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개념: 의식으로 가는 다리 놓기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 : Gerald M. Edelman 지음, 황희숙 옮김, 범양사 출판부, 1998 (원서 : Bright Air, Brilliant Fire : On the Matter of the Mind, BasicBooks, 1992), Page 150~166

 

1. 기억            2. 개념

 

'개념' 은 모호한 개념이다. — 비트겐슈타인 Ludwig Wittgenstein

'관념' 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뇌에 그려지는 하나의 이미지다. — 볼테르 Voltaire

 

지금이 바로 이제까지 우리가 해 온 일을 검토해 보고, 앞을 내다보기에 좋은 시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정신 작용이 어떻게 체현되고 또 심리학이 생리학에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애써 왔다.

자연선택이, 예컨대 면역계와 뇌 같은 체성선택계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었다. 뇌기능의 가장 주된 기반은 형태다. 적절한 신경 해부 구조는 위상학적 원칙들에 입각해 발생한다. 물론 뇌는 탁월한 위상생물학적 시스템으로서, 장소가 실행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다양한 지도들과 지도화 시스템들로 이루어져 있다.

겉으로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가지 관찰이 우리로 하여금 뇌가 재인계로서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끔 했다. 우선 첫 번째 관찰은 뇌구조의 엄청난 다양성과 개별성에 대한 것이다. 두 번째 것은, 세계는 물리적 법칙에 의해 규제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분류되지 않은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식으로 구성된 뇌가 세계를 어떻게 범주화하는지를 고려하기 위해 TNGS (뉴런 집단선택설) 가 구성된 것이다. 그 이론의 기본 이념들, 즉 발생 선택, 경험 선택, 그리고 재입력 등이 심리적 기능의 발생에 근본적인 토대로 간주된다. 그렇지만 이것은 심리 기능이 발현하는 데 새로운 형태적 배열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새로운 기능을 가진 진화를 확고히 하기 위해 부수적인 주요 원칙들이 더 필요치 않다는 사실을 TNGS 가 가정하고 있다는 의미일뿐이다.

나는 여기서 전면적 지도화 내에서 활동하는 체성선택이 진화과정 중 예전의 지도화 방식과 함께, 예컨대 특수화된 기억이나 개념적 능력 conceptual capabilities 같은 새로운 기능을 획득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기억과 개념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보기 전에 우리는 '고차원적 뇌 기능' 이 어떻게 연결된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유용할 듯하다. 어떤 심리적 기능들이 이런 선택주의적 관점을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들은 어떻게 의식 consciousness 과 지향성을 설명할 수 있을까?

고차원적 뇌기능의 근본이 되는 세 가지 요소는 지각 범주화와 기억, 그리고 학습이다 (다루기 쉽다는 이유로 이런 기능들이 종종 개별적으로 다뤄지지만 사실 그것들은 같은 정신 작용을 하는, 분리될 수 없는 요소들이란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우리는 앞에서 분류쌍과 전면적 지도화가 지각 범주화를 수행할 수 있음을 살펴 보았다. 지각 범주화는 일반적으로 기억에 필수적인 요소인데, 여기서의 기억은 결국엔 앞서 일어난 범주화에 대한 기억을 의미한다. 이 두 요소의 기능은 행동을 분석해 봄으로써 시험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장에서 시냅스 (염색체 접합) 강도의 변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 한 어떤 종류의 기억도 역동적인 시스템 속성 system property 이며, 그 속성은 그것이 일어나는 실제 신경 구조에 의존한다는 점을 살펴보려 한다.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이 예상할 수 없게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한 동물이 이에 적응할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서, 행위에 영향을 주는 학습이 필수적이다. 이렇듯 세 가지 근본적 기능들, 예컨대 범주화와 기억, 학습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학습은 범주화와 기억에 좌우된다.

그러나 지각 범주화와 기억이 학습에 필수적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여기에 추가되어야 할 것은 범주화를 수행하는 부분과는 다른 뇌 부분들에 의해 중재되는 가치계와의 연결이다. 적응에서 충분조건은, 진화론적으로 확립된 가치들을 반영하는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욕구, 식욕을 증진시키려는 욕구, 그리고 완료 행동의 욕구 등을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전면적 지도화를 소위 쾌락 중추 hedonic centers 와 대뇌 변연계 limbic system 의 활동에 연결시킴으로써 주어진다. 예컨대 시상하부 hypothalamus 나 중뇌에 있는 다양한 핵 등과 같이 가치가 부여된 뇌구조들은 동물행동학적 요구에 따라 진화했으며, 그 구조들의 회로 중 어떤 것들은 종 특유의 속성을 나타낸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새의 짝을 짓는 활동과 행위는 고래와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종에서든 학습은 전면적 지도화와 앞에서 언급한 가치 중추를 이어 주는 신경 작용에서 기인한다. 학습은 기대되는 상황에서 적응 가치 apaptive value 를 가지고 있는 행위들에 범주화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부 조정장치처럼 생리적 시스템들은 세트 포인트set point (역주: 테니스에서 그 세트의 승리를 결정하는 귀중한 득점) 를 가지고 있다 (자동 온도조절 장치를 생각해 보자). 기대라는 용어는 단순히, 쾌락 시스템의 각 부분을 구성하는 생리적 구조들의 세트 포인트가 충족되지 않은 그런 상황을 의미할 따름이다. 학습은 세트 포인트를 충족시키는 전면적 지도화에서의 시냅스 변화를 행위가 유도할 때 비로소 성취된다.

우리는 이제 기억의 작용이, 그것이 지각 범주화를 학습에 연관시킬 때, 뉴런 집단선택의 적응 가치를 강하게 강조하는 이유를 살펴 볼 수 있다. 1 차적 레퍼토리의 규모나 혹은 레퍼토리들 사이의 재입력식 연결을 늘리는 것이나, 진화과정 중 새로운 화학적 메커니즘들을 첨가함으로써 시냅스 변화라는 수단을 강화시키는 것은, 학습을 강화시킬 수 있는 범주적 반응의 수를 증가시킨다. 학습은 적응적인데, 이런 식으로 추론해 보면 보다 많은, 혹은 보다 다양한 뉴런 집단들을 가진다는 것 역시 적응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위는 동물학적 요인들에 의해 학습의 정도와는 무관하게 규제 받는데,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특정 종의 진화과정 중 선택되는 가치계와 항상성 요건이다

기억은 이런 모든 사건들의 중심에 있으며, 나는 이장의 나머지 부분 중 상당 부분을 기억의 작용과 요건들을 분석하는 데 할애하겠다. 지각, 기억, 학습이라는 기본적 3 요소가 중요하지만 그것들이 함께 작용한다 해도 지각 범주화들을 연결시켜 일반적인 관계적 속성을 낳도록 하는 그런 능력을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관계적 속성들은 개념적 능력을 획득함으로써 생기는데, 개념적 능력이란 일반적인 혹은 추상적인 관계의 용어로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개념이란 주제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나의 목표는 중심 3요소와 특정 장소에서의 개념적 능력에 대한 생리학적 기반 위에서, TNGS 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원칙들 이상의 어떤 원칙들을 동원하지 않으면서 의식의 출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를 보여 주는 일이다.

1. 기억

기억에 대해 시작하기로 하자. 기억을 다룰 때 한 가지 난점은 너무 종류가 많은 데다가, 또 대부분의 기억이 언어학적 능력과 너무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서 그 근본 원리를 연구한다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그 결과 기억에 대한 생리적 기반, 즉 시냅스의 변화가 문제를 단순화하려는 시도로 인해 종종 기억 자체와 같은 것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쟁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기억은 그 형태를 막론하고 실행을 반복하는 능력이라는 사실에 동의하기로 하자. 실행의 유형은 기억이 분명한 시스템의 구조에 근거하는데, 그 이유는 기억이 시스템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경계 내의 기억은 뉴런 집단의 개체군들이 갖는 역동적 속성이기도 하다. 컴퓨터의 경우 기억은 부호화된 정보 비트의 명세 사항은 기억 장치에 의존한다. TNGS 에 따르면 이것은 신경계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다윈 Ⅲ 가 다양한 대상과 마주치면 다윈 Ⅲ 의 행동은 기억의 형태를 나타내지만 (제 9 장 중 특히 그림 8 을 참조하라) 그 기억이 비트들의 정적인 배열로 묘사될 수는 없다. 왜냐 하면 다윈 Ⅲ 와 같은 전면적 지도화에서 드러난 기억은, 컴퓨터의 경우에서처럼 복제되는 방식으로 불러내지고 조립될 수 있는 고정된, 혹은 부호화된 속성들의 저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에 TNGS 는 기억을, 앞서 확립된 범주화 능력의 특수한 강화라고 제안한다 (그럼 1). 이런 유형의 기억은 전면적 지도화 내부의 시냅스 개체군에서 일어나는 지속적인 역동적 변화, 즉 맨 첫 번째 장소에서 범주화가 일어나도록 해 주는 변화로부터 하나의 개체군 속성으로 나타난다. 전면적 지도화 내에서 집단의 시냅스 강도에서의 수정은 기억에 생화학적 기준을 제고해 준다.

유사하게 범주화된 많은 대상들이 동일 출력을 낼 수 있고, 실수를 할 수 있다. 이 기억의 기본적 메커니즘의 지도 내부에 있는 뉴런 집단들 (작은 원) 사이의 선의 변화에 의해 지시되는 것처럼, 이 기억은 시냅스 강도의 변화이긴 해도 전체 시스템의 속성이다.

그런 시스템에서는 회상이 그렇게 틀어 박힌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의 영향아래 회상이 변화하듯 원래의 범주화에 포함되는 신경 개체군의 구조와 역학 역시 변화를 거듭한다. 회상은 전면적 지도화에서 이미 용이하게 된 부분들 중 일부의 활성화를 포함하지만, 모두가 활성화될 필요는 없다. 그것은 그 이전의 것과 유사한 범주화 반응을 낳지만 다른 경우에서는 그런 반응에 기여하는 요소들이 다르며, 또 그것들은 대체로 진행 중인 행위에 의해 수정되는 경향이 있다.

지각 범주들은 불변의 것이 아니며 동물의 현재 행동에 의해 수정되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억은 지속적인 재범주화 과정에서 비롯된다. 기억은 본래 절차적이며 또한 지속적인 운동과 다른 상황에서 반복되는 연습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연상들 때문에, 기억 내에 주어진 범주적 반응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컴퓨터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억과는 달리 뇌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억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수준의 일반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연상, 부정확성, 그리고 일반화 등의 특성들은 모두 기억의 초기 기반 중 하나인 지각 범주화가 본질적으로 개연적이라는 사실로부터 이끌어 내진다. 각기 다른 개체들은 그만큼 서로 다른 기억들을 가지고 있으며, 또 그것들이 서로 다른 기억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하나도 놀랍지 않다.

이러한 특성들에 관해 쓰는 동안 나는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진 개인들이 기억과 실행에 접근하는 방법에는 서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위대한 바이올린 연주자인 크라이슬러 Fritz Kreisler 와 위대한 피아니스트인 라흐마니노프 Sergei Rachmaninoff 에 관한 일화는 아주 적절한 예가 되고 있다. 1930 년에 그들은 그리그 Edward Grieg 의 소나타 C단조를 녹음하기 위해 베를린에서 만났다. 아주 꼼꼼한 연주자인 라흐마니노프는 바로 연습에 들어가기를 원했다. 평소 그렇게 많이 연습하지 않는 편인 크라이슬러는 라흐마니노프처럼 열성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시내로 놀러 갔다. 다음 날 아침 크라이슬러는 열성적이었고 라흐마니노프는 마지못해 하는 가운데 녹음은 시작됐다. 물론 녹음은 잘 진행되었다 (내 생각에 그 레코드는 지금도 구할 수 있는데, 대단히 훌륭한 연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흐마니노프는 만족해 하지 않았다.

이야기는 진행되어 몇 년 뒤 두 음악가는 뉴욕에서 다시 만나 연주하게 됐는데, 바로 그 그리스의 소나타 C단조가 프로그램에 들어 있었다. 한 악장의 어느 부분에선가 크라이슬러가 깜빡 잊고 말았다. 물론 크라이슬러답게 그는 어떻게든 기억의 실마리를 찾아보려고 몇 소절을 즉석에서 만들어 연주했다. 그러나 몇 분이 지나도 기억이 살아나지 않자 크라이슬러는 여전히 연주를 계속하면서 몸을 구부려 이렇게 물었다. "라흐마니노프, 지금 우리가 어디 있는 거지?" 라흐마니노프는 건반에서 위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카네기 홀 이지" 라고 말했다.

만약 기억을 재범주화의 형식이라고 생각한다면, 기억의 작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억이 작용하는 시스템 전체를 생각해 보면 된다 (실례로 제 9 장의 다윈 Ⅲ 의 경우를 참조하라).

뇌에서 이뤄지는 전면적 지도화의 체계가 갖고 있는 역동적 특성 중 하나는 계속적인 변화를 지시하는 능력이다. 기억이 움직임의 양식은 물론 감각 활동들의 시간적 연속을 어떤 식으로든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기억은 쓸모 없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아보려면 우리는 여러 가지 기술적 세부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그러나 대뇌피질과 그 부속 기관들이 시간과 공간이라는 필수 요건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얼마간 알아 두는 게 유용할 것이다. 피질은 10 억ⅹ100 만 개 가량의 연결로 이어진 100 억 여 개의 뉴런이 상호 연결된 6층의 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재입력의 방식으로 연결되며 또 다른 모든 감각 양식과 운동성 반응에 도움이 되는 지도들이 기능적으로 분리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피질은 앞에서 내가 연속기관 organs of succession 이라고 불렀던 세 가지 구조에 연결되는데 그 이유는 그 구조가 뇌의 출력을 지시하는 것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 각각은 — 소뇌, 해마, 기저핵 — 서로 다른 지시 양상 및 척도와 관련하여 있다. (그림 2). 소뇌는 상부 뇌 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탁월한 구조다. 그것은 다소 전형적인 구조를 가진 독특한 신경회로 집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뇌피질과 척수로부터 두 종류의

주요한 입력을 받아들인다. 다양한 연구 결과 소뇌는 움직임의 시작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지 않는 반면, 움직임이 계속 이어 짐에 있어 그 타이밍과 연결을 부드럽게 해 주는 매우 특수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이 제시되었다. 대뇌피질과 함께 소뇌는 일부가 없다면 매끄럽게 이어졌을 움직임의 패턴들이 경련처럼 될 것이고 마침내는 조화가 깨질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기억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범주화가 감각판에 의존하는 만큼 부드러운 몸짓과 자세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소뇌와 운동 피질은 범주화와 재범주화의 기반이 되는 부드러운 움직임들을 만들어 내는 시냅스 변화를 함께 겪는다.

일련의 운동을 장기적으로 실행하는 일을 운동 프로그램이라 하는데, 이것은 또 다른 일련의 피질 부속 기관, 즉 기저핵에 의존한다 (역주: 기적핵을 뇌저신경절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것들은 뇌의 중심부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크고 복잡한 구조들이다. 기저핵은 피질의 앞부분에 연결되는 것은 물론, 눈이나 신체의 움직임에 포함되어 있는 일련의 평행 회로 내의 대뇌피질에 연결되어 있는데, 그 기능은 행동 계획 및 정서 등과 관련되어 있다. 기저핵은 움직임을 계획하는 데 참여하며, 운동 출력의 유형과 연속을 결정하는 데 참여하는 듯하다. 기적핵은 감각 반응과 운동 반응을 짝지음으로써 운동성 프로그램 내의 움직임을 규제하는 것을 도와 줄 뿐만 아니라, 운동 계획에 따라 실행되어야 하는 것들을 유도해 주기도 한다. 보다 즉각적인 몸짓을 유연하게 하고 조정시켜 주는 소뇌와는 달리, 이 부속 기관들은 보다 장기간의 시간 단위에 걸쳐 기능하고 또 한 계획 내의 일련의 몸짓들을 전체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을 도와 준다.

움직임과 운동 계획에서 기저핵의 중요한 역할은 질병의 경우에 두드러진다. 예컨대 파킨스씨 병의 경우, 신경 전달자인 도파민 dopamine 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는 특별한 일련의 기저핵인 뉴런 (흑 질 substantia nigra 신경세포) 들이 파괴되면 움직임을 시작하기 어렵게 되며, 또 경련과 보행상의 변화 등이 일어난다. 또한 기저핵은 뇌의 쾌락중추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뒤에서 다루겠지만, 대단히 주목할 만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세번째로 중요한 피질 부속 기관인 해마 역시 중뇌와 시상하부에서 발견되는 쾌락중추에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해마의 주 특성은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확립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해마는 측두엽 temporal coetex 의 가장자리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중으로 포개지고 C자형의 횡단면을 가진 소시지 모양이다 (그 형태 때문에 라틴어로 '바다의 말' 이라는 뜻의 이름을 갖게 됐다).

해마에 있어 가장 특이한 점은 엔트로하이날 피질entorhinal cortex 이라고 알려져 있는 아주 작은 지역을 통해 대뇌피질의 모든 부분들로부터 입력을 실제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림 2). 입력들은 세 가지의 연속적인 시냅스 서열로 해마를 관통한다. 이런 구조들을 통과한 뒤 신호들은 엔트로하이날 피질로 돌아오고 재입력 섬유에 의해 원래 연결되어 있던 피질 부분들로 보내진다. 해마의 환상 신경관 내의 세포들은 모두 중뇌와 쾌락중추, 즉 가치에 도움이 되는 영역으로부터 동시에 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이 회로들은 모두 왜 필요한 것일까? 장기 기억을 규정하는 데 해마가 필요한 것 같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환자H. M. 씨는 치명적 간질의 잠재 요인을 가지고 있어서 해마를 제거했는데, 수술 후에 분명한 증후를 나타냈다. H. M. 씨는 해마를 제거하기 전 상당 기간까지의 장기 기억을 회상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방금 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누가 그것을 묻기도 전에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주소를 말하다가 방해를 받으면 그 주소를 잊어버렸다. 그는 충분한 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또 몇 가지 연속 운동 mo-tor sequence 을 배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해마 부분의 손상으로 영원히 불구가 되었으며 어떤 새로운 지속적 장기 기억도 저장해 둘 수 없게 되었다.

동물 연구로, 단기 저장 임무에 대한 반응을 장기 기억으로 변화 시키는 데 있어 해마가 어떤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확고해졌다. 이 피질 부속 기관들의 역할은 피질에 의해 즉각 분류된 사건들에 순서를 부여하고, 또 이렇게 분류된 사건들이 피질에서의 시냅스 변화로 하여금 장기 기억이 가능하도록 영향을 주는 일인 듯 보인다.

TNGS 의 관점에서 이 모든 게 어떤 의미인지를 살펴보면 분류쌍과 전면적 지도화가 시냅스 변화에 의한 뉴런 집단선택을 겪는 동안, 이것이 본질적으로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간의 관련을 확고히 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이다. 해마와 같은 연속 기관이 끼어들어 결과를 지시해 주지 않으면 지독한 기억 손상이 불가피한 듯 보인다.

심리적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서로 다른 뇌구조와 뇌 역학의 상호작용적인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서 뇌의 해부학적 사항과 생리학적 사항들을 몇 가지 언급해야겠다. 소뇌, 혹은 그와 비슷한 기관이 진화하지 않았다면 부드럽게 조정된 움직임과 빠른 움직임은 위태롭게 되었을 것이다. 기저핵과 그것의 특수한 해부학적 구도가 없다면 동물은 한 가지 계획 내의 움직임에 전체적인 조화를 이뤄 낼 수 없을 것이다. 해마에 의해 제공된 기능들이 없었다면, 즉각적인 것과 영구히 저장된 것들 사이의 시간 범위 내에서 일어나는 범주화의 전체 행렬은 연결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연결이 아니면 어떤 장기 기억도 일관성을 갖지 못할 것이다.

이런 예들을 통해 우리는 진화론적으로 발생된 뇌의 형태와 회로가 시냅스 부위에서의 생화학 메커니즘에 의해 조정되면 새로운 기능과 새로운 종류의 기억을 낳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척추동물과 '하등' 척추동물에 관한 연구로부터 신경계가 신체 기능과 행위를 통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시냅스 변화에 근거한 특수한 유형의 기억들이 그런 동물들에서 일어난다. 육상 생활에서 (그리고 인류의 선조의 경우, 수상 생활에서) 거대하고 새로운 환경적 도전이 일어났다. 지각 범주화를 수행하기 위한 피질의 진화와, 이런 범주화를 지시하기 위한 연속기관의 진화는, 복합적 주변 환경을 다루는 기능과 더불어 보다 다양한 종류의 심리적 기능들을 허용했다. 이런 발생은 기억을 갖는다는 것이 갖는 의미를 바꿔 놨다. 그러나 선택과 재입력을 초월한 어떤 새로운 원칙도 새로운 기억 작용들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라면 새로운 구조나 형태, 즉 피질 부속 기관들에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은 외 속의 새로운 연결순서를 꼽을 수 있다.

2. 개념

동일한 원칙이 범주화 자체에도 적용된다. 물론 광범위한 범주적 능력을 체현하기 위해서는 기억에 덧붙여, 재범주화와 같은 또 다른 진화적 발생이 필요하다. 나는 이것을 개념을 갖는 능력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기억에 대한 내 관점이 그랬던 것처럼 이 관점 역시 전통적인 견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개념' 이란 단어는 일반적으로 언어와 관련되어 사용되며 진실과 허위를 이야기하는 맥락에서 사용된다. 그러나 나는 언어적 원초성을 획득하기 앞서 진화과정에 나타난 능력을 가리켜 개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렇다면 이 능력은 어떤 것인가?

개념을 가질 수 있는 동물은 사물이나 행동을 식별하고, 이 식별을 전제로 다소 일반적인 방식으로 행위를 규제한다. 이런 인식은 반드시 관계적이어야 한다. 즉 이런 인식은 범주화 과정을 촉발시키는 자극이 없을지라도 하나의 지각 범주화를, 명백하게는 관련이 없는 다른 범주화에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획득된 관계들은 '물체', '위-아래', '내부' 등과 같은 일반적 속성에 대한 반응을 허용해야 한다. 그러나 말 speech 의 요소들과는 달리 개념은 전통적이거나 자의적이지 않으며, 발생하기 위해 언어 공동체와 연결될 필요도 없고, 순차적 표상 sequential presentation 에 의존하지 않는다. 개념적 능력은 말에 훨씬 앞서 진화과정을 통해 발생한다. 그 능력은 지각과 기억에 의존함에도 불구하고 이 두 기능 모두에 기여하는 요소들로부터 뇌에 의해 만들어진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 역시 개념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내기는 어렵다. 침팬지의 경우가 분명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침팬지들은 사물들의 관계나 행동 간의 관계를 일반화하고 분류해 낸다. 그러나 다른 동물들의 개념적 능력에 대한 결정은 훨씬 어려운데, 그 이유는 침팬지의 경우와는 달리 다른 동물의 의사소통은 대단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동물들의 뇌 영역의 구조와 기능을 인간의 것과 비교해 보고 그 이후에 어떤 식으로 연구를 계속해 나갈 수 있을지를 미루어 짐작해 보는 일일 것이다.

지각 능력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TNGS 에 의하면 개념적 능력이 생기기 전에 특수한 뇌 부위의 진화론적 발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 제안을 뒷받침해 주는 논거는 지각 범주화가 가능한 재입력 지도의 수가 조금만 가능해도 개념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념 범주화는 대단히 이질적이며 일반적이다. 개념에는 실제 세계나 기억, 과거의 행위 등에 관한 관계의 혼합이 포함된다. 지각을 조정하는 뇌의 영역과는 달리 개념을 조정해 주는 뇌의 영역은 즉각적인 입력 없이도 작용이 가능해야 한다.

뇌의 어떤 작동이 이런 속성을 만들어 내는가? TNGS 에 따르면 개념을 형성할 때 뇌는 지각의 경우에서처럼 단순한 외부적 자극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의 활동에 의해 지도를 형성한다. 그 이론에 의하면 개념 형성을 책임지는 뇌 영역에서는 서로 다른 유형의 전면적 지도화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뇌 활동들을 범주화하고, 구별하고, 그리고 재결합시키는 구조가 포함된다. 그런 뇌의 구조는 감각 양식에서 나오는 외부 입력들을 범주화하는 대신 양식에 의거해서 앞서 이뤄진 전면적 지도화의 부분들을 범주화하며, 또 움직임 여부를 범주화하며, 지각 범주화들 간의 관련 유무를 범주화한다 (그림 2).

이런 활동들은 수행해 내는 구조들은 뇌의 전두엽 frontal, 측두엽, 두정엽 parietal 피질 등에서 발견될 것 같다. 그 구조들은 지도의 유형에 대한 지도화를 보여야 한다. 물론, 그것들은 다른 유형의 전면적 지도화의 과거 활동들의 부분들, 예컨대 다른 감각 양식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들을 활성화시키거나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것들은 다른 감각 양식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들을 재조합 하거나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이런 고차원적 피질 영역들로부터 다른 피질 영역과, 해마, 기저핵으로 이어지는 특수한 재입력 연결이 반드시 개념들을 실행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개념을 낳는 뇌 영역은 과거의 전면적 지도화 부분들을 자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감각 입력과는 무관하게 그것들을 자극할 수도 있다. 또한 개념을 낳는 뇌 영역은 전면적 지도화의 종류들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사물에 해당하는 종류와 움직임에 해당하는 종류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전면적 지도화 중 재활성화된 부분들을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하며, 그런 활동의 장기적 저장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개념 형성에는 기억이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것이 필요하다.

전두엽 피질은 뇌의 개념 중추를 보여 주는 가장 훌륭한 예다. 이 피질 영역에서 개념이 형성되려면 지각 범주화에서처럼 지형학적 지도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고히 하기 위해 이 지도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알려 주는 자료는 충분치가 않았다. 어쨌든 다른 피질 지도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지도화하는 지도들이 필요한 듯하다. 반면 고차원적 지도에서는 지형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해마를 포함해 기저핵과 변연계에 연결되면, 전두엽 피질은 역시 가치와 감각 경험 자체에 대한 범주화를 돕는 관계들을 확립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개념적 기억들은 생존에 중요한 특성인 가치에 의하여 영향받는다.

뇌가 스스로의 활동 (특히 지각 범주화) 을 범주화하는, 개념이라는 용어에 의해 우리는 일반화된 범주와 이미지들이 어떻게 체현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현재의 뇌 활동에서 사건들이 행해져야만 할 필요가 없이도, 사건들이 '과거' 로 범주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단기 기억을 위해 또 장기 기억으로 이어지는 해마의 계열에서 그것들이 반드시 그랬어야 했던 것과는 다르다. 더욱이 앞선 시냅스 변화를 포함하는 전면적 지도화의 부분들을 반복적으로 다시 자극함으로써 개념 영역들이 어떻게 관계와 범주의 조합을 만들어 내는지를 알 수 있다. 본연의 논리적 순서나 고전적 범주화, 혹은 명백한 프로그램 작성이 선행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여기 기술된 개념 형성의 수단은 <후기> 에서 내가 다룬 복합적 범주들을 자연스럽게 확립시킬 책임이 있다. 마지막으로 개념 형성은 지각 범주화와 기억, 학습이라는 주요 3 요소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그 속성상 지향적이다.

기억을 재범주화라 말하고, 개념을 스스로의 활동을 범주화하는 뇌의 산물이라고 이야기함으로써 의식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한다는 우리의 목표에 이르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할 교량적 요소들이 제공되었다. TNGS 의 기본 이념 위에 지각 범주화와 기억, 학습이라는 근본적 3 요소를 세워 놓으면, 이 요소들은 곧 개념적 능력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어떤 새로운 가정도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다만 재입력 연결성의 유형들을 변형시키는 피질 형태의 진화론적 변화에 대한 가정들만 있었을 따름임을 주목해야 한다. 재입력 연결성에 대한 부수적인 변경 역시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게 되는가를 이해하는 데 열쇠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