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현상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운동, 파도의 출렁임, 물에 떨어뜨린 잉크방울의 퍼짐 등과 같이 대부분의 자연현상이 카오스적인 특성을 보인다. 그러나 인간이 이러한 운동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기존 학문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뉴턴역학으로는 이러한 현상들을 설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카오스 현상의 두가지 특징 : 김두철
인체와 카오스 : 건강한 육체는 카오스적인 흔들림을 늘 유지하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높은 적응력을 보이는 것이다. 병든 사람의 맥박은 보다 단순하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그들의 맥박은 거의 변화가 없이 일정하다. 이것은 매우 좋지 않은 징후이다. 기계는 일정한 환경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움직임이 바람직하지만, 생명체는 수시로 변동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경제와 카오스 : 경제에 관한 전문인이 아니라도 단순한 요인으로 야기된 몇몇 인과의 고리만으로는 경기변동의 주기(되풀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그만큼 경제의 실상은 카오스적이며, 수많은 요인들은 '나비 효과'를 발생시키고, 이들의 복합적인 작용 안에서 미묘한 되풀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현상은 어떤 학설로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카오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회와 카오스 : 거대한 조직의 질서가 일단 와해되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각자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똑같은 작용에 대해서 그때마다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카오스 상태이다. 유언비어는 사소한 의미 전달에 사심이나 오해가 쌓여서 엉뚱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요동과 카오스 : 배가 파도에 휩쓸려 요동을 치거나, 자동차가 흔들린다는 등등, 우리는 흔히 일상생활에서 '요동' (turbulence) 이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다. 요동은 '변화가 불규칙해서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태'이다. 규칙적인 현상은 간단하게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요동은 불규칙한 흔들림이기 때문에 좀처럼 수식화하기 어렵다. 즉, 요동에는 카오스의 성질이나 프랙탈적인 측면이 엿보이는 것이다
박테리아 번식과 카오스 : 박테리아의 번식률 a 를 증가시키면서 관찰하여 보면 a 가 일정수치 이상을 넘어가면 개체수가 불규칙한 수를 보이게 된다. 즉 카오스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복합적인 요인의 변화가 아닌 번식률이라는 하나의 변수를 변화시켜서 단순한 시스템에서 카오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들이 한몸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려면 부분들 간의 동기화(同期化, synchronization)가 필수적인데, 자연계에서는 이것이 공명(共鳴)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심장박동 세포, 정글의 반딧불, 뇌세포 등의 동기화를 예로 들 수 있다. 공명을 통해 부분들은 전체를 구성하는 조직공동체로서의 상호 존재를 인지하며 협동하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수많은 뇌세포들이 연결된 대표적인 비선형체이다. 감각기관으로부터 신호가 오면 순간적으로 뇌에 있는 수백만 개의 뇌세포들이 상호작용하는 총체적 협동을 통해 인지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신경세포들의 동기화가 일어나며, 그 과정은 카오스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반딧불 하나하나는 프랙탈에 해당하며, 반딧불의 집단은 이 프랙탈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고, 이 집단이 움직이는 형태는 카오스적인 것으로서 어떤 범위 내에서, 즉 attractor가 작용하는 범위 내에서 결코 똑같이 되풀이되는 일 없이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부분들이 모여서 서로 어떻게 협력하여 전체로서 작동하는가에 대해 깊이있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홀로그램적으로 정보를 공동으로 인지하여 동기화가 되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또한 생물의 감각기관 등과 같은 비선형계에서는 잡음이 있는 것이 오히려 약한 신호를 감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이것을 '확률적 공명'이라고 부르는데, 약한 주기적 신호가 환경적 요동과 맞물려 중복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뒤에 설명될 미약에너지에 의한 부분들 간의 정보 수수 과정에서 세포간의 통신수단인 생체광자(生體光子, biophoton)가 어떻게 하여 증폭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개(個)와 전(全)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채 따로따로 연구가 진행되어왔던 학문세계에 프랙탈과 카오스 이론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우리는 전(全)과 개(個)를 연결짓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 가운데 어느 하나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없으므로, 우리는 하나의 공동운명체로서 함께 비선형적으로 공진(共振)하면서 사는 것이다.
카오스의 역사는 마치 조각그림 맞추기와 비슷한 점이 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여러 천재들은 각자 카오스 현상의 단편들만을 보아 왔다. 그들은 카오스의 전체 모습은 보지 못했던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포앙카레는 삼체 문제에서, 로렌츠는 기상현상에서, 메이는 생물의 번식률에서 각각 카오스를 보았다. 카오스는 이들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현상의 배후에 숨어 있는 공통성이다.
그 공통성의 인식이 카오스를 이론화한 것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서정주의 명시 <국화 옆에서>의 한 구절이다. 사실 그렇다. 카오스에 관한 오래 전부터의 단편적인 지식이 이론의 체계화를 촉구해 왔던 것이다. 이 공통성을 인식하는 데는 이제까지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결정론적 세계관이라고 하는 족쇄로부터 벗어나는 고통이 뒤따른다. 더구나 자신의 전공 분야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는 '카오스'는 결코 잡히지 않는다. 카오스는 여러 학문 간의 교류 속에서 잉태되었다. 카오스를 발견한 지성들 대부분이 자신의 전공분야 외에 아마추어 수학자로서 수학에 늘 관심과 흥미를 쏟고 있었다. 카오스의 연구는 오늘날의 대학과 같이 자신의 전공분야만을 고수해서는 참다운 학문적 성과를 올리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준다. 바야흐로 학제간(interdisciplinary) 연구의 시대인 것이다.
카오스가 여러 학문 분야에서 발견된 것처럼 그 응용도 여러 학문 분야로 파급되고 있다. 경제학, 사회학, 컴퓨터공학 등등. 카오스는 이제까지 해결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난제들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되고 있다. 인류에게 카오스라고 하는 미개척의 넓고 푸른 바다가 펼쳐진 것이다.