다. 적이 눈앞에서 나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적의 정체가 왜가리냐 뱀이냐 아니면 짖궂은 장난꾸러기 소년이냐가 개구리에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이든, 눈앞에서 움직이던 물체가 갑자기 정지했다는 사실은 적인 나를 붙잡기 위해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세 번째의 정보 즉 주위가 갑자기 어두워졌다는 것은 독수리와 같은 천적이 머리 위에서 덮치고 있다는 특급 위험 신호이다. 개구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주위가 갑자기 어두워진다는 것은 적의 그림자가 나를 포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개구리의 뇌가 눈의 신경 세포로부터 이와 같은 전기 자극에 의한 위험신호를 받으면 팔다리의 근육에게 도망가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렇게 해서 개구리는 안전한 곳으로 펄쩍 뒤는 것이다.

이상의 세 가지 정보는 개구리에게 위험을 피하라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 네 번째의 정보 즉 눈앞에서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작은 물체 (검은 점) 는 개구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일까. 밝은 시야에 "검은 점" 이 왔다갔다하는 것은 파리나 곤충 같은 것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런 기막힌 정보가 개구리의 뇌에 도착하면, 개구리의 뇌는 즉시 혀의 근육 신경에게 영토침입자에 대한 체포 명령을 내린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파리나 곤충은 개구리의 입안에 갇히고 만다.

그러니까 개구리의 먹이는 눈앞에서 움직이는 "검은 점" 이다. 이에 반하여 유럽산 두꺼비는 주로 지렁이를 먹고 사는데, 이 두꺼비의 뇌는 "길고 가느다란 물체" 가 시야에 들어오기만 하면 운동 신경으로 전기 자극 메시지를 보낸다. 두꺼비의 혀는 순간적으로 길고 가느다란 물체를 낚아채 버린다. 즉 두꺼비의 "먹이" 신호는 검은 점이 아니라 길고 가느다란 물체인 셈이다.

Part 05

🪱 5. 두꺼비의 먹이 식별 실험 : 시신경 전기 자극과 다윈의 자연선택

개구리와 두꺼비의 뇌 기능은 매우 단순하다. 움직이는 검은 점을 찾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 있을까. 그러나 검은 점을 찾아 내기 위해서는 개구리의 눈과 뇌에서 컴퓨터와 같은 복잡한 계산 작업이 수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주석 : 이러한 계산 작업의 일부는 개구리의 눈에서 이루어지고 또 일부는 개구리의 뇌에서 이루어지지만 계산 작업의 장소가 분리되었다고 해서 뇌의 중요성의 감소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모든 계산 작업은 뇌의 기능에 속한다. 눈은 뇌의 일부분 즉 뇌의 외피에 해당한다. 태생학상 태아나 유충 시절의 눈은 뇌의 한부분이었다. 눈은 시신경이라는 경로를 통하여 뇌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눈과 시신경은 몸의 다른 기관이나 다른 신경 조직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계산 작업은 밝고 어두운 무늬 (명암의 패턴) 가 개구리의 망막에 형성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망막에는 명암을 식별하는 세포가 있는데 여기에는 모자이크와 같은 밝고 어두운 명암 무늬가 형성되며, 망막의 뒤에 붙어 있는 신경 세포가 이 모자이크 무늬를 분석하게 된다.

두꺼비의 먹이 식별 실험과 전기 신호 파동

▲ 두꺼비의 먹이 식별 : 두꺼비의 망막 뒤에 붙어 있는 시신경 세포에 전극을 연결하여 놓고 두꺼비에게 여러 가지 물체를 보여 주면 물체의 형태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신경 세포의 반응 (전기 자극의 파동으로 표시) 이 다르게 나타난다. 빠른 파동은 반응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의 그림에서 화살 표시는 물체의 움직이는 방향을 나타낸다. 작은 점이 움직일 경우에는 눈에서 뇌로 전달되는 자극이 어느 정도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윗 그림). 지렁이 같이 몸통이 긴 물체가 세로 방향으로 움직이면 두꺼비가 찾는 먹이임이 분명하므로 반응이 가장 격렬하다 (중간 그림). 그러나 지렁이 같이 생긴 물체라도 옆으로 (가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에는 지렁이가 아닌 것이 분명하므로 뇌에 전달되는 자극이 가장 약하다 (아래 그림).

두꺼비와 개구리는 이와 같이 아주 간단한 형태만 식별할 뿐으로 나무의 상세한 모습이나 나비의 날개에 있는 무늬같이 복잡한 형태는 식별하지 못한다. 두꺼비와 개구리의 시각 기능은 매우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 분석에서 검은 점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계산해 내기 위해서는 첫째, 밝고 어두운 무수한 점들로 형성된 모자이크 무늬가 어떻게 변하였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즉 모자이크의 점들이 본래 어두웠던 것이 밝아졌는지, 아니면 밝았던 것이 어두워졌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둘째, 모자이크의 일부분이 어두워졌는지 아니면 모자이크 전체가 어두워졌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셋째, 어두워진 부분이 연속적으로 이동하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다시 말해서 먹이가 되는 벌레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계산해 내기 위해서는 망막에 비친 모자이크의 점들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검어졌고), 그 어두워진 부분 (검은 점이) 이 모자이크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또한 어두워진 부분 (검은 점) 이 모자이크의 이 부분에서 저 부분으로 연속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눈앞에 전개된 시야가 바람에 한들거리는 나뭇잎이나 풀잎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면, 움직이는 어두운 부분이 여러 개가 될 것이다. 이 경우에는 가장 뚜렷하게 움직이고 가장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검은 부분" 이 벌레로 판정된다. 특히 움직이는 검은 점이 비행기처럼 똑같은 속도로 비행하는 것이 아니고, 섰다가 이동하고 또 섰다가 이동하는 것이라면, 이것이 바로 내가 찾던 벌레라는 뚜렷한 확신을 가질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 다윈의 자연선택과 뇌의 알고리즘 프로그램 :

"개구리의 먹이 식별 알고리즘을 인간 프로그래머가 작성하려면 수천 개의 수학 공식과 3~4개월의 각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개구리 뇌의 이 정교한 전자회로 프로그램은 바로 수억 년에 걸친 '생존 경쟁'과 '자연선택'이 빚어낸 진화의 결정체이다."

이러한 계산 작업은 컴퓨터를 이용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즉 개구리의 뇌가 먹이를 식별하는 기능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 개의 수학 공식이 필요하며, 한 사람의 능숙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3, 4개월이 필요할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프로그래머라도 이는 매우 어려운 작업임에 틀림없다. 개구리의 뇌에 장치된 이 프로그램은 과연 누가 작성하였을까.

이 질문에 대하여 다윈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 오랜 옛날 조상 개구리 때부터 움직이는 검은 점을 식별하는 능력이 발달된 뇌와 눈을 가진 개구리는 보다 많은 먹이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종족이 번성하였고 그 후손들도 이러한 능력을 유전으로 물려받았다. 그러나 이런 능력이 결핍된 개구리들은 생존 경쟁에서 패하여 도태해 버리고 말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검은 점" 식별 능력이 있는 개구리들만 살아 남았고 그렇지 못한 개구리들은 이 지구상에서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즉 개구리의 뇌가 보유하고 있는 "검은 점 식별" 프로그램은 생존 경쟁의 원칙에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다윈은 주장하였다.

Part 06

🧠 6. 하드와이어드 프로그램의 비극 vs 인간 뇌피질의 무한한 유연성

눈앞에 먹이가 있어도 굶어 죽는 개구리

▲ 개구리는 눈앞에 먹이가 아무리 많아도 굶어 죽는 경우가 있다.

개구리에게 형성된 먹이찾기 프로그램은 초기에는 매우 간단한 것이었지만, 수백만 번의 세대 교체가 되오면서 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프로그램으로 서서히 발전되었다.

개구리의 뇌의 크기는 개구리의 작은 몸통에 비해서도 매우 작은데도 불구하고 먹이를 찾고 적을 피하는 복잡한 전자회로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검고 작은 점" (파리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 을 찾아 내는 프로그램은 포유동물의 뇌가 할 수 있는 능력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단순한 능력에 불과하다. 더구나 개구리에게는 먹이를 찾고 적을 피하는 일 이외에는 다른 창조적인 일을 할 능력이 없다. 과거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이 새로운 도전을 타개할 능력이 개구리에게는 전연 없는 것이다. 금방 잡아서 죽인 파리를 개구리의 눈앞에 갖다 주어도 개구리는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결코 잡아먹지 못한다. 개구리의 뇌에 입력되어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에는 움직이지 않는 물체는 먹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림 참조)

📄 백지장(White Paper)과 같은 인간 대뇌피질 :

"파충류에게는 없는 여분의 수십억 개 뇌피질은 인간이 갓 태어났을 때에는 사용하지 않은 백지장처럼 비어 있지만, 이 백지종이야말로 일생 동안 인간의 학습과 사고가 행하여지는 위대한 종합 시험지가 된다."

이러한 비극은 개구리의 뇌가 너무 작고 단순하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환경이나 상황에 대하여 융통성 있게 대응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양서류인 개구리나 파충류의 뇌에는 수억 개의 신경 세포 (뉴론) 가 전자 회로처럼 연결되어 있으며 이곳에 입력되어 있는 프로그램에 따라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인간의 뇌도 생존에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신경 세포의 수가 수억 개이며 파충류의 뇌와 같은 꼴을 이루고 있다. 사실, 인간의 뇌는 인간의 조상격이 되는 파충류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 "파충류의 뇌" 이외에도 신경 세포의 수가 수십억 개에 달하는 새로운 뇌를 추가적으로 가지고 있다. 파충류에게는 없는 이 여분의 뇌피질은 인간이 갓 태어났을 때에는 사용하지 않은 백지장처럼 비어 있지만, 이 종이야말로 일생 동안 인간의 학습과 사고가 행하여지는 종합 시험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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